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거야’/ 그러자 난 내가 미워졌다.” 독일의 극작가 겸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의 시(詩)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통해, 나치의 만행과 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 비극을 증언했다. 그는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덴마크와 체코, 모스크바, 미국 등 15년간 망명생활을 하며, ‘펜’을 무기로 반나치투쟁을 역설해왔다. 그럼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슬펐는지, 그는 ‘사상자 명부’라는 또 다른 시에서, 나치의 체포명령을 피해 망명했으나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을 비롯 먼저 떠난 동료들을 하나하나 애도했고, 이후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한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삶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단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때론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비하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어린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그만 좀 우려먹어라”, 심지어 “죽은 자식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식의 공감능력을 의심케 하는 막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46명의 군인들이 전사한 천안함 피격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군합동조사단 및 미국·영국·스웨덴·호주 등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음이 확인되었지만, 침몰원인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은 꺼질줄 몰랐다. 암초 내지 동맹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설부터, 금속피로로 배가 갈라져 침몰했다는 설까지 숱한 루머가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전파됐고, 어느 순간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살아남은 장병들은 패잔병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과 천안함 생존자들 모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혐오로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음에, 굳이 그들을 욕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누군가의 슬픔에 기대어 한몫 챙기려는 정치권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그 주역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슬픔마저 정략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세상, 우리 사회가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그대들은 빠져 달라.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때 이른 불볕더위, 폭염 예방 대책

최근 전세계 곳곳에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미국에서는 거대한 열돔 현상이 발생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은 한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 야외 활동이 금지됐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아닌, 폭염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시행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전국의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섰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우리는 이전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 또는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며, 더위에 관대하고 여름에 더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친 더위는 우리 몸에 독이 된다. 사람은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온동물로 36~37℃를 유지한다. 하지만 폭염과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체온이 올라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근육경련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증상과 유사한데, 이를 일사병이라고 한다. 일사병은 체온이 37~40℃인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적절히 수분을 보충하면 나아진다. 하지만 체온이 40℃이상 올라가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태를 열사병이라고 한다. 열사병의 경우에는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노인들은 기온에 대한 적응능력이 낮아 이러한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당뇨병이나 심근경색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낮아지면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폭염으로 체내 수분이 감소하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기존의 혈전은 더 커지거나 새 혈전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발효됐을 때는 특히 만성질환자나 노인은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부득이하게 실외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옷차림은 열흡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밝은 색깔의 헐렁한 옷이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완화된 만큼, 외부에서 운동 또는 작업을 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두는 것도 좋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폭염은 재난의 수준까지 왔다. 기후위기는 곧 우리의 건강 및 생존과도 연결된 이슈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지자체별로 무더위 쉼터, 그늘막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는 폭염도 태풍처럼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뒷걸음 친 정부 환경정책, 지역 독자 행보로 선도를

시행을 코앞에 두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유예됐다. 환경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을 고려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오는 12월1일로 6개월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자원순환보증금 명목으로 300원을 더 내게 하는 제도다. 컵을 반납하면 그 돈은 돌려받는다.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일회용 컵을 덜 쓰게 하겠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대상 매장은 스타벅스 등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가맹점들이다. 전국 3만천여가 해당되는데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10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환경부가 지난 2019년 1회용품 줄이기 로드맵을 내놓았다. 2022년까지 1회용품 35%를 줄이겠다는 포부였다. 그를 위해 올 4월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용기, 포크·수저 등 사용금지 규제 시행, 6월 일회용컵 보증제 시작, 11월엔 매장 내 종이컵, 빨대와 젓는 막대, 우산 비닐 등의 사용금지까지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간 코로나19의 확산과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제도는 캠페인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 정책은 애초부터 따라야 할 입장에서 반발이 불가피한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해당 매장은 추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용자(소비자)로서는 위생에 대한 불안, 불편함을 들어 썩 반기지 않는다. 이번 환경부의 입장 선회는 또한, 정권교체에 따른 눈치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간담회를 거쳐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지만 국민의힘이 정부에 시행유예를 요구했던 점에서 그렇다. 이미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재시행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유예를 제안하자 환경부가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2년의 시간이 그렇게 부족했을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무책임, 정권 눈치보기,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자원순환을 위한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오점을 남겼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 탓을 하며 우리는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인천시 차원에서도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자원순환도시, 해양도시로서 바다로 무수히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고려하면 독자적인 차원의 대응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후퇴한 정부의 행태와 대비되는 전형을 만들 기회가 될 것이다. 인천시 자원순환 및 해양환경 관련부서에서 발 빠르게 검토하고 추진체계를 만들 일이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인천시론] 스윙보트, 투표로 세상을 바꾼다고?

만약 내가 던진 한 표로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면 어떨까? 2008년작 영화 ‘스윙보트(Swing Vote)’는 이런 발칙한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세계적인 대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고자,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모두가 알지만 차마 외면해온 선거 뒤편에 감춰진 추한 민낮을 블랙 코미디 형식을 빌려 실컷 조롱하고 있다. 미국의 작은 도시에 서는 버드는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로 퇴근 후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인 한량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생해, 버드 홀로 재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후보가 똑같은 표를 얻으며, 버드의 한 표로 최종승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재투표까지 남은 10일 동안 양당 대선캠프는 오직 버드만을 위한 선거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버드의 취향과 관심을 쫓는 치열한 표심잡기 경쟁에, 후보자들은 아첨과 뇌물공세를 펼치고, 언론은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도하기 바쁘다. 심지어 버드가 생각 없이 던지는 말에, 공화당은 지역개발이라는 기존의 공약을 뒤집고 환경보호정책을 내세우는가 하면, 이민자보호정책을 펴던 민주당은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버드 한명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하는 순간이다. 10일간 유명인사가 된 버드, 그의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좌충우돌 행태, 이를 뒤쫓는 언론까지 선거를 둘러싼 인간군상을 통해, 한낱 종이에 불과한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하진 새삼 깨닫게 된다. 스윙보터, 특정 정당과 후보자가 아닌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관심 정책 등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로, 흔히 ‘부동층’이라 부른다.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나머지 대세에 따르는 짝퉁 스윙보터도 있지만,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정치가 곧 일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가며 옥석가리기를 하는 찐 스윙보터이다. 영화 역시 처음에는 주목받는 상황 자체를 즐기며 오락가락하던 버드가, 마지막에는 후보들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열 정도로 적극적 스윙보터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투표가 아닌 ‘투표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투표소에 들어가는 버드의 밝은 표정, 깨달음을 얻은 듯 환한 미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6. 1. 지방선거가 코앞인 지금, 내 표가 갖는 무게를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 ‘찐’ 스윙보터가 되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지역참여로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이 중요

해상 풍력발전이 대안에너지원이자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국가적 관심을 받고있다. 해상풍력을 통해 에너지전환은 물론 에너지 주권의 강화와 더불어 연관기업의 육성·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측면의 기여까지를 고려한 선순환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칫 간과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인천과 같이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경우가 그렇다. 해상의 경우 풍력발전시설 조성 시 철새, 갯벌, 부유사 등 자연환경, 거주환경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관련 정부부처인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지역 시민단체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고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인천에서는 현재, 한국남동발전(용유무의자월, 덕적 해상 640㎿), 오스테드 코리아(덕적 해상 1천600㎿), C&I레저산업㈜(굴업도 주변 해상 233㎿), OW 코리아(덕적도 외해 1천200㎿)가 해상풍력에 나섰다. 한국남동발전, C&I레저산업㈜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가시화 단계로 체계적 평가를 위한 준비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해상풍력 개발절차는 타당성 등 입지조사를 시작으로 해상 풍황 측정(1년), 발전사업허가 취득, 환경영향평가 및 해역이용 협의, 발전기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착공·준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중 ‘환경영향평가 및 해역이용 협의’ 단계에서 해상풍력과 관련된 각종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업에 대한 우려와 요구를 수렴한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전반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환경부 장관, 계획수립기관의 장, 산자부 장관이 구성주체가 돼 위원장 등 10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그 과정에서 자칫 사업에 우호적이거나 관계기관 인사 중심으로만 꾸려질 가능성, 입지 여건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운영의 공산이 우려스럽다. 신뢰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지역 이해도가 높은 인천지역 시민단체의 환경영향평가 과정 참여가 너무도 당연하고 필요하다. 또한 이는 환경영향평가법 제1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수립·시행할 때에 해당 계획과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하려는 것이 환경영향평가법의 제정 목적이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형식적 구성으로 흐를 경우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논란과 함께 지역사회를 경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에너지정책을 두고 민관이 대립하는 모습도 매우 곤란하다. 결국 환경부와 산자부 등 관계부처의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한 동시에 인천시의 노력이 중요한 사안이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인천시론] 친족 성폭력, ‘가족’이라는 속임수

“악마의 가장 큰 속임수는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반전영화의 교과서인 ‘유주얼 서스펙트’ 속 명대사이다. 27명의 사망자와 함께 9천만달러가 증발한 희대의 유혈극이 발생하고, 전설적인 범죄자 ‘카이저 소제’가 배후로 지목되지만,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한다. 유일한 생존자인 절름발이 ‘버벌’은 사건 발생 이전 6주간의 여정을 통해 카이저 소제와 직접 마주했던 경험을 공포에 질려 진술한다. 결국 경찰은 부패한 전직형사 키튼을 카이저 소제로 결론짓고, 결정적 단서를 준 버벌을 풀어준다. 이후 경찰서를 빠져나온 버벌의 절뚝거리던 걸음이 서서히 완벽한 워킹으로 바뀌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는 역사상 최악의 스포일러를 탄생시킨 명장면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가 범인이라는 설정은 반전영화의 오랜 공식이다. 하지만 영화는 곧 현실의 반영이라 했던가. 최근 친족 성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가족이라는 단어의 본질적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내 아이를 가졌으니, 넌 내 아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의붓딸을 9세 때부터 12년간 343회 성폭행하고 임신·낙태를 반복케 해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50대 남성부터, ‘일주일에 3번, 쉬는 주 없음. 부족 횟수에 대해 그 다음 주로 추가됨’이라는 사실상 성노예 각서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며, 장기간 10대 의붓딸을 강간해온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역겨운 인면수심의 만행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은 지난 2016년 438건, 2017년 422건, 2018년 465건, 2019년 400건, 2020년 418건으로 하루 1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특수성으로 신고조차 못한 채 덮어버리는 ‘암수범죄’는 제외한 왜곡된(?) 수치다. 결국 삶의 안식처라 믿었던 가족조차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아픈 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이후의 삶을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또한 친족 성폭력 대부분이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시작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교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범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 역시 필요하다. 가족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게 만드는 것, 친족 성폭력의 속임수는 반전영화의 그것보다 치밀하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등산 시작하셨나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산과 강에는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가득 찬 모습이다. 들뜬 마음도 좋지만 이럴 때일수록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산에서의 안전사고는 응급처치가 힘들고 하산 시간이 오래 걸려 신속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이번에는 등산 전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기저질환(평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산에서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고가 간혹 발생한다. 최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산악사고의 원인은 실족·추락(1545건), 조난(753건), 개인질환(364건) 순이었다. 기저질환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의 인구도 등산을 즐기는 점을 감안하면 조심해야 한다. 기저질환 중 고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은 산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요소다. 산에서 발병하면 골든타임(2~6시간)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이 높아 관리 차원에서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한 산행을 할 것을 권고한다. 이밖에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상태를 의미하는 저혈당은 두근거림이나 식은 땀, 손 떨림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방치하면 혼수상태, 쇼크 등으로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사탕, 초코바, 주스 등의 단음식을 챙겨야 한다.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등 환자들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기저질환이 있다면 혼자 산행을 하기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이 응급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등산보다 둘레길 걷기를 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실족이다. 국내 산은 바위가 많은 특성이 있어 실족을 할 경우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등산을 할 때 발에 맞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간혹 젊은 사람들은 운동화나 심하면 슬리퍼를 신고 등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등산화는 발목 염좌를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어 가급적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등산가방에는 붕대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비약을 넣어두는 것이 좋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등산객이 많이 늘어 등산문화도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산행의 목적이 음주였다면, 지금은 등산 자체가 목적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등산 안전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에서의 응급상황은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평소에 염좌 시 테이핑 방법이나 심폐소생술 등의 구호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119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상춘객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봄을 만끽하길 바란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매립지 종료와 변신 위한 안암호 생태적 가치

지난달 어느 맑은 날,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근에서 환경단체들의 주최로 ‘저어새 환영잔치’가 열렸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도심 한 복판, 그것도 좁고 누추하나마 공단지역 유수지에 매년 찾아와 머문다는 것이 어찌 고맙고 반갑지 않을 것인가! 저어새 환영잔치를 빌어 수도권매립지를 떠올렸다. 오는 2025년 사용 종료를 앞두고 그 실현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수도권매립지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4매립 예정지 내 조성된 안암호가 갖는 생태적 가치가 그것이다. 넓은 수면과 초지를 갖고 있는 안암호는 주변과 더불어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그럴 것이 일산호수공원 면적의 5배인 안암호는 134만㎡ 넓이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이다. 안암호는 지난 2009년 담수면적 154만㎡, 담수용량 735만㎥ 규모로 수도권매립지 주변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게 되면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두루미 등이 찾아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매립지가 야생생물의 보고이자 마지막 남은 대규모 서식처가 되는 셈이다. 특히 4매립지 배후습지의 경우, 인천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수도권매립지 야생조류 출현현황과 관리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흰꼬리수리, 매, 두루미, 저어새, 황새, 노랑부리백로 등 6종이 조사됐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는 큰고니, 큰기러기,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새홀리기, 갯빛개구리매, 새매, 큰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9종이 조사됐다. 아울러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으로 칡부엉이, 원앙, 황조롱이, 개구리매 등 4종도 조사됐다. 보호종 이외에도 안암호의 수면과 배후의 넓은 초지에는 다양한 오리류, 기러기류, 도요새류, 딱따구리류 등 많은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은 그간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꾸준히 감소하는 만큼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참에 안암호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논의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개발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4매립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 활용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제4매립 예정지를 ‘환경·습지생태공원보호공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그 하나일 것이다. 바다와 갯벌, 내륙 습지를 연계한 생태적 순환고리의 형성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 인근 지역주민의 환경권 회복, 인천의 생태적 공공재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사라진 어른들, 가출과 실종 사이

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가족과 연락이 두절되고 소재파악이 안 된 실종성인이 바로 그들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6월 벌어진 마포구 원룸 감금살인 사건이 있다. 20대 고교 동창들이 케이블 타이로 피해자를 결박한 뒤 밥도 주지 않고 잠도 못 자게 하는 등 고문으로 사람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34㎏의 저체중에 영양실조 상태였고, 몸에는 멍자국이 가득했다. 또한 그가 발견된 곳은 좁은 화장실로, 변기 위에 놓인 식은 밥과 소량의 물이 담긴 두 개의 종이컵은 오랜 기간 감금과 가혹행위가 이루어져 왔음을 짐작케 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를 구할 기회는 충분했다. 특히 피해자 가족이 2차례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자진가출로 처리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경찰의 변명도 일리는 있다. 피해자가 숨지기 전 경찰과 일곱 차례나 통화했지만, 당시 동창들의 강요로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성인이라는 이유로 이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위치추적 등 강제수사로 전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유일의 실종법은 실종아동법뿐이다. 성인은 애당초 실종이 아닌 가출로 분류돼 법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집에 가서 기다려 보시라는 기계적 답변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다 큰 성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상당기간 연락이 두절됐을 때, 자진가출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연락조차 없는 가출은 전체 실종 사례 중 일부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이유로 나머지 대부분의 실종을 가출로 봐서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는 건 현실을 도외시한 책임회피일 뿐이다. 특히 지난해 성인 실종신고는 6만7천612건, 미발견 사례는 931명으로, 아동보다 각 3배, 12배 많았고, 지난 5년간 실종성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례 역시 7천867건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실종성인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이 실종성인법을 발의하고, 경찰 역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나서는 등 법의 흠결을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발적으로 가출한 성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치추적 등 강제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가출이냐? 실종이냐? 고민하는 사이, 어디선가 어른들이 사라지고 있다. 단지 성인이라는 이유로 실종성인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감염병과 인류, 반복되는 역사

이달 초 필자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에서 주관한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코로나19 백신과 뇌졸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과 뇌졸중과의 뚜렷한 연관성은 찾지 못했으나, 보완점을 개선해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가 이번 발표의 결과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뇌졸중 외에도 많은 국내 연구진이 백신과 심근염, 심낭염, 심근경색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도 발표했다. 특히 연구들이 실제 한국인의 데이터를 처음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애쓰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마를 시작한 것 같았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감염병과 싸워왔다. 감염병은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수많은 사망자로 나라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는 등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인식과 대응이 코로나19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알려준 감염병이 있다.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스페인 독감은 인플루엔자로 감염경로와 증상 그리고 사회적 양상도 지금의 코로나19와 유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8년부터 2년 간 유행했고, 미국 또는 영국에서 최초 발병해 1차 세계 대전에 참여한 군인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공교롭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금의 시점과도 유사하다. 반대로 감염병은 현대적 의미의 예방의학 또는 위생관리 저변 확대의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천연두는 인류가 수 많은 감염병과의 공방에서 유일하게 승리질환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접종으로 천연두는 모습을 감췄다. 또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는 당시 실체가 없던 탄저병균을 입증하고 백신까지 개발하는 등 인류는 감염병 규명을 통해 감염병을 다스리고자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감염병의 역사 안에서 살펴보면 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스페인 독감도 종식됐다. 코로나19 또한 언젠가는 종식된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정체를 신속하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기간은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인천은 감염병전문병원 선정에서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우리나라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인면에서 최적지임에도, 감염병 치료의 경험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현재는 인천이 감염병 치료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기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팬데믹 상황은 언제든 올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자.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에너지 분권과 자치에서 인천은 ‘열외’인가?

인천 서구,서울 강동구, 부산 동구, 광주 광산구, 대전 대덕구 등 전국 18개 기초지자체는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한 지역에너지센터 협의회 준비위 발족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미 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거나 예정한 지자체들이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수급 구조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에너지 정책을 책임진 지자체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지원, 지역주도 재생에너지 개발 확대, 에너지 수요관리 기능 지자체로 이양 등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전환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에너지 분권과 자치가 대세다. 물론 무턱대고 유행 따라 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에서 진즉에 그에 대한 공론의 과정이 있었고 인천시 관련부서도 검토를 거쳐 인천테크노파크와 센터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무논의나 설립의 단초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말았다. 최근 확인 결과 인천시 내부에선 센터 설립에 대한 거부감으로 난망한 상태라고 한다. 당초 영흥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에서의 에너지 현안이 여럿 얽힌 가운데 도시 미래비전에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됐기에 센터에 대한 민관의 공감대는 확고했다. 아울러 센터는 효과적인 지역에너지 정책 실현, 지역 에너지 갈등 예방 및 해결 등을 위해서도 큰 역할이 기대됐다. 그런데 센터들의 난립과 예산의 비효율성이 걸림돌이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타 지자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나 정부 정책은 무모할 뿐더러 시대에 역행하는 구태이다. 더욱이 산업부가 센터 설립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센터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는 지원대상을 총 50개 지자체로 확대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역에너지센터를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간 태양광 발전산업은 민간공공 공히 큰 폭으로 성장을 이어왔다. 그 결과, 설비 및 장비의 생애주기를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산업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태양광 발전설비 누적 설치량은 2025년에 33.5GW, 2034년에 45.6GW에 이른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51.4GW가량이 된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패널이 규소, 구리, 납 등 금속은 물론 플라스틱이 포함된 만큼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적절한 처리를 거친 태양광 폐패널은 고순도 유리 분리, 유가금속 회수, 태양광 패널 재제조 등으로 최대 8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태양광 발전설비의 체계적 관리와 사용 후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지역에너지 조직의 역할 역시 클 것이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참여하면 주인, 아니면 손님인 것?

천상 사기꾼인 제퍼슨 존슨은 우연히 각종 이권으로 돈을 챙긴다며 국회의원들끼리 웃고 떠드는 이야기를 훔쳐듣고는 정치판이야 말로 떼돈을 버는 기회의 땅임을 알게 된다. 마침 제프 존슨이라는 하원의원이 사망하자, 제니퍼 존슨은 자신의 이니셜 J.J.와 똑같다는 점에 착안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이름만 가지고 선거판에 뛰어들어 보기 좋게 당선된다. 유권자들이 공약이나 인물 됨됨이를 따져보지 않고, 오직 이름만 보고 뽑는 묻지마 투표를 악용한 것이다. 이후 제퍼슨 존슨은 부패한 선배정치인들의 거수기 노릇을 하며 돈벌이에 치중하던 중, 한 시민운동가와 교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차츰 참정치인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1993년작 영화 제이제이는 명배우 에디 머피를 내세워 현실정치의 민낯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부패한 워싱턴 정가를 한껏 조롱한다. 특히 압권인 건 제퍼슨 존슨이 유권자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도 별다른 공약도 없이, 오직 J.J에 투표해주세요 문구 하나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과정이다. 정치에 무관심해 받는 벌은 자신보다 못한 인간에게 통치당하는 것이라는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영화에서야 주인공의 개과천선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만약 현실이었다면 어떨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최근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극심하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부터 이놈저놈 다 똑같다는 말까지 투표장에 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정치엔 기대할 게 없으니 각자도생의 삶을 찾아야 된다는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인간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실현하기에 현실정치가 버거워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정치에 적극 관심을 갖고, 이를 투표로 연결시키는 행위야말로, 현실 속 J.J.의 탄생을 막고, 정치의 개과천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인 단테는 기권은 중립이 아닌 암묵적 동조라 하여, 질 낮은 정치의 책임은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에 있음을 지적했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투표야말로 현실정치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주권자의 매운 맛 회초리이기 때문이다. 문득 도산 안창호 선생의 퀴즈(?)가 떠오른다.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인 건 무엇일까? 3월 9일 대선 투표장에서 직접 해답을 찾길 바란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당신의 혈관은 안녕하신가요

전 세계인의 겨울 축제 동계올림픽이 개막해 열전에 돌입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동계올림픽은 논란이 많은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여지나,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 생각을 이어 나가고자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필자는 숨막히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하고 선별진료소 근무를 하며 이렇게 코로나가 지속되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운동 선수들의 올림픽 기록은 앞으로 몇 년 안에 향상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느덧 2년이 지나 올림픽이 개최됐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연일 최고 신규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자체도 문제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위축은 개인의 건강 또는 기저질환까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 전 20년만에 폐암이 위암을 제치고 국내 암 발생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처럼, 질병 지도가 바뀔 수도 있다. 그 시작은 심뇌혈관질환에서부터다. 심뇌혈관질환은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 심장혈관 및 뇌혈관 관련 질환을 의미한다. 종류만큼 원인도 다양한데 서구화된 식습관, 신체활동 감소, 흡연, 고령, 기저질환(고혈압, 고지혈증 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요 원인이 체육시설 이용제한 또는 마스크착용으로 인한 신체활동 감소, 증가하는 배달음식, 불안우울감, 수면부족 등 현재 코로나19로 처한 개인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코로나와 비만 관련 건강행태 변화 조사에서 10명 중 4명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체중이 평균 3.5k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뇌혈관질환이 무서운 점은 발병의 예고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병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평소 이러한 질환들의 증상과 예후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부 나열할 수 없지만 심뇌혈관질환 중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은 한 쪽 방향의 팔다리에 마비 혹은 감각이상이 오거나 입술이 돌아간다든지, 갑자기 두통이 발생하고 구토가 동반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무조건 119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천시론] 2022년, 해양환경보호 대전환의 시기여야

경기도 시흥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배곧대교 건설 계획이 좌초의 기로에 섰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시흥시의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얼마 전 다리가 지나게 될 송도갯벌 훼손을 근거로 사업계획 재검토를 시흥시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이을 예정이었던 배곧대교는 당초, 단순한 지자체 개발현안이나 주민 숙원사업이 아니었다.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안산 구간과 더불어 향후 도시계획에 있어 생태자원과 자연환경 보호, 과도한 개발 억제라는 관점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안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금석과도 같았다. 그렇다 보니 송도갯벌과 연관한 개발사업들을 두고 전국적 관심이 인천으로 집중되었다. 갯벌을 포함한 연안환경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에도 다시금 큰 관심이 쏠렸다. 배곧대교가 놓일 경우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생태계의 직접 훼손과 주요 법정보호종 서식지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 송도갯벌은 지난 2014년 7월 국내 19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람사르습지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경우 지정된다. 그만큼 송도갯벌이 생물다양성 보고이자 각종 물새와 철새를 부양하는 습지로서 국제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송도갯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또 인천지역 특정 어느 지점이 유달리 높은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다. 북한과 중국까지 아우른 황해를 기반으로 드넓게 펼쳐진 인천경기만의 갯벌이 그러했다. 인천경기만 갯벌은 잘 발달된 형태와 풍요로운 생태계를 간직해 왔다. 인천의 갯벌은 다양한 철새들의 이동경로이자 국제적 희귀종인 저어새 등의 서식지 역할을 하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런데 세계가 갯벌에 대해 생태관광자원으로, 기후위기를 완화할 탄소흡수원으로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그곳을 없애는 대신 도시는 높이와 넓이를 키워왔다. 인천의 도시개발 전반이 대표적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세계적 자연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무시되기 일쑤였다. 앞으로는 어떠할까? 지난해 말 인천시가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의 효율적 이용 관리를 위한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 제3차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습지훼손 및 위협요인 조사, 훼손습지 복원사업, 생태계 현황자료 구축사업,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사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올 들어 시는 해양환경과를 신설했다. 갯벌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보존과 활용에 대한 분명한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소래갯벌을 중심으로 한 국가도시공원 지정, 인천경기만과 한강하구 갯벌의 세계유산 2단계 등재, 도시화에 따른 갯벌의 무분별한 개발과 해양생태계 훼손에 대한 대응에서 구체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범죄도시 속 공공의 적, 그리고 경찰

영화 속 경찰의 모습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두 캐릭터가 있다. 영화 공공의 적 속 열혈형사 강철중과 영화 범죄도시의 괴물형사 마석도가 그들이다. 명품배우 설경구와 마동석의 미친 연기력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영화 속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살아 숨 쉬는 아우라는 진정한 경찰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범죄자들에게 반말과 욕설은 물론, 주먹까지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다. 악에 대한 집요한 수사와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부실대응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 경찰은 현장대응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업무는 그 특성상 돌발변수가 많기에,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을 경험해서인지, 경찰의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경찰은 법적 쟁송에 휩싸이거나, 심하면 폭력경찰로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긴급 상황에서도 물리력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국회는 경찰관이 살인과 폭행,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범인 검거와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적극적 경찰력 행사를 가능케 해 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는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인천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경찰이 흉기를 든 가해자를 목격하고도, 피해자만 남겨둔 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법이 아닌 경찰관으로서 자질문제라는 국민적 비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결국 적극적 경찰력의 행사 이전에 경찰관으로서의 투철한 헌신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거대 공권력을 보유한 경찰이 형사상 면책특권까지 부여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반환하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문득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영화 스파이더맨 속 명대사가 떠오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흡연과 도파민

2022년 임인년이 밝았다. 이번주에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 결심을 했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흡연하는 직장인들의 80% 이상이 새해를 맞아 금연계획을 세우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일종의 질환(니코틴 중독)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은 금연뿐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금연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반드시 금연이 필요한 심혈관질환 흡연자 중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50%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의미다. 흡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욕구는 도파민 회로와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뇌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흡연 외에도 포르노, 도박, 게임 등과 같은 중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도파민은 어떤 행동에 대한 뇌의 보상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쾌락을 느끼고, 뇌가 쾌락을 느끼면 도파민은 더 큰 쾌락을 느끼고 싶어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기존의 수위로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결과적으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흡연과 연관하여 니코틴에 중독되는 원리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가 흡연을 할 때 교감신경이 흥분되며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니코틴 자체가 도파민성 회로를 통해 뇌보상에 직접 개입한다. 이후 흡연을 하지 않을 때 이 물질이 줄어들며 다시 흡연을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이를 니코틴 공급(흡연 행위)으로 도파민을 생성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알게 되면 금연을 하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만으로 금연을 한 사람에게 독하다고 말한다. 금연을 하기 위해서는 흡연 욕구가 있을 때, 니코틴으로 진행되는 도파민 회로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뇌의 보상 체계를 서서히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단증상을 대신할 것(껌, 사탕, 손에 잡을 대체 물건 등)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로서 금연을 위해서 금연보조제와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앞에서 금연은 흡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질병을 치료할 때 약을 쓰는 것처럼, 금연보조제 등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쉽게 니코틴을 끊어낼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금연치료지원사업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을 적극 돕고 있다. 가까운 보건소나 금연치료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쉽게 진료상담이나 금연 보조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호랑이 기운이 넘쳐난다는 2022년에는 금연을 결심한 모든 흡연자들이 치료에 성공하길 기원한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이슈&경제] 선과 이데올로기

이미 우리에겐 너무도 가까이 들려서 식상하기까지 한 이데올로기(Ideologie)의 뜻은 정치, 사회, 종교 등의 단체가 올바르고 따라야 한다며 제시하는 개념을 말한다. 현재에도 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치적 올바름 등의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실상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기계와 같이 우리를 꿈속에 살게 하고 억압하며 통제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대척점에 있는 가르침이 선(禪)이다. 선은 대립과 차별, 판단과 추리, 분별과 언어 등의 마음 작용을 끊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보는 상태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선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어떠한 믿음도 방향성도 타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은 우리에게 모든 믿음을 지워내 믿음이 없는 상태로 만들려 한다. 왜냐하면 믿음이 있는 곳에는 의심이 있고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믿는 이들은 모두 의심하는 사람들이고 의심하는 이들은 무엇인가를 믿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신을 믿고 무신론자는 신이 없음을 믿는다. 즉 무신론자도 아나키스트도 해체주의자들도 모두 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믿는 자들이다. 이와 달리 선은 모든 이데올로기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어떠한 믿음이나 의심을 없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돕는다. 그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진실과 본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가들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던 병든 사람이라고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폭력적이고 사회를 힘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사회 변화를 위해 강제돼야 한다고 믿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적이며 더욱 위험한 점은 이러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설명도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정치가라도 100% 나쁜 정책만을 내거나 나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강제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을 잘못된 것이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그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는 개념일 뿐이며 현실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통계를 보면 현재 한국은 사회 갈등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한 사회라고 한다. 즉 남녀갈등,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 갈등, 빈부갈등 등 모두 최상위에 있었다. 이렇게 보아 지금 한국에서 정말 요구되는 태도는 서로 이데올로기적 잣대로만 타인을 대하기보다는 선의 자세에서 전제 없이 타인의 의견과 사회적 현상을 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화합과 개개인의 삶이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인천시론] 공짜로, 아무렇게나 사용할 지구는 더 이상 없다

우리 인류는 지금껏 공짜로 지구를 써왔다. 적정 가격은 물론 세금도 지불하지 않고 물, 공기, 흙, 햇빛은 물론 식량으로 삼는 온갖 것들을 당연한 내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마음껏 지구를 소비하는 사이 기온이 달라지고 기후가 바뀌었다. 그 피해가 돌고 돌아 인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중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아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지구에도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만히 공짜로 써왔던 지구를 말하고 보니 퍼뜩 떠오르는 한 사례가 있다. 시흥시가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배곧대교다. 다리가 놓이기를 바라는 송도의 일부 주민들은 고작 50평(167㎡)의 습지를 보호하려고 주변 교통난이나 그 결과인 대기오염을 무시하고 있다고 환경단체에 항변한다. 그런데 그네들이 내건 고작이라는 표현에 당혹스러웠다. 그들이 말하는 고작 50평의 습지가 람사르습지의 일부이고 이미 대규모 갯벌매립으로 탄생한 송도신도시 곁 보호하겠다고 남겨놓은 손바닥만큼의 습지이다. 고작이라고 여겼을 것들의 가치를 따져보자. 우리가 늘 보는 갯벌이지만 그것을 바다의 허파라고 부른다. 해양오염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바다생물의 보금자리이자 각종 철새의 휴식처와 번식지가 되기도 한다. 온실가스를 가둬주는 대용량 탱크이기도 하다. 또 나무는 공기정화는 물론 습도온도조절, 소음감소에 효과적이다. 공원이나 숲은 휴식공간이자 거대한 공기정화기다. 이산화탄소 흡수량 역시 막대하다. 이제 지구의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자원들이 보물이 되고 유산이 되어 길이길이 지켜나가야 할 대상으로 꼽히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 수치와 금액으로 생태계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낸다. 그만큼 유형무형의 가치가 높다. 정부 혹은 국제기구 등에서는 보호구역이나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한다. 오래도록 지키고 풍요롭게 가꿔가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 우리의 삶터 지구도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연결성을 깨달은 때문이다. 함부로 대하고 막무가내로 망가뜨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공짜로 쓰는 지구시대의 종말이다. 이제 제값을 치르며 지구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그토록 외쳤던 기후위기 대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우에 따라 개발계획은 변경되고 백지화되어야 한다. 보존과 순환을 전제로 지혜로운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훼손과 개발이 앞서는 여전한 모습이라니. 잊지 말자. 동화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홀로 스러졌지만 아낌없이 공짜 지구를 누리다가는 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인천시론] 시험, 공정하다는 착각?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사헌부 지평으로 훈련원의 무과시험을 감찰할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노론계열 출신의 시험관들이 교묘한 질문으로 지방 출신 무사들을 떨어뜨리다 보니, 결국 합격자들은 시험관들과 같은 서울의 노론계 인물들 일색이었다. 그러자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직을 걸고 이를 바로잡도록 했다. 당시 정국을 주도하던 노론에게 미운털이 박히면서, 나중에는 평생 유배지를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나라의 근간이 될 인재를 뽑는 일만큼은 공정해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가시험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과연 정약용 선생이 뭐라 꾸지람하실지 부끄러워진다. 초등학교 임용시험 1차 문제 중 일부 문항이 수도권의 한 교대 모의고사와 유사했고, 올해 수능 생명과학 과목에서는 관련 분야 최고 석학인 스탠퍼드 대학교수조차도 문항에 수학적 역설이 있다. 도저히 풀 수 없다는 지적을 할 정도의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특히 세무사시험에서 발생한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이 가장 큰 논란이다. 지난 9월 시행된 세무사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응시자 3천900여명 가운데 82%인 3천254명이 100점 만점에 40점을 밑돌며 과락처리됐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경력자들은 해당 과목이 면제된 까닭에 대규모 과락사태를 피하게 되었고, 실제 전체 합격자 중 세무공무원 비율이 지난 5년간 3%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는 10배가 넘는 33.6%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자 세무사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일 뿐, 세무공무원 출신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난이도 조작이라는 의혹은 전면 부정하며, 채점기준표에 부분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뒷북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초유의 과락사태가 곧 세무공무원 출신들의 대거 합격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불공정 논란의 나비효과는 매섭다. 그렇기에 이번 시험출제부터 채점까지 특별감사를 통한 진상조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 약자도 아닌 모두가 선망하는 세무공무원들에게 10년 이상 현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차 시험 및 2차 일부 과목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현 제도가 정당한지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국가시험은 공정할 거란 착각. 하지만 과정이 공정하다면, 결과 역시 감수할 수 있다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위드 코로나 속 다이어트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기가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 2주 동안은 식사모임과 술자리가 많아질 때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스갯소리로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인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2년 간 지속된 코로나 세상에서, 다이어트는 더욱 중요하다. 바로 비만과 면역력의 관계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비만과 감염병의 연관성에 대한 리뷰(Review) 논문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감염병으로 생긴 만성 염증이 비만을 가속화 시키거나, 비만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과 감염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로 만성염증 증가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주요 기전이다. 과거 신증플루 유행 당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비만을 신종플루로 인한 입원과 사망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 비만인 사람이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2.7배, 입원 확률은 2.9배 높았다. 지나친 비약일수 있지만, 지금의 시대에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나의 건강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이어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느 단어는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요법만 봤을 때 실제 체중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약 1kg으로 미미하다. 의학적 관점인 비만 치료에서는 오히려 식이요법이 운동요법보다 중요하다. 여러 선행 연구에서 다이어트 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효과성은 8:2 또는 9:1의 비율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이 둘을 병행할 경우, 효과성은 10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함께 하라고 말한다. 또 운동강도와 시간 중 무엇이 중요한지 궁금한 사람도 많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운동 시간이 강도보다 체중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가령 중등도 운동을 오래 하는 것이 고강도 운동을 짧게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전문가들은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중등도 운동을 일주일에 약 300분 정도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로 실외 활동을 못하다 보니 살이 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면 몸속 지방을 빼고 새해를 맞이해 보길 바란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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