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기구(IOM)는 이민자의 통합에 대해 “이민자와 이민자가 거주하는 사회 간에 서로 적응하는 쌍방향 과정을 통해 그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생활 속으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카슬과 밀러는 이민자를 주류 사회로 편입시키는 모형을 크게 차별적 배제 모형, 동화 모형, 통합 모형, 다문화 모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차별적 배제 모형은 우리 사회가 원하지 않는 이민자의 정주를 막고 국민과의 차별적 대우를 유지하며 문화적 단일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동화 모형은 이민자가 출신국의 주류사회로 동화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대다수 국가는 귀화 또는 영주 허가 요건 중의 하나로 주류 사회의 언어, 문화 등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동화 모형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문화 모형은 원주민, 소수민족, 이민자 집단의 언어, 문화 등의 정체성을 보전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캐나다와 호주는 영국 출신의 소수의 이민자가 주류 사회를 형성한 후 원주민 및 소수민족과의 공존을 추구하기 위해 원주민과 소수민족의 언어 및 문화의 보전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 모형은 이민자가 주류 사회와 상호 조정을 거치면서 주류 사회로 점진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문화적 통합 측면에서 우리나라, 유럽연합(EU ) 등의 선진국이 통합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관용과 포용력이 있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차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문화와 가치에 눈과 귀를 닫고 우물 안의 개구리로 배타적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국가와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민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 반면 우리 사회와 이민자 간의 통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정주할 수 있는 거주환경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민자와 그 후손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정착하더라도 통합되기 힘들 것이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 인력, 숙련기능공, 투자자, 창업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 따라서 반드시 이민자통합지수 같은 평가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정책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잘못되거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민자에게만 우리 사회와 문화를 존중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이민자의 다른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출 경우 민주주의와 다양한 창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폭넓은 지지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를 수용하지 않고 분리되려는 개인의 이민을 억제하는 한편 국내에서 그러한 집단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부 특정 국가 밀집거주지역이 주변화 내지 소외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이에는 많은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민자의 정착 지원과 통합에 대해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자녀 교육, 의료, 금융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이민 배경을 가진 아동을 미래의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 교육, 직업훈련 등에 있어 국민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대로 우리나라에서 출생하지 않고 중도에 입국한 아동을 위해 초기 한국 언어를 집중 교육하는 특별학급이나 지원센터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또 방과 후 보충학습 확대, 다양한 가격대의 국제학교와 대안학교 설립, 숙련기능공이 되길 원하는 학생에 대한 직업훈련과 인턴제 제공 등을 통해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아동의 이민 배경으로 인한 정체성, 고립감 등의 심리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에서 인력을 유치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정주를 허용한 외국인의 가족,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등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언어와 사회의 이해에 관한 교육프로그램도 이민자가 종사하는 직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4-12-02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