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를 시제, 즉 과거 현재 미래란 관점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교육, 정치, 사법, 자치입법, 과학기술, 산업, 예술문화, 지방행정, 언론 등 우리 생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결정짓거나 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각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정책, 작품, 입법, 재판, 기술 등 콘텐츠도 담당자들의 가치관에 따라 과거형, 현재몰입형, 미래지향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과학은 미래지향적이고 사법은 과거를 대상으로 하며 입법은 시제보다는 보편성을, 행정 중 일반행정은 미래형, 준사법행정은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그 속성으로 평가돼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법 행위 중 단죄를 통해 유사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예방 효과와 재범의 가능성 유무만이 미래형 성격이고 나머지 사법 행위의 대상과 목적은 과거 행위와 현상에 대한 법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인 것이다. 국회와 지방의회 등이 주로 행하는 입법은 국민과 주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과 주민의 현재부터 미래의 안전과 풍요를 위해 각종 사회적 약속을 만드는 것으로 미래형이어야 한다. 광의의 행정 중 수사 등 준사법 기능을 제외하면 과학기술 산업 등 경제도 지금부터 앞으로 잘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고 안전관리 등 일반 행정은 물론이고 국방도 안전 및 국방의 대비태세를 강구하는 미래형이며 외교도 미래형이고 환경도 미래형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각 분야의 바람직한 시제가 뒤엉켜 바람직한 대상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방향 자체를 잃은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미래를 계획하고 바람직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구현하기보다는 과거 현상 내지 행동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즉, 과거 사회 현상이나 행동에 대한 정치적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의 평가는 국민이 선거 등을 통해 내리는 것이지 평가 대상인 정치인들이 입법 등을 통해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다. 국회가 과거의 사법의 판단도, 현재의 사법의 판단도, 미래의 사법의 판단도 입법 등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미래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뜻에 전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사법도 과거의 현상이나 행위에 대한 보편적 판단을 넘어 미래의 국회와 행정의 대응을 기대하거나 염려한 판단을 내린다면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위임한 위임의 한계를 넘는 것일 수 있다. 행정이 과거의 행위 등의 진단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당연히 미래를 설계하고 현재를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 행정을 이끌 국민의 대표자 임기가 정해진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은 자명하다. 정치가 미래시제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적다. 우리 정치권과 직업공무원집단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고 경쟁해 그 성과를 토대로 심판인 국민의 판단을 받는 기본구도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정치권 인사도, 직업공무원도 스스로 최종 판단의 주체가 아니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역할로 미래를 설계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10-14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