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안성맞춤박물관

“내 마음에 꼭 든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안성맞춤’이란 단어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이 안성시 대덕면 중앙대 안성캠퍼스 입구에 자리한 안성시립 안성맞춤박물관이다. 2002년 문을 연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의 자랑인 안성유기를 비롯해 안성의 역사와 농업에 기반 둔 향토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 안성맞춤의 탄생 권민경 학예연구사를 따라 1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선다. “우리가 ‘놋그릇’이라 부르는 유기는 구리에 주석, 아연, 니켈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섞어 만든 합금 기물입니다. 유기는 만드는 기법에 따라 성격과 외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리에 주석을 섞으면 청동, 구리에 아연을 섞으면 황동, 구리에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되지요.” 조선시대에는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똑같은 모양으로 대량생산하는 ‘장내기’ 유기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철저하게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맞춤’ 유기 두 종류가 있었다. 당시 양반가에서 세련되고 품격 있는 그릇을 원했는데 그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킨 곳이 바로 안성의 장인들이었다. 안성유기는 광택이 선명하고 마감이 깔끔해 주문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서 ‘안성에 맞춤 주문한 유기처럼 물건이나 상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뜻의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탄생했습니다.” 이상하다. 왜 전시된 그릇이 모조리 엎어져 있을까. 그릇 바닥을 보니 한자 ‘안(安)’, ‘안성’, ‘안성특제’ 같은 명문이 뚜렷하다. 꽃모양의 상표 안에 ‘안성맞춤’이란 글자가 양각돼 있다. 안성에서 제작된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문이다. 조선 후기부터 대량 유통된 주물유기는 미리 원하는 모양의 틀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 쇳물을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안성에서 생산한 ‘동이’는 물을 담는 그릇으로 표면이 균일하고 매끄럽다. “규격화돼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두께를 얇게 만들기 어렵고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것이 단점입니다.” 안성이 유기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기록은 다양하다. 죽산 장명사지 오층석탑에서 출토된 탑지석은 고려 초기인 997년 유장(鍮匠)이 있었다는 최초의 기록으로 주목된다. 17세기 학자 이식의 ‘택당집‘과 19세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십육지’에도 안성 유기를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는데 안성이 전국 제일의 유기 제작처였음을 잘 보여준다. 안성의 장인들은 ‘선수장인(善手匠人)’이라 불리며 왕실의 혼례나 국장 같은 국가의 큰 의례가 있을 때마다 징발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요강부터 젓가락까지, 놋쇠의 무한 변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물 앞에 선다. 방 안에 두고 사용한 큰 요강과 이동하는 가마 안에서 사용했던 작은 요강이다. 초롱과 촛대, 등잔걸이와 발을 말아 올리는 발걸이까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흥미로운 유물이 이어진다. 다림질에 쓰던 인두와 숯을 집을 때 사용하던 부젓가락도 1970년대까지 흔했던 정겨운 유물이다. 자물통과 안경다리는 물론이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있다. 유기 제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놀란다. 열 개의 징을 틀에 달아놓은 타악기 ‘운라(雲鑼)’는 모양새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기가 다 똑같은 작은 징인데 어떻게 소리를 달리했을까. 비결은 뜻밖에 단순하다. “징마다 두께를 다르게 메질했기 때문입니다.” 장인의 망치 끝에서 탄생한 미세한 두께 차이가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란다. 장인의 섬세한 감각과 정교한 기술에 감탄한다. 안성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방짜유기도 꽹과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전시돼 있다.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 대 22의 비율로 섞어 쇳물을 녹인 뒤 식기 전에 망치로 끊임없이 두드리는 ‘메질’을 통해 형태를 잡았다고 한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메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좌종(坐鐘)’은 절에서 명상할 때 사용한다. 방짜유기는 수없이 두드려 밀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휘거나 잘 깨지지 않는 단단함을 자랑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우리나라 풍속에 놋그릇을 소중히 여겨… 심지어 대야와 요강까지 놋붙이로 만든다.” 규장각 초대 검서관을 지낸 실학자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나오는 내용이 흥미롭다. 이처럼 조선의 유기는 식기뿐만 아니라 등잔, 화로, 다리미, 심지어 침을 뱉는 타구(唾具)와 요강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보온과 보랭 효과가 탁월해 사계절 내내 애용됐다. 하지만 유기그릇은 주재료가 구리인 탓에 습한 공기에서 푸른 녹이 쉽게 슬어 사용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 기름종이에 싸는 등 부지런히 관리해야 하는 수고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일제강점기 놋쇠 숟가락까지 전쟁물자로 몽땅 공출하고 1970년대부터 스테인리스 그릇이 보급되면서 유기그릇은 순식간에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최근 유기가 다시 사랑받고 있다. 구리 성분이 가진 강력한 천연 살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텀블러와 서양식 나이프와 포크, 방문 손잡이로까지 활용되는 것이다. 전통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의 변신이 놀랍다. ■도구머리 갓 걸렸네 2층 농업역사실은 안성의 풍요를 보여주는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선사시대의 반달돌칼부터 1970년대까지 사용된 써레와 용두레까지 농사일에 사용된 농기구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기도무형유산 야장 신인영 장인이 제작한 지역마다 모양을 조금씩 달리한 전국 47종의 호미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5월30일 개관한 작은 전시회 ‘도구머리 갓 걸렸네-말총으로 엮은 이야기’는 유기와 함께 안성의 명품 갓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전시다. “국가무형유산 갓일 이수자 박형박 장인과 함께하는 전시여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 갓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갓은 말꼬리 털로 만드는 것으로 알았는데 말총과 대나무가 주재료였다는 사실도 새로 배운다. ‘작은 전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내용이 충실한 특별전이다. 안성맞춤박물관은 계절과 절기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놀이터로 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기획전시 ‘슬기로운 유기생활’은 어린이들이 진열장 속 유기를 직접 만지고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돼 큰 호응을 얻었다. 국가무형유산 제77호 유기장 보유자인 김수영 장인의 ‘안성맞춤 유기공방’과 협력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유기의 매력을 전달했다. 2023년 특별전 ‘내 입에 안성맞춤’은 박물관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농심 안성공장과 협업한 이 특별전은 한국 라면의 역사와 왜 안성에 라면 공장이 생겼는지의 비화를 유쾌하게 풀어내 지역 공립박물관과 대표 기업 간의 상생 모델로 극찬을 받았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한 아시아 문화 체험, 대학 교양 수준의 ‘지혜학교’ 인문학 프로그램, 안성의 칠장사와 청룡사, 석남사와 안성 곳곳에 있는 미륵불을 배경으로 기획한 ‘안성맞춤 박물관대학’까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성을 충족해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다. 안성은 조선시대 대중문화의 중심이던 ‘남사당패’의 발상지이자 총본산이며 세계적인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를 품은 유서 깊은 문화도시다. 안성맞춤박물관은 그 중심에서 든든하게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온 복합 문화공간이다. 안성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담아내기 위해 종합박물관으로의 확장 이전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유물 확보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고려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희귀 유기와 남사당 관련 역사 자료를 차곡차곡 모으며 앞으로 더욱 풍성해질 ‘문화 거점’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안성맞춤박물관은 지금 변신 중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서양화가 이완정 초대전 ‘자연, 나는 그곳에 있나’… 동두천 니지모리 갤러리

서양화가 이완정의 초대전 ‘자연, 나는 그곳에 있나’가 동두천 니지모리 갤러리에서 6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로 관람객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이완정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삶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로 바라본다. 중앙대학교 서양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자연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가치와 공존의 의미를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 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나무’가 있다. 작가에게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 삶을 닮은 존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나무와 풀의 모습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를 상징하며, 관람객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완정 작가의 작품은 독창적인 표현 방식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붓 대신 작은 종이에 물감을 묻혀 수없이 찍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점과 색채는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처럼 살아 숨 쉬며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한 점 한 점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흔적들은 작가의 인내와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길을 걷는 듯한 평온함과 자연이 품고 있는 따뜻한 위로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는 자연을 향한 작가의 진심 어린 시선이 관람객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완정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내가 그리는 자연 속에서 나는 언제나 그 일부임을 깨닫는다”며 “연약하지만 함께 모여 거대한 자연을 이루는 나무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공동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름답게 일깨워준다. 예술은 때로 삶을 위로하고 때로는 희망을 건넨다. 이완정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임을 조용히 이야기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자연의 숨결을 담아내며 삶을 그려온 이완정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관람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동의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이번 초대전은 6월 30일까지 니지모리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다.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삶의 의미를 함께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할 만한 전시다.

거장들의 낯선 얼굴을 만나다…‘친밀한 선율의 대화’가 건넨 실내악의 즐거움 [공연리뷰]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 남짓이었다. 연주자의 숨소리와 현악기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평택아트센터 소공연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관객부터 중장년층, 외국인 관객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관객들이 들어찼다. 지난 5월 29일 개막한 ‘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30일) 공연 ‘친밀한 선율의 대화’는 익숙한 거장들의 숨겨진 작품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통해 클래식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오는 6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축제는 ‘Continuum(연속성)’을 주제로 고전주의부터 현대음악까지 실내악의 흐름을 조망한다. 소공연장에서 열린 이날 공연은 언어와 서사가 담긴 작품들을 중심에 배치했다. 김현미 예술감독은 “언어와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푸치니의 청년 시절 작품인 ‘현악 4중주를 위한 3개의 미뉴에트’로 문을 열었다. 훗날 오페라 거장으로 성장할 작곡가의 풋풋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은 이날 공연이 클래식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여정임을 예고했다. 이날 공연의 중심축은 말러의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와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로 이어지는 언어와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말러가 내면의 고독을 노래했다면, 슈베르트는 사랑하는 이를 남겨둔 채 떠나야 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에서는 테너 닐스 노이베르트와 첼리스트 조형준의 호흡이 돋보였다. 첼로는 단순한 반주를 넘어 성악과 대등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품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존경하던 베토벤을 추모하며 생애 유일의 자작곡 연주회를 열었던 슈베르트가 이듬해 자신 역시 세상을 떠난 이야기는 강자연 피아니스트의 해설과 어우러져 작품의 여운을 더했다. 분위기는 쇤베르크의 ‘철의 부대’에서 반전을 맞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돼 작곡한 이 작품은 재치 있는 음악적 표현과 전쟁에 대한 풍자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난해한 현대음악가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후반부 멘델스존의 ‘카프리치오’를 지나 마지막 슈만의 ‘피아노 5중주 작품44’에 이르자 무대는 한층 풍성해졌다. 마치 빨주노초파남보를 펼쳐놓은 듯한 역동적인 선율 속에서 피아노가 청중을 음악 속으로 이끌고, 김현미와 김영욱의 바이올린은 자유롭게 선율을 주고받으며 곡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임재성의 첼로가 깊이 있는 울림을 더하는 한편 최은식의 비올라는 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변주를 거쳐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각 악기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되며 실내악 특유의 대화와 균형의 미학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한 작곡가들의 낯선 작품을 만나는 데 있었다. 푸치니의 청년 시절 작품부터 말러의 내밀한 가곡, 군대 풍자곡을 남긴 쇤베르크까지. 숨은 명곡과 음악사 속 비하인드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거장들을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안겼다. 실내악 특유의 긴밀한 앙상블과 음악 안팎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친밀한 선율의 대화’는 익숙한 거장들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게 한 무대였다.

‘바람’이 부른 노래…성남문화재단, 콘서트 오페라 ‘바람의 노래’

‘코끼리 아저씨’, ‘산바람 강바람’ 등 우리의 말과 글, 민족 정서를 동요로 지켜 온 작곡가 박태현의 음악을 모티브로 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가 음악과 연기에 집중도를 높인 콘서트 오페라 형태로 관객을 찾는다. 성남문화재단은 ‘2026 오페라정원’의 세 번째 작품으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를 7월 11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정원’ 시리즈는 정통 오페라의 형식은 유지하되 무대와 소품, 의상 등의 요소는 간소화해 오페라 장르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작곡가 박태현(1907~1993)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는 격동의 시간 속 200여 곡의 동요와 ‘3·1절 노래’, ‘한글날 노래’ 등 국가 기념일 노래를 남겼다. 1980년대 초 성남에 정착해 작고할 때까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으며, 오페라 ‘바람의 노래’는 그의 음악과 삶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작품은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산골 마을 빈집에 사는 소녀 ‘강바람’과 인형 ‘달’이 바람과 동물, 자연 속 존재들과 만나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곡가 김주원이 박태현의 동요 선율을 현대적 음악어법으로 해석하고 극작가 황정은이 전쟁의 상흔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과 생명, 우정과 희망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작품 곳곳에는 박태현의 동요 ‘산바람 강바람’, ‘깊은 밤에’, ‘자장가’, ‘다 같이 노래 부르자’ 등이 원곡 그대로 사용되거나 주요 선율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창작 돼 흐른다. 익숙한 동요의 멜로디는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음악이자 현 세대 관객에겐 희망의 정서를 전한다. 특히 이번 공연을 앞두고 성남문화재단은 성남 지역 성악가를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개최해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상생을 도모했다. 주인공 ‘강바람’ 역에 소프라노 허희경을 비롯해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테너 이명현, 소프라노 박하나 등이 선발됐으며, 지난해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 오페라계의 명장 김덕기 지휘자와 창의적인 해석으로 주목받는 조은비 연출가가 힘을 합친다. 티켓은 2일부터 예매 가능하다.

김포 새장터공원이 들썩… 꼬꾸메풍물단, 참여형 전통연희 한마당 개최

김포 도심 생활권 공원에서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참여형 전통연희 한마당이 펼쳐진다. 31일 김포문화재단과 꼬꾸메풍물단에 따르면 꼬꾸메풍물단은 다음 달 7일 오후 5시 풍무동 새장터공원 야외무대(풍무도서관 옆)에서 ‘꼬꾸메 전통연희 한판~!! 새장터공원에서 놀자~!!’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2026 김포예술활동 지원사업’ 선정 사업으로, 김포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전통예술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재)김포문화재단의 비전인 ‘문화로 흐르고 예술로 머무는 한강문화예술 플랫폼’을 도심 생활권 공원에서 구현하는 참여형 전통연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꼬꾸메’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노는 놀이판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공연은 전통연희의 마당성을 현대 공원 공간에 접목해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시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공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함께 판을 완성하게 된다. 행사가 열리는 새장터공원은 풍무도서관과 대단지 아파트, 초·중학교가 밀집한 김포지역 대표 생활권 공원으로, 가족·어린이·청소년·어르신 등 다양한 세대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다. 주최 측은 이러한 공간 특성을 반영해 공원을 단순 휴식 공간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연은 총 60분간 진행되며, 전통연희의 핵심 요소를 집약한 완성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오프닝 길놀이를 시작으로 ▲앉은반 삼도사물놀이 ▲소고춤 & 버꾸춤 콜라보 ▲사물판굿 및 개인놀이 하이라이트 ▲대동놀이 ▲피날레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물판굿과 개인놀이에서는 꽹과리·장구·소고놀이를 비롯해 버나놀이, 죽방울놀이, 깃발춤, 열두발 등 전통연희의 대표적인 놀이가 펼쳐질 예정이다. 여기에 꼬꾸메 전문연희단만의 특화 프로그램인 ‘오무동놀이’와 소고춤·버꾸춤 협업 무대가 더해져 시각적·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또, 장단 따라 치기, 손뼉 장단, 몸짓 참여, 대동놀이 등 시민 참여 요소를 강화해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도 부담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구성된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출연진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놀이를 통해 공동체적 놀이 문화를 구현할 예정이다. 꼬꾸메풍물단 관계자는 “전통연희는 본래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판을 이루며 함께 즐기는 예술”이라며 “새장터공원이라는 생활 속 공간에서 시민들이 전통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경험하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지역 전문예술단체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생활권 기반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향후 새장터공원을 중심으로 한 공원형 문화예술 플랫폼 구축과 김포형 생활문화 콘텐츠 모델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왕시, 제23회 단오축제 성황…왕송호수공원 물들인 ‘전통의 향연’

제23회 의왕단오축제가 전통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민족의 4대 명절의 하나인 단오를 맞아 30일 왕송호수공원에서 열린 의왕단오축제는 정조대왕능행차 퍼포먼스와 공동체예술프로젝트, 세시풍속 골든벨과 다양한 민속경기, 풍족한 먹거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 전통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의왕문화원이 주최·주관하고 의왕농협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이동수 의왕문화원장과 이소영 국회의원, 김학기 의왕시의회 의장, 안치권 의왕시 부시장, 이응천 의왕농협조합장, 이종훈 의왕시노인회장, 박일윤 의왕예총회장, 인근 지역 문화원장, 전직 의왕문화원장, 시민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길놀이 및 사물판굿을 시작으로 평양검무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의왕시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단오제사, 줄타기 공연 및 연희가 이어졌으며 의왕농협에서 단오떡 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단오무료체험으로 양반갓 만들기와 단오소원쓰기, 나무팽이돌리기, 왕송호수 여름꽃 부채만들기, 민화스크래치, 복노리개만들기 등이 개최됐으며 천하제일 탈공작소, 경기민요, 진도북, 의왕문화원 청소년 연희단, 강강술래 대동놀이 등 단오공연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딱지치기와 제기차기, 굴렁쇠, 윷점놀이, 주령구놀이, 고리던지기, 활쏘기,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 전래놀이체험과 특별행사로 무료꽃차시음과 짚풀공예전시 및 체험(짚신제작, 자리엮기체험, 계란꾸러미 만들기 시연), 의왕의 안녕을 위해 시민이 수놓은 오색소원, 청계동 사진전, 백운서예문인화 대전 초대작가 작품전시, 세시풍속 도전골든벨 등이 이어졌다. 이동수 의왕문화원장은 개회사에서 “의왕시 대표 전통문화 축제로 잊히고 있는 단오의 세시풍속을 되새기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단오행사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기쁘고 유익한 날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영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전통문화와 전통놀이 체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안치권 의왕시부시장은 “의왕시와 의왕문화원, 의왕시민이 함께 단오행사를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것이 값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웃과 정을 나누는 화합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세대학교, ‘2026년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봄날의 음악회’ 성료

한세대학교가 개교 73주년과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2026년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봄날의 음악회’를 28일 학교 HMG 홀에서 지역 주민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음악회는 김재원 석좌교수의 사회로 학교 동문인 소프라노 박준원, 바리톤 정태준, 피아니스트 유청빈을 비롯 한세 오케스트라, 한세 콘서트콰이어, 한세 뮤지컬씨어터 등의 클래식과 뮤지컬 공연이 총감독 정지영 교수를 비롯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또 예술학부는 한세 오케스트라의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을 시작으로, 소프라노 박준원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아리 아리랑’, 바리톤 정태준의 ‘신고산 타령’,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공연과 피아니스트 유청빈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 연주에 이어 한세 콘서트콰이어의 합창 무대와 한세 뮤지컬씨어터의 뮤지컬 페임, 더데빌:파우스트, 맘마미아 등이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무대는 혁신과 도전으로 지역성장을 견인하는 대학으로 모든 출연진이 ‘거룩 영원히’를 함께 불러 관객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세대 관계자는 “이번 음악회를 통해 참서자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깊은 감동과 기쁨을 나눴길 바란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힘차게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이천문화재단, 판소리 동화 콘서트 ‘자라는 자라’ 6월13일 개최

(재)이천문화재단(대표이사 이응광)은 판소리 동화콘서트 ‘자라는 자라’를 오는 6월 13일 오전 11시 이천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우수 공연예술 콘텐츠의 지역 확산과 시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마련됐으며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6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선정 공연이다. 판소리 동화 ‘자라는 자라’는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음악극이다. 손으로 그린 듯한 따뜻한 색감의 영상, 판소리, 연극적 요소가 결합된 융복합 공연으로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 관객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보편적으로 토끼의 지혜에 초점을 맞춘 기존 수궁가와 달리, 용궁과 육지를 오가는 별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인정받기만을 바랐던 자라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용궁 속 다양한 동물 군상을 통해 권력 구조와 인간 사회를 풍자해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함께 여운을 전한다. 무대는 전통 판소리의 소리와 아니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다채로운 음향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더해 마치 한 편의 움직이는 그림책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응광 대표이사는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앞으로도 우수 공연예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연 예매는 이천문화재단 홈페이지와 NOL티켓을 통해 가능하며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다.

[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부천아트벙커B39

“다시 활활.”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부천아트벙커B39를 찾았을 때 만난 짧은 문장이 불꽃처럼 강렬하다. 콘크리트벽에 붙여 놓은 푸른색 네 글자가 독특한 이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출입구 옆 게시판은 이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예술활동과 시민을 위한 정보로 가득하다. 오른편 벽면에 걸린 대형 모니터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 흥미로운 공간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넓은 내부에는 안내소와 카페가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다. ■ 왜 이름이 ‘B39’일까 SF 영화에 나오는 비밀기지 이름 같은 ‘B39’에는 이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아주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다. 올봄부터 부천아트벙커B39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부천시 문화정책과 김형태 팀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부천아트벙커B39는 2013년 가동을 중단한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 건물을 활용해 2018년 5월 복합문화시설로 문을 열었지요. 시 승격 50주년을 맞은 2023년 부천시가 이곳을 ‘부천팔경’으로 선정할 정도로 문화 명소로 성장했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던 공간이 부천아트벙커B39라는 멋진 예술 거점으로 탄생하기까지의 사연이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1995년 5월부터 부천시에서 발생하는 하루 200t의 쓰레기를 태웠던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은 환경 문제로 1997년 가동이 중단됐다가 안전성과 설비를 보완해 재가동했다. 그러나 2010년 대장동 자원순환센터가 확장되면서 소각장은 마침내 그 기능과 역할을 다했다. “철거될 예정이던 소각장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면서 극적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 쓰레기 소각장, 예술 공간으로 부활하다 공간은 쓰레기의 반입과 저장, 소각, 처리 과정을 하나의 축으로 따라가는 동선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과거 소각장의 흔적과 현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과정이 눈앞에 극적으로 펼쳐진다. 소각장 주변에 사는 주민을 배려한 주민 커뮤니티 시설부터 둘러본다. 휴게실과 회의실,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공유 주방까지 갖추고 있는 이 시설의 관리자도 동네 주민이다. 부천아트벙커B39의 1층은 산뜻하게 단장한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비롯해 ‘멀티미디어홀(MMH)’, ‘벙커(BUNKER)’, ‘에어 갤러리(AIR GALLERY)’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전시가 이뤄지는 멀티미디어홀은 규모부터 관람객을 압도한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넓은 공간에 첨단 기기를 설치해 공연을 펼치도록 설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가로 8.5m의 대형 스크린과 전문가용 빔프로젝터, 강연용 음향 장비를 두루 갖춘 이곳에서 기획 전시와 공연, 세미나와 콘퍼런스 같은 주요 행사가 열린다. “과거 온갖 생활쓰레기를 저장하던 벙커는 부천아트벙커B39를 상징하는 공간이지요. ‘B39’라는 이름이 바로 이곳에서 비롯됐습니다.” 지하 바닥으로부터 높이가 39m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을 굽어본다.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이 삭막한 내부를 창작 전시와 다양한 공연, 촬영이 이뤄지는 아름다운 무대로 만들어낸 부천시의 결단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 아트벙커에 담긴 부천인의 마음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면서 설치된 ‘벙커 브리지’는 멀티미디어홀과 1층 로비를 잇는 다리입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멀티미디어홀에서 에어 갤러리와 재벙커(ASH BUNKER)를 지나 유인송풍실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쓰레기가 소각돼 처리되는 절차에 따라 시설을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된 동선을 이동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리 사이에 벤치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여유롭게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훌륭하다. 대리석 타일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화를 이룬 에어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가 있던 야외 공간이 ‘중정’을 모티브로 설계됐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벽면을 모두 철거해 하늘을 실내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와 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소각과 정화 과정을 거쳐 깨끗해진 배기가스를 외부로 보내기 위해 사용되던 유인송풍실은 시설의 본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 4층까지 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이곳은 보존구역으로 지정돼 과거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곳은 작품 전시와 공연은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를 제작하는 대관 장소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소각장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벙커와 브리지, 응축수 탱크 같은 산업시설을 공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해 분위기를 연출한 독특한 풍경은 예술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이색 풍경은 일반 관람객에게도 색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층은 1층보다 흥미로운 공간이 많다. 중앙제어실과 숙직실 등 쓰레기 소각장 운영을 위한 직원의 전용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벙커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사무실이 산뜻하게 꾸며져 있으며 교육과 대관을 위한 스튜디오도 말끔하게 단장됐다. “소각장의 모든 설비와 프로세스를 통제하던 중앙제어실은 소각장의 역사와 가치, 환경과 생태를 살리고 문화를 꽃피우려 애쓴 부천시민의 활동을 기록한 작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중앙청소실을 리모델링한 아카이브관에서 아트벙커B39의 산업 유산 자료를 살펴본다. 혐오시설이던 쓰레기 소각장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크레인 조종실로 들어가는 길쭉한 길목은 전시 공간으로, 휴게실과 숙직실을 리모델링한 스튜디오는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존구역인 4~5층은 과거 소각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답게 독특한 형태의 기계설비가 빼곡히 차 있다. “기계설비에 의해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보존구역은 SF나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 예술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마당 그동안 위탁 경영하던 부천아트벙커B39를 올해부터 부천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상반기에 거둔 성과가 주목된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5천만원을 확보했다. 이소율 주무관은 10월 말부터 한 달간 아트벙커 2층 전기실에서 미디어아트그룹 ‘더 스웨이’의 ‘스펙트럴 크로싱스’를 전시할 계획을 들려준다. 아트벙커는 문체부가 선정하는 ‘제2기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과 콘텐츠를 발굴해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추진되는 로컬100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1기(2024~2025년)에 이어 2기(2026~2027년)까지 연속으로 선정된 것이다. 예술인에게 사랑받는 아트벙커는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고 있다. 유명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BTS 화보와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촬영을 비롯해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특색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와 빛, 공기의 흐름이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들의 화려한 빔프로젝션 매핑 기술이 거친 콘크리트 벽면을 화려한 우주 및 가상현실로 뒤바꾸기도 하고 실험적인 전자음악이 높이 39m의 천장을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기도 한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과거의 숨결과 미래의 예술이 입체적으로 충돌하는 문화 아지트 부천아트벙커B39를 찾아보면 어떨까.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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