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계도시축전 그 이후

이탈리아 시에나는 인구 5만의 작은 중세풍의 도시다. 인구 100만이 보통인 우리에게는 도시라고 부르기도 멋쩍게 느껴진다. 이 시에나에는 매년 7월2일과 8월16일 두 차례 팔리오(palio)라는 축제가 열린다. 팔리오 축제에는 도시 인구보다 몇 배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승마 경기는 전국으로 텔레비전 중계된다. 그러나 정작 팔리오의 핵심인 승마 경기는 시에나 중앙 광장을 3바퀴 도는 것으로 불과 1분30초안에 경기가 끝난다. 그런데 이 싱겁기 짝이 없는 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즐기는 것이다. 팔리오는 1650년경에 시작하였으니, 3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360년을 내려오면서 팔리오는 시에나라는 도시 그 자체가 됐고, 팔리오를 중심으로 도시의 문화가 발전되었다. 올해 인천에서는 세계도시축전이 열린다. 이를 위해 수많은 행사가 기획돼 준비 중이다. 수많은 전시회, 국제행사, 페스티벌이 80일 동안 열리게 된다. 도시, 환경 에너지, 첨단 기술, 관광 레저, 문화 예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서 도시의 미래 발전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 신도시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크다. 새로운 도시 건설의 컨셉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도시의 문화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아 그야말로 80일간의 세계 일주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도시 축제인만큼 이 축전이 성공적으로 치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80일 동안의 축전을 통해 행사를 즐기고 조형물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다. 이제 도시를 건물이나 조형물만으로 보던 때는 지났다. 도시는 문화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 속에서 이뤄진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결합된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출하는 계기를 인천세계도시축전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도시축전이 1회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 이후에도 인천의 도시 문화를 창출해 인천의 브랜드로 정착시키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 팔리오의 1분 30초에 비한다면 인천의 80일은 보다 풍성하지 않겠는가.

영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최근 ‘워낭소리’라는 독립영화가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영화의 시장점유율보다 앞서나가던 한국영화가 지난해 처음으로 42.1%라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영화계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이 영화산업에 몰고 온 변화는 명백하다. 1990년대 이후 선보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빚어내는 허구적 사실성이 영화역사를 새로이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기술의 산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산업에 끊임없는 응전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실은, 영화는 흥미를 배가시키는 복합오락공간, 극장에서 보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이었다. 포브스(Forbes)지가 최근 발표한, 지난 30년간의 최고 발명품 1, 2, 3위는 인터넷과 PC, 휴대폰이다. 이들이 일상에 몰고 온 변화가 혁명적인 만큼, 콘텐츠산업에 미친 영향력 또한 폭발적이었다. 광대역 인터넷 망과 PC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열어 놓았고, 휴대폰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가능한 유비쿼터스 세상의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영화가 콘텐츠산업의 전통주자라고 스스로 자부한다면, 지난 100여 년간 고수해온 전통 플랫폼의 포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이쯤에서 깨달아야 한다. 극장, 지상파TV에서 PC로, 휴대폰으로, IPTV로 움직이는 관객의 시선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블록버스터에 환호하고 어둠 속의 환타지도 즐기지만, 저예산 다큐멘터리, 5분짜리 단편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새로운 미디어와 열린 커뮤니케이션에도 익숙할 만큼 다양하다. 그렇다면 매출의 90% 이상이 극장에서 발생하는 한국의 영화산업 구조는, 21세기 콘텐츠 패러다임에 비추어 볼 때 비정상적인 증상이라 진단된다. 불법 다운로드나 복제 등을 탓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에 고개를 돌리지 못한 내부의 무관심도 원인 중 하나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극장 성공에 목매고 있는 지금도, 똑똑한 누군가는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블루 오션에 적응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LED, 농가의 새로운 빛

며칠 전 환율이 1천500원 선을 돌파했다. 이어 동유럽 중심으로 글로벌 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단지 바람에 머무는 것일까.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제회복 이후를 위한 장기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기술 녹색산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에너지와 환경이다. 이 가운데 최근 휴대폰, 전광판, 교통신호 및 차량 조명에 이용되고 있는 LED융합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LED(Light-Emitting Diodes 발광다이오드)인가. LED는 식물의 광합성과 관계되는 빛의 청색·적색 파장만 비춰 전력을 최대 95%까지 줄이면서 친환경적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 같은 고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적 장점을 감안해 2015년까지 LED 보급률을 30% 선으로 끌어올린다는 ‘15/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농가보급형 LED 광처리 장치’ 개발 등 농업·생물분야 LED융합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에 전북 LED융합기술지원센터가 추진할 ‘LED 조명 활용 식물공장 시스템개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수직형 설계 기술, 작목 및 생육단계별 LED 최적 광 제어 기술 등 산업화를 위한 기초기반 기술이 제공될 예정이다. LED 이용기술은 관련 산업 인프라 조성 및 기업과 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돼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할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휴대폰, 자동차 등 생활 속에서 시작되는 LED의 빛이 농업에도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대통령의 성적표

누구든지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학기말과 학년말에 받은 통지표를 간직할 것이다. 통지표에 얽힌 희비도 많을 것이다. 통지표에는 각 과목의 성적표가 수, 우, 미, 양, 가로 매겨지고 성적순까지 기록된다. 요즈음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는 여론조사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로 MB의 성적표은 ‘잘했다’와 ‘못했다’가 각각 35%와 55% 안팍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의 성적을 학교통지표의 평가방식으로 환산해 보면 60%이상 ‘수’, 50%이상 ‘우’, 40%이상 ‘미’, 30%이상 ‘양’, 20%대 이하 ‘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선거 등을 비롯한 여러 여론 조사를 보면 어떤 것이든 50%이상이면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돼 ‘우’로 메겼다. 60% 이상은 아주 우수한 경우다. 여러 여론조사만을 종합해 보면 MB가 받아 쥔 1년 통지표 성적은 ‘양’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잘했다’보다 ‘못했다’가 더 많으니까 보통에 해당하는 ‘미’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찬반이 균형을 이루는 40%는 넘어야 그래도 현상 유지가 되는 점수가 된다. MB가 원래 50%대의 고공행진 끝에 압도적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지지도가 추락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시절 “오렌지가 아니라 아륀쥐가 맞는다”든가, 일부 청와대 수석들 “땅을 사랑해서 땅을 샀다”라든지, “암이 아닌 것으로 판정이 나서 집으로 선물을 받았다”는 등 서민들의 정서를 뒤틀리게 하는 발언을 해대면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잠식되기 시작됐고, 곧 이어 터진 미국 쇠고기 파문으로 지지도에 의외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래도 MB의 1년 성적은 촛불시위 때의 20%대에 비하면 상당한 점수 만회라고 할 수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진보성향의 20~30대에서 아직도 20%대 밖에 못 얻고 있으나 연륜과 경륜의 50대 이상에서 40~50%대의 지지를 받은 것이 MB에게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들의 1년 성적이 20%대인 ‘가’에 머문 것에 비하면 MB의 35% 성적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MB는 앞으로 4년 남았다. 2년째 통지표에 ‘수’와 ‘우’가 많이 늘어나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미군공여지 반환에 관해

같은 경기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를까. 경기도의 주한미군 공여 구역 현황을 보면 오는 2012년까지 반환 예정인 경기북부 미군 공여구역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1억4천470만㎡에 달한다고 한다. 동두천에서는 빨리 나가라고 아우성이고 평택에서는 하루빨리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하니, 동일한 땅이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국방부는 반환 미군 기지들을 매각해 미군 이전 비용으로 쓸 계획이고 지자체들은 싼값에 넘겨받아 개발할 구상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 하다. 행정 구역 절반가량을 미군 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동두천의 경우 그럴 만도 하다. 직업 근성일까,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반환 공여지 활용과 정부 지원금 활용에 있어 특별히 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미군들의 군화냄새가 진동하고 그들이 지금까지 마신 맥주냄새 만큼이나 쾌쾌한 우리의 땅에 이제는 가장 ‘우리다운 것’을 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것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도록 우리의 가락과 우리의 춤사위를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그곳에서 볼 수 있도록 문화의 장을 건설해야 하고 그러한 곳에 우리의 혼을 쏟아 부어야 한다. 동두천은 무려 58년간 시 면적의 42%를 미군기지로 내주면서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이제는 지역민들에게 환원해줘야 하지 않을까? 미군기지 이전이 당초 2012년에서 2016년으로 연기된다는 소식에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역 개발의 차질뿐 아니라 이에 따른 수천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하니 치열한 역사속의 희생자인 이 지역 주민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조속히 해결돼야 할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국가 안보라는 이름아래 희생된 이 지역 주민들에게 되돌려줄 것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미애 경기북부예총협의회 회장

리더의 생각과 행동

인간은 집단 조직 속에서 어울려 살아간다. 때문에 사회적 동물이라 말한다. 하나의 조직은 작게는 5~6명에서 크게는 국가의 조직에까지 이른다. 조직의 리더는(CEO) 그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법은 구성원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그 대표적인 집단이 국회이다. 민주사회는 다양성의 사회이다. 문제 해법의 생각이 서로 다를망정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다양한 생각을 하나의 결집된 의견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CEO의 몫이고 책임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아픔을 찾아, 최소한의 경비와 노력으로 최대 다수인의 행복을 구현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꼭 필요해서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구별된다.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을 꼭 필요한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는 여러 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여러 가지의 방향에서 해결하려는 수용 자세와, 법과 규정을 따져 강요를 하는 방법,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한테 맞추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문제의 해법은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최대다수의 행복을 구현하고, 공익을 우선하는 공통분모가 무엇인가를 생각 해 봐야 할 것이다. 어느 성현이 말한 4가지 삶의 유형이 생각이 난다. 첫째 꽃과 같이 반짝하면서 피고 지는 인생을 사는 사람, 둘째 저울과 같이 상대를 재고 이해관계를 따져 묻는 사람, 셋째 산과 같이 과묵하나 물은 버리고 나무만을 선택하는 편협한 사람, 넷째 땅과 같이 지구상의 모든 만물을 포용하고 병균까지도 키우며 수용하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CEO는 땅과 같이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고 생각해 주며 수용하는 태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의 수장은 말은 적게, 생각은 올바르게, 마음은 넓게, 손은 깨끗해야 한다. 요즘 마음과 손이 더럽고 생각이 부족해 구설수에 오르는 수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단체가 수장의 잘못으로 전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깝다.

재개발과 세입자 보상대책

최근 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참사 사건으로 재개발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전국에 걸쳐 수 없이 많은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신도시건설을 위한 택지개발사업, 일명 뉴타운 사업이라 일컬어지는 도시재정비촉진사업, 주택재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위 사업시행에 있어서 용산참사 사건과 같이 참혹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타인의 토지 등 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하는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세입자에 대한 보상액이 지출한 비용보다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세입자의 경우 권리금이나 인테리어비용 등을 지출하고 몇 년간 자신의 영업망을 구축하여 영업을 했는데 고작 보상되는 금액이라고는 대부분 3개월치 휴업보상비가 전부이다. 왜 그렇게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금이 적은 것일까. 위와 같은 각 재개발사업에서 보상의 근거로 삼고 있는 법률은 바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다. 위 법률(77조) 및 시행규칙(47조)에 의할 경우 수용으로 인해 영업폐지되거나 휴업할 경우 보상을 하도록 돼 있는데 실질적으로 폐업보상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영업장을 이전하는 데 따른 3개월간의 휴업보상을 해줄 뿐이기 때문이다. 위 법령 어디에도 상가 세입자들이 당초 지출한 수 천만원 내지 억대의 권리금이나 인테리어비용 등에 보상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책은 없는 것일까. 현재 법령으로써는 결국 위 휴업보상에 대한 감정평가시 상가세입자 등의 현실적 상황 및 매출액 등을 꼼꼼히 살펴 보상액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감정평가과정이나 결과를 세입자에게 공개하고 세입자를 참여시켜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시행자와 세입자 사이에 사전분쟁조정기관을 통해 보상금협의를 하도록 하거나, 법령개정 등으로 세입자에 대한 현실적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재개발 사업들이 모두 세입자보상 문제 등으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현실적인 세입자 대책마련으로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변호사

내가 만나고 싶은 참된 의사

다양한 교육기법이 각 학문 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의학교육에 있어서는 아직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개인적 만남을 통해서 이뤄지는 도제교육(徒弟敎育·apprenticeship)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이론으로서의 의학적 지식을 배운 의사가 살아있는 의술을 베푸는 참된 의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말과 글로써 설명될 수 없는 많은 요건들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제교육 형태로 후배의사들을 가르칠 때 내가 꼭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참된 의사’가 그것이다. 참된 의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전문가로서의 기량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의사를 택하겠는가? 실력은 없지만 성품이 좋아서 많은 환자들이 믿고 따르는 의사를 택하겠는가? 아니면, 올바른 덕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택하겠는가?” 질문을 받은 후배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우문(愚問)에 대한 답을 고민한다. 나는 전문적 기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품은 편치 않더라도 실력이 갖추어진 의사를 택하겠다. 왜냐하면 실력이 뛰어난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실력이 없으면서 환자에게 인기가 있는 의사는 실질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의사를 믿고 따르는 환자는 다른 의사를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열정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유지할 수 없다. 또한 그 기량을 환자를 위한 살아있는 의술로 만드는 일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셋째, 환자를 위한 사랑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량과 열정을 갖추어도, 그 마음에 환자를 위한 사랑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그의 기량과 열정이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고,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모든 의학적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의 삶을 전체적으로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고, 이는 환자를 위한 사랑이 그 마음의 바탕에 있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도제교육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내 후배의사들이 전문가로서의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열정적인 자세로,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본다면, 나는 그를 기꺼이 참된 의사라 부르고, 그에게서 소중한 도제교육을 받고 싶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농산물, 안심하고 먹을 순 없나

봄 아지랑이가 저만치 땅 속에서 손짓을 한다. 벌써 시장 좌판 위에도 동네 마트의 야채코너에도 봄동, 냉이 등 신선한 봄 야채가 그득하다. 작년 중국 수입산 식품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증가해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 코너로 소비자가 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복된 식품 사건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우리 땅에서 키워진 농산물만이라도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농약을 사용해야 했으며 그 결과 농산물에 잔류하는 농약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농약은 과거에는 잔류성과 독성이 강해 인간과 환경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끼치기도 했지만 수많은 개선과 개량을 통해 인체유해성이 약한 물질로 개발돼 현재는 미생물을 이용한 천연 농약까지도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농약은 인류의 식량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시장에 유통되기 전 경매단계의 농산물에 잔류하는 농약을 검사해 본 결과 약 2%가 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으며 기준초과 농산물은 경매 전에 전량 압류 폐기해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 또한 농약이 잔류됐을 경우 데치거나 삶는 과정 중에 최대 80%까지 농약이 제거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도된 바 있다. 따라서 가급적으로 농약이 잔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농작물에 사용토록 하며 생산자인 농민은 농약안전사용 수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도내에 수원, 구리에 이어 안양, 안산 등 경기도 4대 공영 도매시장에 대해 경매 전 농산물을 검사하기 위한 농산물 검사소 설치가 모두 완료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농산물 검사를 실시하게 돼 도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부디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생산자인 농민과 유통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안전한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생산 유통돼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후변화와 수원시의 노력

예전에 우리고향에서는 겨울에 명태를 많이 잡았다. 한 넉달 잡아서 일년을 먹고 살았는데,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서 상품가치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십년전부터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 명태어장을 형성하는 한류성해류가 더 이상 남하하지 않아서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도저히 명태를 잡을 수 없다. 고성명태축제에 우리명태가 없어서 축제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울상이다. 얼마전 기후변화 워크숍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아서 20년후에는 우리나라 전체가 극심한 물부족상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사람보다 민감하다. 대기와 바다가 기후변화에 의한 심각성을 우리에게 경고하는 아주 좋은 예이다. 수원은 말그대로 물의 도시다. 물이 많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물관리를 잘해서 수원이라고 했을 것이다. 수원에서 소비하는 12억톤의 물 중 80%를 외부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원의 4대 하천은 늘 메말라 있다. 유지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애초 물의 총량은 부족하더라도 물 관리를 잘하는 수원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수원시는 지난 17일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와 공동 협약식(MOU)을 가졌다. 향후 빗물이용프로그램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협약식 개최 후 수원시의회 연구단체 ‘환경정책포럼’은 기후변화대응조례 간담회를 마련했다. 내용은 3월 임시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수원시가 이제는 물과 기후문제에 능동적 대응을 하겠다는 가시적인 노력들이 추진되고 있다. 몇 가지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첫째는 지하수 관리를 잘하고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지하수는 후손들이 써야 할 미래의 물 자원이고 많이 쓰면 쓸수록 하천의 지표수가 메말라 간다. 지하수관리계획을 중장기적으로 내오고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자동차를 포함한 고탄소배출원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에너지절약은 기본이고 절약가정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저탄소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기후문제는 당장에 체감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인간만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고, 자연은 일찍히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줄여나가야 한다. 삶과 생활자체를 느리고 슬림형으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대학의 국제화

새 학기를 맞아 각 대학이 새로운 해를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모든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올해 공통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국제화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국제 세계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대학도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대학에 대한 평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모 신문사의 대학 평가는 이제 모든 대학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평가로 자리잡았는데, 여기에서 국제화 평가 점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또 다른 신문사가 아예 영국 The Times지와 손잡고 국제적인 평가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 평가는 세계 다른 대학 관계자들의 평가에 높은 배점을 배정했다. 이래저래 대학의 국제화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따라서 각 대학이 외국인 교원 초빙, 외국인 학생 유치, 영어 강의 확대, 교환 학생 증대를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목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질높은 외국인 교원이 많으면 당연히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교환 학생이 많으면 학생들에게 국제적인 안목을 높일 수 있다. 영어 강의는 학생들에게 글로벌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방안들이 지나치게 평가의 지표를 위해 변형된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 유치가 우수한 외국인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는 국내 입학생 수를 상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으로 활용된다. 모 대학은 영어 강의 비율을 높인답시고 영어와 우리말 강의를 섞어서 해도 영어 강의로 간주한다고 한다. 외국인 교원 초빙 역시 정작 우수한 교수들은 우리나라를 기피하고, 종종 질 낮은 교원들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래서는 국제화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이제는 대학의 국제화에 대해 질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영어 강의 비율이나 외국인 비율과 같은 숫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국제화는 우리의 대학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특화, 차별화할 때 자연스럽게 외국인 교수가 오고, 외국인 학생들이 찾는데서 이루어진다. 그러한 준비 없이 숫자에 매몰될 때 설익은 국제화의 병폐가 대학을 멍들게 할 수 있다.

집단지성

옛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선현들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말인지는 몰라도 요즘같이 국가의 경제를 비롯한 산업 환경이 어려울 때 더욱 실감하는 말이다. 최근 콘텐츠 산업에서는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집단지성’은 ‘황소 몸무게 맞추기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적어낸 숫자의 평균값이 황소의 몸무게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낸다는 데서 유례된 말이다. 콘텐츠 산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검색서비스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던 콘텐츠를 일반 대중들이 다양한 지식들을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자료와 만족을 줄 수 있게 했다. 이용자들의 더 많은 만족 제공을 통해 서비스를 활성화 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무료로 제공받던 일반인들의 참여에 댓가를 지불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즉, 일반 대중이 기업의 내부인력을 대체케 함으로써 콘텐츠의 생산과 서비스 과정에서 원가를 낮추고, 절약된 원가의 일부를 대중에게 돌려주는 사업 모델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과거 미국 부통령 엘 고어는 법률가 조엘 하이트와 함께 지난 2005년에 커런트TV라는 방송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방송 콘텐츠를 시청자들이 직접 만들어 제공할 수 있게 해주고, 채택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최초에 500불, 추가적으로 채택되면 750불, 1천불로 상향하여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10분 내로 만들어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젊은 층에게 자신이 필요한 내용만을 필요할 때 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또한 cafepress.com이란 곳에서는 회원 상호 간에 아이디어를 직접 상품으로 만들어 회원간에 제품을 사고팔게 해 줌으로서 80만개 이상의 개인 상점이 만들어 지고, 3천600만개의 상품을 보유하는 등 집단지성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들이 생성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의 발달과 그에 따른 콘텐츠서비스 모델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 형태를 창출해 내고,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에는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귀농은 녹색 일자리 창출이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경기도 좀체 풀리지 않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빠듯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귀농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자리가 부족할뿐더러 벌이가 있다 해도 생활비가 만만치 않은 도시생활보다는 그래도 농촌이 낫지 않을까 하는 대안으로 여기는 듯 하다. 농촌은 일손 부족, 유휴 농경지 증가와 같은 만성적인 문제로 고민해 왔다. 이러한 귀농현상을 농촌의 문제와 함께 고려해 본다면 도농의 윈윈전략, 더 나아가 경제난국을 해결할 해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 귀농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평소 1천호 내외이던 귀농가구가 IMF 직후인 1998년에는 6천400호, 1999년에는 4천100호를 넘어선 바 있다. 이렇듯 농촌은 각박해진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자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민들의 경제적 도피처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처럼 농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귀농에 대한 준비가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들의 경우 귀농하기 전 농촌생활을 미리 경험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잠시 머물다 돌아갈 곳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이주하는 만큼 지역주민들에게 마음을 열고 교류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농촌이 살 만한 터전이 되도록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적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농촌은 급속도로 진행된 고령화로 젊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귀농은 농촌의 젊은 인력 유입, 국가의 녹색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둠으로써 녹색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이에 귀농을 적극 장려해 개인의 삶을 풍족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경제난국을 타개할 하나의 해법이 되기를 바란다. /조은기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시각 장애인 강영우 박사

얼마 전 우리 교민 부자가 대를 이어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관리가 된 것이 화제가 됐다. 아버지 강영우 박사는 시각장애인으로서 부시 대통령의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냈고 그의 아들 강진영 변호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법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내가 강 박사를 알게 된 것은 같은 대학 1학년 때였다. 학과는 달라도 교양과목을 합반해서 배우기 때문에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할 때가 많았다. 동급생들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는 전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가끔 옆자리에서 강의를 듣곤 했는데 그는 강의를 들으면서 점자를 찍었다. 정상인이 필기하는 속도보다 더 빨라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그 대학을 중퇴하고 3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TV 화면에 갑자기 그가 나타났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라는 고관이 되어 금의환향한 것이다. 내 옆자리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점자를 찍던 바로 그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 피츠버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수가 되고 미국저명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으며 고위 관리까지 된 것이었다. 자식 농사도 잘 지어 큰 아들 강진선 박사는 하바드 의대를 나와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가 됐으며, 이번에 백악관에 들어간 작은 아들은 시카고대학을 거쳐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더니 이번에 32세의 약관으로 아버지 대를 이어 백악관 관리가 된 것이다. 같은 학번 동기들 중에 대단한 석학이 된 이도 있고 나름대로 출세한 이도 있으나 강 박사의 성공은 아주 드라마틱한 경우다. 큰 아들 강 박사는 그의 저서 ‘아버지가 어둠속에서 들려준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앞을 볼 수 없어도 미래의 비전을 갖고 계시다. 그런 아버지를 두어서 감사한다”고 적고 있다. 강영우 박사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표(師表)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앞이 안 보이는 경제위기 속에서 말이다. /전진규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장

영혼을 씻겨주는 지역축제

미국의 국제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했고 영원히 건재할 것 같았던 GM과 크라이슬러 등 거대 공룡기업들이 휘청거린다. 2008년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5.6%를 기록했다며 온 언론이 또한 난리가 난 듯 시끄럽다. 이러한 시기에 ‘지역축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세상과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은 배가 부른 다음 찾는 디저트가 결코 아니다. 그 규모가 크든 작든 문화와 예술은 후진국과 선진국에서 혹은 도시와 농촌에서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서 그 나름의 위대한 힘을 발휘해 왔으며, 그 지역주민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지금도 흐르고 있다.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함께 고난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문화와 예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 문화 예술이 펼쳐지는 장(場)이 바로 지역축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축제의 활성화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시기 적절한 이슈라 할 수 있겠다. 육신을 살찌우는 것이 음식이라면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지켜내고 가꿔주는 것은 예술이며 문화다. 필자는 이곳 남양주 지역의 각종 문화 예술과 관련된 지역축제에 참다운 문화예술의 영혼을 심고자 노력해왔다.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지역축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파에 찌든 주민들의 지친 영혼을 말끔하게 씻겨주는 지역축제, 더 나아가 그들의 영혼을 문화와 예술로 가득 채우고 그 속에서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뿜어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지역축제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독일군에게 무려 900여일 동안 포위당하면서도 세계적인 박물관 에르미타슈의 귀중한 유물을 지켜낸 레닌그라드(현 페테르부르크) 시민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과 자존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우리의 지역축제가 어떻게 하면 지역민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해답과 좌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미애 道북부예총협의회 회장

온실 속의 아이들

요즘의 어린이들은 행복할까? 건강할까? 의지력은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나약하고 불쌍하다. 야망도 의지도 지구력도 없다. 모두가 부모의 그늘 아래서 키워지는 화초라고 생각된다. 온실 속의 화초는 아름답고 예쁘긴 하나 강건하질 못하다. 얼마 전 매스컴에서 국군 장병들이 군생활과 훈련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몇 차례 읽었다.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옛말에 ‘전쟁에서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기를 원한다면 죽는다’(死卽生 生卽死)는 말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군부대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데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모래사막에서의 풀 한 포기와, 백두산 꼭대기에서의 나무 한 그루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사막의 풀은 물이 없어 뿌리를 깊게 내리고, 백두산의 나무는 세찬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몸을 낮추는 삶으로,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찾아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온실 속의 화초는 비바람을 모르고 자란다. 야생화가 온실 속에서는 살아갈 수 있지만, 온실화가 밖에 나가면 생존할 수가 없다. 모진 비바람과 추위, 목마름과 배고픔에 견딜 수가 있어야 한다. 하물며 인간사 동식물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요즘의 어린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의지력과 지구력이 부족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빗자루 청소도 못하고, 100m의 등굣길도 차를 타고 가야한다. 500m의 오래달리기를 하면 쓰러져 체력검사도 없어졌다. 따라서 체력은 점점 나약해져 비만아가 되고, 숙제도 부모가 해줘야 한다니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자주력도 책임감도 없다. 부모가 없는 먼 훗날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모두가 어른들의 책임이다. 너무나도 크고 두터운 부모의 보호막을 걷어 치워야 한다. 홀로서기를 가르쳐야 한다. 독수리는 새끼를 낳아 낭떠러지에 던져서 혼자의 힘으로 어미한테 올라오는 새끼만을 키운다는 교육방법이 생각난다. 그래서 새 중의 새가 아니던가. /이세재 평택청북초등학교 교장

흉악범 얼굴 공개 논란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의 얼굴이 대다수 언론에 공개되면서 흉악범의 얼굴 공개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흉악범 얼굴공개법’을 법무부 등과 협조해 만들겠다고 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 차원에서 공론화하여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논의를 하는 이유는 바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국민의 알권리’ 이 둘의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즉,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 피고인(피의자)에 대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돼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표현의 자유에서 파생된 알권리를 기초로 강호순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는 공익적 차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더 우선시하여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언론사에서 실시한 찬반투표 등을 살펴볼 때 일반 시민들은 흉악범의 프라이버시권이나 인권보호 측면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우선시해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반면 헌법학자 등 법학계에서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및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얼굴 공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아 보인다. 이와 관련 법원은 ‘공적인물이론’을 내세워 범죄자의 실명이나 얼굴 공개에 대해 매우 엄격한 해석을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 국민들로서는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바로 피고인(혹은 피의자)이라고 하는 것까지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위 판례에 따를 경우 다시 공적인물의 범위와 관련하여 논쟁의 소지가 있다. 강호순을 과연 공적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헌법학계, 언론사 등 관련 기관 및 학자들은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의 충돌 및 논쟁의 소지가 있음을 인식하고 흉악범 얼굴공개 및 그 입법 등에 있어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 변호사

다양성은 미덕이다

음식점에서든 백화점에서든 여러 가지 품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한 가지 품목만이 주어지는 것보다 좋은 일이다. 물론 의학에 있어서 한 가지 병에 대해 여러 가지 치료법이 있다는 것은 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치료법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견해에 대한 존중은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외국에서 공부할 때 지도교수 책상에 ‘Diversity is virtue(다양성은 미덕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대학으로 공부하러 오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격려하라는 뜻으로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Johns Hopkins 대학의 교수로 발령을 받은 본인에게 자칫 범하기 쉬운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하라는 자경문(自警文)으로도 생각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견해에 대한 존중은 환자의 권익을 일선에서 지켜야 하는 의사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학회에 참석할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서 기존의 치료법과 비교하여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두 명의 연자가 각각 본인의 주장을 펴고 상대방의 주장에 반대되는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연자의 일방적인 강의방식에 비해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반대되는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접함으로써 어느 한 쪽의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진보적인 견해와 보수적인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우리의 발전 원동력을 잠식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반대쪽 진영에 서있는 사람들의 견해가 자기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들보다 더 필요한 이웃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진보가 없는 보수는 자칫 발전의 기회를 부정하는 반동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고, 보수가 없는 진보는 우리 모두가 딛고 있는 근본을 부정하면서 위험이 동반될 수 있는 불확실한 미래로 우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에 있어서 기존 치료법의 입증된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취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듯이, 진보의 발전가능성을 취하면서 보수의 근본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닐까.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자연생태하천 조성

‘좋은 하천 가꾸기’ 라는 말은 ‘자연을 제대로 살린 하천 정비’ 또는 ‘사람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자연생태하천 조성’ 정도로 보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십수년 간의 환경변화에 의해 강가의 조약돌과 모래밭이 감소하고 기능을 상실한 보(洑)의 방치, 콘크리트 구조물에 의한 하안의 직선화 등 여러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본래의 자연하천으로 되돌리기 위해 하천바닥의 여울설치, 인공습지 조성, 수생식물 식재, 사(巳)형 하천으로의 곡선화 등 생태계 복원책이 시민과 행정기관의 협력으로 실시 되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자연을 잘 살린 하천 조성으로 좋은 경관이 창출되고 어류의 종류나 수가 증가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하기도 한다. 실례로, 일본도쿄 도시하천을 대상으로 한 콘크리트 하상구간과 조약돌·모래로 만든 자연하상구간의 수질개선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자연하상구간에서의 질소 제거효과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생긴 원인은 콘크리트피복에 의한 부착물 부착 하상면적이 1/4로, 또 하천수의 유달면적이 1/3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자연을 잘 살린 조약돌 하상을 만들면 자정작용을 일으키는 부착미생물의 부착면적이 증가하여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하여 자정작용이 촉진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연을 살린 수변을 잘 가꾸어 줌으로써 BOD가 감소하는 등 수질이 깨끗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천이 맑아 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환경학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적 하천 조성 전후에 경관, 생물, 생태계 수질의 변화에 대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하천 환경의 주민기여도,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한 하천 조성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마침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경기도에서는 남한강 지류인 경안천 수질개선사업과 남한강변 숲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도내 18개 도시하천의 생태복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생태 하천 조성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민 모두가 자기자신과 관계가 깊은 주변하천에 관심을 기울여, 자연 친화적 생태하천 조성 혜택이 다음 세대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김종찬 道보건환경연구원 원장

광교산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광교산은 매년 백만명 이상 찾아오는 경기남부권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던지, 부담을 갖지 않고도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5만명 가량이 찾고 있다. 이렇게 사랑을 듬뿍 받다보니 등산로도 많이 망가지고 생태계의 교란도 심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수원시의회에서도 광교산 보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등산로복원, 광교유기농생태마을조성, 생태도로연결’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로부터 광교산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인데 막대한 예산문제가 수반되다 보니 쉽지는 않다. 수원시에서는 광교산 예비군훈련장에 수원시여성축구부 전용 인조축구장을 만들겠다고 8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의회에서도 논란이 많아 표결까지 가면서 가까스로 통과된 예산이다. 예비군훈련장은 상수원보호구역내에 농민들의 땅에 ‘군사상의 목적’이라는 특수한 경우를 적용해서 강압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사실 정상적으로는 들어오기 힘든 시설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하니 농민들이 양보한 것이다. 이제 군사상의 목적이 다하고 수원시는 활용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고심은 머리를 쓰니까 하는 것이고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원래대로 하면 간단한 것이다. 원래 그대로 농민들에게 돌려 주던가, 녹지나 공원으로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여성축구단의 전용 인조 잔디장은 광교산에 들어와서는 안된다. 스포츠시설 자체가 들어와서는 안된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주변환경을 고려했을 때 소음을 유발할 수도 있고 경기시 많은 차량의 이동으로 인하여 농로를 막고 농사의 피해를 준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인조잔디장은 납 등의 중금속 오염물질을 유발하여 물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광교산은 환경적으로 잘 보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개발지상주의가 광교산 문턱에 와있는 시점에서 예비군훈련장의 활용은 모든 정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예비군훈련장을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활용하느냐, 아니면 스포츠시설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광교산의 수명은 달라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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