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왕자의 깨달음과 중도

부처는 무엇을 깨닫고 왜 이 세상에 왔는가 하는 답을 알아보자. 싯다르타 왕자는 탄생계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온 세상이 모두 괴로움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 이렇게 선언했다. 즉, 탄생계는 모든 생명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이 세상에 오신 뜻이다. 다음으로 무엇을 깨쳤는가 하는 문제다. 그 답은 세상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고 연기법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고통은 중도의 원리를 알고 실천해야 없어지고 행복의 대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팔만대장경의 말씀 중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는 혜안과 지혜를 만들고, 고요함으로 나아가며, 바른 깨달음으로 향하게 하고, 이내 그대들이 그토록 찾던 대자유로 인도한다. 이 중도 가르침이 불교의 근본 사상이다. 중도는 모순이 융합되는 것을 말한다. 모순들이 융합된 진리 자체를 중도의 세계라고 한다. 즉,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도가 중도다. 지금 세상은 갈등으로 분쟁의 정점에서 3차 대전의 직전까지 가려고 한다. 또한 모두 자국 이기주의로 대립이 커져만 가며, 개개인의 사람들도 욕망에 눈이 가려 자기만을 보는 불안한 시대에서 환경과 생명은 위험에 처해 있다. 이 난제들의 치료는 모든 대립과 욕망을 융합하는 중도 사상에 있다. 20세기 초, 원자, 분자, 소립자 등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 발달하면서 자연 현상의 예측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발전한 혼돈 이론에서는 양자역학이 다루는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양자물리학에서도 현대 물리학계가 찾아낸 물질과 에너지의 근본 모습의 결과도 중도의 공사상과 일치한다. 결국 공이면서도 존재하며 일체이면서도 극미의 존재라는 우리의 인식으로는 아직 알 수 없는 4차원 이상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중도의 깨달음에서 미래 물리학의 연구 과제인 양자물리학을 뛰어넘는 이론들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물질의 창조 원리도 나오고, 인류의 영원한 행복도 중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중도의 융합철학을 모든 곳에 적용하면 그 해답이 나온다. 이 시대의 염원인 남북통일과 세계통일의 과제도 중도 철학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국가가 영구적인 중립화의 세계가 될 때 인류의 평화와 행복이 온다. 더 이상 군대를 만들지 않는 서로 중립이 될 때 세계 평화가 온다. 과학자도 정치인들도 종교인들도 경제인들도 교육자들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중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즉 인간 마음의 평화도 중도에서 오며, 극락 천당도 중도에서 오는 것을 금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기고 실천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인천의 아침] “너 자신을 알라!”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쉽게 답할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에 대한 또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일찍이 철학자, 심리학자를 위시해 유전학자, 인류학자 등 많은 학자들이 개념화해 오긴 했지만 여전히 명료한 해답은 없다. 세계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장발장이 주인공인 소설 ‘레미제라블’을 통해 인간이 치러야 할 싸움을 세 가지로 묘사하고 있다. 즉, 자연과의 싸움, 인간 간의 싸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중 제일 어려운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라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은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의 대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이미 2천500년 전부터 “너 자신을 알라!”고 경고한 이래 철학자들의 한결같은 견해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인생의 세월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를 더 분명히 알고,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린 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기초로 형성된 개념이 바로 ‘자기(자아)개념’(self-concept)이다. 이 자기개념은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자기인식이다. 즉, 인식 대상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그 총체가 자기개념인 것이다. 이 자기개념은 그것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서 한 인간의 정체성과 그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자기개념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더 나아가 긍정적인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갖추게 한다. 문제는 부정적인 자기개념이다. 이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다. 이런 습관은 곧 자신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낳고, 그 선입견은 또다시 자신에 대한 거짓평가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자포자기에 이르게까지 한다. 사실, 자기개념은 자기 한 사람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막강한 전파력으로 자기를 둘러싼 사람, 상황, 사회,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연히 긍정적 자기개념은 주위마저 긍정적으로 만들 것이다. 다른 한편 부정적 자기개념은 주위마저 부정적으로 만들 것이다. 긍정적 부모가 긍정적 아이를, 부정적 부모가 부정적 아이를 키운다. 긍정적 리더가 긍정적 조직을, 부정적 리더가 부정적 조직을 만든다. 여러분의 자기개념은 어떠한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인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경고한다. “너 자신을 알라!”고.

[인천의 아침] 비영리 민간문화단체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하늘 아래 땅 위에 살고 있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며 여러 사람이 어우러져 산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민간문화단체는 ‘지역사랑·문화사랑·인간사랑’을 추구한다. 부산이든 광주든 인천이든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거기서 피어나는 문화예술을 함께 누리며 서로 사랑하자는 뜻으로 모여, 삼십 년을 지내왔다. 활동이 왕성하던 때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 현안에 대한 포럼을 통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도서관 살리기 운동, 문화의 거리 만들기, 근대문화유산 보존 운동, 지역답사 등 수 백회의 전시나 공연, 교육 활동을 해왔다. 단체의 초창기엔 인천의 문화인프라도 부족하고 시민의 문화적 갈증도 크던 터라, 무엇보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외침은 주목받았고 NGO로서의 긍지도 뒤따랐다. 비영리단체의 소명을 다소 행한 후 나뭇잎 지는 소리도 있었지만, 정치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는 탓에 규모가 크진 않아도 활동이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몇십 년의 시대 흐름을 보면, 교육·문화·노동·의료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사회·문화복지에 대한 결핍이 점진적으로 채워졌다. 병행해서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제 분야의 NGO 역할도 활성화되며, 더불어 국가 지원금과 보조금도 채워졌다. 메마른 땅이 축여지자 일부 기금에만 몰입해 타성적으로 되는 단체도 생겨났고, 일부 정치세력에 편승하고 휘둘려 민관 협력의 조화를 스스로 깨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한국은 BTS나 오징어 게임 등 한류를 수출하는 역량을 지니게 됐다. 인프라도 증진되고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지원금까지 받는 문화단체원에는 여가 선용 및 자아실현은 물론 진일보한 사회적 봉사도 요청된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단체에선 정규교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천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대한 학생·시민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교 특별활동 시간의 문화유산교육은 활동가에겐 놀이터이며 일터이기도 하다. 민관의 적절한 협력은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 참여자의 자기 성취도 만들 수 있다. 행사 때마다 기꺼이 현수막을 걸고 안내를 자처하는 은퇴한 봉사자와 뒤따르는 젊은이가 아직 있는 한, 움직임은 어디서든 이어질 것이다. 낙엽이든 새싹이든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대로 가지 않겠는가. 한때 지역을 외쳤으니 찬찬히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소명이다. 우리가 주변을 닮는 것은 숙명이며, 그래서 우리는 지역의, 지구의, 우주의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인천의 아침] 저출산 대응의 핵심, 일·생활균형지원 정책

2022년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경향이 가속화되자 지난 3월28일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방향이 발표됐다. 그간 30세 이전 자녀를 3명 이상 낳으면 남성의 병역을 면제해 주자는 안이나,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 월 100만원 이하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자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등 현실성도 없고 인권적 감수성도 낮은 저출산 대책들이 거론되면서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기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저출산 정책 추진계획은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고 돌봄지원과 노동환경 개선, 주거정책 등을 포괄하고 있어 비교적 문제의 진단과 추진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평가된다. 이번 저출산 정책에서는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일·생활균형지원제도) 활용을 위한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을 5대 핵심 분야 및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참여하는 맞돌봄 문화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 모부성 제도 활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인력지원을 통한 적극적인 일생활균형문화조성을 포함하고 있고 또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약자’를 고려해 육아휴직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까지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으로 확대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모 맞돌봄 문화 확산과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현행 일·육아 병행 지원제도 활용 상 걸림돌 해소 집중 추진 및 육아기 근로환경 조성’이라는 장황한 말로 에둘러 표현하면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의 과제가 매우 중요한 저출산 대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정책 추진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생활균형지원은 일하는 부모만이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이 자기돌봄을 포함한 돌봄의 주체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출산율 쇼크가 환기시키는 우리 사회 재생산의 위기는 인구 위기로 진단될 것이 아니라 재생산권의 위기, 즉 아이를 낳고 키울 개인들의 권리, 스스로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재충전의 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는 사회 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천시에서는 올해 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일·생활균형과 평등한 돌봄을 위한 지원 사업은 우리 사회 재생산권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의 저출산 정책 과제이면서 동시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실현하는 성평등 노동정책의 과제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천의 아침] 줄어드는 소아과... 대한민국 미래는 어디로

권역외상센터에는 생명이 위독하거나 사망할 만큼 많이 다친 이들이 온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모두를 살릴 수는 없고,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면 더욱 안쓰럽다. 한밤중에 배달하다 사고로 실려오는 청년을 보면 낮에 일하고 쉬어야 할 시간인데 밤 늦게까지 위험한 오토바이를 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올해 초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표한 ‘2050년 대한민국 미래전망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한국의 미래는 높은 자살률,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빈곤율 증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구의 감소를 비롯한 많은 요인들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대응 전략은 소수와 약자를 돌보는 사회, 자율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 지역사회가 강화되는 사회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런 대전환이 가능할까? 며칠 전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단체에서 폐과를 선언했다. 그만큼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심각하고 앞으로 더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는 내과의 분과들이 많은 것처럼 세부 분야별로 진료할 의사가 필요한 필수과에 속한다. 미숙아와 같은 신생아를 진료하거나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환자 수가 적더라도 꼭 필요한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어린아이를 진료하는 건 어른보다 더욱 힘들고 시간이 들기 때문에 그에 맞는 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신규 의사들이 전공 과목을 선택할 때는 본인의 성향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을 고려한다. 결국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개원의들은 저수가에 대해 많은 진료로 버텨오다 환자군도 줄고 코로나19를 겪으며 버틸 수 없게 됐다. 돈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고 돈을 벌기 위해 일도 하지만, 돈이 사람보다 중요한 세상이 되면 방향은 정해져 있다. 열심히 일을 해 월급을 모으는 것보다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해 버는 수익이 훨씬 더 큰 세상이라면 누가 힘들게 일하고 싶겠는가? 해당 전문의가 아니면 치료할 수 없고 시간을 지체하면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응급환자가 하루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치자.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려면 해당 과의 전문의는 몇 명이 필요할까? 이 전문의의 하루 근무에 대한 급여는 얼마가 적당할까?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남들이 쉬는 주말에 나와 24시간을 근무한 ‘필요한’ 의사가 아니라 하루 동안 한 명만 진료한 ‘무능한’ 의사가 돼 버린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얼마를 지불할 의지가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대전환은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인천의 아침] 필수과와 지방에 부족한 의사들, 그 해결은?

최근 의사 수 부족과 의대 신설에 관한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소아과, 외과 등 병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밤에도 진료가 필요한 과들의 지원자는 갈수록 적어지고, 이미 근무하던 의사들도 급여는 많고 당직은 없는 병원으로 옮기거나 개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는 더욱 심해져 서울과 먼 지방의 경우 높은 급여를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일까? 국가별로 의료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 수 대비 의사 수를 비교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감기 증상으로 의원을 찾는 경우라면 어느 나라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생명과 관련되거나 응급한 질환의 경우 서울의 큰 병원에서도 의사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지방 공공의대를 만들고 일정 기간 지역에서 진료하게 하더라도 의무 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서울로 옮기거나 전공과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의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저수가 정책을 지속해온 정부와 힘든 일은 싫고 돈은 더 벌고 싶어 비보험 의료시장으로 몰린 의사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부족한 의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의사들을 돌아오게 하거나 신규 의사를 늘려야 하는데, 이미 질려서 떠난 이들을 돌아오게 하기는 어려우니 새로운 의사를 늘려 필요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 의대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의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의대 교육은 다른 전공과 다르게 교수 몇 명 채용해 강의만 한다고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여러 기초의학부터 더 많은 임상과 교수들이 필요하고, 다양한 환자의 치료 과정을 경험하는 실습 과정이 갖춰져야 한다. 무작정 의대를 신설하면 환자 경험 없이 국가고시 시험만 준비하는 학원이 돼버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전문의는 1000명이 넘는데 울산대 의대 정원은 40명이다. 정원을 두세 배 늘리더라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비슷한 여러 대형 병원과 기존의 전통 있는 의대의 정원을 일부 늘리면 훨씬 효율적으로 신규 의사를 증원할 수 있다.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 문제는 많은 급여와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주면 가능하다. 병원별로 과별 필수 인원 수를 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병원에 평가와 수가에서 혜택을 많이 주면 된다. 필수과 의사들이 다른 의사들보다 수입도 많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실력 있는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된다.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는 보람을 느끼는 후배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인천의 아침] 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 전담기구 설치 필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성평등성적표가 최하위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돌봄의 의무가 없는 남성을 표준적 노동자의 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문화 속에서 여성이 갖는 성적 차이는 차별대우와 경력단절의 사유가 됐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의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왔다. 조직 내 위계에 취약한 ‘사회초년생’과 고용불안을 겪는 비정규직과 재취업 중년여성들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률이 높다. 청년여성들의 이직 사유 중 직장 내 성희롱 피해로 높다는 점은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정책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사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장 성희롱 성폭력 문제는 폭력과 안전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노동권보호와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기에 성평등 노동정책의 과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2022년 5월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사업주의 조치의무가 강화됐다. 사업주는 가해자를 징계하고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처를 바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제3자인 신고자 포함)에게 해고, 승진 제한 등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는다. 기업 차원에서 고용상 성차별 및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인 경영관리의 요소가 됐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의 정보 부족과 인식 미비로 이러한 제도가 잘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사건 예방을 위해 사업주의 인식개선과 기업의 조직문화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을 변화시키려는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2020년 설립된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위드유센터)에서는 소규모사업장을 대상으로 무료로 성평등 조직문화 컨설팅 지원과 성희롱 사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9년 성희롱·성폭력 피해 전담 인권보호관(성평등옴부즈만)을 신설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처리지원과 피해자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 출범한 부산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는 범죄예방사업실을 운영하면서 민간 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대응 전담 창구를 만들었다. 늦었지만 인천에서도 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단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 인천은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 내 인천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사업단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여성일자리 확대사업 추진을 통해 형성한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성평등직장문화 조성과 일생활균형문화 조성 사업으로 확대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예방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의 아침] 신은 존재하는가

인류가 태어난 이후로 우주 근원에 대한 깊은 사색과 연구, 또한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부정이 끝없이 이어져 내려오면서 여러 갈래의 철학과 종교들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깊은 사고와 신앙으로 사람들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지구상에 가장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고 지구의 주인이 됐다. 그리고 종교와 철학이 그 시대의 권력과 이해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쇠퇴하거나 사라지곤 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신이란 존재하며 창조자는 누구 인가라는 질문이 인간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신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신은 존재한다. 둘째, 신은 없고 물질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신과 세상의 관계를 놓고 정의하기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신은 창조자이며 절대자다. 신은 동반자이며 절대자가 아니다. 신이나 인간이나 자연이나 모두 원인과 결과로 이어진 것일 뿐 실체가 없다 등의 생각을 한다. 신에 대한 이러한 의문을 나름대로 정리해 결정하고 답을 내는 것은 지혜로운 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답안지 채점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자신이 믿는 신이 알려 주었다고 하거나, 자신이 깨달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와 철학이 존재한다. 요사이 대한민국의 ‘나는 신이다’라는 충격적인 성 추문 사건이 세계적 뉴스거리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이다. 그 허점을 신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캔들 말고도 역사적 큰 전쟁들도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경우가 많이 있다. 십자군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세계대전, 1618년부터 30년간의 유럽 신구교 간 종교전쟁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이 있다. 또 유신론에 반대하는 무신론의 공산주의 탄생으로 일어난 전쟁 등 수많은 이유로 인류는 서로를 죽이며 살아왔다. 이제 무엇을 위해 종교를 믿어야 할지 사람들은 혼돈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 답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가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갈등과 어려움을 종교가 도덕적 가치와 사람 간 화합의 정신으로 안정된 마음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풍요로운 세상에 너무나 많은 거짓 유혹에 빠져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철학적 사고와 과학적 논리로 스스로 답을 찾는 명상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지금 전 세계의 경향이 명상 관련 분야가 대세가 돼가고 있다. 나를 바로 알아차리는 깨달음의 명상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는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인천의 아침] 성공·행복 위한 소통과 대화

‘소통’은 뭐든지 시원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열려 있는 것이다. 열려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대화’는 소통을 하기 위한 인간의 수단이다. 인간 커뮤니케이션 기본이 대화다. 제대로 말하고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주고받아야 소통이 된다. 따라서 이 소통과 대화는 따로 떼어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 개념으로 상정할 때 제대로의 소통과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능력과 대화능력은 능력을 넘어 곧 그 사람의 성품이자 인격이다. 그 사람의 과거를 바탕으로 한 오늘이자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다.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남의 입장에 설 줄 아는 지혜이다. 자신의 입장처럼 남의 입장을 이해한 다음 매사를 객관적으로 처리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포드자동차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헨리 포드가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려는 ‘소통’에 있었다.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무리 없이 관철시킨 ‘대화’에 있었다. 인간관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란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사의 전달과 상호 교류를 뜻한다. 인간관계 특히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이며 대인관계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관계가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상호과정이고, 상호 간에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소통과 대화가 그만큼 의미 있고 중요하다면, 그것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활용돼야 할 것이다. 실제 삶에서 소통과 대화를 잘하기 위한 10가지 지침을 드린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소통과 대화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깨달아라. 나보다는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고 앞장세워라. 만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부하라. 말보다는 마음부터 열고, 상대보다 나부터 열어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하고,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부정이 아닌 긍정의 말을 하라. 험담이 아닌 칭찬을 많이 하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또 친절히 말하고 표현하라. 상대방의 생각, 느낌, 의견, 사고를 이해하는 데 최선을 기울여라. 말보다 눈빛, 표정, 몸짓이 중요하다. 그것을 거짓 없이 진심으로 표현하라. 상대와의 만남과 소통과 대화의 의미를 깨닫고 감사하고 사랑하라. 우리가 이 소통과 대화를 제대로 생각하고 깨닫고 배워서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할 때, 그만큼 우리 삶의 성공과 행복이 열려질 것이다. 진정으로 내 자신과,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세상과 소통하고 대화할 때 비로소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열려지는 것이다.

[인천의 아침] 겨울철 외상사고 예방, 이것들은 꼭 기억하자

2023년 설 명절의 마지막을 한파가 뒤덮었다. 겨울의 얼음과 눈은 차량 운전 시에도 위협적이지만 보행자에게는 더욱 위험한 존재다. 길에서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수 있고, 특히 노인의 경우 낙상으로 골반이나 대퇴골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다. 빙판길에서는 본능적으로 보폭을 줄이고 천천히 걷게 되지만, 완전히 밝지 않은 아침 출근길이나 퇴근길에는 중간중간 얼어 있는 곳을 확인하기 어려워 평소처럼 걷다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사진 길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하고, 지팡이나 보행기를 사용하는 노인들은 보조기가 미끄러지며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추운 날씨에 장갑 없이 외출하면 주머니에 손을 넣게 되고, 이러면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낙상 사고 시에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칠 수 있다. 넘어질 때 손을 짚으면 타박이나 골절 정도지만,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치면 생명이 위험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이 아닌 계절에는 허리와 가슴을 펴고 고개를 살짝 들고 걷는 것이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눈이 내리거나 바닥이 어는 날씨에는 상체를 약간 앞쪽으로 기울여 무게중심을 앞에 두는 게 좋다. 동시에 시선은 내가 걷는 방향을 향하고 언 곳이 없는지 주의하며 양팔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걸어야 한다. 겨울철 외투 중에는 모자가 달린 옷들이 많다. 큼직한 모자에 털까지 달려 있으면 모자를 쓴 채 얼굴을 돌려도 모자 안에서만 움직여 주위를 볼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는 이들이 많은데, 신호가 바뀌고 고개만 살짝 돌려보고 걷다가 차에 부딪치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가능하면 핸드폰은 넣어 두고, 주변을 살피는 경우엔 고개가 아닌 몸통을 완전 돌려 지나가는 차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전거나 킥보드, 오토바이 등 바퀴가 두 개인 이동수단은 눈이 오거나 영하의 온도에서는 가급적 운행을 피한다. 사정상 운행하는 경우 커브를 돌거나 감속할 때 브레이크 조작을 최소화하며 속도를 줄여야 한다. 내가 보행자라면 지나가는 차량이나 자전거 등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까지의 거리가 길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이동해야 한다. 또 구두보다는 바닥이 덜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스트레칭이나 관절 운동을 통해 몸을 이완한 상태로 나서도록 하자. 아무리 춥더라도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버텨내고, 2023년은 작년보다 웃는 일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인천의 아침] 위조지폐와 위조투표지 방지책

인간의 욕심은 돈과 권력으로 향한다. 화폐와 투표지다. 정부는 늘 범죄자를 대비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에는 위조방지 기술이 집약돼 있다. 오만원권에는 띠형 홀로그램 등 16개의 위조방지장치가 있고, 만원권에는 14개, 천원권에도 11개가 있다. 그래도 범죄자들은 위조화폐를 만든다. 2021년 신고된 위조지폐 수는 총 176장이다(매일경제 2022.2.2). 위조투표지의 방지책도 철저할까? 작년 7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만희 의원은 선거 부실관리와 부정선거에 대한 많은 여론을 아느냐고 총리에게 물으며, 21대 총선 선거무효소송 126건 중 재검표 6곳이 있었는데 인천 연수을 재검표에선 개표 때보다 279표의 차이가 생겼다며 점검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총리도 이를 인정했다. 1년여 법원에 보관된 투표함을 뚫고 위조투표지가 종이비행기처럼 들락날락했을까? 위조투표지를 방지하던 대책은 있었다. 법대로라면, 송도2동의 투표관리관은 투표일 당일 인영대장에 등록한 개인 도장을 투표자의 투표용지마다 힘줘 찍는다. 이리저리 찍어 인쇄처럼 일률적이지 않다. 동춘2동에선 다른 투표관리관이 제 도장을 찍어, 동마다 표마다 투표지의 도장 실명과 위치가 다르니 위조가 불가하다. 그런데 2014년 중앙선관위에서 상위법(공직선거법 제158조3항:사전투표관리관은...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교부한다)과 어긋나는 규칙(관리규칙 제84조3항: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은 인쇄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을 만들곤, 개인 도장을 안 찍었다. 위조방지장치가 사라졌다. 인쇄 ‘날인’이라며, ‘날인’이란 글자를 넣어 ‘날인’처럼 착각하게 했다. 말만 ‘날인’이지, 복사 종이의 인쇄다. 종이에 ‘인주 도장을 찍는 2차 행위’가 없다. 인쇄 종이에 개인 도장을 찍어야 계약서가 되듯, 투표관리관 개인 도장을 찍어야 진짜 투표지가 된다. 개인 날인을 인쇄 ‘날인’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시중의 돈도 위조지폐로 대신할 수 있겠다. 1월30일 C일보에서 중앙선관위원장은 “유튜버 등 소셜미디어에서 부정선거 확신하나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지만, 글쎄, 위조방지장치를 없애서 시스템이 망가졌는데? 방지장치가 10개가 넘어도 위조지폐가 나오는데, 4·15 총선 시는 전국 투표소 CCTV까지 가리고 개인 도장도 안 찍는 등 기존방지책마저 없앤 셈이다. 정부는 잘못된 규칙을 당장 없애고, ‘투표관리관의 도장을 찍는’ 상위법을 엄격히 준수하자.

[인천의 아침] 성평등노동정책 새 거점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인천시와 인천여성가족재단은 2021년과 2022년 성평등 노동정책 연구 시리즈 발간을 통해 노동시장에서의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2021년 여성 노동자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에 이어 2022년에는 성평등 노동정책 기반조성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는 인천에서 성평등 노동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여성 노동·일자리 전담팀의 구성과 인천광역새일센터를 인천의 부족한 여성 노동권익 중간지원조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천시는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여성가족국 여성정책과에 여성일자리담당팀을 신설했다. 여성일자리 관련 사업과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을 전담하는 행정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인천시의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인천 광역새일센터가 광역시 최초 2023년 특화형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국비와 시비가 각각 50%씩 총 5억5천400만원이 지원되는 이번 사업은 경력설계전문가와 공인노무사, 기획 및 사업운영 담당자 등 총 7명의 새로운 인력이 추가적으로 배치돼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모성사유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조건·고용의 질·유리천장·성차별적 조직문화 등 노동권익침해와 관련한 퇴직 및 이직을 고민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노무상담과 위기대응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2년 6월부터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면 개정됨에 따라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로 명칭이 변경되고 경력단절예방사업으로 정책 범위가 확대됐다. 경력단절 사유에 ‘근로조건’이 포함됨으로써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포함한 성평등 고용지원사업을 포함하게 됐다. 특화형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 선정을 통해 인천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는 성평등노동정책 추진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는 여전히 새일센터로 불리고 공식문서에서도 새일센터라는 명칭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지원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한 새일센터보다는 성평등 노동정책 추진 기관의 정체성을 담은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라는 명칭이 적합하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 등의 노동권 침해 등으로 고충을 겪는 여성 노동자와 성별임금격차 등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여성들도 센터를 통해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경제활동지원센터라는 새이름으로 부르도록 하자.

[인천의 아침] ‘인천 정신’ 말살

인천은 전국에서 근대건축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도시브랜드로 살려내지 못할망정 보물과 같은 건축자산을 뭉개고, 부숴버리기 일쑤다. 2017년 이후 철거된 옛 건물들을 떠올리더라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붉은 벽돌공장 애경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역사를 알릴 미쓰비시 줄사택과 산곡동 영단주택, 노숙자시설이었던 내동 직업소개소 및 공동숙박소, 목선 못을 만들던 신일철공소, 식민지 노동역사를 알려줄 아베식당과 오쿠다정미소, 신흥등 적산가옥단지가 줄줄이 사라졌다. 요즘 인천 3·1운동 발상지인 창영초교 이전과 부평 미군부대 내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최초 근대극장 협률사의 맥을 잇는 애관극장 보존 논란이 뜨겁다. 해외에선 역사문화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을 통해 도시 혁신을 이룩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공장지대를 예술특구로 만든 베이징 다산즈, 고급문화와 디자인도시로 주목받는 미국 포틀랜드, 안드르센 문학도시인 덴마크 오덴세, 교황 유폐 역사를 살린 프랑스 아비뇽축제, 폐광촌에서 예술도시로 거듭난 영국 게이츠헤드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인천도 창조적 문화도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한데도 지역자원을 살려낼 프로젝트, 이를 추진할 인재 시스템, 민관협치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늘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의 도시철학 부재를 꼽을 수 있다. 1911년 일본인 사업가에 의해 건립된 이후 80년 세월을 지켜온 경인철도변 애경사 철거를 관할 구청이 단행했다. 이후 각계 비난이 쏟아지면서 인천시가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인천 정신’의 뿌리로 일컬어지는 창영초등학교 이전을 강행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잇따르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이전 계획을 일단 부결했으나 합리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교육청 논리를 살펴보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는 정신이나 교육철학이 너무도 빈약하다. 도시재개발로 늘어날 학생을 감당할 창영초 학급 증설은 문화재지구에서도 시설 증축을 이뤄낸 영화국제관광고처럼 인천시와 협의해 풀 수 있는 문제다. 인천에 100년 전통을 잇는 학교가 18개나 있는데 그중 창영초는 3·1운동 때 인천 최초로 독립만세를 외친 ‘인천 얼’의 상징이다. 한국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 이길용 기자, 극작가 함세덕, 의사이자 향토사학자 신태환, 그리운 금강산 작곡자 최영섭, 2대 대법원장 조진만, 구국의 화신 강제구 소령, 야구선수 류현진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학교다. 이런 학교의 이전은 ‘인천 정신’ 말살이다.

[인천의 아침] 입춘 이야기

자연의 한 해 시작인 입춘이 왔고 동장군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우리는 입춘 때 자연의 순리에서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며 삶의 철학을 하나둘 깨쳐 나가는 것을 배운다. 입춘을 맞아 세상과 내가 이웃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배우는 지혜를 찾아간다. 어떻게 보면 진짜 새해는 입춘이다. 과거부터 조상들은 흔히 입춘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했다.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행복과 건강,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은 태양의 황경이 315도인 날로 대개 양력 2월4일이나 5일이다. 입춘은 입추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이며, 24절기 중 첫 번째 날이다. 그리고 24절기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정해지므로 양력 날짜에 연동된다. 이날 집마다 입춘방을 문에 붙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이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등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도 있다. 요사이는 봄을 알리고 행복을 기원하는 글이나 그림들을 직접 그리거나 한글로 써서 집에 붙이기도 한다. 또 역학을 하는 분들은 1년 신수를 정리해 알려주기도 한다. 명리학의 다수설에서는 사주를 계산할 때 1년의 시작을 입춘시로부터 계산한다. 금년은 양력 2월4일 오전 11시43분이 새해의 시작이기 때문에 입춘 전날 태어나면 하루가 지나도 입춘이 되면 두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6월28일부터는 정부에서 나이 계산을 국제통용인 만 나이로 계산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두 살이 젊어지는 어른들의 기쁨과 나이가 안 늘어 걱정인 청소년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다. 그리고 입춘날에는 ‘아홉차리’라는 풍속이 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아홉 번씩 한다는 뜻으로, 부인들은 빨래를 아홉 번 하고, 학생들은 글을 아홉 번 읽었다. 즉, 아홉차리가 지니는 뜻은 꼭 아홉 번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각자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해서 그동안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고 새롭게 일머리를 잡아가자는 뜻이 담겼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이웃에나 자신에게 덕이 되는 삶을 살라는 조상의 슬기로움이 입춘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이다. 어떻게 보면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지의 한국인의 모습이다. 계묘년 한 해도 어려움 벗어던지고 열심히 살아봅시다.

[인천의 아침] 경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

사람의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더하라는 의미다. 곧 듣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경청의 한자어는 ‘기울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이루어졌다. 즉, 잘 기울여서 열심히 들으라는 뜻이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더 나아가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까지 주는 것을 말한다. 만년에 공자(孔子)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회고한 ‘이순(耳順)’이란 타인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를 않는 경지이며, 어떤 말을 들어도 이해를 하는 경지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관용하는 경지다. ‘이순이 곧 경청’이다. 공자도 60세가 돼서야 비로소 “이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경청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격언이 있다. 역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잘 듣는 것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옛날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술과 육해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으로 융숭한 대접을 했지만,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노나라 왕은 바닷새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술과 음식 그리고 음악이 바닷새에게도 좋을 것이라 착각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오늘의 우리도 독단적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또 다른 바닷새, 상대방을 당황케 하고 죽이고 있지는 않는지.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이 진정한 소통은 바로 ‘경청’에서 출발한다. 바닷가 소라는 사람의 귀를 닮았다. 소라에 귀를 대고 기울여 보라,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 앞의 사람의 말에 정성껏 귀를 기울여 보라, 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청득심,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다. 판단하려는 나를 비워 내고 나의 내면에 또 상대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나와 너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진심과 진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청,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살리는 창조적 공존의 길이다.

[인천의 아침] 자유와 평등에 바람이 불고 간다

작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며 위협하고, 히잡 불량 착용으로 촉발된 시위로 이란에선 몇백 명이 사망했다.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여기저기서 위협받고 있다. 우리 헌법 제12조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있다. 모든 국민은 양심, 종교,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자유를 누리려면 안팎에서 부는 갖가지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자문위 ‘개헌권고초안’에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란 글자가 슬쩍 삭제됐고, 2018년 검인정 교과서에선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란 표현으로 바꿨다. 기본권엔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이 있는데 왜 굳이 ‘자유’란 글자를 빼려 했을까? 다행히 교과부는 내년 교과서부터 둘을 병행하겠다고 지난달 확정했다. 많은 나라가 평등을 추구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한국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세계에서 으뜸이다. 약자나 소수자 보호 정책, 다문화 정책, 기부문화 진작 등도 평등을 향한 사회보장적 노력의 일부다. 그러나 어디나 걸림돌은 있다. ‘신’을 팔아 신정(神政)체제를 유지하려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 있듯, 불평등을 없앨 것처럼 약한 이를 부추겨 ‘평등’을 팔아 표를 얻는 정치꾼도 있다. ‘다름’과 ‘차별’은 다르다. 선동꾼은 ‘단지 다른 것’을 ‘차별인 것’처럼 대중을 현혹한다. 특히 경제적 분배의 격차를 강조하며 개인 역량의 차이는 말하지 않는다. 모두 개성이 똑같고 성별이 없어야 좋겠는가? 서로 ‘다름’은 ‘고유함’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받은 것이다.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야겠지만 ‘다름’을 ‘차별’인 양 나쁜 것으로 모는 것은 억지다. 제 것은 나누지 않고 남의 것만 똑같이 나누라고 외치는 이도 자가당착임은 알아 의원 연봉을 1인당 국민소득에 맞추자고 감히 주장하진 못한다. 개인마다 얼굴과 능력은 다르지만 생명의 가치는 같다. 각자의 체중이 다르듯 ‘서로 다름’은 ‘차별이나 불평등’이 아니고 자연의 이치다. 인간은 자유로워서 서로 다르고, 달라서 존엄하며, 존엄성과 개별성에선 모두 평등하다. 자유와 평등은 타고난 것이지만 함께 추구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달라서 자유롭고, 다르다는 점에서 모두 평등하다. 개인이 있어 사회가 있듯 자유가 있어 평등도 있다. 그러나 생명이 영원하지 않듯 자유와 평등도 함께 지키지 않으면 한순간 날아간다.

[인천의 아침] 인천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이 높은 이유

지난해 12월29일(목)에 여성가족부는 2022년 여성폭력통계를 최초로 공표했다. 여성폭력통계는 여성폭력 관련 모든 통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여성폭력 통계는 폭력을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가 작성된 방식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이었다. 여성의 경우 2018년 14.2%에서 2021년 7.9%로 감소했고, 남성도 같은 기간 4.2%에서 2.9%로 줄었다고 한다. 2018년 조사에서는 13개 문항을 사용했고, 2021년 조사에서는 14개 문항을 사용했다. 2022년 인천광역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 9개 문항으로 조사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조사 결과로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률을 계산해봤다. 전체 조사대상 1천100명 중 지난 3년간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861명의 인천 거주 여성 중에서 305명(35.4%)의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빈도가 높은 외모품평 문항을 제외한 8개 항목(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 성적 생활에 대한 질문, 신체 접촉 시도 등)에서 1개 이상 피해를 경험한 여성도 197명(22.8%)에 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인천 지역에서 유독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는 ‘현재 재직중’인 직장에서 지난 3년 동안 타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행동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현재 직장을 기준으로 한 조사여서 3년 이내 성희롱을 경험하고 퇴사하거나, 이전 직장에서 경험한 성희롱 피해는 포함하지 않는 불포함 오류(표본추출방법의 불완전으로 모집단에는 속해 있으나 표본집단에 선정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천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여성들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은 피해 경험 이후 퇴사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여성노동자들은 폭력 피해에 더 취약하다. 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로 우리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고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통계의 숫자는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직장 내 성희롱이 여성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장 내 성희롱 발생률을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천의 아침] 계묘년 별주부전

동지가 지나 긴 어둠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으나 그 어둠은 천천히 우리 곁을 배회하며 쉽게 물러설 줄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와 어둠을 뒤로하고 각자가 힘을 내서 희망의 빛을 맞이하려고 기도하며 정진한다. 계묘년 한 해의 시작이다. 가슴을 활짝 펴고 양면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세상살이 내가 편하다고 모두가 편한 것은 아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언제 그 불이 나에게 올지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살다 보면 갈등의 골이 생겨난다. 그렇다고 안 만나고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달력을 떨어내고 계묘년 새 달력을 걸어 놓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싱그럽다. 새집에 이사 온 기분이다. 집들이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손님도 초대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가는 오르고 정치판은 시끄럽고 바다 건너 세상은 전쟁의 아비규환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행복의 끈을 놓지 않고 살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권력자가 재력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간을 빼앗아 간다고 해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사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새해에는 별주부전의 토끼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아보자. 용궁에 다녀온 토끼가 배고픔, 추위, 더위, 병란이 넘치는 세상에 회의를 느끼고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행복의 세계를 찾아 제 발로 용궁으로 찾아갔다가 자신의 아둔함을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을 통해 터득했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서민들의 모습일 수 있다. 바닷속 용궁의 호화로운 생활과 높은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말에 속아 죽을 지경에 이르지만, 끝내 용왕을 속이고 용궁의 충신 자라를 우롱하면서 최후의 승리를 얻는다. 토끼전은 지배층의 권력남용과 모순 등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리다가 죽을 뻔한 토끼, 임금의 명령에 무조건 충성하는 자라,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려는 용왕의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권력자들의 속성이다. 혼란과 불확실성의 세상이지만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한 시인의 글을 읽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자.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인천의 아침] 성탄 참뜻 새겨야 할 우리 정치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서울 약현성당의 성탄절 축하 미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을 강조하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우리 사회가 사랑과 박애와 연대에 기초해 자유와 번영과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성탄을 맞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전하기 조심스럽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야 할 연말연시이지만 많은 국민이 민생경제 한파로 다가올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듬고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의 경쟁을 넘어 여전히 현 정국의 경쟁자다. 둘 다 성탄의 의미를 오늘 우리 사회와 시국에 되살리고 있지만, 그 뉘앙스와 속뜻에는 차이가 많음을 본다. 마찬가지로 현 시국과 쟁점에 대해 여야는 경쟁적으로 전혀 다른 시각과 입장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극과 극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소통 부재의 한국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계속 답답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인간관계의 소통 중 가장 기본이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원래 의미는 “상호 공통점을 나누어 갖는다”로 라틴어 ‘communis(공통, 공유)’에서 비롯된 말이다. 의사소통은 내가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메시지를 다루는 과정이다. 따라서 원활하고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가진 정보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여야 정치인들의 ‘상호 공통점’, 즉 정치 일선에 나섰을 때 순수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 의견을 이해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기본이다. 유독 정치인만 모르는 것 같다. 세상과 하늘, 사람과 하나님과의 소통을 위해 오신 예수 탄생의 참뜻을 우리 정치인들이 제대로 새겼으면 한다.

[인천의 아침]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근 정부에서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고 국민의 희생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과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모럴해저드가 문제라고 할 만큼의 수준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보건의료와 관련된 통계를 공개한다. 올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정부와 건강보험의 비중은 62.6%로 OECD 평균인 76.3%보다 낮다. 그리고 의료비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27.8%로 OECD 평균 18.1%보다 높다. 흔히 대한민국은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인해 보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와 언론들은 고령화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빠르게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며 보험료는 올리고 보장은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에 따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은 20%로 정해져 있지만 2021년 기준 14.3%에 불과했다. 우리와 비슷한 의료체계를 운영하는 나라들의 국고지원금 비율은 일본은 38.8%이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50%가 넘는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이 흘러간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먼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검사나 치료들을 강조하며 민간보험 상품이 더욱 늘어난다. 지금까지 보험수가 삭감으로 심사평가원 눈치를 보던 병원과 의사들은 이제 민간보험회사의 기준을 맞추려 노력한다. 이미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삭감이 심각하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보험료에 따라 환자들은 다른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된다. 주변과 비교하며 더 비싼 보험을 가입하려 하고, 보험회사는 이익이 더 많이 되는 상품을 만들어 홍보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흔히 미국에선 돈이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고, 미국의 공공의료는 최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미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 비율이 전체 병상 수 대비 24.9%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3%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개로 OECD 평균인 2.8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공공의료 인프라 속에서 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면 수많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이 위협받는건 자명하다. 대통령은 인기가 없어도 반드시 건강보험을 개혁하겠다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의사들은 현재의 정책이 저수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아프고 병원을 가게 된다. 이제 접수할 때부터 보험상품을 확인하고 검사와 치료에서 차별 받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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