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아니라 식량을 풀어라

김순택 경기도자원봉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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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맹활약을 한 것은 거북선만이 아니었다. 비격진천뢰라는 폭탄도 왜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신무기의 하나였는데 유성룡은 징비록(懲毖錄)에서 ‘화기장 이장손이 처음으로 진천뢰를 만들어 대완구(大碗口-대포)로써 그것을 쏘면 능히 400보까지 날아가고 땅에 떨어지면 속에서 불이 일어난다’라고 썼다.

진천뢰는 당시로서는 획기적 발명품이었는데 약선(藥線)을 발화장치로 이용한 단순한 중국의 화기와 달리, 목곡(木谷)이라 하는 나선형으로 된 별도의 발화장치를 마련하여 폭발시간을 조절하였다. 빨리 폭발시키려면 10바퀴, 늦게 폭발시키려면 15바퀴 등으로 도화선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었다. 비격진천뢰의 완구 화문은 다른 화포보다 하나 더 많은 2개였다. 하나는 진천뢰의 도화선용으로, 다른 하나는 발사 화약의 점화용으로 이용되었는데, 일본인 아리우마는 “이 발화장치는 매우 교묘한 것으로 조선인의 창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화공술의 획기적인 일대 진보”라고 평가했다. 우리 민족의 독창성은 이렇게 남달랐다.

그런 조상의 후예여서일까. 오늘날에 와서 우주를 향한 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상당히 의미심장한 물체(?)를 공중으로 발사하려고 하고 있다.

한·미·일 세 나라는 미사일이라며 심각하게 대응하는 반면 정작 발사 당사자인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대포동 미사일을 쏜 경험이 있는 북한이고 보면 수천㎞ 장거리 미사일쯤은 쉽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면서도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 그들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식량지원을 일방적으로 안 받겠다더니 연례적인 한미합동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간 군 통신선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막았던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토를 유린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개발한 비격진천뢰와는 달리 북한의 미사일을 보면 최근 민항기 영공통과 불허나 남한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의 표출과 오버랩되면서 걱정스럽고 무섭기까지 하다.

진정한 생존과 번영은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아니라 식량 문제와 같은 인민 복리 증진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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