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노예계약 법적논란

염규상 김포포럼 법률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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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 장자연 씨의 자살사건과 관련 연예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의 소위 ‘노예계약’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매번 연예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것이 이 문제임에도 왜곡된 연예계의 관행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획사 입장에서는 특히 신인 연예인의 경우 다소 불공정한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비용에 대한 위험부담도 투자자인 기획사가 지는 것인 만큼 노예계약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노예계약이란 말 그대로 기획사와 소속연예인이 주인과 종의 관계로서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맺고 그 계약기간 중 연예인이 함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며 해지시에는 과다한 위약금을 배상하도록 한 조항, 수익분배를 부당하게 불평등하게 약정한 조항,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게 하는 등 부당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 등이 그 실례이다. 이러한 노예계약에 대해 최근 연예인들이 제기한 계약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잇따라 위 계약을 약관규제법상의 불공정한 약관으로 보고 무효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예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현재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관계 등에 대해 이를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다. 물론 계약에 있어서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이 존중돼야 할 것이지만 계약의 양당사자가 대등하지 못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현 실정에 비추어 계약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한계와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연예매니지먼트사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 법안 마련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도 500여개의 기획사에 대한 계약서의 불공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착수와 아울러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면서 그 제도화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대형 기획사들마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톱스타의 경우 오히려 기획사가 약자적 지위에서 톱스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정 등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그 입법을 통한 규제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이 주종의 관계가 아닌 신뢰에 바탕을 둔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합리적인 계약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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