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에 무엇이 있을까?

김태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기자페이지

얼마 전 미국정형외과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인공관절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사안은 의사의 평가에 의한 객관적 지표보다는 ‘본인 만족도’가 치료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채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공관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상황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의해서 삶의 대략이 결정됨을 생각하면, 수술 후 만족도에 대한 강조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 후 환자 만족도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공관절이 제공할 수 있는 본래의 효과(통증감소, 기능회복, 변형교정)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나타나는가는 물론이고, 수술 전 환자가 인공관절에 대해서 기대하는 내용에 의해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환자가 기대하는 내용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배려한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만약 환자의 기대 내용이 치료효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자의 기대가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협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경험하는 환자 불만족의 원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일 때도 많다. 병원 주차장에서 경험한 불쾌한 일이거나진료 대기실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서, 가족 또는 간병인과의 사이가 편치 않아서, 병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아파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등 의학적인 사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는 것들이 표출되어 해소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의학적인 설명을 오래 해 줘도 환자는 만족하지 않는다. 최선의 방법은 환자에게 솔직하게 묻고 그 응어리가 표출될 수 있도록 환자가 말하는 것을 경청하는 것이다.

10분의 전문적인 설명으로도 열리지 않던 환자의 마음이,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1분을 경청하면서 환하게 밝아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 마음에 무엇이 있을까’를 헤아리는 일은 인공관절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임은 물론 더불어 사는 우리 모두가 챙겨야 할 마음의 화두(話頭)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