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60%에 육박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가 발표한 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 결과, 긍정 평가는 59.7%, 부정 평가는 33.6%, 잘모름 응답은 6.8%였다. 이번 조사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긍정 평가가 이전 조사보다 높아졌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전 지역에서 50% 이상의 긍정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산뜻한 출발을 보인 이재명 정부가 최근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강력한 대출 규제’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발표한 이번 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이 이전과는 다르다. 규제의 강도가 강한 것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강력한 행정 실행 이미지가 국민들로 하여금 ‘이번에는 진짜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금융위에서 나온 대책으로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이재명 정부의 몫이다. 이미 집의 목적이 ‘거주’가 아닌 ‘재산’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주택 가격은 떨어져야 하지만 ‘내 집’ 가격은 올라야 한다는 국민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 피자 주문이 평소보다 폭증했다. 미군의 비상대기 심야활동이 자연스럽게 피자로 이어지는 현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누리꾼이 간파한 미국의 이란 공습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빨랐다고 외신이 전했다. 우리는 야근할 때 치킨을 시키지만 미국인들은 피자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펜타곤 피자지수’의 역설이다. 패스트푸드 주문 패턴을 통해 위기 상황을 감지한다. 펜타곤 피자지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 전날 밤에도 나왔다. 이후 1989년 파나마 침공과 1990년 걸프전을 앞두고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걸프전을 앞두고는 CIA가 하룻밤에 피자 21박스를 주문한 직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발발했다. 영국에선 햄버거가 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특정 햄버거 브랜드인 빅맥지수가 그렇다. 지구촌 맥도널드 햄버거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비교, 실질 구매력과 환율의 과대·과소 평가 여부를 파악한다. 이 지수는 ‘어느 나라 화폐가 실제보다 싸거나 비싼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1월31일 기준 한국의 빅맥 지수는 3.99달러로 미국(5.79달러)보다 29.8% 낮아 원화가 달러 대비 저평가 상태임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 지수를 통해 수십년간 저평가된 통화국으로 분류돼 왔다. 피자와 햄버거라는 패스트푸드를 활용한 분석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한다. ‘피자 주문이 많다’는 말은 긴장도의 은유적 표현이고 ‘햄버거가 싸다’는 말은 화폐 가치의 문제다. 이 같은 상징화를 통해 복잡한 정치·경제 현상을 직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빅맥지수로 본 원화의 만성적 저평가는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제 위축이다. 정부청사 인근 배달음식 주문량이나 24시간 편의점 매출 등은 우리만의 사회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숨겨진 신호를 해석하는 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읽는 또다른 방정식이다.
“평지에 지여두 절은 절인디, 대복이라구 보는 것보덤 허는 게 낫은 줄 모를 거여. 준배 아버지는 대복이 역성을 들고픈 눈치였다. 보리밥풀루 잉어를 낚자는 심뽀지, 금개구리는 어떻고. 츤헌 짐승일수록 새끼버텀 깐다더니 되다 만 것이 인저 사람 도둑질루 들어섰단 말여.” 고(故) 이문구 작가의 연작소설 ‘관촌수필(冠村隨筆)’의 첫 구절이다. 이 대목에서 눈에 띄는 생물이 있다. 금개구리다. 좀 더 들여다보자. 길이는 6㎝ 남짓하다. 등에 금줄이 있다. 고막과 등의 옆줄에 있는 융기선은 연한 갈색이다. 배 쪽은 누런빛을 머금은 붉은색이다. 색의 스펙트럼이 넓다. 주둥이는 앞 끝이 둥글다. 콧구멍은 타원형이다. 여간해선 잘 울지 않는다. 울음주머니가 없어서다. 다른 개구리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녀석들이 많이 사는 곳에 가도 고요하다. 여름 밤에도 말이다. 고양이나 광명 등지의 저지대 습지에서 서식하지만 도로 건설 및 농지 감소, 수질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 어렸을 적에는 논이나 웅덩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참개구리한테도 밀리면서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최근 금개구리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경기일보 23일자 2면)를 내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금개구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수생식물원 일대에 준성체 금개구리 600마리를 방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최근까지 920여마리가 안정적으로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복원사업은 금개구리를 과거 서식지에 재도입해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다. 생물다양성 증진 및 서식지 복원을 위한 생태학적 연구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수생식물원 일대는 국립생태원이 설립되기 전에 논으로 쓰였던 습지였고 금개구리가 발견된 곳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복원 성과를 바탕으로 복원 성공 본보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곁에서 계속 있길 기대한다. 그게 공존의 가치다.
언제부턴가 자주 듣게 된 단어 하나가 있다. ‘갓생’, 신을 뜻하는 GOD과 살다를 뜻하는 생(生)을 합한 신조어다. 무엇이 맞다고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신처럼 완벽한 삶을 살아내는 것을 갓생이라 부른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갓생러라 일컫기도 한다. 코로나19 즈음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이 단어,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세상 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고개를 돌린 것이 원인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가끔 갓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긴다. 갓생을 살겠다며 2030 젊은층이 잠을 줄이기 시작한다. ‘죽으면 평생 잘 수 있는데’라며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자신의 갓생살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며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삶. 완벽하게 보이기에 이런 갓생은 가끔 지키지 못했을 때 죄책감이나 초조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다 얼마 전 SNS에서 평소 좋아하는 ‘토심이’ 만화를 보던 중 이런 글을 발견했다. ‘갓생,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마침 서른의 마지막은 갓생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던 필자에게 꽤 큰 울림을 줬다. ‘그래, 맞아.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행복하면 그게 갓생 아니야’라고 말이다. 지금 인생을 꽤 열심히,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 또한 갓생이 아닐까. 처음 사는 인생인데, 뭘 또 꼭 잘하기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의 갓생은 괜찮으시냐고.
“지역의 이름은 그 지역의 얼굴과도 같다.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익숙하게 붙는 지역명은 안성 하면 ‘배’ 대신 ‘교량 붕괴 사고’를, 포천 하면 ‘막걸리’보다 ‘전투기 오폭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지난 3월 후배 기자가 쓴 기사 내용 중 일부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는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명명됐다. 기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 산업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된 날이다. 이날 사고 현장 앞에서 열린 ‘화성 아리셀 공장화재 사고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열리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희생자들은 일부 한국인을 포함한 하청·파견업체 소속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다수였다. 사고 3개월 뒤 회사 대표와 대표의 아들인 총괄본부장이 구속 기소됐지만 이후 올해 2월 해당 대표는 수원지법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보석을 신청, 현재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족 측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를 구성, 회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강력히 처벌되도록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의 한 맺힌 투쟁과 절규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수없이 터져 나오는 각종 사고에 희생자들의 수는 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과 같이 전쟁이 발발한 것도,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덮친 것도 아니다. 늘 일하던 곳에서 작업자들이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경기도내 지자체가 31곳이다.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사고 발생 후 쏟아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는 죽음의 행렬을 부추길 것이고 먼 훗날 도내 31개 지자체의 명칭 뒤에 죽음의 재난을 의미하는 단어가 하나씩 붙을까 걱정이다.
케이팝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은 꽤 오래전 미국에 진출했다. 한국 대중음악 최초의 미국 진출작으로 알려진 옥두옥(본명 김문)의 ‘이스트 오브 메이크 빌리브’(1957년)다. 그는 1940년대 국내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재미교포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가수 활동을 제안받고 현인의 대표곡 ‘고향만리’의 영어 버전을 취입했다. ‘대한민국=문화 강국’이 연일 국내외에서 오르내린다. 방탄소년단(BTS)의 귀환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 번째 시즌 공개 예고,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등으로 또 한번 조명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한국을 ‘문화 강국(Cultural Powerhouse)’으로 소개하며 다시금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류에 주목했다. 제목은 이렇다. “한국은 어떻게 문화 강국이 됐고, 앞으로는?” 새 정부는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문화 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 문화 수출 50조원,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등을 대통령 임기 내 달성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문화예술 정책이 관심을 받으면서 업계의 자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였던 문화예술에 대한 대접이 이제는 좀 달라질까 기대하는 눈치다.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비관론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문화예술 정책이지만 경제 성장 정책인 듯 산업과 경제적 이익, 가시적인 성과의 구호가 여전히 더 눈에 띄어서다. 흔히 문화 강국으로 미국, 프랑스, 중국, 영국, 일본 등을 꼽는다. 막대한 기술과 경제력, 문화 콘텐츠 생산 및 유통 능력 등 문화 강국의 요인은 여러 갈래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일궈온 역사, 풍부한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활발한 창작과 생태계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견고하게 조성됐다는 점이다. 문화 강국을 추진하는 정부가 유념해야 할 지점이다.
무궁화, 거북선, 다보탑, 벼 이삭, 두루미.... 각각 1원, 5원, 10원, 50원, 5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그림들이다. 유일하게 100원짜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들어가 있다. 동전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길가에 떨어져 있어도 누구 하나 주우려 하지 않는다. 언제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특히 10원짜리 동전은 즉석복권 긁기용으로 쓰이는 정도가 고작이다.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른 동전들도 발행액보다 환수액이 월등히 많았다는 집계도 나왔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은행 발표가 그렇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은 1천7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170만개를 새로 발행한 셈이다. 관련 통계가 남아 있는 1992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액수다. 월간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은 2019년 8월 2억6천300만원(2천630만개)을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2천만원(200만개)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액은 2000년 8월의 5억9천300만원(5천930만개)이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은이 환수, 즉 시중에서 거둬들인 10원짜리 동전은 총 3천200만원(320만개)으로 발행액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그만큼 유통되는 양이 줄은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50원짜리 동전은 5월 환수액이 2억3천200만원으로 발행액(1천800만원)의 13배에 달했다. 10원짜리 동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진 셈이다. 같은 달 100원짜리 동전 역시 환수액(14억6천200만원)이 발행액(1억3천700만원)의 11배였고 500원짜리 동전은 각각 24억7천500만원, 3억8천100만원 등으로 6배였다. 10원짜리 동전은 이제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동전은 실물경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닐까.
두 선비가 과거 준비에 매진했다. 중국 진나라시대 이야기다. 한 명은 빛을 내는 곤충에 의존해 책을 읽었다. 다른 친구는 동구 밖에 쌓인 눈을 불빛으로 삼아 공부했다. 두 선비는 큰 벼슬에 올랐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두 선비의 이름은 차윤과 손강이다. 차윤을 도와줬던 곤충은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개똥참외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다. 앞가슴 등판은 오렌지 빛이 섞인 붉은색이다. 한가운데 선은 검은색이다. 녀석의 신상 명세서다. 매년 6월이면 스스로 빛을 내며 밤에 활동한다. 이들이 연출하는 불빛 향연이 근사하다. 국내에선 녀석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경기도에선 성남 율동공원이 대표적이다. 성남시 주최로 율동공원에서 반딧불이 서식처 탐사 체험도 하고 있다. 반딧불이축제, 반딧불이 체험교실 등도 매년 열린다. 경기도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반딧불이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경기일보 16일자 10면)에 처했다. 남양주 수동면 내방3리가 그렇다. 인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다. 해당 골프장은 지난해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반딧불이 서식지가 포함된 보전관리지역 150만㎡가 개발이 가능한 생산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고 골프장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평가받았다. 환경당국은 “해당 골프정 관련 전략환경평가는 용도지역 변경에 대해 조건부로 합의된 것”이라며 “인근에서 반딧불이가 관찰됐고 반딧불이를 비롯한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전대책 등은 차후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세부적인 이행 사항을 다시 평가하며 충족되지 못하면 반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골프장 건설은 기정사실이다.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다.
국가통계포털(KOSIS) 2024년도 자료에 따르면 중학생의 40%가 ‘희망직업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꿈에 접근하지 못한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고교학점제’와 마주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학생들에게 설렘과 동시에 막막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누적하는 방식으로 졸업하는 제도로 올해 고1부터 전면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실 풍경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과목 선생님들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제각각 교과교실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장점은 있다.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짜여진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이젠 스스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진로에 맞는 과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받을 수 없는 소인수 과목은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이용한 특별한 수업 기회도 제공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단점도 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은 ‘무슨 과목을 선택해야 미래에 도움이 될까’ 불안하고 곤혹스럽다. 어쩌면 정답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아직 목표가 없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지금의 과정이 자신을 탐색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볼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 심은 씨앗이 열매를 맺기도 하듯이 다양한 경험은 분명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생’에서 ‘장그래’의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스스로를 믿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면 꿈은 피어나지 않을까.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선거는 시민이 공직을 맡을 인물을 뽑는 공식적인 집단 의사 결정으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투표를 통한 다수결 등 의사 결정, 그리고 이를 통해 선출한 인물이 공직을 맡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성향에 따라 분열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통합의 시대를 외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선거.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기초의원까지 일꾼들을 손수 뽑는 절차.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민선 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지는 만큼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지역의 일꾼을 보고 투표하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군이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선택보다는 우선 유력 정당의 선택, 즉 공천을 받기 위해 애를 쓸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의 지방선거는 시민의 선택은 정당이 받고, 자신은 정당의 선택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이 같은 형태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에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단순 정당 간의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시민이 ‘○○당 후보’라고 표현하지 말고 ‘○○○ 후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투표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라 본다. 지역의 현안 해결이나 정책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이해집단인 정당은 이를 절대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 정당의 후보를 기억하기보다는 후보 이름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2022년 1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됐다. 행정 수요가 많은 지역에 행정·재정 특례를 부여해 균형발전과 지방시대 구현에 나서게 하자는 취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 지역이 특례시로 지정돼 있다. 수원, 용인, 고양, 화성 등 네 곳이 경기도에 집중됐고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창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창원시는 인구 감소로 특례시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국인 100만명 선이 붕괴돼 지난달 인구는 등록 외국인을 합쳐 101만7천여명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총 인구는 1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특례시 지위 부여, 박탈 기준이 ‘인구 100만’에 한정돼 있다. 내·외국인 인구가 2년 연속 100만 이상이면 얻고, 미만이면 잃는다. 이에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특례시 인구 기준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용인·고양·화성시는 이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도 될까. 절대 아니다. 만에 하나 창원특례시 지위 상실 문제가 현실화하면 특례시는 경기도에만 있게 된다. 지금 특례시들이 정부에 외치는 ‘법적 지위 부여, 실질 행정·재정 권한 이양’도 ‘지방시대를 위한 과제’가 아닌, 경기도 특정 시·군의 요구로 축소된다. 지금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난관으로 작용하는데 과연 특정 지역 요구를 정부나 비수도권, 심지어 같은 경기도 시·군조차 공감할 수 있을까. 경기도 특례시들이 창원특례시가 겪는 문제에 내 일처럼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특례시제도는 2020년 관련법 통과 직후부터 차별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기도 4개 특례시는 스스로를 위해 정부에 특례시 진입 ‘허들’을 낮추고 다변화를 꾀할 것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특례시가 ‘인구 100만 도시 별칭’으로 전락하기 전에 말이다.
수원에는 특이한 곳이 많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늘어섰다는 뜻의 ‘노송지대(老松地帶)’도 그렇다. 좀 더 들여다보자. 이곳은 안양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지지대를 넘으면 만날 수 있다. 길이는 5㎞ 남짓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양옆으로 늘어선 모습이 마치 열병식을 하는 병사들처럼 늠름하다. 한 그루, 한 그루 들여다 보면 제법 가지런하다. 그리고 다소곳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비처럼 올곧다.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따르면 노송지대는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가 조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왕실 경비 1천냥으로 소나무 500여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250여년 전이다.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그루만 남아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껍질이 붉은 편이다. 흔히 적송이라 불리는데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낙락장송이 울창한 경관은 정조의 효성을 함축하면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원에는 이처럼 노송지대는 물론이고 만석공원과 옛 경기도청이 있던 팔달산 등지를 비롯해 곳곳에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도기념물과 수원시 상징목으로 지정됐다. 각각 1979년과 1999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에서 소나무들이 때 아닌 시름(본보 6월13일자 5면)을 겪고 있다. 잎이 바짝 마르고 일부는 가지째 축 늘어져 있다. 상당수는 생장 기능을 멈춘 듯 줄기가 갈라져 있다. 죽은 가지 사이로 병든 잎도 드문드문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지난해 폭설로 추정하고 있다. 소나무는 공원녹지사업소와 각 구청이 예산을 편성해 관리 중이다. 소나무를 포함한 수목관리 예산만 140억원가량이지만 일부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정기적인 관리보다는 민원 접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빚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있어야 그만큼 또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근데 이건 ‘있는 사람들’ 얘기다.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는 지금은 아니다. 월세가 밀려서, 휴대폰 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스가 끊겨서, 별 수 없이 빚을 내야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빚이 자산인가. 빚은 그냥 빚이다. 부채밖에 없는 명의를 ‘자산가’라 표현할 수 없다.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서만 50조원에 달하는 빚이 사회를 덮친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지원했던 대출금을 갚아야 할 때다. 상권이 살아나지 못해 폐업 옆 폐업이 속출하는데 어느덧 ‘상환 디데이(D-day)’가 기다린다. 해결책은 ‘내수 활성화’다. 하지만 가계부채도 이미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만 한 달 사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 위축이 성장률 하락, 경기 침체 가중화를 이끈다. 새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복지 측면에서의 채무 조정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빚을 나라가 대신 갚자는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이 회복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라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향 설정을 빠르고 명확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난해에 절망의 빚이 희망의 빛을 가린다는 기사(본보 2024년 1월29일자 1·3면 등)를 썼는데 이젠 정반대 기사를 쓰고 싶다.
알로하(Aloha) 아니다.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함 없이 평범한 하루를 긍정하고 만족하는 일상 정도를 의미한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아보하를 누릴 시간이다. 바쁜 출근길,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 지친 퇴근, 가족과의 저녁식사 등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와 함께 ‘아보하’ 여행은 어떨까. 아주 보통의 여행. 굳이 정의하자면 가볍게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 큰 욕심 안 부리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짧은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 아보하 여행이다. 경기도는 아보하 여행지의 최적지다.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어딜 가도 여유롭게 여행을 누릴 공간이 있는 곳이 경기도다. 양평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잔잔한 강변 풍경은 스마트폰 알람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과하지 않은 문화 체험과 조용한 갤러리 산책이 가능해 충족감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화성 궁평항에선 갯벌체험, 갈매기 먹이주기 같은 재밌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서해안 낙조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광주 곤지암 화담숲에서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아보하 여행이란 결국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주말에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아주 평범한 하루와 여행을 경기도에서 경험해보는 것 어떨까. 그 경험으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게 말이다.
비좁은 울타리 안에서 돼지나 닭 등을 기른다. 가축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가축들은 면역력 저하로 고통을 겪는다. 집약적 축산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경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소가 죽는다. 관객들은 이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투우나 로데오 경기가 그렇다.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 단지 겉치장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벗겨 낸다. 가죽 생산 과정이다. 쓰임새는 신발, 옷, 가방, 벨트, 패션 액세서리, 자동차, 실내장식 등 다양하다. 동물학계는 이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인류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고 지적한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특히 대표적인 동물권리 운동가인 디네시 와디웰 시드니대 교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다. 그는 생물의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다른 종의 생물을 단지 식량으로 활용한다는 이유로 멸종에 가까운 살육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어온 수천년의 지적 전통과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에 대한 착취와 살육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생태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 건 동물을 지배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우발적인 역사·생물학적 조건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힘이 곧 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인간 주권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인간과 동물이 함께 기나긴 전쟁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명언과 격언’이란 과거의 위인이나 현대의 유명인이 남긴 현명하고 깊이 있는 말들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나 조언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명언과 격언을 통해 얻는 지혜와 인생 교훈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잘 활용하면 된다. 시대상을 타개할 가장 현명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명언과 격언에 국적이 생긴 모양새다. 시대적 환경과 상황에 맞게 말한 명언이 지금은 검증 대상이 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명언이 바로 ‘흑묘백묘론(黑猫白貓論)’이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고양이는 털이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정치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성이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뜻으로 이 말을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흑묘백묘’, 이 말을 쓰면 친중 세력으로 지목된다. 필자도 그동안 글을 쓰면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그럼 친중 세력으로 분류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등의 명언을 인용하면 친미 세력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출구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갈등과 반목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내란과 탄핵’이라는 단어는 이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보자.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의 구분이 아닐 것이다. 쥐(경제)만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한 게 아닐까. 지지했던 기호가 1번이든 2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새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일할 기회를 줄 시간이라는 것이다.
“사회 계약은 자유와 평등 등에 기반해야 합니다. 국가의 규칙인 법은 ‘일반 의지’를 통해 결정돼야 합니다.” 300여년 전 유럽의 한 지식인이 주창한 이론이다. 당시로서는 반역이었다. 시민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인 만큼 자유와 평등이란 단어들도 생소했다. 장 자크 루소가 그랬다. 그는 문명이 되레 이성의 퇴보를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이 대세인 시대였다. 이 같은 지적은 ‘에밀’에서 완성됐다. 이 저서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소년을 통해 이상적인 교육을 제시했다. 당시 민중은 억압과 통치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어린이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고찰은 어린이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데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루소는 그러한 생각에서 에밀이라는 고아를 통해 자연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을 내놨다. 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게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 오면 모든 게 악해진다고 주창했다. 사회·가족 등 외적 환경이나 나쁜 습관, 편견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 자유롭고 크게 자라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주안점이었다. 주입식 교육에도 반대했다. 체육·품성 등 전인교육을 중시했다.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교육 주체로 자연, 인간, 사물등을 들어 인간의 능력을 내부로부터 발전시키는 건 교육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저서에 철퇴가 내려졌다. 기독교적 원죄설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법원으로부터 판매 금지 판결을 받고 작가도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피생활에 들어간다. 1762년 6월9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곧이어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민주주의 형성에 거대한 이론적 토대도 제공했다. 우리 사회는 루소의 지적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새 정부에 보내는 충고는 그래서 유효하다.
6·3 대선으로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불거진 국가 분열과 경제·안보 불안정성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산적한 현안만큼 새 지도자의 목표도 뚜렷하기 때문에 국정의 나아갈 방향 역시 분명해 보인다. 통합과 민생경제 회복,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빼어난 리더십으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들을 돌아볼 때다. 그들은 무엇을 했으며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까. 세종대왕, 에이브러햄 링컨,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이순신, 마하트마 간디, 앙겔라 메르켈, 그리고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우리에겐 감명을 주는 지도자로 익숙하다. 이들은 저마다 공익적 역할을 한 점과 남다른 자질 때문에 현 시대에 울림을 준다. 이들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해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면서 혁신을 추구했으며 윤리적인 면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펼쳤다. 또 남다른 결단력으로 외세 침입을 막거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민주주의 기반을 확립했다. 위기 대응에서 빛을 발하거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지털 역량 등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샘 올트먼이 21세기 지도자 모델로 거론되는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이 근래 가장 어두운 지점을 지났다면 이제는 밝은 빛으로 온 국민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란스러운 이 땅에서 우리가 믿고 힘을 실어줄 지도자, 진정한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출발한다. 경기일보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10대부터 70대까지 도민들에게 ‘우리가 투표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태어나 처음 투표한다는 10대 대표 운정고등학교 학생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투표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유권자는 “취업의 문턱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고 기초적인 주거 고민과 연금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기 바란다”며 투표의 이유를 밝혔다. 50대 유권자는 투표의 이유로 ‘K-민주주의의 회복’을 주장했고 60대 유권자는 “재생에너지 진흥, 전기차 보급 및 배터리산업 지원 등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70대 유권자는 “계층 간, 지역 간 화합과 단결을 이뤄 국가의 번영과 국민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러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안고 21대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국내는 극심한 혼란의 시간을 지나왔고 저 멀리 바다 건너 미국에는 트럼프 정부가 다시 출범해 강력한 통상 정책을 통해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국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당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둘로 쪼개진 민심을 통합하고, 세계 경제 시장에 대응해야 하며,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내수 경기 부흥도 시급하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료개혁 문제도 매듭 지어야 하고 저출생, 청년실업, 연금개혁, 실업률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과제가 놓인 새 정부이지만 국민 모두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응원한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국민이 대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권력을 부여하는 일, 그 권력을 막강하게 만드는 정통성, 그게 바로 선거다. 오늘, 우리는 나라의 얼굴이자 미래인 대통령을 결정한다. 오늘이 지나면 혼란스러웠던 권한대행 체제는 사라지고 다시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로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끝은 아니다. 지지를 호소한 후보들에게도, 국민에게도 대선은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구성되는 새 정부는 불과 1년 뒤 하나의 성적표를 받아든다. 민심의 평가표이자 그들의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치가 될 지방선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들어서는 정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초점을 맞출 거라 입을 모은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 역시 지방선거다. 이들은 알고 있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냉정한 국정 평가를 내놓게 될 것을 말이다. 짧고 치열한 선거였다. 전쟁같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끝으로 갈수록 서로를 향한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이런 경쟁력이 있으니 저를 뽑아주세요’보다 ‘이렇게 나쁜 사람이니 저 사람은 뽑지 마세요’가 난무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대선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들이 가려버린 공약들을 하나씩 꺼내 점검해야 한다. 유권자인 우리가 그들의 약속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약속을 어길 때도, 지키지 않았을 때도 그들에게 항의할 명분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러나 당선이란 성적표는 또 다른 투표 속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