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임차 헬기 운영 국가 지원 절실

올봄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대형 산불을 겪었다. 3월 영남권 산불은 31명의 사망자와 약 10만4천ha의 산림 피해가 발생하는 등 수십년간 키워온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기록했다. 최근 산불은 강풍, 적은 강수량 등 기후조건 악화로 해마다 증가하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예측조차 어려운 돌발적 상황이 잦아지고 있어 국가적 재난화가 돼 가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산불은 초동진화가 이뤄져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불진화 헬기 운영이 필수적이다. 산불 발생 직후 초기 대응이 대형 산불을 막는 결정적인 수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운용하는 임차 헬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국 지자체는 봄과 가을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시기에 산불 발생 시 신속히 출동해 초기 진화를 하기 위해 임차 헬기를 운영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헬기 임차 비용은 대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러 지자체가 헬기를 임차해 운영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2∼3개 지자체가 한 대의 중·소형 헬기를 공동 임차해 운영하는 실정이다. 산림청이 전국 산림항공관리소에서 50대의 헬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 전역을 동시에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산림청이 운영하는 50대의 산불진화 헬기 중 주력 헬기는 29대의 러시아산 카모프(KA-32) 헬기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산 헬기 부품 수급이 제한돼 올해 8대, 내년에는 14대의 헬기가 가동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림청 헬기 공백을 해소하고 산림청과 지자체 간 산불진화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지자체 산불진화 임차 헬기의 운영은 필수적이다. 필자의 지방자치단체장 시절을 돌이켜보면 매년 봄철과 가을철 크고 작은 산불이 반복됐을 때 임차 헬기가 빠르게 출동해 초기 진화에 성공하면서 대형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경험이 생생하다. 오늘날 많은 지자체는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최소한의 임차 헬기 운용만 간신히 하고 있다. 또 예산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임차 헬기가 1인 조종사를 유지하고 있어 산불진화 헬기 조종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필자는 2021년 4월 산림보호법 개정을 통해 “산림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산불진화 헬리콥터 등 산불진화 장비를 도입하는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지자체 임차 헬기 운영에 대한 실질적 국가적 지원은 미비하다. 산림청은 지자체 임차 헬기 운용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예방 차원의 홍보와 계도 활동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불이 난 이후에는 초기 대응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빠른 출동과 강력한 초동 진화야말로 숲과 마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산불로 인해 수십년간 가꾼 숲과 마을의 평온을 잃었고 인적·물적 피해 또한 막대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산불 예방과 함께 지자체가 신속 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특히 각 지자체가 충분한 임차 헬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대형 산불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재난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소중한 숲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과감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림청과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또다시 숲을 잃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의정단상] 수요자 주도형 ‘AI 진흥 정책’의 필요성

인공지능(AI)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각국이 국가 전략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정부 역시 데이터센터 구축과 초거대 AI 모델 개발 등 인프라와 기반 기술 확충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중요한 토대다. 그러나 앞으로는 ‘AI를 얼마나 크게 만들었는가’보다 ‘AI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하는가’에 정책의 무게를 둬야 한다. 인터넷의 성장 과정을 떠올리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광케이블을 깔고 서버를 늘린 덕분만은 아니었다. 네이버 지식인 같은 정보 서비스, 다나와 같은 가격 비교 이커머스, 싸이월드 같은 소셜 커뮤니티가 생활 속 필요를 충족시켰기에 국민들이 인터넷을 일상에서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가 수요를 만들었고 그 수요가 인프라 확충을 이끌어냈다. AI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광케이블 설치를 오늘날의 AI 서버 증설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광케이블은 한 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활용 가능한 인프라였지만 AI 서버는 매년 성능이 개선되는 슈퍼컴퓨터에 가깝다. 오늘의 투자가 곧바로 내일의 구형 장비로 전환될 수 있기에 단순한 물리적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프라 정책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응용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법률 분야에서는 리걸테크가 변호사, 판사, 검사 등 법조인의 실제 업무 흐름에 맞게 발전할 필요가 있다. 단순 판례 검색을 넘어 계약서 검토, 소송 전략 수립, 디스커버리 지원 등 전문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의료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 AI가 환자 맞춤형 치료, 수술 계획 지원, 의무기록 관리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개발과 검증 단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중소기업 제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공정 최적화, 품질 관리, 재고 예측처럼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영역에 AI가 접목되면 생산성과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숙련 기술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활용한다면 AI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정책의 균형이다. 지금까지의 인프라 중심 전략은 기반을 닦는 데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전문가와 숙련 기술자가 AI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리걸테크는 변호사가, 의료 AI는 의사가, 제조업 AI는 현장 기술자가 주도할 때 AI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혁신이 된다. AI 경쟁은 단순히 서버의 크기나 데이터의 양으로만 판가름 나지 않는다. 누가 더 현명하게 활용하고, 현장의 수요에 맞게 응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인터넷 성공이 생활 속 서비스에서 출발했듯 AI도 현장의 수요가 이끌어야 한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 수요자 중심의 응용 전략을 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AI 혁신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길이다.

[의정단상] 스마트 사회기반시설 대수선... 건설경기 회복

건설산업은 국가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산업화 시기부터 현재까지 국가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주력산업의 생산시설과 설비 인프라를 받쳐온 버팀목이다. 지금도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3%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기반 산업이다. 특히 건설산업은 다양한 공종, 기술, 자재, 인력이 복합적으로 얽힌 종합산업으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재정지출 1단위당 국민소득 증가폭을 의미하는 사회기반시설 인프라의 재정 승수효과는 평균 0.6 이상으로 높으며 인프라에 1조원을 투자하면 경제성장률이 약 0.076%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건설산업은 제방, 내진설계, 재난안전시설,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최근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일부 벗어났다는 긍정적 신호가 있지만 건설·설비 투자는 여전히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건설 지표는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 침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저성장, 고금리, 높은 공사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제한된 정부 대응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2025년 1분기 건설 수주액은 53조3천억원(경상 누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으며 공공 부문은 12조8천억원으로 25.2%, 민간 부문은 40조5천억원으로 0.9% 줄었다. 건축 착공 면적은 2천360만㎡(누적)로 전년 대비 22.5% 감소, 건설기성은 170조원(경상)으로 20.5% 감소, 건설투자는 290조2천억원으로 –3.3%로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여전히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건설 경기의 부진은 올해 하반기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의 경제 내 비중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활성화는 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가장 주목해야 할 과제가 바로 노후 사회기반시설 문제다. 199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된 교량, 도로, 철도 등 주요 인프라가 동시에 수명을 다하고 있어 관리와 개·보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관리 대상 시설 44만7천81개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은 16만4천625개로 전체의 36.8%에 달한다. 2023년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와 최근 오산시 옹벽 붕괴 사고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증가하는 강수량이 맞물려 노후 인프라의 위험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후화는 단순한 시설 붕괴를 넘어 안전사고 증가, 국민 생명 위협, 생활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결합된 인프라 문제는 사회 전반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와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제는 ‘보수’라는 개념을 넘어 ‘대수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기적인 보완이 아닌 시설물의 수명이 도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개선하는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간 집중 재정 투입과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사후 관리 비용을 줄이고 스마트건설기술을 도입해 인프라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기반을 지금부터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 있는 판단이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기반시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대(對)국민 정보공개 등 투명한 운영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사회기반시설의 대수선은 단지 오래된 구조물을 고치는 일이 아니다. 건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며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 회복의 확실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의정단상] 과거와의 싸움 끝... 이제 미래와 싸울 준비할 때

6월3일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 한 달여 동안 지역구인 동탄의 지역 현안을 점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현주소를 치열하게 따라잡는 데 몰두해 왔다. 지난 6개월간 계엄의 상처를 수습하고 정치질서를 회복해 나가려는 국내 정치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세계는 이미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AI, 로봇, 반도체 등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면서 필자는 한 가지 불안을 느꼈다. 우리가 정치권에서 지난 십수 년간 치열하게 벌여온 수많은 논쟁이 이 거대한 기술 전환의 흐름 앞에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조선시대, 왜란과 호란이라는 두 차례의 전란을 겪고도 예송논쟁에 몰두했던 사대부들은 성리학 해석의 우열을 가리는 데만 열중했고 조선은 국제 정세의 흐름에서 고립됐다. 조선 후기 내내 그 흐름이 이어진 뒤에는 국권을 빼앗기는 비극을 맞게 됐다. 필자는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아마추어 수준이나마 코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작성하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최신 조류에 맞춰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고 있다. 프로그래머로서는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문명 자체의 전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정치의 주요 논쟁은 복지였다. 보편적 복지인가, 선별적 복지인가의 논쟁으로 표심이 갈리고 정당은 경쟁했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한다. 앞으로 십수 년간 우리 정치가 직면할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인간 소외’와 ‘대량 실업’이다. AI가 예술, 작문, 상담, 분석까지 대체하는 시대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중간 숙련도가 필요한 다수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위협받고 있다. 판교와 테헤란로의 프로그래머 신규 채용이 ‘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급감했다. 복지, 부동산, 조세 등 다른 모든 정치적 쟁점을 작게 보이게 할 대량 실업의 위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온다.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는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전략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대량 실업과 인간 소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에 대해 민주·진보 진영은 기본소득이라는 담론을 제시해 왔다. AI와 로봇으로 인해 고통받을 이들을 위한 복지적 보완책이다. 그러나 정작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안이 없고 일자리를 갖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는 달콤한 구상은 누구에게나 지속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귀에 익은 개념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보수 진영 역시 기술 대전환 시대에 걸맞은 사회안전망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의 현실이다.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은 ‘검찰 정치’와 ‘검투사 정치’에 매몰돼 왔다. 상대를 구속하고 방탄하며 정치적으로 제거하는 정쟁에 몰두한 나머지 정작 미래는 정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조선의 사화를 떠올린다. 정적을 숙청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던 정치는 결국 조선을 반으로 쪼개 쇠락하게 만들었다. 그 역사는 반복되곤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정치는 권력을 쥐기 위한 투쟁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변화는 이미 눈앞에 와 있고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의정단상] 뉴라이트 교과서 검정 취소는 사필귀정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활동 중에 칼럼을 통해 꼭 기록해두고 싶은 일이 있다.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한국사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친일 반민족적 시각을 담은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충격적 ‘사건’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포장된 이 교과서는 친일·독재를 옹호한 인사의 활동을 희석하거나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에 대한 기술에 오류도 담고 있었다. 왜곡된 역사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위험이 다분했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회가 나서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했고 결국 수십 군데나 되는 왜곡된 서술을 바로잡도록 교육부에 요청해 상당 부분 수정이 이뤄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현직 역사교사와 연구자로 구성된 검증단, 또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촌각을 다퉈가며 교과서를 분석해준 것에 각별히 감사드린다. 그리고 얼마 전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문제 출판사인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해 엉터리 출판 실적을 쌓았다고 판단했다. 즉, 실적을 충족하지 못한 출판사가 교과용 도서를 만들었기에 ‘검정 합격 취소’ 사유가 된다고 봤다. 교육과정을 뒷받침할 핵심 자료인 교과서 검정이 허술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다만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이었던 김모씨가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점을 규정 위반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점은 매우 아쉽다. 김씨는 엄연히 공무원 신분임에도 소속 부처에 이를 알리지 않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본인 소속이자 교과서 검정을 총괄하는 교육부에 이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은 점은 분명히 윤리적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탄핵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 역사를 흔드는 전방위적 시도가 있었다.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 눈감고, 독립운동을 폄훼했으며, 친일 행위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각종 정부 차원의 결정과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또한 이 같은 움직임의 하나였다. 국정감사를 포함해 몇 개월간 국회에서 그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통한 역사 왜곡 시도는 결코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나 개별적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이는 국가의 근본 가치인 역사관과 민주주의 원칙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앞으로 교과서 집필 및 검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엄정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청소년과 성인의 역사 리터러시를 높이는 교육 정책을 더 많이 시행해야 한다. 역사를 고민할 기회를 늘리고 좋은 교육자료를 만들고 또 공유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렇게 우린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야 하며 역사적 진실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 이를 희석하고 왜곡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언제든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역사 흔들기 시도로부터 우리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과 독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지키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의정단상] 기본사회, 지속가능 대한민국 실현의 열쇠

지난해 12월3일, 우리 국민은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위헌·위법한 내란 사태는 독재의 망령을 떠올리게 했고 우리 사회가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했다. 불법 계엄 일주일 후, 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을 통해 폭력과 불평등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를 성찰할 계기를 만들어 줬다. 마치 밤도둑처럼 들이닥친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회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확대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했다. 소득과 자산, 기회의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생활고에 절망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랐다. 2014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긴 채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충격적으로 드러냈다. 우리는 이런 비극을 끝낼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디지털·AI 혁명, 국제질서 재편, 저출생·고령화, 저성장, 기후 위기 등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초과학기술이 몰고 올 새로운 불평등과 불안에 우리는 어떤 가치와 정책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할까. ‘기본사회’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다. 기본사회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고 실질적 자유를 달성하는 사회를 뜻한다. 기본사회는 ‘기본소득’의 범위를 뛰어넘어 주거·금융·교육·의료·공공서비스 등 삶의 필수 영역을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서비스’,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폭넓게 순환시키는 ‘사회적 경제’를 아우른다. 필자의 정치적 비전인 ‘모두를 위한 나라’ ― 사는 곳, 세대, 성별,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3월12일, 민주당이 기본사회위원회 2기 발대식을 열면서 정책 논의가 본격화됐다. 필자는 경기도 기본사회위원장으로서 도내 31개 시·군의 다양한 여건과 필요를 반영한 ‘경기도형 기본사회’ 모델을 숙성하고 있다. 이미 경기도가 시행한 ‘청년기본소득’은 청년들의 정신건강과 행복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전남 신안의 ‘햇빛 연금’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해 지역 인구 증가에 한몫했다. 전국 지방정부가 추진해 온 많은 정책의 성과들은 기본사회의 가치와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기본사회를 현실화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정책을 입체적으로 설계해 더는 경제적 약자가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산층을 보호하고 양극화를 예방하는 일석삼조의 정책이다. 우선 과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경기도가 앞장서겠다. 경기도가 하면 대한민국이 할 수 있다. 시민 참여형 정책으로 공감대를 넓히고 증거 기반 정책 추진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 지역 실험의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small betting, scale up’의 방식으로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 기본사회로의 이행을 통해 더욱 튼튼한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을 함께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트라우마를 조속히 치유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서로를 해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극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 협력과 공존의 정신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본사회의 여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의정단상] 진보와 보수보다 국민이 먼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민주당이 진보냐, 보수냐를 두고 때 아닌 이념 논쟁이 불거졌고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념 논쟁은 분열과 대결의 언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념은 줄곧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돼 왔다.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영은 진보좌파로, 반대편에 서 있던 진영은 보수우파로 규정됐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 구도가 지속되면서 오랜 세월 대립과 반목이 반복됐다. 지금 다시 이러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이를 진보와 보수 이분법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는 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언제나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인 선택을 해왔다. 이념 논쟁에 앞서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지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과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했다. 당시 정책기조를 보면 김대중 정부는 금융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경제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진보라는 이유로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체결했다. 한미 FTA 추진은 시장 개방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의 일환이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고 이러한 행보가 보수적인 정책으로 비친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보수 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었을 뿐 민주당 자체가 진보 이념을 앞세우는 정당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이번 발언과 인식이 다르지 않다. 필자는 1988년 평민당에 입당해 민주당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 강령에서 진보 혹은 보수라는 이념을 명시적으로 내세운 적은 없다. 민주당은 언제나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지향성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현실적 정책을 고민해 온 것이 민주당의 역사다. 이념 논쟁에 빠지면 현실을 놓친다. 진보와 보수보다 국민이 먼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아니라 실용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삶이 나아지는 것이지 특정 이념을 따르는 정치가 아니다. 경제성장, 민생안정,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대한민국은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이념 논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유능한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발언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진보냐, 보수냐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유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 민주당은 이념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의정단상] 상생·조화 바탕... 갈등과 미래 과제 해결

필자가 정치에 입문한 지 어느덧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했다. 보다 좋은 정치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뛰어온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세는 전례 없는 혼돈 그 자체다. 거대 야당에 의한 방탄 탄핵, 억지 입법에 이어 비상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 등 극한 갈등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필자는 정치를 시작하며 상생과 조화의 정치를 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생과 조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해 이천시를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대한민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로 웅비시키겠다는 의정 목표를 다져 왔다. 물론 지금의 정치 상황에서 이러한 정치철학이 실현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또 해낼 수 있다. 정치는 시대적 과제와 민의가 원하는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상생과 조화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뿐만 아니라 어떠한 미래 과제도 능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양자컴퓨터, 디지털트윈 등 최첨단 신기술 영역에서도 상생과 조화의 정신으로 이천시와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웅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인 규제개혁에 있어서도 상생과 조화의 정신은 해결 열쇠 역할을 할 것이다. 수도권 규제 문제도 지방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행히 지난 1월 필자와 관계기관 간 지속적인 협의의 결실로 올해부터 자연보전권역의 산업단지연접개발 제한이 기존 6만㎡에서 최대 30만㎡까지 가능하게 됐다. 필자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농지규제, 입지규제 등 불합리한 규제 개혁에 상생과 조화의 키를 활용해 나갈 것이다. 안보 문제도 상생과 조화로 풀어갈 수 있다. 필자의 지역구인 이천시에는 북진선봉부대(7군단)와 육군항공사령부 그리고 특수전사령부 등 최정예 부대들이 상호 협력하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 나아가 호국영령이 영면하고 계시는 이천호국원은 규모를 대폭 확충해 올해 상반기에 호국안보테마파크로 재개원하는 등 호국안보 중심도시로서 이천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상생과 조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천 중심의 교통망도 확충하고 있다. 이천시의 경우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이천~오산 구간 기 개통에 이어 양평~이천 구간(2025년 국비 503억원)과 성남~장호원 자동차전용도로가 조기 완공되면 정자형 고속도로망 완성으로 주변 도시들과 연계 교통의 중심에 서게 된다. 또 중부내륙철도 판교~이천~문경 구간 개통과 수서~광주복선전철(2025년 국비 277억원), 여주~원주선, 판교~시흥선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장호원~청주공항 내륙철도지선까지 실현되면 별자형 철도망이 구축돼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도시들과 상호교통 교류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교육시스템도 기존과 새로운 것을 상생·조화시켜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경기형 과학고가 이천시에 개교하고 이천시와 EBS 간 업무협약 체결(2월 예정)로 최신 교육 콘텐츠를 도입하면 교육생태계가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리고 모가초 폐교 부지에 수난안전시설 등 학교복합시설이 세워지고 이천시 소재 기숙형 사립 교육기관과의 유기적 연계가 이뤄지면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시민의 보건과 안전 분야도 상생과 조화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천병원의 경우 소화재활센터 등 꼭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고 서울대분당병원, 아주대병원, 이천 소재 민간병원과의 협진체계를 구축해 시민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저를 3선 국회의원을 만들어 주신 이천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수도권 중진 의원으로서 더욱 분발해 이천시와 대한민국이 상생과 조화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의정단상]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성공 과제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 공급망 리스크, 그리고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경쟁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직접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에서 10%, 수출에서 20%, 그리고 총 투자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압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세제 지원 같은 정책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을 통해 지원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펩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회사들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공장 등 반도체 관련 산업이 집중돼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이 지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특히 용인시 처인지역에서는 SK와 삼성의 초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이닉스가 14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 건설을 진행 중이며 삼성전자는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발전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은 바로 교통 인프라 문제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제조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활한 물류와 인력 이동을 위한 교통망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국가산단이 들어설 용인의 도로와 철도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내년부터 공사가 본격화되는 SK하이닉스 주변의 57번 국지도, 318번 지방도는 왕복 2차선으로 극심한 정체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의 공사 과정뿐 아니라 공장이 완공되면 교통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도로 인프라 확충과 유지에 더 많은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철도 인프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용인과 인근 반도체 산업 단지에는 철도 및 전철 등의 인프라가 사실상 부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 광주에서 용인 남사로 연결되는 경강선의 조기 추진과 동탄~부발선의 스케줄 재조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특히 용인 구성에서 이동·남사의 삼성국가산단, 원삼의 SK하이닉스를 연결하는 GTX-A 지선을 만들어 강남 30분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은 반도체클러스터 성공의 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의 공급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그 중심에는 교육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 대만 신주산업단지의 칭화대 같은 우수한 교육기관이 성공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반도체 전문 공과대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의 집중 규제로 인해 신규 대학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현재 명지대와 명지전문대학의 통합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용인 명지대에 반도체 특성화 공과대학을 설립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통합을 성사시키고 반도체 공대 설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각오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단순히 한 산업을 넘어 국가의 미래와 안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교육기관이 힘을 합쳐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미래의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의정단상] 경기북부 탄소순환경제 인프라 구축을

지난달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9천억원이 투입되는 ‘CCU 메가프로젝트 시범지역’ 다섯 곳을 선정했다. 안타깝게도 경기도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내년 2월7일 ‘이산화탄소저장활용법’이 전격 시행되고 정부가 시·도지사의 신청을 받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집적화단지’(이하 집적화단지)를 지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점에서 경기 북부 역시 탄소순환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는 발전소 및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C)함으로써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전략이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지하 등에 저장(CCS)하거나 메탄올 및 건축재 등의 물질로 만드는 활용(CCU)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CCU가 설치된 곳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실증시설 정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이 시설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연장 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실증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보령석탄화력발전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CCU 실증 시설을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 후 드라이아이스 생산과 농업 용도 등으로 판매되는데 시설 운영비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포집을 확대하더라도 판매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동해가스전 등 해저 지층에 저장하는 CCS가 필요한데 이 역시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결국 이산화탄소 포집을 확대하려면 탄소활용(CCU)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 CCU 기술이 상용화한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CCU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메탄올과 합성연료, 탄소벽돌, 탄소플라스틱, 탄산칼슘, 드라이아이스, 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기술 고도화 및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춰야 전체적인 CCUS 생태계 조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해 생산된 청정 메탄올은 항공유나 선박유에서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가솔린 대체 연료로도 확대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청정 메탄올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경쟁에 나설 만하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해 연료나 건축재,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것을 ‘탄소순환경제’라 한다. 탄소순환경제에 편입되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되고 넷제로(Net-Zero), 즉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게 된다. 경기 북부지역은 그동안 수도권 규제와 접경지역에 따른 규제를 받으면서 오랜 시간 수도권 발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앞으로 경기 북부지역에 산업단지 등을 조성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업환경은 신재생·탄소순환 인프라다. RE-100 등 생산 과정에서의 탈(脫)탄소 에너지 규제는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생산환경에 신재생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과 탄소배출을 흡수하는 생산환경 구축은 기업 유치에 큰 장점이 되며 기업규제 완화와 녹색 파생산업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25년은 탄소순환경제가 시작되는 원년이다. 지금까지 첨단 산업 발전에서 소외돼 온 경기 북부가 탈탄소 경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국회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의정단상] 백만 평택의 선결과제

빠르게 늘고 있는 평택시 인구는 2030년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하루에 15만t가량 많은 40만t의 물이 생활용수로 공급돼야 한다. 평택시 물 공급의 변수는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다. 하루에 22만t의 물을 공급받고 있는 평택캠퍼스는 6기 공장까지 전부 가동되면 25만t이 더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물 부족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22년 11월30일 환경부,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화성시, 평택시, 오산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수원·용인·화성·오산시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처리해 반도체 사업장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반도체 국내 사업장의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계획이 성공하면 평택캠퍼스의 원활한 운영과 함께 생활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평택캠퍼스는 하수 재이용을 통해 하루에 물 29만t을 수원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받아오려 한다. 그러나 하수 재이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다. 투자에 나서는 민간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수원공공하수처리장 인근에 들어설 하수재이용처리시설 설치 예산은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의 10%만 민자로 조달한다고 해도 600억원이 필요하다. 평택지역 물 공급을 위해 수원시가 수백억원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사업타당성 평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사업의 경제성이 인정되면 제3자 제안공고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통해 실시협약이 체결된다. 그리고 1년간 실시설계를 거쳐 30개월간 공사가 이뤄진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진다 하더라도 2030년 들어서야 비로소 하수 재이용을 통한 공업용수가 공급될 수 있다. 하수 재이용을 통해 공업용수가 공급되면 삼성전자는 지금 쓰고 있는 물 22만t에 더해 평택에 공장 6기 전부를 지어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25만t을 추가로 취수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시민들을 위한 생활용수가 공급될 수 있다. 그러니까 하수 재이용 시설이 설치될 때까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어떻게 배분해 물 수요 증가에 대응하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평택시 인구 예상치에 따르면 2030년 인구는 현재보다 37만명가량 증가한다. 물은 지금보다 15만t가량 더 공급돼야 한다. 평택 반도체 공장 증설도 마냥 늦출 수 없다. 평택 반도체 공장 4, 5, 6기가 더 지어져야 한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밀어붙이고 있다. 팔당 물 공급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평택의 물 사정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건설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평택시민 3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해 온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겠다고 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려면 사라지는 취수원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수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직 민간 사업제안서조차 받지 못 한 채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하수재이용시설을 대체수원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물 부족을 메워줄 것이라던 해수 담수화나 초순수 개발은 기약이 없다. 하수 재이용도 아직 불투명하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위한 막대한 물과 전기 공급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논의에 앞서 하수재이용시설 설치를 현실화하는 일이 먼저다.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국민의 마실 물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의정단상] 너무나 한국적인 美 대선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승기를 잡은 것 같았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등장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대급 초박빙 접전 승부가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남의 나라 선거에 일희일비할 바는 아니지만 관전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대선 상황이 우리와 판박이라는 것이다. 유명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여러 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이재명 대표의 상황은 역시 검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와 많은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간의 대결 구도를 연상케 한다. 기상천외한 음모론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해리스 후보의 유세에 운집한 대규모 군중 사진이 인공지능(AI) 조작이라는 주장부터 TV토론 위장 이어폰 사용 음모론과 트럼프 피격 자작극 주장까지, 우리의 계엄령 음모론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면 이 상황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정치 갈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지만 한국과 미국은 그 정도가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정치 양극화 조사에서 그들이 1, 2위로 뽑히는 것은 더는 학계에서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트럼피시트, 개딸 등 비이성적 ‘팬덤형 집단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양국의 정치가 얼마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 양극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토양 삼아 다양한 정치 양극화가 파생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야 간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오직 경쟁자를 ‘악’으로 치부하며 적대적 반감을 갖는 ‘정서적 양극화’가 우리 정치 양극화의 뿌리, 아니 전부에 가깝다. 당연히 정서적 양극화 속에 민생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극단적 지지층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정치는 그들의 눈치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법 리스크 방탄용 입법 폭주와 얼토당토않은 검사 탄핵을 꼽을 수 있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선명성 대결은 정서적 양극화의 물결 속에 공허한 외침으로 묻히고 만다. 선거가 끝난 뒤 ‘정책으로 차별화했어야 했는데.’ 이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싶다. 반면 정책·이념에서의 양극화는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정책적인 선명성 차이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정치 전반에 관심을 높인다는 점에서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공격하는 공생균과도 같다고 할까.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결코 한국적이진 않은 미국 대선 속, 그들이 내놓는 명확한 정책 대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그냥 지켜보기라도 해보자. 보수, 진보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이 세상에서 정치의 기본 기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의정단상] 국가가 지워 버린 군인 ‘특수임무 수행자’

“내 무덤에 이름 석 자도 못 새긴다는 거잖아. 죽더라도 국립묘지에 묻힐 줄 알았는데....” 2003년 개봉된 영화 ‘실미도’에서 684부대 조장 한상필이 한 말이다. 한상필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미도 684부대’는 1968년 창설된 실존했던 부대다. 실미도 684부대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여타 부대와는 구성과 성격 면에서 다르지만, 이처럼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특수임무 수행자’라고 부른다. 이들을 HID(Headquarters of Intelligence Detachment·육군첩보부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1950년 만들어진 최초의 부대 이름이 대내외적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특수임무수행자는 국가가 지워버린 군인이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첩보 및 공작활동 등의 특수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계급과 군번이 없다. 따라서 대다수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군인으로 복무했다. 정부도 이들의 존재를 부정했으나 2002년 북파 공작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내려지고 영화 ‘실미도’가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2004년 1월, 국회에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과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그들에 대한 보상과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수임무수행자는 1953년 6·25전쟁 휴전 이후 1972년 남북 공동성명까지 1만여명이 북한에 보내졌으나 이들의 활약상은 알려지지 못한 채 수많은 작전과 훈련 속에서 8천여명이 전사 및 사망 그리고 행방불명됐다. 경기도 모처에 그들에 대한 추모시설인 충혼탑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특수임무수행자들의 추모시설 역시 존재 여부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그들의 희생에 비해 너무나 작은 규모와 열악한 시설로 인해 안타까움이 앞섰다. 또 다른 문제는 특수임무 수행을 위해 장교는 팀장으로 팀원과 같이 복무 및 훈련했음에도 장교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도, 국가유공자 선정에서도 일부 제외됐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 장교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지워진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에 따른 보상과 유공자 선정에는 그 어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신분이나 역할에 따라 보상의 정도 및 예우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신분 그 자체만을 보상과 선정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자가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 측에 특수임무유공자 추모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특수임무유공자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유공자들은 국가로부터 그 어떤 예우나 보상을 바라보고 희생하고 헌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는 모두 그분들이 흘린 피와 땀을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게 걸맞은 예우를 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그리고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의정단상] 국민을 사랑했던 선각자‚ 김대중 前 대통령을 기리며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헌정 사상 최초의 평화적·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했다. 남북한 화해·협력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는 6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갖은 탄압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양심’의 길을 걸어왔다. 군사독재 정권이 숱하게 목숨을 노리고 정치적 생명을 끊으려 했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향한 그의 기개는 절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았다. 1971년 평생의 후유증을 남긴 의문의 교통사고, 1973년 중앙정보부가 자행한 납치 살인 미수,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작된 ‘내란음모 사건’과 사형 선고 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6년간의 옥살이와 3년간의 망명, 1987년 6월 항쟁 전까지 투옥과 망명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대부분이 가택 연금되는 등 감시와 핍박이 늘 뒤따랐다. 그리고 분열과 증오에 기생한 한국 정치의 망국병 지역주의와 색깔론은 정치적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 오른 뒤 자신을 탄압하고 모욕했던 이들에게 한 치의 정치 보복을 가하지 않고 오히려 용서했다. 관용을 통해 국민 통합과 공존의 길을 가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통합의 정신은 IMF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전 국민적인 동참과 지지를 이끈 지렛대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각자였고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세계가 지식정보사회로 나아갈 것을 오래전에 꿰뚫어 봤다. 혼돈의 국난 상황에서도 정보기술(IT) 및 벤처산업 육성에 큰 힘을 쏟아 정보화 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문화에 대한 남다른 조예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세우면서 문화·예술인의 자율과 창의를 강조했다. 문화의 힘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대비하면서 한류 열풍의 기반을 마련했다.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중요 업적이다. 그는 사회보장제도를 시혜적 조치가 아닌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했고 4대 사회보험의 체계를 정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인사청문회와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권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범시켜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도모했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처한 작금의 현실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다. 그는 무엇보다 국민을 우선했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잊지 않았다. 지금의 우리 정치는 신념이 과잉되고 책임은 결핍돼 있다. 그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세로 ‘서생적 문제의식,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국민의 삶’이라는 현실의 바탕을 떠나지 않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의정단상] 운칠기삼(運七技三)

25년 전 IMF 금융위기 시절,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강의를 하던 중 만년 적자인 자동차부품 회사를 인수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터라 적잖이 고민하다가 결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40세 중년의 평범한 워킹맘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1억원에 인수했던 조그마한 회사는 경기가 살아나자 곧바로 일어섰고 20년 만에 연 매출 4천억원대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이 됐다. 이를 두고 남들은 ‘여성경제인 업계의 성공신화’라 하지만 뒤돌아보면 가시밭길과도 같은 고난의 순간이었다. 특히 경북 경산시에서 사업을 하다가 20년 전 사업다각화를 위해 평택에 자동차 섀시(차대)를 만들어 쌍용자동차에 납품하는 회사를 세운 것이 회사를 성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잘만 나갈 것 같다가도 위기가 찾아온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77일간의 총파업은 하청기업으로서는 일손을 놓고 무작정 견딜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동 수출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도전과 혁신이 없었다면 주저앉았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한 발자국을 먼저 내딛기보다는 멀리 내다 보되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걷고자 했다. 기업인에서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산업부와 미래차 정책을 논의하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세계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던 차에 우리도 자동차 회사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법들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대기업 재벌 특혜라는 정치권의 비판과 관련 부처들 간 갈등에 통과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때 묘책이 떠올랐다.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되 자금력이 열악한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한정해 특혜 논란이나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만여개의 부품기업이 있는데 이 중 9천개가 영세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80% 이상은 완성차 대기업에 하청을 받는다. 당장 대기업에 납품하기로 약속한 물량을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미래차 전환의 흐름에도 준비하고 대응할 여력조차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중고를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바로 법안을 마련하고 발의했다. 골자는 자동차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동시에 부품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차 인재도 육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박하다는 호소에 특별한 이견 없이 통과될 수 있었다. 중소기업과 여성기업을 대변하라는 당의 명령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가장 보람된 순간 중의 하나가 됐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70%는 운에 달려 있고 나머지 30%만 기술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부단한 노력 뒤의 성공에도 더욱 겸손하고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 강사에서 중소기업인으로, 또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3막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정단상] 진심으로 김포시민의 행복을 바란다면

누군가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물으면 대부분은 일과를 마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저녁시간이라 답할 것이다. 김포시민의 신뢰를 받는 김포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김포시민의 저녁시간과 행복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정치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과 공익의 증진이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5호선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법안이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김포시민의 안전한 출퇴근과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 즉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이 매우 시급하다. 법안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인 접경지역의 철도교통 개선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 국민의 교통기본권을 하루빨리 실현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2월 필자가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지며 추진력을 얻자 이걸 막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보이콧하며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민주당의 단독 통과로 23일 소위 문턱을 넘었으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하루빨리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결사 반대 수준이다. 김포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분개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의 행복이 아닌, 오로지 본인의 안위를 위한 정치가 된 결과다. 5호선 김포 연장의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5호선 예타 면제 법안 발의 모두 필자와 민주당이 추진해 온 일이다. 지난 2020년 임기를 시작한 후 김포시민의 목소리가 정부는 물론 전국에 알려지도록 목청이 터져라 뛰었다. 그 결과로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을 추가 사업으로 반영시켰고 GTX-D도 서울 직결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여당은 김포 교통 개선을 위한 이 노력과 성과에 어깃장을 놓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것이 김포시민의 삶에 대한 어깃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5호선 연장을 넘어 GTX-D 강남 연결, 올림픽대로 버스전용차로 신설, 일산대교 무료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당이 도리어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포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 위에 지어진 도시다. 20여 년 전 2기 신도시 중 하나로 김포 신도시 건설이 추진됐고 사람들은 정부를 믿고 김포에서의 삶을 기대하며 입주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울 직결 철도노선이 생기지 않는 등 교통 인프라 개선 속도는 더뎠다. 지난 2019년 김포도시철도가 개통됐지만 국비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교통 분담금만으로 만들어진 두 량짜리 꼬마 열차에 불과했다. 최대 혼잡률 290%, 1㎡당 7~8명으로 이태원 참사 당시에 이르는 위험 수준 혼잡으로 인해 김포도시철도는 지옥철의 상징이 돼버렸다. 출근시간대 김포공항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시민들이 발생한다. 매일의 출퇴근길에서조차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김포시민의 이 오랜 고통을 매듭짓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단 하루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정말로 국민의힘이 김포시민을 위한다면 이제라도 국회에서 협조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의정단상]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안성과 용인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바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다. 평택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송탄·유천취수장으로 인해 상류인 안성·용인지역이 광범위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된 용인 남사 첨단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부지 일부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지역에 포함돼 있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천취수장으로 인해 안성 전체 면적의 무려 16%인 89㎢가 1979년 이래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규제는 환경 규제 중 가장 엄격한 규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물론 증설도 힘들고, 업종을 변경하기도 어렵다. 44년간 개발이 힘든 주변 주민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으며 지역은 희망을 잃은 채 낙후돼 있다. 그러나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지역의 여건이 급변하며 더 이상 규제를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용인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걸린 국가산단이 조성되고, 또 천안에도 충남 미래모빌리티 국가산단의 배후지 개발이 필요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식수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권이기에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유천취수장은 수질이 좋지 않아 식수로 쓰기에 부적합한 실정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더라도 유천취수장의 수질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전국적으로 수질 악화로 문을 닫은 취수장도 여럿이다. 따라서 유천취수장 문제 해결은 평택시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지역의 대부분이 평택이 아닌 안성과 용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안성, 용인, 천안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취수장의 지정·해제 권한을 평택시가 갖다 보니 해결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올 초부터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한 끝에 정부가 송탄·유천취수장에 대체용수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과거 안성시의 요청에도 평택시가 기존 취수장을 폐쇄할 경우 식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취수장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물이 부족해 물을 달라고 아우성인데 현재 물보다 깨끗한 1급수를 받는 것은 평택 입장에서는 엄청난 성과다. 관로 작업에 필요한 비용도 인근 지자체들이 상생 협력 기금을 조성해 참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평택시민은 깨끗한 물을 얻고 안성이나 용인은 44년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이처럼 완벽한 상생 방안이 어디 있겠는가. 한마디로 역사적인 상생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과 관련한 만남과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부, 경기도와 충남도, 그리고 안성시, 용인시, 천안시가 의원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려 해도 평택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평택시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는 없으나 상수원보호구역마저 해제하면 현재도 나쁜 평택호 수질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 때문인 듯하다. 상생은 서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평택의 처지를 이해하기에 대체용수 공급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제 평택이 응답할 시간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그간의 안성과 용인, 천안시민이 겪어 왔던 고통에 공감해주기 바란다. 이제 갈등을 끝내고 상생의 길로 함께 가길 기대해본다.

[의정단상] 이탄희의 솔직한 고백

지난 4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를 국회에 전달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 덕분에 주목받았는지 모르지만 정작 대변하려는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800원 때문에 해고당한 버스기사를 기억하시는가? 그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던 판사는 국회가 동의해서 대법관이 됐다. 폭우로 물감옥이 된 반지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신림동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70년 만에 최대치로 감액돼 안전한 보금자리로 옮기지 못했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자기 자신을 철창에 용접해서 가두었던 하청노동자 유최안, 그의 염원이었던 진짜 사장교섭법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고 그는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왜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정치가 사람을 지키지 못할까? 죄다 이상한 사람들만 국회의원으로 뽑아 놔서 그럴까? 아니다. 그 원인은 증오 정치를 부르는 정치 구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 구조는 상대방이 못하면 자신이 이익을 보는 반사이익 구조다. 반사이익 구조는 문제 해결 경쟁이 아니라 증오 경쟁을 유도한다. 자신이 못해도 상대방이 더 못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어차피 양당 이외의 선택지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개혁에 집착한다. 증오 정치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사람을 지키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기회가 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이 돌고 돌아 한 가지 쟁점으로 좁혀졌다. 촛불 전 선거제도인 병립형으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현행법으로 치르고 위성정당만 금지하느냐 이것만 남았다. 국민의힘은 선거법 개악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자고 한다. 양당 카르텔 보장법으로 서로 기득권을 보장받자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유혹을 거부하고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것만 해내면 반사이익 구조는 깨진다. 보수도 경쟁하고 진보도 경쟁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민주당은 할 수 있다. 당도 스스로 기득권층이 됐다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도 증오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재난과 범죄, 민생, 기후위기, 검찰독재 등 수많은 불안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하려면 정치개혁 말고는 답이 없다. 4년의 기다림 끝에 깨달았다. 국민을 설득해 정치개혁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이끌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초인’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할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주변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정치개혁을 이끄는 위대한 시민,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맡은 배역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는 정치인 한 명이 만들 수 없다. 우리가 서로 마음을 열고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만이 비로소 해낼 수 있다. 언제나 당신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정치, 그래서 마침내 평범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자. 그 길에 앞장서겠다. 당신 한 사람이 희망이다.

[의정단상] 캠프마켓 드디어 완전 반환

캠프마켓 전체 부지가 드디어 완전 반환된다. 혹자는 ‘이미 반환된 것 아닌가’ 의아해할 텐데 우선 반환돼 토양정화 마무리 단계인 A, B, C구역 외에 평택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늦어진 이른바 빵 공장이 있는 D구역이 이제 반환되는 것이다. 1982년 대우자동차 용접공으로 부평에서 처음 미군기지를 마주했다. 일제 조병창에서 미군기지로 이어진 금기의 땅, 캠프마켓 담장에 균열을 낸 것은 시민들이었다. 1995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군기지 반환 운동을 시작했고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부평구가 이전에 기민하게 나섰다. 그런 노력이 지역사회 의제로 커져 2002년, 결국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캠프마켓 이전이 결정됐다. 2011년 군수품재활용센터(DRMO)가 먼저 경북 김천으로 이전하면서 캠프마켓을 구역으로 나누고 우선 반환이 시작됐다. 전체 부지 반환을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구역부터 우선 반환 및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장고개길이 있는 주안교회 인근 A구역(DRMO)을 시작으로 야구장이 있는 남측 B구역, 영외 시설인 C구역이 우선 반환됐다. 보급시설 중심의 캠프마켓 가운데 D구역 반환은 빵 공장 등 평택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함께 연기돼 왔는데 드디어 반환 마지막 관문인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의결을 거쳐 최종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정부에 확인한 결과 빠르면 10월 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안건으로 상정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구역마다 반환이 순탄치 않았다. 불합리한 SOFA 규정으로 반환협정은 더디기만 했다. 특히 A구역에서 다이옥신 성분이 발견된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환경부와 국회를 설득해 신속하게 법안을 개정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했다. 현재 다이옥신은 기준치보다 훨씬 안전하게 정화됐고 곧 A구역 토양정화는 마무리된다. 지난 2020년, 많은 시민과 함께 캠프마켓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 캠프마켓의 완전한 반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D구역이 반환 확정되면 토양정화에 들어간다. D구역 토양정화와 함께 부분 중단된 B구역 토양정화, 일부 건축물 보존 방안 마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 올해 D구역까지 캠프마켓이 완전히 반환되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된다. 캠프마켓을 가로질러 주안교회와 산곡남중을 잇는 장고개 도로부터 착공해 마무리한다. 지난 8월 인천시 보고와 현장점검을 통해 D구역 반환 시 장고개 도로 2~3공구부터 즉시 착공하도록 부서 간 협의를 완료했다. 도심 속 허파가 돼 줄 공원 조성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인천시 캠프마켓 마스터플랜 용역에 역사문화 공간 조성, 굴포천·산곡천 생태하천 복원 연계, 군용철로 활용방안(트램 등) 등 몇 가지 추가 사항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식물원 유치가 확정되기도 했다. 기나긴 세월 동안 많은 시민의 무수한 노력이 켜켜이 쌓여 캠프마켓 완전 반환이라는 열매를 맺게 됐다. 함께 아픔을 나누고 뜻을 모아준 부평시민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8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은 캠프마켓, 이제 시민 모두의 품으로 돌아왔다.

[의정단상] 통행료 무료화에 감사드리며

오는 10월1일부터 영종 주민 통행료 무료 시대가 열린다. 전 국민 영종 반값 통행료 시대도 함께 온다. 영종도 주민들이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절실히 요청했던 사안이 바로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무료였다. 저 역시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주요 공약이었고 등원 직후부터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가졌던 사업이었다. 지난 2021년 11월5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당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물었다. “다른 민간투자 교량은 다 가격을 낮추면서 왜 영종만 계획대로 안 깎아주냐”고. 총리는 “2022년까지 어떤 형태로든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해가 바뀌고 정권이 교체된 후, 정부에 진행 상황을 계속 점검했지만 코로나19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상승 때문에 당장 재구조화 작업이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올 초 영종 주민들이 영종·인천대교 무료화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3월1일 차량 1천대를 모아 톨게이트에서 10원짜리 동전을 내고 용산으로 행진하는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2월23일 통행료 무료를 위한 주민공청회를 열고 영종의 교통 문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주민들과 마주했다. 그 자리에 온 국토부 책임자에게 우리 의지를 다시 보여줬다. 아울러 그즈음 용산 대통령실 책임 있는 분에게도 직접 말씀드렸다. “지금 영종에서 난리가 났다. 지난 정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신뢰를 잃을 것이며, 이 일은 힘들더라도 어차피 해야 한다”고. 곧바로 다음 날 추진해보겠다는 회신을 직접 받았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원희룡 장관 그리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함께 서울에서 만나 통행료 무료화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 주가 지난 월요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상목 경제수석이 관련 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며 “관련 기관들은 수도권 국민을 위한 접점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본인과 원 장관, 유 시장, 김정헌 중구청장은 광화문 정부2청사 브리핑룸에 함께 섰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영종으로 가는 반값 통행료 계획을 발표했으며 유 시장은 이에 맞춰 영종 주민 무료화를 발표했다. 유 시장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렸다. 3·1절 차량시위가 예고됐던 당일, 주민들이 연 자축모임에 참석했다. 감격스러운 일이 전광석화처럼 일어난 듯하지만 그간 영종 주민들과 영종을 아끼는 많은 분들께서 20년 넘도록 노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간 애쓰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년 전에도 영종에서 똑같은 차량 봉기가 있었고, 이후로도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큰 결단을 해준 정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3월2일 대통령을 직접 뵙고 주민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도로를 운영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영종~인천대교 무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도 대표발의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했다. 이후 과정도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서 계속 챙길 것이다. 이번 조치로 영종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에게도 영종은 공항으로 오는 경유지뿐 아니라 목적지로도 좀 더 인정받을 것이다. 주민 무료는 시작했지만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완전 무료화될 때까지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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