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타인 배려 없는 무분별한 셀카 촬영

며칠 전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에서 앞 좌석 커플이 연신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데 뒤에 앉은 나의 얼굴이 계속 화면에 잡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모인 있는 곳이라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고, 자리를 옮길 수도 없었다. 경기 내내 찍어 대던 그들의 셀카 촬영으로 경기 관람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로 셀카나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은 셀카와 인증샷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각종 SNS에 올리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초상권이 사생활 영역에 포함되는 기본권임에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셀카 촬영으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셀카 배경으로 등장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 앉아있거나 길을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셀카 배경으로 찍혀 타인 SNS에 게재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인의 셀카나 인증샷에 찍히는 초상권 침해 관련 피해 신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나도 모르는 내 얼굴이 나오는 게 싫다’라거나, ‘길거리도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라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누군가의 사진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알아서 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셀카 목적으로 촬영했더라도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신체 노출이 있는 사진을 촬영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을 찍은 장소에 같이 있던 사람들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하는 것 또한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한다. 찍는 것에 동의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진을 SNS 등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배포나 유포에 관해서는 별도로 동의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에 반드시 주변을 한 번 더 살피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에서는 셀카나 인증샷 촬영을 지양해야 한다.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의 경우는 셀카나 인증샷 촬영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는 다르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동의를 구하고, 부득이 타인이 나온 사진을 SNS 등에 게재하고자 할 때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셀카를 찍고 SNS 등에 업로드하는 모든 과정에서 각별히 조심하고 자제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초상권 침해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SNS 시대에 걸맞은 올바른 사진 촬영 문화와 에티켓 정착을 위한 우리 모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이슈&경제] 금융시장의 진짜 바닥은 언제일까?

지난주 금융시장은 가상화폐가 폭락하며, 가상화폐 보유자들의 시름이 깊었던 한 주였다.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하락한 데 이어 가상화폐까지 폭락하며 공포심리가 팽배하다. 이러한 자산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코로나19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었던 각국 중앙은행의 변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기조가 강해짐에 따라, 금융시장의 발작은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물가는 에너지 가격과 공산품 중심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3%를 기록하며, 3월 8.5% 보다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임대료를 비롯한 서비스물가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완화로 경제 재개방이 진행되면서 미국 서비스업이 확장세를 보일 전망인데, 이는 앞으로 서비스업 부문의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그동안은 미국 물가 상승의 상징으로 중고차(재화)가 꼽혔는데, 이제는 항공운임(서비스)이 등장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4월 소비자 항공운임료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3%로 확대됐다. 한 가지를 막으면 다른 한 가지가 등장하는, 마치 오락실의 두더지 게임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 당사 경제분석가(이코노미스트)는 연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5%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겠지만, 과거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부 활동이 많아지며 여행, 숙박, 놀이공원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은 리오프닝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올해 10월 공산당 대회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부과했던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미국 물가와 전세계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수요를 줄이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을 지속하거나 강화할 전망이다.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결국 경기는 둔화 내지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955년 이후 지금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5%를 넘고 실업률이 4% 아래면 2년 뒤에 침체가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지난 1년 동안 임금 상승률은 6%가 넘고, 실업률은 3.6%에 불과하다. 경제 지표 상으로는 호황의 끝에 와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의 진짜 바닥은 미국 경기침체를 겪은 후에야 만들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금융시장이 봄을 잊은 것 같다. 아직도 겨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사설]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 아닌 지역일꾼 경연장 되어야

앞으로 4년간 지방정부의 살림을 책임질 지역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지난 금요일 후보 등록을 마감, 오는 19일부터 13일 간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경기도는 도지사, 교육감, 시장과 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총 652명을 선출한다. 도지사 후보는 총 6명이, 교육감은 2명이 등록했으며, 전국적으로는 1.8: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리고 있는 민주정치 발전의 핵심인 지방선거는 지역발전을 위하여 자치단체장과 이들을 감시할 지방의원을 잘 선출해야 지역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특히 금년 1월부터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 실시됨으로써 지방정부가 갖는 예산집행권, 인허가권, 인사권 등이 상당히 강화돼 주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과거 선거보다 더욱 강조된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자치가 선진국과 같이 정착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끝나고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실시되는 선거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풀뿌리 생활정치의 지방선거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상태로 중앙정치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고 있어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점이 크다. 왜냐하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종속되면 지역발전은 어렵다. 특히 지난 3·9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입후보, 해당 지역의 지방선거를 지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소속 중앙당도 이런 선거전략을 가지고 지방선거에 임하고 있으니,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 연장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중앙정치의 압도 속에서 유권자들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중앙정치 프레임에 이끌려 지방선거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이 아닌 여야 정쟁 프레임에 의해 대선 연장선상에서 선거가 실시된다면 그 피해는 지역주민이 입게 된다. 지방선거는 지역민에 의하여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지 결코 대선 연장 선거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지역의 살림과 복지· 안전· 환경· 교육 등 제반 여건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음을 그동안 지역민은 실감하고 있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토대를 튼튼히 하여 지역도 발전시키고 또한 민주정치도 공고화하려면 유권자들은 중앙정치 선동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지역을 발전시킬 후보자의 자격과 역량을 꼼꼼하게 살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지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 경쟁을 통해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천자춘추] 건축사 재난 안전지원단의 목표

광주 해체 공사 붕괴 사고, 주변 지반 침하로 인한 고양 마두역 인근 상가 건축물 붕괴 사고 등을 접하면서 부실 시공, 안전 불감증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이해 당사자인 건축사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러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습 장면을 보면 정작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축사들이 보이지 않아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아쉬운 마음이 함께 밀려온다. 미리 예방하지 못한 미안함, 신속한 대처를 통한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초동 대처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해소하고자 2019년 5월 16일 발대식을 거쳐 건축사 재난안전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고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지진, 산불과 같은 국가 재난 현장에 파견돼 활동한 공적을 인정받아 2020년 국가안전대진단 유공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도 있다. 건축사 재난안전 지원단은 평상시에는 건축 관련 분야 부실공사나 안전 점검을 통한 사전 예방과 지자체와 시공 현장 합동 점검 등을 통해 건축사로서 건축물의 안전과 재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으로 운영한다. 재해, 재난이 발생할 경우 긴급 재난 구호와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운용하고 있는 재난안전지원단은 본협 부회장직을 겸한 위원장 1인과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 외 몇 명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근본적인 재난안전지원단의 목표는 긴급을 요하는 사건, 사고 발생 할 경우 신속한 대응과 활동을 통해 인명 구호와 사고 진화에 협력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들을 단원으로 한 체계보다는 일선 시·군 공무원, 경찰서, 소방서 등과 연계된 지역건축사회를 주축으로 한 재난안전 지원단의 발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부천시와 부천지역건축사회를 주축으로 하는 재난안전지원단이 정식 출범하여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건축사, 토목기술사, 구조기술사 등 건축 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평상시엔 안전점검과 예방을 위한 주기적인 시찰을 한다. 사고 발생 시에는 사고 대책본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인명 구호 활동 및 사고수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경기도 건축사회에서는 지역건축사회와 일선 시·군이 연계한 재난안전지원단이 발족 될 수 있도록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건축사들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사고는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상이다. 건축사는 건설현장이나 각종 위험에서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도록 일선 시·군과 협력해 사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건축물 현장 안전 점검, 안전사고 예방수칙 준수여부 확인 등의 활동을 통해 건축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기도건축사회는 경기도 31개 시·군에 건축사재난안전 지원단이 발족되어 활동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건축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아침을 열면서]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과 메멘토 모리

아침 뉴스를 보다가 문득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Cus, 1904~1989)의 작품「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 ce of Memory)」이 생각났다. 중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달리의 대표 작품이다. 카탈루냐의 햇볕이 뜨겁게 이글거리던 날 바르셀로나에서 열차를 타고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미술관을 찾아가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지나간 기억을 끌고 와서 흐르는 시간을 변형하려는 사람들, 이 남의 기억을 따라 하면서 거기에 자기 푯대를 세우려는 사람들, ‘망량문영(罔兩問景)’ 고사처럼 그림자의 그림자를 좇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무의식의 가상공간에서 자기 세상을 만들려는,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 「기억의 지속」을 보는 듯하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는 「기억의 지속」은 달리가 28살이던 1931년에 그린 크기가 33×24cm인 소품이다. 여명인지 일몰인지 모를 애매한 시각이 수평선에 걸린 사막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는 모두 4개의 시계가 등장한다. 그중 하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호박(琥珀)처럼 생긴 시계다. 시계 자판에 개미들이 득시글거리기는 하나 그나마도 이 시계만 제대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나머지 3개는 곧 흘러내릴 듯이 흐물거리며 축 늘어졌다. 그중 하나는 죽은 나뭇가지에, 하나는 테이블 모서리에, 나머지 하나는 사막에 내동댕이쳐진 살점 덩이처럼 이상하게 변형된 사람의 얼굴 위에 걸쳐져 있다. 이 그림들은 무의식의 공간에 흩어져 있는 각각의 기억들이다. 시계(인간의 삶, 또는 기억)가 녹아 늘어지든 멀쩡하든 시간은 계속 흐르며, 흐르는 이 시간 위에 영원한 건 없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죽음이다. 개미 떼가 오글거리는 호박처럼 생긴 시계에서 그 극명함을 본다. 호박은 보석이다. 보석 같은 삶에도 개미가 득시글거린다. 어릴 때 본 벌레와 박쥐의 사체에 달려들던 개미 떼의 기억을 달리가 여기에 옮겨놓은 것이다. 테이블에 걸쳐져 흘러내리는 시계 위에도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샤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는 듯 외로이 서 있는 메마른 나뭇가지에 빨래처럼 걸린 시계, 이상하게 변형된 얼굴에서 녹아내리는 시계, 이 모두 흐르는 시간 위에 옮겨놓은 기억들이다. 이 변형된 얼굴에는 입이 아닌 코에 혀가 달렸다. 맛난 냄새를 맡던 코와 맛난 음식을 먹던 혀는 한통속이라는 뜻일까. 강렬한 속눈썹이 붙은 지그시 감은 눈은 무의식의 세계, 꿈꾸는 현상을 표현한다. 달리의 작품 「기억의 지속」은 자기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다. 잘난 사람 큰소리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 앞에 겸손하라’ 외친다. 흐르는 시간 위에 영원한 건 없다. 김호운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지지대] 식량 무기화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미사일과 탱크가 동원되는 전쟁도 있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싸우는 나라도 있다. 기아나 기근과 싸우는 국가도 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들에겐 의약품이 무기고, 굶어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들에겐 식량이 무기다. 최근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 이슈가 됐다.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운 국가를 압력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이 식량의 무기화다. 미래의 자원 싸움은 식량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가 많다. 국제적으로 농산물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식량 수출이 중지되면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최소 3년, 길게는 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15%, 해바라기씨 수출의 약 60%를 담당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겨울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의 30%를 수확할 수 없고,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농지의 50%도 파종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들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주요 곡물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지난 14일 식량 안보를 확보하겠다며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이른 폭염으로 올해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0%에 불과하다. 소비량의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소한 기초식량은 국내에서 자급할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곡물 생산국의 식량 무기화가 현실화 됐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김은혜 후보發 ‘재산세 감면 119’ 공약/유권자 절반이 당사자, 좋은 논쟁하라

김동연 후보가 밝혔다.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을 동시 이전하고 경기국제공항을 추진하겠다.” 김은혜 후보도 밝혔다. “저는 당선되는 즉시 ‘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 국제공항 설치TF’신설을 강력 건의하겠다.” 두 구상에 무슨 차이가 있나. 도지사 시켜 주면 공항 옮기겠다는 같은 말이다. 경기도지사 선거가 이렇다. 말로는 대선(大選)급인데 내용이 없다. 후보간 딱히 차이도 없다. 오죽하면 ‘똑같은 얘기를 서로 사골 끓인다’는 비아냥이 토론 중에 나왔다. 이런 선거판에 시끌벅적한 화두가 떴다. 서로 입장 차가 확연하다. ‘119 감세 공약’이다. 김은혜 후보가 던졌다. 재산세 감면 약속인데 내용이 파격적이다. 1가구 1주택에 과세표준 기준 3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경기도민의 재산세를 100% 감면하겠다는 얘기다. 과세표준 3억원이면 공시가 5억원이다. 시가로는 8억 6천만원으로 대략 9억원 선이다. 경기도 주택의 공시가 중위값이 2억 8,100만 원이다. 그 두 배인 5억원까지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김 후보 측에서 수혜 대상 도민을 분석했다. 위 기준에 의할 경우 “도내 주택의 약 61%로 경기도민의 과반수 이상이 정책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감면 금액도 설명했다. 연간 27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는 가구가 약 147만호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최대 42만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이후 공시가 인상은 주택 소유자에 큰 부담이다. 특히 경기도는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공시가 상승률이다. 눈길이 갈만한 화두다. 보유세 강화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세재·주택 정책의 큰 방향이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에 ‘국내총생산 대비 0.7%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임기 안에 OECD 평균 수준인 1%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한 바도 있다. 정권 중반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 등과 겹치면서 주춤한 측면이 있다. 때로는 ‘강남 부자에 고개를 숙였다’는 비난을 받은 사실까지 있다. 그렇더라도 보유세 강화(공시가 현실화)는 문 정부가 놓지 않았던 중요한 정책 방향이었다. 이러니 ‘재산세 감면 119’에 민주당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시장 군수 후보들의 반박이 쏟아졌다. 도지사가 좌우할 법률이 아니며, 1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후보도 “재산세를 전액 감면하면 (줄어드는)세입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김은혜 후보 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박한다. ‘법률 확인도 없이 공약을 냈겠나’ ‘퍼주기 원조 민주당은 지방 재정 걱정 할 자격 없다’ ‘문재인 세금 폭탄을 바로 잡는 작은 시도일 뿐이다’. 세금 인상에 대한 분노가 많다. 그 중심에 공시가 폭등이 있다. 그 공시가를 일정 구간 무력화하겠다는 공약이다. 세금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매년 30만~40만원씩 보태준다는 얘기다. 사실상 퍼주기 공약 아닌가. 과거 선거 때 지원금 살포, 현금 복지 공약과 다를 것 없다. 선거 공약 소재로는 아무래도 과하다. 하지만 유권자가 매길 점수는 어찌 될지 모른다. 어쩌면 몰표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과거 선거에서 지원금·현금 공약에 몰표가 갔던 것처럼 말이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해당되는 ‘재산세 감면 119’다. 도민에 이익될 좋은 논쟁을 보고 싶다.

[인천의 아침] 우리 인생에도 시뮬레이션 교육을

시뮬레이션(simul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 사건이나 과정을 시험적으로 재현하는 기법이다. 컴퓨터 게임의 한 장르로 시뮬레이션 게임이 익숙한 이들도 있고, 시뮬레이션에 좀더 복잡한 기술이 더해진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로 접하기도 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시뮬레이션이 개인이나 팀을 위한 교육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정지와 같은 응급 상황에서의 처치를 학습하기 위해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실제 상황에서 숙련되지 않은 교육자에게 생명을 맡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사고 현장에서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면 참가자는 당황하거나 실수하면서 어떤 것을 놓치면 안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습득하게 된다. 예전에는 시뮬레이션을 위한 기술이 없는 반면 의료인 대비 환자는 너무 많아 몸으로 부딪치면서 익숙해졌고 그런 과정에서 숙련되지 않은 의료인 때문에 고통받은 이들이 있었다. 심장마사지, 기도삽관, 흉강삽입 등 침습적인 처치에 대해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많이 개발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되어 새내기 의료인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시뮬레이션 교육의 최대 장점은 현실에서 하면 안되는 실수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면 처음엔 당황하고 긴장해서 아는 것도 빠뜨리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복된 교육과 다른 참가자의 실수를 관찰하며 익숙해지게 된다. 이런 장점을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인생을 살아가며 가정이나 사회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 당황하고 실수하기가 쉽다. 부부 사이의 작은 오해가 커져 가정이 깨지고, 친구에게 받은 상처로 소중한 생명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들을 모두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도 없고, 인간의 다양한 반응들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를 본다면 머지 않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만남과 갈등을 겪으며 깨달음을 얻는 것이 선현들이 말씀하시는 인간다움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 생긴 갈등을 예방하고, 상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면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정부의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힘있고 잘사는 일부가 아닌 힘들게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펼쳐야 할 것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정책을 정하고 추진함에 있어서도 충분한 시뮬레이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교수

[사설] 2022년 화성시민 ‘공항 건설 원한다’/거듭 증명된 여론, 여기 맞서면 안돼

화성시민 다수가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본보가 12일 발표한 화성시민 여론조사 결과다. 조원씨앤아이의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3.8%였다. 찬성하는 이유로 가장 큰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화성은 동부와 서부의 발전 불균형이 심각하다. 동부권은 동탄신도시 등이 들어서면서 거대 도시화됐다. 반면 서부권은 교통인프라 등이 여전히 열악해 발전에 큰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공항 건설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이런 여론이 표현된 게 이번만은 아니다. 지난 4월 24일 데일리리서치 조사에서도 찬성 49.1%, 반대 36.1%였다. 당시 조사는 중부일보가 의뢰했다. 그보다 앞서 경기신문이 지난 2월 5일 발표한 여론도 있다. 찬성이 46.7%, 반대가 44.8%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찬성 다수·반대 소수’라는 추이는 계속 이어진다. 군공항 화성 이전이 공론화된 건 2014년이다. 초기 여론은 반대가 높았다. 그 후 변화가 많았다. 가장 큰 건 민군(民軍)합동 공항으로 성격이 바뀐 점이다. 경기남부권 국제공항 구상이 급물살을 탔다. 대구 신공항이 성공한 방안이다. 당연히 군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주변 개발 청사진이 나온다. ‘전철이 단 1m도 없는 화성’이다. 그 중에도 열악한 서부권이다. 개발 기대감이 확 높아졌다. 동탄·경부축에 밀려 있던 서부권에 더 없는 기회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런 목소리가 점차 ‘찬성 다수·반대 소수’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지금도 크게 들리는 목소리는 ‘반대’다. 여전히 화성 여론을 끌고 가는 줄기다.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정치권이다. 시장,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의 반대 캠페인이다. 우리가 지적하려는 것도 이 부분이다. 치명적인 오류가 없는 한 앞 선 여론의 수치는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각각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한 조사고,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걸 시민 뜻이라고 받아들여야 맞다고 본다. 채인석 전 화성시장이 공항 반대의 선구 역할을 했었다. “정치생명을 걸고 수원 군공항 이전을 막아내겠다”며 싸웠다. 2018년 지방 선거에서 사라졌다. 서철모 현 시장도 공항 반대에 앞장섰다. 법 개정을 막으려고 국회까지 찾아가 진 치기도 했다. 공교롭게 그도 이번에 물러나게 됐다. 채 전 시장이나 서 시장의 공천 배제·탈락이 꼭 공항 반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공항 반대 운동이 위기에 놓인 그들에게 아무 보탬도 안 됐다는 것은 맞는 듯 하다. 6·1 지방 선거가 19일 남았다. 지방 선거에 화성 일꾼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이 많다. 거기서 시장도 나오고, 시·도 의원도 나올 것이다. 그들도 명심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여론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따라 가는 것이다. 여론에 역주행하려던 정치의 끝이 곳곳에 선례로 남아 있다. 2015년 다수 여론이 ‘군공항 반대’였다. 2022년 다수 여론은 ‘군공항 찬성’이다. 이 여론이 맞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맞다싶으면 향후 방향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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