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사람’ 중심의 택배서비스 특별법 제정방안

택배서비스 산업은 최근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더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택배산업의 성장과 함께 관련 사업자 및 종사자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택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됐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택배서비스를 정의하고 택배서비스사업의 등록, 택배서비스 사업자 및 종사자의 보호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서비스 대상의 불명확 문제,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의 자격인정 기준 관련 문제, 생활물류시설의 설치·운영 문제 등에 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법은 일반 화물 및 물류와는 다른 소형·경량의 물류 운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 및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복잡한 택배서비스 프로세스를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즉, 택배서비스는 송화주가 요청한 물품을 영업점 내지 서브터미널을 거쳐 허브터미널로 모이고 다시 영업점 내지 서브터미널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 복잡한 법률관계로 이뤄져 있다. 각 단계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현행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현행 법령의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즉, 생활물류서비스 대상을 명확히 하고, 생활물류서비스사업 종사자의 자격인정기준 완화를 통한 확대 방안, 영업점의 특성에 따른 자격기준 구분, 생활물류시설의 설치·운영 기준에 대한 개선, 그리고 택배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 누출 및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택배서비스 산업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한 산업의 보호 및 관련 종사자들 간의 규율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택배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중소 규모 택배서비스사업자 내지 영업점사업자의 경우에는 시설의 설치 및 인허가와 관련해 도심 외곽이 아닌 도심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물류시설 설치와 관련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둘 필요가 있다. 또 택배서비스와 관련된 택배서비스사업자, 영업점사업자, 택배서비스사업 종사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리적으로 분쟁을 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규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물류’에서 ‘사람’ 중심의 특별법 제정을 기대해 본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어리석음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다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곤 한다. 내 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는 누가 만들고 결정한 것일까? 또 이 선택지들의 배열은 누가 결정했을까? 누군가가 결정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오늘 아침은 갑자기 날씨도 쌀쌀해졌으니 운동을 한 번 거를까? 내가 앉아 있는 시립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어 이용하기 참 편리한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회사마다 사람마다 처우가 다를까? 사람들은 왜 직업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까? 길은 왜 이 방향으로 놓았으며, 어떤 시간 때 어떤 요일에만 꽉꽉 막히고 어떤 때는 한가할까?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부터 직장, 도시, 사회 문제까지. ‘선택’은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법률과 제도, 정책, 시스템, 거기에 종교와 윤리, 도덕까지, 시민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살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사회의 구조는 누가 결정할까? 건물과 도로와 철도, 도시의 혈관 같은 상하수도, 전기통신망과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면서 생활하는가? 물리적 공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배려와 공존, 생명 존중과 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선택들에 위계질서는 있는가? 물질적 풍요와 자원 고갈, 개발과 환경보전, 이윤과 생명안전, 이 불편한 이분법들에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가? 매 순간 자신과 타인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발전시켜온 정치시스템 ‘민주주의’는 어떻게 답할까? 민주공화국의 시민인 ‘나’는 어떤 선택권을 갖고 있는가? 전쟁이나 재난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충분히 예상했고 과거에도 잘 관리해 왔던 상황들, 재난대응시스템도 아닌 일상의 공공행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것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살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선택지가 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한다는 자신의 현실도 부정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시를 사바나로 착각하는 사람들. 죽음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반지하 안타까운 죽음을 사건 현장처럼 내려다보던 대통령은, 어리석은 왕과 간신들이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최전선의 사령관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는 과거 왕권시대 역사의 한 장면처럼, 참사의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위와 아래로부터 동시에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와 일상의 공공행정, 무엇이 신호고 방아쇠였을까. 민주주의의 취약성인가. ‘권력’ 자체가 목적인 사람, 민생을 자율과 책임에 적당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것쯤으로 여기는, 나라 경제와 기업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다. 되돌릴 수 없다면 다음 선택지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시론] 권리‚ 그리고 책무

‘책무(責務)’.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다. 요즘처럼 이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다. 소비자 문제도 소비자, 사업자, 그리고 정부 등 각자의 위치에서 책무가 있다. 최근 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 증가율 1위 품목이 ‘봉지면’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을 시중보다 7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한 후 배송을 지연한 사례다. 거래 금액이 소액인 점을 고려하면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실제 피해 소비자는 몇 배가 될 것이라 짐작된다. 소비자기본법에는 소비자가 갖는 기본적 권리뿐만 아니라 책무가 규정돼 있다. 소비자의 8대 권리 중에는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와 ‘물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으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신속·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올바르게 선택’해야 할 책무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지나치게 저렴한 물품을 선택한 것은 물품을 올바르게 선택하지 않은 대가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쇼핑몰이 지키지 않은 책무는 훨씬 심각하다. 소비자기본법에 명시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 책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하는 거래조건이나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책무’, ‘소비자의 불만이나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책무’ 등을 저버린 위법행위다. 게다가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한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한 금지행위의 위반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위반 사업자에게 시정조치(공표명령), 임시중지명령,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자 피해를 보상받도록 조치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책무다. 오랜 기간 유사 투자자문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 피해의 예방과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제 역할과 책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소비자를 기만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편취한 위법 사업자들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알고 싶다. 2022년의 가을은 수많은 생명을 떠나 보낸 우울한 가을이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책무를 다했는지 준엄하게 묻고 있다. 소비자 문제 또한 피해를 예방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와 사업자, 정부와 사법기관이 제 역할과 본연의 책무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금리 인상과 경기도민 주거안정 정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하면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3.0%인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도 지역경제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전국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이미 연 7%를 넘어섰고, 올해 연 8%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출을 받아 경기도 내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나 전세대출, 신용대출을 받은 임차인들도 치솟는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부채와 월세 가격 상승, 채무 미상환으로 인한 경매, 금융위기, 경기침체, 소비위축, 부동산가격 하락, 신용 위험과 부실화, 이른바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피해 위험 증가, 생활고에 내몰림,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위기 등 예상되는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도민들을 위해 경기도에서도 특단의 주거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실수요자, 무주택 임차인, 서민층, 주거취약계층 등 소득별 경제 상황과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등 연령별, 1인 가구, 미혼, 신혼부부, 3~5인 가족 등 구성원별 및 경기 북부, 남부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협의해 규제지역 완화, 해제, 주거비용을 덜기 위한 고금리 대출 대환, 저금리 장기 정책모기지 등 금융지원제도, 생계곤란 가구, 연체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전세대출금 이자 지원, 전월세제도 개선, 조세 부담 감면, 주거복지사업, 도시재생사업, 재개발을 통한 택지 조성, 1기 신도시 재건축, 리모델링, 수요자 중심의 공공분양아파트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임대보증금 지원사업 등 서민층, 기초수급자와 위기 가구를 위한 주거 지원, 주거급여제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주거비용 마련 지원, 장애인, 노년층을 위한 돌봄형 주택 확대, 신도시정비, 복지정책과 연계한 반지하 가구 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복지사각지대 발굴,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원도심 노후주택 개·보수, 교통을 비롯한 사회 문화적 기반시설 인프라 확대와 주변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단기·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집은 삶의 터전이자 나 자신이 온전하게 몸과 마음을 휴식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는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도민들의 삶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주거 안정 정책 마련과 조속한 시행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기기에는 위기가 다가오는 시기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팔당 주변 수질보전 규제 피해와 갈등 대안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2천만 시민의 먹는 물을 공급하는 팔당상수원. 1973년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 수력발전을 위해 팔당댐이 축조됐다. 댐 건설로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면서 수질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먼저 1975년 7월에는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경기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으로 말미암아 건축물의 신축이 제한되고, 어업은 물론 음식점이나 펜션도 불가능하게 됐다. 1984년에는 자연보전권역으로, 1990년 7월에는 팔당호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고시해 각종 시설의 입지를 규제했다. 1999년에는 수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다수의 법률에 따른 중복 규제로 인해 지역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며,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규제지역을 선정한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보완 없이 이어져 온 팔당 주변 지역에 대한 중첩 규제는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과 눈물을 흘리게 했다. ‘공익’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때다. 그렇다면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제도적 장치는 없는가. 상수원 규제지역에 대해서는 한강수계법, 환경정책기본법 등을 통해 주민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손실보상이 아닌 주민지원사업만으로는 규제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2020년 10월 남양주 시장과 조안면 주민대표는 상수원 규제의 적법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본안 심의에 들어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어업 등의 제한에 따른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와 토지 이용 규제에 따른 평등권 및 재산권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하리라 본다. 헌법재판소 판단과는 별개로 상수원 규제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모든 국민에게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이 누군가의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구시대의 유물처럼 남겨진 팔당호 주변 규제지역에 대해 과학적 기준에 따른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이 향상됐음에도 어업 등 영농행위와 건축물의 증·개축을 제한하고, 비교적 오염 배출이 적은 시설의 입지조차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2020년 기준 6천500억원에 이르는 한강 수계의 물이용부담금이 팔당호 주변 규제지역의 보상을 위해 적절히 지원될 수 있도록 수도법 및 한강수계법 등 관련 법률의 입법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정치 엘리트의 소명

법 관료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기소하고 판결함으로써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처럼 법치의 기준에 따라 조직되고,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법질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자부심 충만한 역할에 머물기보다는, 더욱 ‘거대한 소명’을 받들어 한 번쯤 국가 경영과 통치의 욕심을 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범죄 수사와 기소, 판결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 시스템 안에서 단일 집단의 가치 체계 및 행동 양식과 인간관이 그대로 옮겨와 온 국민을 상대로 그들만의 정치를 실험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법치 기준이 자기 집단엔 지극히 관대하면서, 정치적 경쟁 상대나 시범 케이스 국민에게는 비상식적으로 가혹하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정부의 핵심 물리력으로서, 국가운영 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엘리트 의식으로, 정∙재계 이권과 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좇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정치와는 비타협적으로 검찰 조직의 상징 자산까지 모두 끌어다 쓰는 모양새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경제관료집단이야 더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경제적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더욱 무서운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조직이 대놓고 정치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정치군인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스스로를 새시대 ‘신진 사대부’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검찰이 검사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대장격인 현직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는 한정된 모델 속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교육을 ‘자원’의 공급처쯤으로 보는 천박한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종북∙주사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다시 색깔론으로 극우 정치로 퇴행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위해 보릿고개 시대 농촌을 개량하던 새마을운동정신을 되살리자고 부르짖는 철 지난 상황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사회∙경제적 국가 지표가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 붕괴의 도미노가 취약한 부분과 사람들부터 사회 전체로 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니, 굳이 위기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점점 고도화된 산업생산과 소비 시스템, 이에 기반한 이윤 추구와 자본 축적 체계와 함께 법∙제도와 관료 시스템도 비대해지고 고도화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엘리트주의를 양산한다. 선악을 구분할 수 없게 여러 다발로 얽히고설키면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생산하고 조직해 왔다. 민중에겐 민주주의마저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제 권력놀음은 됐으니 ‘좋은 삶’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만 가지 시각과 방법으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인식’으로 우리에게 닥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길 바란다.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불사르면서 국민들과 싸우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시론] 소비생활의 편리성과 위험성

주말에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포털 다음, 카카오내비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접속 장애와 작동 오류가 발생했고,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대표적인 소통 메신저로 사용되고 있는 카카오톡의 불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왔다.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대화나 약속을 할 수 없었고, 자료를 주고받지도 못했으며, 카카오택시를 호출할 수도 없었고, 물품이나 서비스 구입 후 결제도 불가능했다. 서비스 이후 12년 만의 최장 기간 서비스 장애라고 한다. 이번 화재를 통해 독과점 수준의 메신저 시장이 개선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 또한 편리한 서비스에 매료돼 긴급 상황이나 위험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소비생활의 편리성과 위험성은 늘 공존한다. 소비자는 편리한 것을 추구하지만, 편리해질수록 위험성은 증가한다. 결제나 송금 절차를 간편하게 하면, 위험함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간편결제서비스의 사례를 보자. 오입금한 송금인이 송금 은행을 통해 수취 은행에 반환 요청을 했다. 사실 오입금의 경우에는 수취인이 돌려줄 의사가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거나, 계좌에 압류가 걸려 있는 등의 여러 이유로 자금 반환이 지연 및 미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돈을 잘못 받은 수취인은 수수료까지 내고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르신들은 직접 은행을 방문해 입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계좌에 오입금이 됐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연락하면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어렵게 오입금 수취인이 반환을 결정한 경우에도 간편결제서비스에는 문제가 또 있다. 거래은행과 간편결제서비스 업체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돌려받을 계좌를 알려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은 송금 수단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에 문의하라고 하고,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는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문의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입금한 당사자의 과실이 가장 크다. 하지만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돌려받아야 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 송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간편 송금 및 결제, 인증 절차의 간소화 등 소비자가 편리성만을 추구한다면 개인정보의 노출, 오송금 및 오결제 문제 해결의 위험성 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소비자의 몫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 어르신 금융사기 피해 예방대책 필요성

경기도에 거주하는 76세 어르신 김필규씨(가명)는 ‘[국제발신] 김필규님[결제] 인증코드 8667, 2,639,000원[승인] 해외직구 배송조회 고객센터 031-’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는 해외 인터넷 쇼핑으로 200만원이 훌쩍 넘는 물건을 결제했다고 안내된 것이다. 놀라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직원은 “취소, 환불 처리를 해 주겠다”고 말하며 다시 문자로 URL을 보내와서 접속하도록 한 뒤 해외직구 앱을 내려받고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는 앱 설치 즉시 금융정보와 개인정보가 탈취되는 스미싱(문자메시지 SMS와 피싱의 합성어)이었다. 혼자 사는 어르신 박모씨는 딸로부터 ‘엄마 지금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친구 전화를 빌려 문자 보낸다. 돈을 받아야 하는데 휴대폰이 망가져서 계좌를 확인 못하니, 엄마 계좌로 대신 받아달라’면서 신분증 사진, 은행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보내달라고해 급히 보냈다. 그렇지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딸이 아니었고, 메신저 피싱 일당은 박모씨 명의로 비대면계좌를 개설하고 2억여원을 대출받아 인출한 뒤 잠적했다. 또 다른 어르신 이모씨는 ‘경기도 노인일자리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이었다. 60대 이상 어르신이 피해자인 금융사기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범행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614억4천521만원, 전체 피해 건수의 40.7%로 20~40대 피해 비중이 줄어드는 데 비해 고령층 피해 건수는 노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더구나 노령층일수록 피해 금액이 평생 모은 돈인 경우가 많고, 그동안 세상물정을 잘 알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이 들게 돼 피해 이후 경제적, 정신적 고통 또한 심각하다. 고령층은 스마트폰, 해외직구, 비대면계좌 개설 등에 서툴고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 대처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특성을 악용한 금융사기범들로 인해 더 이상 어르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자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 예방 대책 역시 중요하다. 경기도에서도 각 노인복지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별 대응방법과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경찰서 등 관련 유관 기관들 간 협조로 어르신의 금융사기 예방 및 피해 대책을 마련할 때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여행 관련법 정비와 새로운 ‘여행기본법’ 제정

코로나19의 여파는 우리나라 산업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여행업계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많은 여행업자들은 정부의 여행 제한으로 인해 도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일부 보상은 있었지만, 여행업자들의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규제에 대한 보복심리라 할까, 일상으로의 회복과 함께 여행자들의 여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행은 여행 목적 달성을 위해 되돌아올 여정으로 거주지를 떠나는 여정의 이동행위이다. 여행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여행자들에게는 운송과 숙박이 요구된다. 여행자는 자력으로 해당 업자와 각각의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여행업자를 이용해 여행계약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편리성을 목적으로 OTA(Online Travel Agency)를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공되는 편리함 외에 침해받는 법익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행에 관한 우리나라의 법적 규율은 크게 사법인 민법의 규율과 공법의 규율이 있다. 민법은 15개의 전형계약의 하나로 여행계약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돼 당사자 간의 계약과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계약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여행자는 그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여행계약은 민법의 전형계약이지만 공공재의 이용과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한 계약의 성립과 해제 및 해지 시 합리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성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반면에 여행에 관한 공법적 규율은 여행자의 편의 내지는 여행자의 법익 보호가 아니다. 여행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행업은 끊임없이 급성장하는 산업이다. 여행업계는 여행자의 여행 목적 달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가의 정책도 환경에 부담 없는 성장을 위한 진흥정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여행업에 대한 정부 정책이 올바르게 수립되고 그에 맞는 법령의 제정·개정과 여행계약에 있어 당사자들 간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고 권리와 의무가 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여행업은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동반 성장하는 특성이 있다. 정부의 시책이 아닌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정책 수립과 여행계약 당사자의 법익 보호를 위한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하다. 여행자원을 이용한 수익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정한 여행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민법상 여행계약 규정 외에 관광기본법의 개정과 관광진흥법의 중요한 내용들을 나눠 개별적으로 입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행업 표준약관의 개정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여행 관련 정책 및 법률의 정비와 함께 여행자와 여행업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여행 관련 통합 ‘여행기본법’의 제정을 검토할 시기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잘 적응하고 있다는 착각

저렴한 시대는 끝났는가, 끝나야 하는가. ‘불평등과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실패를 낳은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전환적인 정책과 투자, 친환경적인 기술개발과 좀 더 민주적인 지배구조로 개선된다면, 다시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부가가치 생산과 자본 축적이라는 몇 가지 초현실적인 주요 지표들로 대변되는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자원과 노동, 기술이 투여된 상품들을 더 많이 소비하는 지금까지의 ‘대량체제’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이러한 체제에 본격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는 중앙집중적인 화석연료 시스템과 ‘성장’이라는 이념이다. 이것이 지구적 실패를 낳았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동의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화석연료를 완벽에 가깝게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을 위해 지구자원을 지속적으로 대량 채취하고 소비해도 괜찮은 것인가. 만약에, 전제가 잘못됐다면. 이를테면, 지금까지 화석연료가 해 왔던 기능을 재생가능에너지가 대체한다면 괜찮은 것인가. 대체할 만큼 태양광, 풍력발전에 얼마나 많은 철강과 구리, 희귀금속 등 지구자원이 필요할까. 대체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대량소비체제’가 재생 가능한 생태자원을 포함해 지구자원을 비가역적 속도와 물량으로 채취하고 ‘소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등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그 정도 물량으로 기존의 화석연료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가. 더구나 지구 생태자원과 물질자원도 현재 채취 물량과 속도로는 유량과 저량은 물론 채취로 인한 생태계 파괴까지 한계가 임박했다는데, 에너지만 대체한다고 괜찮은 것인가. 계속 성장하는 세계에서 나는 잘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체제에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까지 이 체제가 배출한 온실가스만으로도 기후재앙은 시작됐다. 여전히 계절은 바뀌고 있어서인지, 급진적 생각과 주장이 망설여진다. 미래에도 여전히 황금 들판과 먹음직스러운 과실들이 일상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설마 내가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겠는가? 지금 누리는 대부분의 일상과 그것을 지탱하는 시스템이 사라지고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그런 상실을 상상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나 또한 1970년대에 태어났고, 80년대 풍요에서 멀리 걷고 하늘과 맞닿은 대지를 바라볼 만큼 뼈를 키우고 살을 찌웠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다. 무엇이 나를 키운 것인지. 무엇이 나머지 삶을 채웠으면 하는지. 성장 지표, 복잡하고 허구적인 목표에 얽매이는 것보다, 근거 없는 희망보다 절망과 대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 현실이 우리를 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재앙과 붕괴의 터전 위에 어떤 문명이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해도. 다시 단순함으로 가까운 곳부터 연대하고 조직하자.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시론]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 시급

우리나라는 소비자 분쟁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고시하고 품목별로 분쟁 유형과 해결 기준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에서 230여개의 회선을 갖춘 1372(일상처리)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사 사례가 없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유익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문제가 많다. 우선 업종 및 품종, 품목에 따른 분쟁 유형이나 해결 기준 등에 표현된 용어 및 구성의 통일성이 없다. 계약 해제, 계약 해지, 계약 취소가 혼용되고 피해배상과 손해배상도 품목마다 다르게 표현돼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도 많다. 올해는 폭우와 태풍으로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가려 했던 소비자와 펜션, 캠핑장을 운영하는 사업자 사이에 숙박 예약 취소와 관련한 소비자 분쟁도 크게 늘었다. 숙박업과 관련해서는 성수기 또는 비수기와 주말 또는 주중을 구분해 환급비율을 다르게 규정한다. 비수기 주중보다는 성수기 주말에 예약하고 취소할 경우 환급액이 매우 적게 적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정을 지키는 숙박업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16년 한 소비자단체에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 100개 펜션업체를 대상으로 환급 규정을 살펴본 결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환급 규정을 준수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도 있다. 얼마 전 1372 소비자상담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하다가 심각한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산품 규정 중 ‘소비자가 수리 의뢰한 제품을 사업자가 분실한 경우’는 ‘정액감가상각한 금액에 10%를 가산해 환급’이고 ‘사업자가 부품 보유 기간 이내에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는 ‘정액감가상각한 잔여금액에 구입가의 10% 가산해 환급’이다. 두 경우 모두 소비자의 잘못은 없고 사업자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는데 환급액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전기곤로, 카폰, 등사기, 개소주, 포마드, 넥타류 등’ 표준어가 아니거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품목도 여전히 포함돼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규정이고 1372 상담사들이 상담 업무에 활용하는 표준이므로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1년에 60만건 이상 접수되는 소비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유용한 규정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 최초 도립도서관 ‘경기도서관’을 기대하며

도서관을 뒤져보면 그곳이 온통 파묻어 놓은 보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영국 소설가). 도서관은 인쇄, 필사, 시청각, 마이크로형태, 전자, 그 외 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료 등 지식정보자원 전달을 목적으로 정보가 축적된 모든 자료(온라인 자료 포함)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해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도서관법 제2조 제1호)이다. 도서관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고, 사회 전반에 대한 자료의 효율적인 제공과 유통, 정보접근 및 이용의 격차해소, 평생교육의 증진 등 국가 및 사회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에선 1956년 5월 수원시립도서관이 개관한 뒤, 파주, 김포, 평택, 의정부, 가평, 이천, 고양, 양주, 포천, 화성, 연천, 광주, 용인, 안성, 시흥, 여주, 부천, 양평 등 1960년대까지 각 지역 군립도서관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도서관 연간 방문수 4천366만8천958명, 소장 권수 3천535만7천915권, 공공도서관은 299개관, 작은도서관은 1천825개관이 31개 시군에 분포돼있다. 그동안 경기도는 광역 단위 대표 역할을 수행할 도서관이 부재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타 지역의 경우 서울도서관, 부산도서관, 대구광역시립 중앙도서관, 세종시립도서관 등이 지역 대표도서관으로서, 도서관정책을 연구, 추진하고, 소속 자치구, 지역 내 공공도서관을 지원하며 협력사업을 통해 도서관자료를 공동으로 제공해 주민들이 체계적인 지역자료들과 새로운 지식을 얻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서관은 최초 도립도서관으로, 수원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에 건축 총면적 2만7천775㎡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이번달 30일 착공, 2024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시, 체험, 교육의 차별화와 경기도서관 4대 핵심 콘텐츠(경기학·평화의 장·미래발전·인문학)를 통해 광역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31개 시군의 도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도서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 규모의 전자도서관은 지역 간 물리적 거리에 따른 정보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평생 무료로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으므로 지식공유와 기회의 평등을 이루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서관도 지역 대표 도서관으로서 경기도의 역사, 문화 등 지역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화를 통해 첨단지식과 배움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도민들에게 필요한 장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했다. 선거 결과 0.15%p 차이로 도지사로 당선됐다.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도지사 전체 득표율 49.06%에 비해 경기북부지역 10개 시군의 득표율은 45.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지사는 기존의 경기북도 설치가 아닌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제안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및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의 경기북도 설치의 주요 논거였던 불균형 내지 이질성에 따른 ‘분도’라는 부정적 개념을 지양하고 지역적 특수성에 따른 발전의 잠재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 설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미래가치 지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경기도 지방행정 구역 개편에서 몇 가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크게 보면 경기도의회 의견수렴, 경기도민 주민투표, 국회의 별도 입법 마련이다. 그런데 국회의 별도 입법 마련 부분에서 경기북도 신설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기존의 김민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성원 의원(국민의힘) 대표발의 법안의 경우에는 경기도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경기도민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지방자치법 제5조 제3항 제1항) 이외에 분리 또는 분할을 위한 별도의 입법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지사가 공약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도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 이외에 강원특별자치도법처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만의 입법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세종특별자치시법 및 제주특별자치도법처럼 행정특례를 인정한다면, 지방자치법 제197조 제2항(특례의 인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상 문제가 있다. 입법 절차상 기존의 경기북도 신설보다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익을 잘 따져보고 입법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도지사는 당선인 시절, 경기북도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든 그에 따른 비전 제시와 그 비전에 따라 경기도가 할 일이 무엇인지 경기도의 청사진 제시를 강조하고, 임기 내 경기북도 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경기도민의 의견수렴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실천력과 시간계획표를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도지사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한 행정조직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드는지, 그 조직에 인력 배치는 어떻게 하는지, 예산 확보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는지, 만약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질 경우 그 위원회의 위상을 어느 정도로 하는지 등을 보면, 경기북도 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도지사 임기 내 가능한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회와 31개 시장·군수 및 시·군의회, 경기도 국회의원과의 협력과 협치도 필요하다. 도지사 정치력의 실험대이기도 하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며칠 핸드폰을 꺼 두었다. 들어주면 안 될 부탁을 거절했는데도 자꾸 사정하는 전화에 거절의 말을 되풀이하는 게 싫었다. 전에는 큰일날 것만 같았지만, 며칠 핸드폰 없이 살아도 아무 문제없었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정말 있다는 걸 나이로 배워간다. 살다 보면 길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면 잘못된 점을 돌아보고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따뜻한 위로의 말로 충분할 때도 있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사랑하는 사람의 느닷없는 죽음처럼 커다란 충격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지금 처한 상황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더 늦기 전에 바라보는 자기 마음가짐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도 일어난다. 의지로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에게 일어난 상황 탓에 불행하고 괴롭다고 생각하는데, 대개는 그걸 불행하고 괴롭게 받아들이는 나 자신 탓이다. 삶이 바쁜 까닭은 우리가 바쁘길 원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말로 쉬려면 그냥 그대로 쉬면된다.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은 일도 그냥 손에서 내려놓으면 된다.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하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주어진 상황을 ‘내’ 판단 없이 바라보고, 통제하거나 멈추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수월해질 수 있다. 걱정하는 자신에게 화내거나 그만하라고 다그쳐 봐야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만 붓는 꼴이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행복한 건 아닐지 모른다. 정말 중요한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나이 일흔에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법(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이 없는 경지가 되셨다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저런 진리를 까맣게 잊고 헤맬 때가 많다. 또 하나, 저마다 삶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저런 진리를 깨닫더라도 사회는 개인이 그러도록 맡겨 두기만 해서도 안 된다. 저런 진리조차 사치로 보일 만큼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처한 사정을 다른 눈으로 보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인간적일 수 있을 최소한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송파와 수원의 세 모녀는 지금 이대로의 정책으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의 파산처럼 파장 클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예상이 좀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그걸 또 국가와 사회에만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이웃 사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옛날처럼 옆집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자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부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도 ‘내’ 눈으로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고 해야 한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1기 신도시’ 道 차원 종합대책 마련해야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난 해소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건설계획이 발표된 지역이다. 이후 1991년 9월 분당 시범단지가 처음으로 입주했고, 1993년 2월경 중동 신도시까지 대규모로 입주하여 116만8천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됐다. 1기 신도시는 2022년 현재, 건축 연한이 30년을 경과한 아파트는 전체 36만5천492호 중 6만986호(16.7%)이고, 2026년에는 1990년대 조성된 모든 단지들이 입주 30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건물 내구성이 떨어져 주거 공간 내 벽면 균열, 결로 문제, 창문 뒤틀림, 누수, 철근, 배관부식, 파손, 녹물, 보일러 고장, 주차시설 부족 등 각종 환경, 안전상 문제점이 드러나 거주민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청년층 이탈과 인구 수 감소 등 다른 요인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69∼226%인데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정한 시 지구단위계획의 용적률 제한으로 말미암아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의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거주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장·통근(32.4%)이고 학교·학원 등 교육환경(17.0%), 도시공원과 녹지환경(13.7%), 부모·자녀·지인 등과 가까이 살기 위해(13.2%)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1기 신도시에서 전출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의 노후 및 관리상태(23.1%)였다. 또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들은 ‘재건축’(46.2%)과 ‘리모델링’ (35.9%) 방식으로 노후주택을 재정비하는 것을 선호했고, 없음 또는 현행 유지는 11.2%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경우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자, 당초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 공약 실행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실행도 지연된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1기 신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여론 수렴, 현재 실태파악 및 노후 단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용적률 규제완화, 지역 상황과 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기반시설 보완과 노후주택 재정비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 등 경기도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주택공급을 통한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1기 신도시의 계속적인 발전을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로또 번호 상술의 덫

AI를 이용해 예측한 로또번호를 제공한다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울린 업체가 적발됐다. 이 업체는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복권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사이트’를 92개 운영하며 피해자 6만4천104명으로부터 607억원을 챙겼다. 인터넷에 ‘로또’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보이는데, ‘무료 예상번호 받기’, ‘이벤트 당첨’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이와 관련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해 한 해 2천780건이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이미 2천82건이다. 주요 상담 내용은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준다고 해 100만원 가까운 회비를 결제하면서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지를 요구하면 환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권위원회 자료를 보니 ‘최근 1년 이내 복권 구입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2.8%인데, 로또복권을 ‘한 달에 한 번’ 구입하는 사람이 26.0%로 가장 많고, ‘매주’(23.9%), ‘2주에 한번’(18.9%) 순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12월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소득과 자산 분야 모두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전체의 46%인 데 비해 하위 50%의 평균 소득은 전체의 16%에 불과했고, 평균 자산도 상위 10%는 전체의 59%, 하위 50%의 비중은 6%였다. 요즘은 옛날보다 자수성가(自手成家)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경제적 계층 상승을 위한 방법으로 로또를 선택하고, 쉽게 당첨되기 위해 로또당첨번호를 받으려 회원에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로또정보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100만원 안팎의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입할 때와는 다르게 회원에서 탈퇴하려 하면 사업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 1372의 주축인 소비자단체나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나 분쟁을 합의권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악의적인 로또정보 사업자가 합의권고나 조정안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10년간 로또번호 사기로 600억원을 챙긴 사업자라면 합의권고나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시민이 1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로또정보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 소송하기가 쉽지 않고 받으려는 금액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어려울 것이니 그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공짜치즈는 쥐덫에만 있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무료 로또당첨번호 제공이라는 솔깃한 치즈를 물면 결국 100만원의 회비를 지불하는 쥐덫에 걸려드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소비자가 냉철하고 현명해야 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자율방역의 재구성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난처한 처지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입원환자도 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성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번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부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를 타고 또 전 정부의 ‘K-방역’ 기조를 바꿔 ‘자율방역’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방역을 생활화하는 기조는 필요했고 권장할 만했다. 보호막을 치는 방역은 이제 소임을 다한 듯했고 ‘위드코로나’니 ‘엔데믹’이니 앞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어느 정도 제어될 거라는 낭만적인 상황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정철학을 방역 정책에서도 구현하고자 했음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자율방역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K-방역의 규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듯이 이제 자율방역의 불간섭주의가 추궁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재확산은 물론 자율방역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방역의 기조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역량과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자율방역은 K-방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조로 구성됐어야 했다. 불가피했더라도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방역, 백신 및 치료제의 적시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공공 의료체계의 미비, 상호 불신을 낳게 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를 치유하는 안목의 부재, 지원금 산정과 지출을 둘러싼 미숙함, 당국자들의 노란색 제복에서 엿보이는 우리 행정의 전통적인 위기대응 표상 등은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라도 자율방역의 이름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길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예부터 국가에 대한 기대와 의존성이 강한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거두고 줄이는 것은 자율방역을 단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게 만들 뿐이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이 성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경기시론] 유럽의 폭염과 탄소중립의 대관령

평지보다 평균 4~5℃ 낮아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대관령에도 요 며칠 폭염이 이어져 선풍기를 마련해야 했다. 언론에서는 불타는 유럽 소식을 속보로 전달한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나 보다. 우리보다 위도가 높은 영국에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0℃ 이상의 기온이 기록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계속 깨질 수밖에 없으리란 점이다. 1980년대 후반 독일 유학 생활에서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에어컨이 특별 옵션일 정도로 여름철 더위 자체가 낯설었다. 당시 무더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북부 유럽인들은 남쪽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으로 햇볕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쩌다 해라도 반짝 드는 날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옷을 훌쩍 벗고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젠 영국이나 덴마크까지도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 모든 게 우리 인간 탓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욕심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기 위해 대량생산을 거듭하며 엔진을 돌리고 또 대량소비를 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져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인구증가와 욕심 때문에 자꾸만 자연을 파괴하며 동물의 서식지까지 잠식해 가다 보니 아직도 시달리는 코로나며 사스,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도 자꾸만 잦아지고 위험도 커진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로 생태계 변화는 물론 해수면이 올라가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로는 수도인 푸나푸티가 침수되자 지난 2001년 국토 포기 선언까지 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그 현상이 적어도 2060년대까지 지속될 거라며 탄소 배출량의 증가를 염려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육식을 줄이고 플라스틱과 에너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구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 멋대로 과용하고 오용한 결과를 더 늦지 않게 살펴야 한다. 감사와 베풂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은 물론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종기의 사과나무처럼(과수원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그러기에 무한정 받아온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그대로 돌려주려는 우리들에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간직할 대관령의 맑은 공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경기도 청년정책과 기회제공의 필요성

‘청년’에 대해 청년기본법과 경기도 청년기본조례는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참여 확대, 권익 증진, 청년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의 능력 등의 개발, 청년의 고용확대 및 일자리 질 향상, 청년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수준 향상, 청년의 생활안정, 청년 문화의 활성화, 청년의 권리보호 등이 포함돼야 한다. 경기도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 지원, 커뮤니티 등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경기청년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기도 내 활동하는 청년공동체에 보조금,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창업카페, 일자리센터 등 도내 청년공간, 청년놀이터가 소개돼 있다. 또 일자리·창업, 교육·자기개발, 주거·복지, 생활·문화(결혼·육아), 금융·법률 등 분야별로 청년정책 최신정보를 제공하며 월별 정책 캘린더, 청년정책제안, 경기도 및 중앙정부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청년의 삶을 위해 문화생활, 취업·학업, 추천 여행지, 맛집공유 등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포스팅과 경기청년 마음상담소를 통해 고민과 걱정을 비밀보장 하에 안심하고 상담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처럼 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도 분명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현재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청년층의 교육, 취업, 창업, 사회참여 등 각종 기회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 편중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미 굳건한 기득권을 형성한 부모 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지위를 물려주고자 사회규범을 도외시한 채 소위 ‘아빠찬스’, ‘엄마찬스’ 등으로 경쟁을 방해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해 비난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더불어 유사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언론을 비롯한 각계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감시해 근절돼야 한다. 이제는 청년들 간의 공평하고 고른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한편으로는 사회 배려 계층 청년에 대한 적극적 우대정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도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정책도 필요하며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계획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경기도 청년의 미래가 곧 경기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꼰대세대와 MZ세대

요즘 ‘일부’ MZ세대의 일그러진 행동이 화젯거리다. 펜션을 이용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고, 인형뽑기방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달아나고, 인터넷게임 접속이 끊겼다고 전봇대 통신케이블을 잘랐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일부’ 꼰대 세대의 행동도 눈살이 찌푸려지긴 마찬가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사정하는 편의점주를 폭행하거나,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1년간 130여회 허위신고와 장난전화를 했다는 50대 남성의 기사도 놀랍기만 하다. 꼰대? 원래 아버지나 선생님을 가리키던 말인데, 이젠 고집이 세고,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남을 가르치려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MZ세대? 디지털기기에 능숙하고, 자신을 위해 즐기며, 타인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세대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쨌든 우리 집엔 ‘연령 기준’으로 구분해 2명의 꼰대 세대와 3명의 MZ세대가 산다. 일상 생활에서 보면 두 세대가 몇 가지 확연하게 다르다. 냉장고의 식품에 대해 꼰대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다. 냉장고에 먼저 들어간 식품부터 먹는다. 그러다 보니 꼰대는 늘 버리기 직전의 오래된 식품만 먹게 된다. 그러면서 MZ에게 유통기한 가까운 식품부터 먹어 치우라고 잔소리한다. 반면, MZ세대는 그냥 신선하고 맛있는 것부터 먹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외식할 때도 다르다. 꼰대는 음식을 남기지 말라며 남김없이 억지로 먹으려 한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MZ는 먹기 싫으면 그걸로 끝이다. 무리하게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더 큰 손해란다. 누가 합리적인가? 옷을 사는 기준부터 다르다. 꼰대는 저가중심(低價中心)이다. 싸면 산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여러 벌이다. 반면, MZ는 맘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산다. MZ는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버린다. MZ가 버리려는 옷을 꼰대는 아깝다고 입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요즘은 매장마다 키오스크(Kiosk)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꼰대들은 익숙하지 않으니 당황스럽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식은땀이 난다. 이제는 MZ세대에게 배우자.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래도 ‘본인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비교적 ‘이기적인’ MZ세대가 남을 가르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발동할 수 있을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한 펜션을 청소하고 남의 사업장을 더럽히지도 않으며 공공시설물을 훼손하지도 않을 것이다. 꼰대세대도 앞으로는 신선한 식품부터 먼저 먹고, 음식을 무리하게 먹어치우지 않으며 가격보다는 스타일 위주로 옷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MZ세대가 꼰대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인 공생 방법일 수 있겠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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