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지난 주말 충남 성환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가을 들판 길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추수를 앞둔 논에는 고개 숙인 벼들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들판에 벼들을 보면서 봄부터 모내기를 시작으로, 뜨거운 여름날 잡풀을 뽑아주고 비료도 주며, 병충해도 예방하며 가을을 기다린 농부의 수고로움을 생각해 보았다. 쌀 미(米) 자가 모내기를 해 쌀이 우리 식탁에 오를 때 까지 농부의 손이 88번이 가기 때문이라고 하는 말이 생각난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은 잡풀 하나 없이 깔끔하고, 그렇지 않은 논은 군데군데 피와 잡초가 자라고 있는 모습은 한 눈으로 보아도 비교가 됐다. 비록 잡풀이 많고 적음보다도 농부의 농사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얼마나 들였는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 같다. 비단 농사 뿐만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반면, 익지 못해 다른 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개를 들고 서있는 벼들이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 충실하며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나만 편하게 사는 사람을 간혹 만나는 경우가 있다. 옛말에 우리의 사회는 ‘독불장군은 없다’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이다. 대인관계 속에서의 마음가짐은 예절의 뿌리이며 우리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예절은 남에게 행하기 앞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예스럽게 갖는 것이라 생각된다. 예의로운 마음을 가지면 말과 행동이 예스럽고, 마음 안에서 작용하는 예의정신과 밖에서 활용되는 언동이 일치 된다. 마음속에는 예스러움이 가득하지만 말과 행동이 바르지 못하면 남이 인정하지 않고, 마음으로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면 위선이랄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며 더불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마치 메뚜기가 더운 여름에는 초록에 옷을 입다가도 가을이 되면 누런들판과 같은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같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런 삶인 것이다.
‘가자 남도로! 뛰자 세계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국내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제89회 전국체육대회가 각 시·도선수단과 시민 등 3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전라남도 여수 진남경기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1977년 제58회 대회 이후 31년 만에 전라남도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은 출전사상 첫 종합우승 7연패 ‘신화창조’에 도전하는 경기도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위를 목표로 하고있는 인천광역시를 비롯, 전국 16개 시·도와 17개 해외동포 및 이북5도 선수단 등 2만4천여명이 참가, 41개 정식종목에 걸쳐 각 고장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룬다. 오후 6시부터 열리게 될 개막식은 연합악대의 팡파르와 함께 차기 개최지인 대전광역시를 선두로 시·도 선수단이 입장하게 되며,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는 각각 4, 5번째로 나란히 입장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개회선언과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의 환영사에 이어 ‘체육대회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회기가 게양된다. 이어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개회사와 대통령 치사에 이어 김대영(요트·여수시청), 이현주(양궁·순천대) 남녀 선수가 선수대표 선서를 한 뒤 강화도 참성단과 신안 가거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채화돼 합화한 성화가 최종 점화자인 이용대 선수(배드민턴·삼성전기), 김중수 감독(배드민턴 대표팀)에 의해 성화대에 점화된다. 또 조규철씨(육상·여수시청 코치)는 대회 심판을 대표해 심판대표 선서를 한다. 이날 개회식에 앞서서는 오후 4시40분부터 ‘열정을 잇다’, ‘녹색의 땅이 여는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사전·식전공개행사가 펼쳐지며, 개회식이 끝난 후에는 ‘미래를 밝히는 은하수’, ‘꿈의 항해를 떠나다’를 주제로 한 식후공개행사가 열려 개막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한편 개막일인 10일에는 축구, 테니스, 핸드볼, 사이클, 복싱, 역도, 하키, 볼링, 인라인롤러, 수중 등 10개 종목의 경기가 열려 본격적인 시·도간 순위경쟁에 돌입한다./특별취재반
제89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종합우승 7연패 달성에 도전하는 경기도 선수단은 대회 개막일인 10일 새로운 ‘효자종목’인 수중과 인라인롤러에서 금물꼬를 틀 전망이다. 전체 41개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이 경기를 시작하는 이날 경기도는 목포실내수영장에서 벌어지는 수중 여자 잠영 400m에서 신진희(경기도체육회)가 선수단의 첫 금메달에 도전한 뒤, 남자 잠영 400m 이희원(성남시체육회)과 남녀 표면 100m 임종칠, 최새롬(이상 수원시청)이 잇따라 다관왕을 향한 첫 금빛 물보라를 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수중이 경기도 선수단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 이어서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전력의 인라인롤러가 바톤을 이어받아 금빛 질주를 펼친다. 나주인라인롤러경기장에서 열리는 첫날 경기에서 남고부 1만m 제외포인트경기의 곽기동(오산 성호고)을 비롯, 남대·일반부 같은 종목 남유종(안양시청), 여고부 1천m 김미영(안양 동안고), 남대·일반 1천m 이명규, 여대·일반부 1천m 임진선(이상 안양시청)이 무더기 금메달을 예고하고 있다. 또 전남벨로드롬에서 펼쳐질 사이클 1일차 경기에서는 남고부 1km독주의 정하늘(남양주 동화고)이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편 축구 남고부에서는 부천 정명고가 부산 부경고를 상대로 1회전을 벌이는 가운데 2회전 진출이 유력할 전망이고, 테니스에서는 남대부 명지대와 여자 일반부 경기선발이 각 울산대, 부산 금정구청을 꺾고 8강에 동반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핸드볼에서는 남고부 하남 남한고가 충남 대천고를 상대로 무난하게 1회전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고부 구리여고는 ‘강호’ 삼척여고와 맞붙게 돼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특별취재반
구리 금호생명이 KB국민은행 2008 여자프로농구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금호생명은 9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신정자(19점·15리바운드)와 이언주(13점·6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춘천 우리은행에 66대6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5일 홈 개막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54대62로 패했던 금호생명은 시즌 첫 승을 기록, 부천 신세계와 공동 3위로 올라섰다. 금호생명은 1쿼터에서 우리은행 김은혜(15점·11리바운드)와 김계령(20점·5리바운드)에게 골밑 돌파를 허용하며 16대17로 이끌린 뒤 2쿼터도 김계령, 김은혜, 홍현희에게 자유투로만 10점을 내줘 31대3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반격에 나선 금호생명은 3쿼터에서 조은주(8점)와 이언주, 한채진(이상 6점)이 3점슛을 잇따라 터트리며 49대46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4쿼터에서 이경은과 한채진의 3점포가 폭발해 신승을 거뒀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생활체육 골프 동호인들의 잔치인 제7회 경기도지사기 생활체육 골프대회가 오는 13일 동두천 다이너스티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가 주최하고 도골프연합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지난해 1·2부 우승팀인 고양시와 포천시를 비롯해 24개 시·군에서 235명의 동호인이 참가한 가운데 시·군 대항전을 벌인다. 남녀 2개부로 나눠 벌어지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부는 40세이상 2명, 50세 이상 2명을 한 팀으로 구성하며, 여자부는 30세 이상 4명을 한 팀으로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종합 우승팀에게는 도지사기와 상배·메달이, 개인전 입상자에게는 메달이 주어지고, 롱게스트와 니어리스트 특별상을 시상한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2008 광주시 생활체육 가족콘서트가 8일 오후 6시 청석공원에서 조억동 시장, 이상택 시의회 의장, 오세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이태희 광주시생활체육협의회장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성황을 이뤘다.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가 도민들의 생활체육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군별로 실시 중인 이번 생활체육 콘서트는 고령화 사회로 노인들의 건강 관리에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어르신 건강체조를 비롯,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어린이댄스, 주부 태권도, 남녀 노소가 함께하는 음악줄넘기 등 다양한 생활체육 시범 등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시간을 가져 큰 호응을 얻었다. 이태희 회장은 “광주지역에서 처음 열린 가족 콘서트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말 저녁 생활체육의 즐거움을 만끽했다”며 “앞으로 이같은 시민 참여 생활체육 프로그램 및 행사를 많이 마련해 시민 건강과 생활체육 인구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요즈음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하루가 여삼추 같다’고 한다. 연초부터 몰아 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의 폭등으로 큰 홍역을 치렀고 계속되는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 등 불확실한 여건은 기업 환경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부동산 침체와 금융부실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유럽에까지 번지며 전 세계를 대공황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 경제도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이 곤두박질치는 등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여간 곤욕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애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을 떠맡고 있으면서도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구호는 그야말로 구호에 그칠 뿐 실질적으론 그렇게 인색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은 구조상 종으로나 횡으로나, 또 기업들과 지원 기관들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들 간의 횡적 관계에도 협력모델이 있고 대기업과의 종적 관계에도 상생모델이 있다. 최근 몇몇 대기업들이 현금결제를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반응이다. 특히 금융권 등 지원기관과는 분통터지는 일이 더 많다. 한국은행의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액은 1조8천억원으로 전 달 5조5천억원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에까지 닥치는데도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의 돈줄을 죄고 있다는 단적인 지표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을 강화하고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사정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자금을 추가 지원하고 키코(KIKO)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이나 출자 전환 등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일부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돈가뭄을 다소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가 대기업 위주로 흐르지 말고 중소기업에게도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 정영성 고양기업인협의회 회장
세계 속에 수원의 명품도시를 꿈꾸며 인근지역 국가의 벤치마킹을 위해 최근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싱가폴·홍콩·대만을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워지는 그들은 좁은 땅의 악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그러했듯이 수정자본주의와 수정사회주의적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적극적인 외자유치로 금융 산업과 물류산업, 관광레저 산업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일구워 낸 도시 국가들이다. 첫번째 방문국은 싱가폴의 창이 공항이었다. 싱가폴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도자의 리더쉽과 행정개혁으로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고 외국자본의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금융 산업과 물류 허브항만으로 경제 규모를 키워 왔으며 실용주의 경제목표로 국리민복의 국정운영을 실현하였다. 주택청과 도시재개발청의 방문에서 느꼈던 것은 도시 관리 계획의 프로세스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연구 끝에 시뮬레이션과 모형을 통해서 검증후 실행에 옮겨지는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결정을 엿볼 수 있었으며 자원부족 국가로서 산업폐기물의 재활용과 개발이 유보된 지역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프로그램에 의해서 공부하고 연구해서 다음 세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배려한다고 하는 정책은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방문국인 홍콩은 경제 여건이 싱가폴과 유사하지만 산이 많고 지형적 특성이 다르다. 지정학적 특성을 잘 살려서 인적, 물적, 환승 허브공항과 항만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해 왔으며 은빛바다 물결위에 초대형 유람선이 떠 있는 듯한 환타직한 모습과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빌딩과 조형물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선을 유혹하고 있었다. 특히 빅토리아 산장에서 한눈에 내려다 본 홍콩의 야경은 아름다움과 함께 꺼지지 않는 활발한 경제탑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세번째 방문국인 대만의 대북시는 고층빌딩보다는 저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의 도시형태가 차분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좁은 도로와 빈틈없이 채워진 건축물들의 연결은 지루하고 답답한 모습이 마치 그들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이리저리 떠밀려 침탈당했던 슬픈 과거의 애환이 서려 있는듯해서 씁씁하게 느껴졌다. 현재 그들과 우리는 분단의 체제와 산업의 현실까지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닮은꼴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 봤다 20세기 후반의 가파른 경제성장과 21세기의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산업의 변곡점에서 미래를 향한 성장 동력을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판단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과 녹색 혁명으로 그린 산업과 바이오·헬스 등으로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면서 문화 관광 산업과 금융산업으로 패러다임을 신속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수원의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특성은 화성과 광교산 기슭에 100만이 넘는 시민의 삶의 터전 속에 IT본산인 삼성이 함께하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혁신 도시로서 리드미컬한 다양성과 균형잡힌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향후 20년 동안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서 준비한다면 특화된 명품도시로서 볼거리, 먹을거리, 일거리가 풍부한 복합 자족 도시로서 쾌적하고 기능적인 도시형태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윤필 수원시의원
시민단체의 기능은 자원봉사다. 운영에 드는 돈은 설립자가 부담한다. 아니면 지지하는 시민들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대개는 후자다. 시민단체가 발달된 사회는 영국이다. 월급을 타면 평소 자신이 선택해 놓은 시민단체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는 것이 월급쟁이 생활의 일상이다. 영국 사회는 이토록 시민단체의 후원이 보편화됐다. 우리 돈으로 만원, 이만원 정도 후원하는 것이지만, 시민단체마다 워낙 많은 후원자를 갖다보니 운영이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시민단체는 시민이 없다. 전국적으로는 약 5천개, 도내엔 2천200개 가량의 시민단체가 있다. 그러나 시민의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있기나 하고, 있으면 몇이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는 대부분이 독불장군이다. 대표는 그렇다 쳐도 사무처장이니, 무슨 국장이니 하는 것이 나홀로 처장이고 과장 없는 국장들이다. 직함만 인플레인 게 아니다. 그 많은 시민단체 간판을 보면 권력 지향적이다. 과대포장도 눈에 띈다. 청소년이나 노인, 빈민 문제 등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는 별로 볼 수가 없다. 정부 시책이나 자치단체 사무를 시비 삼기 좋아할만한 권력형 시민단체 투성이다. 한데, 독불장군의 시민단체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있을리 없다. 또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들이다 보니 손을 벌린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탐한다. 보조금을 타는 것 까지는 또 그런다 쳐도 주민이 낸 지방세, 국민이 낸 국세가 눈 먼 돈이 되기 십상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 수천억원이 이렇게 실종된 사례가 밝혀진 바가 있다. 아마 적발 안 된 돈이 더 많을 것이다. 시민단체를 만들어 후원금이 없으면 자기 돈으로 꾸려가야 할 설립자가, 단독이든 여러 사람이든 자기 돈을 쓰는 예는 거의 없다. 그럼, 보조금이라도 제대로 집행해야 할 터인데도 그렇지 못한 데는 연유가 있다. 시민단체를 생계나 생계 보조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다. 어느 환경단체의 환경운동가가 기자 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던 참이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말 끝에 “환경운동가도 문화적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며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검찰이 내사한 혐의 사실의 실체적 진실이 뭣인지 여기서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시민운동이 시민운동가의 문화적 생활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모든 시민운동은 시민운동가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해야 진정한 사회적 공익의 시민운동인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말썽 많은 종합부동산세 납세 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종부세 헌법소원을 법정 시한이 넘기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 것 같으면 낭패인 게 앞으로 만약 어떤 판결이 나오면 개인의 이해 관계와 결부시켜서 보는 눈이 있을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그래도 재판의 객관적 격식이 있다. 임의단체의 시민운동이 운동가의 문화적 수준에 이른 생계보장을 권리로 본다면 이건 완전히 왜곡된 직업이다. 직업도 상직업이다. 소득으로 챙기는 검은 돈은 세금도 안 붙는다. 선민 의식이다. 이런 시민운동이 참여민주주의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중심부를 형성한다고 말할 순 없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실패에 해법을 제시하는 시민운동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시민운동은 비권력화가 본질이다.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시민운동을 해서는 안 되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부의 높은 감투를 얻어 써도 안 되고, 시민운동을 권력의 접근 수단으로 삼아도 안 된다. 그래서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잃기 때문이다. 생업이 없는 건달들의 시민단체가 대개 이런 부류들이다. 바꿔 말하면 본연의 생업이 없고, 감투 욕심이 있고, 권력과 흥정하길 좋아하는 사이비 시민운동가는 시민단체 세계에서 추방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다. 시민단체는 민주주의 토양의 밑거름과 같다. 밑거름은 작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작물의 성장을 갉아먹는 병해충 같은 시민단체가 더 설쳐댄다. 첫 머리에서 시민단체의 기능은 자원봉사라고 했다. 자원봉사는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않는 사회공익의 기여다. 시민단체는 넘쳐난다. 넘쳐나긴 해도 그같은 시민단체가 드물다. 시민단체, 시민운동은 필요하다. 그런데 시민단체, 시민운동의 폐악이 심하다. 시민이 있는 시민단체, 봉사형의 시민운동과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 생계형의 매명운동과 구분할 줄 아는 사회의식이 깨어나야 할 때다. 임양은 주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지 한 달이 지났다.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 투입이 결정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 다시 활화산처럼 분출할지 모르는 위기 앞에, 자고나면 간밤에 벌어진 미국 경제뉴스부터 찾게 된다. 다우존스 지수, 국제 유가, 금값 등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가슴 졸이며 TV를 켜는게 이젠 습관화됐다. 한편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은 미 금융계의 위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과도한 시장방임이 금융자본의 탐욕과 불투명을 심화시켜 위험을 제어할 수 없는 파국을 초래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지금의 사태를 두고 금융자본주의의 종언 혹은 신자유주의의 종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규제없는 시장경제는 가장 이상적인 글로벌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의 퇴장까지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팽팽하다. 경제학자들이 바빠진 것은 그렇다치고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닌 미국 경제는 이미 한국 경제에도 발등의 불로 번졌다. 달러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은행과 기업들이 동시에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써야 할 돈도 쓰지 않아 자영업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기의 전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부와 전문가들조차 혼란에 빠져 있는 마당에 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다만 이 대목에서 경제학자 케인즈의 통찰(洞察)을 꼭 들려주고 싶다. 케인즈는 ‘경제에서 기대는 스스로 실현하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즉 낙관이건 비관이건 경제적 기대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는 뜻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경제적 위험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은 그 공포를 현실화하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경종이다. 이왕 발생한 위험 앞에서 과도한 공포감에 휩쓸리지 않고 조심스런 낙관을 공유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모든 경제 주체가 위기를 두려워하기 보다 비구름 뒤에는 반드시 쨍하게 볕이 난다는 확신을 갖고 주어진 경제활동의 몫을 다 해야 할 때다. 최태열 경기경제단체연합 사무총장
중국산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공포가 모든 음식뿐만 아니라 동물사료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싼루그룹에 우유를 공급하는 농가에서 멜라민을 2005년도부터 첨가해서 공급을 했고 그 용의자들이 구속되었다는 이야기가 뉴스로 나온다. 중국 우유농가에서는 왜 멜라민을 첨가하게 되었을까? 아마 멜라민이 들어가면 원유를 적게 넣어도 원유 검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단백질 함량이 많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원유를 검사할 때 단백질 함량을 검사하기 위해서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질소측정법을 사용하는데 멜라민이 질소가 많아서 단백질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음식에 이런 공업용 유기물을 넣을 수 있을까? 멜라민은 보통 공업용으로 식기를 만들거나 플라스틱 접착제, 화이트보드, 화학비료를 만드는 물질인데 그것을 먹도록 원유에 넣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시대라서 또 자본이 모든 다른 가치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때 인간에 대한 예의나 도덕은 상실되는 것 같다. 유통되는 물건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원료가 오는 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인면수심의 사람들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과거에 시골에서는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곡식과 물건을 생산해 내니까 무슨 문제가 생겨도 당장 누구네 집의 곡식인지 금방 알아서 문제를 밝히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농산물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마트나 시장에 물건을 내어 놓아 소비자들이 쉽게 국내산인지 어느 농가에서 만든 것인지 잘 알 수 있지만 수입산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멜라닌이 치명적인 발암물질이거나 단시간에 체내에 축적이 되지는 않고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안전한 식탁을 위해서 국가의 감시가 더 확대되어야 하고 물건을 수입해서 제조하는 업체도 원료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잘 감시해서 내 가족 내 아이가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음식물 식품안전에 만전을 기해주면 좋겠다. 문철원 굿모닝통증비만클리닉 원장
어느 경제지에서 2015년이면 한국의 경제력이 영국을 앞선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 희망을 주는 소식이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장애인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고 함께 걸어가는 행복한 동행이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신체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사회 동반자적 인식이 넘쳐나는 사회가 선행돼야 한다. 나의 부모님은 ‘함께 나누는 삶’의 중요성을 늘 일깨워주시고 이웃 사랑과 예절을 강조하셨다.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평생 장애로 살고 있지만 늘 밝은 마음으로 살면서 웃어른들께는 사랑과 공경의 마음을 다하려 노력해 왔다. 친구들과는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우정의 메신저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너의 장애를 슬퍼하지 말고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너보다 불행한 이웃이 있음을 명심하여 무엇이든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들, 특히 소외된 이웃들에게 베풀라”고 강조하셨다. 나는 이것을 가슴에 새기고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결과 어떠한 곤경에도 굴하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바를 성취해 내는 근성을 갖게 되었다. 20살의 지적장애인 딸을 둔 한 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20살의 성년이 되었음에도 사회로부터 정신연령이 5살인 어린아이로 대우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매우 속상해 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나는 이러한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생각하여 말보다는 행동으로 참사랑을 일구는 사람, 가슴으로 소외계층의 아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 뜨거운 열정으로 지역을 위해 열심히 뛰는 일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따뜻한 마음으로 모두가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싱가포르를 여행해보면, ‘다양함 속의 어울림’, ‘독특함의 도시(Uniquely Singapore)’라는 표현이 참 이 도시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교차로라는 지리적 특징은 원주민 말레이계 외에 이민자와 상인들을 이 도시로 불러 들였다. 그렇게 말레이계, 중국계, 인디아계, 아랍계 등의 문화가 집산·융합되면서 싱가포르의 독특한 도시매력이 만들어졌다. 민족 고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차이나타운, 리틀인디아, 아랍스트리트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현지 말레이인과 이민 온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페라나칸(Peranakan,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 문화는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매력을 창출하였다. 문화는 융합되어 건축물과 음식과 생활양식에 스며들었다. 다문화 융합, 다문화 집산지로서의 같은 듯 다른 문화적 매력은 싱가포르 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이방인들의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고 있고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들여 138억 싱가포르달러(한화 9조2천억원)를 소비하게 하고 있다. 다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매력이 도시의 부를 만들어 내고 도시의 브랜드이자 도시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4만3천여명의 외국인이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나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향후 인천은 국제적인 개방도시가 될 것이고,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이후에는 거주 외국인이나 방문 외국인이 급증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가 될 것이다. 이제 ‘다문화가 교류하고 융합하는 열린 도시’로서의 새로운 도시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한글 교육, 한국 문화체험프로그램 등 거주 외국인들의 적응을 위한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지원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 제정 등은 거주 외국인 지원 통합창구 개설, 행정기관의 대표적인 역할이다. 시민들은 외국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 의식이 증진되어야 한다. 우리의 이웃으로 같은 인천 시민으로 보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글 도우미, 양육 도우미, 멘토(mentor), 우리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다.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이 문화 간 마찰과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 다가오는 다문화 융합도시 인천,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창조해 나간다는 자세로 능동적인 아니 공격적인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 어윤덕 인천발전연구원장
“수학시간에 수준별 학습지를 내어 주었는데 기운이가 장난을 하고 있길래 손바닥을 살짝 때렸죠. 그런데 그냥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기운이는 이미 주어진 학습량을 모두 하고 할 일이 없었던 것이죠. 기운이에게는 정상적 학습진도가 불필요할 정도예요.” 우리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 교실에서는 3가지 유형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아이들을 학습정상아라고 하고, 빠른 학습력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영재 가능아라고 한다. 선천적 지적 능력이 결핍되어 있는 학습지진아와 특정요인에 발달이 늦어지는 학습장애아 등이 있다. 선생님들의 마음이야 모두 바른 품성과 높은 학습 성취력을 기르게 하고 싶기야 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교실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잘 하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 보다는 그저 평범한 수준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게 되었고 영역별 특별한 영재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영재라고 간판 붙여진 곳으로 희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은 이러한 평준화 실험대에서 사교육의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즈음 회자되는 수월성교육은 특별히 선택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성향에 따라 학습 성취도를 높여 좀 더 나은 학습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학습 그룹을 만들어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일까?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습 부진아 구제를 위한 특별 교사제 운영이나 다양한 경험을 촉발할 수 있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매우 환영 받을만하다. 그러한 반면에 그동안 소외 되었던 영재학급 운영이나, 지역적 여건이나 주변 환경으로 우수한 학습 프로그램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선택형 창조교실의 문을 열어 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교육의 수월성 추구는 이제 평준화의 실험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방향으로 정착하리라 믿는다. 이러한 변화가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 밝은 경기교육의 앞날에 희망을 갖게 되리라 기대한다.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다가 다시 이곳에 돌아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집 걱정이 제일 크다고.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수치로 내닫는 ‘나/우리의 집’을 마련할 엄두를 감히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전국구 문제이다.) 16년 만에 돌아 온 내게 있어 집 문제나 직장 구하기 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모든 소음과의 전쟁이었다. 버스 안에 너무 크게 울리는 라디오 공해에서부터 식당에 가면 어김없이 틀어져 있는 TV,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핸드폰의 난무...두 번째의 고통은 많은 사람들의 예의없음이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돌리거나 딴 짓을 하는 척 하는 행동, 자동문을 밀고 들어갈 때도 뒤에 오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문 열고 홱 사라지는 모습,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라도 하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 외국에서의 문화적 쇼크에서 깨어나 살다 싶을 때 돌아 온 나는 또 다른 문화적 충격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이렇듯 귀향은 내게 또 다른 낯설음이었고 모국에서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어눌함과 짜증,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삼년의 홍역을 치루며 이 사회에 호된 신고식을 했지만 내게는 아직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많은 걸림돌과 감히 물을 수 없는 물음들이 있다. 기술과 정보 분야에서는 세계 수위 자리를 다투며 나아가는 우리의 도덕적 지수는 과연 얼마일까? 도덕이라는 것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고 한다면 우리의 이웃에 대한 배려와 섬세함에는 어느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우리의 감성지수는 국민 총생산의 수치나 OECD 가입국이라는 자격으로, 올림픽/패럴리픽의 지표로 매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기도의 모토인 ‘세계속의 경기도’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인간적인 신뢰를 나누며 서로를 깊이 존중할 수 있을 때,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고 양보하며 자신을 내려놓을 때, 도민들의 감성지수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 존중받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때 경기도는 이미 세계 안에 있는 것이다. 聖子, 聖德이 일상적인 습관의 총체라고 한다면 하루하루 우리의 삶의 무늬가 나눔과 배려로 짜여질 때 경기도는 ‘품격있는’ 세계의 경기도로 자리매김하리라 희망한다.
10월은 일년 중 미술이나 음악, 문화전반의 행사에 가장 풍성하고 바쁜 한 달이 될 것 같다. 가을 나들이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곳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500~600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도내 자치단체별로 90여개 이상의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민들의 문화향수 증진을 위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규모 예산이 지원되는 축제들 또한 생겨나 시민들에게 다양한 구성의 프로그램들로 볼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수원시 역시 대표적 축제인 화성문화제가 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2일까지 화성행궁, 연무대, 장안공원 일원에서 다양한 행사와 함께 열린다. 특히 올해 문화제는 축제 장소의 집중화를 위해 화성행궁 광장을 조성하고 단순한 지역 축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시민참여 부진, 창조성 개발 및 정체성 부재로 일회성에 그치거나 맥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없어지는 많은 축제들 가운데 수원화성문화제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란 정체성을 기틀로 성공한 지역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화성 문화제가 성공적인 축제의 장으로 정착돼 가는 것은 고무적이며 앞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고 본다. 과거 1·2차 산업을 지나 문화산업은 이제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이미지의 고양뿐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의심이 여지가 없다. ‘문화의 현대’라는 힘의 원동력이 전통에서 우러나오듯, 화성이라는 전통의 위대한 자양분이 우리 생활 속에서 숨쉬고 있다. 이제는 화성문화제를 세계적 축제로 나아가는데 있어 주저함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과거의 역사적 기반을 바탕으로 현대적 시각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아트상품 개발, 휴식공간 및 숙박시설 증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 등이 복합적으로 지원되고 활성화 돼야 한다. 더 많은 민간 차원의 문화마케팅 지원활동이 더욱 중요시 돼야 하며 전통문화, 음악, 미술 등 종합예술 행사가 어우러져야 한다. 앞으로 완공될 화성행궁 광장에서 다양한 행사가 연중 개최돼 수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위상을 찾아가길 기대해 본다. 조진식 수원시립미술전시관장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 얼마전 출근길 라디오에서 언뜻 들은 광고 한 구절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뇌리를 맴돌았다. 미묘한 운율과 이미지가 어우러진 느낌도 좋았지만 삶의 의미는 꿈의 실현에 있다는 암시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원서를 쓰는 때가 되면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대학이나 학과의 선택에 대해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장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지원하고, 희망과 패기로 가득한 밝고 야무진 표정으로 공부하기보다 시험에 대한 강박으로 지쳐 있거나 무덤덤하게 그날그날 주어지는 일과에 따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기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시험 점수나 석차에 대한 관심으로 자녀들을 몰아세우며 여기에 가세한다. 물론 시험이나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 지나친 이상주의라고 할 지 모르지만 본말이 전도된 듯한 현실이 안타깝고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키워주어야 할 어른으로서, 교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 것이다. 저마다의 꿈과 개성을 귀하게 여기고 그 실현을 위한 노력에 가치를 두는 삶이 보편화되려면 다양성이 존중되고 격려되는 사회이어야 한다. 정치적 원인에서이건 문화풍토 때문이건 그 어떤 원인에서건 획일적인 이데올로기가 이끌어 가는 사회에서는 집단 최면에 빠져있을 뿐 진정한 의미의 개인적인 꿈은 자리잡기 어렵다. 혹 우리는 말로는 세상이 다양화되었으니 저마다의 다양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부의 정도나 권세의 유무로 사람의 행·불행을 가늠하고, 속칭 웰빙을 갈구하면서 우선 잘 먹고 편히 즐기며 사는 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라나는 후세들에게도 그러한 틀 속에 갇히기를 은근히 강요하고,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며 자신들의 삶을 설계하는 법보다 현재 세칭 잘 나간다는 직업을 권유하면서 시험을 잘 치르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현재 구성고등학교 교장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가 유행어가 되었던 적이 있다. 굳이 전자제품 하나 고르는 일이 아니라도 인간의 하루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옷걸이 앞에서 셔츠와 넥타이를 골라 입는 일 따위 사소한 선택으로부터, 고객과의 상담과 회사의 재무계획을 세우는 일 같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까지 모두가 선택의 문제이고 결정의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결정의 결과들은 유감스럽게도 항상 인간의 예측을 벗어나는 영역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늘 피곤하고 위험하다. 개인의 삶이 이럴진대, 사회라는 집단적인 삶의 영역에서 이러한 선택과 결정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고 심각하게 진행되기 쉽다. 개인의 문제라면 위험을 감수해버리면 그만이고 때로는 체념으로 덮어버리면 그만일 만한 일들도 일단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나면 그렇게 간단히 묻고 가기가 어렵다.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와 천차만별의 개성과 두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어떠한 난제라 할지라도 시간의 진행과 함께 모두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기실 인간이 푼다고 하기 보다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성도 싶긴 하지만 어쨌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인간이 집단적인 결정을 만들어내는 힘을 요즘 일단의 학자들이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생태학에서 쓰이던 용어가 인터넷의 정보가치를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고 차츰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집단 대 집단의 생존경쟁은 결국 집단지성의 경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형성하고 능률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이라야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고 전 지구적인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근자에 들어 인천사회가 별로 신통치 않은 집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일관해 왔다면 인천의 집단지성의 수준이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 도시에 지성적인 분위기가 넘쳐나게 만들 수 있을까. 경인운하 따위 그야말로 냉철한 지성으로 풀어야할 일들을 정치적인 선무당의 춤판이 끌어가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무기력한 지성이 괴롭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할 수도 있는 법이거늘. 하석용 인천시민회의의장·경제학박사
가슴속에 핀 눈망울 꽃¶/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 방광업¶¶세상은 참으로 신비롭다. 모든 꽃은 봄에 피고 가을엔 지고, 해는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그러나 다른 나라들을 둘러보면 세상은 정말 놀라운 일들이 많다. 북유럽 노르웨이 트롬쇠 지역에서는 5월말에서 7월말까지는 한밤중에도 낮처럼 환한 백야가 이어지고 11월에서 이듬해 1월 사이에는 해가 뜨지 않는 어두운 밤이 계속된다. 또한 북반구와 남반구 지역에서는 지구와 달사이에서 일어나는 서브스톰으로 인해 밤하늘에 황록색, 보라색 등 갖가지 아름다운 빛을 내는 오로라가 비추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던 사고의 범주를 벗어나 전혀 다른 현상이 일어날 때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몇 년 전 아내와 함께 유럽여행을 갔다. 스위스 베른주에 있는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산 정상을 전동차를 타고 올라갔다. 알프스 산맥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큰 알레치 빙하와 중생대 쥐라기의 석회암을 볼 수 있고 산 높은 곳에 있는 융프라우요흐 철도역을 지나면 스핑크스 전망대가 있다. 산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같은 집들과 자연 속의 경치는 달력에서 본 아름다움 그대로였다. 산 아래에는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중간부분부터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흰 눈 속에 조그마한 꽃들이 피어 있지 않은가. 세상에 차가운 눈 속에서 꽃이 피다니 그것은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한겨울에 제일 먼저 땅을 뚫고 나오는 하얀색의 새생명을 잉태한 눈망울 꽃, 긴 어두운 밤을 지나 새벽의 찬란한 햇살을 맞으며 한겨울 눈속에서 피어나는 어여쁜 꽃이다. 결혼후 처음으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만하던 아내와 함께 융프라우에서 신비롭고 경이로운 눈망울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큰 선물로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행복은 경제적인 여유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생각을 부유하게 가지면 삶도 행복해 질 것이다. 사람은 마음이 새롭고 순수해지고 싶을 때 문득 낯선 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낯선 곳을 가면 우리는 경이감과 인생의 새로움을 느끼고 거울 속에 비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또한 가슴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랑의 눈망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방광업 경기도시공사 경영관리본부장
치매미술치료 협회와 영아트실버 센터에서 하는 일은 어르신들을 스스로 무언가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몸도 불편하고 정신적으로 의존적인 경우가 많아 그 분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여가활동 문화의 형성과 건강한 생활의 지속, 나아가 간단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르신들의 활동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주는 문화생활이 필요하다. 가령 미술치료 활동을 통해서 과거의 생활 속에서 경험했던 것을 그림으로 그리게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함께 현재 생활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또한 미술활동으로 얻은 자신감을 통해서 사회관계의 회복과 간단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생활 공간이 마련돼 그 안에서 어르신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생활이 형성돼야 한다.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서 어르신들에게는 여가와 문화활동,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도움을 주고,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 어르신들의 ‘삶의 경험’이 전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고 효과적이다. 실제로 치매미술치료협회나 영실버아트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많은 성과를 얻고 있다. 특히 이러한 활동은 자연 속에서 개울 주변 학교를 열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수원 세류동 인근에는 수원천이 흐른다. 그 아름다운 개울 주변에 치매미술치료협회와 영실버아트 센터에서 진행하는 ‘개울 변 미술학교’가 있다. 아름다운 수원천을 배경으로 자연을 배경으로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하고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배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실상은 늘 주변에서 찾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닫혀진 학원보다는 열린 미술배움 공간이 오늘에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삶에 익숙해져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모습을 찾기가 힘든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