미사일이 아니라 식량을 풀어라

임진왜란 때 맹활약을 한 것은 거북선만이 아니었다. 비격진천뢰라는 폭탄도 왜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신무기의 하나였는데 유성룡은 징비록(懲毖錄)에서 ‘화기장 이장손이 처음으로 진천뢰를 만들어 대완구(大碗口-대포)로써 그것을 쏘면 능히 400보까지 날아가고 땅에 떨어지면 속에서 불이 일어난다’라고 썼다. 진천뢰는 당시로서는 획기적 발명품이었는데 약선(藥線)을 발화장치로 이용한 단순한 중국의 화기와 달리, 목곡(木谷)이라 하는 나선형으로 된 별도의 발화장치를 마련하여 폭발시간을 조절하였다. 빨리 폭발시키려면 10바퀴, 늦게 폭발시키려면 15바퀴 등으로 도화선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었다. 비격진천뢰의 완구 화문은 다른 화포보다 하나 더 많은 2개였다. 하나는 진천뢰의 도화선용으로, 다른 하나는 발사 화약의 점화용으로 이용되었는데, 일본인 아리우마는 “이 발화장치는 매우 교묘한 것으로 조선인의 창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화공술의 획기적인 일대 진보”라고 평가했다. 우리 민족의 독창성은 이렇게 남달랐다. 그런 조상의 후예여서일까. 오늘날에 와서 우주를 향한 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상당히 의미심장한 물체(?)를 공중으로 발사하려고 하고 있다. 한·미·일 세 나라는 미사일이라며 심각하게 대응하는 반면 정작 발사 당사자인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대포동 미사일을 쏜 경험이 있는 북한이고 보면 수천㎞ 장거리 미사일쯤은 쉽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면서도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 그들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식량지원을 일방적으로 안 받겠다더니 연례적인 한미합동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간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막았던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토를 유린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개발한 비격진천뢰와는 달리 북한의 미사일을 보면 최근 민항기 영공통과 불허나 남한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의 표출과 오버랩되면서 걱정스럽고 무섭기까지 하다. 진정한 생존과 번영은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아니라 식량 문제와 같은 인민 복리 증진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아 어디로 가니?

오는 8일은 경기도교육감을 도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날이다. 최초로 도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교육감을 선출하는 의미 있는 날이기에 경기도민 100%가 투표에 참여했으면 하는 소망으로, 내년에 시행될 교육감선거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년 선거부터는 교육감을 도지사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다느니, 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느니 말이 많다. 최종 결정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정치권의 몫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옛날 얘기가 아니더라도 격동기를 치루면서 먹고 살기 힘든 시대가 있었지만 교육에 의해 인재가 양성됐고, 그 인재에 의해 살기좋은 나라, 경제강국을 이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교육 말살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은 교육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국민교육에 앞장섰다. 이렇게 중한 교육을 과연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작년에는 지역교육청을 폐지하고 교육장을 센터장이라 해서 시장·군수가 임명하는 산하기관으로 한다고 하다가 많은 반대에 부딪혀 잠수하더니, 이제 다시 떠돌고 있는 대로 교육감을 선출한다면 교육감이 각종 교육정책을 소신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따로 교육에 관한 한 교육감에게 재량권을 주는 등 후속조치가 따른다 하더라도, 떠도는 방법대로 선출되는 그 자체로만 본다면 정부나 도지사, 정당의 명을 받아야 하는 정치교육감이나 시녀교육감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1991년부터 시행돼 온 교육위원제도 마저도 도의회와 통합한다고 하는 등 각종 교육정책들이 옛날로 회귀해 교육을 정치에 예속화하려 하는 것 같고, 교육을 홀대하는 것 같아 40여년의 교육자 생활을 마감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왠지 씁쓸함이 밀려온다. 교육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관심이 많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마구 흔들어 대는 교육정책에 어떤 생각을 할까? 외국으로 갈까? 교육아,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나노기술이 열어가는 新산업시대

얼마 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조선 등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공계 인력기반약화가 국가경쟁력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을 인지할 때 이제라도 어린 학생부터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과학기술프로그램이 조직적·지속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에는 1백만분의 1미터 수준의 마이크로미터 기술이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왔으나, 최근에는 물질의 특성을 바꿀 수 있는 원초적 영역인 나노미터 즉, 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나노기술이 미래 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선진국에서는 나노기술을 활용한 원천기술개발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3대 나노강국 진입을 위해 지난 2001년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만들고 그 일환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경기도 수원에 나노소자특화팹센터를 구축하였다. 일본 히타치연구소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나노산업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20조 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나노기술로 열어가는 미래 신산업창출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여 나노기술 산업화에 초점을 둔 기술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외국 경쟁업체의 특허 공세를 비켜가는 것은 물론, 특허침해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나노소자·나노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학·연 인력들의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특허획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나노기술은 환경,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결실을 맺어 인류 삶의 질은 물론 과학기술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하게 만들 것이며, 이러한 부분들이 충족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진정한 나노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고 선진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식물공장, 제2의 녹색혁명

농촌진흥청은 얼마 전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업공학분야의 미래기술을 예상해볼 수 있는 공동 연구 과제 중에는 ‘식물공장’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다. 사실 식물공장은 지난 1960년대 북유럽을 시작으로 80년대 미국·일본·캐나다·네덜란드 등지에서 실용화돼 왔다. 새삼 ‘식물공장’에 대한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식량이 곧 안보라는 인식이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식물공장은 인공광원 사용에 따른 광열비용이 만만치 않아 식량안보를 위한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딕슨 디스포미어 교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이용, 이 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수직 농장은 도심 한복판에 수십 층짜리 고층건물을 지어 각 층을 논밭으로 활용하는 미래 농법을 말한다. 건물의 층수를 높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농지를 늘릴 수 있어 이론적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기존의 10배 이상 늘일 수 있다. 이 수직농장의 핵심은 기존의 시설재배의 개념을 확장하고 대형화해 대도시에 충분한 양의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농작물은 모두 수경재배로 키워 흙이 필요치 않고 병충해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유기농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필요한 물과 전력은 모두 도시의 하수로부터 얻는다는 생각이다. 수직농장을 지어 남아도는 기존의 농지는 숲을 조성하여 생태계를 복원하고 대기 중에 지나치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직농장을 도심에 짓게 되면 유통문제가 단순화 되어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최초로 ‘스카이팜’(58층·74만㎡)이란 이름의 수직농장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며 미국 등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제2의 녹색혁명은 절박하다. 그리고 미래의 농업은 식량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의 변수 최소화가 중점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조건을 통제할 수 있는 농법과 기술이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에 농업공학분야의 핵심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는 도심속 첨단 식물공장은 우리 농업·농촌의 전망을 밝게 하고 국가 녹색기술을 위한 희망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저력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얼마 전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꿈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9만294달러로 미국의 9만1천683 달러에 이어 2위의 고소득 국가가 될 것이라 한다. 영국은 8만달러, 프랑스와 캐나다는 7만달러, 일본과 독일은 6만달러로 한국이 이들 국가들보다도 단연 앞선다는 것이다. 자국의 금융위기조차 사전에 예측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골드만삭스가 이런 전망을 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은 아닌 듯 싶다. 한국은 현재의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기준으로 해서 2015년경 3만달러, 2024년경 4만달러를 넘어서고 2030년에는 5만달러를 달성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고려대 MBA대학원 최성환 교수의 말이다. 반가운 전망이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경제위기속에서는 지금도 인구 5천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가 지구상에 10개가 안 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국세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상사직원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한국이 이번 금융대란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는데 용하게 위기를 견뎌 내는 것을 보고 한국이 지니고 있는 저력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홍콩의 대표신문인 명보(明報)를 비롯한 여러 신문들은 한국의 저력을 인정하며 머지않아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대란을 틈타 영국계, 일본계를 비롯한 국제적인 악성 환투기세력들이 3월 위기설과 같은 악성 루머를 생산·유포시키면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조성, 우리의 국부를 거둬 가려는 금융공격을 끊임없이 해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들과의 피말리는 외환전쟁에서 밀리지 않고 위기의 전선을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금융파탄을 관람하면서 빼먹을 것을 다 빼먹으려던 국제적인 악덕 자본 세력들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저력 앞에 서서히 꼬리를 내릴 채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T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우리 한국이 이번 경제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문화예술이 유아에게 미치는 영향

현대사회는 과학지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화로 인한 국가 간의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문화예술의 현실은 이같은 흐름에 부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려서부터 창의성을 요하는 놀이보다는 주입식학습을 교육하는 학원을 전전하기에 몸도 마음도 팍팍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문학, 음악, 미술, 무용, 국악 등 예술적 감성을 익히면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생기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넘어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부모들은 한글, 영어, 수학 등 인지교육에 대해서만 강조하며, 똑똑한 아이의 기준을 인지학습능력에만 비중을 두고 아이들을 닥달하며 학원으로 내 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소위 말하는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잘 사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이제는 유아기부터 예능에 눈을 돌려 문화 예술적 소양을 갖는 것이야말로 인지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예능은 풍부한 상상력을 비롯해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주며, 내적 삶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방편이 된다. 또한 주위가 산만한 아이들에게는 음악, 조형, 동작, 극 놀이 등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재들을 몸소 경험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기에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예술은 삶을 살아가다 힘이 들 때 자신을 위로해주며 힘과 용기를 준다. 잠시나마 쉬워갈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아이는 스스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음식문화와 민족성

사람의 욕심에는 권력욕과 명예욕, 금욕, 성욕, 식욕 등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첫째가는 욕심은 생존에 관계되는 식욕이 아닐까. 먹는 욕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여 하루만 굶어도 식욕이 생긴다. 옛날에는 식량이 확보 안 되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살아왔고, 원시시대에는 사냥과 수렵으로 연명해 왔다. 우리도 한때는 춘궁기에 보릿고개가 있었다. 6·25 한국전쟁 이후에 우리의 잔치음식에는 막걸리와 국수에 콩나물과 김치면 최고였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많이 먹어 배만 부르면 잘 먹었다고 말했다. 먹는 음식에는 영양도 있지만 병균과 독(毒)도 있다. 모든 병은 먹고 마시는 데에서 발생한다. 음식을 많이 먹어 위장병이 생기고, 고기를 많이 먹어 심혈관 계통의 질환이 생기고, 술 담배를 많이 하여 각종 암이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의 병은 너무 많이 먹는 데서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학자는 음식 먹는 식습관을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일본인은 눈과 손으로 먹고, 중국인은 입으로 먹고, 미국인은 머리로 먹고, 한국인은 배로 먹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일본음식은 정갈하고 보기가 좋아 눈과 손으로 즐기고, 중국음식은 맛이 있어 입으로 즐기고, 미국음식은 자신의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며 머리로 먹고 즐기는데 반해서, 우리는 가난에 배고파서 맛과 영양도 모르고 무조건 많이 먹어 배만 부르면 된다는 식의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배로 먹는다는 말이 나왔으며, 음미해 보면 맞는 것도 같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배고픔이나 영양실조 보다는, 많이 먹어 배부름에 비만이 생기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맛과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골라 먹는 영양식의 음식문화가 정착 돼야 한다.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여 머리로 먹어야 할 것이고, 맛과 위생을 생각하여 입과 손으로 먹어야 식중독을 면 할 것이고,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 수 있다.

연예인 노예계약 법적논란

최근 고 장자연 씨의 자살사건과 관련 연예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의 소위 ‘노예계약’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매번 연예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것이 이 문제임에도 왜곡된 연예계의 관행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획사 입장에서는 특히 신인 연예인의 경우 다소 불공정한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비용에 대한 위험부담도 투자자인 기획사가 지는 것인 만큼 노예계약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노예계약이란 말 그대로 기획사와 소속연예인이 주인과 종의 관계로서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맺고 그 계약기간 중 연예인이 함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며 해지시에는 과다한 위약금을 배상하도록 한 조항, 수익분배를 부당하게 불평등하게 약정한 조항,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게 하는 등 부당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 등이 그 실례이다. 이러한 노예계약에 대해 최근 연예인들이 제기한 계약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잇따라 위 계약을 약관규제법상의 불공정한 약관으로 보고 무효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예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현재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관계 등에 대해 이를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다. 물론 계약에 있어서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이 존중돼야 할 것이지만 계약의 양당사자가 대등하지 못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현 실정에 비추어 계약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한계와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연예매니지먼트사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 법안 마련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도 500여개의 기획사에 대한 계약서의 불공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착수와 아울러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면서 그 제도화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대형 기획사들마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톱스타의 경우 오히려 기획사가 약자적 지위에서 톱스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정 등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그 입법을 통한 규제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이 주종의 관계가 아닌 신뢰에 바탕을 둔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합리적인 계약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흰 눈 위의 내 발자국

이번 달 내 수술팀 막내는 이제 의사로서 첫걸음을 시작하는 26세된 여자 수련의다. 며칠 전 그 수련의에게 장래 희망하는 전공분야에 대해 물었다. “이제 막 병원 근무를 시작했으니 수련의로서 1년을 지낸 후 결정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대답을 기대한 나에게 그는 놀라운 대답을 건넸다. “암을 전공하는 내과전문의가 되고 싶습니다” 한 때는 사람의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 의사가 될 것을 희망했지만 뇌수술에 동반되는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과 뇌수술 환자에서 종종 남게 되는 신체 장애 등이 부담스러워서 신경외과 의사로서의 꿈을 접었던 나로서는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다른 의사들이 도움을 줄 수 없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도 포기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이 좋아서요. 모교에서 학생실습 때 그런 은사님을 몇 분 뵈었습니다” 암전문의를 희망하는 이유를 묻는 내 질문에 그가 답한 내용이었다. 근래의 의료계에서 나타나는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소중한 생명을 보살피는 분야보다는 전문의를 마치고 나서 여유롭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할 때, 그 수련의의 답변은 내게 신선한 감동이었다. 그날 이후 후배 의사들에게 비춰질 내 모습을 자주 돌아보게 된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회진,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나는 수술, 강의 및 논문 준비로 여유 없는 주말,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내 일상에 혹시 정형외과를 지망하는 후배들이 발걸음을 돌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어떤 영화도, 그 어떤 스포츠도, 그 어떤 휴양지도 아닌 새벽을 깨고 나와 시작하는 아침 회진과 주말 내내 끙끙거리며 마무리한 논문, 늦은 밤 회진에서 만난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환자의 어진 눈 빛이 내 삶을 밝고 시원한 곳으로 이끌고 있음을 그들이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소중한 것을 이루기 위한 땀과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감사의 마음만이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무상한 세월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경계임을 나는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른 새벽, 아무도 밟지 않는 흰 눈 가득한 벌판을 바라보는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대 발자국을 따라 걷는 뒷사람이 잘 못된 길로 가지는 않을까를 마땅히 걱정할 일이다” 서산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요즘 내 마음의 스승이다.

깨끗한 토양, 소중한 삶의 터전

고대 인류문명의 발상지는 큰 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흙의 좋고 나쁨이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토양은 동식물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농작물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등 인간과 자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다.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자나 백자 도자기도 흙에서부터 탄생했다. 요즘 흙의 용도는 다양해 점토 인형 같은 소품, 작은 액세서리, 정수기 필터, 화장품 재료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렇게 소중하고 깨끗한 흙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천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생명과도 같은 깨끗한 토양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쓰레기와 유해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도시는 물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남극이나 심해 바다 밑,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쓰레기와 유해물질로 인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인들이 자주 사용하다가 버리는 쓰레기가 토양 중에서 썩는데 걸리는 시간은 종이가 5개월, 담배필터 10년, 일회용 종이컵 20년, 일회용기저귀 100년, 스티로폼 500년, 유리병 4천년 이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쓰레기로 인해 토양이 한번 오염되면 토양뿐 아니라 지하수도 함께 오염되고, 이를 복원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토양오염을 정화하고 예방하기 위해 도내 지역 중 공장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270여개 지역을 선정해 토양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지점은 유류저장탱크 등 토양오염 가능성이 높은 토양을 채취해 유류, 중금속 등을 검사하고 검사과정에서 오염이 확인되면 즉시 사업주에게 알려 토양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있다. 흙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자연의 어머니이다. 우리가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처럼 흙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흙에서 먹을 것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고,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한 흙 집에서 흙과 함께 평생을 지냈다. 깨끗한 토양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안식처를 제공하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후손들에게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물려주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과 선거법

요즘 말들이 많다. 현 기초의원 선거구제가 중선거구제(선거구별 2~3인 선출)에서 소선거구(선거구별 1인 선출)로 바뀐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당공천제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별생각이 없는데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많은 지망생들은 벌써부터 바뀔 것을 예상해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과 관계된 법은 비교적 관대하게 적용하고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방의회 선거법은 수시로 바꾸는 괴력을 발휘했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발전이라는 대의원칙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듯 하다. 현재의 중선거구제는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 바꾸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행정구역 개편을 공론화하고 있고, 광역단위의 재편과 지방의회의 통합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2014년 선거는 새로운 지방체제에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2010년 한 번 쓰기 위하여 선거법을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다. 또한 소선거구제는 지역간 싹쓸이가 공공연하게 발생될 소지도 있다. 소선거구제로의 회귀는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할지는 몰라도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자는데 목적이 있었지만,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자 눈치보기는 오히려 많은 폐단을 야기하고 있다.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과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는 단체장은 서로간 상생의 원칙에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주된 목적이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인데, 공천권자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단체장에 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대의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시의원-시장-국회의원의 권력카르텔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당공천제가 오히려 역작용이 더 많다면 과감히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그러나 선거구제는 중선거구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기득권을 가진 토착세력이나 자본능력을 가진 유지들의 전유물이 될 소지가 있는 지방의회를 다양한 인물과 정책들로 채우기 위해서는 한 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보다는 여러 명 뽑는 중선거구제가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극복은 나눔으로부터

요즘 미국 주요 방송사의 저녁 뉴스는 시작부터 거의 절반 가량 경제 뉴스로 채워진다. 오바마 정부의 구제 금융에서부터, 자동차 산업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쉴새 없이 경제 위기 관련 뉴스를 내보낸다. 그런데 3월부터 NBC 저녁 뉴스는 ‘다르게 만들기’라는 흥미로운 코너를 방송하고 있다. 이 코너는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나눔의 예를 다양하게 소개하며 다른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며칠 전에는 덴버 시에 새로 오픈한 식당 ‘Same Cafe’가 소개되었다. 이 식당에는 점심 때 메뉴에 식사 가격이 없다. 사람들은 식사비를 낼 수도 있고,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 경제위기에 많은 사람이 실직하여 이 식당에서 무료 점심을 먹지만, 더 많은 식사비를 내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두세 명분의 식사비를 냄으로써 두세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10대 히트 상품의 하나로 ‘기부’를 꼽았다. 날로 진화하는 휴대전화, 강마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함께 기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의미 있는 나눔’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히트 상품인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억만장자의 기부가 아니라 이름 없는 이들의 소액 기부의 확산이다. 기부나 후원을 통해 적은 금액이라도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일반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소액기부 프로그램 ‘100원의 기적’은 4만4천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돌잔치나 회식비를 기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도를 뜯어고치고, 구제 금융을 풀고, 구조 조정을 하는 방안들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에 내 자신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나눔이야말로 공동체를 살아가는 인간을 특징짓는 것이며, 역사의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돈 있는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Same Cafe’의 정신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원동력이 아닐까.

콘텐츠산업 ‘갈택이어’ 하지마라

경기도의 콘텐츠 산업 현황을 조사한 ‘경기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업의 통계조사는 요즘과 같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 현상을 조망해 보고, 국내외적 비교를 통해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그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경기도의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는 경기도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에듀테인먼트, 정보서비스 및 콘텐츠 거래, 중계 등 모두 11개 산업군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경기도 콘텐츠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3조7천억 원, 기업수는 700개, 종사자수가 1만9천894명, 총 수출액이 1억6천374만불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이할 점은 전체 기업의 63.8%에 해당되는 447개 기업이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주요 사업 내용이 콘텐츠의 제작 측면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의 현상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생산기업, 유통망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 소비를 지원하는 정보단말 제조사 등 산업 종사자들 간 합종연횡 및 영역별 상호 진출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서비스, 즉 종합화된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판도라TV는 유선방송사의 프로그램 제공자들과 협력으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삼성전자도 TV나 핸드폰 등을 콘텐츠 유통 채널로 이용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들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는 등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작사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나 능력만으로는 시장 기회를 갖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갈택이어(竭澤而魚)’, 내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생각지 않는 어리석음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산업의 가치사슬 내에 속한 기업,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산업 발전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대기업의 유통망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 그리고 콘텐츠 제작사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접목시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도와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농업은 삶과 자연의 대명사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관객들도 따뜻한 감성 영화를 찾는다. 최근 독립영화 개봉작 중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워낭소리’의 성공 요인들 가운데 하나도 바로 잔잔한 감동에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 ‘Old Partner’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북 봉화 산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최 노인과 40살이 넘은 늙은 소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영화는 평생을 함께한 오랜 동지 ‘소’를 떠나보내는 최 노인의 안타까움이 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최 노인을 통해 삶과 자연을 대하는 농부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 노인은 농약도, 변변한 기계도 없이 마디가 굵어진 손과 불편한 다리에 의지한 채 모를 심고 잡초를 벤다. 평생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바람에 할머니로부터 늙은 소보다 못한 자신의 팔자타령을 연신 들어야 하지만 최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새벽녘에 밭에 나가야 맘이 편하다는 최 노인을 두고 남의 집 살이 하던 버릇이 남아 그렇다고 하지만 단지 그 이유뿐일까. 그는 사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농작물과 이를 키워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안식을 삼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은 생색냄이 없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요란하지 않게 결과물을 토해낸다. 이러한 기쁨은 최 노인과 같이 옆으로 눈길 돌리는 일 없이 묵묵히 자연을 들여다 봐주는 농부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행운이다. 농사를 짓는 일련의 과정은 이렇게 ‘기다림’이라는 겸손을 말없이 가르쳐 준다. 그래서 최 노인은 늙은 소를 헐값에 파는 대신 죽음의 순간에 함께 눈물을 흘려줬는지도 모른다. 며칠 후면 ‘춘분’이다. 마냥 봄 기분을 만끽하기에는 추위도 경기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이 가장 먼저 분주해 진다. 이렇게 그들은 오랜 경제 불황으로 움츠러든 우리들에게 이제는 새 봄을 맞이할 때라고 말없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글로벌 파워

이번 김문수지사가 이끄는 외국기업투자유치단이 미국 동·서부에서 외자유치전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코리아가 어느새 신흥 강국이 돼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삼성이나 LG같은 유수 기업들이 탁월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해외에서 더욱 실감나게 드러나고 있다. 외국기업 CEO들을 향해 투자를 설득하면서 김지사는 항상 경기도내에 삼성과 LG가 있다는 점을 자신있게 강조했다. 삼성이나 LG만 거론하면 거의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삼성이 소니보다 더 세졌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의 신인도를 삼성, LG가 이끌어 가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의 경제위기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외환불안 상황 속에서 그래도 대한민국이 버티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삼성과 LG, 그리고 현대자동차과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유수의 기업들 덕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교테크노밸리에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MOU를 맺은 브로드컴사는 반도체 설계전문회사로써 통신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 가장 많은 로열티를 납부하는 고객 업체가 바로 삼성과 LG인 것이다. 이 회사는 삼성과 LG가 크면 같이 크는 회사다. 그러니 삼성과 LG가 있는 경기도에 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콜컴사도 삼성과 LG와의 관계를 고려해 조만간 투자결정을 할 태세다. 연간 10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에어프러덕스사도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더 많은 매출을 위해 안산에 공장을 늘리는 MOU를 체결했다. 화합물반도체소자의 첨단 업체인 시매테크사도 우리 나노소자팹센타에 10만달러를 제공해가면서 공동기술개발 협약을 맺었다. 캘리포니아 바로 아래 멕시코의 티후안나에 있는 삼성 TV 공장을 방문해보니 디지털분야와 TV, M/S분야에서 각각 33%대 23%, 34%대 26%로 삼성이 소니를 앞선 그래프가 걸려 있었다. 매출은 2002년 19억 달러에서 2008년 53억 달러로 매년 26%의 성장을 기록했다. 현대 인류가 손에 항상 쥐고 다니는 휴대폰과 늘 보아야 하는 TV, 노트북. 이런 세계를 우리가 꽉 장악하고 있다. 이건 꿈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남양주시의 토속·통속 민요는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물줄기와 함께 우리 일상사 곳곳에서 민요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끈질긴 생명력과 함께 맥을 같이해 오고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북한강을 끼고 있는 남양주시는 옛부터 멋과 풍류가 흐르는 고장으로 일노래(노동요:김매는 소리, 상사소리, 그물질소리, 모심는 소리, 풍년가 등) 중심의 생활민요가 많은 지역이다. 민요는 전라남해권역의 남도민요와 충청지방의 중부민요, 오돌또기 등 제주민요, 황해도 해서지방의 서도소리, 서울경기지방의 경기민요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경기민요는 타 지역 소리에 비해 음색이 곱고 높으며, 가사의 내용이 가벼워 따라부르기 쉽고, 흥얼흥얼 하기 좋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2009년 합동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가 일을 하지 않으면 실수도 하지 않는 법이다. 일을 적극적으로 하다가 실수하는 경우는 전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얼마 전 남양주시는 지역민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지역예술인들은 간과하고 이벤트 기획사에 일을 맡겼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써 오고 있는 지역예술인들을 무시하는 행정처리였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일은 이 대통령의 말처럼 열심히 해보려고 적극적으로 하다가 실수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책상앞에 앉아 행정편의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비춰져 지역 예술인들의 원성이 높다. 일본이 버블 경제로 침몰한 1980년대 말, 희망 없이 비틀거리는 일본 젊은이들을 구한 것은 정부 관료나 명사의 말이 아니라 바로 ‘Tomorrow Never Knows(내일은 결코 알 수 없다)’라는 한 곡의 노래였다. 일제의 탄압에 힘겨워 하던 우리의 곁에는 윤동주의 ‘서시’가 있었고, 힘겨운 민초들의 막걸리 한잔에는 항상 ‘아리랑’이 함께 했다. 너나 나나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경제난국 속에 무엇보다 우리 민중들에게 위로가 되고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우리네 구슬픈 가락과 한바탕 웃음이지 않을까.

지혜와 슬기를 키우자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혜와 슬기가 있고, 말과 불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지혜로운 사람, 슬기로운 학생을 키운다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목표와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빌리면 지혜란 미혹(迷惑)을 끊고 부처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힘을 말하고, 슬기란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달아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정확하게 가려내고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리판단과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중요한 척도는 자신이 보는 생각과 판단이다. 이 판단은 자의적이기보다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사실에 근거하고 인간의 양심에 호소하면 더 정확할 수가 있다. 정확한 판단의 준거 자료는 체험과 독서의 양에 비례한다. 사람은 독서와 대화를 통해서 모든 것을 간접 경험하게 되고, 체험을 통해서는 직접 느끼고 인지하며 생각을 키우게 된다. 법관과 의사들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가. 미국이나 달 나라를 가보지 못 했고, 의사가 아니기에 인간의 뱃속을 직접 볼 수는 없더라도,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냄새를 잘 맡고 소리를 잘 듣는 동물이 있다면 개를 열거할 수 있고, 눈이 가장 밝아 멀리 10여㎞까지 볼 수 있고 냄새를 잘 맡아 3㎞ 밖의 오아시스도 알아낼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낙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보고 들을 수는 있지만, 내용을 판단해 대처하는 능력은 인간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산 너머 물속에, 땅속에, 적군의 진지 속에 가보지 않고도 무엇이 있는가를 알 수 있는데 비해 낙타는 아무리 눈이 밝아도 알아내지 못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대의 마음과, 100년 후의 일까지도 예견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생각하는 지혜와 슬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혜와 슬기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독서를 통해 자신의 간접경험을 넓히고, 체험을 통한 직접경험을 하면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과 사고, 대처하는 능력과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세재 평택청북초등학교 교장

교특법 조항 위헌결정 논란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6일 중상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도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뺑소니나 10대 중대법규 위반이 아닌 한 그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7대2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위 위헌결정으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된 운전자라 하더라도 중상해 교통사고를 내면 피해자와 합의가 없는 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로써 그동안 중상해 교통사고를 내고도 ‘보험회사와 알아서 처리하라’는 등의 소극적 대응을 하던 가해 운전자가 피해자와 형사합의 등에 있어서 보다 진지하게 임하게 됨으로써 피해자의 평등권 등 기본권이 향상될 것이다. 또한 난폭운전이 감소되고,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식이 고취돼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될 것이다. 결국 보험료 지급 감소로 보험업계는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 부작용이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중상해의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대검찰청은 수사기관 혼선을 우려해 위헌결정 이후 곧바로 형법 제258조 중상해죄에서의 중상해 적용 판례 등을 준용해 뇌나 주요장기의 중대한 손상 등을 중상해로 보고 그 지침을 일선 검찰에 하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상해’에 대한 판단은 자의적일 수 있어 문제가 있다. 그 외에도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버스나 택시 운전자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처벌할 것인지의 문제, 교통사고 당시에는 경상이었으나 한참 후 후유증이 발생해 중상해가 된 경우의 처벌 문제, 종합보험 가입으로 미처벌 되던 사람들을 처벌함으로써 전과자 양산의 문제, 피해자가 일단 드러눕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취하며 가해자에게 과다한 형사합의금을 요구할 수도 있는 문제, 형사합의금 보전을 위해 운전자보험 가입이나 보험특약 가입 등으로 보험료 지출이 증대될 수 있는 문제, 형사합의금을 노린 신종 교통사고 범죄의 발생 가능성 문제 등이 있다. 결국 국회는 위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조속한 입법을 해야 하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위 입법에 따라 다양한 교통사고 및 피해 유형에 맞게 구체적인 수사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종 판단기관인 법원에서도 교통사고 전담재판부 등을 두고 그 판단을 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과실범인 교통사고범으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

그 마음에 무엇이 있을까?

얼마 전 미국정형외과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인공관절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사안은 의사의 평가에 의한 객관적 지표보다는 ‘본인 만족도’가 치료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채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공관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상황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의해서 삶의 대략이 결정됨을 생각하면, 수술 후 만족도에 대한 강조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 후 환자 만족도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공관절이 제공할 수 있는 본래의 효과(통증감소, 기능회복, 변형교정)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나타나는가는 물론이고, 수술 전 환자가 인공관절에 대해서 기대하는 내용에 의해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환자가 기대하는 내용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배려한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만약 환자의 기대 내용이 치료효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자의 기대가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협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경험하는 환자 불만족의 원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일 때도 많다. 병원 주차장에서 경험한 불쾌한 일이거나진료 대기실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서, 가족 또는 간병인과의 사이가 편치 않아서, 병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아파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등 의학적인 사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는 것들이 표출되어 해소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의학적인 설명을 오래 해 줘도 환자는 만족하지 않는다. 최선의 방법은 환자에게 솔직하게 묻고 그 응어리가 표출될 수 있도록 환자가 말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이다. 10분의 전문적인 설명으로도 열리지 않던 환자의 마음이,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1분을 경청하면서 환하게 밝아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 마음에 무엇이 있을까’를 헤아리는 일은 인공관절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임은 물론 더불어 사는 우리 모두가 챙겨야 할 마음의 화두(話頭)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골프장이 변화하고 있다

골프의 기원은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양을 기르던 목동들이 끝이 구부러진 나뭇가지로 돌멩이를 날리는 민속놀이가 구기로 발전했다는 설과 기원전 네덜란드에서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즐겨하던 콜프(Kolf)라는 경기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국의 경우 근대적 의미의 골프는 1897년 원산의 북부항 해변에 6홀 규모의 골프장이 영국인들에 의해 조성됐는데 일부 상류계층만이 이용하던 놀이였으며, 1990년대에 들어와서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골프장이 고독성 농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환경의 사각지대로서, 부자들만이 이용하는 사치스러운 놀이터로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아름답고 깨끗한 친환경사업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생태계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원래의 모습을 보전하면서 이미 변형된 상태를 환경친화적으로 복원하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골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독성농약은 물론 사용이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오염이 없는 목초액, 미생물제제, 유기질비료 등 친환경농자재 사용을 자율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농약살포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990년초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골프장의 농약 검사를 시작했다. 골프장 농약을 처음 조사할 때에는 무분별하게 농약을 사용한 사례가 많아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농약검사 및 기술지원을 실시한 결과, 수년전부터 골프장에서는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용이 가능한 농약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라 관광, 휴양, 여가활동과 국민건강을 위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나아가 각 지역의 관광명소로서 고용창출과 지역주민을 위한 시민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점점 삶의 여유가 생기고 여가와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골프장이 국민들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농약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무독성농약을 사용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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