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낭소리’라는 독립영화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영화의 시장점유율보다 앞서나가던 한국영화가 지난해 처음으로 42.1%라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영화계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이 영화산업에 몰고 온 변화는 명백하다. 1990년대 이후 선보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빚어내는 허구적 사실성이 영화역사를 새로이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기술의 산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산업에 끊임없는 응전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실은, 영화는 흥미를 배가시키는 복합오락공간, 극장에서 보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이었다. 포브스(Forbes)지가 최근 발표한, 지난 30년간의 최고 발명품 1, 2, 3위는 인터넷과 PC, 휴대폰이다. 이들이 일상에 몰고 온 변화가 혁명적인 만큼, 콘텐츠산업에 미친 영향력 또한 폭발적이었다. 광대역 인터넷 망과 PC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열어 놓았고, 휴대폰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가능한 유비쿼터스 세상의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가 콘텐츠산업의 전통주자라고 스스로 자부한다면, 지난 100여 년간 고수해온 전통 플랫폼의 포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이쯤에서 깨달아야 한다. 극장, 지상파TV에서 PC로, 휴대폰으로, IPTV로 움직이는 관객의 시선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블록버스터에 환호하고 어둠 속의 환타지도 즐기지만, 저예산 다큐멘터리, 5분짜리 단편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새로운 미디어와 열린 커뮤니케이션에도 익숙할 만큼 다양하다. 그렇다면 매출의 90% 이상이 극장에서 발생하는 한국의 영화산업 구조는, 21세기 콘텐츠 패러다임에 비추어 볼 때 비정상적인 증상이라 진단된다. 불법 다운로드나 복제 등을 탓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에 고개를 돌리지 못한 내부의 무관심도 원인 중 하나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 성공에 목매고 있는 지금도, 똑똑한 누군가는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블루 오션에 적응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권택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2009-03-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