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새로운 성장의 기회, 기후경제에서 찾자

지난달 21일 영국 투자은행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심지어 0%대 경제성장률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물론 여러 정책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복마전 같은 현 정치·경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정말 이렇게 추락해 가고 마는 것인가. 그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현 상황을 돌파할 전략적 대응책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최근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의 한국 방문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그는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및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 관세를 포함한 여러 사안과 연동돼 있기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하기에 따라 이것을 한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셰일가스전 개발로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하고 심지어 수출까지 하는 나라다. 그런데 왜 자그마치 1조달러(약 1천450조원)에 달한다고 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것일까. 그것도 이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일까. 그것은 미중 간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그것도 에너지라는 자원 인프라와 탄소중립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교두보를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소비처를 동아시아 시장에 만들고 더 나아가 중간 생산지 혹은 경제적 회랑을 한국에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면 한국은 어마어마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천연가스 개발은 화석연료로의 회귀일 수 있지만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그린에너지를, 이의 연료전지화 등을 통한 탄소중립, 친환경 기후경제를 창조하는 중요한 중간고리가 된다. 이의 주도권을 자칫 러시아에 뺏길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미국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개발 선도국가이고 연해주 일대의 가스전 개발 및 지열 이용 개질 공정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마음이 급한 것이다. 일단 한국을 투자국으로 엮어 자기편 붙박이로 잡아 두려는 속셈이 있다. 연료전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을 활용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러시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고 있다. 거대한 시장 형성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에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가격경쟁력의 우위와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에서 한발 앞서고 있어 러시아는 느긋한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묶으려는 구도를 짜고 한반도를 미국의 대(對)중국 패권전쟁 전선의 첨병 지역으로 삼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또 상당 수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의 물밑 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인데 조만간 북미 협상이 이뤄지고 궁극엔 북미 종전선언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북 간 평화 모드 조성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이의 연장에서 남북 간 교류를 통한 한반도 내에 미국 알래스카 천연가스와 러시아 연해주 천연가스 간 경쟁 시장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대격변 중이다. 이 흐름을 잘 타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 흐름을 성장으로 대반전시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후경제이며 평화경제다.

[경기시론] 국내 유입 이민자 규모 어떻게 정해야 할까

법무부는 지난해 정주적합성이 높은 전문·숙련 외국 인력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정책 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를 시범 도입했다. 해당 제도 도입을 통해 우수 인재, 투자자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대상의 경우 정책 목표로서의 기능을 하고 단순기능인력 등과 같이 국민 일자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연간 비자 발급건수의 상한을 제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인구 구조, 경제성장률,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간 이민 도입 규모를 정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국가들의 관행을 보면 미국은 이민귀화법에 따라 매년 인구의 0.3%(약 100만명)에 해당하는 이민비자(영주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캐나다와 호주는 연간 계획을 수립해 매년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이민자에게 영주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영주비자를 발급할 때, 학력, 경력, 소득, 연령, 언어능력 등 다양한 개인 역량을 고려하기 때문에 정주 외국인의 양은 물론이고 질적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앞선 나라들은 영주비자 이외에 일시적 거주와 취업 등에 필요한 비자도 발급하지만 영주비자를 통한 정주인구 증가에 더 큰 정책의 비중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민자들은 영주권을 가지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자신의 기술, 기능, 지식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해외에 가진 물적 자본까지 이전할 수 있다. 아울러 본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나가고 창업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등은 주로 노동수급 상황을 고려해 부족 인력을 메울 수 있는 이민자의 취업 업종·직종을 제한해 한시적으로 거주를 허용하고 입국 후 에 정주자격을 부여할지를 결정한다. 우수인재 입장에서 볼 때 정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직업역량의 강화와 직업의 변경, 창업 등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이 정책은 결국 인력의 미스매칭이 많이 발생하는 단순노무 분야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유입시킨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업자격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의 약 84%가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이민정책연구원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중소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1% 증가할 때 지역 내 제조업의 생산성이 0.56%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이민자의 전문성(숙련성)이 높을수록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업이 채용하는 외국 인력의 구조에 따라 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 대학 및 기업이 협업해 연구개발을 통한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 사업모델의 개발, 자동화 등을 통해 산업구조의 조정을 촉진하고 그 변화에 적합한 숙련기능공과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보너스 시대와 같이 부족 인력만 보충하면 된다는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인구 급감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노동 수요와 일자리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지난해 8월 기준으로 229개 시·군·구 중 57.2%가 소멸위험지역이 될 정도로 대다수 지역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섰다. 따라서 생산, 소비, 투자 등에 도움이 되는 정주외국인의 유입과 정착 지원에 대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 실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비교우위산업의 육성 ▲교육발전특구의 활용 확대 ▲다양한 대안학교와 저렴한 국제학교 운영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 ▲거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이민자는 물론이고 자녀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야 부모도 정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인구 구조 악화와 인력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해외 직업훈련을 강화했고 2019년 특정기능 2호 비자를 신설, 숙련기능 외국 인력까지 정주를 허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독일은 1994년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출범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 2004년 EU에 가입한 동유럽 8개국에 대한 노동시장 개방, 2020년 ‘전문인력 이민법’ 제정을 통해 EU가 아닌 국가의 전문인력과 숙련기능공의 유치 및 정주 허용 등과 같이 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민자를 부족한 인력을 일시적으로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근본적인 틀도 바뀌기 때문이다.

[경기시론]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의 소년보호사건 송치 ‘그 의미’

소년보호사건에서 흔한 비행 사실은 ‘절도’다. 지난 2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보호사건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학생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훔쳐서 왔다며 큰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얘야, 단돈 천원짜리라도 다른 사람 물건을 훔치는 건 범죄란다”. 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은 큰 잘못인데 그 학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아마 이런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해당 건이 수사기관에 신고가 되고 보호사건으로 송치까지 된 것이리라. 절도와 관련해 상담할 때 가장 많이 하는 해명은 계산을 한 줄 알았다는 것인데 정작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보이는 태도를 보면 변호사(보조인)인 필자조차 설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은 티가 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고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범죄소년(14~19세 미만)의 경우에는 절도 금액과 재범, 반성 및 합의 여부 등에 따라 조건부로 기소유예가 되거나 즉결심판 벌금 등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며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이기는 하나 소액 절도로는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촉법소년(10~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서 기소유예나 즉결심판 등이 어렵기에 혐의가 인정되는 한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보호처분은 소년법상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어 범죄경력회보서에 기재되지는 않는다. 최근 경찰청은 전과자 양산을 막기 위해 범죄소년의 경우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이나 즉결심판청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예상되거나 소년부 송치되더라도 1호 처분(보호자 감호위탁) 또는 2호 처분(수강명령), 3호 처분(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사안의 경우로 보인다. 그런데 범죄소년에 대한 이러한 훈방 등이 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일이다. 소년보호사건의 보조인(변호사)으로서 학생들의 비행 사실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소년보호사건 심리기일 전에 통상 받게 되는 결정전 조사나 생활환경조사서 작성 등을 통해 보호소년 본인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들이 비행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는데 이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호자들은 본인의 양육 태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자녀에 대한 지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게 되므로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비행 억제에 꽤 긍정적이다. 이렇듯 소년보호사건은 잘못에 대해 충분히 깨닫게 하고 비행의 반복을 멈추는 데 목표가 있다. 학생들이 바른 어른으로 커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잘못의 인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보호사건 처리 과정은 형사사건 처리 과정보다 이에 부합한다. 소년법에 따라 10세부터 13세까지를 촉법소년이라 지칭하고 이들을 보호처분이라도 받게 한 것은 14세가 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형법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것이지 이들을 봐주고자 함이 아닌 것이다. 소년법을 폐지하면 그나마 이뤄지던 보호처분도 불가능해지므로 폐지 논의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고 다만 비행을 일삼는 미성년자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선도를 위해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14세에서 12세나 13세로 낮추자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경기시론] 저성장 극복... 사회경제 배려와 함께해야

올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원래 어두웠는데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요인이 가미돼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정치적 불안정은 그 진폭이 크든 작든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해소될 것이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특히 단기간에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우리를 몹시 불안하게 만든다. 경제 문제 중 대표적으로 저성장이 요즘 화두다.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말 2.1%이던 것이 이제는 1.5%까지 조정됐다.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이 위축되고 제조업 부진은 설비투자를 감소시켜 고용에도 영향을 끼치는 실정이다. 내수 둔화와 경기 부진의 지속성을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환율 변동과 연동되기에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다 일본의 장기 정체가 우리의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저성장을 극복하는 주요 방안으로 기술혁신이 자주 거론된다. 기술혁신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경제성장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는 일반형 인공지능이 되면 엄청난 생산성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을 놓고 사활을 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 흐름은 거역하기 어려운 법인 만큼 이 흐름을 타야 하고 한국도 여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한국 경제를 저성장에서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주요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기술혁신 또한 숱한 사회적 문제 발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추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여기에는 일자리 문제, 먹고사는 생계 문제가 수반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 도입이 우리나라에서 기존 택시업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좌절한 적이 있었다. 이는 기술혁신이나 경제적 효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 해결과 사회적 이해를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 생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기술혁신이 이루는 높은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새롭게 생긴 일자리가 아무에게나 쉽게 허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 중단기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일반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시기도 머지않다고 한다. 이 경우 특히 중산층 일자리나 전문직 일자리까지도 조만간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제조업 및 남성 중심 고용의 산업화에 오랜 기간 고착돼 왔다는 것이다. 이는 중산층과 전문직을 포함해 대부분의 일자리가 고용을 통한 소득 확보 장치이고 이로써 자신의 생계 위협에 대비했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등이 있다고 하나 아직은 미미한 보완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일자리의 위협은 목숨을 건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성장은 소수의 특수한 계급이나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가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위험 사회에 대한 합당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가능해 보인다.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든지 사회보장성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주장이 비록 급진적이긴 하나 우리 사회의 주요 담론이 된 적도 있었다. 최근에 대안으로 대규모의 세계적인 기술혁신 기업을 만들어 그 지분의 일부를 국민들에게 나눠 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열려 있는 자세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경기시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연대감·정체성은 무엇일까

2021년 법무부는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에게 국적을 부여하기 위해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자는 ‘부 또는 모(대한민국에서 출생)가 영주자격을 가질 것’과 ‘6세 이하이거나 7세 이상으로서 5년 이상 계속해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신고 절차를 통해 쉽게 국적 취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국가 출신의 증가로 인한 정치적 결정이 편향될 수 있다는 여론 등에 부딪혀 입법 추진이 중단됐다. 이러한 논란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보호 등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책임과 의무를 함께 한다는 연대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과 국가 간의 법적 유대관계를 규정한 것이 국적법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적법에 따라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 해외에서 출생해 교육을 받은 사람이 국내에서 생활할 경우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 정체성 혼란 등을 겪더라도 혈연이라는 유대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 출생자의 부모가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지더라도 국내에서 출생해 성장하고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 대한민국의 언어, 문화, 헌법적 기본가치 등을 이해하면서 우리 사회에 통합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국적법은 그가 미성년자일 때 그의 부 또는 모가 귀화 허가를 신청할 때에만 함께 귀화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부 또는 모가 허가를 받지 않는 한 국적 취득을 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이민정책연구원, 서울시, 교육청 등이 함께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나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은 이주배경 아동은 한국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고 오히려 부모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성인이 돼 가면서 차츰 국적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 소외감, 진로에 대한 불안감 등을 느끼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배경을 가진 초·중·고교생 수는 19만3천814명으로 전체 학생 수의 3.8%를 차지한다. 2017년 이주배경 학생 수(10만9천387명)가 전체 학생 수의 1.91%를 차지한 것과 비교할 때 학교에서 이주배경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주배경 학생 중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는 14만6천804명으로 74%를 차지한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중에서 국내 출생자는 91.8%이고 해외출생자는 8.2%를 차지한다. 그리고 부모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진 학생은 4만7천10명으로 이주배경 학생의 24.3%를 차지하며 2020년 21.4%에 비해 증가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혈연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법적 유대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혈통주의 원칙과 함께 보충적 출생지주의를 도입한 국가 사례를 보면 독일은 부모 모두 외국 국적을 가진 국내 출생자는 그 부 또는 모가 8년 이상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거나 영주권을 가지고 3년 이상 거주하면 출생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복수국적을 갖게 되면 18세가 된 후 5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만을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국내 출생자가 13세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면 16세부터 18세까지 국적을 신청할 수 있다. 영국은 부 또는 모 중 한 사람이 영주권을 소지한 경우 출생과 동시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외국의 입법 사례, 보충적 출생지주의를 도입할 경우의 우려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입법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국내 출생자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이수했는지를 살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후 대한민국에서 13년 이상 거주하면서 초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초·중등 교육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경우 16세부터 18세까지 특별귀화 신청을 허용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귀화자는 병역의무가 면제되지만 동 대상자에게는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연대감과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고 부족해지는 인적 자원을 보충할 수 있다. 둘째,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로 원정출산을 오는 문제와 부모가 아동을 국내 정주 수단으로 이용하는 문제를 고려해 우선 부 또는 모가 영주(F-5) 체류자격을 가진 경우로 한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 정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을 통해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시론] 학교폭력, 법적 해결보다 중요한 것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학교폭력 행정소송’을 주제로 학교폭력 실무 관련 강좌가 개최됐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판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업무를 다루고 있는 담당자가 다수 참여해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동향 및 학교폭력 사안 처리 관련 실무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교육청에서 9년 넘게 학교폭력 및 교육법률을 지원하는 변호사로 근무하며 교육 현장의 해석과 다른 법원의 해석에 난감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법’과 ‘법원’은 참 무거운 것이어서 결국 교육 현장과 괴리가 있는 판사의 해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 같은 강좌 및 협의회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돼 간극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의 건수가 2022년 51건에서 2024년 9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는 학교폭력 전담재판부까지 신설된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단계를 경험했던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라면 ‘판결’이라는 것이 결코 분쟁의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번 강좌에서 발표를 맡은 판사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학생들 간 진정한 화해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 종결하는 것보다 조정이나 자체 해결로 결론을 짓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학교폭력은 교육의 문제로 재판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강조했다. 학생들 간 관계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 그러나 이미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학교폭력 관련 교육현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네 가지 요건(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을 것, 지속적이지 않을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 학생 측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기에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교장은 해당 사안을 학교 안에서 종결할 수 없고, 관계회복의 여지가 있다 해도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자체 해결로 종결할 수 없으며, 경미한 건으로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양측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률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피해 학생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주고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도 가해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교육전문가인 학교장 및 교원의 다양한 조정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전제로 학교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법령상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는 양측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과 그 밖에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는데 교육부는 ‘2025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일부개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동안 가해 학생 조치를 내리는 데 집중됐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생 및 보호자들 간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美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서희의 담판

지금 탄핵 국면의 지속은 주가, 환율, 수출, 수입, 물가 등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인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에 2.1%로 제시했다가 올해 들어서자마자 1.9%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0.1~0.2%포인트 정도, 아니 그 이상의 추가 하락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한다는 것은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에게 주어질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더 나아가 직장인은 기존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특히 자영업자를 위시한 일반 서민의 삶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하락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다시 절망으로 몰고 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발 대형 악재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재 관세 부과라는 무기로 세계의 수많은 국가와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경제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중국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인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할 것 없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이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존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좋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고려 초 거란의 대군이 침입했을 때 서희는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해 교전을 치르지 않고 적을 물리친 적이 있다. 서희가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거란의 본심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북아 국제정세상 거란은 송나라를 도모하려 했는데 고려가 거란의 뒤에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었다. 거란은 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지 고려 침입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트럼프 정부의 본심은 무엇일까. 이것을 알면 우리의 대응은 서희가 거란에 했던 것처럼 쉬워질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반전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벌인다고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래 유망 산업의 하나인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첨단 미래 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터 분야조차 중국에 따라잡혔고 미국 제조업은 인건비나 제품 가격 측면에서 도저히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오로지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세계 패권이 어디로 가느냐는 ‘역사는 돈이다’(강승준 저)라는 책에서 잘 설파하고 있듯 경제력, 즉 자본이 어디로 쏠리고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거대 자본이 미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트럼프의 심중에 급선무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 관세는 좋은 수단이 된다. 물론 관세전쟁은 미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쇼라는 측면도 있다. 이것이 맞다면 한국은 이번 관세전쟁에서 트럼프를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중국에 치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이해시키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에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 것이 향후 북미 간 평화 국면 조성 시 북한을 포함한 한국, 즉 한반도를 미국 경제의 활력처가 되는 새로운 경제 회랑으로 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해답은 관세 그 자체에 대한 경제적 대응보다 외교적 역량에 있다 할 것이다.

[경기시론] 초고령사회 속 노인돌봄서비스 관련 이민정책 방향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주민등록 인구 5천122만1천226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1천29만4천550명(20%)이 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23년 약 110만명으로 이 제도가 시작된 2008년(약 21만명)에 비해 523% 증가했다. 향후 노인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현재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증 취득자 수는 287만5천159명이지만 관련 직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65만7천104명(22.8%)에 불과하다. 또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 중 60세 이상의 비중은 43만1천138명(65.6%)으로 청장년층의 비중이 매우 낮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의 근무기피 현상으로 인해 보건복지부는 2027년 약 7만9천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대다수는 시설 근무를 기피하고 방문 요양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설의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내 대학 졸업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 분야에서의 취업을 허용하고 국내 체류 동포의 이 분야 취업을 장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노인돌봄서비스 제공자의 중요성과 그 기여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0년 기준으로 40.4%로 OECD 평균(14.2%)의 약 3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2023년 통계청은 55~64세 취업 경험자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이 49.4세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은퇴자 중 아직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이 노인돌봄서비스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 노인 빈곤율을 낮춤은 물론이고 노인 부양 관련 재정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노인돌봄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직업윤리교육을 강화, 서비스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현재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제공자의 인권 침해와 부당한 처우에 대한 구제 조치를 강화함과 동시에 해당 직업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을 요양보호사로 육성하는 한편 일정 기간 이 분야에서 성실히 근무할 경우 그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2007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외국 정부와의 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2008년 인도네시아, 2009년 필리핀, 2014년 베트남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춘 우리나라 요양보호사와 유사한 ‘개호복지사 후보자’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후보자들은 노인돌봄시설에서 정해진 기간 근무하면 개호복지사 자격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받는다. 또 후보자의 일본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들을 고용한 기관에 대해 일본어 학습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있는 인력을 교육시키고 체류를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에 요양보호사의 처우 수준을 높여 내국인의 고용을 우선적으로 확대하고 유학생과 정주 외국인을 보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이민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 서비스제공 기관, 서비스 이용자 모두 이민자가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의사소통이라고 응답했다. 해당 분야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 보호와 직결되므로 이민자는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야 한다. 다만 현재 중국동포 등으로는 간병인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한국에 정주하면서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된 결혼이민자, 취업 중인 이민자의 배우자 등을 간병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외 대학의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자 등을 간병인으로 선발하고 간병인으로 근무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방향까지 고려해 봄직하다.

[경기시론] 교육의 사법화, 우린 어디쯤인가

얼마 전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 잘못됐다며 가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었다. 피고소인 교사의 변호를 맡아 수사기관 조사에 참여했는데 수사관이 책임교사인 피고소인이 조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법을 모르는 교사이니 당연히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느껴졌다. 학교폭력 사안을 다룸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교사는 경찰관이 돼야 하는가, 법률전문가가 돼야 하는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불복해 제기한 행정심판은 5천100여건이다. 2021년 1천295건에서 2023년 2천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다. 대부분 가해 학생이 조치에 불복하는 사례이지만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 조치를 상향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라니. 2023년 초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이후 느닷없이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교육부는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과 관리 강화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고 강화된 생활기록부 기재 및 관리 강화로 학교폭력 신고·조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교장 자체 해결의 비율이 감소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받은 가해 학생 조치에 대한 불복 건수는 늘어난다. 모두 부정적인 지표다. 현재 학교폭력은 법적 다툼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지는 데 단초가 된 것이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개정이다.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것도, 권리의식이 신장된 것도 이유이겠지만 말이다. 학교폭력 신고와 사안조사 단계에서의 변호사 개입이 갈등·다툼의 조기 해결을 뜻하는 것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의결 전에 이뤄지는 즉시분리, 긴급조치로 인한 가해 관련 학생의 억울함, 가해 학생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 언론은 불안감을 자극하고, 변호사들은 이러한 억울함과 불안함을 법적 조력을 통해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안내한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학교, 교육(지원)청 모두 교육적으로 해당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문제 없이 사안 처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까지도 교육적으로 훈계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인데 이는 ‘학교 공동체의 단절’로 이어진다. 학교 내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학생들은 그 갈등을 해결하며 화해하는 방법을 배우니 그러한 경험을 쌓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 예방주사 같은 것이랄까. 학생들 간 갈등이나 다툼을 모두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도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니 학교폭력의 개념도 참 불명확하다. 그러니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법’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자. 현재와 같은 법률과 정책으로는 학교폭력의 발생을 줄이기 어렵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통해 학교폭력예방법상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초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교육이 갖고 있는 힘과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법률과 정책은 공동체문화를 구축하고 학교 스스로 자치의 힘을 함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를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경기시론] 탄핵 정국·북미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미래

2024년 12월3일 밤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언되고 이후 대통령 탄핵, 권한대행 탄핵, 다음 순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란, 외환 등의 죄목이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놓고 국가기관 공권력 간에 대치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 나라가 헌법, 법률보다도 현실적 힘이 더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권력 게임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자칫 내란을 넘어 내전으로까지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국민 대다수는 헌법과 법률의 정당한 집행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치 시스템의 안정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신속히 이뤄지길 바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자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경우 이를 용납하지 않는 역사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실현 역량은 가히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만큼 이번 국난도 능히 극복해 낼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우리를 크게 우려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이번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타격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황폐하게 된 중에 다음 수순으로 북한과 연동해 한반도에서 대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 남한과 북한 모두에 걸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대격동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질서의 흐름을 볼 때 이것을 지나친 염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를 두고 세기적 선거가 될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의 말에서 비단 선거만 세기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 패권 질서의 변화도 세기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는 20일 그의 취임일 이전에 벌써 세계질서는 변화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 전쟁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조만간 휴전협정을 선언할 듯한 분위기다. 물밑에서 그리고 뒤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두 지역의 전쟁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음은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얼마 전 자신의 특임대사로 리처드 그레넬을 임명했는데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을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는 김정은에 대한 대화 신호로 읽힌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과 독일은 북한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이에 자극받은 인도 모디 총리는 그동안 휴면 상태에 빠졌던 인도의 북한 대사관을 가동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에게 북한은 비즈니스적으로 관심 국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물밑 움직임을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움직임은 돈의 흐름의 조짐을 암시한다 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만큼 미국에 활력을 넣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그의 취임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대대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종전선언은 가장 적합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상태에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를 대대적인 미국 및 세계 자본의 투자 거점으로 삼아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의 트럼프와 한배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존 미어샤이머라는 세계적인 석학의 주장이 실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던져진 시급한 과제는 먼저 탄핵 정국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구현 역량 위에 남북 간의 관계를 평화와 화해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북미 종전선언 후 펼쳐질 세계질서의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이때 그 무엇보다도 평화경제가 경제성장 및 번영의 활로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단, 기존에 언급되던 평화경제를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할 필요는 있다.

[경기시론] 이민자의 창업활성과 지역균형발전과의 관계

이민자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주는 효과 이외에도 소비, 투자 등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을 증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민자가 창업을 할 경우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37개 회원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민의 경우 평균적으로 13.4%이고 해외 출생 이민자의 경우 평균 13.8%로 이민자의 창업비율이 더 높다. 세계 최대 이민 국가인 미국의 경우 국민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8.2%이지만 이민자는 12.3%로 이민자의 기업가 정신이 국민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8년 뉴아메리칸이코노미재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1천3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500대 기업의 약 44%(219개)가 이민자 1세 또는 2세에 의해 창업됐거나 미국 국민과 공동으로 창업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의 경우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18.7%로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민자의 경우 4.9%에 불과해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이민 배경을 가진 자영업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OECD는 이민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비율이 높고 이민자의 노동시장 접근성이 높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OECD가 지적한 사항 이외에도 정부가 이민정책을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 창업과 관련된 법제도와 금융 지원에 대한 정주 외국인의 접근성이 매우 낮은 점 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민자 유치를 통해 인구감소 위기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인구의 감소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농어촌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의 창업을 활성화해 평균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이민자가 그 지역에서의 거주를 기피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을마다 경쟁력을 가진 농작물을 선정하고 그 마을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작물별 협동조합을 구성해 밭을 경지정리하거나 논을 밭으로 활용함으로써 자동화와 첨단 농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인당 경작면적과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농업혁신을 통해 발생하는 농업인과 이민자 등의 유휴인력을 농산물 가공 공장의 인력으로 활용함으로써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가의 소득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작물별 연구단지 또는 해당 작물을 활용한 식품연구 단지를 조성해 작물과 식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첨단 농기구의 대여와 지원, 유통망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민자 중에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네덜란드는 2023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1천788만명이고 영토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식품 수출국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학계, 기업, 농업인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농업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드시 참고할 사례라고 본다. 지역 내 소재하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과정에서도 그 지역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학생에 대한 교육, 직업훈련 및 창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농어촌지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몇 개의 마을 단위를 묶어 교육할 수 있는 기숙학교를 설치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거나 방과 후 온라인 보충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 주거, 의료 및 도로의 정비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운영 중인 지역특화비자 또는 2025년부터 시범 실시 예정인 광역비자 제도와 관련, 그 지역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민자 또는 관련 분야를 전공한 유학생에게 우선적으로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벤처기업 또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 벤처투자자금 조성과 지원, 세제 감면 등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비교우위 산업 분야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이민자에게도 이러한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제도가 신속하게 마련되기 바란다.

[경기시론] 누구도 모르는 정서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개념이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란 무엇인가. 이처럼 모호하고 광범위한 법 규정 때문에 교권보호 5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동학대로 신고·고소돼 고통받는 교원이 많다. 경기도교육청에서 9년이 넘는 기간 근무하며 많은 사안을 지원해 왔기에 학교 현장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청 밖에서 보는 학교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직접 신고할 수 있음에도 굳이 학교장 등에게 동료 교원을 아동학대범죄로 신고하라고 압박하는 학부모·교육감 의견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사의 언행으로 아동들이 정신상 피해를 입었다면 정서적 학대가 맞다고 단언하는 수사관, 아동학대 의심이 든다면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된다는 무미건조한 국가기관의 회신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육(지원)청 사안 확인, 지방자치단체(아동학대전담공무원)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할 과정이 참 험난하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이뤄진다 해도 최소 3개월은 교원의 일상생활이 무너져 내리고 기소되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추후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기나긴 고통을 보상받을 길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해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해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는지는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다”며 현재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위헌이 아니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결정을 해왔다. 법원에서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해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라면 이게 어째서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무엇인지를 사전에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인 필자 역시 도무지 이를 알기 어렵다. 그러니 교원의 생활지도 등으로 정신상 피해를 호소하며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질의에 “그것은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며 자신 있게 답변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란 것이다. 현재 정서적 학대행위 개념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정서적 학대행위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그 개념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회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 등 행위를 정서적 학대행위에서 제외하며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지 않았으나 이로 인해 신고된 사람의 정보를 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서 삭제하는 등 권리보호 조치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서적 학대행위는 확인하기 어려워 그 피해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그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 개념은 매우 모호하고 광범위한데 무분별하게 이뤄진 ‘신고·고소’ 행위로 인해 교원이 입는 불이익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는 ‘서이초 사건’이라는 교육 현장의 민낯을 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해 비로소 구체화될 수 있는 현재의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 개념의 한계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학교 현장이 적극적인 생활지도 및 교육활동을 통해 보다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서적 학대행위 개념의 개정안 도출을 위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말이다.

[경기시론] 계엄군도 공무원도 변하고 있다

5·16군사정변 때 서울에 출동한 군인들은 팔에 ‘혁명군’이라고 쓴 완장을 차게 했다. 그것을 찬 군인들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김종필 전 국무총리 회고록에 의하면 완장을 차지 못한 군인들이 차별감을 느껴 곧바로 금지시켰다고 한다. 그때는 군인들이 완장 차고 정부 청사를 장악하는 것에 우월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군의 의식도 변했다. 지난 3일 밤 벌어진 계엄령 파동이 실패로 끝난 데는 출동한 군인들의 태도가 소극적이었고 지휘관급에서 ‘묵시적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 관련 작전으로 알고 출동했다며 수줍어 하는 병사도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제 우리 군인들도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정치군인으로 기록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이렇듯 45년 동안 경제발전만 아니라 사회 의식, 특히 군인 의식도 달라진 것이다. 공무원 사회도 군 사회처럼 그렇게 변해 가고 있다. ‘직업공무원’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5·16군사정변 때 군 장성들이 장차관을 차지했는데 그 무렵 가뭄이 심각했다. 그래서 가뭄 관련 장관이 충남 부여 현지 시찰을 왔다. 물론 군복에 권총을 찬 육군 소장. 충남도청 가뭄 대책 H국장이 현장에서 장관을 맞이해 브리핑을 했는데 도중에 장관과 국장 사이에 의견 충돌이 벌어졌다. H국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장관에게 맞서자 장관은 갑자기 권총을 꺼내고는 “당신 죽고 싶어” 하고 언성을 높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긴장했다. 가까스로 자리는 파했으나 H국장은 “이제 나는 공직생활이 끝났구나” 하고 낙담하며 도청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곧 도지사실에서 호출이 왔다. H국장은 이제 사표 쓰라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지사실에 들어서니 자기에게 권총으로 위협하던 장관이 지사와 함께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장관은 뜻밖에도 국장의 손을 잡고는 “당신 같은 소신 있는 공무원은 처음 봤소. 존경합니다” 하며 칭찬을 했다고 한다. H국장은 이후 부지사에 오르는 등 공직생활을 잘 마쳤다. 문재인 정부는 월성 원전 1호기의 가동 중단을 비롯해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래서 한번은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 연장 여부를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담당 과장이 눈치 없이 ‘가동 연장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너무 낡아 가동 중단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는 답변을 기대한 상관은 그 과장에게 ‘너 죽을래’ 하고 버럭 화를 냈다는 것이다. 5·16 때 권총을 빼들고 ‘당신 죽고 싶어’ 하며 H국장에게 화를 냈던 군인 출신 장관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탈원전을 다루던 부서의 공무원들 중에는 상관의 지시로 탈원전 자료를 주말에 삭제하는 듯 불법행위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더러는 구속되기도 했다. 청와대만 쳐다보는 정치 공무원 상관들 때문에 직업공무원들이 희생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새 풍속도로 정부의 공약 사업이나 정책에 관련된 업무에서는 손을 떼는가 하면 기왕 손을 댄 공무원들도 열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대통령실 파견 근무를 승진 혜택 등을 고려해 서로 지원했는데 지금은 기회가 주어져도 거절한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를 골라 장관 등 요직에 기용하려 해도 청문회 같은 절차도 피곤하게 하고 훗날 구설수에 오를까 봐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와 군 조직에 새로운 풍속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 보여 준 발전적 시그널이다.

[경기시론] 기회경제, 경제 위기 돌파구가 될 것인가

우리가 무엇을 하려 하거나 무엇이 되려 할 때 ‘기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기회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당장에 좋은 직장을 잡고,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도 직장, 학교, 배우자에 접근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은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사무치는지 알 것이다. 기회는 경제적 영역에서 활용되면 경제적 자원이 되고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면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가 풍성하고, 두루 펼쳐져 있고 또 양질의 것이 제공될 수 있는 사회는 안정되고 활력이 넘치며 희망으로 가득찬 세상이라 할 것이다. 올해 들어 경제에서 기회가 강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회경제’가 세간의 화두로 부각된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8월22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한 기회경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연유한다. 이와 다르게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다. 이 문구는 기회경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 특히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한 기회를 다시 만들겠다는 걸 암시한다. 그 기회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고관세 부과나 방위비 부담 증가 등에서 찾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가급 지도자들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경제의 활로를 찾는 데 기회가 중요하다는 어떤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 무역적자, 인플레이션, 제조업의 붕괴, 일자리 부족 등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용률이 올라가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이는 중남미 쪽 비합법 이민자 등의 일자리 차지라는 점에서 백인 중심의 중하층 미국인들에겐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제는 어떤가. 최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통계청 등이 발표한 경제지표는 줄줄이 빨간불이다. 물가 상승률은 6%를 넘나들다가 최근 약간 진정되는 듯하나 이것이 내수 위축으로 해석되듯 생산, 소비, 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보이고 있다. 내수 침체는 서민, 특히 중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기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떨어뜨리고 한국 경제가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과 전망을 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신호다. 그런데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여기서 기회는 하나의 찬스로서의 기회라기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중요한 자원, 자본으로서의 기회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흥미롭고 고무적인 것은 10월24~25일 개최된 2024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에서 기회경제가 언급되면서 한국에서도 기회경제를 들고 나와 경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언급된 기회경제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믹스(인간 배려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해 여기서 기회경제는 기회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이나 자본으로 다루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진 않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회경제 개념이 현재 미완성이고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정책 개념이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경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시론] 다문화사회에서의 사회통합 방향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민자의 통합에 대해 “이민자와 이민자가 거주하는 사회 간에 서로 적응하는 쌍방향 과정을 통해 그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생활 속으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카슬과 밀러는 이민자를 주류 사회로 편입시키는 모형을 크게 차별적 배제 모형, 동화 모형, 통합 모형, 다문화 모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차별적 배제 모형은 우리 사회가 원하지 않는 이민자의 정주를 막고 국민과의 차별적 대우를 유지하며 문화적 단일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동화 모형은 이민자가 출신국의 주류사회로 동화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대다수 국가는 귀화 또는 영주 허가 요건 중의 하나로 주류 사회의 언어, 문화 등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동화 모형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문화 모형은 원주민, 소수민족, 이민자 집단의 언어, 문화 등의 정체성을 보전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캐나다와 호주는 영국 출신의 소수의 이민자가 주류 사회를 형성한 후 원주민 및 소수민족과의 공존을 추구하기 위해 원주민과 소수민족의 언어 및 문화의 보전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 모형은 이민자가 주류 사회와 상호 조정을 거치면서 주류 사회로 점진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문화적 통합 측면에서 우리나라, 유럽연합(EU ) 등의 선진국이 통합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관용과 포용력이 있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차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문화와 가치에 눈과 귀를 닫고 우물 안의 개구리로 배타적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국가와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민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 반면 우리 사회와 이민자 간의 통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정주할 수 있는 거주환경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민자와 그 후손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정착하더라도 통합되기 힘들 것이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 인력, 숙련기능공, 투자자, 창업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 따라서 반드시 이민자통합지수 같은 평가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정책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잘못되거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민자에게만 우리 사회와 문화를 존중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이민자의 다른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출 경우 민주주의와 다양한 창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폭넓은 지지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를 수용하지 않고 분리되려는 개인의 이민을 억제하는 한편 국내에서 그러한 집단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부 특정 국가 밀집거주지역이 주변화 내지 소외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이에는 많은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민자의 정착 지원과 통합에 대해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자녀 교육, 의료, 금융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이민 배경을 가진 아동을 미래의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 교육, 직업훈련 등에 있어 국민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대로 우리나라에서 출생하지 않고 중도에 입국한 아동을 위해 초기 한국 언어를 집중 교육하는 특별학급이나 지원센터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또 방과 후 보충학습 확대, 다양한 가격대의 국제학교와 대안학교 설립, 숙련기능공이 되길 원하는 학생에 대한 직업훈련과 인턴제 제공 등을 통해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아동의 이민 배경으로 인한 정체성, 고립감 등의 심리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에서 인력을 유치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정주를 허용한 외국인의 가족,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등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언어와 사회의 이해에 관한 교육프로그램도 이민자가 종사하는 직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시론] 교사에게도 맞춤형 통합지원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열망과 교권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등 교권보호 5법이 지난해 개정됐다. 그럼에도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연 2천건 이상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약 5천건으로 2년 새 2배 수준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이르지 못한 숨겨진 교육활동 침해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교육활동 보호 예방 교육을 하다 보면 왜 ‘교권’만을 교육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아마 교권을 교사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탓일 것이고 교권의 강화가 학생 인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교육활동 방해를 넘어 교원의 안전을 위협하며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해 공교육을 흔드는 원인이 된다.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수업 분위기가 망가져 공교육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 학생들과 보호자들에게 이 지점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까지 하게 된다. 지난 20일 한국교육정책연구소는 2024년 6월 초·중·고교 교원 6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직문화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학생 규정 위반 행위, 학부모 항의’를 스트레스 원인 1위로 꼽았다고 한다. 전체의 39.8%라고 하는데 2004년 조사에서는 올해 응답률의 3분의 1도 안 되는 11.6%였다는 점, 이번 조사에서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전체의 64.1%가 ‘학생·학부모의 비협조적 태도와 불신’이라고 응답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20년 사이에 학교 현장이 ‘관계’의 문제로 참 어려워졌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교사 개인이 감당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공교육’을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교육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실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복합적 어려움에 대응해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하기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이 한창이다. 사후처방 중심의 지원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복합적 지원을 해준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교원맞춤통합지원’은 어떠한가. 교사에 대한 지원도 맞춤통합지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한 이후 처리 중심의 지원이 아닌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전에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기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해 왔다. 특히 신규·저경력 교사는 더욱 그렇다. 그들의 다양한 어려움을 파악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 해결책은 ‘제도’로 완성돼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교사가 교실에서 혼자 모든 학생을 감당하며 소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교원맞춤통합지원은 교사가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교사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교사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교육청 내 여러 팀 및 기관이 각기 운영 중인 지원사업의 체계적 연계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경기시론] 눈물을 닦아 주는 게 ‘정치’

딸을 찾아 달라며 25년 동안 전국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다니는 등 ‘딸 찾기’에 모든 것을 바쳤던 송길용씨가 지난 10월 평택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뉴스는 참으로 가슴을 찡하게 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숨지던 날도 현수막을 걸기 위해 1t 트럭을 타고 나갔다가 지나가던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여고 2학년인 어느 날 학교에 간다며 나간 딸이 25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아버지 송씨는 그로부터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전국에 전단 돌리기, 현수막 걸기를 계속했다. 이렇게 25년 동안 뿌린 전단이 1천만장, 현수막이 1만장으로 재산도 다 날려 단칸방에 기초수급자로 전락했는가 하면 화병을 앓던 부인마저 사별해야 했다. TV 등 언론매체에 등장해 눈물로 딸을 찾아 달라며 호소했고 경찰도 발 벗고 나섰지만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리고 그 역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생전에 TV에 출연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눈물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송씨뿐이겠는가. 어떤 사람은 2020년 딸을 성폭행하는 현장에서 범인을 잡았으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아버지는 너무 분해 국민 청원을 제기했다. 28만여명이 그의 청원에 참여했는데도 정부 답변은 사법부에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렇게 다섯 번이나 청원을 했으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2만명이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은 또 어떠한가. 정치권이 정쟁으로 세월을 다 보내는 동안 전국 여기저기에서 절망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다행히 국회가 뒤늦게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물을 생각하는 데 너무 소홀하다. 6·25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중 생존해 있는 분이 500여명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오지탄광 등에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누구는 탈북에 성공도 했지만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렇게 생존해 있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 들어갔다. 당장 중환자를 업고 병원을 찾았으나 의료대란으로 의사가 없어 뺑뺑이를 돌다 지쳐 버린 가족의 눈물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는 하느님’이라는 성경 표현이 있지만 세상의 정치도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아닐까.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도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 했다. 정쟁으로 날이 밝고, 정쟁으로 해가 지는 우리 정치인들 가슴에 심어 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어둠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을 생각하며....

[경기시론]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한반도의 미래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과 만날 태세이고, 거기다 우리에게 방위비 부담을 엄청나게 지우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것만 보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크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 같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변하는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일 것이다. 이미 세계는 미국 주도의 패권 체제가 다극 패권으로 전환되는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여전히 제일의 패권국가이긴 하나 노쇠해 가고 있고 주위에 만만치 않은 세력들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미중 패권 대결에 이어 최근에 세계 패권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 중심의 G7 국가들보다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브릭스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브릭스는 정치적으로는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데 처음 5개국에서 시작해 20개국을 넘어 조만간 30여개국으로까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G7 국가들은 세계의 중심에서 주변의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G7 국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부상을 반길 리 만무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이러한 변화 흐름에서 발생한 사태라 할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프록시로 러시아와 패권 대결을 하는 전쟁을 하고 있지만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러시아와 타협하고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군 파병 관련 이슈가 크게 문제되고 있으나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대화 및 합동 통제 속에 있기에 그리 염려할 건 아니라고 본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를 대적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중국이라는 강력한 패권 경쟁 국가를 상대해 왔다. 더군다나 브릭스가 커져 브릭스 내 중국의 경제적 패권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위안화의 부상에 대응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러시아와 협력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브릭스 내 중국의 세력 확대를 막고자 여러 국가의 브릭스 가입을 잠시 중단시키고 있으며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에 손들어 주기까지 하고 있다. 이는 실제 미중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북한조차 러시아의 도움으로 브릭스 파트너 국가가 되고 나중에 정식으로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한 경제는 러시아의 다양한 지원과 브릭스 내 경제 교류로 완전히 살아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적대적 두 개 국가론을 주장하게 한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對)동아시아 지역 전략은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러시아나 미국의 입장은 한반도를 동북아 세력 질서의 균형 유지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활력처나 회랑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볼 때 대륙세력인 러시아가 해양세력인 미국과 손잡고 연결하면서 서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데 한반도보다 더 좋은 지정학적 입지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북러가 손잡은 상태에서 미러가 손잡고, 다시 북미가 하나 되는 북미종전선언 추진 같은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하나인 남한으로서도 다소 진통과 혼란이 있겠지만 결국엔 미국-러시아-북한과 하나 되는 결속체 속에 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이 평화통일 모드에 돌입하고 대중흥의 역사를 펼치는 장이 만들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경기 북부는 대발전의 기회의 땅이자 남북통일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경기시론] 이민의 재정적 효과

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1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민청 설치에 대한 찬성 의견은 68.6%, 반대 의견은 15.2%를 차지했다. 반대 의견의 주된 이유로 불법체류·범죄율·복지비 증가 등 사회 비용이 늘어날 것(51.3%)이라는 점을 꼽았다. 즉, 국민은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질서의 훼손과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 증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민의 재정적 효과를 살펴볼 때 이민자의 수요에 따른 사회 보장 비용과 함께 세금 납부 등을 통한 재정 기여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민자의 연령, 경제활동 여부와 그 분야, 소득 등에 따라 재정 기여도가 달라지고 이민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와 정책 및 그에 대한 접근성 등에 따라 사회보장비용이 달라지므로 이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 오랫동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면서 국가 재정에 기여한 이민자가 고령 인구에 편입된 경우 고령 인구가 된 단면만을 분리해 재정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 인구에 속하는 이민자의 경우 국내에 거주한 기간 전체를 토대로 사회보장 혜택을 부여하는 데 드는 비용과 함께 국가 재정에 기여한 정도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보장비용만을 생각하고 이민자의 정주로 인한 재정 기여도 등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국제경쟁력이 없다. 미국, 캐나다, 유럽 선진국은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반영해 이민의 재정적 영향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에 필요한 세부 데이터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해당 부처에서 외국인의 거주 지역, 체류자격, 연령 등에 따른 세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부처별로 수집된 데이터를 취합해 이민의 재정적 효과를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그 분석 결과를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민정책연구원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국인 주민과 지방정부의 공공 사회복지 지출에 관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외국인 주민의 증가는 국민을 포함한 전체 1인당 공공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세출예산의 감소를 가져와 국가 재정에 기여했다. 이러한 결과의 주요 이유는 외국인은 내국인에 비해 사회복지 등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25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이민자가 내는 세금 및 사회적 기여가 그들이 받는 혜택이나 서비스 보다 평균적으로 20% 정도 더 많아 국가 재정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평균적으로 국민보다 이민자의 재정 기여도가 낮았지만 정부가 국민보다 이민자에게 지출한 금액이 더 적어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2014년 OECD의 선행 연구 결과와 같이 신규 취업이민자의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우 이민의 재정 효과가 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재정 기여도 중 연령이 가장 중요하며 취업 연령대에 속할 때에는 재정 기여도가 높고 아동이나 고령자는 재정 기여도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핵심생산연령인구(25~54세)의 경우 이민자의 재정 기여도가 정부가 이민자를 위해 지출한 비용보다 3배나 높았다.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경제적 목적의 이민 수용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이민자의 개인적 역량 이외에 연령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학생 정책을 살펴보면 젊은 연령에 해당하는 유학생의 경우 경제활동 기간이 길어 중장기적으로 재정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유학생이 졸업한 후 취업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으로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의 경우 인력 송출계약이 체결된 17개국의 정부 추천을 받은 사람에 한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전문인력, 준전문인력 또는 기능인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특정활동(E-7)’ 체류자격으로 변경하기 위한 취업 업종과 직종, 소득 수준 등에 관한 요건을 살펴보면 노동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유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따라서 재학 중인 유학생의 경우 한국어, 한국문화 이해 등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인턴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며 일정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 인턴제로 일한 경험 등의 요건을 갖춘 유학생이 졸업한 경우 보다 폭넓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인구 감소가 심한 지역이나 인력난이 심한 업종과 직종에 취업할 경우 우대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유학생이 졸업한 후 3년간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후 그 실적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필요한 비자를 부여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경기시론] ‘학교 법교육’ 그 백년대계

학교폭력을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또 늘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응답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가 초등학생은 201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피해 응답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잘못돼도 무언가 한참 잘못됐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2021~2023년) 전체 신고건수는 4만4천444건→5만7천981건→6만1천445건이다. 이 중 학교장 자체해결로 종결되지 못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올라온 건수는 1만5천653건→2만1천565건→2만3천579건으로 동반 상승했다고 하니, 학교폭력이라는 학교 갈등이 커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입 불이익’을 포함하는 교육부의 고강도 근절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리라.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학교 내 따돌림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로 이어진다. 학창 시절의 폭력이 사회로 이어지기도 하니 학교폭력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런 행위들은 징계를 받을 수 있는 행위임을 넘어 범법행위로서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작년의 기억보다 이십여 년 전의 기억이 더 선명한 건 필자만은 아닐 테니 학창 시절의 ‘배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적 문제가 된 학교폭력 역시 결국 ‘배움’, ‘교육’의 문제이다. ‘법 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법적 이해능력, 합리적 사고능력, 긍정적 참여의식, 질서 의식, 헌법적 가치관 등을 함양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과 관련된 모든 교육을 말한다. ‘학교 법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법적인 소양을 길러,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 커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법교육은 어떠한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고운 말을 써야 한다는 교육, 쓰레기를 길에 버리면 안 된다는 교육, 고맙다는 인사와 사과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 등 기본적인 도덕적 교육을 진행한다. 이때의 배움으로 아이들은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배운다.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는 이러한 도덕적 교육을 뛰어넘어 본인들에게 허용되는 행동과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배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교육은 여전히 어린이집, 유치원의 도덕적 교육에 멈춰있다. 학교폭력이나 교육활동 침해 예방 교육 등 법정교육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2008년에 제정돼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그만큼 우리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법교육지원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질 높은 학교 법교육을 위해 각종 법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교원을 대상으로 전문성 함양을 위한 법교육 연수기회를 제공하고 민간 교육기관의 법교육 연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학교 법교육은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법교육을 운영하는 교사들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바 없다. 법은 사회에 맞닿아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의 근간은 ‘법’이다. 학교 법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교원들을 배려하며 학교 공동체 내에서 조화롭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배울 수 있다. 다른 이들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되는 이유 등을 분명하고 무겁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이러한 체계적인 법교육은 학생들의 준법의식을 함양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배우게 한다. 이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대입 불이익’을 주는 정책보다 더딜지는 몰라도 폭력을 예방하고 저지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고 건전한 방법이다. 어차피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던가? 결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이 건전한 법의식을 배우는 것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학교 법교육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교육부는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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