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경기도 교통난 개선 정책·실천이 중요하다

매년 6월28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철도의 날’이다. 기간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조선시대 말 음력 1894년 6월28일 조선 최초의 행정기구인 의정부 공무아문 철도국이 창설된 날에서 유래했다. 128년이나 된 오랜 역사만큼 열차 이름도 수많은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열차는 1899년 9월18일 운행한 모갈 1호였고, 그후 융희(隆熙)호, 히까리(光), 아카스키(曉), 노조미(望), 대륙(大陸)호, 흥아(興亞)호 등이 있었다. 해방 후에는 ‘조선해방자호’라는 명칭의 열차가 있었으며, 운행구간, 열차 등급에 따라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비둘기호 등 기억에 익숙한 열차 명칭부터, 재건호, 태극호, 맹호호, 건설호, 증산호, 백마호, 청룡호, 갈매기호, 대천호, 신라호, 계룡호, 충무호, 풍년호, 관광호, 신라호, 협동호, 약진호, 계명호, 동백호, 화랑호, 상무호 등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이 담긴 열차가, 요즘 MZ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명칭의 열차들이 각 지역들을 운행했다. 2022년 현재 경기도는 KTX 정차역 4곳(광명, 수원, 행신, 양평)을 비롯해 고속철도, 일반철도, 도시철도, 민간철도, 광역철도가 운행되면서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 A노선(파주 운정-동탄)은 착공 후 공사 진행 중이며, B노선(남양주-송도)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올해 말 착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도민 정책 제안 게시판에 1천340건의 글이 게시돼 있는데, ‘GTX’ 키워드로 107건의 글이 검색되는 만큼 경기도민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공약 중 ‘GTX 플러스 프로젝트’ 시행이 있다. GTX-A플러스는 동탄에서 평택까지, GTX-B플러스는 남양주 마석에서 가평까지, GTX-C플러스의 북부 구간은 동두천까지, 남부 구간은 병점·오산·평택까지 각 연장한다. 추가로 GTX-D는 김포부터 팔당까지 구간으로, GTX-E는 인천에서 포천까지, GTX-F는 파주부터 여주까지의 노선을 각각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되고 이후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GTX가 완공돼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앞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장시간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코로나 엔데믹의 건강한 게임문화가 필요할 때

며칠 전 조카 가족이 방문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1등을 놓치지 않던 조카가 이젠 어엿한 변호사가 돼 찾아오니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아이는 집에 들어와도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처음 보는 집안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 식사하는 중에도 시선과 관심은 오로지 게임 뿐이다. 조카가 민망해하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율이 증가했고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율 증가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비만율 증가는 비대면 수업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한 것도 원인이지만,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인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미성년자 게임과 관련된 상담건수가 2019년 402건에서 2020년 763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만 봐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게임 국제거래 소비자불만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결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 요금을 결제했을 때 환급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정말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석하듯이 게임사업자는 구매 이후 환급이 불가하다는 자체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사업자인 경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환급 문의에도 잘 회신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게임 요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크게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와 부모의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한 경우에는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금액인데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모의 명의, 주로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해결이 매우 어렵다. 게임사업자는 부모 명의로 결제한 이상 게임이용자가 부모인지 미성년자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소비자는 게임 계정이 미성년자 명의이고 미성년자가 게임이용자라는 점, 신용카드 명의가 부모인데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결제한 점 등을 주장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자를 속였다면 환급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을 맞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게임문화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때다. 이제는 활기찬 외부 활동과 바람직한 식습관, 그리고 올바른 게임문화로 미래의 주역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때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외종손(外從孫)과 눈이라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가 펼쳐야 할 협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이긴 선거이고, 유권자들은 여당의 국정지도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지사로 당선돼 도정 인수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다. 희비가 뒤바뀌는 개표 결과, 결코 크지 않은 차이로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자만해지지 말 것을, 우쭐해서도 안 된다는 주문을 한 듯하다. 또 경기도의회 의석수가 절묘하게 여야 동수로 배분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우연이라 치부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도민의 뜻을 살펴 도정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도의회 의사결정에서 협치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절실해질 것이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는 일을 내지 못할 것이다. 상급기관의 권위, 말하자면 광역지자체의 실체적 지위를 내세워 밀어붙이는 방식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여야는 서로 협의하며 도민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길을 궁리해야 한다. 더 좋고 더 옳은 방법을 찾는, 그것도 제시하니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그 방법을 함께 탐구하며 지식과 지능을 모아 결정하고 실천하는 협치 도정(協治 道政)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야당의 지형에 속한 경기도로서는 여당의 국정 지도력과 영향을 살펴야하고 여당이 이끄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협의하며 메가시티 초광역권 전략 등 광역행정 제반에 있어 경기도의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정부 간 관계에서 잘 작동되는 다층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도 경기도가 풀어야 하는 협치 과제다. 한편, 우리의 협치 담론이 주로 제도권 내 조직들 간이나 정당들 간에 일을 타결 짓는 것으로 좁게 말해지는 것은 마땅치 않다. 협치의 백미는 시민과의 협치, 시민사회와의 협치다. 시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을 그렇게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요컨대, 협치는 시민의 자치와 자율을 자라게 해 행정과 정책의 신중한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민 협치는 소수당이 도의회에 전혀 진출하지 못한 여건에서 다양한 도민 의사를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석수가 동일한 도의회에서 제3의 의안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시민 협치를 중대 도정 사안들 모두를 반드시 시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도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민을 단지 동원 대상으로 삼는 행정이나 시민과 숙의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애써 배제하는 행정은 안 되지만, 대의제로 처리해야 할 사안과 숙의로 풀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사태에 맞게 병행·혼합하는 시민정치 리더십은 필요하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여기

현재는 과거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준다. 상상을 통하면 현재도 과거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과 상상은 항상 현재에 터 잡기 마련이다.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는 세상을 더욱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는 많은 시공간 중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된 자리요, 시간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맺는 셈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것도 긍정과 능동의 관계 말이다. 사랑이 대표적이다. 시인들이 이미 설파하지 않았던가. 주지 않는 사랑은 지고 나르는 고통이라고(시인 박노해). 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고(시인 유치환). 저 사랑을 바로 긍정과 능동의 관계로 읽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다른 이들이 먼저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 왜 나는 부자가 아닌가. 왜 나는 유명해지지 못할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은 긍정의 관계, 사랑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부자가 되고,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저 고민이 버텨낼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내가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재물이 풍족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이들이다. 그러면서 삶에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결코 비교하지 않고, 먼 미래에 있는지 모르지만, 도무지 가까워지는 기미가 없는 행복을 기다리며 조바심 내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삶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걱정은 마음이 자꾸만 미래로 향할 때 생기는 심리 현상이다. 스님처럼 마음 수행하기야 어렵지만, 우리 걱정의 뿌리가 다 ‘나(自我)’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자꾸 실천하다보면 적어도 걱정과 노여움,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거처를 이곳 강원도로 옮겨 ‘적막한 대관령 산자락을 거닐면서 그간 고정관념으로 때 끼어 굳어진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보고 버려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것들 버리는 법, 생각의 거품과 군살을 걷어내 복잡한 머리와 주변을 정리하는 법도 배워간다. 고통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전 같으면 생각했을 것을, 이제는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 덕에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통증도 한결 덜하고, 내 삶도 괜찮다 싶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6·1 지방선거-경기도 발전을 기대하며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거나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 또는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으로서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회 의원을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역사는 90년이 넘는다.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1931년 도 평의회, 부협의회, 면협의회 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했는데, 25세 이상 남자로서 1년 이상 그 지역에 살며 연 5원 이상 세금을 납부한 사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후 1949년 7월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고,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25일 시·읍·면 의회 의원 선거 및 같은 해 5월10일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제2회 지방선거는 1956년에, 제3회 지방선거는 1960년에 각 실시됐으나, 1962년부터 1979년, 1980년부터 1988년까지 30년간 지방선거는 실시되지 않았다. 그 후 1991년 3월26일 시·군·구의회의원 선거, 1991년 6월20일 시·도의회의원 선거가 각 실시돼 지방자치제가 부활했고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이 선출하는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됐다.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대표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행정과 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지방자치제도는 관료주의 중앙집권제가 아닌 지방분권 자치행정제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선거인은 1천149만7천206명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부동산, 일자리, 교통, 복지, 교육, 민생, 청년, 여성, 가족 등 각 분야별 지역현안과 문제점을 개선할 공약을 내세우며 경기도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선자의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어 지역 주민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경기지역의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9.06%로써 역대 경기지역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올바른지, 지역상황과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공약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스스로 검증해보고, 투표하는 경기도민들의 현명한 정치참여를 통해, 성실하고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갖춘 ‘지역일꾼’을 선택함으로써 경기도가 더욱 발전하고, 경기도민들의 삶이 나아지길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적반하장보다 역지사지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질한 놈이 오히려 매를 드는 격으로,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거나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를 말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소비자가 있었다. 처음에 300만원 정도의 회비를 결제했는데, 보내주는 주식 정보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약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VIP 회원으로 가입하라’면서 추가 결제를 강요하고, 심지어 신용카드를 임의로 결제하는 등 악의적인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소비자가 결제 카드사에 항의해 일부 금액의 결제를 취소하고 환급 받았는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사투자자문 사업자 법무팀이라며 협박과 회유 문자가 이어진다. 소비자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카드사에서 결제를 취소했으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환급 금액 전액을 다시 입금하거나 소송비용으로 몇십만원을 송금하라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최근, 어떤 정신과전문의가 출연하는 공익캠페인도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 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이와 부딪친 남녀는 커피도 쏟고 신발도 더렵혀졌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 때문에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사과하는 장면은 없다. 무조건 어린이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망치고 행복한 외식을 방해 받았다면 아이의 부모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부모가 대응한다면 이것 또한 적반하장이다. 산책길에 애완견이 갑자기 달려들며 짖으면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견주가 사과하는 대신 마치 놀란 상대방의 반응이 애완견에게 위협을 한 것처럼 애완견을 안아주며 “괜찮아” 한다면 이 또한 적반하장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거짓과 기만상술로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면 소송 운운하며 소비자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공장소의 예절을 배우지 못해 뛰거나 울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어린이 부모의 사과와 보상이 우선이다. 자식처럼 여기는 애완견이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했다면 견주의 사과가 먼저다. 적반하장의 세상, 사과보다 큰소리치면 이기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힌 사업자, 어린이의 부모, 애완견의 주인은 적반하장보다는 역지사지 즉,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서로 가져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고용 지원정책의 새로운 자리매김

얼마 전 발표된 주요 고용지표는 고무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천475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더욱이 모든 산업과 전 연령층에서 피보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2.1%, 15∼64세 고용률은 6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전년 대비 증가한 86만5천명 중 42만4천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타났고,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증가분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취업자 증가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이 정부 재정지출로 만든 공공일자리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향후 고용정책은 양관리보다 질관리에 중점을 두고,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함을 예고했다. 관건은 역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동화와 로봇공정,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과학 기술의 적용은 일자리 창출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 다툼,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은 한동안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이 공격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건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유연화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고용의 유연화는 노동자의 다숙련성, 복수의 취업능력을 전제로 한다. 공백 없이 이어지는 구인 구직의 매칭도 필수적이다. 관대한 실업급여 및 실업부조도 빠져선 안 된다. 유연하게 고용되거나 노동을 해도 적정한 수준의 보상과 소득이 보장돼야 그렇게 할 만한 일이 된다. 또 그것은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로 신분과 보상에서 차별이 없거나 최소 수준으로 허용되는 조건에서야 다른 복지 수요를 발생시키지 않고 작동된다. 또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 달리 한 번 쓰고 마는 재화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것도 행복하게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하는 재화다.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와 국가의 존속을 위해 기여하는 재화인 것이다. 노동력과 일자리가 공적 손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지원정책은 시장 기제와 정부 재정지원을 병행·혼용해야 한다. 정부마다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도 한 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고용의 유연화와 탈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규제와 보호가 있어야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도시와 대관령에서 토닥토닥

대관령은 바람이 참 많이 분다. 그 바람에 산등성이 나무들까지 세차게 흔들리지만, 그럴수록 나무는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내릴 것이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땅속은 고요하다. 그런데 대관령이라서 바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대관령에 내려오고 나니까 그 많던 바람이 비로소 보이는 걸까? 바람이 보인다? 제자가 스승에게 묻는다. 저 흔들리는 나무는 제가 제 몸을 흔드나요, 아니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나요? 스승이 말한다. 흔들리는 건 나무도 바람도 아니고 네 마음이란다. 무슨 말인가 했었다. 지금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아마 저런 뜻이었는가 보다.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정신없이 하루를 끝내는 걸 매일같이 되풀이하면서 묻는 사람도 없는데 손사래 쳐대며 ‘시간이 없어서’를 외쳐대는 수선을 떨며 살았다. 어제가 소화도 되지 않았는데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 해도 될 일마저 당기다 보니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 본디부터 시간은 없지도 있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시간이 없다고 외쳐대며 그게 성실한 삶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이제 보니 바람도 다 같은 게 아니다.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며 나뭇가지와 어울려 노는 바람, 나무에 화가 난 듯 거세게 밀어붙이는 바람, 세상 전부를 뒤흔들어 엎어버릴 듯한 바람.... 도시라고 바람이 없으랴. 건물도 바람이 불면 받아 흔들려야 한다.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면 부러지고 만다. 나무들 사이에 빈터가 임자 없는 땅이려니 했더니, 인제 보니 민들레 자리였다. 그 옆은 또 애기똥풀, 얼레지, 소리쟁이 자리다. 정의(正義, rightness)에 관한 정의(定義, definition) 중에 ‘저마다 저마다의 몫을’이란 게 있다. 그러고 보니 참 그럴듯하다. 그런데 저 정의가 내려지던 시대를 놓고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귀족은 귀족의 몫을 누리고 종은 종의 몫으로 만족하라는 말일 테니까. 아니, 그것도 말이 될까? 저 민들레 자리가 내년에도 민들레 몫일까? 바람이 민들레 홀씨를 날려 데려다준 곳이 민들레 몫이 된다. 하필 그게 아스팔트 위라면 민들레 몫이 되지 못하고 말겠지만, 그렇다고 바람을 탓해야 할까. 세상을 내가 산다고 생각했다. 늘 모자란 건 내 탓보다 세상 탓이려니 했다. 모자라다 느낄수록 시간이 더 모자라고 할 일은 늘어만 갔다. 아마 그러다 정년을 맞거나 질환의 고통들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바람과 놀고 민들레와 어울릴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부쩍 따스해진 햇볕이 소나무에 비치고, 바람이 살랑살랑 가지를 흔드는데, 그걸 보는 이 순간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벤야민의 아우라. 그래,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을 잘 살아보자.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어린이주간, 경기도 어린이에게 희망을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5일을 어린이날로 하며, 5월1일부터 7일까지를 어린이주간으로 한다(아동복지법 제6조).’ 경기도 인구 1천390만2천여명 중 0~14세는 178만3천명이다. 올해 100주년이 되는 어린이날과 어린이주간을 맞이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아동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거빈곤 아동가구는 가구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41.6%였고, 200만~300만원이 38.1%였다. 그리고 주거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가구는 이들의 24.6% 비율에 이르고 있다. 평균 주거 전용면적과 평균 방 개수는 76.4㎡, 2.7개인 반면, 주거빈곤 아동가구는 35.0㎡, 2.0개이다. 단칸방 거주 비율은 15.0%였다. 주거기본법상 최저주거기준은 부부와 자녀 1인은 방 2개, 총 주거면적 36㎡, 부부와 자녀 2인은 방 3개, 43㎡, 부부와 자녀 3인은 방 3개, 46㎡인데, 그에 미달하거나 지하, 옥탑방, 심지어 주택이 아닌 고시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도 존재한다. 집은 아동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호흡기 질환, 우울, 스트레스 등 아동의 신체적 건강, 정서적 발달을 해칠 뿐 아니라 구조와 보안이 취약해 사생활 침해, 범죄 노출 및 화재, 수해 등 각종 재해로 아동의 생명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경기도주거복지센터가 지난해 아동주거빈곤 가구의 도배·장판을 교체하고 해충, 곰팡이 소독·방역을 지원하는 ‘아동주거빈곤가구 클린서비스’ 사업을 시범 실시한 결과 93%의 지원가구가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긴급한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주택 개보수 등 주거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시 주거빈곤 아동가구에 대한 임대보증금, 월 임대료 지원, 지역 상황과 수요를 고려한 주거복지 계획 수립, 국가, 지방정부 소유 토지를 활용한 대규모 택지개발, 최저주거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주택공급정책 등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어린이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자라날 권리가 있고, 경기도는 이러한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해줄 책무가 있다. 실천 가능한 정책을 통해 경기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이 보다 나아지길 희망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우리 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른 것. 정의(正義),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정권이 바뀌면서 또다시 ‘공정과 정의’가 핵심 가치로 회자된다. 공정과 정의는 비단 정치가만의 덕목은 아니다. 공무원의 의무 중에도 ‘친절 공정의 의무’가 있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과 주민들의 공복으로서 친절과 공정을 기본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직이 아니더라도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첫 번째 가치는 ‘공정과 정의’여야 한다. 우리사회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상담 1위 품목이 유사투자자문이다. 1년동안 3만1천378건이 접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며,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하지 않은 피해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피해 소비자는 간절하다. 소비자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피해를 보지만 돌려받기 어렵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중재 역할을 무시한다.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만 적용해도 형벌과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법은 강력한데 집행하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다. 소비자피해가 극심한데도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묻고 싶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신속하고 공정한 의료분쟁의 해결을 위해 공정한 감정과 조정을 위해 설립된 기구다. 의료중재원 앞에서 억울하다며 피켓시위를 하는 피해자나 홈페이지에 ‘의료중재원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글을 봤을 때에도 의료중재원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부회의에서 의료인의 기준과 입장에서만 과실(부주의)을 판단하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의료인 측은 ‘의료행위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 ‘악결과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등으로 주장하고, 심하게는 ‘의료인은 신(神)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의료중재원의 접수 건수 중 의료기관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감정한 비율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그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면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감정인 것이다. 의료분쟁 피해 소비자도 간절하고 억울하다. 감정부회의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한 소비자대표는 감정부회의에서 배제된다는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의료인 출신인 감정부장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선입견을 떨칠 수 있도록, 또한 의료중재원이 의료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소비자대표는 거수기로 취급되지 않도록, 의료중재원이 ‘신뢰할 수 있는 감정, 공정한 조정’ 기관으로 역할하길 요구한다. ‘공정과 정의’의 실현은 힘있는 자, 권력있는 기관의 몫이다. 약자에게 공정과 정의는 내면의 갈등일 뿐,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불공정(不公正)과 부정의(不正義)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권익을 위한 공익활동가로서 새 정부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있는 기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정행위와 사법조치를 강력하게 요망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시민사회단체의 새로운 프로필

우리가 자연적으로 속하게 되는 곳은 다층적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국민으로, 시장의 경제행위자로, 또 시민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시민사회를 끼워 넣는 것이 거슬리는 이도 있겠다. 먼 과거에는 사회를 국가의 전유물로 간주했거나 국가와 시장의 기능만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았다. 근·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공공성은 시민사회로부터 복원되고 재건되는 것이니 국가는 시민사회 위에 있긴 하지만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국가 영역의 정부만이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 시민사회와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내는 협치가 정답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는 시장의 영리 추구가 사회문제로 되지는 않도록 견제하고 정부의 공공성이 자칫 공정과 공평을 벗어나 특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같이 권위주의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이룬 곳에서 나타나는 시민사회의 특징도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가 유난히 강한 유산이 그것이다. 동시에 시민사회의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시민사회단체가 특정 정부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변화 문제시되기도 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정파적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정파적으로 나눠진 현상도 나타났다. 또 오늘날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새로운 주창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하지 못하거나 직접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공공서비스를 나눠 대행하는 일도 수행한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활동 등 제한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도 한다. 시민사회가 정치·시민사회를 넘어 경제·시민사회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진화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에게 공공서비스를 위탁하거나 지원사업을 펼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하다. 정부는 적은 재정과 작은 규모의 인력으로도 빈틈없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시민사회는 공적 사안의 결정에서만이 아니라 집행에 있어서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하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실수와 오류를 유독 과장해 지탄하거나 본연의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정파적일 수는 없더라도 초(超)정파성을 견지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공감대와 합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회계와 인사관리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도 위탁이나 지원 사업의 공모와 선정에서 특정 시민(사회)단체를 은근히 선호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과 원칙을 정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공무수탁사인은 아님에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감독과 통제만 강화하려는 처사는 옳지 않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대관령 700고지 봄이 오는 소리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라고 했는데, 우리 소문에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식자우환(識字憂患), 아는 게 병일 수도 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며, 그 다른 결과는 그저 논리적이지 않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조심하지 못한 자기 잘못을 도끼에 전가하는 셈일 수도 있다. 강아지가 산책하며 애먼 것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 화는 강아지한테 내는 걸까? 아니면 그걸 미리 말리지 못한 나한테 내는 걸까? 그런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정말로 불이 날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이야기가 있다.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추위를 이기자고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린다. 결국, 가시에 닿지 않을 만큼 가까워야만 아프지 않으면서 그나마 추위를 덜 탈 수 있다. 불가근, 불가원이란 말이겠다. 불가에서는 인연 함부로 맺지 말라고 했다. 거꾸로 뒤집으면 한 번 맺은 인연 귀중히 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성찰(省察)이란 과거의 일이나 개인을 돌아보는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의 맥락과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다. 본 것(혹은 보인 것)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곱씹어 생각하고 질문하고 분석하며 해석해 맥락과 구조를 보는 것이다. 다행히 세상사 변화의 맥락과 구조를 읽어내면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노력의 결과보다는 지성스러운 노력 그 자체이며,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자체일지 모른다. 지난 3월 강릉과 동해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되면서 역대 최장 시간 산불로 기록됐다. 산림 2만523㏊가 불에 탔다. 그 긴 시간 거기 터 잡고 살던 생명에게는 그런 지옥이 없었겠다. 화마가 자연히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인재일 공산이 크다고 한다. 얼마나 모진 사람이 그 많은 생명에게 그 끔찍한 지옥을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무지라면, 그 무지야말로 죄 중의 죄이다. 손짓, 발짓, 말짓 하나가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것, 그것이 성찰이리라.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수만, 수십만 생명을 앗아가는 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 억울하게 만드는 게 이렇게나 위험하다는 걸 저마다 알아야 한다. 저 아래, 특히 남쪽에서는 이미 꽃들이 만발하고 새싹들 우쭐우쭐 돋았겠으나, 여기 대관령 700고지는 아직 햇살과 솔바람에 봄기운이 실린 듯하다. 이제 저 지옥이 되어버린 백두대간에도 며칠 지나지 않아 봄 햇살에 새순 돋고, 온갖 들꽃들이 꽃을 피워내리라. 그게 자연이다. 세상 다 끝날 듯한 지옥의 순간도 지나고 나면 낙원 같은 숲이 우거진다. 세상에는 죽이는 것 같지만 살리는 것들이 많다. 바람은 생명의 역사를 창조하고, 사막이 황량하지만 살아있는 건 바람 때문이며, 이것이 자연의 또 다른 신비이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道 24시간 아이돌봄센터 통한 공백 해소 기대

우리나라의 인구 수는 2020년 기준 5천130만명으로 세계 28위이나, 출산율은 세계 198위의 저출생 국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15세부터 49세까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1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2016년 40만6천200명, 1991년 70만9천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부모가 생계를 유지하느라 직장에 머무는 동안 어린 자녀들이 돌봄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고,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거나 미미한 점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면서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과거보다는 이혼율이 점차 높아져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들 돌봐야 하는 한부모 가정이 발생, 정보화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야간출근·교대근무 등 부모들의 직업이 다양해지며 연장보육과 야간보육 수요 또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짐에 따라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조부모의 도움을 얻거나 도우미를 개인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그나마 돌봄 공백을 방지할 여력이 있겠으나, 그마저도 불가능한 현실에 처한 사람들의 경우 전적으로 자녀양육 부담을 개인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미국 영화 〈툴리Tully, 2018년 개봉〉에서는 세 아이 육아를 혼자 떠맡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엄마를 위해 야간 보모를 고용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야간 보모’를 공적 영역에서 지원함으로써 돌봄 공백을 해소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대표발의 엄교섭 의원)’을 의결한 것은 돌봄 공백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 조례안은 최근 저출산 시대의 인구감소로 인해 출산, 보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공적돌봄체계가 부족한 현실과 긴급한 상황에서의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야간출근, 응급 진료, 병원 입원 등 긴급한 상황으로 인해 보호자가 자녀를 돌보지 못할 경우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도내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마련 및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과 경기도의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통해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가 31개 시·군에 점차 확대 설치, 운영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도내 영유아·미성년 자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소비자안전은 교육이 중요하다

최근 샴푸만 하면 새치가 염색된다는 제품이 안전성 문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개발 업체 간의 대립이 팽팽한 듯하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결론이 내려지길 바라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 결국 직접적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안전넷에는 올 3월에만 80건의 위해정보가 올라와 있다. 그것도 전국의 58개 병원, 18개 소방서의 위해정보제출기관과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에 수집된 정보가 그 정도의 양이다. 크기가 작아 질식위험이 있는 자석 완구, 발화가능성이 있는 살균탈취기, 감전위험이 있는 욕실용 조명기구 등 품목이나 유형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위험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안전하지 않고 위해를 입힐 수 있는 요소가 소비생활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지난해 경기도 소비자권익활성화지원사업으로 도내 50여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1천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소비생활안전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취학 전 어린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의 안전사고 사례와 주의할 점을 동영상과 자체 양성 강사를 활용해 교육했다. 불량식품 조심, 킥보드 안전장구 착용, 스마트폰 게임 주의, 장난감 삼킴 위험, 투명우산이 안전 등 실제 소비생활에서 조심해야 할 내용 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물에서 소비자가 지켜야 할 예절과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분리수거의 내용까지 포함해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는 영상으로 교육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교육 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어린이 소비생활안전교육 만족도 94.4%, 교육필요성 93.3% 등 매우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며, 그것과 비례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해요소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생활 위해정보를 찾아보고, 조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소비자 안전문제는 정보탐색단계나 거래단계, 품질보증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라 할 것이라.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각 지역의 소비자단체를 활용해 유아-어린이-청소년-성인-고령자 등 연령계층별 소비생활안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지방자치의 다양화 옹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야겠지만 국민통합도 이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의 일상은 계속 선거전이다. 전국 곳곳 선거구에서 출마선언과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주민주권의 행사다. 주민주권은 국민주권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부활 시점만을 기준으로 해도 30여년이 지났으니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기여해온 경륜이 제법 쌓인 편이고, 돌아보면 성과가 자랑스럽지만, 내다보면 자치와 분권에 있어서 개선할 점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는 전국 동시로 시행되고 있다. 선거관리상 그럴 필요가 있고 전국적 이벤트이기에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을 거점으로 해야 하는 선거를 국가가 중심이 돼 한꺼번에 치르는 행사가 되게 만든다. 이것이 지역의 의제보다 국가 전체의 이슈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지는 않는지 또 지방자치를 획일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 여건에 맞게 주민복리를 위한 자치를 하는 것이니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에 묘미가 있다. 지역별로 기일에 차이를 두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필시 전국동시선거보다 더 지방자치의 본질에 어울릴 것이다. 광역단체와 소속 기초단체 간 주민 밀착도가 차이 나고 이해관심도 다르다는 점을 중시하면 광역과 기초의 선거를 서로 다른 날에 치르는 것도 할만한 일이다. 또 전국 17개 시도별 선거가 원칙상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열어놔야 한다. 몇 개의 시도가 권역별로 동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현실적일 수 있고 광역행정이나 초광역권 전략을 위해 권장할 일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지방자치를 다양화하는 제도를 보태면 더 좋겠다. 시도별로 단체장과 의원의 임기나 연임 제한 등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을 중심에 놓고 의회를 두는, 사실상 균형적이지 않은 기관 대립형 모델의 획일성을 수선할 필요도 있다. 어느 시도는 현행처럼 운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의회를 구성한 후 의회에서 단체장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현행을 전제로 의회활동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의원임기를 단체장보다 길게 하거나 선거주기별로 의원 정수의 일부만을 교체하는 방식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도 주어진 제도 하에서 정해진 수준으로 하는 자치를 넘어 주민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자치제도를 스스로 만들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지방자치와 공직선거를 규율하는 상위법은 원칙과 대강(大綱)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시도 조례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풍부한 지방자치를 펼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할 때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뉴노멀 시대의 자원봉사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의 시대란 말이 곧바로 신선함, 설렘 같은 밝은 느낌으로 이어지진 않는 게 역시 코로나19의 여파 탓일 듯하다. 그래도 새로운 기준을 대하는 우리 자세는 남다르고 전과도 달라야 한다. 예전 기준, 예전의 일상에선 이른바 선진 사회에서 만든 기준을 되도록 빨리, 잘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삼으면 됐다. 우린 그 일을 정말 잘했다. 그 덕에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선진국이 됐다. 이제 새 기준이 서는 새 일상에서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자원봉사도 그랬다. 본디 우리 게 아니었다. 용어도 개념도 프로그램도 이미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늦었지만, 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해 따라잡느라 노력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자원봉사센터다. 애초 선진 사회의 자원봉사는 우리처럼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가는 처지에서 자원봉사센터는 나름 큰 공을 세워, 어느덧 자원봉사가 사회의 구석구석에 젖어 들었다. 그간 자원봉사 활동은 대면해 정을 나누는 걸 중시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이 대세다. 그러나 그 방식이 유효한지, 또 지속 가능해 미래가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비대면 자원봉사라 하더라도 시2027공간을 초월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비접촉 방식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나가야 한다. 온라인 자원봉사활동이 크게 확대됐다지만 여전히 필요한 분야는 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설봉쇄 조치로 생활 시설은 애초의 비개방성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더해져 격리와 고립의 이중고를 겪었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파편화와 각자도생의 개인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정보통신기술이 취약한 계층이라면 또 다른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물론이고 비대면에 특화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그동안 자원봉사 제도에 적용되었던 개념, 운영방식, 정책 등을 돌이켜 확인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이제 도움을 주는 위치이니, 우리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차원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라는 새 분야에서 세계적 기준까지 따라잡는 동안 큰 역할을 해온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이 다시 기대되는 때가 됐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도 코로나 시대 위험의 일상화 속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자 시민에게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길을 열어 제시해왔다. 특히 2021년부터 정책연구팀을 설립한 점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대에 어울리는 대처로 보인다.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과 기준,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해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정책 개발을 기대해 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시론] 우리 모두가 킹메이커

당신의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 신호등에 계속 걸려 시험에 늦을 것 같다. 신호를 위반해서라도 제 시간에 가는 것과 늦더라도 시간을 지키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르칠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올해 초에 개봉되었다. 주로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큰 뜻을 품은 젊은 정치인의 성장과, 열악한 여건에서 그의 승리를 이끌어온 음지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정치와 선거와 관련된 여러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내가 원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져야 하는데, 정의로운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와 겹쳐 큰 흥행은 이끌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몰입되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여러 선거에서 기발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방법들로 극적인 역전들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불편한 마음이 함께 남으며 정치란 무엇인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본인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짓된 정보와 그럴듯한 현혹에 쉽게 속곤 한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경우 더욱 그렇다. 일부는 이를 악용해서 물건을 팔고, 종교를 믿게 하고, 아픈 이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료를 종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정치일 것이다. 직업과 연령, 지역과 성별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편을 갈라 서로 다투게 하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겉으론 웃지만 뒤에서는 지저분한 혈투를 벌인다. 영화는 부정한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서 나도 그들과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와 모순이 잘 표현되어있다. 대중들은 편을 나눠 서로를 비난하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치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의 의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960년대의 배경이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행태는 2022년이 되어도 변함이 없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가장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쉽진 않지만, 내가 가진 한 표에 의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힘없는 개인들의 한 표들이 모여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정하는 소중한 기회이니 우리 모두가 킹메이커가 되어야 할 때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경기시론] 대통령선거, 투표참여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미래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한민국 5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새로 결정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헌법 제67조 제1항). 모든 국민이 각자 1표씩 평등하게 직접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비밀이 보장되는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하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최근 20여년 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제15대(1997년 12월18일 당선인 김대중)의 경우 80.7%였으나, 제16대(2002년 12월19일 당선인 노무현)는 70.8%로 낮아졌고, 그 이후 제17대(2007년 12월19일 당선인 이명박)는 63%로 더욱 하락하였다가, 제18대(2012년 12월19일 당선인 박근혜)는 75.8%, 제19대(2017년 5월9일 당선인 문재인)는 77.2%였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 26.06%에 비해 2022년 3월 45일에 실시된 사전투표는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선거인 수가 1천143만3천29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사전투표율이 33.65%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유권자 중 적게는 20%, 많게는 37%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투표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투표할 권리 못지않게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와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 다만, 우리보다 시대를 앞서 살아온 여러 사람이 남긴 말을 한 번쯤 되새겨 보자. 생각만으로는 동의나 반대를 표시할 수 없다. 투표를 해야 가능하다(로버트 프로스트)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운명을 개선해 주지 않을 것이다(베르톨드 브레히트) 정치가는 스스로 정치적 포부나 신념에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그 신념의 구현을 위해 투쟁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에 책임을 져야 한다(막스 베버)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프랭클린 애덤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알란 케이) 이번 대통령선거는 여론조사 결과 여야 정당의 각 후보자 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은 박빙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결과는 유권자들의 투표하는 손에 달렸다.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되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구체성이 있는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한 번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의 삶을 위해, 공동체를 위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소비자주권시대에 걸맞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경제정책, 부동산정책, 일자리 정책 등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정책은 외면받고 있는 것 같아 소비자 공익활동가로서 아쉽다. 소비자는 곧 국민이고, 소비생활은 평생 지속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얼마 전 소비자단체가 수년간의 숙원 과제인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 등의 도입을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했는데, 일부 후보는 소극적으로 응답했다고 하니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이 크다.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받았을까? 폭스바겐, BMW 등 외국산 자동차 사건, 대형 유통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어느 정도나 보상받았을까? 현행 소비자기본법의 단체소송은 집단소송과는 다르다. 단체소송은 사업자가 표시광고 등의 규정을 위반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 법원에 소비자권익침해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소송일 뿐이다. 반면 집단소송은 다수, 소액의 피해소비자가 발생할 경우 대표당사자가 전체 피해소비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배상을 받는 제도다. 경제인 단체의 집단소송제는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발생시키고, 기업에 타격을 준다는 논리는 다수의 힘없는 피해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결론이다. 개인 소비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불법행위와 피해사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배상을 원하는 소비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한다. 원천적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소비자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배상되는 것이다. 도지사,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소비자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광역시도는 소비생활센터와 전임공무원을 두고 소비자행정을 추진하고 예산도 늘려가고 있으나 시군의 경우에는 소비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도이며, 그것도 일부 단체에만 국한돼 있다. 지방 소비자행정의 핵심은 규제행정이다. 소비자관련 법령에서 지자체에 위임한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만 강력하게 시행해도 사업자의 기만적인 상술은 사라질 것이고, 소비자의 피해도 신속하게 보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정책 규제행정을 위한 전임공무원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제조, 유통, 판매 업체를 강력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현재 순환근무제인 일반행정직으로는 효율적으로 소비자 관련 법령을 집행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주는 대통령, 지방선거에서는 악덕사업자가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도지사와 시장이 선출돼 진정한 소비자주권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대통령제에서 작동되는 책임총리제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2주 남짓 남겨두고 있다.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낮고, 박빙의 승부로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다보니 진영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 간 단일화를 타진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단념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쪽은 전문성을 보충할 파트너가 필요할 만도 한데 끝내 마다했고, 다른 한쪽은 자격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와 통합의 담론을 선점하는 기회가 커진 듯하다. 그는 뜻 맞는 후보와의 단일화를 절실하게 다루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선거과정과 무관하게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공약한 상태다. 통합정부는 국정 권한을 정권 창출 파트너 또는 잠재적 국정 참여 주체와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새 정부가 구성된다면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그렇게 개헌을 준비하는 통합정부는 필시 새로운 국정운영 체제에서 작동하게 될 정부를 미리 선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정부론의 원칙과 방향성을 선거 전에 공유하며 동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전에 동료를 얻지 못하고 승리한 경우더라도 대의(大義)를 따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도 관건이다. 통합정부론이 대통령제를 포기하거나 그럴 것이라고 간주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프랑스식 반(半)대통령제는 매력적이지만, 오늘날 국정 사무는 국가원수의 것과 행정수반에 속하는 것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일형 의회제 역시 대안이었다. 하지만 내각불신임과 의회해산이 낳을 불안정을 우리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제는 우리 헌정사의 유산이고,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는 여전히 강력하고 안정적인, 그러면서도 적절히 제어되는 대통령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며, 합의 지향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개혁을 궁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 책임총리제가 새로운 국정운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가능한 책임총리제는 거대 양당 외 정당(들)도 국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창출하여 실질적으로 다당제를 구현할 것이고, 결정적으로는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더 많이 수렴하는 국정을 펼치게 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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