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란 국가의 이익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과거 정치, 경제, 군사 분야 등에 한정돼 있던 외교의 영역이 문화, 예술을 포함한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교의 딜레마는 나라별로 상이한 외교환경이 존재하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오늘날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은 한반도, 동북아, 세계 차원의 각종 전통, 비전통, 신흥 안보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그 파괴력이 가중되는 ‘퍼펙트 스톰’의 상황에 있어 한국의 평화, 안보, 번영, 국익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강대국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정학적 위치와 더불어 안전, 평화 등이 국제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서 대부분의 에너지 자원과 물자를 수입해 우리의 지식과 노동력, 기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다. 그만큼 국제관계와 외교력의 중요성은 더욱 배가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외교 전략에 대한 필요가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2019년 한국이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에 진입함에 따라 중견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인식하게 되면서 점차 ‘한국적’ 외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외교 대상국이 늘고 외교 사안이 복잡해지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외교안보 업무가 급증해 외교 분야에서 전략적 사고, 문제 해결 역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묘년 새해를 맞아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정계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인 한국의 국제 역량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위상과 입지는 정치, 경제, 문화 분야와 더불어 외교적으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중동의 산유국이자 에너지 부국인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은 한국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다. 특히 서방의 경제 제재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이란은 중동지역에서도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잠재력이 상당히 큰 나라다. 변동성이 높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동지역의 정세는 더 이상 ‘아랍국가와 이란은 적’이라는 이분법적이고 단선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적대국이었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국가들이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머지않아 아랍국가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상황을 접하며 급변하는 중동지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분석적이고 통시적인 전략적 사고와 전략외교에 대한 아쉬움을 절감한다. 동시에 외교 담판으로 거란의 위협으로부터 오히려 강동 6주를 획득한 고려시대 서희의 전략적 지혜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3-01-25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