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권위주의 체제 시기에는 종종 법적인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법보다 우위에선, 그야말로 정치 만능 시대의 정치권력은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 절차를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정치가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할 때 정치 부패가 싹트는 것은 필연이다. 그런데 민주화된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인이 많은 것을 목격하고 있다.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행위가 중요한 정치적 성과인 양 접수처를 향해 걷는 모습이나 접수 장면은 종종 주요 뉴스가 되기도 한다. 고소·고발은 난무하지만 상당수가 소 취하의 형태로 유야무야로 끝나고 만다. 그럴 때면 고소·고발은 처음부터 왜 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상대를 욕 보이는 것과 잠시나마 자신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의 효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소·고발의 남발은 그러한 소기의 목적 달성(?)과는 달리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라는 꽤 깊은 내상을 남기게 된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고소·고발 대부분이 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 권력 다툼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서의 의미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정치의 실종을 의미한다. 그러한 정치의 실종에 정치인 스스로가 앞장서는 것은 아이러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행태가 사법 만능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정치적 문제를 법에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실은 법을 너무나 가볍게 여길 뿐 아니라 심지어 불신한다는 점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판사를 겨냥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사법 불신을 가중할 뿐 아니라 그만큼 정치 불신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판사가 정치적 쟁점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는 일도 있다. 그 역시 정치적 주권자라는 점에서 판사가 정치적 논란에 무조건 침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사의 정치적 의견이 이른바 진영논리 속에서 소비될 경우 사법적 정의가 크게 동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국회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사법이 정치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점도 사실이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 역시 공론장에서 법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의견 표명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인이 판사나 법원을 압박하며 사법조차도 정치로 재단하려는 행태다. 정치인의 판사 및 법원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이나 압박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반하면서까지 사법에 대한 과도한 정치의 침윤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퇴행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풀어 가는 합의를 하기 바란다. 정치와 법의 관계에서는 법 만능도, 정치 만능도 경계해야 하며 정치와 법의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석원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도로 빗물받이‚ IoT로 스마트하게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인근 물난리를 비롯해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한 도시 침수 피해를 계기로 강우 시 빗물의 신속한 배제와 침수 예방이 사회적 이슈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강우 시 빗물은 도로나 주차장 위에 쌓인 각종 쓰레기나 나뭇잎, 타이어가루, 자동차 기름, 흙탕물, 동물의 배설물 등 비점오염물질과 함께 빗물받이와 우수관로 및 우수토실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신속하게 배제된다. 그러나 부실한 빗물받이 관리로 빗물받이 및 우수관로가 각종 쓰레기나 토사로 꽉 막혀 빗물이 신속하게 하천으로 배제되지 못함에 따라 역류에 의한 도시 침수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험한 바에 의하면 시간당 100mm의 집중 호우 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경우 역류 현상이 발생해 침수가 3배가량 빠르게 진행되며, 특히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함께 섞이면 20초 만에 우수관이 막혀 빗물이 역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만도 빗물받이가 55만개 이상 설치돼 있고,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도 엄청난 수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매년 많은 장비와 비용을 들여 준설하지만 관로막힘과 침수피해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빗물받이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는 대심도터널 등 차세대 우수배제시스템과 더불어 도시 침수 예방의 핵심 관건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초기 강우 시 유입되는 각종 비점오염물질은 도시 하천 오염의 약 68~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유역 내 발생하는 모든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는 대형구조물 형태의 집중화 관리보다 오염물질 유입 1차 관문인 빗물받이 유입 단계부터 원천 차단하는 소규모 분산형 발생원 관리를 통한 적극적인 예방조치가 훨씬 효율적이며 필수적이다. 현재 빗물받이에 유입되는 쓰레기나 비점오염물질을 포집하고 제거할 수 있는 스크린이나 여과트랩 장치, 악취방지덮개 등이 다양하게 개발 및 적용되고 있으나 작업자가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 포집 및 반출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빗물받이에 설치되는 스크린이나 여과트랩은 사물인터넷(IoT) 융합형 원격제어 빗물받이 관리 방식으로 강우감지센서 및 무게센서와 고효율 여과포 및 무선통신 모듈을 장착해 포집된 쓰레기나 오염물질의 교체시기를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도록 함으로써 관리자 한 명이 쉽게 점검 및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런 장치는 현재 시중에도 개발 보급되고 있는 기술로 별도의 동력이나 제어반이 필요 없이 초소형 배터리로 운영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와 대시보드로 편리하게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셸터정류장, 스마트가로등, 스마트횡단보도, 쿨링포그, 클린로드, 쿨루프, 쿨페이브먼트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그린도시조성사업이나 스마트시티조성사업, 스마트그린산단조성사업, 비점오염저감사업, 스마트관망관리시스템구축사업, 수질오염총량관리사업 등과 연계해 IoT 융합형 빗물받이 여과망(트랩)을 이용한 소규모 스마트 분산관리시스템의 단계적이고 신속한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며 이는 곧 ‘탄소중립시대 친환경 ESG’와 ‘안전한국 Safe Korea’에 기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흥섭 수생태복원㈜ 대표이사·환경공학박사

[천자춘추] ‘경제 성장 동력’ 여성기업 키워야

산업의 최전선에서 어떻게 하면 최저 성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의 시기를 변화와 혁신에 성공해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이 있다. 여성은 소비의 주체이기도 하며 생산자이기도 하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 첫 여성 총재가 말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의 기술기반 창업 또한 연평균 증가율이 7.6%로, 남성 기업의 2.8%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감각과 소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 기반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기여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경제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경제의 대안이자 선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이며 성장동력이다. 또 경제성장은 물론 저출산, 고령화, 인구 문제, 일자리 창출 등의 주요 사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여성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출범한 최초의 법정 여성 경제단체로서 약 295만 여성 기업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 기업의 수는 매년 증가해 전체 중소기업 대비 40%를 넘어선 데 비해 매출 비중은10% 안팎으로, 여성 기업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기업임을 나타낸다. 출산, 육아 등으로 남성에 비해 늦은 사회 진출과 그에 따른 인프라 부족 등이 여성 기업들의 판로 개척과 자생력 부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여성 기업 맞춤형 정책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체험한 여성 기업 운영의 어려운 점은 자금 조달, 판로 확보, 인력 발굴, 일·가정 양립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 더 과중하게 할당된 가사와 보육에 대한 부담은 여성 기업인과 여성 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2위다. 여성 고용률을 살펴보면 20대까지는 증가하다가 30대가 되면 대폭 축소되고, 40대 중반 이후로 회복되는 M자형을 이룬다. 이는 여전히 임신, 출산, 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육아와 가사 분담이 여성에게 가중된 사회구조적 문제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이 많은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기업 지원 정책은 기존의 기업 지원과는 다른 시각의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여성 기업 맞춤형’ 중장기적인 정책 수립을 통해 한국 경제의 새 동력을 여성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여성 기업인, 여성 근로자, 더 나아가 여성 기업의 자생력 향상을 위해 일·가정 양립 지원과 기업 네트워크를 강화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성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연구되고 현장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가장 많은 여성기업을 보유한 경기도부터 이 귀중한 경제동력인 여성 기업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 정책 개발 및 지원이 동반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는 여성 창업자들과 여성 기업인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가장 먼저 행동하는 든든한 울타리로 함께하겠다. 송영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 그라운드 위, 여성들이 반갑다

전 세계가 축구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월드컵 기간이다. 축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없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선수들의 환희가, 때로는 허탈함이 ‘우리 팀’이라는 연대의식 아래 팬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월드컵을 통해 코로나19가 빼앗아간 함께 뛰고,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누군가와 팀을 이뤄 스포츠를 즐겨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일까.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학창시절 이후 팀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여성 축구 동호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처음 그들을 접한 것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여대생 축구 동아리였다. 체육전공자가 있는 학교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체육학과가 없는 학교는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축구 규칙을 잘 몰라도, 경기에 가서 한 골도 못 넣어도,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에도 반짝이던 그들의 열정이 참 좋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2020년 야외 운동장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아마추어 여성 동호인을 위한 축구대회를 열었다.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동호인들끼리의 연대, 자신들의 무대가 있음에 기뻐했던 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들을 위한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를 열어 보니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체감했다. 미디어의 영향과 땀 흘리는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팀스포츠와 격렬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여성 축구 동호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처음 축구를 하러 가는 것이 너무 망설여졌다고. 시작하고 보니 축구를, 체육을 싫어한 게 아니라 낯설었던 것이라고. 유년 시절 운동에 대한 적은 경험이 여성들에게 스포츠의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관중에 머물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그들의 변화가 반갑다. TV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로 시작했던 여성 축구 동호인들의 변화는 여성 풋살화 판매량 급증이라는 객관적 수치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 청소년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항상 생활체육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이 여성과 청소년이다. 여성 생활체육 인구의 증가처럼 우리 청소년들도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저마다 아름다운 인생의 경기를 즐겼으면 한다. 장보미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 이사장

[천자춘추] 민간위탁 사회복지공공시설, 노동자에 대한 문제와 대책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를 맞이하면서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정부는 신공공관리(NPM)적인 정부 개혁을 단행했다. NPM적인 개혁 중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공공 부문의 민영화다. 민영화와 민간위탁의 주목적은 전문성과 무엇보다도 예산 절감일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와 민간위탁에 대한 문제점 또한 날로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지방자치 단체장이 4년에 한 번씩 바뀔 때마다 그 숫자는 늘고 있으며 이는 선거에 함께한 사람들이나 단체에 보은의 행위로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조사나 검토 및 당위성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고용 또한 적정 인원, 필요성, 전문성, 자격에 대한 검증보다도 앞서 언급한 보은 인사 행정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기도 같은 경우 사회복지 이용시설(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영유아 시설 등)의 92%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기도 31개 시군 중 2개 시군을 제외하고 지방조례에서 명확한 심사기준을 규정하지 않아 심사항목별 채점 기준 심사 서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문제는 민간위탁 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공공시설 민간위탁은 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며 비전과 미션, 사회복지적 가치, 종사자에 대한 고용안정, 처우개선, 노동관계법 준수 등 지자체 직영체제보다 우월하다는 확증적인 결과가 담보돼야 하나 많은 지자체가 이러한 검증을 할 수 있는 기준과 세밀한 조례가 없다. 일반 산업현장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합법을 가장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들의 행복 추구를 위한 일을 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내 보호나 보장을 하지 않는 것은 지위와 권력이 휘두르는 또 다른 기득권이다. 현재 경기도와 성남시 안산시 등은 생활임금보장조례와 노동인권조례 등을 제정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상에 일조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지자체가 더 많다. 정부나 지자체가 당연히 운영해야 하는 공공복지시설을 민간 영역에 떠맡겨 그 책임을 다하는 민간위탁 종사 노동자 공무원, 정부 또는 지방자치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기관별 업무량이나 전문성, 자격을 비교해보면 민간위탁 노동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가 양성한 비정규직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하며 이후 산업현장과 생활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은철 전 안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장

[천자춘추] ‘유치원 자율경쟁’이 미래교육의 답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아이가 태어나 가정에서 양육과 교육이 이뤄지던 것이 산업화된 현대에 들어서는 어린 시기부터 교육기관에서 보육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교육기관이 유치원이며 상당 부분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서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중심에서 유아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 왔던 사립유치원이 여러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위기라 볼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 대열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열정적인 교육열의 힘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생의 첫 교육기관으로서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발전해 왔다. 시대마다 그 시절의 인재를 양성하는 초석의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발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떠한 교육이 필요할까. 현재 유치원은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을 통틀어 누리놀이과정의 교육과정이 있다. 유아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는 교육의 일률적인 교육과정보다는 유연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 각 기관의 특성을 살려 교육을 담당해 온 사립유치원은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학부모의 요구에 적극 공감하면서 각 유치원의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있어 어떠한 교육기관보다 월등한 경쟁력이 있으며 축적된 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도체산업 또는 케이팝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우리 유아교육기관이 갖고 있는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미래 사회에는 더더욱 중요한 교육 영역이 될 것이다. 유아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미래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이 가진 교육적 자산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며 이는 오랜 기간 서로의 발전을 독려하며 성장해온 우리 나라 사립유치원의 발전의 산물이며 자랑거리다. 본인은 오랜 기간 사립유치원의 교육을 담당해온 전문가로서 유아들의 미래를 위해, 위기를 맞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교육적 자산이 사장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사립이나 공립의 기준이 아닌 교육 그 자체의 척도로 유아교육을 바라보길 바랄 뿐이다. 박정순 수원시 유치원연합회장

[천자춘추] 세계 최저 출산율 한국의 미래

한국이 세계 200개국 중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됐다. 2021년 합계 출산율 0.81로 미국의 1.46,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1. 37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합계 출산율 2.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격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에 뉴욕타임스, BBC 등 외국 언론들도 앞다퉈 기사를 내고 있다. BBC는 한국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하는 심층보도를 내보냈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육아비용 등 경제적 요인과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꼽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크고 가사 육아 등의 업무가 여성에게 집중돼 있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경력의 정체를 겪어야 하는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경력을 선택하고 있다며 “한국의 여성들이 출산파업 중”이라는 인터뷰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2015년 이후 7년간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는 합계 출산율은 2022년 2분기 0. 75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저 출산국 한국은 출산율이 이대로 계속되면 국가경쟁력 하락과 성장동력을 잃는 것을 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 중 하나로 유엔에서 지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 사회조사 결과에서 한국 미혼 남성의 63%, 미혼 여성의 78%가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으니 당연히 아이도 낳지 않을 확률이 높다. 미혼 남녀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 출산 양육 부담과 일. 결혼 병행이 어려워서가 남성 14%, 여성 21%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큰 이유 중 하나이자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 아이 키우는 일이 행복한 삶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의 전환과 집중이 필요하다. 결혼하는 청년들에게 주거의 우선 공급,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문화, 싱글맘 싱글대디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서도 돌봄과 양육의 공백이 없는 보육 정책 등 이제까지 해온 국가정책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뼈대부터 새롭게 세우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저출산 고령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11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통합하는 어린이가족청을 설립하고 결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아동 1명당 (0세~ 중학생) 1만~1만5천엔의 육아수당, 대기 아동이 없도록 보육원 확대, 남성의 육아 휴직을 10%에서 2030년까지 30%로 확대토록 하는 등의 일과 육아 양립 정책으로 2021년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이 1.74를 기록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일본의 저출산 정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메시지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과 초빙교수

[천자춘추] 국가경쟁력 회복은 지방자치부터

코로나19 사태를 거쳐 오면서 우리는 지방자치가 지니고 있는 위대한 힘과 필요성을 목격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축적된 자치역량을 발휘해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K방역의 성과를 전 세계에 알렸다. 경기도에서 처음 실시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매장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코로나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한류가 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두고 영국 BBC는 “한국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했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 기자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방자치 역량은 이렇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7 대 3에도 못 미치고,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도 선진국에 한참 뒤진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아직도 시·군과 광역시·도를 지방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 명명하고 있다. 중앙은 ‘정부’인데 지방은 여전히 ‘단체’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조례조차도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정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자치입법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앙에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지방정부의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지역과 관련된 정책에 해당 지역과 주민보다 중앙의 논리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성과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다가오면서 국가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국가의 경쟁력을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랑스는 2003년 경제 침체로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지방정부에 자치재정권 및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는 등 지방자치를 크게 강화하는 헌법 개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강화된 지방자치가 국가경쟁력을 살려낸 것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방자치 강화가 필수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천자춘추] 갈 길 먼 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제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인천시민 75.4%가 “모른다”로 답했다. 지난 7월 만 18세 이상 시민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 결과다. 자치경찰제는 지난 76년간 국가가 수행하던 치안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한 제도로, 지난해 7월 공식 출범 후 1년6개월이 지났으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경찰 사무 중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는 형태로, 지역 치안을 지방행정과 연계·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에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국가경찰 신분으로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일원화 모델로, 지방자치법에도 자치경찰의 성격이 명시되지 않아 법적 개념이 모호하고 독립성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 사무에 대한 집행 기능은 없고 심의·의결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무 처리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있고, 시·도경찰청장은 사무에 따라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받아 혼선도 있다. 대부분의 자치경찰 사무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수행되고 있음에도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의 범위에서 빠져 있고, 소속은 국가경찰 업무영역인 112치안종합상황실로 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원화 방안을 오는 2024년 세종, 강원, 제주에서 시범 실시해 성과에 따라 2026년 전국으로의 전면 시행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이원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자치경찰 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올해는 국고보조금으로 일부 지원받고 내년부터는 지방소비세 인상을 통한 비용 보전 방식으로 변경돼 지방이양사업 보전금 55억원을 배정받아 내년 본예산 시비 113억원 대비 58억원을 인천시에서 추가 부담한 것이다. 2026년까지 한시적 지원으로 명시하고 있는 보전금은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치경찰제도가 지역 치안 현장에 안착하고 진정한 시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담보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재정분권과 실질적인 인사권 부여를 위한 조직분권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천자춘추] 산울림이 필요하다

지난 10월31일 아침,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활발하게 활동했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록 밴드 ‘산울림(김창완, 김창훈, 김창익)’의 김창훈 가수가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작곡을 카톡으로 보내 왔다. 노래 제목은 윤후명 소설가 겸 시인이 쓴 시 작품을 그대로 옮겨 온 ‘어쩌자고 어쩌자고’였다. 노랫말 중에서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를 깨물며 나는 자지러지지/산 자 필(必)히 죽고/만난 자 정(定)히 헤어지는데/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는/어쩌자고 어쩌자고”라는 구절이 특히 가슴을 울렸다.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참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압사 장면이 선명하게 연상된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20일이 넘었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일상으로 다니는 골목에서 158명이나 사망했는지 믿기지 않는다. 사고 발생 전부터 시민들의 신고가 경찰에 여러 건 접수됐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정부가 세워 놓은 안전관리 매뉴얼도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희생된 사람들의 억울함이며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며, 공직자의 책임을 확립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자고 어쩌자고’를 듣고 나서 우리에게는 지금 산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산을 바라보고 소리치면 그 소리가 되울리는 현상인 산울림처럼 10·29참사로 인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냥 바람에 실려 사라지지 않고 되울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참사는 벌어졌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관계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모두 지금의 상황을 적당히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진정한 애도가 있어야 신뢰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그리고 김창훈 가수의 노래처럼 아픔을 공유하는 추모기록이 필요하다. 맹문재 시인·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천자춘추] 여성폭력은 왜 근절되지 않나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강남역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여성이 안전한 세상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지난 9월14일 밤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이 벌어진 서울 신당역 추모공간의 포스트잇에 담긴 시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다.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예전보다 높다. 1999년 유엔은 여성폭력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매년 11월25일부터 12월10일까지를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1월25일부터 일주일간을 여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지정해 정부 차원의 행사와 캠페인을 한 지 3년째다. 하지만 2022년 오늘,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앞둔 우리 사회 여성폭력 실상은 절망적이다. 경기도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도내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9년 6천960건에서 2020년 7천83건, 2021년 7천72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 역시 2019년 1만5천289건, 2020년 1만5천383건, 2021년 1만7천134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토킹 신고는 2019년 1천388건, 2020년에는 1천108건으로 나타났고,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21년에는 3천740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N번방 사건’ ‘제2의 N번방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 성범죄 외에도 온라인 괴롭힘, 그루밍 성범죄 등 온라인 기반 성폭력 양상이 다변화되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 등 여성폭력이 살인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을 정비하고 대책을 세우고 시민들은 분노하지만, 여전히 여성폭력은 모양새만 바뀐 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여성폭력은 왜 근절되지 않는가? 왜 해결되지 않는가? 질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는 유엔 등 국제기구가 규정한 ‘여성폭력’에 대한 정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993년 유엔 여성폭력철페선언, 1995년 베이징행동강령 등에서는 여성폭력을 ‘남녀 간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해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고착시키고 여성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여성폭력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 변화 없이는 해결이 어려우며, 여성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성평등한 사회의 실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3회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맞이해, 여성의 안전을 염원하는 포스트잇 속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성평등하고 안전한, 새로운 미래를 소망해 본다. 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천자춘추] 성남시의료원, 시민 위한 필수 의료기관인가?

2003년부터 시작된 성남시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을 둘러싼 논쟁은 20년이 되는 2022년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어쩌면 이 논쟁은 성남지역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영원한 핫-이슈(hot issue)’로 남아있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성남시의료원이 성남시민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관인가?」라는 의료수요자(성남시민) 측면에서 논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의료)자원은 유한하다’라는 경제 측면이다. 즉 성남시 재정은 유한하기 때문에 만약 성남시의료원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재정이 투입된다면 그만큼 성남시민을 위해 다른 곳에 쓰일 돈은 부족해 질 수 있다. 둘째, ‘사회의료보험(social health insurance, 우리나라 제도 명칭은 건강보험)’ 제도 아래에서 공공의료기관이나 민간의료기관 모두 ‘공공의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수요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을 공공이냐 민간이냐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측면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가 공공과 민간 중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 간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법 제42조 제5항에 따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으로 그 의료서비스를 구매(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환산지수 계약’, WHO나 OECD 보고서는 purchasing이라고 표현)하여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WHO(사회의료보험제도 개발 지침서, 2009)는 우리나라처럼 사회의료보험 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에게 “사회의료보험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는 굳이 국가 소유의 공공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고등학교(2022년 약 40%)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사교육(또는 교육민영화)이라고 하지 않고 공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교사의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를 국가가 부담(구매)하여 국민에게 제공). 이제 논쟁의 핵심을 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성남의료원은 이미 2016년에 설립되었지만 다시 한번 ‘설립’의 의미를 톺아보고자 한다. ‘설립’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병상(bed)이라는 의료자원이 성남시민에게 부족한가 아니면 넘쳐나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이 성남지역사회에서 전개되던 2004년의 성남지역은 병상공급과잉지역으로 분류되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4). 또한 2019년말 현재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른 성남지역의 ‘인구천명당 병상수 지표’는 10.4개이며, 이는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성남시 인구 규모와 비슷한 도시인 수원시(9.6개), 고양시(11.8개), 용인시(7.9개) 등과 비교할 때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요양병원 등의 병상을 제외한 급성병상기준 지표는 용인 2.5개, 수원 5.3개, 고양 5.6개, 성남 7.1개). 다음은 성남의료원의 ‘운영’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서비스 제공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의료의 질(quality)’이며 그밖에 조직(의료기관 설립 형태), 진료비 등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WHO보고서(네덜란드 의료개혁, 2021)는 좋은 참고가 된다. 의료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인력이다. 즉 명의(名醫)라고 불릴 수 있는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성남시의료원은 유능한 의료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남의료원이 아무리 첨단 의료장비를 잘 갖추고 다른 민간의료기관보다 진료비를 조금 더 저렴하게 한다 하더라도 의료의 질이 확보되지 않아 의료수요자(성남시민)에게 외면을 받으면 운영의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립의 의미도 없다. 서두에 말했지만 성남지역사회에서 성남의료원에 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고 어쩌면 앞으로 영원하게 진행될지 모른다. 끝없이 진행될 이 논쟁이 좀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이 되기 위해서는 성남시민(의료수요자)의 의료이용 실태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분석할 필요가 있다. 성남지역사회의 의료자원(병상, 의료인력 등)에 관한 현황과 성남시민(의료수요자)의 의료이용실태(장애인, 의료급여수급자, 건강보험수급자 등으로 구분하여 의료기관 이용 현황(성남지역 및 성남외지역), 교통수단 및 교통비, 진료비(비급여진료비 포함))를 매년 조사·분석하여 공개하는 것은 논쟁자 간에 서로 신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보건학박사

[천자춘추] 오늘,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11월의 바람 속에는 처연함이 묻어 있다. 포도(鋪道) 위를 가르는 바람들은 가을 잔볕들의 건조한 따스함마저 완전히 밀어내고 있다. 사방이 바람 속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이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 가고 있다. 대책 없는 열정으로 자기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예술가로서 딱히 먹고사는 일에 욕심 부리면 안 될 것 같은 그 알량한 자존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현실에서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조차 막연하다. 국가적 재난과 치솟는 물가, 나라 밖 전쟁으로 인한 경제는 극한으로 치닫는데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정쟁으로 종작 없다. 하루하루 끼니처럼 절망을 삼켜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위로는 시간의 더께만큼 상처를 더 단단하게 다져내라는 강요만 같다. 게다가 올 추위는 혹독할 거라는 예보다. 예술가들의 두려움을 막아낼 실낱 같은 빛은 없을까. 얼마 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조례’를 개정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선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학교예술교육의 범주를 ‘예술’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형식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양적으로만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문예술인들의 부재라고 한다.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데 그것을 교육과 연계해 예술로 접목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예술교육가의 참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에 개정한 조례 6조 1항 6호에 보면 ‘지역사회연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지역 중심의 특성화된 예술교육은 지역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오히려 쉽게 풀 수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예술세계와 접목한 예술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예술교육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가장 잘 창출해낼 수 있다. 그들이 사는 삶터를 이해하고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교육력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사람들이 지역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고유성이나 정체성을 예술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지역형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거버넌스이며 연대(solidarite)이고, 상생이다. 찬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오늘, 모두가 따스해질 수 있는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하경 한국예총 수원지회 수석부회장

[천자춘추] 노포의 경영전략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도에 비해 5.7% 상승했다. 특히 외식업물가는 지난해보다 8.9%나 올라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식당도 얼마 전 학식 가격을 500원을 인상해 5천~5천500원이 되었다. 그래도 캠퍼스 밖에 비하면 싼 가격이어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학교 식당을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녁이다. 교내식당에서 저녁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간 수업과 연구 때문에, 학교에 있어야 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학교 밖 식당을 이용하는데 외식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더치페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세대는 여럿이 식사하는 것이 은근히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구도심에 위치한 중국집 노포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 식당은 메뉴가 일반 중국집과는 달랐다. 기본 메뉴는 짜장면, 우동, 짬뽕, 볶음밥뿐이었다. 그 외 확장 메뉴로 간짜장, 짬뽕밥, 새우볶음밥이 다였다. 7, 8개에 불과했다. 그 흔한 탕수육도 없었다. 그 대신 가격은 착했다. 우리 학교 근처보다 1천원 이상 저렴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창하게 경영학 이론을 끌어다 대지 않아도, 대표님은 전략적 결정을 한 것이다. 식사 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대표님은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해 20개가 넘던 메뉴를 과감하게 줄이고 핵심 메뉴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하신다. 단가가 낮아지는 대신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는 다음 날 학교 수업에서 이 노포의 사례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모두가 가격을 올릴 때 부득이하게 같아 따라 올리기보다는 원가절감 요인을 찾아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게가 노포가 된 이면에는 대표님의 전략적 현명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국집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을 것 같다. 김재호 청운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복지국가란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는 이제 대중적인 언어가 되고 있고, 모든 분야의 처음과 끝에서 마중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가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복지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으므로 사회복지로 총칭하는 것이다. 사회복지 실천은 사회복지가 현장에서 실천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는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능을 원만히 수행하도록 돕는 실천적 활동이다. 사회복지 실천은 사회관계에 대한 올바른 질서를 추구하면서 사회가 인간의 거주와 발전을 위해 적절한 질서는 물론이고 사회복지사가 개인, 가족, 집단, 조직, 지역사회 등 클라이언트 체계를 대상으로 각각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사회복지 실천 활동이다. 사회복지가 다뤄지는 실천 현장은 다양한 문제 영역에서 합리적인 접근 방법으로 문제와 욕구를 가진 클라이언트를 위한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이러한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난 10월29일 발생한 참사로 온 국민과 유가족들이 크나큰 슬픔을 겪고 있으며, 국민들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는 복지국가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해 발생한 사회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 정부의 예산과 기구를 동원해 모든 국민의 안전을 보장 받도록 하는 국가를 말한다. 즉, 복지국가는 모든 국민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받고, 완전고용과 기회의 균등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국가를 말한다. 그러나 10·29 참사는 선진국형 복지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국가는 10·29 참사를 인재로 인정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국민과 유족들에게 2차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 실천가들을 적소에 파견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34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통과 개인 이기주의가 아닌 온 나라가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전문성을 가진 사회복지 실천가들의 역할이 더더욱 필요한 시기다. 김영철 디딤병원 총괄본부장

[천차춘추] 생태계교란생물을 생각하며

2015년 7월 베트남에서 어디서 본 듯한 식물을 맞이했다. 낯익은, 어디서 봤더라…아하! 귀화식물인 도깨비가지구나. 같이 간 베트남 친구에게 혹시 이 풀을 아냐고 물어보니 베트남에서는 치통에 쓰인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이 풀도 쓰임이 있었구나.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인 도깨비가지는 1978년에 국내에서 처음 보고됐고 2002년에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 ‘생태계교란생물’이란 유입주의 생물 및 외래생물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 또는 유입주의 생물이나 외래생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생물 중 특정 지역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이 대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왠지 무시무시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 식물의 줄기에는 가시가 있어 찔리면 아프고 식물자체에 독성이 있어 소나 말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번식력은 굉장히 강해 다른 나라에서도 요주의 생물로 구분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이 그렇듯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고 더위에 강하고 가뭄에 대한 내성도 있다. 이렇다 보니 개발지에서 많이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34종의 생태계교란생물이 지정돼 있다. 이들은 목적을 두고 수입하거나 개인이 키우다 버려지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된 동∙식물이다. 해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싶어 들어온 것이 아닌데 들여와 놓고 쓸모없어 지니 제거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생태계와 맞지 않으니 피해를 주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정착해서 살 수 있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다. 한 예로 10여년 전 수원의 하천에서 나일틸라피아라는 물고기가 조사됐다. 나일틸라피아는 아프리카 태생으로 1955년 태국에서 수입하여 양식을 했다. 양식을 위해 수입한 물고기가 어찌된 일인지 하천에서 번식을 하게 된 것이다. 나일틸라피아는 10℃가 되는 낮은 수온에서는 살지 못한다. 우리나라 겨울철 하천의 수온에서는 살지 못하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보니 하천유지용수를 위해 방류된 처리수의 온도가 따뜻하여 겨울동안은 방류구 근처에서 살다가 수온이 따뜻해지면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는 방류수의 온도를 낮추면 되는 일이라 처리하는 기업과 행정과 논의를 하여 겨울동안만 처리수를 낮추는 처리를 했다. 지금 수원의 하천에는 나일틸라피아는 살고 있지 않다. 사실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키는 일이 지정된 생물에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무분별하게 제거하는 일은 자칫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처리해야 안정된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천자춘추] 언론의 역할

생각과 말이 삶을 지배한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한 국가의 품격이나 문화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 살고 있는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예전에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가치, 민주주의. 요즘은 너무 당연시돼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民主’는 ‘民’이 주인이라는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본이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다. 하지만 새삼 이 말을 곱씹게 되는 것은 요즘의 정치 상황이나 우리들의 삶 속에 퍼져 있는 각종 행동이 과연 우리가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민주라는 가치와 상통하는지 의문이 든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초심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함이 크다. 위정자들의 언어와 행동 속에 비치는 모습을 보면 껍데기만 수용하고 내용은 저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정부는 과연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고 있는가. 지방정부는 시민 혹은 주민을 주인으로 받들고 있는가. 정부나 자치단체는 고사하고 국민이 선택한 정치가들조차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태원 참사를 보면 과연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네 탓만 있고 내 탓이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중 하나가 다수결의 원칙이요,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다수결의 원칙을 부정한다. 권리만 추구하지 책임지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도 있다. 권력욕에 찌든 지배층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더러운 입을 통해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은 총체적으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 옳은 것이 그른 것이 되고, 잘못된 것이 옳은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일반인의 삶 속으로 녹아든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정말로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래 국가가 나아갈 방향이 권력욕에 찌든 상류층 모리배들에 의해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거르고 걸러 국민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자정이 필요하다. 스스로 옳은 것이 옳은 것이요, 그른 것은 그른 것임을 알고 실천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박문신 여주지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클래식 대중화와 시립교향단의 역할

지난 6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또 한 명의 ‘K-클래식 스타’의 등장이라며 열광했다. 지금도 여러 공연장에서 수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임윤찬같이 새롭게 티켓파워를 갖는 연주자의 등장은 공연기획사들과 공연기획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몇 주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내한공연은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티켓파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매년 들려오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대한민국 연주자들의 우승 소식은 이제 일상이 됐고 대한민국이 세계 클래식음악의 중심이 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를 보는 많은 공연 관계자들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국내의 클래식 공연 시장만큼 명암이 크게 교차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클래식 스타들의 공연 티켓은 한 장에 10만원이 훌쩍 넘어 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 문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4인 가족이 함께 즐긴다면 연간 행사인 휴가비와 맞먹는 예산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공연 시장에는 이미 팬덤이 형성돼 매진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는 일부 스타 연주자에게만 국한된다는 사실이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1970, 80년대 급격히 늘어난 음악대학은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곳이 돼 갈수록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 클래식음악 시장은 오직 엘리트 예술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도립예술단, 시립예술단의 이름으로 지역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예술단체들이 내일의 임윤찬을 발굴하기 위해 예술가들을 무대에 올리며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선보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 공공단체나 기관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가격으로 문턱을 낮춰주는 합리적인 티켓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프로축구팀 경기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국가대표 경기만 응원하는 이들을 축구팬이라 할 수 없듯이 K-클래식의 위상은 우리 지역 시립교향악단의 공연부터 응원하며 감동 받을 때 더욱더 저력을 갖게 될 것이다. 류성근 성남아트센터 예술사업본부장

[천자춘추] 일상에 깃든 ‘인연’이란 기회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피천득 시인이 한 말이다. 사람은 아무리 잘나도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영화 같은 특별한 인연, 특별한 순간을 꿈꾸지만 사실 이미 그런 기회는 우리 삶에 수도 없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한 병실로 들어갔는데 이미 그곳에는 다른 환자가 있었고, 보이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보이차를 참 좋아하는 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이 생각나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말로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내가 아는 보이차를 좋아하는 분을 그 환자분 역시 알고 계셨다. 심지어 그분은 언젠가 나와 이 환자분을 서로 소개해 줄 생각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환자분이 머물던 병실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간호사의 실수로 내가 그 병실에 들어갔고, 그 병실에 계신 분은 거짓말처럼 내가 알고 있는 분을 함께 알고 계셨다. 그날의 좋은 인연으로 그 환자분과 나는 지금 함께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설로 쓸 만한 일이 내 삶에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연의 힘이다.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한다. ‘내가 당황해서 바로 병실을 나왔더라면’, ‘보이차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이 조금 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 흥미로워지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다음은 그동안 내가 인연에 대해 깨달은 두 가지 통찰이다. 첫째, 인연은 일상에 숨어 있다. 인연은 언제, 어디서 오겠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일상 속에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인연의 기회가 열려 있다. 오늘 찾아올 수많은 인연을 열린 마음과 뜨인 눈으로 살피며 살아가면 피천득 시인의 말처럼 옷깃만 스치는 인연도 살려낼 수 있다. 둘째, 사랑이 인연을 만든다. 계산적인 사람은 인연을 끊어내기만 한다. ‘친구의 결점까지 사랑하라’는 이탈리아 속담처럼, 지금 보이는 약간의 단점도 사랑으로 덮어주자. 나와의 인연을 통해 그 사람이나 나의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울지 모른다. 훗날 내가 정말 힘들 때 큰 도움을 주는 거목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일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연이 가진 묘한 힘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이사

[천자춘추] 비핵화보다 ‘핵 확장 억제’ 주력할 때

북한이 연일 도발하고 있다. 그 도발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북한의 도발은 분명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 과거의 경우, 한미가 연합훈련을 할 동안에는 도발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미 연합훈련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중에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중요한 이유로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핵을 개발하고 있을 당시에는 한미 연합훈련에 저항할 수단이 없었지만, 이제는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오히려 연합훈련에 대항해 우리와 미국에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른바 대북 포용 정책이 효과적일지 의구심이 든다. 김대중 정권 당시의 대북 포용 정책은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당시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당근을 주면서 ‘핵 개발’을 포기하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현재와 같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는 ‘핵 개발이 아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해야 하는데, 당근으로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개발된 핵무기를 포기한 경우는 우크라이나 사례 정도인데,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해 핵무기를 보유했던 것이 아니라 소련이 붕괴하면서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배치한 핵무기를 ‘졸지에’ 보유하게 된 것이어서, 현재 북한의 상황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결국 자기가 가진 무기를 스스로 버린 나라는 없다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는 이제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핵 확장 억제’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25년 전에 유효했던 정책이 지금도 유효할 것이라는 ‘과거 지향적 사고’를 버리고,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핵 공유’에 대한 여론은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미국은 결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될 경우, 오히려 우리의 핵 보유 시도를 저지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외교적 지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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