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큰 전환점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블랙버드북숍의 권성미 대표. 책과 사람이 좋아 시작한 이 서점은 권씨 본인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잘 시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검은 새’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15년 차 헤드헌터로 일하던 권성미씨는 어느 날 불현듯 암 선고를 받고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됐다. 선항암치료, 수술, 후항암치료, 방사선, 재활치료까지 어렵고 지난한 시기를 보내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이었다. “늘 무의식 중에 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 편이에요. 오픈 초기에 선별한 책과 의자 몇 개 두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게 생각납니다. 여전히 암 생존자로서 때마다 추적 관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책방을 통해 만난 좋은 이웃들 덕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점 이름에 영감을 준 비틀스의 노래 ‘Blackbird’는 평소 권씨가 좋아하던 노래다. 부러진 양 날개를 파닥이며 날갯짓하는 검은 새와 그런 검은 새를 응원하는 내용의 노래 가사는 권씨가 브랜딩하고 싶은 서점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권씨는 스스로를 “잘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책방을 열 때도, 책방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일단 시작하고 본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남양주 다산동을 고를 때도 그랬다. “다산동으로 통합하기 전 ‘가운동’일 때 우연히 이곳에 들렀어요. 이 동네만이 갖고 있던 자연 친화적인 한가로움과 안온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점이 하나도 없는 곳,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에도 잘 맞았고요.” “오늘도 그냥 서점 합니다.” 블랙버드북숍을 열고 보니 서점이 들어선 상가 자체의 유동 인구가 적고 활성화된 곳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열정 하나로 책방을 꾸려 나갔다. 하나둘 생겨난 단골손님들이 만나고 싶다는 작가들을 섭외하면 그 작가를 언급한 손님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는 늘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마치 모객도 책방 손님과 함께하는 기분이어서 힘든 줄도 모르더라고요." 한편 블랙버드숍은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오후 5시에 '일요일에 여는 인생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3월엔 '저, 청소일하는데요'의 저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가지님, 4월엔 유튜브크리에이터로서 안내견과 단둘이 여행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 양주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월, 6월에도 훌륭한 MZ 선생님들이 대기하고 계십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도 책과 사람간의 소통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믿음, 그 생각이 지금의 '블랙버드북숍'을 있게 한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권씨는 "서점을 찾는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블랙버드북숍이 있어 참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그냥 서점합니다."
출판·도서
조혜정 기자
2025-05-1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