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매년 9월 개최되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세계 최대의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로 예술과 과학, 산업의 융합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BMW, HP 등 글로벌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며 전 세계의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들이 모여 상상력과 기술을 결합하고 현실 문제 해결과 사회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1979년 시작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중심에는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예술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수행하는 ‘퓨처랩(Future Lab)’이 있다. 이 연구소는 지멘스와 협업해 의료 영상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버추얼 아나토미’, 와콤과 협업해 생체신호를 그래픽화하는 ‘라이프 잉크’, 도이치텔레콤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차세대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 기술 융합으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맞춤형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기업 혁신을 위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기업과 예술, 과학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문화, 기술과 산업뿐 아니라 도시와 지역사회의 혁신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자신들의 노하우와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지역 연구개발(R&D)과 교육을 혁신하고 공장과 폐우체국을 창조 산업의 허브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문화와 기술의 창의적 융합으로 낙후돼 가는 철강산업 도시였던 린츠는 디지털 아트와 혁신의 글로벌 허브로 변모하면서 2014년 유네스코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돼 연간 1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도시와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된 것이다. 린츠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사례는 기술혁명 시대의 경쟁력이 창의적 생태계 구축에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혁신을 이끌어 내는 국가와 도시만이 미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에는 전 세계 67개국, 1천260개의 프로젝트가 참가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출품작의 25%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었다.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는 지난 몇십년보다 기술과 예술과 산업과 사회의 변화가 더욱 밀접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이며 그것을 선도하는 새로운 씨앗들이 이곳에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 문화의 유기적인 융합은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이며 다가오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 린츠시가 만들어낸 예술과 과학, 산업의 싱크탱크와 허브의 구축이 우리에게도 시급한 이유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4-11-27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