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제2의 녹색혁명

조은기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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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얼마 전 한국기계연구원(KIMM)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업공학분야의 미래기술을 예상해볼 수 있는 공동 연구 과제 중에는 ‘식물공장’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다. 사실 식물공장은 지난 1960년대 북유럽을 시작으로 80년대 미국·일본·캐나다·네덜란드 등지에서 실용화돼 왔다. 새삼 ‘식물공장’에 대한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식량이 곧 안보라는 인식이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식물공장은 인공광원 사용에 따른 광열비용이 만만치 않아 식량안보를 위한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딕슨 디스포미어 교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이용, 이 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수직 농장은 도심 한복판에 수십 층짜리 고층건물을 지어 각 층을 논밭으로 활용하는 미래 농법을 말한다. 건물의 층수를 높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농지를 늘릴 수 있어 이론적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기존의 10배 이상 늘일 수 있다. 이 수직농장의 핵심은 기존의 시설재배의 개념을 확장하고 대형화해 대도시에 충분한 양의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농작물은 모두 수경재배로 키워 흙이 필요치 않고 병충해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유기농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필요한 물과 전력은 모두 도시의 하수로부터 얻는다는 생각이다. 수직농장을 지어 남아도는 기존의 농지는 숲을 조성하여 생태계를 복원하고 대기 중에 지나치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직농장을 도심에 짓게 되면 유통문제가 단순화 되어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세계 최초로 ‘스카이팜’(58층·74만㎡)이란 이름의 수직농장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며 미국 등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제2의 녹색혁명은 절박하다. 그리고 미래의 농업은 식량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의 변수 최소화가 중점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조건을 통제할 수 있는 농법과 기술이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에 농업공학분야의 핵심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는 도심속 첨단 식물공장은 우리 농업·농촌의 전망을 밝게 하고 국가 녹색기술을 위한 희망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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