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탈탈원전, 이념을 걷어낸 행정의 귀환

청년배당은 철저한 성남시 행정이었다. 대상은 성남시 시민이다. 성남시 거주 24세. 돈은 성남시 예산이다. 분기 12만5천원 연 50만원. 권역은 성남시 관내다. 성남사랑상품권 지역화폐. 박근혜 정부가 극구 말렸다. 중앙정치권도 방해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치 행정이었다. 시민이 지지하는 정책이었다. 억제와 방해는 되레 홍보가 됐다. 전국에 배당 붐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권의 데뷔작이었다. 계곡 정비도 철저한 경기도 행정이었다. 대상이 경기도 도민이다. 25개 시·군 200여 계곡. 경기도민에게 보인 결과물이다. 평상 천막 등 1천500개. 경기도가 푼 예산이다. 시·군 지원비 190억원(2019년). ‘식상한 아이템이다.’ 비웃는 시선도 있었다. ‘우리가 먼저 했다.’ 때 아닌 원조 논란도 있었다. 그래도 독하게 2년을 밀고 갔다. 평상 자리에 운동기구가 섰다.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선 친근한 치적이 됐다. 군인 대통령, 정치인 대통령, 기업인 대통령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기 안 들어간다. 일선 행정가였다. 시장(8년)·도지사(4년)가 전부였다. 이걸로 대권까지 밀고 갔다. 낙선했다가 결국 대통령이 됐다. 그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최근의 기관 보고회가 그렇다. ‘기관장 잡도리’, ‘깨알 같은 지적’.... 왈가왈부가 많다. 그런데 논쟁 빼고 보면 다르다. 행정 출신 대통령의 잔소리다. 해봤으니까. 아니까. 이제 ‘탈(脫)탈원전’까지 왔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1.4GW 규모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한다. 0.7기가와트 규모 소형모듈원자로를 2035년까지 도입한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정부안(案)이다. 아직 윤석열 정부가 가동되던 시기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설명했다. “태양광만으로 전력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재인 정부 때와 똑같이 가긴 어려워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은 정치였다. 이견 없이 수용해야 할 가치였다. 송영길 당시 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융단폭격을 가했다. ‘돌출 발언’, ‘신중치 못한 처신’.... 기후운동가 이치선 변호사도 말한다. “탈원전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선은 탈석탄이다. 이걸 토론하기가 부담스럽다. 탈원전 자체가 이데올로기가 됐다”(2019년 1월16일 ‘김종구 칼럼’). 그렇게 봉인됐던 논리란 게 이거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돌려야 한다.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 것이다. 원전의 현재 비중은 30% 수준이다. 이 비중을 유지만 하려 해도 20기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 ‘2050년 이내’라는 레드라인까지 붙었다. 2기 건설 계획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1기 건설하는 데 14년 걸린다. 당장 시작해도 준공은 2040년이다. 이 당연한 걱정을 금기했던 것이다. ‘문재인 가치를 버리고 기업을 택했다.’ 탈원전 측에선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중량감이 있는 선택이다. 틀림없이 대통령의 뜻이었을 것이다. 중앙언론이 추측했다. -손정의, 샘 올트먼, 빌 게이츠.... 그가 만난 기업인들이다. 거기서 미래 전력을 학습한 것 같다.- 경기일보 등 경기 언론의 추측은 다르다. -원전도 행정이다. 수요자는 산업계다. 시원하게 확 도와준 것이다. 시장·지사 때 그랬었다.- 원전은 유익하면서 위험하다. 권할 수 있고 금할 수 있다. 더구나 30년 계속할 사업이다. 당대에 평가를 내릴 순 없다. 그럼에도 이번 ‘탈탈원전’에 붙일 평가 하나는 있다. 원전을 토론의 장으로 확 내린 결정이었다. 필요성도 편히 말하게 해준 결정이었다. 이 결정이 있어서 원전은 훨씬 공정해졌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물(水) 갈등 끝낼 여주시장을 뽑자

사회적 갈등은 국부 손실로 이어진다. 그 손실을 계량화한 연구가 많다. 그중 국무조정실 공식 자료도 있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2024년)이다.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갈등에 기초했다. 2천628조원이다. 한 해 80조원꼴이다. 중요한 게 있다. 정치가 시끄러울 때 이 비용은 폭증했다. 2017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해였다. 그해 환산된 갈등 비용이 1천740조원까지 커졌다. 자료는 유형별 구분도 해놨다. 노동 갈등 약 306조원, 계층 갈등 약 192조원, 지역 갈등 약 43조원, 교육 갈등 약 27조원 순이다. 그런데 이보다 앞에 놓인 갈등이 있다. 이념 갈등이다. 무려 1천981조원으로 환산했다. 전체 2천628조원 중 75%가 이념 갈등 비용이다. 이념 갈등의 태생적 특성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타협 없이 내달린다. 거기 정치까지 올라타면 더 고약해진다. 우리 옆에 그런 갈등이 있다. 4대강 대립이다. 시작부터 ‘정치+이념’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22조원을 쏟아부었다. 반대도 ‘정치+이념’이었다. 환경 문제, 지역 여건 등을 제기했다. 4대강에 16개 보가 설치됐다. 철거하자는 구호를 전면에 걸었다. 양쪽 다 타협은 없었다. 한쪽은 유지·활용으로 달렸고, 다른 쪽은 개방·철거로 달렸다. 이 이념·정치가 여주에서 충돌했다. 4대강 실험장이자 전장(戰場)이 됐다. 그 전투의 충돌 현장이 매회 지방선거다. 민선 여주에는 군수와 시장이 있었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는 군수 시대다. 5기 4명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는 시장 시대다. 3기 3명이다. 4대강은 2010년 선거에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수변 경제 혁명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자연 파괴 초래를 주장했다. 지금도 그대로 이어진다. 한쪽은 ‘지역주민 굶어 죽는다’고 하고, 다른 쪽은 ‘오염 하천 다 썩는다’고 한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2010년은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였다. ‘4대강 시작’이었다. 한나라당 김춘석 후보가 군수됐다. 2014년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였다. ‘4대강 유지’였다. 새누리당 원경희 후보가 시장됐다. 2018년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였다. ‘재자연화’였다. 민주당 이항진 후보가 시장됐다. 2022년은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였다. ‘4대강 활용’이었다. 국민의힘 이충우 후보가 시장됐다. 결과가 이렇다. ‘4대강’ 방향과 선거 결과는 관련 없었다. 어떤 경향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철거 반대 정당’의 시장도 당선됐고 ‘철거 주장 정당’의 시장도 당선됐다. 여주·이포·강촌보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다만 이걸 써먹는 ‘물 정치’가 휘저었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지지자 결집으로 써 먹었고, 민주당은 중앙당 충성으로 써 먹었다. 민심을 왜곡한 구호 정치다. 그 사이 여주는 투쟁의 도시가 됐다. 원래 이런 여주가 아닌데. 30여년 전 여주 남한강변. 텐트마다 삼겹살이 익어갔다. 강물에 비친 신륵사 절벽이 화폭이었다. 그게 좋았다. 지금의 여주 남한강변. 현대식 레저 공간이 넉넉하다. 넘실대는 강물이 강폭을 넓혀 놓았다. 이것도 좋다. 왜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나. 많은 시민은 상생과 절충을 말한다. -고정 수위에 집착 말고 탄력적으로 조절하자. 목적 하나만 보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자. 정부 혼자 말고 여주도 함께 참여시키자.- 이게 그렇게 어렵나. 이념이 지독한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18년 망쳤으면 충분했다. 이제 제대로 된 ‘물 정치’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6월3일 보고 싶다. ‘개방도 토론하자’는 국민의힘 후보. ‘유지도 토론하자’는 민주당 후보. 이런 후보들이 경쟁하는 여주시장 선거를 보고 싶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깡통’ 논란 대장동 민사재판, 앞이 안 보인다

업자들은 수익금을 남겨 두지 않는다. 수사 받을 땐 더욱 당연한 철칙이다. 언론인, 변호사, 회계사들이다. 세상 셈법에 누구보다도 밝다. 대장동이 웅성거릴 때 움직였을 것이다. 수익금 감추기는 그중 첫 과제였을 거다. 시민에겐 ‘꼼수’지만 그들에겐 ‘기술’이다. 김만배, 남욱, 정영학, 그리고 법인. 성남시가 이들의 재산 14건을 확보했다. 법원이 받아준 가압류·가처분이다. 근데 까보니 대부분 깡통이었다고 한다. 예상 못한 변수다. 당장 검찰 비난이 따랐다. 왜 안 그렇겠나. 검찰은 ‘깡통’을 알고 있었다. 수익금이 고급 주택, 빌딩 구입비 등으로 빠져나갔다. 계좌에 173억원만 남아 있었다. 그 인지 시점이 2022년 9월쯤이다. 성남시가 민사소송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다. 금융 자료 공유도 그 즈음일 거다. 그런데 ‘깡통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다. 앞서 정성호 법무장관이 ‘민사 협조’를 말했다. 국회에서 한 공개 발언이다. 장관의 진정성도 공격받고 있다. 검찰의 반박 설명을 보자. -보전 처분할 때 보전하고자 하는 액수와 실제 집행되는 재산의 가액이 불일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남 도개공 측에도 (집행 내용을) 모두 공유했다-. ‘범죄수익금 빼돌리는 건 일상인데 그것도 몰랐느냐’로 들린다. 시민 듣기에 불편하다. 그동안 가압류·가처분 기사가 성남발(發)로 계속 나갔다. 말해 줄만 한데 말해 주지 않았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협조를 거부하든지. ‘공유 못하겠다’고. 신상진 시장은 소송에 단호하다. 범죄수익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정의가 선다”고 강조했다. 그 첫 번째 절차가 범죄환수금 담보다. 가압류·가처분으로 돈을 묶는 거다. 시가 계산한 금액만 5천673억원이다. 검찰 추징 보전 청구액보다 많다. 아파트 분양 수익까지 평가 금액에 추가로 넣었다. 가압류·가처분 진행 상황도 일일이 공개했다. 신 시장이 직접 ‘언론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많은 시민이 잘 돼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이러다 튀어나온 ‘깡통계좌’다. 그런데 여기에는 성남시의 잘못도 있다. 검찰을 믿었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이다. 거기 부당이득금 포기도 있다. 법무장관은 그 결정에 영향을 준 당사자다. 성남시가 소송으로 그 돈을 찾겠다고 나섰다. 성남이 민사에서 이기면 검찰은 망신이다. 이런 소송을 검찰이 응원하겠나. ‘함께 이기자’며 동참하겠나. 처음부터 두 기관은 방향이 달랐다. 그래서 검찰에 대한 신 시장의 분노는 어색하다. 차분히 보자. 깡통계좌가 큰일은 아니다. 가압류·가처분은 사전 절차다. 본(本)판결을 담보할 뿐이다. 통장 잔고 ‘0원’이든 ‘수천억원’이든 본안 재판은 쭉 간다. 문제는 과정을 너무 공개한다는 거다. ‘몇 천 억원 확인’ 또는 ‘법원 가압류 결정’.... 대단한 실적이나 되는 것처럼 공개했다. 그러다 보니 ‘깡통계좌’가 주는 실망감도 커 버렸다. 본안 소송이 끝난 것처럼 됐다. 이익금 환수가 물 건너 간 것처럼 됐다. 역풍을 자초할 측면이 있다. “민사소송이 희망고문 되면 안 된다.” 지난해 12월18일자 ‘칼럼’에 썼다. 처음에 변호사 선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맡겠다는 법무법인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유를 추측해 적었다. -형사재판을 뒤집어야 한다. 소송 기간이 길 것이다. 행정력 협조가 어려울 것이다. 정치권에 휘말릴 것이다.- 그 추측이 한 달도 안 됐다. 생각보다 빨리 ‘엉뚱한’ 한계가 닥쳐왔다. 검찰 비협조, 계좌 분석 한계, 재판 담보 실패, 장관 정치적 논란.... 무려 ‘25만쪽’이란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 기록이다. 검찰이 이걸 부정하고 져 줬다. ‘25만쪽’을 역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 짐을 성남시가 자처했다. 정의 실현 의지에 동의한다. 소송 수행 현실이 걱정이다. 시(市) 누군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다.

[김종구 칼럼] 용인 반도체를 도지사 공천과 바꾸려 하나

2010년 당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다. 인텔이 13.3%를 점유해 1위다. 삼성전자가 9.2%로 2위다. 6위에 하이닉스가 있다. 점유율 3.4%. 문제가 생겼다. 도입하려던 구리 공정 체계가 환경부에 부딪혔다. 19조원 투자가 막혔고 4만1천개 일자리 창출이 멈춰섰다. 하이닉스는 기업이다. 던져볼 강수가 없다. 그때 지역민과 지자체가 나섰다. 경기도민과 경기도가 있었다. 도민결의대회, 도민서명운동, 도민공청회.... 그런 싸움이 두어 해 갔다. 결국 경기도민과 경기도가 이겼다. 구리 공정을 허용하는 개정을 얻어냈다. 소원하던 공장 증설이 가능해졌다. 도지사 성명이 나왔다. 거기 이런 말이 있다. “이제 하이닉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점하게 될 것이다.” 말이 맞았다. 2025년의 SK하이닉스는 세계 리더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다. 경영과 근로자가 만든 역사다. 도민과 도지사가 거든 역사이기도 하다. 2026년. 그 하이닉스를 건드린다. 삼성전자도 함께 흔든다. 운은 대통령이 뗐다. “(도지사 때 유치했는데) ‘왜 그랬지’ 싶다”. 장관이 넘겨받았다. “전기가 많은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전북지사 후보자가 화답했다. “새만금에서 18개월 안에 필요한 전력을 즉시 공급할 수 있다.” 착착 맞아간다. 경기도민에겐 난데없다. 용인시민은 분노한다. 왜 안 그렇겠나. ‘공정률 70.6%’다. ‘보상 절차’도 개시된 산단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조용하다. 조용하면 안 되는 곳도 조용하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들이다. 경제부총리, 최다선, 젊은 피, 대통령 측근, 3선 시장 출신.... 다 능력을 자부한다. 상황 판단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가 바뀌도록 침묵하고 있다. 비명계 양기대 전 의원이 ‘난 반대다’고 했다. 이어 현직인 김동연 지사도 반대를 말했다. 나머지 ‘유력 후보들’은 지금까지 침묵이다. 공천 때문 아니겠나. 청와대 눈치 보기 아니겠는가. 꼭 반대하라는 것도 아니다. 찬성해도 괜찮다. 찬반에는 답이 없다. 소신을 공개하면 된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 된다. 경기지사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경기 유권자 1천100만명, 용인 유권자 92만명에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어차피 경기지사는 싸우는 자리다. 상수원 규제, 접경지 규제, 공장 규제, 환경 규제.... 온통 싸울 일만 있다. 우군도 없고, 정당도 없다. 2010년 역시도 ‘같은 당’ 대통령과 도지사 싸움이었다. 싸울 자신 없으면, 그래서 벌써 입 닫은 거라면 경기지사 출마 안 하는 게 낫다. 야당인 국민의힘에도 경기지사 후보가 있다. 답을 못 내기는 여기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억지로 균형을 맞춰갈 일은 아니다. ‘반도체 이전설’의 출발은 정부 여당이었다. ‘대통령—정부—여당’의 흐름으로 불거졌다. 지금 기름을 붓는 것도 민주당이다. 소신을 말해야 할 건 민주당 후보들이다. 도민이 궁금한 것도 민주당 후보들의 생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말했다. “전압과 주파수가 미세하게 흔들려도 멈춘다. (새만금) 태양광은 안정도가 떨어진다”, “엔지니어들이 꼽는 결격 사유는 지반이다. 새만금은 갯벌을 메운 매립지라 지반이 무르다”, “팹 건설이 하루 지연 될 때마다 70억원의 기회 비용이 발생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쪼개기가 아니라 연결이다”. 경기도 정서를 대변했다. 전북 눈치 안 봤다. 과학으로 접근했다. 정치언어와 많이 달랐다. 싸워야 할 땐 싸워야 하고 말해야 할 땐 말해야 한다. 그게 경기지사의 조건이다. 지금은 ‘경기도 반도체 사수’의 시간이다. 산단 이전론과 싸워야 하고 도민 분노를 말해야 한다. 이 조건에 가장 가까이 간 것, 그것이 이준석의 말과 논리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성남시의 대장동 쟁송, 희망고문 아니어야

쟁송(爭訟)을 시작하자 소문이 돌았다. 대형 로펌들이 수임을 거절한다는 거였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는데. 신상진 성남시장이 한 말이 있다. “대형 로펌들이 등을 돌려도 성남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수임 거절 소문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 성격 자체가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한다. 사실 관계 조사, 관련 절차 수행, 전문 인력 구비.... 하지만 사건이 복잡하면 수임료도 높아진다. ‘복잡해서’가 거절 이유는 아닐 것 같다. 잘나간다는 로펌이라야 손꼽힌다. 많은 로펌에 ‘대장동 손’이 닿아 있다. 이를테면 태평양(김만배), 광장(남욱), 화우(정영학), YK(유동규) 등이다. ‘법조계 마당발’ 김만배씨의 인맥은 이외에도 넓다. 힘 있는 로펌을 선점당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이유로는 약하다. 2025년 5월 기준 대한변협 회원 변호사만 3만7천252명 아닌가. 그렇다면 남는 건 승산(勝算)에 대한 부담이다. 패소로 인한 명예 추락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어쨌든 신 시장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범죄수익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원칙을 세울 때 비로소 정의가 바로 선다.” 원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쟁송’의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민간 업자들을 대상으로 14건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이 중 7건이 인용됐고, 5건은 담보제공명령을 받았다. 화천대유 김만배씨 재산 3건에 대해서도 담보제공명령을 받았다. 이 명령은 법원이 신청인에게 지우는 부담이다. 공사가 패소했을 때를 전제하는 조건이다. 이렇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막아 놓은’ 자금이 엄청나다. 김만배씨 재산 4천100억원, 남욱 변호사 420억원, 정영학 회계사 649억원.... 전체 가액이 5천173억원이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요구했던 범죄수익 추징금은 7천886억원이다. 1심 재판부가 그중 473억원만 인정했다. 그 결과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나머지 추징금 7천400억원을 다퉈볼 기회가 사라졌다. 그 ‘기회’를 성남시가 살려 냈다. 이제 챙겨볼 건 두 가지다. 하나. 어떻게 끝날까. ‘환수 가능’ 주장이 있다. “애초 검찰이 산정한 대장동 사건 범죄수익에 대해선 민사소송으로 환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11월12일). 주로 민주당 논리다. ‘환수 불가능’ 주장도 있다. “민생에 쓰여야 할,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그 엄청난 돈을 범죄자들에게 돌려준 심각한 범죄다”(판사 출신 국민의힘 대표·11월19일). 주로 국민의힘 논리다. 성남시는 ‘민주당 논리’를 기초 삼고 있다. 둘. 언제 끝날까. 민사에 정해진 기간은 없다. 단순 사건이면 1심에 1년 정도다. 항고(抗告) 땐 수년 걸린다. 대장동 소송은 복잡하고 방대하다. 여기에 끝을 알 수 없는 형사 소송이 앞에 밀려 있다. 몇 년이 걸릴지 가늠조차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에는 더더욱 지난하다. 4년 단위로 쪼개는 시장 임기가 있다. 선거 결과로 매겨지는 시간이다. 이번 쟁송의 주체는 신상진 시장이다. 그의 임기가 곧 쟁송의 실질적 시한이다. 그 시한을 알 수는 없다. 궁금함은 풀리지 않는다. 대형 로펌은 왜 안 맡으려 했을까. 대장동 업자들이 선점해서? 아닐 것이다. 세상에 변호사는 많다. 사건이 복잡해서? 아닐 것이다. 간단했다면 변호사에게 가지도 않는다. ‘전지적 변호사 시점’으로 보자. -이미 형사재판에서 절반이 끝났다. 환수 가능성은 없다. 정치만 넘실댈 것이다. 재판 수임이 아니라 정치 수임이 될 수 있다. 수임해야 할 실익이 없다-. 어쩌면 이게 성남시 환수 쟁송의 본질일 수 있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50억’ 부천FC의 감동, ‘160억’ 수원FC의 실망

정식 명칭은 ‘부천FC1995’다. ‘1995’가 눈에 들어온다. 창단이 2007년이니 이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한(恨)인 것 같다. 부천은 축구의 본고장이었다. 유공 코끼리, 부천SK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이전설이 돌았다. 시민들이 매달렸다. 삭발투쟁으로 막았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논리는 냉정했다. 2006년 떠났다. 그게 지금의 제주유나이티드(SK)다. ‘1995’는 부천 SK가 처음 자리 잡은 해다. 그 한을 ‘1995’에 담은 부천FC다. 모기업 없는 시민구단이다. 열정과 희망으로만 버티기 고되다. 예산이 K리그2에서도 최하위권이다. A급 선수 영입은 생각도 못한다. 외인 용병 수입도 흉내만 낸다. 육상 트랙으로 격리된 운동장을 쓴다. 로커룸·선수 대기실도 리그 평균 이하다. 전용 클럽하우스도 없고, 훈련장도 빌려 써야 한다. 이런 부천FC1995를 두고 하는 축구계의 말이 있다. ‘언제 해체돼도 이상할 것 없는 팀’. 이랬던 팀이 감동의 역사를 썼다. 창단 19년 만에 K리그1에 승격했다. 한참 선배 시민구단인 수원FC를 꺾었다. 1, 2차전을 함께 뛴 부천시민들이었다. 부천운동장과 수원운동장을 오가며 열광했다. 감독, 선수, 시민이 모두 얼싸안았다. ‘49억원’짜리 구단이 만들어낸 역사다. 어떤 구단은 선수 한 명 영입하는 데 50억원을 썼다. ‘린가드’ 한 명도 못 살 부천FC1995다. 이들이 풀어 낸 30년 한이다. 더없는 감동이다. 이제, 수원FC 데자뷔로 가 보자. 2015년 가을 부산 구덕경기장. 그때 감동은 수원FC였다. 시민구단 최초의 1부 도전이었다. 상대는 1부 명문 부산아이파크. 6천135명이 입장했다. 그중 눈에 띄는 응원단이 있었다. 리얼크루(당시 서포터스)와 함께한 수원시민 1천명이다. 전세버스로 부산까지 5시간을 달려갔다. 한 골, 또 한 골. 1천명의 함성이 5천명을 압도했다. TV중계진도 말했다. ‘수원시민, 정말 대단합니다.’ 이겼다. 최초의 시민구단 1부 승격이었다. 조덕재 감독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런 응원 열기가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실망시킬 수 있나.” 선수단 감동은 시민 감동도 이끌어냈다. 홈페이지를 채운 릴레이 시민 후원이다. 해장국집 사장님 5만원, 체육사 사장님 10만원, 평범한 직장인 3만원.... 수원시도 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그해 50억원으로 겨우 꾸려온 살림이었다. 지원예산 대폭 증액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시의회도 기꺼이 동의했다. 2016년 91억원, 2020년 130억원, 2024년 157억5천300만원, 그리고 2025년 162억5천700만원. 부족하기는 여전하다. 그래도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 중에는 가장 큰 규모다. 이제 스타 출신의 단장·감독도 왔다. 몸값 제법 나가는 선수도 쓴다. 그런데 그 팀이 이런 결과를 냈다. 30년 축구 한 앞에 무너졌다. 49억원 예산 앞에 무너졌다. 홈 경기까지 무너졌다. 더 없는 실망이다. 10년 전 부산 경기장을 묘사한 글이 있다. -경기가 0 대 1에서 추가 시간에 접어들었다. 부산 서포터들이 걸개를 걷어냈다. ‘Pride of Busan’도 뜯겨 나갔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물병이 날아들었다. 구호가 이어졌다. “부산 아이파크, 나가 뒤져라. 나가 뒤져라.”-(칼럼 ‘서호정의 현장’ 중에서). ‘감동’이 축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겠다. ‘성적에서 감동을 찾는 게 잘못인가’, ‘내 보일 다른 감동은 있었나’. 전술 고착, 색깔 부재, 영입·방출 오판, 신뢰 상실, 육성 실패, 경쟁 실종.... ‘차원 높아 보이는’ 논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논제의 종착은 성적이다. 많은 시민이 그 ‘성적 부진’을 묻는 것이다. 답을 내놔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직을 내놓든가.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세종대왕, “(종교) 급거히 개혁하려 들지 말라”

두박신 사건. 사이비 종교였다. ‘두박’은 사람 넘어지는 소리다. 옛날에 참형당한 장수와 재상의 혼을 소환했다. 그들의 이름을 적어 나뭇가지에 걸었다. 백성들이 놀라 종이와 베를 내놓았다. 강유두, 박두언, 최우 등이 만들었다. 밑바닥에 반정부 저항이 흘렀다. 고려조 충신들에 대한 동경이었다. 국법에 강유두는 교형에 처해져야 했다. 박두언·최우는 장 100대, 유배 3천리가 맞았다. 대신들이 임금에게 법대로 엄벌을 청했다. 임금이 대답했다. “그 정상을 생각해 보면, 화(禍)를 두려워하고 복을 받으려고 귀신에게 기도한 것뿐이었다. 또 한재(旱災·가뭄 재해)를 당해서 차마 중하게 죄 줄 수 없어서, 장차 경한 죄로 감해서 시행하고자 하니, 여럿이 의논하여 아뢰라”(세종 18년 5월28일·1436년). 시왕도 사건. 한양 바깥 사찰에서 유행했다. 죄인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그림이다. 몸에 못 박는 모습, 오장육부 끄집어내는 모습, 끓는 물에 빠져 있는 모습.... 10개 지옥 모습이 끔찍했다. 겁먹은 백성들이 구원을 위해 재물을 바쳤다. 사간원이 임금에게 고했다. “간사한 승도들이 생업으로 백성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백성의 폐해가 이 그림에서 연유됩니다. 그림 둔 사찰을 불태우거나 헐어 버리게 하고... 죄를 주게 하옵소서.” 임금이 대답했다. “(승도들의 처벌을) 윤허하지 아니한다”(세종 22년 1월25일· 1440년). 불교 혁파 청원. 집현전 제학 윤회가 상소문을 올렸다. “불씨(佛氏)가 심하였다고 하는 것은, 이적(夷狄)의 풍속으로 사민(四民)의 밖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궁곤에 빠지게 하여 도적질하게 만들었으니, 그 죄가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백성들이 굶다가 죽는 것은 보았어도, 승려들이 굶주려 죽는 것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날마다 방자하게 속이고 꾀어서 백성들의 고혈만 녹이니, 신 등은 이리하여 마음 아프게 여기는 바입니다.” 임금이 대답했다. “불씨의 법이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어 급거히 한번에 다 개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세종 6년 3월8일·1424년). 세종은 너그러운 애민 군주였다. 백성을 보듬는 왕이었다. 하지만 국법 집행에는 추상 같았다. 조선 시대 왕이 27명이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왕이 바로 세종이었다. 400명 이상의 죄인을 사형시켰다. 사지를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도 60명에 달했다. 조선은 유교에 기반한 나라였다. 억불(抑佛)은 조선 개국의 유지였다. 숭불(崇佛)은 국정에 반하는 거였다. 사이비 종교 처벌은 더 엄했다. 민심을 교란시키는 중범죄였다. 하지만 세종의 접근은 사뭇 신중했다. 종교의 출발을 민심에서 찾았다. ‘가뭄이 심하니 복을 빌었던 것이다’, ‘민가에 오랜 세월 뿌리 내린 신앙이다’.... 종교의 기능을 국정 불만의 발현으로 봤다. 피로 물들인 역성혁명의 조선조다. 그때까지 고려에 대한 향수가 만연했다. 역모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불안한 여론을 누르지 않고 보듬어 달랬다. 종교의 역사를 정치보다 위에 놨다. 섣불리 개혁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시왕도를 그렸던 승려. 사간원 주장은 참형. 세종은 덮어두라 했다. 두박신을 만든 강유두. 국법의 규정은 교형. 세종은 감형하라 했다. 만일 참형과 교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실록에는 종교 탄압의 예로 남았을 거다. 읽기 불편한 부분으로 여겨졌을 거다. 세종은 그러지 않았다. 시공을 초월하는 울림을 남겼다. 600년 지난 지금도 어색하지 않을 ‘하교’를 내렸다. 종교 문제 처리에서조차 확인되는 세종대왕의 성군스러움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도지사선거, 마이너리거들의 ‘喪家 반란’

박정 의원이 혼잣말처럼 했다. “수원 왔으니까 담판을 지어야겠어.” 파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다. ‘李氏 喪家’에 문상차 들른 길이다. A시장, B시장도 합류했다. 언론인도 여럿 있었다. ‘요란한’ 애도(哀悼)가 끝날 때 던진 말이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이내 일어섰다. 자리에 있던 동석자들도 같이 따라 나섰다. 밤도 늦었는데 어디로 향했을까. 나중에 알았다. 담판 상대는 염태영 의원이었고, 담판 의제는 경기지사 출마 여부였다. 상가 밖 상황은 전언(傳言)으로 옮겨 본다. -수원 모처에서 염 의원과 만난다. A·B시장, 지역 정치인들이 있다. 도지사선거 출마 여부를 얘기한다. 한참 얘기 뒤 이런 제안이 나온다. ‘염태영, 박정, 권칠승, 강득구 포함해 단일화 하자’, ‘심판은 김영진 의원으로 하자’. 시한까지 ‘연말’로 제시된다. 다들 환하게 웃고 헤어진다.- 여기까지가 10월18일 얘기다. 중앙당은 모르는 ‘상가 반란’의 전모다. 신문에는 이날 밤 모의가 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저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게 저들은 마이너리거다. 메이저리거는 중앙에 있다. 현재 민주당을 지배하는 별들이다. 6선 추미애 법사위원장, 친명 측근 김병주 의원, 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높은 별인지는 모르겠고, 저 멀리 떨어진 별은 맞는 거 같다. 모두가 중앙에서 몸집을 키웠다. 언론 비중도 중앙이 크다. 이런 중앙 언론과 중앙 정치가 고착시켜 온 구도다. 이 구도에서 ‘이씨 상가’ 정치인들은 마이너리거가 맞다. 이게 정치 현실이잖나. 경선은 정치고, 정치는 권력이다. 권력은 중앙에 있고, 거기 중앙 정치가 있다. 그런데 이건 경기지사선거다. 도백(道伯)의 조건에 중앙 정치가 있나. 이인제, 임창렬,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김동연.... 경기도 정치인들이었다. 안양·광명·부천·수원이었다. 성남시장 출신 지사도 있었다. 잘했다. 경제부총리 출신도 두 명 있었다. 다 잘했다. 세계를 돌며 100조 투자 끌어오는데, 무슨 중앙 정치가 필요한가. 한번 보자. 염태영 시장은 전국 최대 수원시 3선 시장이다. 최고위원도 했고, 경제부지사도 했다. 박정 의원은 파주에서만 3선이다. 경기도당 위원장도 했고 경기 북부 350만명의 대표다. 권칠승 의원도 화성에서 3선이다. 경기도의원을 했고, 장관까지 했다. 강득구 의원은 안양의 재선 의원이다. 도의원도 했고, 부지사도 했다. 예습(豫習) 없이 즉시 도정에 투입될 재원들이다. 경기도 직제표 외우다가 4년 허송할 낙하산과는 다르다. 이런 재원들을 떼어 놓고 있다. 군소 후보라며 밀어내고 있다. 하도 들으니 이제 그런가 싶다. 시종일관 불공정 게임 아닌가. 스포츠였다면 진작에 무효감이다. ‘상가 반란’을 응원하는 이유다. 박정의 경기도, 염태영의 경기도, 권칠승의 경기도, 강득구의 경기도가 펼쳐질 경선을 보고 싶다. ‘난데없는’ 낙하산들의 급조된 경기도보다 훨씬 촘촘할 거다. 당(黨)도 막으면 안 된다. 막을 필요가 없다. 작은 경선이 있어야 큰 경선이 성공한다. 빈약한 공약을 풍성하게 채워갈 수 있다. 떠났던 도민을 구석구석 긁어 모을 수 있다. 전례가 없다지만, 그래서 더 경기도 민주당이 시도해볼 만한 거다. 염·박·권·강.... 모두가 도청을 보고 있다. 많은 도민도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할 무대를 안 준다. 그러니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거다. 응원하는 도민은 많다. 내 동네 인재를 내 동네 도지사로 만들고 싶다는 민심이다. 여론 조사도 좋고, 토론 대결도 좋고, 담판 합의도 좋다. 어차피 조용히 갔을 때 승률은 ‘0%’다. 이를 흔들어 볼 마지막 수가 ‘마이너리거 경선’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고령의 급발진 핑계, 안 듣고 싶은데...

내가 조수석에서 하는 말이다. “앞차와 너무 가깝다.” “속도가 너무 빨라.” K가 앉으면 이런 말을 한다. “속도가 너무 느려.” “다른 차가 끼어들잖아요.” 그제는 내가 말을 바꿔봤다. “내 속도의 기준이 60대였다.” “너는 그냥 20대 속도로 달려라.” 스물 아홉 K가 의외라는 표정이다. “내 입장에서 말해주시니깐 좋아요.” 아들의 칭찬은 아빠를 춤추게 한다. 우쭐대며 부탁 하나를 던졌다. “평소보다 2m만 거리 두자. ‘효도 거리’.” 잘 안다. 녀석은 따르지 않을 거다. 나도 저 땐 막 달렸다. 그게 20대 속도였다. 이제는 못한다. 인정하고 말고 없다. 세상이 고령 운전자 능력을 정의했다. 하나, 시력이 저하된다. 야간 시야 감소, 사물 인지 저하, 주변 시야 축소.... 둘, 청력이 저하된다. 경고음 지각 지연, 후방 접근 차량 인지 지연.... 셋,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반응 속도 저하, 손발 조작 능력 둔화, 목 허리 회전 제한.... ‘나는 괜찮다’고 토 달아야 부질없다. 브레이크 반응 속도(Reaction Time)라는 게 있다. 유사시 생명을 좌우하는 반응 속도다. 20~50대 평균이 0.7~1.0초다. 65세 평균은 1.2~1.5초다. 0.5초 차이다. 좀 소름 돋게 설명해보자. 시속 60㎞에서 이 차이면 8m를 더 가야 한다. 그 8m 안에 장애물은 그냥 치고 간다. 혹시 그 장애물이 사람이라면.... 그 기준 나이가 가차 없다. 65세. 나라가 65세 되면 면허증도 반납하라고 한다. 10만원 교통카드와 바꾼다. 괜히 에둘렀다. 하려는 말은 급발진이다.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정말 듣기 싫다.’ 억울한 측면을 안다. ‘급발진 주장’ 통계다. 2014~2024년 6월까지 456건이다. 거기 연령대 분포가 이렇다. 20대 1.8%, 30대 7.6%, 40대 20.2%, 50대 27.3%, 60대 30.8%, 70대 11.6%, 80대 0.8%다. 50세 이하가 56.8%다. 60대 이상은 43.2%다. 젊은 층의 급발진 주장이 더 많다. 세상은 고령자 급발진 주장이 전부처럼 말하는데. 억울해 할 수 있다. ‘60, 70대가 봉이냐.’ 그런데 여기엔 착시가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 비중을 보면 달라진다. 60대 이상이 32%다. 50대 이하는 68%다. 50대 이하가 60대 이상의 두 배다. 그런데 급발진 주장은 비슷하다. 무슨 얘긴가. 60대 이상의 급발진 주장율이 두 배인 거다. ‘60·70대 운전자’로 시작하는 ‘급발진 주장’ 보도가 괜한 게 아니다. 여기에 일부 대형 사고가 남겨 놓은 선입견도 있다. 부천제일시장 시민 21명 사상 질주(67세), 서울시청역 행인 9명 사망 역주행(69세).... 대형 사고 때마다 ‘고령 운전자’의 일성이 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앞서 본 396건을 다 조사했다. 단 한 건도 급발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일단 ‘급발진’을 던지고 보는 것이다. 이래서 얻어지는 게 뭐가 있다고. 본인은 감옥 가고 패가망신한다. 여기에 애먼 고령자들에까지 멍애를 씌운다. 사고 때마다 고령자 운전자 옥죄는 대책이 강화된다. 고령자 면허 갱신 단축(3년), 고령 운전자 교육 신설(1시간).... 그래서 듣고 싶지 않다. 전부터 쓰려고 했다. 그런데 못 썼다. 고령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써도 될 나이가 됐다. 이렇게 결론 내려 했다. ‘운전대를 놓자. 그것도 고령의 멋이다.’ 그러나. 이렇게 못 쓸 현실을 본다. 운전이 생계인 고령 운전자다. 그들은 운전해야 산다. 폐지 모아야 살고, 용달 몰아야 산다. 이런 고령 빈곤에 손도 못 대는 나라다. 어떻게 ‘운전대 놓자’고 제안하겠나. 오늘 결론은 그냥 열어 두고 끝내자.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항소 포기가 개봉한 판도라, 업자들의 ‘입’

대장동 재판. 민간업자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었을까. 첫째, ‘징역 덜 살기’ 아닐까 싶다. 모든 피고인들이 갖는 희망이다. 그래서 비싼 돈 주고 변호사도 선임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죄를 받는 것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게 네 가지다. 특경가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김만배·유동규의 뇌물, 유동규·남욱의 뇌물. 네 건 모두 검찰은 ‘승복 못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항소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불이익변경을 금지한다. 이제 1심 무죄가 최종 무죄로 됐다. 돌아보면 1심 판결 반응이 묘했다. 국민의힘이 환영했다. 이재명 대통령 유죄가 유력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환영했다. 이 대통령 무죄가 확실하다고 했다. 같은 판결문에 내려진 서로 다른 해석이다. 필자는 ‘판결문에 이재명 유무죄는 없다’고만 논평했다. 판결문 위력이 항소 포기로 터져 나왔다. 핵심 혐의가 전부 무죄로 끝났다. 어쩌면 ‘형이 과하다’는 항소심까지 나올 수 있다. 배임죄 폐지로 곧 출소할런지도 모른다. 둘째, ‘추징금 덜 내기’ 아닐까 싶다. 기업인 입장에서 당연하다. 감옥에 가도 기업은 지키려는 게 기업인이다. 당초 검찰이 요청한 추징금이 7천814억원이다. 부당이득의 규모였고 그래서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됐다. 1심 재판부가 이걸 인정하지 않았다. 부당이득이 맞는데 액수는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 포기로 이 특경가법상 배임죄 다툼은 끝났다. 같은 논리로 7천여억원의 추징도 끝났다. ‘대장동 재벌’의 귀환이다. 냉정히 봐야 할 반론은 있다. ‘7천억 추징 불허’는 판결이다. 1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2심과 3심은 미래의 재판이다. 지금은 결과를 알 수 없다. 추징 없이 끝날 수도 있고, 추징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검찰이 포기한 것은 ‘7천억원’이 아니다. ‘7천억원을 추징할 기회’다. 하지만 이렇게 넉넉히 봐줘도 검찰의 행위는 변칙이고 반칙이다. 미래 판결을 구하는 것이 검찰의 본질이다. ‘미래 판결 포기’는 곧 검찰권 포기다. 와중에 업자들만 재미 봤다. 검찰의 선물은 ‘징역 —α’와 ‘재산 +α’다. 이제 관심은 ‘입’이다. 업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느냐 여부다. 진술 번복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몰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들었다”,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남욱씨의 바뀐 진술이다.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 정영학씨의 바뀐 진술이다. 구속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도 말했다. 이것만으로도 김용·정진상 재판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그 폭로가 더 독해질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의 특징이 있다. 현금 뇌물이라 물증이 없다. 배임의 단서도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진술 의존도가 높다. 지금까지는 그 진술을 검찰이 주도했다. ‘징역’과 ‘추징금’이 무기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검찰이 버렸다. 손발 묶인 검사를 자청했다. 중형 구형할 검사도 없앴고, 추징금 요청할 검사도 없앴다. 업자들 ‘입’이 열릴 4년 만의 시간이다. 대장동 사건을 뒤흔들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다. 뭐라 할 거 있나. 이 또한 피고인의 권리다. ‘말 바꾸기’란 표현 자체도 왜곡이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 누가 알겠나. 그래서 ‘대장동’이 바쁜 것이다. 서로 살아야 하니 바쁜 것이다. 그런데 오직 검찰만 다르다. 항소라는 유일한 권한을 버렸다. 피고인들에게 선물을 떠안겼다. 형량 감경의 희망을 줬고, 재산 보전의 이익을 줬다. 이래 놓고 검찰끼리 막 싸운다. 누군 나간다며 화내고, 누군 나가라고 화낸다. 보기 안타깝다. 대한민국 정의를 말하던 검사들.... 검사 독립을 자부하던 검사들.... 적어도 그날 밤 거기에 그런 검사는 없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카카오 무죄’가 ‘김용 무죄’에 희망 줬을까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씨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크기로만 따지면 사회면이 딱 맞다. 그런데 이게 1면 주요 기사로 배치됐다. 무죄를 선고하며 판시한 내용 때문이다. 공소사실은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였다. 김씨는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다. 제3자 진술이 검찰 쪽이었다. ‘(김범수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 이 진술을 판사가 인정하지 않았다. ‘별건 조사를 했고,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므로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명확하다’. ‘서랍 속 공소사실’이란 말이 있다. 기소 않고 ‘겁만 주는’ 범죄 사실이다. ‘진술’과 ‘처벌’을 맞바꾸는 수사 기술이다. 플리바게닝 또는 리니언시로 풀이된다.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는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반칙이다. 검찰이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안 됐다. 그래도 수사 현실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바로 이 ‘기술’을 지적한 김범수씨 판결이다. 판사가 직접 ‘리니언시’를 언급했다. “수사가 진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굳이 1면으로 튀어나와도 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심리적 압박 상태에서의 진술은 인정할 수 없다. 이 진술이 유력 증거라면 그 사건은 무죄다.- 많은 이들이 이 법리를 대입했다. 대입했을 거 같다. 윤석열 검찰에서 기소된 ‘이재명 관련’이다. 이재명 야당 대표를 정점에 둔 재판들이다. 중심에 대장동 재판이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기소됐다. 측근들도 줄줄이 엮여 있다. 그중 가장 앞서 가는 사건이 있다. 김용씨 재판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징역 5년이 선고된 상태다. 공소장 속 뇌물 전달자는 유동규씨다. 돈을 받은 수수자는 김용씨다. 유씨는 ‘줬다’고 하고, 김씨는 ‘안 받았다’고 한다. 물증 없는 뇌물 사건의 전형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남욱·정영학씨 진술이다. 돈 만들고, 전달했다는 사람들이다. 항소심은 이들 진술에 신뢰를 두고 있다. “유동규에게서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나머지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찾을 수 없다.” 그랬던 남·정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몰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들었다”,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남씨의 최근 진술이다.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 정씨의 최근 진술이다. 두 사람 주장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구속 수사 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말한다. 실제로 둘은 600억, 1천억 배임 사건 피고인이다.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했다.’ 카카오 김범수 판결문 속 논리다. 김용 측에서는 번복된 진술을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무죄라는 얘기다. 검찰에서는 터무니없는 번복이라고 주장한다. 여전히 유죄가 맞다는 얘기다. 남·정씨 진술의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판단은 자유지만 정답은 없다. 번복 자체가 오염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정치 환경의 변화도 있다. ‘수사하던’ 정부가 ‘수사받던’ 정부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진술이 ‘이재명 정부’ 진술로 바뀌었다. 여기 무슨 정의가 있을까도 싶다. 어차피 재판은 선악(善惡)을 찾지 않는다. 꼬리 자른 돈의 행방을 알 수도 없다. 단지 주어진 건 서류에 담긴 공소사실이다. 돈 줬다는 날짜, 장소, 정황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의 합리성과 모순을 찾아가는 거다. 공여자 진술은 고법에서 부정됐다. “유동규에게서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전달자 진술에는 신뢰가 주어졌다.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근데 이 진술도 뒤죽박죽됐다. 온전히 남은 건 김용과 유동규다. 진실을 훤히 알고 있을 둘이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이 심판할 것이다. 판결이 잔인한 건 중간이 없어서다. ‘상고 기각’ 또는 ‘파기 환송’, 하나만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사건, 산 자 기억은 특검 설명과 다르다

도로에 내걸린 만장이 줄어들었다. 무겁게 눌렸던 군청 마당도 밝아졌다. 거리를 오가던 취재차량도 확 줄었다. 돌아보면 10월10일은 충격이었다. 현직 양평군 면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33년간 봉직해 온 토박이였다.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차였다. 수사의 모욕, 강압, 왜곡을 주위에 남겼다. 충격과 분노가 지역을 덮었다. 그랬던 양평군이 조용해지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더니. ‘정 면장’만 말이 없다. 특검도 조용하다. ‘정 면장’ 죽음의 출발은 특검이다. 강압 수사와 조서 왜곡을 호소했다. 변호인이 신문조서 열람·복사를 요청했다. 고인의 한(恨)이 지목된 중요한 자료다. 거부당했다. ‘당사자 사망으로 변호 대상 소멸'이 특검 입장이다. 고인이 지목한 행위자가 있다. 특검 소속 수사관들이다. 이들도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외관상 특검은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죽은 자만 말이 없다. 빠른 속도로 잊혀 간다. 극단적 선택은 절대로 안 된다. 본인에게 비극이다. 생명과 바꿀 절규는 없다. 모든 건 죽음으로 묻힌다. 동료들이 도와줄 수 없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을 뿐이다. 유가족도 해 줄 게 없다. 진실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이슈만 쫓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산 자’들의 목소리가 남았다. 김건희 특검에 소환됐고, 그 조사실에서 조사 받고, 특검 수사관에게 심문을 받은 사람들. 이들의 조용한 목소리다. 이들의 목소리 하나. ‘영상 녹화 의사를 물어 본 적 없다.’ 공직자 A, 공직자 B, 또 다른 참고인.... 공통된 주장이다. 특검이 동의를 구한 적 없다고 한다. 또 있다. ‘조사실에 녹화 시설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역시 복수의 당사자가 더듬는 기억이다. ‘수사 녹화 영상’은 논란의 중요한 열쇠다. 언론도 사건 초기부터 공개를 요구했다. 특검의 공식 답변은 이랬었다. “숨진 공무원이 수사 당시에 영상 녹화를 원하지 않았다.”(13일 특검 브리핑). 이들의 목소리 둘. ‘CCTV 속 배웅 장면’ 설명이 다르다. ‘정 면장’ 죽음은 10일 확인됐다. 같은 날 특검이 관련 입장을 냈다. “수사 과정에 강압·회유는 없었다.” 그러면서 CCTV 장면 하나를 소개했다. “담당 경찰관이 A씨를 건물 바깥까지 ‘배웅’하며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했다...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정황’이다.” ‘산 자들’은 다르게 설명한다. “‘배웅’ 아니다. 시스템상 문을 열어줘야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문 열어 준 것뿐이다.” 이들의 목소리 셋. 공직자 A의 말을 옮겨 보자. “지시받은 적 없고 보고한 적도 없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숨진 ‘정 면장’의 메모를 보고 마치 내가 쓴 것 같았다.” 덧붙인 말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수사관이 ‘조사받은 내용을 어디 가서 말하지도 말고 조사받은 사람끼리 연락하지도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조사자가 일상까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 면장’도 수사 후 ‘압박’과 ‘고통’을 말했는데.... 너무 닮았다. 사람이 죽었다. 33년 공직자였다. 목숨을 버리며 억울함을 남겼다. 진실은 아직 모른다. 예단할 일도 아니다. 망자의 한이 과했을 수도 있고 특검의 수사가 과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조사해서 밝히자는 거다. 그런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특검이 약속한 감찰 수준의 내부 조사? 결과 없다. 경찰 등 외부 기관의 진상 파악? 소식 없다. 인권 보호에 소홀함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 그 수사관들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양평 공직사회가 불안하다. 관련 공직자들은 말도 무서워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면장 사건, 부검은 있고 조사는 없고

세상에 소식을 전한 건 경기일보다. ‘황 기자’의 단독 보도였다. 보도 시각이 10월10일 오후 2시23분이다. ‘정 면장’이 발견된 건 11시14분.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있었다. 죽음을 전제한 유서가 확인됐다. 타살 혐의점으로 알려진 게 없다. 경찰도 애초 타살 혐의는 없다고 봤다. 그런데 하루 뒤 부검 영장이 청구됐다. 당시까지 유가족은 반대했지만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13일 부검했다. ‘관심이 큰 사건, 정확한 사인 규명.’ 경찰 입장을 잘 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분명 하다. 우리 정서에 부검은 거부감이 크다. 유족 뜻은 그래서 중요하다. 멀지 않았던 예가 ‘백남기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 때 경찰 물대포에 맞았다. 의식을 잃고 300일 만에 숨졌다. 경찰이 부검 영장을 청구했고 판사가 발부했다. ‘부검 반대’ 요구가 거셌다. 그때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였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거기 있었다. 정황은 극단적 선택을 가리킨다. 특검 조사를 마친 불안정한 상태였다. 동의한 진술에 대한 유감을 말하고 있었다.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주변에 전했다. 생을 정리하는 유서도 작성했다. 부검의 목적이 뭔가. 타살 가능성 확인이다. 이번 사건의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정 면장’이 일관되게 가리킨 방향은 분명하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의 강압, 회유, 모욕, 수모다. 메모장에 자세히 적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다”. 그 ‘몇 % 타살’에 경찰은 신속했다. 가족 반대 시점에서 부검 영장을 쳤다. 그런데 정작 ‘지목된 가해 행위’는 찾지 않고 있다. 읽고 읽어도 절박한 절규다. 공포와 절망이 행간에서 떨어진다. 죽음과 맞바꾸며 써 내려간 고발장이다. 그 속에 가해행위—강압·회유·모욕·수모—가 있고, 가해자—○○○수사관—가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한쪽으로만 분주하다. 시신 부검 소식만 들리고 특검 조사 소식은 안 들린다. ‘정 면장’은 한을 남겼다. 그 진실이 10월2일에서 10월3일 새벽 사이에 있다. 수사 녹화 파일이 있지 않겠나. 확인해야 한다. 지목된 수사관 역할은 뭐였나. 밝혀야 한다. 최초 조서는 작성돼 있나. 후속 조서와 비교해야 한다. 심야 조사 동의는 있었나. 그 진정성을 살펴야 한다. 세 차례 휴식을 줬다고 했는데 휴식의 형식·장소를 밝혀야 한다. 이 모든 게 진실을 밝히는 증거다. 특검과 고인 모두에게 절실하다. 그런데 이 현장을 일방이 지배하고 있다. ‘○수사관’은 특검 내부에 있다. 바꾸고 정리할 수 있다. ‘정 면장’ 측은 특검 외부에 있다. 바꿀 수도, 정리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스치는 데자뷔가 있다. 검찰의 강압 수사 역사다. 매번 이랬다. 현장과 시간은 늘 검찰이 지배했다. 나중에 결론도 검찰 쪽이었다. ‘강압 수사 증거 없음’. 그런 검찰 없애겠다는 이 정부다. 그런데 이 정부 특검이 그걸 재연하고 있다. 똑같이. 국민의힘이 “특검 해체”를 외친다. ‘정 면장’ 메모에 그런 말 없다. 민주당이 “정치 악용”을 외친다. ‘정 면장’ 유서에 그런 말 없다.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왔다. 전해 듣기에 정치에 줄을 대 본 적도 없다. 정치의 혜택을 입은 적도 없다. ‘정 면장’이 메모 말미에 썼다. “주민 위해 공무원 열심히 생활했다.” 마지막 임지의 주민들이 이런 만장을 내걸었다. “그리운 마음 가득히, 당신의 따뜻함을 마음에 새깁니다.” 2009년 5월23일 전직 대통령이 숨졌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지 20여일 만이다. ‘논두렁 시계’, ‘○○○씨’.... 검찰 수사 폐습이 도마에 올랐다. 모든 게 바뀌었다. 대통령은 ‘진보 정신’으로 길이 남았고, 검찰 권력은 석양에 지기 시작했다. 2025년 10월 어느날, 양평군 면장이 숨졌다. 특검 수사의 모멸감을 증언하고 갔다. 전 대통령에 비견할 수 있을까만, 그래도 그를 아는 양평 군민에게는 남긴 부탁이 있다. 한(恨). 타깃 넓힐 필요 없다. 논점 흐려진다. ‘특검’이 죽인 게 아니다. ‘특검 수사’가 죽인 것이다. 그 ‘특검 수사’를 수사해야 한다. 부검보다 몇 배 중한 수사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경기 체육은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황선학 국장의 모습은 늘 같았다. 상대를 존중하며 따뜻하게 바라봤다. 던지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가렸다. 남의 앞보다 뒤에 서기를 좋아했다. 좋은 일, 나쁜 일에 똑같이 차분했다. 체육계가 본 그의 모습도 똑같았다. 윽박지르지 않고 따뜻하게 대했다. 체육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고민했다. 주장보다는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기자 황선학’은 강했다. 언제나 현안의 중심에 섰고, 시비를 분명히 했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황선학 국장이 22일 새벽 운명했다. 홀로 병마와 싸워 온 게 수년이다. 발병, 쾌유, 재발을 오간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경기체중·고 2025 스포츠 영재캠프... 유망주 발굴·초등생 진로 길잡이’(2025년 8월30일), ‘경기수원월드컵재단, 베트남 다낭시와 스포츠·문화 교류 MOU’(2025년 8월29일), ‘의정부 경민고, 추계 중·고유도 2연패... 시즌 4관왕 매트.’(2025년 8월29일). 생사의 기로에서 작성한 기사다. 마지막 주장은 2024년 11월22일이다. 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이다. 대한체육회장선거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변화와 개혁을 말하고 있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체육기자 황선학의 마지막 칼럼, 마지막 주장이다. 칼럼 작성은 일반 기사보다 훨씬 고되다. 그 뒤로 칼럼은 작성되지 못했다. 이미 기력이 거기서 다한 것 같다. 경기일보는 끝까지 그와 함께했다. 언젠가 청천벽력 같은 발병 소식이 들렸다. 대수술에 들어간 그의 쾌유를 모두가 빌었다.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경기일보의 체육 데스크는 그의 공간이었다. 투병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동료 후배들이 내일처럼 기뻐했다. 다시 힘들어졌다. 이때도 모두 그를 지켰다. ‘환갑’이 왔고 8월31일이 정년이었다. 회사는 그를 놓지 않았다. 영면한 순간까지 그는 현직이었다. 열흘 전쯤인가. 정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직원들이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후배 노조·기협 대표들, 그리고 임원들이 찾았다. 몰라보게 여위었지만 웃음 띤 얼굴이었다. 간단한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어찌 두고 가려는 것인지.... 딸바보가 아이를 어떻게 두고 떠나려는지.... 추억 만들어주고 싶다던 여행도 다 못했을 텐데.... 남겨진 이들의 가슴이 저민다. “여기 뒷고기가 맛있어요.” 황 국장과 필자가 낮부터 술이었다. ‘다른 회사’에서 막 입사한 필자였다. 어색했고 불편했고 힘들었다. 그때 낮술로 맞아준 게 그다. 멀리는 못 가고 회사 앞이었다. 비싼 것도 못 먹고 돼지고기였다. 그래도 좋았다.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도 있나 싶었다. 기억해보니 15년 된 얘기다. 햇빛이 훤한 대낮에 무슨 얘기를 그리 많이 했는지. 다 잊었는데 이 말은 또렷하다. “논설위원님, 난 체육 대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때 못한 대답을 이제야 해 본다. “당신은 최고의 ‘체육 大기자’였습니다. 차고 넘치게 훌륭했습니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11대 경기도의회, 최악의 비리 사건을 쓰다

처음엔 ‘경기도의회 금붙이 의혹’으로 불렸다. ‘금덩어리’를 돌렸다는 소문이었다. 도 교육위원을 도의원이 뽑던 시절이다. 아무리 그래도 황당하지 않나. ‘금덩어리’, ‘금붙이’, ‘도의원 명단’....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다. 그런데 이 소설 같은 얘기가 경기도의회를 흔들었다. 어느 기자의 ‘휴지통 쪽지’가 기폭제가 됐다. 뇌물 수수 명단이 줄줄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받은 쪽은 경기도의원, 건넨 쪽은 교육위원 후보 M이라는 것이다. 해당 경기도의원들이 강하게 부인했다. 보도 언론을 찾아가고 항의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관련자 계좌 추적을 시작했고 M을 포함한 관련자 소환을 이어갔다. 부장검사가 매일 하나씩 깠다. ‘○○○도의원, 금품 수수 확인’. 뇌물은 ‘금붙이’가 아니라 ‘200~300만원’이었다.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다. “검찰, 경기도의회 현직 의장이 집으로 찾아온 M에게 지지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은 정황 확인 중.” 해당 의원들의 변명이 매일 나왔다. 절박한 데다 소박하기도 했다. “받기는 했지만 돌려줬다”, “나중에 보니 소파 틈에 놓고 갔더라”.... 수뢰 의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내가 재산이 얼마인데 그깟 돈을 받겠느냐”, “200~300만원 받을 만큼 궁하지 않다”.... 때 아닌 재산 자랑도 나왔다. “뇌물죄 성립 안 된다.”, “의원이 공무원인가.” 법 해석을 통한 항거였다. 하지만 부질 없었다. 검찰 결정은 간단했다. ‘현 도의원 8명 동시 구속 수감’. 수갑 찬 경기도의원들. 도민은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막 시작한 지방자치에 당한 배신이었다. 비난이 극에 달했고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의장이 2심 선고 직후 의장·의원직을 내놨다. 하지만 나머지 도의원은 끝까지 버텼다. 판사의 인정신문(人定訊問) 때마다 그들의 직업은 ‘경기도의원’이었다. 그래서 언론도 ‘경기도의원 사건’으로 갔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고서야 의원직은 박탈됐다. 그 꼴을 경기도민은 2년간 봤다. 더 나쁜 사건이 27년 만에 생겼다. 이번에도 경기도의원들이다. 지능형교통체계(ITS)에 뇌물이 얽힌다. 경기도 특조금이 뇌물의 대가다. 경찰이 발표한 뇌물이 수천만~2억8천만원씩이다. 차명계좌와 자금세탁까지 등장한다. 도의원 3명이 구속되고 계속 수사 중이다. 비교하면 ‘1997년 사건’은 차라리 순박했다. 교육위원 선출이라는 내부의 일이었고, 범죄 액수가 200만~300만원의 소액이었다. ‘ITS 뇌물 사건’은 이보다 엄중하다. 범죄 내용이 나쁘고, 범죄 액수도 많고, 범죄 방법도 지능적이다. 범죄 도구가 전부 도의회 권한이다. ‘ITS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특조금 지급’을 요구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뇌물 대가’를 완성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옆에 있던 동료 의원도 있었고, 주장을 들은 동료 의원도 있었다. 경기도에는 이 전체가 경기도의회다. 늘 경기도를 외포(畏怖)케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럴 만큼 당당할 수 있나. 탈당시켜 손절하려는 정당도 있다. 그러면 단절되나. 78 대 78로 시작한 이번 도의회다. 도민이 주문했던 모습은 ‘협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자리 싸움이었다. 의장직에 매달려 개원까지 미뤘다. 2022년 7월, 도민 분노는 이렇게 폭발했다. “더 이상의 극단 대립을 멈추라”(경기교사노조). “도의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지 마라”(경실련 경기협의회). “의회 갈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소상공인연합회). 그러던 11대 경기도의회가 결국 참담한 역사를 썼다. ‘지방의회 최악의 사건’. 괴담은 여전히 올라온다. ‘○명이 추가 소환 통보를 받았다’, ‘당이 사퇴 시기를 조율시키고 있다’. 수사가 안 끝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린 것도 같고.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조지아州 사태’에 여·야, 좌·우 없다

2024년 9월29일 강남구 신사동 골목. 만취한 미군이 차량을 훔쳤다. 차량을 몰고 오산까지 도주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 피해다. 같은 달 1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도로. 미군이 택시비 7만7천원을 내지 않았다. 돈 달라는 기사를 때리고 달아났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폭행 피해다. 두 범행에는 ‘도주’라는 구속사유가 있었다. 국민 이익을 보호하려면 수갑을 채웠어야 했다. 하지만 구속도 안 됐고, 수사도 안 받았다. 그해 453건의 주한미군 범죄가 있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마약사범,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연음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특수절도, 폭행....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자다. 대한민국 법률 위반이고. 단 한 명도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다. 장갑차에 짓밟힌 ‘두 소녀’의 역사가 있다. 여중생 둘이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주둔군지위협정(SOFA)로 미군은 보호 받았다. ‘한국에 도움 주는 미군’이란 정서가 깔려 있다. ‘미국에 도움 주는 한국’은 없나. 우리는 조지아주(州)를 그런 곳으로 알았다. 지난 3월 현대차 매가플랜트가 완공됐다. 지역 일자리가 급증했다. 서배너 교외 풀러는 인구가 22% 늘었다. 현대차는 조지아공과대학에도 투자했다. 지역 사회복지단체에 15만달러도 기부했다. 새로운 55억달러 투자 지역도 여기다. 올 3월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옆에 트럼프 대통령이 섰다. 윙크 세 번에 ‘땡큐 현대’를 연발했다. 그리고 5개월. 미 연방이 현대가 짓는 공장을 급습했다. 장갑차 들이대고, 벽에 몰아세우고, 쇠사슬로 팔 다리 묶었다. 더럽고 벌레 들끓는 수용소에 감금했다. 한국 기업 현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한국인 사냥이다. 외교적 표현은 점잖다.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요구’.... 하지만 국민 분노는 점잖지 않다. 영어 표현은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배은망덕’(背恩忘德)이 맞다.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신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도 ‘문제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체포 작전은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미 제조업 확장’이 그의 공격적 이민 단속과 출동하며 이해관계 상충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6일자 논평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모순을 인정하는 듯 하다. “(미국 입국의) 합법적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만 다르다. ‘근로자 석방’만 계속 강조했다. ‘국민 분노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 수위는 알려진 바 없다. 야당 논평도 묘하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지 답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일성이다. 수백명 끌려가고, 가족들 놀란 와중에 내놓은 말이다. 일부 유튜브에 펴진 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제1 야당 대표가 받나. 혹여 사실이라면 어떻게 결론 지을 건가. ‘미군 기지 압색은 이재명 정부 과오다. 그러므로 한국 근로자 체포는 미국의 정당한 보복이다.’ ‘미군 영장 1장이 한국 근로자 300명 값이다.’ 이 말인가. 그 근로자들, 미국인 일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공정률이 건물 95%, 설비 50%였다. 곧 끝내고 철수할 수 있었다. 그들을 체포해 끌고 갔다. 그러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예로 자랑했다. 이 모욕 어디에 대한민국 여·야가 있나. 대한민국 좌·우파가 무슨 상관인가. 그저 역사에 남은 모욕·배신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 책임도 여기서 찾아봐야 한다. 한 치 앞 재앙을 모른 책임. 국민 분노를 밝힘에도 당당하지 못한 책임. 근로자 석방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하고, 대미 투자 점검해야 하고, 국민 분노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근로자, 국민이 산다. 방금 뜬 외신이 있다. “신뢰할 수 없게 된 미국,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 발행인이 진단한 조지아 사태의 심각성이다. 여야 싸움, 좌우 대결의 소재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 옆자리와 경기지사 공천

사진 속 나는 이렇게 악수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선은 노 대통령을 내려보고 있다.- 사진이 보도되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다’부터 ‘대통령에게 그래도 되냐’까지. 고백하건대, 머릿속에 셈이 있었다. -악수할 차례가 온다. 대통령이 가까이 온다. 미리 허리 굽혀 예를 갖춘다. 촬영 순간은 고개를 빳빳이 들자.- 그 순간이 찍힌 거다. 일종의 사술(詐術)이라고 할까. 권력 옆에서 존재감을 과시해보려는.... 돌아보니 참 얄팍한 짓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공식이 존재한다. 촬영 때 대통령 옆은 언제나 노른자위다. 먼저 가서 서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어깨를 치면서 끼어드는 사람도 있다. 서열 없는 집단의 촬영 때는 더 치열하다. 사진으로 표현되는 권력과의 관계가 그런 거다. 사인(私人)이 이런데 정치인은 오죽할까. 세월이 흘렀건만 그 버릇 못 버렸다. 사진 한 장 놓고 거리를 잰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이 언론에 뿌린 사진이다. 장소는 청와대 영빈관 앞이다. 중심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오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나란히 섰다. 전체 의원은 아니고 100명쯤 돼 보인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의원들이 등장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당정의 국정 협력 다짐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나는 뭘 쟀을까. 민선 9기 경기도지사다. 지방선거가 아홉 달 남았다. 핵심은 도지사선거다. 경기도는 경기지사선거다. 다양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리해 보도한 경기일보 기사가 있다. 민주당 후보군 15명, 국민의힘 후보군 5명이다. 넉넉하게 어림잡은 명단이다. 여기 다 쓸 수 없고, 지면도 없다. 논리를 위해 하나만 구별하자. ‘중앙 출신 후보’와 ‘경기 출신 후보’다. 대통령이 나오면서 ‘중앙 출신 후보’가 가세했다. 달포 전쯤인가. 양기대 전 의원이 ‘도지사에 나가겠다’고 했다. ‘비명’, ‘원외’의 첫 도전장이다. 그러면서 해설을 하나 붙였다. 추미애 의원과 김병주 의원 출마 관련이다. “여론으로 보면 추 의원, 대통령과의 거리는 김 의원 아닐까.” 그 말이 생각나서 들여다보는 사진이다. 셋이 한 컷에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운데다. 옆에 정청래 대표를 지나 김병주 의원이 섰다. 거기서 또 한 명 지나 추미애 의원이다. 둘 다 굵직하다. 추 의원은 헌정사 최다선 여성 의원이다.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일반 국민 인지도에서 월등하다. 김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12·3 계엄 이후 비상 사태에서 당내 역할이 특히 컸다. 친명의 지지도가 높다. 둘의 경기지사 출마설은 어느새 정보도 아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둘을 찾아 재보게 됐다. 김 의원이 추 의원보다 대통령에 가깝게 섰다. 이게 ‘명심’의 위치인가. 도민이 좋아할 패(牌)는 아니다. 추 의원은 경북 출신이고, 서울(광진구) 근거였다. 경기(하남갑)에 온 지 1년여다. 김 의원도 경북 출신이다. 초선은 비례대표였다. 경기 정치(남양주) 1년여다. 짧고 얕다. 밖에서는 난장(亂場)으로 보였을까. 그래도 경기지사에는 큰 줄기가 있다. 경기 출생 손학규(광명)·남경필(수원), 경기 다선 출신 이인재(안양)·김문수(부천), 그리고 경기 시장 출신 이재명(성남시장 재선). 추·김 의원은 하나도 해당 안 된다. 조건 갖춘 후보군이 많다. 경기 다선 출신도 있고, 경기 시장 출신도 있고, 도 수뇌부 출신도 있고, 원조 친명 출신도 있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하나같이 멀리 서 있다.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 의원도 있다. ‘사진 공식’대로면 이들은 물 건너 갔나. 대통령 옆에 선 ‘김-추’의 대결인가. 이 답은 몇 달 뒤로 미뤄 두자. 그 대신 촌스럽지만 당연한 결론으로 맺어 본다. 선거 목적은 당선이다. 당선은 권력이 아니라 표심이 만든다. 사진? 거리? 도민과 가까이 찍고 많이 찍은 사람이 도지사 된다. 아닌 거 같지만 대체로 보면 그래 왔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세계 7대 부자도시 화성시, 교육환경이 완성한다

-화성시 인구가 지난달 27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1년 3월21일 당시 인구 19만2천명이었던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한 지 6년 만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박○○(56)씨가 동탄면 송리에 30만번째 화성시민으로 전입을 신청하면서 인구 3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2006년 4월3일자 신문 기사다. 아직도 ‘승격 일’로 기산하고 있다. 동탄을 면(面)이라고 부르고 있다. ‘30만’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025년이다. 인구 증가율 전국 시·군 1위다. 100만.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시·군 1위다. 91조4천173억원. 전체 고용률 50만 대도시 1위다. 65.9%. 제조업체 전국 시·군 최다다. 2만6천689개. 재정자립도 경기도 최정상이다. 52.0%.- 변화를 넘어선 기적이다. 올해 1월 특례시도 됐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에 이은 다섯 번째다. 엊그제는 구(區)가 4개나 생겼다. 해외 언론의 흐뭇한 평가도 있었다. ‘세계 7대 부자 도시’. 좋은 평가마다 모조리 1등이다. 통틀어 평가한 항목이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 도시 1위’. 특히 의미 있는 ‘1위’가 있다. 신생아 출산이다. 2024년 출생아 수가 7천200명이다. 전국 시·군 1위다. 2023년 출생아는 6천714명이었다. 그때도 1위였다. 이러다가 시장에게 별명 붙겠다. ‘다산(多産) 시장(市長).’ 여기에는 과감한 행정이 있다. 결혼자금 마련 연지곤지 통장, 예식장·신혼집 지원, 공립 어린이집 최다, 아이돌봄센터 완비.... 인구절벽 한국이 화성에 달렸다. 그래서 간절하다. 개인적·사회적 책임이 있다. 출산을 이어받을 육아, 육아에서 이어지는 교육이다. 결국 교육 환경에서 승부 난다. 화성시도 2024년 적절한 목표를 던졌다. ‘대한민국 제1의 과학인재 특별시, 화성’이다. 4대 과학기술원 통합 연구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과학고·마이스터고 설립을 통한 과학기술 인재 특화 교육을 약속했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본산을 교육과 연계했다. 방향이 좋다. 잘 잡은 거 같다. 신도시 성공은 늘 교육이 좌우했다. 모래 벌판 강남을 완성한 게 ‘경기高’다. 분당을 끌어올린 것도 교육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입시’(入試) 환경이다. 다만 관(官)이 명문고를 말할 순 없다. 날아들 융단폭격이 있다. 그래서 타협된 게 ‘과학인재 특별시’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출발은 ‘화성맘’, ‘동탄맘’의 욕구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형 과학고 선정에서 탈락했다. 통합교육지원청의 한계도 숙제다. 목표도, 비교도 서울 교육이다. ‘농촌 아이’가 아닌 ‘강남 아이’를 원한다. 서울과 연계할 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동화성(동탄)의 교육열이 뜨겁다. 전철·철도·GTX가 큰 역할을 한다. 이 철도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無철도 도시’였고, 지역 철길이 1m도 없었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철도 사업 추진 상황판’에 이 갈증이 묻어난다. 산업에도, 관광에도 절박하지만 그중에 제일 급한 건 교육환경이다. 철길 투자가 곧 교육 투자다. 참 가난했던 80년대다. 교육의 길은 수원에 있었다. 화성발 시외버스에 실려 다녔다. 만원 버스에서 몸과 몸이 부대꼈다. 책가방은 머리 위로 이동했고, 반찬통 사이로 김칫국물이 흘렀다. 그 난리를 쳐도 맨날 지각이었다. 그 학생 중에 하나였을 ‘지금 시장’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그런 화성에 남아 있을 아이들은 없다. ‘내 아이’를 그런 화성에서 키울 엄마들도 없다. 1등 출산율을 유지시키는 첫째 조건이 그래서 1등 교육환경이다. ‘105만 구청 시대’를 축하한다. 더 큰 화성특례시를 확신한다. 이 희망에 보태 보는 교육 이야기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의 씨앗論, 농부의 빚과 국가의 빚

‘동막골’은 용인군 수지면에도 있었다. 동네 부자 ‘종화’네 마당이 컸다. 따듯했고, 넓었고, 복판에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또 다른 용도는 뻥튀기 장소다. 뻥튀기 아저씨가 겨울이면 왔다. 많은 짐을 자전거에 싣고 왔다. ‘펑’ 소리는 마을 잔치의 신호였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들었다. 옥수수가 담긴 깡통이 나란히 늘어섰다. 돌아가는 손 가득 뻥튀기 포대가 푸짐했다. 맛있었다. 덜 튀겨진 옥수수는 특히 달았다. 50원-기억이 맞다면-이 뻥튀기는 값이다. 가난해서 이 돈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다. 장작 한 짐 가져가면 공짜다. 기계를 달굴 때 쓸 장작이 그렇게 조달된다. 문제는 옥수수다. 옥수수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서까래에 줄줄이 매달린 옥수수다. 내년 농사에 쓰일 소중한 종자다. 어린 마음에 그 씨옥수수에 손을 댔다. 아버지가 동네를 돌았다. 씨옥수수를 얻어와 채워 놓으셨다. 정부에 돈이 없다. ‘6월 말까지 관리재정수지가 94조3천억원 적자다.’ 기재부 발표다. 역대 네 번째 적자 규모라고 한다. 2020년 110조5천억원이 제일 컸다. 다음으로 2024년 103조4천억원, 2022년 101조9천억원 순이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 영향권이다. 특히 2020, 2023년은 직격을 당했다. 여덟 차례 추경을 하며 각종 지원금을 줬다. 효과에 대한 평가는 나뉜다. 하지만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나마 그 덕에 버텼으니까. 이제 팬데믹은 없다. 2024년도 없었고, 2025년은 더 없다. 그런데도 역대 네 번째 적자다.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다. 6월 말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이 있었다. 모두 31조8천억원이다. 저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경고등도 있다. 국채다. 올해 국고채 총 발행 규모가 207조1천억원이다. 역대 최대다. 적자 국채는 국민의 직접 부담이다. 이게 90조원을 넘어섰다. ‘국채 증가→시장 금리 인상→기업·자영업 압박’이 수순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재정 적자표, 국채 증가표를 읽었을 거다. 더 많은 지표가 보고됐을 거다. 짐작건대 ‘넉넉하다’는 통계는 없었을 거다. 그런데도 민생지원금 13조원은 결정했다. 전 국민에게 줬고, 90%에게는 또 줄 예정이다. 여기에 ‘미래 청구서’까지 나왔다. ‘이재명표 정책’에 들어갈 예산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뽑았는데 210조원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두루뭉실하다. ‘세입 확충’,‘지출 효율화’. 이즈음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나왔다. “지금 (씨앗을)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곡식을)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빌려다 씨 부려야 하는 것 아닌가. 씨앗을 옆집에서 빌려오든지 하려고 그러니까 ‘왜 빌려 오나’, ‘있는 살림으로 살아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씨앗론(論)’이다. 재정 투자의 메커니즘을 농심(農心)에 빗댔다. 들어보면 짐작가는 결론이 있다. ‘적자·국채가 늘더라도 재정을 투입하겠다.’ 귀에는 쏙 들어온다. 그렇지만 결론까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빚 농사’와 ‘적자 재정’은 서로 비교 권역 밖이다. 뿌려진 씨앗은 열매를 맺지만 투입된 재정은 실패를 낳기도 한다. 농사의 결과는 가을에 확인되지만 재정의 결과는 임기가 끝나야 확인된다. 농사에 끌어쓴 빚은 당대의 짐이지만 재정에 끌어 쓴 빚은 후대의 짐이다. 씨앗값 없는 농부에겐 돈 꿔줄 옆집이 있지만 재정 능력 상실한 국가엔 돈 꿔줄 옆 나라가 없다. 옆은 지금도 시골이다. 토박이 농사꾼 L이 자산가가 됐다. 물려받은 땅값이 100배 쯤 올랐단다. 몇 년마다 땅 한 귀퉁이씩 판다고 한다. 그걸로 하는 건 ‘농사 빚’ 갚는 거라고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위안부 할머니까지 AI 환생 추모인가

하나.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2024년 개봉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7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끌었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2020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의 출연이다. 흔히 접하던 사망 전 촬영 분량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AI 환생이다. ‘AI 홈’은 여러 장면에서 적대적 조연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서 연기한 배우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부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본 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복제가 필요하고 적절했는가 묻고 있다.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망자(亡者)의 뜻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본인 동의 없이 AI로 재현해 내는 일이 계속 잇따를 수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감독은 “AI 기술 비용이 배우 출연료보다 비싸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AI비용이 저렴해질 시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둘.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 하나를 틀어놨다. ‘뚯뚜 뚜~’. 밤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시보다. 연주곡 Adieu, jolie candy(안녕, 귀여운 내 사랑)가 퍼진다. 그리고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안녕하세요. 이종환입니다.” 아련한 익숙함에 귀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44년 흘렀어도 설렘은 그대로다. 자극하는 동기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9월3일 방송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 설렘이 먹먹함으로 바뀐다. 2025년을 말하는 이종환이다. “지금 이것은 어느 애청자께서 AI 기술로 살려 낸 제 목소리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시고,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진행도 똑같다. “다음 노래는 저처럼 고인이 된 올리비아 뉴턴존의 노래입니다. 블루 아이스 크라잉 인 더 레인.” 방송이 1시간을 채웠다. “이 밤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지요.” 어떤 이의 댓글이다. “이종환님, 저는 2025년에 있습니다.” AI가 ‘범죄자가 될 얼굴’도 특정해 내는 세상이다.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대학 연구팀 논문이 있다. ‘화상 처리에 의해 범죄성을 예측하는 딥 뉴럴 네트워크 모델.’ 얼굴에서 범죄 성향을 간파하는 AI 알고리즘이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라고 했다. 이를 발전시킨 AI 감시·예측 시스템도 있다. 장소, 시간, 계절 등을 종합해 AI가 판단한다. 히트리스트(위험인물 리스트) 작성이다. 미국 시카고 경찰이 이를 현실에서 썼다. 무죄 추정은 법치 국가의 기본이다. ‘AI가 분석한 범죄 얼굴’이 그래서 위험하다. 죄 없이 얼굴 때문에 유죄 추정을 받을 수 있다. 생김새에 따른 인종 차별 우려도 있다. 시카고 경찰이 이 우려를 간과했다. 시민 로버트 맥다니엘이 피해자다. 총격 발생 예상지도가 그의 집을 지목했다. 경찰이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웃이 알게 됐다. 마을에서 범죄자로 몰렸다. 결국 그는 지역 마피아에게 총격을 당했다. AI 맹신이 부른 황당한 비극이다. 셋. 위안부 출신 화가 김순덕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5년 8월9일 광주 ‘나눔의 집’이다. 기림의 날 기념식 및 기림 문화제 현장이다.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 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까.” “내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지, 뭐.” 김동연 도지사와 나눈 대화다. 김 할머니는 2004년 세상을 떴다. 대화를 나눈 건 ‘AI 김순덕 할머니’다. 참석자들은 숙연했다. 언론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영화 예술 분야, 방송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는 이미 현실의 기술이다. 놀랄 일도, 거부할 일도 아니다. 그 기술이 광복절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광복의 의미를 되살린 기획일까. 엄숙함을 반감시킨 실험일까. 평가하자는 건 아니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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