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의 계절이다. 고을마다 현란한 공약들이 펄럭인다. 유권자와의 계약이지만 쭈뼛해선 안 된다. 일단 던지고 본다. 안 돼도 ‘추진 중’이라 하면 된다. 후보 개인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공약 전문 기획사도 때를 만났을 것이다. 나라 살림이 커지면서 공약도 몸집을 키운다. 이른바 ‘중후장대’ 공약들이다. 철도 공약이 대표적이다. 노선 연장을 넘어 지하화까지 가 있다. 고속도로도 지하화 대상이다. 앞으론 캄캄한 땅밑으로만 이동할지도 모르겠다. 인천 선거판을 보자. 영종·송도트램 건설 공약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 모두 내걸었다. 그간 여러 차례 미뤄지거나 백지화된 사업이다. 선거 때면 되살아난다. 영종트램은 2009년 영종국제도시 첫 단계 조성계획에 들어갔다. 2018년엔 인천도시철도망계획에도 담겼다. 송도트램도 2009년 송도 신교통시스템 기본계획에 처음 올랐다. 그러나 2개 트램 모두 17년이 지나도록 아무 진척이 없다. 인천도시철도 3호선 공약도 있다. 박찬대 민주당 후보는 송도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를 잇는 직선형 노선안이다.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인천 내륙을 원형으로 순환하는 노선안이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인천 전역을 순환하는 55㎞ 구간 3호선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비용 대비 편익(B/C)이 0.3(기준 1)으로 낮게 나왔다. 백지화된 상태다. 이런데도 두 후보 모두 공약에 담았다. 경제성(B/C) 확보나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약속이다. 이런 철도 사업은 우선 국가철도망계획이나 도시철도망계획에 올라가야 한다. 이후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넘어야 하고 기본계획 수립 등 사전 절차가 길다. 실제 착공에서 개통까지 아무리 빨라도 10년 이상 걸린다. 다른 대형 인프라 공약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중부·동부 간선도로 신설을 공약했다. 유 후보는 인천2호선 강화 연장과 인천국제공항~송도 간 제2공항철도 신설을 약속했다. 이들 사업 모두 예비타당성조사 등 경제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초기 구상 단계다. 시장 임기 4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중후장대 공약은 공약 인플레를 부추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부풀려진다. 이제는 기초의원선거에도 철도 공약이 나돈다. 유권자들을 희망고문에 가둔다. 유권자들도 책임이 있다. 이런저런 주민단체들 성화도 공약을 부풀린다. 이왕 내걸려면 소상하게 밝혔으면 한다. 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임기 내 어느 단계까지 해낼지 등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숱한 공약이 춤을 춘다. 공약에는 자기 돈이 들지 않는다. 입만 있으면 된다. 관심만 끌어도 성공이다. 그러다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대구 어느 후보가 ‘남근탑’ 관광자원을 만들겠다 했다. 후보 자리조차 지키지 못했다. 남의 동네 기관·기업 끌어오기도 단골 소재다. 여기저기서 ‘우리 동네로 떼오겠다’가 쏟아진다. 인천은 좀 다르다. 가만히 있는 인천국제공항이 표 싸움에 불려 나와 있다. 정부의 공항운영사 통합 검토가 시발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지방 공항 운영을 통합하는 내용이다. 아직 터도 못 닦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까지 보탠다니 더 이상하다. 활주로까지 걷어 어디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알짜배기 인천공항을 적자 투성이 지방공항과 뒤섞는다는 내용이다. 일단 여야 인천시장 후보들은 반대 입장 한목소리다. 그러나 접근하는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시민궐기대회 등에 나서 여당 및 대정부 압박에 집중한다. 박찬대 민주당 후보는 ‘정치적 공세’라며 선을 긋는 자세다. 대신 관련 기관·노조 등에 대안사업 등을 제시한다. 지난 주말 인천시청 광장에서 ‘공항 통합 반대 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유 후보는 인천 민주당 의원 등을 향해 공개적 대응을 촉구했다. 스스로 ‘인천을 지키는 시장’이라 했다. 공항 통합 등을 ‘인천 홀대’라 규정했다. 민주당 박 후보의 공항 통합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여당 정치인들이 인천시민 이익보다 대통령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박 후보도 이날 궐기대회에 나왔다. 공항 통합 논의에는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공항 통합이 궐기대회 등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했다. 앞서 인천공항노조와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도 차례로 만났다. 여기서 공항경제권 확대와 지속적인 투자 등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공항 운영사 통폐합 문제를 산업·지역 논리로 풀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천 지방선거에 예정에 없던 이슈가 하나 더해진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여느 공공기관과는 급을 달리한다. 세계 3위 공항에 ‘K-공항’ 수출 등으로 글로벌 스탠더드급이다. 인천시민 자긍심의 표상이다. 현재로서는 야권은 공세, 여권은 수세의 위치다. 정부도 더 이상 언급 않는다. 그러나 선거는 이성적 게임이 아니다. 정책, 인물 투표는 교과서에나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기서 인천공항 이슈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관전 포인트는 하나 늘었나.
과거 ‘방위병’이란 군인이 있었다. 복장은 당시 공수부대처럼 얼룩무늬다. 그러나 알루미늄 도시락을 딸그락거리며 출퇴근하는 군인이다. 개그 소재로도 소비됐다. 북한이 방위 때문에 남침을 못한다 했다. 군인인 듯 아닌 듯 정체불명의 특수부대여서다. 윤봉길 의사처럼 도시락이 비밀무기라고도 했다. 비상이 걸려도 칼퇴근하는 것 또한 불가사의였다. 그 방위병의 후신이 사회복무요원이다. 공공기관이나 지하철역 등에서 근무한다. 그런데 그들의 근무태만이 심각하다 한다. 민원인이 와도 내 알 바 아니라며 스마트폰만 본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관리자들도 아예 손을 놓는다. 자칫 ‘역민원’ 뒤통수를 맞을까 봐서다. 경기일보 사회면에 뜬 요즘 풍경을 보자. 인천 지하철역 안내데스크에도 사회복무요원이 있다. 다른 근무자와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스마트폰만 본다. 시민들이 안내를 요청해야 마지못해 일어난다. 하지만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간다. 인천 미추홀구청 차량등록민원실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사회복무요원의 시선은 민원인이나 등록 차량이 아닌 휴대폰에 고정돼 있다. 인천교통공사, 미추홀구 등이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담당자들은 사회복무요원의 근무태만을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재 규정도 마땅치 않다. 제재를 하려다 혹여 마찰이 생길 경우 일이 더 커진다. 담당자가 보복성 민원에 시달리는 등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인천의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관은 구나 공기업 등 1천100곳이다. 여기에 모두 4천340명이 배치돼 있다. 규범상으로는 복무규정도 있고 근무를 명령할 수 있다. 근무태만 등 복무규정 위반 시 경고 또는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 경고 1회당 복무기간이 5일 늘어나고 경고 4회 누적이면 형사고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리 돌아간다. 근무 태도를 지적했다가는 거꾸로 당한다. 악성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지인까지 동원해 민원을 넣는다. 충돌이나 보복성 민원을 우려, 아예 모른 체한다. 차라리 그들의 근무기한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래서 근무태만 고발이 한 해 30건 정도에 그친다. 담당자들은 사회복무요원의 반격을 ‘역민원’이라 부른다. 과거 시각으로 보면 너무 낯선 풍경이다. 나의 권리만 중요하고 의무는 모르겠다. 내 자유는 소중하고 책임은 알 바 아니다. 문제는 이런 풍조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 간다는 데 있다. 학교와 군대, 직장, 지역사회까지. 하긴 이런 반론도 나올 수 있겠다. 그들도 오죽하면 그러겠느냐고. 이 또한 선진국 병인가.
인천대교는 인천의 랜드마크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 간 해상교량이다. 총연장 21.38㎞로 국내 최장이다. 바다 위 구간만 12㎞다. 사장교의 최대 경간폭도 800m로 세계 3위다. 인천항 출입 선박의 원활한 통항을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추락 사망 사고 잦은 곳의 불명예도 안겨졌다. 교량 상판 중 가장 높은 곳은 20층 아파트를 넘는 해발 74m다. 지난달에도 한 유튜버가 추락사해 주목을 끌었다. 이 다리에서는 해마다 평균 10여명의 추락 사망 사고가 일어난다. 2021년 8명, 2022년 17명, 2023년 12명, 2024년 10명, 2025년 9명 등이다. 인천시는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난간 설치를 줄곧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민간사업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하고 있다. 현재는 인천대교 주탑 부분 갓길에 플라스틱 드럼통 1천500개만 놓여 있다. 차량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폐쇄회로(CC)TV와 안내 방송 스피커도 있다. 그러나 정작 추락 사고를 막을 물리적 차단 시설은 전혀 없다. 인천대교는 교량 난간 높이가 1.2~1.5m로 낮다. 해풍 저항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그러나 올해 개통한 청라하늘대교는 난간 높이가 2.5m다. 처음부터 추락 사고 가능성을 차단했다. 경인아라뱃길 시천교도 처음 난간 높이가 1.2m였다. 그러나 추락 사망 사고가 빈번하자 2020년 2.5m로 높였다. 이 후 추락 사고가 사라졌다. 인천시는 2021년부터 인천대교 측에 추락 방지용 안전 난간 설치를 요구했다. 또 인천대교, 국토부 등과 자살예방 간담회 등을 열어 난간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천대교 측은 설치 주체 및 예산 부담 등을 놓고 국토부와 협의만 반복하고 있다. 처음엔 난간 설치에 따른 바람 저항으로 교량 구조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방향 24㎞ 구간 난간 설치를 위한 80억원 이상의 예산 마련을 놓고도 협의가 제자리걸음이다. 인천대교측은 난간 설치에 따른 바람 영향의 실험 결과를 국토부에 넘겼다고 한다. 예산 지원 등에 대한 국토부의 방침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난간 구조물 설치 시 차량 안전성과 교량 구조 안전성을 추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상시 감시 체계의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난간뿐 아니라 열감지 센서, 비상음 송출 등이다. 국토부 등이 5년째 ‘협의 중’이라며 끄는 것은 너무 안일한 자세다. 난간을 높여 추락 사고를 없앤 아라뱃길 시천교 사례도 있지 않은가.
인천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단순 무면허 운전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을 훔치거나 면허증을 도용하면서 범법의 울타리를 넘나든다. 호기심이나 영웅심리, 단순 일탈을 넘어 사회안전을 위협한다. 게임에서 배운대로 운전대를 잡아봤다는 10대도 있었다. 10대 무면허 질주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가 더 문제다. 3월 말 심야에 한 10대 청소년이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 한 공영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차를 발견하고서다. 운전면허도 없이 10여㎞를 질주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차까지 들이받으면서 달아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도용한 운전면허증으로 차를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한 10대도 잡혔다. 인천에서 경기 양주시까지 질주하다 사패산 터널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을 들이받는 사고까지 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인천에서 235건의 10대 무면허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2021년 40건, 2022년 54건, 2023년 51건, 2024년 45건, 2025년 45건 등이다. 경찰에 붙잡힌 것만 이 정도이니 실제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 다니는 도로 곳곳에 10대 무면허 질주가 섞여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인천에서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로 숨진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그러나 5년 사이 인천에서 287명이나 다쳤다. 예사로 넘길 수준이 아니다. 이 5년 기간 10대 무면허 렌터카 교통사고도 21건에 이른다. 사고를 내거나 해서 경찰에 잡힌 것만 이 정도라는 얘기다. 10대 무면허 운전 사고는 단순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 절도, 신분증 도용, 도주, 공무집행방해 등 온갖 범죄의 시발점이 된다. 10대 청소년에 의한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도 심각한 수준이다. 시내 곳곳에 퍼져 있는 전동킥보드 등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끔찍한 킥보드 사고가 났다. 중학생 2명이 탄 킥보드가 30대 여성을 치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피해자는 어린 딸을 지키려다 참사를 당했다고 한다. 전동킥보드 역시 예사로 무면허 운행을 한다. 해마다 수천건의 사고를 일으키고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청소년기는 미성숙의 시기다. 그러나 그들이 핸들을 잡는 순간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가볍지 않다. 단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첫걸음이다. 가정과 학교, 지자체가 힘을 모아 실질적인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도 단속·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인천은 전통적인 철강산업 도시다. 동구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 40여곳이 밀집해 있다. 동구지역 생산액의 52%를 차지한다. 이 철강산업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관세 장벽, 건설 불경기 등이다.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지역 일자리도 흔들린다. 이런 와중에 전기요금 인상 부담까지 겹쳤다. 인천 철강업계가 전기요금 압박이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며 대책을 호소한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최근 ‘인천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에너지 정의 실현’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업계는 지난 3년간 전기요금 인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제 개편을 우려한다.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제는 낮 시간 전기요금은 낮추고 야간 요금은 올리는 내용이다. 한국철강협회 측은 이 요금제 개편의 시행 유예를 신청한 기업이 55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크다는 얘기다. 철강업계는 야간 시간대 전력 사용 비중이 높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다. 야간 전기요금이 오르면 경영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인천 철강업계는 유예기한인 9월30일 이전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력 자급률 등을 충분히 반영한 차등제를 말한다.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은 전력 자급률이 180.6%에 이른다. 영흥화력발전소와 복합화력발전소 등 곳곳에 발전소다. 서울은 자급률이 7.5%에 불과하다. 경기도도 62.4% 정도다. 정부는 올 하반기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요금제다. 이럴 경우 인천은 전기요금 ‘역차별’을 받게 된다. 수도권 요금 통합체계에 따라 서울·경기와 같이 묶인다. 이러면 전력 자급률은 최상위권이면서도 지방보다 더 비싼 전기요금을 무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인천을 단순 수도권으로 묶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력 자급률을 반영하지 않은 전기요금 차등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요구다. 철강산업은 특히 전력 사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한다. 중국산 저가 공세 등 이중고 삼중고 속에 전기료 폭탄은 치명타다. 산업 경쟁력을 뒤흔든다. 철강은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지탱해 온 지역 뿌리산업이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의 기업은 요금 혜택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많은 발전소를 돌리면서도 더 비싼 전기요금을 물어야 한다면 명백한 역차별이다.
난데없는 공항 통합론이 선거 화두로 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통합이다. 처음엔 ‘억측’, ‘확대 해석’이라 했다. 그러나 부총리가 국회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특히 인천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구청장 후보까지 ‘반대’ 입장문을 낼 정도다. 최근 인천시청에서 ‘공항공사 통합 진단과 인천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국제공항 통합 반대와 공공기관 이전 저지 인천 사수 범시민운동본부’라는 긴 이름의 단체가 주도했다. 항공교통물류 전문가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신규 재원을 만들지도, 권한을 넓히지도, 항공수요를 재창출하지도 못하는 목표 불명의 정책 판단이라는 것이다. 조직이론의 관점에서도 기관 통합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기능 중복이나 통합 시너지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객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효율성 저하를 우려했다. 통폐합으로 기관 간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통합 대상 기관들은 서로 경영 목표도 달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생명이다. 세계 최고 허브 공항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지방 공항의 운영과 공공성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성격과 설립 목적이 판이한 두 거대 조직을 인위적으로 합치려는 것이다. 조직 비대화에 따른 비효율과 서비스 질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다. 윤석진 인천연구원 경제산업 연구위원은 공항경제권 전략의 좌초를 우려했다. 인천공항은 단순 공항 시설을 넘어선다. 반도체·바이오 첨단 물류와 항공 MRO(정비·수리·분해) 등 거대 항공산업 클러스터의 모체다. 특히 지역 공항의 적자를 인천공항 수익으로 메우는 하향 평준화를 우려한다. 인천공항이 글로벌 톱티어(최상위 최고 수준)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 동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명분도 실리도 찾아볼 수 없는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6•3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 논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괜한 걱정으로 끝나길 바랐다. 우선 설득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책판단이다. 부단한 노력 끝에 세계 상위권에 오른 인천국제공항이다. ‘하향 평준화’나 ‘물타기’로 끌어내려야만 하나. 현재 공항 운영의 글로벌 트렌드도 ‘전문화’가 대세라고 한다. 정치나 선거 유불리를 떠나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다.
록은 뜨거운 청춘의 표상이다. 그 태생부터가 자유와 해방의 음악이다. 천둥 같은 함성, 터져 나오는 떼창, 열대야를 날리는 물대포 세례. 올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벌써부터 기지개를 켠다.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사흘 밤낮 인천 송도를 달군다.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60여개팀이 오른다. 인천시 주최, 인천관광공사·경기일보가 공동주관이다. 지난 24일 오후 2시 ‘블라인드 티켓’ 창구가 열렸다. 말 그대로 ‘광속 매진’이다. 블라인드 티켓이 뭔가. 석 달 후의 본무대 라인업 공개도 전에 파는 티켓이다. 수량 한정의 할인 티켓이다. 올해 블라인드 티켓은 3일권 16만8천원으로 30% 할인 가격이다. 암표 방지를 위해 1인당 4장만 살 수 있다. 열리기 무섭게 매진이 올해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신 2022년 이래 줄곧 2~3분 만의 ‘솔드 아우트’다. 초스피드 매진은 뭘 말하는가. 바로 지난 20여년 쌓아온 브랜드 파워다. 갤럭시나 아이폰이 새 모델을 내놓으면 새벽부터 줄을 선다. 이들 제품이라면 ‘틀림 없다’는 의미다. 무대 라인업은 아직 모르겠지만 인천펜타포트 락이니까 ‘오픈런’이다. 국내에 이런 음악 축제가 또 있으려나. 대단한 브랜드 파워가 아닐 수 없다. 인천시는 올해 펜타포트 락 입장권 가격을 동결했다. 최근 물가 상승과 제작·운영비 증가로 인상 요인은 있다. 그러나 열혈 팬들의 부담을 고려, 종전 수준으로 유지한다. 인천시는 또 공연 환경 전반의 개선에도 나섰다. 입장 동선 분산과 대기 시스템 개선 등이다. ‘GATEWAY TO K’, 올해 펜타포트 락의 비전이다. 인천은 세계가 처음 만나는 K-컬쳐의 관문도시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글로벌 K-컬처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5대 목표도 정했다. 글로벌 확장, 팬덤 자산화, 지역 연계 강화, 디지털 확장, 지속가능성 등이다. 20년이 넘은 만큼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을 성취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 홍보 네트워크를 키워 글로벌 팬 확보에 주력한다.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확충한다. 올해는 아시아 등 글로벌 음악 시장을 향한 쇼케이스도 개최한다. 국내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돕고 펜타포트의 국제 플랫폼 기능 강화를 위해서다. 문화 콘텐츠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디고 불투명한 성과로 변곡점을 넘어서기 어렵다. 인천펜타포트 락은 이들 딛고 스물한 살 연륜의 세계 무대로 컸다. 올여름 또 한번의 ‘빅뱅’이 기대된다.
항공 MRO(정비·수리·분해, Maintenance·Repair·Overhaul)는 인천의 숙원 산업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 화물 모두 세계 3위 공항이다. 그런데도 항공 MRO 단지가 없다. 매년 1조원 이상 해외로 유출된다.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항공 MRO를 경남에 몰아줬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 MRO 단지에 화물기 개조 초도기가 입고된다는 소식이다. 이달 말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에 보잉사의 B777이 들어온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IKCS 개조시설의 초도기다. 이 항공기는 180일의 개조 과정을 거쳐 10월 출고된다. 이 개조시설은 광동체(항공기 좌석 통로 2열) 2대와 협동체(통로 1열) 1대를 동시에 개조할 수 있는 2.5 BAY 규모다. 연간 최대 6대를 개조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인근에 3단계의 첨단복합항공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한 1단계 사업은 62만3천㎡(18만8천여평) 부지에 개조·정비 시설별 1개사 이상의 앵커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2032년까지의 2단계 사업은 글로벌 MRO 단지화가 목표다. 시설을 집적화해 해외 정비물량을 본격 유치한다. 개발면적은 90만7천㎡(27만4천여평) 규모다. 2040년부터의 3단계 사업은 원스톱 MRO 서비스의 배후 지원단지 개발이다. 공항공사는 현재 첨단복합항공단지의 격납 부지 7곳 중 3곳에 대해 개조·정비 분야 앵커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개조시설은 글로벌 P2F(여객기의 화물 개조·Passenger To Freighter) 선도기업 IAI사가 샤프TK와 합작으로 IKCS를 설립·운영 중이다. 또 H2 부지에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최초로 자체 격납고를 건립하는 티웨이를 유치했다. H3에는 통합 기단 300여대의 중정비를 준비하는 대한항공을 유치했다. 이 기업들은 각각 2028, 2029년 말 문을 연다. MRO 핵심 부문별 앵커기업 투자도 유치한다. 페인팅 격납고를 유치해 정비기능 완결성을 확보한다. 부품지원부지에는 엔진·부품 정비시설도 유치한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은 최근 항공산업의 뜨거운 블루오션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이 물동량을 키우고 있다. 퇴역하는 여객기의 수명을 10~15년 연장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번 초도기 입고가 K-항공산업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초도기 개조 사업을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세계 MRO 시장에 한국의 기술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6∙3 지방선거 출마 여야 인천시장 후보를 향해서다. 이번 제안엔 인천경제단체협의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함께 했다. ‘인천경제 이렇게 가꿔 주십시오’에 4대 목표, 71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만 메아리가 없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 늘 선거 때만 반짝 들먹이고는 만다. 그래서 십수년째 되풀이하지만 공염불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산업현장 인력난 해소 등이 최우선에 있다. 시간만 끌고 있는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도 담았다. 수도권 규제는 너무 촘촘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다. 500㎡(151평) 이상 공장 신설이나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은 안 된다. 일반대학 신설은 금지 사항이며 증원 총량도 규제 대상이다. AI나 로봇, 바이오 등 첨단기술인력도 지방에서만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좀 큰 규모의 개발사업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도 수도권엔 쉽지 않다. 세금 감면 혜택 등에서 차별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력(E–9) 규제 완화도 수도권 기업들엔 해당이 없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 지방선거 등 때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요지부동이다. 인천 산업현장 인력난 및 산업용지 부족 문제도 결국 수도권 규제로부터 비롯한다. 인천상공회의소는 2년 전 총선 때도 정책 제안서를 돌렸다. 제조업 근무 환경 개선, 인건비 지원, 외국인 고용 규제 완화 등이다. 지난해 대선 때도 고령인력 고용 지원 확대, 스마트 공장과 로봇 도입 등을 요청했다. 인천 산업 현장에서 그만큼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이번 제안서에는 동구 철강산업 위기와 전기요금 역차별 문제도 담았다. 현대제철 등 동구의 주력산업인 철강업체들 영업이익이 90%나 급감했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리는 중이다. 인천의 전력자립률은 전국 최고 수준의 192%다. 그러나 전기요금 권역화로 수도권에 묶이면 지방보다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한다. 인천 산업 현장이 수도권이라는 이름의 족쇄에 묶여 있다는 하소연들이다. 150평짜리 공장 하나 못 짓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 묵은 체증을 이제는 풀어줘야 한다. 44년 동안 변함이 없는 시대착오적 규제다. 이번 선거 주자들은 이에 답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을 반세기 가까이 묶어 놓다니. ‘소는 누가 키우나’ 소리가 나올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