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융합과 지역 신문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포함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논의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롯해, 언론 관련 학회들도 모두 각각 공청회를 잇달아 열고 미디어 관련법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핵심은 미디어 융합을 제도화 하는데 있고, 따라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쟁에서 지역 신문이나 지역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그렇다면 지역신문은 이번 미디어 관련법 논의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전반적인 미디어 산업의 어려움은 지역 미디어 전체에도 해당된다. 우리 지역의 모 신문사의 경우 지난 해 가을 이후 경영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신문사 내부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경인방송의 대표가 적자 등의 이유로 사퇴하였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광고 수입의 감소 등은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우리 지역의 미디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미디어의 핵심적인 가치를 생각해보자. 미디어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공익에 봉사하는 데 있다. ‘나폴리’라는 미디어정책 학자는 공익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 개념으로 사상의 자유 시장, 보편적 서비스, 그리고 지역주의를 꼽았다. 사상의 자유 시장은 다시 다양성과 경쟁으로 분화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핵심 가치인 공익에서 지역주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렇다면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논의에서도 지역주의의 관점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중앙의 미디어에만 국한해서 보아서는 안된다. 지역의 신문, 방송 역시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역의 미디어가 강해져야 하고,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 신문과 지역 방송, 지역 케이블TV 간의 상호 겸영의 문제도 고려할 문제이다. 미디어 산업의 속성으로 볼 때,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게 된다. 지역 미디어도 지역주의에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가져야 한다. 미디어 융합은 지역 미디어에도 해당된다는 말이다. 우리 지역의 신문, 방송, 케이블TV 등이 이제는 겸영과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생존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지역 언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것이 공익을 위한 미디어의 존재 이유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학교

미 아칸소주의 한 지역은 학교가 너무 멀어서 통학시간만 왕복 4시간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습부진으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고, 전체 인구의 2%만이 겨우 대학을 나왔다. 고민하던 주정부는 이들을 위해 통학버스를 이동교실로 만들고, 컴퓨터와 초고속통신망을 연결해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만큼 자녀의 학습에 대해 열의를 갖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전 국민의 94%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90%의 인구가 초고속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축복처럼 만들어진 이러한 환경이 이제 교육에 접목되어야 할 때다. U러닝, 곧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미래의 교육 환경이다. 아이들이 언제(right time), 어디서나(right placel), 원하는 방식으로(right way)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 교과서도 단순한 텍스트 형태에서 벗어나 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멀티미디어 학습 자료로 만들어 주고, 참고서, 문제집 등 필요한 자료도 웹을 통해 즉시 찾아보게 해 주고, 무엇보다도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사이버공간으로 공부하는 환경을 확대하여 자신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 할 수 있게 해 주자. 정부에서는 3년 전부터 종이 교과서를 대체해 디지털교과서라는 학습 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20여개 연구학교를 지정해 U-러닝 환경을 구축,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추가로 92개의 학교를 신규로 지정하는 등 2011년까지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유비쿼터스 교육 환경을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업 성취도측면에서 중상위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효과가 있음도 검증됐다. 디지털기술에 저항 없는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라 그 만족도도 월등하다고 한다. U러닝은 산업으로의 성장가능성과 콘텐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정보기기 등 산업의 가치사슬상 관련 기업들의 동반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더불어 해외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나아가 교육의 지역적, 계층적 차별, 기회의 불균형을 최소화함으로써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환경으로 반드시 만들어 가야될 것이기에 경기도가 먼저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권택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저탄소 시대, 농업이 블루오션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온실가스 배출 의무감축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온실가스 배출 의무감축국이 되면 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국가 인벤토리 구축, 배출량 산정 및 국가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배출특성 분석과 배출량 계산체계를 구축하여 정확한 배출량을 산정하고 배출요인별로 적절한 저감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검증, 보고체계가 잘 갖춰져 산정결과가 매우 정확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통계자료와 관련 연구 성과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에너지 생산 등 산업공정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에 따른 경비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농업은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 물 관리나 유기물 사용방법 개선, 질소비료 투입저감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에 국내·외 산업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도입될 경우, 농업은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벼농사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량을 우리나라 통합배출계수와 IPCC 2006년 가이드라인의 최저배출계수를 적용하면 연간 309만 CO2-ton에서 1천245만 CO2-ton까지 배출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러한 논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은 기술개발과 영농실천에 따라 최대 936만 CO2-ton까지 줄일 수 있다. 이를 현행 탄소시장 가격인 톤당 22.6유로를 적용하면 연간 최대 3천173억원의 국가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농업부문 국가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발과 인벤토리 구축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친환경 녹색산업인 농업은 국가간, 국내 산업간 탄소배출권 거래와 같은 유망한 기회요인을 가지고 있다. 이에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제시 및 구체적 이행체계 시행을 비롯해 IPCC 기준에 부합한 온실가스 배출계수 개발, 배출량 통계구축을 위한 인벤토리 체계 구축 등 철저하고 지속적인 농업연구가 병행된다면 농업은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은기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취업고시

원래 ‘고시’라고 하면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을 일컫는다. 고시는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고, 수 년 동안 준비하여야 하는데다 우수한 수재들이 몰려서 좀처럼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취업대란과 함께 7급과 9급 공무원 시험도 언제부터인가 수백대일의 경쟁률이 되면서 수년 전부터 ‘공시(?)’라고 불리워지고 있으며, 좀 괜찮은 직장의 입사시험은 취업고시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한 경기도 공공재단의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면접을 봐준 적이 있다. 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이라서 그런지 경쟁률이 130대 1이나 됐고, 면접 경쟁률도 5대 1에 달했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때인지라 면접위원이라는 자리가 꽤나 부담스러웠다. 취업을 위해 필사적으로 도전해 온 젊은이들의 간절한 희망을 꺾는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쟁쟁한 실력자들이었다. 소위 명문대 출신과 토익점수가 990점 만점에 문제 하나밖에 틀리지 않은 985점 짜리를 비롯해 고득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면접에서는 필기시험 성적이나 토익점수, 출신대학 등과 같은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가치관과 사고방식, 친화력, 신뢰성, 창의성 등과 같은 인성적인 면을 더 중시했다. 무엇보다 인상이 좋아야 한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해야 한다. 면접관으로써 취직시험이 마치 모 방송사의 인기 프로인 고교생 퀴즈대회에서 골든벨 울리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계속되는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사회불안 요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의 가속으로 청년들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청년백수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경제회생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이때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갈 곳 없어 낭인으로 방치되어서는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 취업고시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탈락해 크게 실망했을 인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아프다.

문화의 다양성 요구되는 사회

삶의 표정이 다원화되면서 문화를 선택하고 즐기는 방법과 종류들이 많아 졌으며 그에 맞는 다양한 문화적 상품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전통예술은 표현방식과 선택의 폭이 일반 대중문화에 비해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전통예술을 하는 지역 예술인들은 창작 작업과 더불어 지역의 미시적이고 향토적인 민속 문화들을 재해석하고 특색있게 구성하는 작업에 중심을 둬야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한강지역 민속놀이 중 하나인 12바탕 잉어놀이가 소멸되어 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남의 두미강변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들은 주위 여건상 농토가 거의 없고 주위가 돌벼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는 북한강이나 한강 강변 사람들 또한 비슷한 여건을 지니고 있다. 이에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뽕나무 심기를 사람들에게 권장했다고 한다. 한말의 ‘황성신문’ 1900년 3월1일자를 보면 두미강 근처의 하도면 구선동(현재의 와부읍 월문리 구성동)에서 뽕나무 수십만 그루가 키워졌다는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렇듯 두미강 주변 사람들은 농업을 대신해 나무를 하거나 뽕나무를 심어 생계를 이어나갔으며 이 뽕나무에서 키운 누에에서 나온 실로 잉어몰이를 하는데 사용하는 그물을 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1973년 팔당댐이 생기면서 잉어놀이는 사라졌다. 최근 각 지자체들은 고기잡이행사나 낚시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이 지역 축제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지는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 지역의 고유하고 소박한 문화적 자산은 삶의 다양한 가치를 창조해 내고 더 나아가 지역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것은 한마디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지역에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꿔왔던 우리 선조들의 슬기가 담긴 지역 고유의 민속놀이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행사들을 가꿔 나갈 때야 비로소 우리의 무형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면서 현재 삶의 질을 높이고 독창적인 지역문화상품으로 거듭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금년은 소가 미소 짓는 해

소는 근면성실하고 말이 없는 과묵한 동물이다. 인간들에겐 고기와 젖을 제공해 준다. 사람들은 어려움이 있을 때 소 머리를 놓고 간절한 축원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소 때문에 전국이 시끄럽고 소를 몰아내려고 온 국민이 방송에 속아 한 달간의 촛불을 태웠으나, 소는 말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올해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를 맞아 ‘다섯 마리의 소’를 길러보자. 사회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법보다는 ‘떼법’이 우선하여 국민들의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법과 규정은 보통사람의 보편적인 가치판단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옳고 그름이 결정돼야 하는데, 근래에 와서는 목소리에 따라 결정돼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판단의 기준이 자의적·정치적인 입장에서 옳고 그름이 결정되고 있으니, 온 국민들은 옳은 일에 굴하지 않는 ‘옳소’를 길러보자.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요 민주주의의 산실이다. 의원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당리당략의 싸움질만을 하고, 서로가 못 믿어 상대 탓으로 돌리며, 발목 잡는 반대, 폭력으로 깽판 치는 의원들도 있다. 이들은 ‘믿소’라는 소를 길러보길 권한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이해관계에서 명분과 이론에 밀리면 집회나 시위의 물리적인 행동으로 관철시키려고 한다. 인터넷 논객들의 댓글은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험담과 중상모략으로 상대를 죽게 만드니 이것이 진정 언론의 자유인가 인권의 말살인가?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끊이지 않고 신물나는 노사분규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마소’를 권유하고 싶다. 국민들은 3D업종의 일을 기피하다가, 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해외로의 공장 이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일자리 탓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는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춰 찾아 일하는 ‘하소’를 길러보자. 그리하여 온 국민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그려 보자. 올해는 ‘옳소, 믿소, 마소, 하소, 그리고 미소’를 길러 소(牛)가 미소(微笑)짓는 기축년의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동적 무효’의 매매계약

김포를 포함한 경기도 일대 많은 지역들의 토지는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신도시개발, 뉴타운 개발 등 각종 개발로 투기우려가 있는 곳에 대해 그 투기세력을 조기에 차단하고자 마련한 제도로써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에서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 등을 할 경우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으로부터 그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있는 김포의 경우도 신도시 건설을 위해 2003년 5월14일자로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법률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많은 의뢰인들이 토지거래계약허가제도가 무엇인지,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일반 매매계약과 똑같은 것처럼 생각하고 계약을 하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히 명백히 계약 상대방이 계약상의 의무를 지키지 아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송 등에서는 패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A씨는 자신 소유 김포 고촌 소재 땅을 5년 전 대규모 아파트건설을 한다는 B기업에게 팔고 계약금 10%만 받았다. 그리고 잔금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다음에 받기로 하였다. 그러나 B기업은 계약시 6개월이면 잔금을 지급할 수 있고 바로 사업시행승인을 받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호언장담과는 달리 5년이 지나서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B기업에게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최근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과연 A씨의 계약해제 통보로 계약은 해제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내의 매매계약의 효력은 한마디로 ‘유동적(流動的) 무효’이다. 즉 관할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그 매매계약이 무효이고 허가를 받아야만 비로소 매매계약이 유효로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은 매수인이 계약서에 정한 시기에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그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위 사례와 같이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계약을 해제하거나 무효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는 계약시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 내의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을 해야 한다. 자기 땅을 팔고도 위와 같이 법적 지식의 부재로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 변호사

버릴 때 얻는 것

외과의사로서의 내 하루는 외래진료와 수술로 채워진다. 흔히 수술이 외래진료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게는 외래진료가 수술보다 어렵다. 수술은 내 노력과 준비에 따라 해결될 수 있지만, 외래진료의 경우 그 해결책이 환자 본인에게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퇴행성 관절염 초기로 진단된 50대 환자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 초기상태입니다. 노화가 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다행히 심하지 않으시니 이제부터 관절 관리 잘하시고, 증상이 심할 때만 병원에서 치료받으시면 됩니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다. 이에 대해 환자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그래요? 심각한 병은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다행입니다. 이제부터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이지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이런 환자들은 가끔씩 불편함을 겪기는 하지만 삶을 전체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두 번째는 “퇴행성 관절염은 한번 생기면 낫지 않는다는데, 아직 젊은데 벌써 퇴행성 관절염이 생겼네, 큰일 났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이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에서 여러 병원을 방문하면서 온갖 치료법을 시도해보지만, 결국은 특별한 효과 없이 큰 고통에 시달린다. 무릎 상태는 비슷하지만, 현재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에 미치는 영향은 현저히 다르다. 노화에 의한 신체증상으로 인해 본인의 건강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남아있는 세월의 소중함을 깨달아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이는 작은 버림으로 더 큰 것을 얻는 경지일 것이다. 작은 것을 버림으로써 큰 것을 얻는 경우는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는 모든 환자에게 의학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환자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문제와 더불어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선배가 해준 충고, “최선의 노력에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환자를 위한 좀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내 스스로 자주 일깨우는 말이다. 의학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을 때, 내가 진실로 환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환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음식폐기물로 에너지 만든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는 현대문명의 기반이었으며 인류의 풍족함과 편안함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인류는 엄청난 양의 석유와 화석 연료를 지난 100여년간 사용해 왔다. 엄청난 양과 낮은 가격은 값싼 에너지와 동력을 가능케함으로써 현대 문명을 지금의 모습으로 키우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류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석유의 급속한 고갈 및 대량의 온실가스 발생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지열에너지, 소수력발전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생물 전환기술 발전은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각종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 생산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최근 생물자원(바이오매스)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해 많은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상용화는 곡물가격의 급등을 초래하여 최근 옥수수 가격은 2006년 하반기 중 66%, 소맥과 대두 가격도 각각 35%와 15%씩 상승하여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UN 보고에 따르면 2008년 현재 10억 인구가 기아상태에 있으며 37개국이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바이오매스 탐색의 일환으로 도시 고형폐기물과 같은 유기성 폐자원 및 임산물, 농산물계 부산물(볏짚, 옥수수 대, 나무 등), 폐지 및 목재 등의 섬유소계 바이오매스 활용 기술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바이오매스 자원이 빈약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음식폐기물과 같은 유기성 폐기물과 농산물 잔재물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생산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와 연구가 절실하다. 이에 우리 연구원에서는 다양한 당 전환 기술을 이용하여 유기성 폐기물인 음식물쓰레기, 섬유소계 비식용 작물인 갈대 및 농산물 잔재물인 왕겨로부터 바이오에너지 원료인 포도당 생성 실험을 실시한 결과 각각 건조무게의 45%, 55%와 52%의 높은 당 생성률을 얻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에탄올 생산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는 국내 기존 유기성 폐자원 자원화·재활용 방식의 기술적 문제점을 극복, 지구온난화 방지, 에너지 자급도 향상 및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 창출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김종찬 道보건환경연구원장

미스터 토일릿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영면의 길로 들어섰다. ‘미스터 Toilet’으로 불릴만큼 화장실문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언론사들이 평가하고 있다. 수원 화성(華城)을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장본인기도 하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 나라의 문화유산을 제치고 우선적으로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에는 화성성역의궤를 들고 시장님이 직접 삼고초려를 했다는 설도 있다. 2002년 지방의회선거에서 처음 심시장님을 보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서로의 공통점이 있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사겸 해서 선거사무실에 들렀다. 어렵게 독대한 자리에서 시장님은 다짜고짜 초면인 나에게 입고 있던 겉옷을 벗더니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곧이어 다시 단추를 어긋나게 처음부터 잠궜다. “첫 단추를 잘못 잠그면 이렇게 모든 일이 어긋나는데 젊은 사람이 처음부터 올바른 정치를 하시라”며 덕담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셨다. 처음 출마하는 입장에서 시장님의 그런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시장님은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지방의 독자적인 자치행정을 위해 노력하셨다. 지방의원공천제 법안이 입법 발의 되었을 때 혼자서 단식농성을 하셨다. 지방자치를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이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이야 그 폐단이 나타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혜안(慧眼)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2년전 전립선암을 선고받았을 때 주변에선 미국에 가서 치료받기를 강력히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님은 몇 달 남지 않은 세계 화장실 협의회 총회를 앞두고 혼자서 치료 받을 수 없다며 총회가 끝난 후에 가겠다고 급구 사양하였고, 결국 적기에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럴줄 알았다면 강제로라도 치료받도록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한가지 일에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남은 후학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엊그제 빈소를 방문하고 고인의 마지막 유언을 지인에게 들었다. “날씨가 추울테니 연화장에 빈소를 차리고 부조금은 절대 받지 말 것이며, 오는 사람들에게 성심성의껏 대접하라” 시장님 특유의 부드러운 시선과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 생을 수원을 위해 헌신하며 수원화성의 복원과 세계 최고의 화장실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명욱 수원시의원

미디어냐? 언론이냐?

최근 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한 여야 충돌로 국회가 파행으로 얼룩지고, MBC를 비롯한 언론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단 국회도 파업도 잠시 정상화되었지만, 2월에 다시 논의될 예정이어서 또 한번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의 근본원인에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문과 방송의 소유 경영 제한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규제를 완화하여 미디어 산업 전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문과 인터넷이 융합되는 등 미디어 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책과 규제는 그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므로, 신문사가 보도 채널을 운영하게 하고,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대기업에게도 어느 정도 길을 터주어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방송 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야당은 신문사가 보도 방송 채널 사업에 진출하거나 종합 편성 채널 사업에 진출할 경우,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저널리즘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까지 그러한 방송 사업 진출이 허용될 경우 사회적 책임은 약화되고, 이윤 추구 동기가 강하게 되어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반된 입장은 개념부터 다른 용어를 사용하게 한다. 한편은 미디어라고 부르며, 다른 한편은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도 맞고, 언론도 맞다는 데 있다. 신문과 방송은 모두 미디어이자 언론이다. 우리는 신문을 이제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전화 사업을 하던 기업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간에 융합이 다양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서로 미디어냐 언론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미디어 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지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위에서 우리는 미디어와 언론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래 성장 동력 콘텐츠 산업

미국 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2%대 심지어는 마이너스의 성장을 예측하는 비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경제학자들은 국가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성장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기업이나 개인은 자금의 여유가 생길 경우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채를 갚거나 저축을 선호하기 때문에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우는 재정지출의 확대를 통해 내수시장에서 소비 지출의 확대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업 생산의 증가와 기업 활동을 확대함으로써 성장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일회성 공공사업은 재정적자를 심화시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낳게 될 우려가 있다. 이에 국가 재정을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것은 물론 건전한 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장·단기적 경제 성장 촉매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경우 차기 대통령 오바마는 초고속망의 확충 등 재정지출의 주된 산업 중 하나로 다양한 IT투자를 통해 자국의 내수시장 진작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 지식서비스 산업의 핵심 산업인 콘텐츠 산업은 아주 중요한 산업적 영향력을 가진 산업이다.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나 고용 창출 효과 측면에서도 재정 투자 확대의 대상 산업으로 깊이 고려해 봐야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오락서비스의 취업 효과가 10억원당 13.05명, 교육서비스가 19.71명으로 금융/보험의 6.24명이나 자동차의 2.51명보다 월등히 높다. 교육용 혹은 오락용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면 통신/방송망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 및 정보기기 산업이 더불어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3%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반면 다양한 문화유산과 국민의 창의성 그리고 IT기술 수준이 어느 나라보다 월등하다. 이와 더불어 세계인들의 소비 장벽이 가장 낮은 산업적 가능성을 보유한 미래 유망 산업이 바로 콘텐츠 산업인 것이다. /권택민 道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

농업은 ‘희망이자 미래’

‘대한이 소한집에 가서 얼어죽었다.’는 말이 있다. 지난 1월5일은 한 해의 가장 추운 날이라는 ‘소한’이었다. 새해는 이렇게 혹독한 추위로 시작됐다. 애꿎게 소한, 대한이라고 절기 탓을 해보지만 온몸으로 감지되는 ‘추위’는 올해에도 밝지만은 않다는 경제 상황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정부기관을 시작으로 대기업 등 사회 전반에서 감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은 크게 올라 소비 역시 주춤하고 있다. 설렘과 도약을 꿈꿀 새해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움츠러든 이때 감히 ‘희망’을 꿈꾼다면 그것은 ‘몽상’에 불가할까? 하지만 자신 있게 희망을 말할 수 있다. 그 희망의 근거는 바로 ‘농업’이다. 이에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농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나 산업경쟁력 등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농촌’에서 ‘차마 꿈에든 잊힐리야’라고 한 시구처럼 아련함과 그리움을 연상한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표현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을 동반하는 표현이다. 우리는 21세기 이 시점에서도 그곳을 여전히 노스탤지어의 공간, 딱 그만큼으로만 가둬두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농촌은 엄연히 현실의 공간이며 미래 선진농업을 이끌 ‘희망의 공간’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점차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이면 의무 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업은 바로 이런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능동적인 산업이다.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 물 관리나 유기물 사용방법 개선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녹색산업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생명공학, 정보화기술을 접목해 농업R&D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농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쌀’의 자급을 달성하였듯이 LED, 바이오매스 등 농업에너지 분야에서도 녹색기술을 이용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이렇듯 21세기 한국 농업은 친환경 녹색기술을 바탕으로 농업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어두운 경제의 길목에 ‘빛’을 밝히고 있다. 이제는 우리 농업에 품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막연한 그리움에서 벗어나 ‘희망’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다. /조은기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무너지는 국격(國格)

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요즈음의 정치판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 온 적이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국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서 느꼈던 것을 한마디로 축약해서 한 말이다. 국회에서 선량(善良)들이 펼치는 활극은 가관이었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 그렇게까지 유린될 수 있는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민심이 흉흉한 판에 TV에서 비춰지는 난장판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와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기물을 부수는가 하면 탁자에 올라가 점프를 하며 철제 파이프를 휘두르는 행동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이런 장면을 보고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했다. 추한 장면들이 전파를 타고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으니 코리아의 망신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개인에게는 인격(人格)이 있듯이 나라에도 국격(國格)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 된지 오래 됐으며 세계 13위의 경제력도 과시하고 있다. 수출은 무려 4천억을 넘어섰다. IT와 반도체, 조선의 강국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우리나라의 위상도 이제 개도국의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격도 이에 걸맞게 품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퇴계나 율곡 같은 고명한 선비들이 계셨고 예(禮)로 말하면 중국도 우리를 알아줄 만큼 품격을 존중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현대화 과정에서 기품은 사라지고 막가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이제 국회에서조차 예와 절제의 미덕보다는 육두문자(肉頭文字)와 육탄(肉彈)이 활개를 치고 있으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국격은 지도자들이 세워 주어야 하고, 특히 국정을 담당하는 정치인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대중 매체로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나가는 데 그렇게 시중잡배들이 하듯 막 해도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이 보고 있지 않은가. ‘동방의 예의지국’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세워 놓았던 우리의 자랑스런 선비들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이다. 난장판 국회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을 지 새해 벽두부터 걱정이다. /전진규 경기도의원

예술문화, 어디까지 왔는가

옛부터 예술인은 정신문화의 기수요, 민족혼의 횃불임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과연 사명에 입각하여 우리의 책임을 다해왔는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할 때다. 글 좀 쓰고, 그림 좀 그린다고, 그리고 무대에 한 두 번 올랐다고 예술인입네 하는, 자신의 명예와 사리사욕만을 좇는 사이비 같은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예술인들의 삶은 더 윤택하고 풍요로워져서 창작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어야 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예술인들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이 설 자리마저 잃어버린 처지에 놓였다. 지방으로 갈수록 실질적으로 문화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이 윗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자신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실질적인 예술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 한 해 경기도에서는 87개의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아닌 옛부터 의식 행위로 행해지던 것에 점차 예술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축제는 양적으로 많이 증가했으나 그에 따른 질적 성장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경기도 한 지자체의 경우 축제 예산을 2006년에 비해 2008년 무려 68.83%를 증액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우리의 전통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축제의 내용이 자치단체장의 잣대로 좌지우지되는 경우 마저 있으니 더욱 걱정이다. 축제는 정통성있는 민속의 형식과 내용을 계속 발전시킴과 동시에 현대화를 추구함으로써 지역의 주민참여와 공동체험 등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낼 때 축제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축제와 같이 지역 예술인과 지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행사의 성패를 좌우할 경우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 분위기의 조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 관은 예술활동에 대한 끊임없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렇게 될 때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는 더욱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전미애 경기북부예총협의회 회장

평가는 교사의 책임과 의무

요즘 지상의 보도를 보면 몇몇 교육자들이 평가를 거부한다고 하여 ‘징계다’, ‘퇴출이다’하며 시끄럽다. 어떤 일이든 사업을 하려면 계획(plan)하고-실행(do)하고-결과(see)를 반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반성이 바로 평가이고 또한 진단이다. 평가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평가는 계획의 수립자와 사용자,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들도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러 다닌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수정보완을 통해 더 좋은 제품 만들기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회사이다. 그렇다면 인간교육을 하는 학교의 교육은 누가 평가할 것인가. 직접적인 평가는 교육계획을 세운 학교장이 평가를 해야 한다. 따라서 평가는 선생님들에 의해서 평가를 해야 됨이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평가는 교육의 원리이며 규정이고, 효율적인 지도 기술의 방법을 찾아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지도에 대한 효율성과 방법성, 경제성까지도 생각 할 수 있기에 교육평가는 자신에 대한 평가다. 교사는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듣고 배운 것이 없다면 얼마나 실망을 하겠는가. 학생의 입장에서 평가를 생각하면 자신의 수업방법과 수강태도에 관한 평가이기도 하다. 의사는 환자의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각종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최단시간 내에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는다. 이러한 진단이 바로 평가인 것이다. 이제 교육도 효율성과 능률성, 경제성을 생각하는 교육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도방법과 기술 그리고 열정의 농도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것이 바로 자신의 평가이다. 평가는 자기가 자신을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다른 상대가 나를 평가해서 이야기하게 되고, 평가의 대상에서 내용이나 실적이 부족한 사람은 구구한 변명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를 생각해 보자. 따라서 우리 교사들은 적게는 40명의 학생이 나를 평가하고, 또 옆의 동료가 바라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법률서비스 필요한 ‘무변촌’

매년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에서는 1천여명의 법조인이 새로 배출된다. 그 중 판사나 검사로 임관하는 300여명을 제외한 700여명은 변호사로서 재야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더구나 재조에 있던 판·검사들 중 일부 또한 재야에 변호사로 나와 한 해에 변호사로 나오는 수는 어림잡아도 적어도 500명 내지 7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도 5만명 규모 지자체 178곳 중 61곳이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무변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가까운 법원 앞에 가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법원 앞에는 건물마다 빼곡하게 변호사 간판이 정신없이 걸려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법원이 없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이 서두에 변호사 수와 무변촌 얘기를 꺼낸 것은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 문제를 언급하고자 함이다. 필자 역시 무변촌이라 불리는 김포에서 6년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김포에는 한 분의 변호사가 계실 뿐이었다. 필자는 당시 김포에 법무법인의 분사무소 주재변호사로서 상주하여 근무를 하면서 무변촌만의 장점과 단점을 몸소 절실히 깨달았다. 당시 대부분의 김포시민들은 김포 관내에 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법무사의 조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다가 2004년 필자가 김포에서 사무실을 개업하고 무료법률상담까지 하면서 김포시민들은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법적고민들을 스스럽지 않게 변호사에게 얘기하고 법적조언을 받게 되었다. 또한 소송을 의뢰할 경우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법원 앞의 먼 거리까지 갈 필요 없이 집 근처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소송서류 등도 변호사 사무실에 쉽게 전달할 수 있고 변호사와 소송에 관한 자세한 얘기도 직접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필자는 법원이 원거리에 있기 때문에 매번 재판시마다 차를 끌고 운전해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변호사와의 법률상담, 소송진행, 각종 공증 등의 다양한 법률서비스 혜택을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받는 김포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볼 때 그 번거로움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시민에게 다가서는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호사 수의 증대에 걸맞게 2009년에는 무변촌에도 많은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서 지역사회에 한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가 제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해 다짐

무릎관절 전공인 나의 진료실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로부터 80세를 훌쩍 넘긴 노인까지 넓은 연령층이 찾는다. 진료실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설 때 마다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나이다. 왜냐하면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나이에 따라 그 원인 및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상검사에서 나타나는 객관적인 소견은 육신의 나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 병으로 인한 증상의 정도는 마음의 나이에 따라 오히려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영상검사에는 관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은 육신의 나이보다 마음의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고, 인공관절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심한 병을 앓고 있는 분이 별다른 고통 없이 행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분들은 예외 없이 젊은 마음 나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육신의 나이와 함께 마음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이 치료방침을 정하고 치료 결과를 예측할 때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육신의 나이는 생년월일로 쉽게 알 수 있지만, 마음의 나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진료실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마음의 나이를 결정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하여 진료의 지표로 삼고 있다. 육신의 나이에 비해서 마음의 나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어서 매사를 희망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무릎 아픈 것을 얘기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는다. 둘째,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시간을 갖는다. 셋째,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 너무 길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계획을 세운다. 10년, 20년 후의 먼 훗날의 일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늘, 내일 또는 이번 달, 다음 달을 멋지게 보낼 계획을 세운다. 언제부터인가 내 스스로도 육신의 늙어감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 나이를 묻게 됐다. 나에게 있어 마음 나이의 척도는 이즈음 하게 되는 새해 다짐이 그 척도가 되는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새해 소망은, 올 한 해 하루 하루가 좀 더 맑고 넓고 깊어지는 세월이 됐으면, 그리하여 내 진료실이 단순히 무릎의 병을 고치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지금 우리 모두의 시련이 세상의 허와 실을 살피고, 앞날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임을 깨달을 수 있는 마당이 됐으면, 언제나 밝고 희망찬 하루를 살 수 있으면, 육신의 나이에 관계없이 그는 늘 청년임을 깨달을 수 있는 도량(道場)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교수

천년의 지혜 유기그릇

인류가 구리(Cu)를 이용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를 청동기시대라고 하며, 대체로 BC 10세기 무렵에 시작되어 BC 4세기 무렵까지 계속되었을 것으로 본다. 이 시기 이후 우리 선조들은 놋쇠로 만든 생활도구인 유기(鍮器)를 사용하였고, 고려시대에는 놋쇠가 평민층까지 확산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서민들도 식기나 제기, 대야, 요강 등 놋쇠를 이용한 도구가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무기재료로 강제공출 된 이후 차츰 없어지기 시작하였고, 이후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법랑 등이 식기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놋쇠가 갖는 항균효과 및 보온성 등의 뛰어난 효능과 아름다운 빛깔로 인해 고급음식점의 불판, 식기 등 놋그릇의 사용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구리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필수영양소로서 일정량을 섭취하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의 하루 섭취권장량은 2㎎이며, 대부분이 먹는 물과 음식물을 통하여 섭취되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통하여 보충하기도 한다. 모든 영양물질과 마찬가지로 구리를 다량 섭취할 경우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이 대변이나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인체의 만성독성은 보고된 바 없다. 우리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사람을 포함한 고등동물에게는 필수영양원소이면서 세균 등에는 독성을 나타내는 구리의 성질을 이용하여 식중독 원인균인 비브리오균과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등에 대하여 살균력을 실험한 결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식기류는 살균작용이 없었지만 방짜에서는 12시간이내에 이들 병원성세균이 완전하게 사멸하였다. 또한 수족관에 방짜를 넣고 48시간이 경과하면 횟감으로 즐겨먹는 우럭, 광어, 가리비, 백합 등의 어패류에 오염된 비브리오균이 99%가 사멸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놋그릇이나, 놋수저 등 구리재질을 간단하게 수족관에 투입하면 비브리오식중독균 등의 병원성세균이 사멸되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으며,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수족관냉각기 사용 등으로 인한 전력소모가 감소되어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가 있다. 이러한 유기그릇이 많이 생산 판매되어 꽁꽁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활력이 되고, 건강도 유지되는 새해이길 소망해 본다.

경기부양

연초부터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대통령담화를 통해 우선적으로 비상경제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하고, 전국의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상반기내에 전체 예산의 2/3를 집행하라고 엄한 명령을 내렸다. 돈 빨리쓰면 추경에 또 주겠다고 당근까지 제시한 상태이다. 미국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는 그동안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해왔던 허약하고 불안정한 경제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한 경제살리기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양 호들갑을 떨지만 실제로 위기가 기회로 전환 될 수 있는 묘책이라고 기대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대규모 토건사업은 대기업이 원청을 맡아 실제 중장비를 보유한 하청에 일을 맡길 것이고, 그러면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증대에 일정하게는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만 건설노동자 중 상당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아 내수경기진작에 큰 도움이 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관급 공사라는 것이 책임이 중요한데 돈은 미리 지급하고 하청이 부도가 나면 공사의 차질이 발생할 소지도 크다. 경기 부양도 좋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밀어 부쳤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피부적으로 많이 느낀다. 서비스업종의 경기부양정책이 마땅이 없는 듯 하다. 연말 송년회가 대폭 줄어서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힘들다고 울상을 짓는 상가를 많이 봤다. 대규모 토건사업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서비스업종, 서민복지분야,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공공부문에서의 고용안정 등 보다 국민들 품으로 섬세하게 파고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 바란다. 견인불발(堅忍不拔)이라는 말이 있다. “굳게 참고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라는 뜻이지만 오히려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정도를 걷는다”라는 속뜻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대통령의 담화에서 위기라는 말이 29번 나왔다고 한다. 위기일수록 신뢰를 쌓고 국민과 소통하는 민주주의가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근본적인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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