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어느 쪽도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국민들의 선택이 놀랍다. 12·3 내란을 막아내고, 탄핵을 이끈 국민들은 민주당에도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진 않았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직 냉정하다. 이제 정치가 다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12·3 내란과 탄핵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하나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문제였나, 아니면 그런 사람에게 그토록 막강한 권력을 몰아준 제도가 문제였나. 징검다리 탄핵을 맞는 국민들은 참담하다. 답은 분명하다. 그런 사람에게 그런 권력을 몰아준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제도의 한계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제가 시행된 이후 무려 38년이 흘렀다. 1인당 GDP는 2,643달러에서 36,232달러로 14배 가까이 늘어났고, 합계출산율은 1.58명에서 0.6명대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3%에서 20%를 넘어섰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의 나이가 25.1세에서 46.5세로 변화했다. 7%가 되지 않았던 1인 가구의 비중이 이젠 35%를 돌파했으며, 통계에 잡히지조차 않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이젠 250만 명을 돌파했다. 세계도 변했다.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 사회주의 국가의 퇴조와 냉전의 종말, 디지털 혁명과 세계화 그리고 다시 신냉전 체제에 이르기까지,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내일을 향해 가는 중이다.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는 변화와 성장, 격동의 시기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헤쳐왔다. 바뀌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이미 수명이 다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품은 대한민국 헌법이다. 단 한 번의 선거로 5년간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통령, 그 권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임기가 끝나봐야 안다. 국민은 그저 기다릴 뿐이다. 5년 단임제의 악순환 앞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따로 없었다. 잘못된 정책을 중간에 바로잡을 재신임의 기회는 없고, 퇴임 후엔 어김없이 전임 지우기가 시작된다. 어느 당이 집권해도 레임덕, 정치보복, 정책 단절의 패턴은 반복됐다. 국가의 장기 과제는 5년마다 리셋되고 전략의 축적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이 실패한 제도는 38년째 바뀌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 악순환을 끊자는 개헌 논의가 재점화됐다.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선정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4년 연임제의 도입과 함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와 지방정부로 분산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지방분권 강화, 기후위기 헌법 명시,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등 정치권보다 더 넓은 범위의 개헌을 요구해왔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등 이견이 적은 과제를 먼저 국민투표에 부치고, 2028년 총선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2026년 동시 투표는 이미 무산됐다. 개헌 논의가 또다시 미끄러지고 있다. 이 개헌이 완성되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선거의 구조 자체가 바뀐다. 4년 중임제가 도입되면 행정권력을 구성하는 대선·지방선거와 입법권력을 구성하는 총선이 2년 간격으로 교차하게 된다. 국민이 2년마다 권력을 심판하는 구조, 미국의 중간선거와 같은 효과다. 여당이 의석을 잃으면 대통령은 즉각 국정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권력이 스스로 민심을 읽게 만드는 구조다. 흩어진 선거를 통합함으로써 막대한 선거 비용과 정치 에너지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지방선거도 제자리를 찾는다. 지금 지방선거는 후보의 지역 공약보다 여당이냐 야당이냐가 먼저다. 지역 현안은 실종되고 중앙 정치의 유불리만 남는다. 지방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면 비로소 중앙 정치의 대리전에서 벗어나 진짜 지역의 민심을 묻는 선거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변화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다. 2030년 대선부터 4년 중임제를 도입한다면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자연스럽게 만료되는 2030년은 대통령 임기 단축이라는 개헌의 최대 난제를 피해갈 수 있고, 지방의원, 지자체장, 국회의원 누구도 임기 단축이라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기회를 살리느냐 마느냐는 오롯이 정치의 몫이다. 개헌은 언제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 속에 묻혀왔다. 그러나 12·3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제도가 사람을 막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무너진다. 완패도 완승도 아닌 성적표를 받아든 정치권은 이제는 국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못 박아야 한다. 국민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2년마다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신들은 잘 하고 있느냐고. 다음 지방선거가 그 시작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축구, 야구, 배구, 양궁, 펜싱, 쇼트트랙까지 이제 한국 스포츠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선수의 기량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바로 ‘경기장 바닥’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선수의 정신력과 투혼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국제 스포츠는 이미 달라졌다. 이제 세계 스포츠는 선수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선수들이 뛰는 ‘환경의 질’까지 경쟁하는 시대다. 특히 종목별 경기장 바닥 성능은 경기력과 안전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축구장의 인조잔디는 회전저항과 충격흡수 성능이 부족하면 발목 부상과 무릎 손상을 유발한다. 농구장은 미끄럼과 탄성이 경기 흐름 자체를 바꾼다. 육상트랙은 탄성 저하가 기록 저하로 이어지고, 체조와 유도는 착지 충격 하나가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스포츠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바닥 성능을 ‘경기력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NCAA는 대학 체육시설의 바닥 성능 점검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공공체육시설의 바닥 안전성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독일은 체조시설 바닥 개선 이후 착지 안정성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했다. 그들에게 바닥은 단순 시설이 아니라 ‘선수 보호 전략’이며 ‘국가 경쟁력’이다. 반면 국내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노후화된 바닥재가 방치되고, 종목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경기장 상태에 따라 선수의 움직임과 기록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성능 점검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하다.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보다 ‘운 좋은 바닥’을 만나야 하는 환경 속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대한체육회와 각 회원종목 단체가 나서야 한다. 선수촌 훈련 프로그램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경기장 환경 관리다. 종목별 바닥 성능 기준 마련, 정기 안전점검 및 인증제 도입, 노후 바닥 리뉴얼 지원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생활체육 인구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 속에서 스포츠시설 안전은 단순 체육 행정이 아니라 국민 건강정책의 영역이 되고 있다. 부상 예방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고, 안전한 스포츠 환경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다행히 최근 대한체육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종목별 바닥 성능 점검 체계와 안전 인증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경기장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선수의 기량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과학적 스포츠 활동 공간’으로 바라본 것이다. 좋은 선수는 좋은 환경에서 탄생한다. 메달은 정신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매일 밟고 뛰는 그 바닥 위에서 이미 승부는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곳은 바로 선수들의 ‘발 아래’다.
가야의 무덤 안을 나는 무딘 정으로 하늘을 쳐 채굴의 불꽃 켠다 내가 캔 낡은 투구는 또 하나의 관념일 뿐 검이여, 허공을 베던 눈부신 너의 충신 북두칠성 비추는 무덤 안에 기숙하며 별의 옷깃 스치는 소리 사각사각 저며 드는 옥구슬 밤이슬인양 꿰며 흐느끼고 있었다니 경갑을 둘러 세워 마갑 옷 무늬 새긴 등뼈 휜 말안장 아래 너덜너덜한 금동신발을 꽃잠 속 가야금 줄인양 홀로 켜고 있었다니 기포처럼 끓어올라 차오른 불의 분화 시커멓게 굳어 고인, 돌의 바닥 내려가 가부좌 틀어볼 날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서정화 시인 2007년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서정시학’ 신인상 한국예술작가상 평론 수상
메꽃은 자라는 습성이 덩굴성으로 땅속줄기(地下莖)가 사방으로 길고 깊숙이 뻗어 나가 거기서 순이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꽃말이 아닌가 싶다. 꽃은 같은 메꽃과 식물인 나팔꽃처럼 피는데 6~8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가정에서 화단에 한 두 포기 심고 지주를 만들어 주면 여름철 관상용으로 꽃도 예쁘지만 바닷가 모래밭에 흔히 나는 갯메꽃 같은 것은 잎 모양도 좋다. 땅속줄기들은 맛이 있어 이른 봄에 캐 밥에 넣어 먹는다고도 한다. 씨앗을 따서 뿌려도 쉽게 싹이 나온다. 땅속줄기를 잘라 꽂으면 마디마다 새뿌리가 나와 쉽게 정착한다. 큰 나무 아래처럼 오전에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갯메꽃 같은 것은 그늘이 적어도 잘 자란다. 메꽃도 꽤 종류가 많다. 아무 들에서나 잘 자라는 메꽃,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갯메꽃, 꽃이나 식물의 사이즈가 작은 애기메꽃, 큰 큰메꽃, 자라는 모양이 덩굴성이 아니라 수직으로 자라는 선메꽃 등이 있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한국경제에 있어 재벌(가족경영)이라는 단어는 우리 경제사에 뜨거운 감자였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과감한 지원하에 몇몇 기업들은 고속 성장해 대기업집단을 이룸으로써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나 부의 집중이 급증함으로써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됐었다. 우리 사회는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판인데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특히 대기업들을 재벌로 지칭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지탄의 대상이 됨과 아울러 운동권 세력들의 제일의 응징대상이 됨은 물론 재벌해체 내지는 국유화가 그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 상황은 후진국이었으므로 빠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이 불가피했고 정부가 성장 위주로 자원배분을 하는 과정에서 부익부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삼성, LG, 현대, SK, 두산, 한화, 효성 등의 대기업 그룹이 태어났다. 그런데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재벌과 같은 대기업 그룹이 존재한다. 도요타, 소니,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등 다수가 있다. 일본의 대기업 그룹은 우리나라의 것들과는 달리 총수중심 즉 가족경영 형태가 아니고 여러 기업이 서로 주식을 보유 상호출자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일본의 대기업집단은 한마디로 기업연합체라고 보는게 맞다. 즉 우리는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데 비해 일본은 합의 중심으로 운영된다. 우리 대기업 체제는 총수 중심이어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행할 수 있는 반면 일본은 합의 중심이어서 안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변화 속도가 느리다고 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장단점이 근년에 들어와 양국의 대기업 그룹의 경영성과에 잘 나타나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우선 반도체를 지배했던 나라는 바로 일본으로 80년대만 해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였었는데 도시바, NEC, 히타치, 후지쓰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우리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725억 달러와 606억달러(2025년)를 수출함으로써 세계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TV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가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나 LCD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장을 완전히 잃어 현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매출얙 기준 1, 2위로 세계시장의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도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세계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애플을(20%)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일본기업들로는 소니, 샤프, 파나소닉, 후지쯔가 생산에 참여했었지만 이렇다 할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결국 전자제품 하면 일본제품을 떠올렸던 시절이 완전히 사라지고 세계시장에서 압도적 선두자리를 차지했었던 일본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세계시장에서 낙오됐다. LG그룹도 가전 부문에 독보적인 지위에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소재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은 건설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이며 자동차산업에 진출 현대 기아는 세계시장 3위이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세계 1, 2위권을 다툰다. SK그룹은 반도체 외에 통신과 에너지사업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과거 화학 금융 중심에서 방산과 조선으로 확장 유수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했고, 주류사업으로 출발한 두산그룹은 원전기업으로 발돋움해 세계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족벌기업으로 지탄받던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오너 중심경영이 합의 중심 경영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은 역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는 주인이 있어야 기민하게 그리고 과단성 있게 혁신도 기할 수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경기도 선거의 관심은 반도체였다. 대한민국 속 경기도 위치가 그렇다. 반도체의 집중과 이전이 논의된다. 경기도민이 원하는 방향은 명쾌하다. 반도체가 일자리이자 먹거리다. 남아 있어야 일자리가 유지된다. 남아 있어야 먹거리도 이어진다. 이렇게 뻔한 주장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게 선거이긴 하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있다. 선거 시기에 지켜야 할 불편한 보도 원칙이 있다. 기계적 균형이 지배했고, 그래서 옳고 그름을 단정하면 안 됐다. 그 불편했던 선거가 끝났다. 이제부터 표 계산 싹 뺀 진단을 해가자. 이재명 정부의 생각에 궁금한 점이 많다. 지난해 12월10일 이 대통령이 말했다. “송전망 구축도 쉽지 않고,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도 없고....” 보름 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이어받았다. “용인 반도체 산단을 전기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곧바로 전북지역 정치인이 맞장구를 쳤다.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 대통령이 던지고, 장관이 받고, 정치인이 키웠다. 경기도민의 의심이 시작된 지점이다. 반도체를 균형발전의 매개로 삼는 듯하다. 짓던 공장이 지방으로 갈 수도 있다. 지을 공장은 반드시 지방으로 가야 한다. 경기도에는 어떤 의미일까. 국내 반도체 매출의 76%가 경기도다. 반도체 부가가치의 84.7%가 경기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앵커 기업이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만 1천개가 넘는다. 소부장·장비·설계 기업까지 포함하면 1천500여개다. 결국 이걸 빼서 지방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지금 그렇게 내부 균형 잡을 시간이 있나. 미국은 인텔에 돈 주고, TSMC 애리조나 공장과 삼성전자의 텍사스 투자를 지원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조건이다. 유럽도 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 두 배 확대가 목표다. 중국은 국가 반도체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부활 프로젝트를 국가가 견인하고 있다. 대만도 TSMC를 앞세워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한창이다. 그 선두가 경기도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런 때 우리가 당면한 시행령 논란이다. 클러스터 입지 조건에서 수도권을 제외했다. 생산 거점은 대부분 경기도에 있다. 이 인프라를 지방과 쪼개자는 것이다. 반도체 산단의 집적화는 국제경쟁력의 기본이다.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약 415만㎡다. 삼성전자 중심 국가산단은 약 710만㎡다. 반도체 팹, 소부장 협력단지, 전력·용수 기반 시설 등이 들어간다. 이걸 전국에 나누겠다는 건가. 중국 상하이 장장 하이테크파크는 2천500만㎡다. 선거에 따른 상황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반도체 정책은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있다. 여당 후보에게는 정부 정책과의 괴리가 있었을 것이다. 반면 야당은 강도 높은 요구를 할 수 있다. 여당 후보를 거칠게 비난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입장 차이가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선거는 끝났다. 경기도에 도움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판단함에 정치를 염두에 둘 이유가 없다. 반도체 판단의 기준은 이제 국가 경쟁력에 있을 뿐이다. 선거로부터 소신을 지켜온 경기도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 의견을 정확히 냈다. 산업통상부에 ‘수도권 역차별 조항 삭제’를 주문했다. 시•군 의견도 모으고 대응도 협의했다. 새 도정이 계승해야 할 중요한 성과다. 추미애 당선인의 그간 입장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반도체 역차별 반대,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국가 경쟁력 확보다. 경기도정과 다르지 않고, 야당과 다르지 않다. 함께 반도체 사수로 가면 된다. 후보 시절 가장 많이 갔던 곳, 반도체 현장이다. 가장 많이 질문받았던 것, 반도체 현안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도정도 반도체다. 추미애호의 첫 선언은 반도체 협치여야 한다.
대중의 시선이 경찰로 옮겨가고 있다. 불법 선거 수사의 본격적 시작이다. 이번 수사는 경찰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2022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 선거범죄 수사가 경찰에 모두 넘어왔다. 이미 22대 총선에서 경험을 했다. 4천여명을 수사했고 1천300여명을 송치했다. 하지만 진짜 무대는 범위가 넓은 지방선거다. 경찰의 온전한 수사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엄정과 중립’이 핵심 가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건이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불법 행위만 1천482건이다. 고발 270건, 수사의뢰 73건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최근 기준 132건(수사 대상 432명)을 접수했다. 고소·고발은 이 순간에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와 경기교육감 선거 관련 사건도 있다. 여야 시장 후보가 뒤엉킨 고발전도 있다. 선거는 당선자와 낙선자를 구분해 놨다. 하지만 법 앞에는 같은 피조사자다. 경찰이 이 현실을 분명히 일러줘야 한다. 경찰의 수사는 정치인 운명을 좌우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많이 봤다.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이 시장직을 잃었다. 경찰이 수사한 허위사실 공표 범죄였다. 경남의 한 시장은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기도내 지방의원 중에서도 당선 무효가 속출했다. 엄한 법 적용이다. 그런데 더해질 조건이 있다. ‘신속성’이다. 사법 절차가 지루하게 늘어지면 안 된다. 그 행정의 공백과 혼란은 고스란히 주민의 몫이 된다. 역사를 돌아보자. 선거법 수사를 보는 골 깊은 불신이 있다. ‘당선되면 무죄, 낙선하면 유죄’다. ‘낙선자 수사는 신속, 당선자 수사는 늑장’도 있다. 검찰이 수사 지휘할 때도 있었다. 경찰이 전담하는 지금도 있다. 이제 선거 수사의 전권을 쥔 경찰이다. 그 불신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지 않나.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회 아닌가. 이번 선거가 경찰에 편파·성역·늑장 없는 ‘3무(無) 수사’의 본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지 지켜보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상 처음 여성 경기도지사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 4년간 31개 시·군을 대표할 시장·군수와 167명의 경기도의원, 471명의 시·군의원도 정해졌다. 당선인들은 축하 화환 속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가 던진 표의 의미는 단순한 권력의 위임이 아니다. 그것은 당선인이 선거공보물에 빼곡히 적어 내려간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지난해 경기일보 등 전국 4개 권역 언론사가 함께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은 중앙정치 뒤에 가려져 있던 지방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수십조원의 자치단체 예산을 심의하고 민생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원들이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할 뿐 당선 후에는 공약을 공개하지도, 평가받지도 않는 사각지대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당시 추적단이 밝혀낸 지방의원의 저조한 공약 이행률은 유권자를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선거가 끝났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 그리고 경기도의회와 시·군의회에서 활동하게 될 지방의원들까지, 수많은 당선인이 ‘예산 부족’과 ‘제도적 한계’ 등을 극복하고 지역 주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기 바란다. 유권자 역시 이번에 당선된 정치인이 얼마나 약속을 지키는지 제대로 지켜보자. 정치인은 감시받지 않을 때 부패하고, 공약은 추적당하지 않을 때 ‘빌 공(空)’ 자 공약으로 전락한다. 이번에 당선된 이들이 4년 뒤 임기를 마칠 때 유권자의 매서운 ‘공약 추적’ 앞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2025년 0.80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를 구조적 반전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코로나19 시기 감소했던 혼인이 일부 회복됐고, 90년대 초반 출생한 에코붐세대가 30대 핵심 출산연령에 진입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출산의 구조적 중심도 20대에서 30대로 이동했다. 모의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2025년 기준 30대 초반 여성이 1,000명당 73.2명으로 가장 높고, 다음은 30대 후반 52.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정책의 한계는 정책 부재가 아닌 현실과의 괴리에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준비되어야 결혼하는 세대’로 사회 기반이 갖춰져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데, 현실에선 노력해도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부모 자산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미래 계획이 달라지지만, 현행 정책은 소득 기준만으로 수혜 대상을 구분한다. 기업마다 출산 및 육아 제도도 많지만,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기 어려운 문화 속에 갇혀있다. ‘민생지원금’처럼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있다면, 인구위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혼인지속특별공제’ 도입을 제안한다. 혼인 유지 기간과 자녀 양육 여부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등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행 ‘결혼세액공제’가 생애 1회 50만원 지원에 그쳤다면, ‘혼인지속특별공제’는 매년 적용돼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정적 가족 관계에 대한 혜택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비혼이나 이혼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부정하자는 뜻이 아닌, 가정 유지와 돌봄이 국가 존속을 위한 기여임을 인정하고 공동체가 책임을 나누자는 문화적 제안이다. 한국은 2024년에도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5.8% 수준으로 여전히 혼인 기반 출산 구조가 강한 사회이며, 둘째 이상 출산은 부부 관계 등 생애 전망 안정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저출생의 직접 해결책은 아니라도 인구문제라는 만성질환에 대한 유기적 처방이며, 저출생·고령화 예산 재구조화와 기금 조성 등 단계적 확대를 통해 재원 역시 설계 가능하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편한 ‘인구전략위원회’에 예산 사전 협의권이 부여될 것이라는 내용이 공개됐지만, AI미래기획수석 출마와 인구 조직 인선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인구위기를 관리 가능한 현안 수준으로 보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미래세대가 한국 사회를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신뢰하며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사람이며,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생애 전략이다. 단순히 해외 우수 제도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이 고려된 인구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부처 단위 분절된 정책이 아닌 국가 운영의 통합적 과제로서 다뤄야 한다. 세계가 한국의 상황을 우려하는데도, 정작 우리는 국가가 무너지는 속도에 비해 무감한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다주택자의 주택을 매도하게 한 것은 오히려 전월세 시장에서 입주할 주택 감소로 이어졌다. 비거주 1가구1주택자의 주택을 매도하게 하는 것은 시장을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실수요자 모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장은 실수요자 시장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장에는 가수요도 있어야 하고 그래야 전월세 물량도 늘어난다. 정부도 지난해 9·7대책과 올해 1·29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들 대책은 단기 공급이 아니라 모두 중장기 공급 대책이다. 중장기 대책은 꼭 필요하지만 착공 목표와 입주 물량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몇 년 뒤 공급될 몇 만가구보다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에 더 민감하다. 당장 들어갈 집이 없으면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모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밝힌 올해 전국 주택 입주 물량 전망치는 19만8천583가구이며 2027년에는 21만6천323가구로 예년 평균치보다 부족한 상태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 전망치는 2만7천158가구이며 내년에는 1만7천197가구로 줄어든다. 경기도는 올해 6만2천893가구, 내년에는 8만3천169가구다. 인천은 올해 1만5천161가구, 2027년은 1만5천376가구다. 반면 신규 주택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결혼 건수는 22만2천412건이며 2025년은 24만370건이었다. 경기도 역시 2024년 6만2천629건에서 2025년 6만8천85건으로 늘었고 인천도 1만3천223건에서 1만3천993건으로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의 자료가 말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전국에 매년 결혼 건수 이상의 신규 주택 입주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분가하는 경우나 1인 가구, 2인 가구의 증가나 지방에서 상경하는 가구는 제외하고도 말이다. 가구는 증가하는데 입주할 주택이 부족하면 전월세 가격부터 오르고 이는 결국 주택 가격을 밀어 올린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보급률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9%, 수도권 97.3%, 서울 93.9%, 경기도 99.4%다. 그러나 현행 산정 방식에는 오피스텔 등 준주택이 제외되고 빈집은 포함되며 외국인 가구는 빠져 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하나의 단독주택임에도 구분 거처마다 주택 수로 산정돼 있어 실제 체감 공급과 통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전국의 주택 소유자는 56.9%이며 서울의 주택 소유자는 48.1%로 절반 이상이 자기 집이 없다. 하지만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택 소유율보다 입주 물량이다. 입주 물량은 단기간 공급이 어렵다. 서울은 구조적으로 주택 공급이 항상 부족한 지역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 언제나 가격 상승 압력을 받는 지역이란 말이 된다. 입주 물량은 결국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주택 수요의 증감과 유동성 자금(대출 규제와 완화, 이자율 등)의 증감이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주택 공급 정책만큼은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하며 미래 예측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수요의 증감과 유동성 자금의 증감은 경기 상황과 맞물려 변동성이 크고 심리적 요인까지 작용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과 비거주 1가구1주택자 압박으로 아파트 매물도, 전월세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서민의 주거 시장인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의 의지처럼 비아파트 부문의 공급 확대를 공공 매입이나 공공 주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주택정책은 비아파트 부문의 민간 주도 공급 활성화 정책이다. 방법은 일정 면적 이하 주택(다세대, 연립,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60㎡ 이하)을 주택 수에서 배제해 수요를 증가시키면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에 나설 것이다. 그러면 주택 공급은 늘어난다. 주택은 당장 들어갈 집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된다. 한마디로 단기 주택 공급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