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재 수용성 낮은 인천 풍토

지난 주말 경기 파주와 연천 경계지점의 산속에서 열린 국내 첫 거석(巨石)예술제 ‘2022 아마니 페스타’를 가보았다. 인천 J고교 동창생인 조각가와 성공한 기업가인 친구 2명이 의기투합해 9년간 희귀 거석 100여개를 수집해 조각공원을 조성하려는 ‘핵석(核石·core stone)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에 감명받은 예술인 7명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예술행사였다. 무대에 오른 하피스트, 바스니스트, 피아니스트, 현대 무용가, 대북 연주가, 화가들은 출연료 없이 재능 봉사로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예술향연을 선사했다.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담고 있는 거석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공연을 지켜보았다. 거석들을 마주하면 먼저 거대한 덩치에 압도된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영국의 스톤헨지에 남아 있는 돌기둥 17개보다 훨씬 크고, 숫자도 6배 이상 많다. 김 작가가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석들은 다행히 폐기처분 신세를 면해 조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명품핸드백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을 벌이고 있다. 거석을 운송하는데만 40여 대의 트레일러와 20여 대의 대형 트럭이 동원됐다. 친구 후원자가 그간 거석 운송과 조각장 운영에 들어간 수십억 원의 비용을 묵묵히 지원했다. 공공에서 조각공원 용지를 제공해주면 100개 거석은 물론 박물관, 조각실과 같은 문화시설도 자부담으로 지어 기부하기로 했다. 두 친구는 국내 첫 거석 조각공원 조성이라는 꿈을 실현하려고 ‘운명의 짝’으로서 손발을 맞추고 있다. 6년 전 이 소식을 접한 인천문화재단 전임 대표가 거석 조각공원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인천시 문화담당 실무책임자가 거석 현장을 가보고 인천 용유도 노을빛공원을 조각공원 후보지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천의 낮은 인재 수용성이 떠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인천시가 송도 석산에 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5천원과 5만원 지폐의 율곡 이이,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일랑 이종상 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으려다 지역 예술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배타적인 풍토에 당시 실무책임자가 혀를 내둘렀다. 2년 전엔 인천 출신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기증받는 과정에서 작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태가 벌어져 낯 뜨거웠다. 최근 저명한 문화인이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으로 선임됐으나 9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인천시립예술단, 소래아트홀에서도 유사한 일이 빚어진 바 있다. 인천에 인재들이 모여들어야 창의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여전히 인재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하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일제 잔재 청산과 日 연구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학산과 승기천 등 인천의 땅 이름 다섯 곳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이들이 일제(日帝)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지어 붙인 ‘일제 잔재(殘滓) 지명(地名)’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아니어서 그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그 내용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보내진다니 ‘일제 잔재 지명 없애기’ 같은 이름으로 전국적인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왜 그들 다섯 이름이 뽑혔는지 궁금했다. 진짜 ‘일제 잔재 지명’들이 널려있는데, 하필 그게 아닌 이름들만 고르게 된 이유가 있었을 테니.... 물어볼 기회를 갖지는 못했는데, “아닌 것을 알게 해줬으니 됐다”고 넘기자니 찜찜한 뒤끝이 남는다. 일제 잔재 지명을 없앤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 쓰여 익숙하고, 다른 대상과 연결돼 있는 사례가 워낙 많아서 그렇다. 인천만 해도 연수동·귤현동·송도·효성동 등 일제가 만든 동네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일제 잔재 지명’인데 지금 이들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나. 동구 창영동도 일제가 1936년에 만든 이름인데, 이 때문에 그 이전의 ‘인천 제일 공립보통학교’가 ‘인천 창영 공립보통학교’로 바뀌어 오늘날 창영초등학교가 됐다. 창영동이라는 이름을 이제 바꾸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창영초등학교의 이름도 그에 맞춰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전국 어디서든 생기게 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 일제 때 쓰던 용어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처럼 성공적인 개명(改名)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문제들도 모두 그렇게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 또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싶다면 우선 무엇이 진짜 잔재인지, 그것들이 왜 문제인지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해방되고 77년이 지난 이제는 일본에 대한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져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 좋든 싫든, 일본은 우리와 영원히 얽혀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나라다. 그곳 일부 세력들의 행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욕 나올 때 욕을 하더라도, 그 한편으로는 일본을 깊이 연구해 그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연구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나 백지상태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번 일제 잔재 지명 문의에 답하면서 문득 우리가 일본에 대해 여전히 해묵은 감정만 너무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정작 필요한 일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지금, 여기의 디아스포라

얼마 전 10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의 폐막식에서 인천시의 66개 민간단체가 우크라이나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디아스포라영화제 인천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수많은 강제 이주를 만들어내는 전쟁 중단 요구를 발신하는 현장이 인천이라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천지가 격변했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그 어디건 정든 고향을 등져야 했던 이들이 없는 곳이 있을까마는, 인천은 좀 다르다.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지금, 국제 여객선과 항공선이 있다 보니 강제로 떠나야 했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에 발을 디디는 지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멀리 있는 전쟁 중단 요구를 넘어 가까운 곳도 들여다볼 때가 아닐까. 인천시교육청에서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 2명에 대해 학력심의위원회를 열어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난민 중, 분명 어린아이와 청소년이 있겠구나. 그들에게도 당연히,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함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단 2명? 인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중 학생이 2명 밖에 없다는 것은 아닐테고, 편입을 신청한 학생이 2명이라는 것일까. 피난민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여성, 고령의 노인이라는데, 특히 다른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우크라이나 난민 소식은 찾기 힘들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5월 기준 1천200명 정도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사 정도만 있을 뿐이다. 일반 난민은 받지 않고, 인연이 있는 난민들만 입국을 허용한 것 같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안산이나 인천시 등 전국 고려인 밀집 거주 지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인천이라면 아마 연수구 함박마을이겠지만 딱히 기사가 없다. 기껏해야 함박마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 사이의 분쟁이 없다는 정도. 기독교 재단 학교가 피난민 아동들을 모아 수업을 열어주고 식사를 제공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같은 피난민 중 일부를 선생님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 이야기. 인천이 진정 디아스포라의 도시라면, 전쟁을 피해 들어온 난민들, 특히 아이들에게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주식은 개인에게 건전한 투자처인가

주식시장은 개인이 정부와 기업이 처 논 그물에 걸려 나락에 빠지는 구조처럼 보인다. 부동산거래는 개인 간에 이루어져 피해를 본다 해도 한 개인에게 미치지만, 주식거래는 개인이 알 수 없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피해도 다수에게 미친다. 정부는 판을 깔아 판돈에서 세금을 걷고,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큰손으로 활동하며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개인은 전체의 합으로 보면 늘 마이너스인 주식시장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 등에게는 유리한 제도인 탓에, 상당한 불합리에도 부동산시장과는 달리 이를 제대로 손보려 하지 않는다. 개인은 단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본다고 하는데, 그럼 건전하게 모두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매매 감소로 정부나 증권사는 세금이나 수수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고, 공공기관들의 자금 운용은 뜻대로 되겠으며, 또한 늘 돈만 벌어가는 외국인들은 투자를 하겠는가. 아마 주식시장은 쇠락할 것이다.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후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그 이윤을 배당으로 받는 구조가 기본이 되지 않는, 지금처럼 온갖 술수와 기법만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은 개인에게 덫을 놓아 나락에 빠트리는 투기판과 같다. 개인들이 혹하여 빠져들기 때문에 시장이 굴러가고 정부와 기업, 외국인 투자가들이 재미를 보는 구조이다. 대개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한번 따 본 희열에 도취되어 크게 한 방 터질 것이라는 환상 때문이다. 주식으로 재미 본 개인은 그 환상에 사로잡혀 번 돈뿐 아니라 급기야는 타인의 돈마저 빌려 모두 잃는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주식으로 망한 자는 무수히 많아도 돈 번 자는 드문 이유이다. 신규 주식상장도 회사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것인지 투기판을 만들어 관계자들에게 일확천금을 벌어주기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상장만 성공하면 순식간에 때 돈 버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회사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일 텐데 상장하자마자 그 구성원들이 거대한 이득이 생겨 곧바로 팔아먹고 떠나는 주식상장이 건전한 구조일 수는 없다. 개인은 투자하자마자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식상장도 결국 한 건 올리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공매도며 작전이며 수많은 기법이 난무하고 유혹의 상업광고가 넘쳐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휘둘리기 쉬운 구조인데, 정부는 개인의 책임이라며 방치한다. 피땀 흘려 모은 개인들의 소중한 자금이 건전하게 투자되고 운영되도록,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여 세계에 내놓을 만한 k-주식시장이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시장 후보들의 빈약한 문화도시 전략

인천시장 후보자들이 연이은 토론회에서 시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공약이나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 ‘네거티브 논쟁’에 치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6일 인천〈2027〉경기언론인클럽과 인천경기기자협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국민의힘 유정복 시장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와 인천발 KTX 개통 등의 현안을 놓고 ‘거짓말’, ‘무능’, ‘성과 지우기’와 같은 자극적 언어로 공방을 벌였다.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복지특별도시’를 위한 협치와 공동정부 구성을 제시했으나 세 후보 모두 시민 일상을 여유롭게 하거나 공동체 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문화정책 제시는 빈약했다. ‘교통 문화 일자리 충족의 동시다발형 도심개발’, ‘제물포 르네상스 정책’, ‘개항장 전통문화 활성화’ 정책을 내놓긴 했다. 단편적인 공약에 불과해 가치 중심의 문화도시 실현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고, 인천 역사와 문화자원의 활용 전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 후보와 유 후보는 ‘시민애뜰, 시민애집’, ‘문화성시(문화번성도시)’로 대표되는 문화도시 정책을 시행했던 만큼 이를 지속가능케 하고, 차원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인천은 ‘공유의 기억’을 간직한 근대건축물을 즐비하고, 섬과 해양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배다리 주민들은 미국 북감리회의 선교기지임을 알려주는 여선교사 합숙소, 영화학교, 한국 최초 철도(경인선) 기공지, 일본식 연립주택 나가야, 헌책방거리 등 옛 정취를 살린 역사문화마을로 변신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개항장문화지구에는 답동성당, 성공회 내동교회, 영국 성 누가병원, 일본 제1은행과 58은행, 대불호텔, 제물포구락부, 홍예문, 인천세관, 인천우체국 등 근대건축자산이 풍부하기에 수많은 문화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역사성과 동시대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역사문화지대다. 김구 선생이 수감 생활을 하며 노역을 했던 인천감리서 터와 인천항 1부두를 중심으로 역사 루트를 만들고 있다. 근대화의 길을 열었던 군수공장, 양조장, 정미소 등 산업유산 가치를 살리기 위해 건축자산 보전 및 진흥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한 조례도 이미 제정돼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서담재, 빙고, 관동갤러리, 선광미술관, 임시공간, 프로젝트룸 신포 등 사설 문화공간도 50곳 넘게 들어서 개성 넘친 문화 다양성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개항장 근대거리 페스티벌’,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개항장 문화재 야행’ 등 시민 참여형 행사도 꾸준히 이어져 소중한 문화기획과 장소적 경험이 쌓일 만큼 쌓였다. 이렇게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문화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차기 시장이 활동적인 예술인과 청년세대를 불러 모으고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해주면 좋겠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출사표를 던졌다니

“... 만약 간사한 짓을 하고 법을 어기는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일을 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담당자에게 맡겨 그 상벌을 논의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한 다스림을 밝게 하실 것이며, 치우치고 사사로이 하여 안과 밖으로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이 전한(前漢)이 융성했던 이유이고, 소인을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후한(後漢)이 기울어져 무너진 이유입니다. ...” 중국의 삼국시대였던 서기 227년 ,촉한의 재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치러 나선다. “반드시 북쪽 땅을 되찾으라”는 유비의 유언을 받들기 위함이었다. 군사를 이끌고 나서는 날, 그는 유비의 아들이자 촉한의 2대 황제인 유선에게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바친다. ‘출사표’란 원래 ‘군대를 이끌고 나가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다. 하지만 제갈량의 출사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마치 그의 글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알려질 정도가 됐다. 그만큼 그의 출사표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이 담긴 명문(名文)으로 유명하다. 당시 촉한은 위·오·촉 세 나라 가운데 가장 힘이 약했고,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자칫하면 바로 나라가 결딴날 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리고 모자란 황제에게 나라를 맡겨놓고 기약 없는 원정(遠征)을 떠나야 했던 제갈량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에 그는 마치 길 떠나는 아버지가 못 미더운 아들에게 그리하듯, 자신을 대신할 신하들을 추천하고, 황제로서 갖고 지켜야할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가르치듯 당부하고 있다. 그의 출사표는 1800여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큰 울림이 있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충신(忠臣)이 아니다”라는 말이 전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바꿔 말하면,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없이 충신이 필요한 나라, 충신이 있어도 위태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선거철이 돌아오고,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물들이 출사표를 던졌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출사표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감히 던지는 것이 아니라 올리고 바치는 것이다. 선거에서는 그 대상이 임금이 아니라 시민이고 유권자인 것이 다를 뿐이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 제갈량의 출사표를 한번 읽어보고, 그와 같은 충심(衷心)을 가질 수 있도록 애쓰면 좋겠다. 그러지 못하겠거든 아예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나친가.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섬에 가고 싶다, 편히

풍문으로만 들었다. 대이작도는 인천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이며, 섬마을밴드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2년 만에 가게 된 문화대학원 답사로 대이작도를 선택한 이유이다. 자연은 기본 상수로 두고, 인공인 문화 영역에서 무엇을 보고 즐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때의 유행에 따라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라든가, 삼신할미 약수터, 봉화대 조형물이 있었으나 이것만을 보러 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시선을 끌었던 것은 너무나 잘 가꿔진 산책길과 등산로. 이건 누군가 계속 살피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그냥 예산을 쏟은 게 아니라 정성 어린 시간이 잔뜩 묻어있는걸. 궁금증이 익어갈 무렵 식당 벽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고 혹시 밴드 보컬이시냐 여쭸더니 메인 보컬은 아드님이고 본인은 서브 보컬이며 요즘은 드럼을 만진다고 한다. 보컬 선생님이 코로나 때문에 한참만에야 오시게 되었다며 애정과 자랑으로 얼굴이 환해진다. 길가의 꽃들을 이야기했더니, ‘해당화’라는 자원봉사 모임이 꽃을 심고 가꾸고 있다고. 그럼 그렇지. 주민들만이 이렇게 계속 구석구석 돌볼 수 있겠지. 영화촬영지나 삼신할미보다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길이 소박하지만 훨씬 더 따뜻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다. 섬마을밴드의 힘인지, 원래 그래서 섬마을밴드가 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면 꼭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리라. 그런데 자연만으로도 매력적인 섬에 왜 관광객이 적을까. 처음 와 본 이들이 혼자서는 오지 못했을 거란다.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우선 신이 선사한 자연에 더해 멋진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고, 찾아가기 쉽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배 운항 횟수를 늘리기는 어려워도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자는지, 어떤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섬 내에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지, 그게 얼마나 매력적일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도 편하게끔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천관광공사 인천투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옹진군 전체 숙박 정보는 단 5건. 대이작도 운영위원회가 만든 홈페이지에 내용이 많지만 인천투어에서 링크타고 들어갈 수도 없다. 최소한, 인천의 섬에 가려다 정보부족으로 포기하게 만들지는 말자.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한일관계 변화된 현실에서 봐야

찬반양론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감하며 제한된 시각만이 용인된다. 일본도 세계정세도 크게 변했다. 한일관계는 현 일본의 실제 모습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소련이 군사적 완충지역이라 생각한 우크라이나의 변화를 이유로 침공을 감행,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남북 관계의 변화가 중러에 적대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관계 설정의 미비 탓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은 현실적 문제이다. 현 북한의 중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한국은 한미, 또는 한미일의 관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가 일본을 배제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미국은 한미일의 협력 속에서 설계하려는 태도이다. 아니면 중러와 협력하여 미일과 대항하는 선택이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과 상관없는 일이니, 미일을 버릴지언정 중러를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취하는 한국에 대한 태도에서 한중간에 공정한 관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는 차치하고 중러가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을 지향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대처할 방법이 한미일의 협력뿐이라면 한미일의 관계는 공고히 할 수밖에 없다. 유사시 한국의 대 북중러 대응에 필요한 현실감각이 요구된다. 원죄가 있지만, 일본에 대한 견해는 현 일본을 제대로 보고 내놓는 합당한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일본을 한국이 지향하는 국가관에 비추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국을 호시탐탐 노리며 침략을 감행할 위험한 나라인지, 자유민주주의 시장원리에 반하여 함께 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사회를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일본, 일본인이라면 배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계 개선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일본과 깊은 협력관계를 선택한다고 하여 과거를 잊는 매국 행위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를 기억한다며 한국을 둘러싼 모든 나라를 적대국으로 만들 수는 없다. 역사의 교훈은 과거 속에 매몰되어 현실감각을 잃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든 한미 동맹관계의 변화든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변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관리부실 문화시설들 어찌하오리

“지속적으로 관심과 관리를 해주었다면 이 정도의 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994년 개관한 인천문화예술회관의 전면 개보수공사를 위한 494억 원의 예산이 확정되자 한 인천시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공연기획가이자 경영자로 활동하는 그는 비 새는 옥상 수리, 공연장 내 유리섬유 오염물질 제거 작업, 회전무대 작동오류 등 30년 가까이 운영되는 동안의 인천문예회관 민낯을 지켜본 예술인이기도 하다. ‘가래로 막을 일, 쟁기로도 못 막는다’라는 속담처럼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문화시설 신축비용과 맞먹는 엄청난 혈세를 개보수공사에 투입하게 됐다. 요즘 지역문화재단에서 한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분을 맡으면서 이런 일이 빚어진 이면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인천문예회관이 지어질 당시만 해도 인천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당시 필자도 ‘문화가 척박한 인천’이라는 목소리나 예술촌 조성 시민운동 등의 기사를 많이 썼다. 주로 공간과 시설 등 문화인프라 부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의 균형을 통해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인천에서는 여전히 문화예술시설 부족과 관리 미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발이익금으로 신축한 송도국제도시 내 ‘아트센터 인천’은 뛰어난 음향시설과 멋진 관람석 배열을 자랑하지만 공연 무대가 비좁아 수준급 오케스트라단 연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설계 당시 공연 전문가의 조언을 제대로 들었다면 이렇게 한심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민들을 위한 일상적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문화시설이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기부채납으로 이뤄진 문화시설이 이런 식으로 허점투성이다. 화약실험장 일대 도시개발지구인 ‘논현소래지구 에크메트로’ 덕분으로 지어진 ‘소래아트홀’도 마찬가지다. 한화건설이 300억 원가량 투입해 건립한 뒤 운영비까지 주고 남동구에 기부했던 공연장인데 문제가 많았다. 2011년 개관 초기 지붕에서 물이 새고, 공연 장비 반입시설 미비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한 끝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청라호수공원의 한적한 곳에 들어선 ‘청라블루노바홀’은 지난해 7월 개관한 이후 금속성분 지붕에서 발생하는 결로현상으로 공연장 위쪽엔 30개가량의 물받이통을 배치해놓은 실정이다. 또 분장실과 무대를 계단을 통해 오가도록 설계해 공연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공업체와 설계업체 간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는데, 관리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시설 노후화로 올 연말경 개보수공사를 앞둔 서구문화회관도 눈가림식이 아닌 공연장으로서의 근본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연시설 전문가의 지적이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배다리 지하차도 착공

‘배다리’란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워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 또는 ‘교각(橋脚:기둥)을 세우지 않고 널조각을 이어놓은 다리’를 말한다. 정식으로 다리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 급하게 배들을 이어 세워 다리 구실을 하게 만들거나, 물길이나 갯골이 그다지 넓지 않을 때 널조각 등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1795년 정조 임금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참배하러 갈 때 한강에서 상인들의 배를 이어 임시 다리 역할을 하게 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배다리이다. 또 1872년 조선 정부가 만든 「군현(郡縣)지도」를 보면 지금의 인천 연수구 선학동과 남동구 남촌동 사이쯤으로 길게 흘러들어오는 갯골의 끝에 ‘주교(舟橋)’, 곧 배다리가 놓여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따라서 배다리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이고,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이 이름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중 지금 인천의 배다리에서는 1900년대가 시작되기 이전에 다리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리와 갯골이 모두 없어졌어도 그 이름은 여전히 남아 추억의 더께를 더하고 있다. 이곳 배다리 일대에는 경인철도 기공식(起工式:1897년) 자리, 개교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영화학교와 창영초등학교 등 많은 역사 유적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무엇보다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했다. 나이 쉰을 넘긴 인천 토박이라면 50여 곳의 헌책방이 모여 있던 1970~80년대의 이곳 모습을 아련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1973년에 문을 연 「아벨서점」을 비롯해 10여 곳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이 주변에서 ‘숭인 지하차도’ 착공식이 열렸다. 주민들의 반발로 10년이 훨씬 넘도록 시작도 못 했던 사업이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배다리를 지나는 이 지하차도는 중구 신흥동~동구 송현동을 잇는 산업도로의 일부다. 주민들은 이 도로가 배다리의 역사 유적과 문화적 분위기를 해치고, 생활환경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그러다가 3t 이상 화물차 통행금지, 지하차도 위에 문화센터와 공원 건설 등 여러 조건에 합의해 공사를 하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천시와 주민들은 그동안 수십여 차례의 협상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서로를 설득하고 타협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에 있는 것 아닌가. 100% 만족하지는 못 해도 합의를 지키는 자세. 이번 배다리의 사례가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입어보고 싶은 인천 티셔츠

힘겨운 코로나를 뚫고 봄꽃이 피어난다. 마음이 들뜨고 일정표를 뒤적이며 가까운 어딘가 봄나들이를 계획해본다. 많은 이들이 그러지 않을까. 인천은 서울과 경기라는 인구 집적지에서 가까운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로도 움직일 수 있다. 운치 있는 장소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 갈 때마다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실 풍성한 자원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념품도 마찬가지, 권할 만한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기념품은 기억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어렵게 시간 내서 떠난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기대만큼이나 멋진 여행지를 만났다면 더욱 행복하다. 이 기분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기념품 하나씩은 갖고 싶다. 꺼내는 순간 특별했던 경험, 그 장소와 거리를 걸었던 그 시간의 기분이, 살랑거렸던 바람이, 함께 잡았던 손이, 흥얼거렸던 음악이, 그곳만의 맛있었던 음식이 떠오른다. 기념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 경험이 좋아서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싶은데 막상 살만한 게 없을 때, 실망한다. 만들어보자. 남들에게 즉각적으로 보이는 효과에다 실용성까지 생각한다면 티셔츠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보고 “오 거기가 인천이에요? 입고 다닐 정도면 정말 좋았나 봐요”라고 할 수 있도록. 세상 그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인천에서만 만들어지고 택배도 안 되고 직접 와야만 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기념품. 가지기 위해서라도 인천에 들르고 싶게 만드는, 그럴 수 있는 티셔츠는 어떤 것일까. 혹시나 ‘아이 러브 뉴욕’을 흉내 낸 로고가 적힌 티셔츠가 떠오른다면, 머릿속에서 지워 주시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천의 의미 있는 장소가 드러나고, 색과 디자인이 세련되면 좋겠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재질도 인천과 상관적이면 좋겠고, 환경이나 생태의 미래 이야기도 그 속에 담았으면 좋겠다. 품질도 괜찮아서 여러 번 빨아 입어도 여전히 살아있어 오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년 봄, 타지에 봄나들이 갈 때 그런 인천 티셔츠를 입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러시아의 국민마저 규탄대열에 동참했다. 권력자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 인류의 평화를 짓밟는데, 인생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인지, 권력욕이란 그렇게 실현되는 것인지, 국익이 무엇이고, 국가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한국도 평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작 위태로울 수 있는 한국의 평화는 지속 가능한 것인가. 남북관계가 그저 남북만의 문제라면 지혜로 풀어갈 수 있을 텐데, 주변 강대국에 얽혀있어 방도를 찾기가 어렵다. 주변국에 진정한 우방은 없고, 미국은 어찌 보면 먼 곳에 있다. 국가 간 분쟁은 권력자들의 국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에서 초래되고, 강대국의 월등한 군사력 앞에 약소국이 부르짖는 선과 정의는 그저 감상적인 구호가 되고 만다. 약자가 부르짖는 평화에 강자의 대답은 국익을 내세운 폭거이다. 사실 국가권력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국가 간 충돌은 대다수 선량한 국민과는 무관한 일이다. 권력자에 추종하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국민이 존재하지만, 어느 나라의 국민도 기본적으로는 선을 추구할 것이다. 국가권력자와 국민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이유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전쟁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권력자 자신을 몰락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지구상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의 유대관계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세계의 정보를 얻고 있는 것 같아도 그 속사정까지는 들여다보기 어려워, 주변국에 대해 우리만의 생각으로 과한 반응을 내놓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인데도 온라인상으로는 전쟁이라도 벌이듯 치열하게 다툰다. 애국이라며 자국 중심의 이기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주변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스포츠와 문화, 역사문제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어설픈 관여는 안 된다. 국민감정이 권력자들의 폭거를 유발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역사는 기억하되 주변국과의 관계는 현재와 미래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평화를 거부하고 힘을 매개로 위협적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변국에는 부당함을 말하고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의나 평화를 외치는 것만으로 폭력은 막아낼 수 없다. 자주국방이 모든 외침을 막아주는 전능한 것일 수 없다. 한국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미일의 진정한 협력체계 구축 외에 닥쳐올 미래 위협에 대비할 현실적 방도는 있겠는가?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팬데믹 헤쳐나가는 한류 문명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으로 글로벌 팬데믹이 장기화 국면이다.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얼마 전처럼 충격에 휩싸이지 않는다. 양성으로 1주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정상으로 돌아온 지인이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확진되지 않았으면 사회생활 잘못한 거야. 그렇다. 코로나 19에 대한 걱정, 불안, 스트레스는 사그라지지 않지만, 인류의 탐욕으로 빚어진 전염병인 만큼 심한 독감으로 치부하고 여러 사람들 자주 만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팬데믹은 일상의 삶과 문화를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디지털 세상으로의 문명적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준비됐던 첨단기술이 예비 시험단계 없이 눈앞에서 새로운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니 코로나19가 2030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듯하다. 비대면 사회의 생활패턴에 맞춘 비즈니스가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고 친환경 기술, 가치 소비, 자원순환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갖힌 자의 고립과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삶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다.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 colore에서 파생돼 농업(agriculture), 박테리아 배양(bacteria culture)에 문화라는 말을 붙인다. 문화는 자연상태에 인위성을 가미해 변화시키고, 창조적 변용을 이루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고급문화, 대중문화, 민속문화, 민족문화, 민중문화, 대량문화, 노동문화 등 다양한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문화는 결국 인간집단의 상징체계와 생활양식 전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를 생각해 본다. 방탄소년단(BTS) 소속 멤버의 실수 한 마디에 멕시칸 전통요리 이름이 바뀔 정도다. 그 멤버가 SNS 영상에서 아보카도, 콩, 채소가 들어간 치폴레를 치콜레로 잘못 발음하자 미국의 거대 멕시칸 음식 프렌차이즈 업체가 트위터 계정을 치폴레에서 치콜레로 수정했다고 한다. 변방의 낯선 음악이었던 케이팝(K-POP)이 세계적 아이콘으로 성장했고,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K-드라마 흥행은 겨울연가에서 시작해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류가 북미,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됐다. 부국강병의 나라보다 문화강국을 소원했던 김구 선생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한류가 시류를 탄 인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참여, 소통, 다양성, 협치, 분권의 가치를 담은 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말과 글의 독립이 안 된 독립선언문

五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이하 줄임) 그제는 제 103주년 31절 기념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31절 기념일이 되면 이렇게 시작하는 독립선언서를 들을 수 있다. 이 선언서는 육당 최남선이 바탕글을 쓰고, 한용운손병희 등 민족대표 33인이 서명을 해서 발표한 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들을 때마다 도대체 이 글은 누가 누구를 향해 선언한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우리 민족이, 그를 대표한 33인이 일본 제국주의와 전 세계인들을 향해 선언한 것이라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한자는 말할 것도 없고 한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그 시절에 오등은 자에 아 하는 이 글을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우리끼리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어떻게 민족을 대표하는 선언문이 될 수 있나. 이 글은 애초에 이런 식으로 썼어야 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는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밝히고, 우리 자손들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이렇게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쓰는 단어와 말투로 썼다면 누구든 쉽게 알았을 것이고,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뜻을 대변하는 선언문이 됐을 것이다. 민족 대표 33인은 식민지 조국을 독립시키겠다는 강렬한 뜻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뜻을 이루려면 먼저 말과 글이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벼이 여겼던 것 같다. 문제는 한글이 생긴 뒤로도 기득권층이나 이른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쓰는 말과 글이 일반 백성의 그것과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말과 글의 2중 구조는 사회 구성원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갖지 못하게 했고, 지식과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결국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이다. 알아듣기 어렵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외국어나 한자어, 이상한 줄임말 등으로 가득한 요즘 우리 말과 글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한국 사람의 말과 글을 같은 한국 사람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우리 학교에 예술가가 있다면

대학 생활이 뭐기에, 2학년이 되면 1학년 때 풍겼던 고등학생의 태는 사라지고 대학생스러워졌다. 3학년은 완전히 훌륭한 선배님이고 4학년은 학과 안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가 된다. 그렇게 보면 다가올 3월은 정말 초유의 사태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보지 못했던 2, 3학년과 신입생이 나란히 함께 등교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학생이 신입생인 셈이다. 매년 하던 오리엔테이션으로 되겠는가. 어떤 재학생들은 편하다고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더욱이나,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름도 외우고 마음도 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역시 제일 좋은 건 단막극 워크샵이다. 조를 짜서 소리도 지르고 몸도 풀고 함께 대사도 외워보고, 다른 조 앞에서 실연한다는 목표하에 강당 같은 데 모이고, 누군가 지도를 하고고민은 아, 공연예술학과가 있지!로 이어졌다. 이 학과 교수님을 만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다가 멋진 방향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 안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더 운좋게 그 예술가가 미래의 시민인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좋은 환경을 우리만 누려도 되는 것일까. 학교, 특히 초중고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예술가가 상주하면 어떨까. 선생님이 예술가인 경우를 제외하면 학교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인천시에 초등학교가 258개, 중학교가 126개, 고등학교가 126개, 총 510개교.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역량과 시간 일부를 학생들에게 내어줄 수 있다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들에게 학교의 공간을 작업실로 내어주면 좋겠다. 잘 찾아보면 비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옆 방에서 무언가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만으로는 힘든, 상상력과 창의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광주시 혁신학교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으니, 아주 어이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예술가에게는 필요한 공간을 줄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예술적 경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렇게 된다면 인천의 미래 시민들은 조금 더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한상정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함께하는 인천] 소리로 인체를 관찰하는 기술 ‘초음파’

몸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진단을 위해 필수로 의료영상 검사가 먼저 이뤄진다. 이러한 검사 시 환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대해 큰 관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진단 의료영상 및 건강검진 분야에서 피폭 없이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들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소리로 인체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인 초음파는 피폭 없이 환자에게 고통이 거의 없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용범위는 진단뿐만 아니라 악성종양 치료까지 범주가 확대하고 있다. 초음파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 이상을 가진 음파다. 병변 진단에 사용되는 임상 초음파는 약 1~10㎒ 주파수의 음파를 사용해 몸 안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영상으로 획득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이러한 음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프로브라고 하며, 보고자 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사용하여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를 사용할 경우 인체를 투과하는 깊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피부에 가까운 부위에 많이 사용되게 되고, 반대로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키는 프로브는 상대적으로 몸 안쪽의 병변을 관찰하는데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면, 피부에 가까이 있는 구조물인 갑상샘의 병변을 관찰하기 위해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선형 프로브를, 조금 더 안쪽에 있는 구조물인 간 또는 심장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낮은 주파수의 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볼록형 또는 부채꼴형 프로브를 사용한다. 초음파를 사용한 영상학적 검사와 더불어 다양한 인체 혈관들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도플러 검사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도플러 검사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및 목동맥의 혈류 의 양 및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고, 특히나 상대적으로 쉽게 혈관의 직경, 심장의 두께 및 기능 등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최근에는 프로브로 원하는 부위를 압박해 측정되는 저항 또는 단단한 정도를 기준으로 악성종양과 양성종양을 구분할 수 있는 탄성초음파 (elastography)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탄성초음파의 결과영상은 조직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표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단단한 형태의 악성종양을 피폭없이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알려진 의료용 초음파를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악성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강도가 매우 높은 형태의 초음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조직 손상 또는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가 몸 안에 나타날 수 있다. 또 초음파의 조사시간은 몸의 체온상승을 통한 생물학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부분에 일부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어 최근 이러한 형태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안정성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과 의료 전문가들의 인식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공인의 사인에 대한 발언 신중해야

한 기업가의 멸공 표현에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을 주장한다는 대선후보. 계산된 표현이라지만 적절치 않다. 6.25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나 군대 가지 않는 여성들은 북한이나 멸공을 말하면 안 되는가. 반일은 일본 안 갔다 온 자들이 주장한다는 것인가. 그럼 기업 해보지 않은 자들이 기업을 재단하고, 자영업을 해보지 않은 자들이 그들의 고충을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보지도 않고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도 교육이나 간접경험을 통해서 이해하고 말할 것들은 많다. 북한에 대해 변하지 않았다며 강경함을 보일 수도 있고, 변했다며 화해와 협력을 주장할 수도 있다. 멸공을 주장하는 자,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자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관점이 다를 뿐이다. 이런 의견에 군대 경험은 필요 없다. 사실 요즘 군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또한 동일한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어, 주장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타인의 발언을 말꼬리 잡아 어떤 형태로든 공격하는 일들이 사회현상처럼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선거전도 이런 것들로 점철되어 정치가들의 발언은 차마 듣기 민망한 경우가 많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능력이나 인품, 잘 짜진 정책들을 선보여 겨루지 않고, 그저 이기기 위한 온갖 술수만을 찾는 선거전이다. 국민을 위한 부를 직접 창출해보지 않은 자들이 늘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말은 금번 멸공 논란에 빗대자면 해보지도 않은 자들의 공허한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의 능력에 상관없이 나라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정치가는 그 굴러가는 시스템에 기름칠을 하며 점검하는 정도이지, 시스템은 국민 하나하나가 돌린다.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의 시스템은 정치가들이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도 큰 탈 없이 돌아가는 안정된 구조이다. 그런데 정치가들이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거나 브레이크를 걸거나 하면서 왜곡시킨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내겠다면 국민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잘 돌아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연구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은 위대한 자들이 되는 줄 알아, 어려서 대통령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노력하여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어본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자들 중에서 선출되는 것으로, 대선이라는 정치의 링 위에 올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쓰러트리면 되는 자들이라 교육해야 할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고의 인물을 가려내지 못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허구를 느낀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선거구 획정 손 놓고 대선 올인하는 국회

정치권이 지방선거엔 안중도 없고 대통령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대통령선거가 3개월 앞서 치러지는 데다 국가를 이끌 대통령을 뽑는 일이기에 대선 준비가 급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법에서 정해준 일을 해야 한다. 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61지방선거의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지만 시한을 넘긴 채 국회의원들은 대선에 올인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툭하면 이런 식의 직무유기를 해왔다. 2010~2018년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도 모두 법정 시한을 넘겨 선거구를 확정했다. 조급하게 지방의원 선거구를 확정하다 보니 당리당략에 따라 지역구를 게리맨더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인구와 지역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구에선 원성이 높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 편차 3대 1을 넘어선 헌법 위배 광역의회 선거구가 인천에는 2곳이나 된다. 또 기초의원 정수는 인천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불균형스럽게 적어 대의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인천지역 기초의원 정수는 현재 118명이다. 기초의원 1인당 인구수가 7개 특별, 광역시 중 가장 많아 의정활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천보다 인구가 56만 명 적은 대구의 기초의원은 인천과 엇비슷한 116명이다. 인천보다 40만 명 많은 부산의 기초의원은 64명 많은 182명이나 된다. 광역시에서의 기초의원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를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인천 인구는 다소간의 등락이 있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트 팬데믹 이후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경제자유구역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기에 지방의원들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중구와 연수구의회, 정당, 시민단체들이 의원 증원, 선거구 조정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지역 28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대선정책토론회를 열어 정치, 주거복지, 생태환경 등 10개 분야별 인천 현안 해결 과제와 함께 대안을 마련했다. 그중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동일 지역구 내 3선 제한, 청년 후보자 총선 및 지방선거 비용 지원이 포함돼 있다. 인천시 시군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인구수 증가 및 도시개발 등이 반영되지 않은 시군의회 총 정수를 조속히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의원정수 확대 촉구 건의안을 국회와 각 정당, 중안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이런 의견들을 적극 수렴해 조속히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여야가 의석수에만 혈안 되지 않고 인구와 지역 대표성에 충실한 선거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함께하는 인천] 市 상징새 두루미 많이 볼 수 있기를

지난 22일 강화도에서 인천 두루미 네트워크가 출범식을 가졌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시 등 14개 기관시민단체가 참여한 이 모임은 두루미(학:鶴)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천연기념물 202호이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두루미는 현재 전 세계에 3천여 마리만 남아있다고 한다. 두루미 보호에 인천이 나선 것은 무엇보다 이 새가 인천을 상징하는 새, 곧 시조(市鳥)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홈페이지에 보면 두루미를 시조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인천이 두루미의 도래지이면서, 송학동청학동선학동학익동 등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 많고, 특히 문학동은 인천의 옛 도읍지이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시베리아의 우수리 지방과 중국 북동부 등지에 사는 두루미는 겨울이면 한국을 찾아온다. 한국에서의 주된 겨울나기 장소는 인천 강화도의 갯벌이나 서구 연희경서동 일대,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일대 비무장지대라고 한다. 이런 사연 때문에 두루미를 인천의 새로 뽑았다니 나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문학이나 청학 등이 학을 상징하는 지명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이다. 이들 이름에서의 학은 두름/둠이라는 우리 옛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두르다의 명사형이며, 두르다는 주변을 빙 둘러싸다라는 뜻이다. 땅 이름에서 두름/둠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나 우묵하고 깊숙한 땅을 말한다. 때로는 산 속 깊숙한 외딴 곳을 말하기도 했고, 산 자체를 나타낼 때도 썼다. 그런데 이 두름의 발음이 두루미와 비슷하다 보니 이 말을 한자로 바꿀 때 鶴 자를 쓴 곳이 우리나라에 많다. 이는 두름을 두루미로 잘못 알았거나, 새로 짓는 이름에 기왕이면 좀 더 좋은 뜻을 가진 글자를 갖다붙여서 생긴 일이다. 어느 쪽이든, 이 탓에 원래 산을 뜻하는 이름이 난데없이 두루미가 되고, 산의 모양이 학을 닮았다는 엉뚱한 말까지 만들어 냈다. 문학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청학선학학익동은 모두 문학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그 어느 곳도 사실 두루미와는 관계가 없다. 중구 송학동(松鶴洞)은 두름/둠과 관계없이 동네에 소나무<松>가 많고, 학처럼 고고한 기풍이 있어 광복 뒤에 새로 지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은 이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루미 보호가 의미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두루미 숫자가 많이 불어나 수천수만 마리씩 인천을 찾아주면 좋겠다. 도무지 보기가 어려우니 시조라는 말이 무색하고,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함께하는 인천] 의료진단을 위한 필수 기술 ‘CT·MRI’

최근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에 맞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몸에 불편함을 느낄 때 빠른 시기에 병원에 찾아간다. 불편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진단의료영상이며, 그 중 CT와 MRI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흔히 MRI 검사는 비싸다, CT 검사는 위험하다로 인식하고 있지만 두 가지 진단의료영상기술은 관찰하고자 하는 질병의 종류 및 부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오늘은 진단의료영상기술의 필수 기술인 CT와 MRI의 장점 및 검사시 주의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산화단층영상검사장치라고 부르는 CT와 자기공명영상검사장치라고 부르는 MRI는 해부학적 영상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각각 X-선과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원리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진단영상장비들에 비해 더 우수한 화질로 정확한 질병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특히 CT와 MRI 모두 3차원의 영상을 원하는 방향에서 획득할 수 있어 인체 구조물들에 의해 숨겨져 있는 병변들을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CT는 복부나 흉부 등의 장기들에서 발생되는 종양이나 외상 질환을, MRI는 인대나 근육 등의 병변 검사에 상대적으로 큰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의료진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검사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CT와 MRI 검사에 주의해야할 사항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CT는 X-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피폭선량 증가에 대한 위험이 있다. 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일반적으로 정형외과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 X-선 검사는 1번의 X-선 조사로 2차원의 영상을 획득하는 반면 CT는 여러 각도에서 X-선을 조사하는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가 받는 피폭선량이 크게 증가한다. 2000년대 초반 뉴욕 타임즈 등 미국의 저명한 신문이나 보고서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뇌졸중 의심 환자에게 머리 CT 검사를 수차례 시행하거나 2세 남아에게 약 1시간 동안 수백차례의 CT 검사를 하여 환자에게 큰 장애가 생겼던 해외 사례들이 있다. 따라서 의료적으로 사용하는 X-선 피폭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CT 검사 시 과거 이력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CT와 대비하여 MRI는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폭에 대한 걱정은 거의 없으나 매우 큰 자석을 사용하므로 검사시 금속성 물질에 대한 제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환자가 착용한 마스크에 금속재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 화상 등의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도 검사시 주변의 금속관련 물질에 대해 꼭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CT와 MRI의 특징들과 주의해야 할 기본사항들에 대해 사람들도 함께 인식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질병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진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방사선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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