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극복은 나눔으로부터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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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주요 방송사의 저녁 뉴스는 시작부터 거의 절반 가량 경제 뉴스로 채워진다. 오바마 정부의 구제 금융에서부터, 자동차 산업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쉴새 없이 경제 위기 관련 뉴스를 내보낸다. 그런데 3월부터 NBC 저녁 뉴스는 ‘다르게 만들기’라는 흥미로운 코너를 방송하고 있다. 이 코너는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나눔의 예를 다양하게 소개하며 다른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며칠 전에는 덴버 시에 새로 오픈한 식당 ‘Same Cafe’가 소개되었다. 이 식당에는 점심 때 메뉴에 식사 가격이 없다. 사람들은 식사비를 낼 수도 있고, 공짜로 먹을 수도 있다. 경제위기에 많은 사람이 실직하여 이 식당에서 무료 점심을 먹지만, 더 많은 식사비를 내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두세 명분의 식사비를 냄으로써 두세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10대 히트 상품의 하나로 ‘기부’를 꼽았다. 날로 진화하는 휴대전화, 강마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함께 기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의미 있는 나눔’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히트 상품인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억만장자의 기부가 아니라 이름 없는 이들의 소액 기부의 확산이다. 기부나 후원을 통해 적은 금액이라도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일반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소액기부 프로그램 ‘100원의 기적’은 4만4천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돌잔치나 회식비를 기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도를 뜯어고치고, 구제 금융을 풀고, 구조 조정을 하는 방안들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에 내 자신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나눔이야말로 공동체를 살아가는 인간을 특징짓는 것이며, 역사의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돈 있는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Same Cafe’의 정신이야말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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