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너·우리가 함께하는 보육 2

일전에 어느 TV 토크쇼에 나온 중년 여배우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과거엔 무심코 부르던 ‘엄마’라는 말을 이젠 어디에서도 ‘엄마’라 소리 내 부를 수 없는 현실이 가장 슬프다며, 눈물 짓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들의 ‘엄마’란 존재는 시대가 아무리 산업화 되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급증하여 가족의 형태가 변해간다 해도 모성애(母性愛) 만큼은 그 방식을 달리할 뿐 본질은 자연의 이치만큼이나 변치 않을 원리일 것이다. 우리는 그런 모성애에 기대어 엄마에게 짊어지게 한 희생, 사랑, 인내에 대한 멍에의 무게에는 무감각하면서, 그 가치를 너무나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무수한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전국의 115만 여명의 영·유아들이 엄마와 같은 마음을 가진 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는 14만여 보육교사들의 품에서 자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사회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자애로움, 영·유아와 공감력,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원만하고 조화로운 대인관계 능력, 심신의 건강 등의 개인적인 자질과 전문지식, 교육기술, 보육에 자부심을 갖는 전문적인 자질’ 등을 요구하며 정작 우리 보육교사들의 수고로움이나 그들이 제공하는 보육의 가치는 경시 된듯하여 이루 헤아릴 수 조차없이 마음이 착찹하다. 하루 12시간 남짓한 과중한 보육업무에, 업무특성상 적정 휴식이나 휴가 등 복리후생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린 보육교사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보수체계나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무한한 희생과 인내, 그리고 봉사정신만을 강요한다. 모성애에 가까운 사랑으로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묵묵히 값진 희생을 감내해가는 우리 보육교사들의 수고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한 보상이 뒤따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며, 그러한 노력이 곧 선진 보육의 토대가 되고,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의 발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고의 문화상품 ‘음식관광’

음식은 문화다.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미군부대의 주둔으로 ‘부대찌개’라는 독특한 음식이 만들어지고, 중국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 중국인들의 중국음식점을 통해 전파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 어김없이 그 지역의 특산음식을 먹고자 한다. 반대로 어떤 유명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하기도 한다. 즉 음식은 문화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상품이고,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에서 음식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음식의 관광상품적 가치를 인식한 서구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음식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프랑스의 와인투어다. 프랑스의 대표 와인산지인 보르도에는 프랑스와인을 집대성한 와인뮤지엄, 와인농장과 유명 레스토랑을 연결해주는 수십 개의 와인투어코스, 세계적인 와인축제 등이 있어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와인투어 프로그램은 와인 판매증대 뿐 아니라,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라는 국가적 이미지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특정음식을 주제로 한 푸드테마파크라는 테마공간이 음식관광의 대표상품으로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요코하마는 ‘라멘뮤지엄’이라고 하는 라면을 주제로 한 푸드테마파크가 있는데 700여 평의 실내공간에 일본의 유명 라면집 9개와 라면이 흥행했던 1950년대의 모습으로 연출하고,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밖에 ‘스시뮤지엄’, ‘만두 스타디움’ 등 일본의 전통음식을 독특한 테마공간에 연출하여 음식과 문화가 조화된 관광상품도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관광요소로서의 음식이 아닌, 음식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되는 ‘음식관광’의 분야도 본격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지자체에서 특산음식을 주제로 하는 지역축제 정도의 소극적인 상품개발이 아닌, 음식을 테마로 한 관광공간, 음식을 주제로 한 여행상품, 체험프로그램 등 보다 확대된 수준의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음식은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음식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소개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과 보육

세계 인구의 날인 7월11일을 맞아 통계청이 내놓은 ‘세계 및 한국의 인구 현황’에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5~2010년 기간 중 1.13명이며 이는 유럽(1.50명)이나 선진국(1.64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2050년이 되면 인구는 2009년 대비 1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게 되는 우리나라에 대해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만 교수는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의 3대 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이 없다면 국가가 존재할 수도 없을 것이니, 저출산은 가히 국가적 재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보육시설에서 1일 교사 체험을 하고 일하는 엄마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유아 보육이 잘되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궁극적으로 “보육을 정부가 해주자는 것이 목표”라며 보육료 지원과 보육시설 확충 등의 대책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드는 막대한 소요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묻는 사람이 왜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나라의 재원은 세금밖에 없으니 더 세금을 거두어들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그동안 MB정부의 감세정책과 괴리감을 느끼면서 경제협력기구 OECD보고서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정책의 역할 2005’가 떠올랐다. 이에 의하면 ‘정부의 정책이 출산율 증감의 중요한 변수이며, 한국 출산율 급락은 보육 등 정부정책의 탓’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경우 인구정책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아동수당과 육아휴직급부 제공 등 경제 지원 중심의 저출산 정책이었으나 최근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중점을 둔 아동과 가족을 응원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보육지원을 하면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저출산 대책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육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창의력이 국력이다

인류 문명은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1세기 중반이전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과 창의성이다. 엘빈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지식은 이전의 생산요소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은 상호 작용하면서 더 거대하고 힘 있게 재편되고, 이런 지식을 누가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양질의 지식과 지식의 양이 개인은 물론 국력인 시대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다음 사회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필수인데 대응력이란 다양성과 거기에서 비롯된 창의성에 달려 있다. 창의성은 인간의 특성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새롭고 적절한 아이디어, 행동이나 산출물로 정의하기도 하나 최근에는 통합적인 개념에서 사람의 사고와 사회문화적 맥락의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새롭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나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창의성은 인지적, 정의적, 환경적 측면의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발현된다. 인지적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해결 방법을 잘 찾아내는 수렴적 사고와 함께 다양한 각도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확산적 사고가 중요하다. 확산적 사고는 문제를 인지하는 민감성,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유창성, 융통성 및 독창성 등의 여러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정의적 측면에서 일이나 활동 그 자체가 정말 흥미롭고 즐거워서 하는 내적동기가 부여될 때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으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지원적 환경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 우리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환경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학교는 창의적 글로벌 인재를 목표로 각 교과는 물론 교과 활동 외에서도 창의성을 계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학교 현장의 경우 현재와 같은 대입제도하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는데 많은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창의성 계발 노력은 가정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발로 Day

의왕에는 누구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산이 많다. 시를 상징하는 로고에도 녹색산봉우리 3개가 표시돼 있다. 거기에다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 2개가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시의 중심에는 모락산이 자리잡고 있고 북쪽에는 청계산과 덕장산, 그리고 남쪽에는 백운산, 서쪽에는 오봉산이 마치 도시를 감싸듯 병풍처럼 아늑하게 둘러싸 있다. 그리고 시의 북쪽으로는 백운호수, 남쪽으로는 왕송호수가 아름다운 자연도시의 구색을 더해주고, 산줄기를 따라 시내 곳곳으로 흐르는 학의천, 청계천, 정감어린 왕곡천 등은 자연생태 도시로서의 면모를 더해 주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들이 우리 사람들과 절묘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손쉽게 찾아 나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한테서도 편안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의왕에서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있다. 바로 두발로Day(데이)다. 두발로 걷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지었다니 참으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발로Day는 매월 11일인데 걷기행사는 매월 두 번째주 오전에 열린다. 두발로Day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와 함께 걷는다. 이 날은 가족 전체가 함께 나와 오손도손 손잡고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힘들다고 칭얼대는 어린애를 등에 업고 땀을 뻘뻘흘리며 걷는 엄마도 있고, 좋은 경치를 만나면 놓칠세라 가족을 세워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도 눈에 띈다. 또 민소매 반바지 운동복에 멋진 썬그라스를 끼고 열심히 걷는 중년 남성도 보이고, 무리지어 걸으며 박장 대소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떤 때는 호수 주변을 걷고, 어떤 때는 산을 오르기도 하며, 또 어떤 때는 하천변을 따라 걷기도 한다. 실개천을 따라 바쁘게 걷다보면 흐르는 물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귓가를 자극해 또다른 향수를 불러오게 한다. 그저 꽃보며, 물보며, 나무보며 그것을 얘기삼아 자연의 세계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래서 두발로Day가 좋다.

동행

도시락을 챙겨 어디라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화창한 지난 6월의 주말, 각기 다른 사연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지내지 못하고 아이는 보육원에, 부모는 생활전선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15가족의 아름다운 관계증진을 위한 여행인 시설아동 ‘한마음 가족캠프’에 동행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여덟살배기의 한 아이는 얼굴 가득 장난기를 담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캠프가 진행되는 내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아이는 자신이 분 풍선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한 가지를 적어보라는 말에 “나의 소원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적어나갔다. 이를 보는 내 눈시울은 붉어지고, 가슴 한 켠이 저며 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평범한 아이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것이 왜 이 아이에겐 누군가에게 절실히 소원을 빌어야만 하는 일일까. 아이의 아빠로 캠프에 참여한 남성은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었다. 엄마가 이혼하게 되면서 경제활동을 위해 아이를 시설에 맡긴 후 만나 현재 재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 아이와 좀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보고자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캠프를 통해서 새로운 아빠를 가족으로써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캠프에 참여한 부모, 자녀간의 관계증진과 재통합을 위해 준비한 심리극, 캠프파이어, 도미노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15가족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아가 가정을 빨리 되찾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전과 달리 최근 시설에 맡겨지는 아동들은 부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어려움, 이혼, 방임, 사고 등 다양한 연유로 아동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하며 가족의 품을 꿈꾸며 그리워한다. 작년 이맘때 캠프에 참여한 후 간절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올해 초 보육원을 퇴소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두명의 아이처럼 올해 캠프에 참여한 15가족 모두가 한 지붕아래 모여서 살아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사교육, 창의력 잠재우는 원인

정부가 나서 학파라치라는 신종 직업까지 양산하며 사교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교육비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모두 20조9천95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2007년보다 4.3%가 늘어났고 학생 한 사람당 월평균 31만원을 사교육비로 쓴 것이다. 가계 입장에선 근로소득 대비 9.3%, 가계지출 대비 12.6%가 교육비로 지출되는데 이 가운데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3.3%에 달한다. 그러나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교육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이 잠재의식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 부담스러운 것도, 그리고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장본인이라는 점에서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인성을 망치는 원인이 바로 학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인기 강사로 고액 연봉을 받던 한 강사는 “사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게으르고 의존적인 학습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시켜 단기간에 성적 향상이라는 목표 접근이 쉬운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이런 상황에 젖어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아이들의 창의력은 내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학생 신분을 벗어난 시점에서도 창의력을 깊은 잠에서 깨울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기와 공부기술, 그리고 꾸준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억지로라도 하는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고, 억지로 하는 아이들은 즐겁게 하는 아이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는 의미다. 학습 동기와 즐거움은 창의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나타나기 힘든 결과다. 사교육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한다.

녹색성장시대-가축분뇨 자원화

미국의 오마바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가축분뇨에 의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축산분뇨 문제 해결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울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UN 식량농업기구에서도 ‘가축의 긴 그림자-환경문제와 대응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계 각국에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등 축산의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가축분뇨 처리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연간 4천200만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는 가운데 퇴비로 자원화를 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별도 처리를 하고 있으나, ‘96년 런던 협약에 따라 2012년 이후에는 해양투기도 전면 금지된다. 이처럼 가축분뇨 처리문제는 녹색성장 시대에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가축분뇨 이용 자원화 및 에너지화 사업에 대한 대통령 보고 등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가축분뇨 자원화 목표를 90% 이상으로 높여서 월 270만㎾의 전기를 생산하고 가축분뇨 해양투기 중단에 대비하여 자원화 및 에너지화 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전체를 자연생태계의 자원순환원리에 따라 농작물, 산림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저농도의 양질의 친환경비료로 생산하고 미생물 발효를 통해 친환경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본 기술이 개발되면 축산분뇨로 인한 환경오염방지, 화석연료 대체, 온실가스 감축, 화학비료 대체 및 생활환경개선 등 1석 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농촌지역의 9천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와 난방열 생산을 통한 경제적인 효과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미 농림수산식품부와 함께 저농도 액비 기술 등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바이오가스화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더 나아가 국토해양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 녹색기술 관련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처럼 농업과학기술은 주변 과학기술과의 통섭과 융복합을 통해 녹색성장을 주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

지난 설날 한 TV프로그램에서는 8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해의 고도 울릉도 바다를 배경으로 해녀생활을 하고 있는 노해녀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두 아들을 바다에 묻고 난 후 남편마저 사별하고 혼자가 된 그 노해녀는 깊은 슬픔을 뒤로하고 다시 바다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통곡의 바다이지만, 자신의 힘이 닿는 그날까지 담방구질을 하려는 노해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늙어가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 우리는 흔히 젊었을 때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을 본받으려 한다. 근사한 전원주택을 짓고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호텔 레스토랑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노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전세 아파트 하나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다. 더군다나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직장삼아 구부러진 허리에 포대자루를 둘러매고 폐지를 주워 담고 있는 노인들이라도 만날 때면 자신만은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속세의 물에 더욱 깊이 빠지곤 한다.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마치 부자에게만 허락된 듯이 말이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 Maslow)에 따르면 인간은 ‘자아실현’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킴으로 행복의 정점에 올라서게 된다고 한다. 자아실현(自我實現)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자신의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은 오로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아의 본질을 찾아 그것을 완성할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최고봉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이다. 자신보다 돈 많은 사람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 우리는 행복에서 한걸음 멀어진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에 자신을 묶어놓고 남들과 똑같이 나이를 먹어 갈 때 우리는 행복에서 한걸음 멀어진다. 남과 다른 오로지 자신만의 열매를 맺으며 나이가 들 때 우리는 행복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

혼돈의 시기에 우리의 할 일

현재 한국사회는 사회적 안정 및 경제적 성장 그리고 정치적 민주화라는 여러 목표 아래 정확하게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이다. 지난 세기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젊은이들의 민주화운동과 시민들의 선진정치운동이 그렇고, 정부의 1980년대 후반부터의 북방외교와 이에 이어진 세계화 전략도 그렇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단정하여 말하기 쉽지 않은 국제금융, 세계무역체제 및 북한의 위협도 우리에게 큰 시련과 도전이다. 즉, 현재 세계정치 및 국내정치 상황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 정말로 실감이 나는 현실적인 해석인 듯 하다. 이렇게 동과 서, 좌와 우 그리고 세계화 추세와 우리 것을 지키려는 세력이 서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다. 동북아시아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강점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장기간의 투쟁과 동서 간 이데올로기에 의한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경쟁의 대가로 분열되었고, 이어 다시 동족간 전쟁도 겪었다. 그 후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건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우리는 아주 빠른 시기에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냈다. 현재 동서양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녀보면, 우리나라의 ‘한류’ 문화의 인기와 우리 국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과거 30년간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우리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다. 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도로를 따라 시내로 들어오다 보면 이곳이 바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우리 삶의 터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들도 이러한 한국의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반도안정문제라든지 당파간의 대립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항일투쟁의 독립투사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경제건설의 역군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희생과 그들이 그리던 꿈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보다 성숙된 선진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한반도를 세계의 중심에 그릴 수 있도록 다같이 손잡고 이 혼돈을 마라톤의 마지막 코스를 달리는 마음으로 극복해야 한다.

너·나·우리가 함께 하는 보육

요즘은 대낮에 집 앞 골목을 나가거나 아파트 놀이터를 둘러보더라도 예전과는 달리 어린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이제 군 입대를 앞둔 아들놈 어릴 적만 해도 집 앞 골목길만 나서면 아이를 등에 업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며, 제 몸보다 큰 세발자전거를 끌고 몰려다니는 어린 아이들 모습이 일상이었건만 지금은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찾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와 같이 놀아줄 친구들을 찾는데 있으니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실로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상은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 현대 사회로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레 도출된 자녀양육형태의 변화로 보육의 책임이 가족중심에서 사회공동체중심으로 확장된 결과의 단면이다. 또한 저출산이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시대에 정책책임자의 관심에 따라 보육이 보건사회부, 내무부, 문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그리고 현재의 보건복지가족부로 다시 이관되며, 끊임없이 쏟아내는 보육정책의 양상들을 지켜 볼 때, 우리사회가 부담해야할 보육 책임은 시간이 거듭할수록 커져 감을 느낀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육서비스의 형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보육수요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형태로 분화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크게 영유아보육법상 보육시설 즉 어린이집의 형태를 분류해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같은 정부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보육시설, 법인보육시설, 직장보육시설, 그리고 우리 내 아파트단지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가정보육시설, 대안보육의 한 형태로 보호자들이 조합을 결성하여 설치·운영하는 부모협동보육시설, 그밖에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민간보육시설로 경기도내에만 1만여 개소의 보육시설이 있다. 수 많은 보육시설에 영유아가 있으나 보육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발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보육을 통하여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인정하고, 책임감이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을 듯 싶다.

평택호~임진강 걸어보자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는다. 별다른 도구는 필요 없다. 몇 시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운동화, 이따금 메마른 목을 적셔주는 물 한 병이면 족하다. 혼자보기 아까운 이 자연의 명장면을 담을 카메라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더불어 오늘의 추억을 함께 기억할 친구가 옆에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사람들은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그냥 걷는다. 요즘 제주도에서 열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슬로우투어 ‘올레’길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큰 길과 집의 입구를 이어주는 골목길을 말하며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제주도의 걷기여행코스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 여류 언론인이 시작한 작은 운동이 지금까지 13개 코스로까지 확대되어, 지금은 제주도 절반을 휘감을 정도의 길이로 연장되었다. 올해 올레길을 찾은 올레꾼은 5개월간 7만2천명으로 여행레저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런 걷기여행의 인기는 어느덧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리산의 ‘둘레길’, ‘걸어서 거제한바퀴’ 등이 만들어져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왜 걷기여행에 열광하는 것일까?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인공적인 것에 대한 싫증, 조금은 느리지만 참살이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절반의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권에 사람들의 지친 삶에 풍요를 안겨줄 수 있는 걷기여행코스 개발을 제안해 본다. 경기도의 수 백리 해안선은 빠른 도시화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기도 했지만, 갯벌과 작은 포구가 어우러져 걷기여행코스로는 손색이 없다. 경기도 남부의 관문 평택호에서 시작한 이 길은 세계 5대 갯벌에 손꼽히는 화성의 갯벌을 따라,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제부도 바닷길을 통해 김포를 거쳐 격동의 역사 현장인 임진강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도시화로 길이 끊긴 곳은 조금은 돌아가면 되고, 구지 자연의 길이 아닌 도심의 멋과 맛이 배어있는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길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연과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독특한 관광상품으로 수도권 시민의 참살이 여가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을 만나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정신없이 시골길을 달리는데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 걸음을 할 뿐이었다. 의아히 여기는 앨리스에게 여왕은 설명한다. “아무리 달려도 주변 세계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 하며,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연습벌레인 강수진, 평발이면서도 축구스타인 박지성, 검은케네디라고 불리는 오바마 등의 성공담을 예로 들려주며 이기려면 남보다 많은 눈물(노력)을 흘려야 한다고 다그치면서 어린이들의 손목을 움켜쥐고 함께 달리고 있는 우리네 부모의 모습이 소설 속의 붉은 여왕으로 오버랩되는 것은 상상력이 지나친 것일까. 그러나 그 붉은 여왕에게 ‘붉은 여왕 나라의 앞으로 나가던 속도가 늦춰지거나, 길에 돌이 있었다면 힘껏 계속 달리던 앨리스는 어떻게 되느냐’, ‘속도가 더 빨라져 앨리스의 다리가 꼬여 넘어졌다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묻고 싶다. 이 소설 속의 붉은 여왕은 1973년 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밴 베일른이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용어로 등장시켜 진화론뿐만 아니라 경영학 등 경쟁해야 하는 장면을 유용하게 설명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의 칼 버그스트롬(Carl Bergstrom) 박사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미카엘 라흐만(Michael Lachmann) 박사팀은 관계에 따라 ‘붉은 여왕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밝혀내고 공생 관계에서는 오히려 느리게 진화하는 쪽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붉은 왕 이론’(The Red King Theory)을 제시했다. 우리는 관계의 맥락 속에서 살고 있기에 ‘붉은 여왕 이론’을 맹신하기보다 앨리스의 체력과 속도(변화)를 잘 감지하고 조언하며 길 위의 돌을 치워줌으로써 손목을 움켜쥐지 않아도 스스로 잘 달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한다.

좋은 학교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은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이 큰 꿈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기대와 감동을 주며, 선생님들은 신바람나게 가르치는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세칭 일류 상급학교에 진학을 많이 시키는 학교, 시설이 좋은 학교,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 등 다양한 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은 자율학교, 자사고, 기숙형공립학교, 마이스터교, 특성화고교, 돌아오는 농촌학교, 농산어촌 전원학교, 교과교실제, 교과특기자 육성교 등 다양한 형식의 학교에 교육비 특별회계 또는 필요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원하는 교육협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OECD는 좋은 학교를 첫째,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둘째, 모든 결정에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며 셋째, 학교 경영자는 교사들의 독자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지도력 있고 소통 능력 있는 학교관리를 하며 넷째, 전문적이고 교육적인 자질을 갖춘 교사 집단이 교육활동에 충분한 자율과 책임을 행사하고 다섯째, 학생 개인의 성장과 능력을 고려한 충실한 수업을 하며 여섯째, 조화로운 공동체 분위기로 수업외에도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일곱째,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한 학교수업을 하고 늘 학교를 개방하며 여덟째, 학부모와 학생을 학교내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학교라고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정의에 의하면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즉,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학교 경영의 주체가 되는 학교 자율화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학생 교육에 관한 정책은 학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교사들이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으며, 교직원들이 주인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자율화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교직원 인사, 교육 재정의 자율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기도교육청에서 오는 9월부터 시행하려고 하는 혁신학교는 좋은 학교를 만드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중론을 모으고 학교 현장의 소리를 귀 기울이며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엄마 밥줘”

어렸을때 배고픈 줄도 모르고 동구밖에서 실컷 뛰어 놀다 밥때를 놓쳐 집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책가방을 내 팽개치며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엄마 밥줘”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먹을 것도 그렇게 흔치 않았던 때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초등학교 아니 심지어 유치원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매일매일 꽉 짜여진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특히 점심을 먹을 때 차려진 밥상에 밥 먹는 일은 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는 시대도 지나간 것 같다. 이렇다보니 쌀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우리 농협에서는 ‘꿈나무 건강지키기 아침밥 먹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아침밥의 중요성을 미래의 꿈나무인 학생들에게 알리고 아침 먹는 습관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한편 쌀 소비도 촉진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사실 아침을 거를 경우 혈당이 떨어져 뇌의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이 부족해져 대뇌 기능이 위축되고 집중력이 떨어져 복잡한 일의 수행이 어려워질 뿐더러, 아침식사를 거른 학생보다 아침식사를 한 학생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바도 있다. 또한 우리의 주식인 쌀은 막연히 끼니가 되어 먹기 때문에 그 우수성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쌀은 콜레스테롤를 저하시키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 외에 당뇨나 암 예방 효과에도 기능적 우수성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른 식생활 문화 변화로 육류, 빵, 라면 등 서양 대체식 소비가 늘어나고, 각종 건강식품이 늘어나면서 그 소비량이 계속 줄어 들고는 있지만, 역시 쌀은 우리민족의 변함없는 영원한 주식인 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 끼니마다 밥을 먹는 습관이 몸에 배었으면 좋겠다. “엄마 밥줘” 하던 시절이 다시 한 번 그리워진다.

어느 중년 여성의 아름다운 도전

얼마 전 일이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자 이글거리는 태양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후 4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수수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조심스레 사무실로 들어왔다. “저, 관장님, 저는 얼마 전에 여성복지관 새로일하기센터 소개로 취업을 한 정○○라고 합니다. 취업되고 너무나 기뻐 제일 먼저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동안 일 땜에 도저히 짬이 안 나다가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 이렇게 찾아뵈었어요.” 얘기인 즉 이랬다. 정씨 성을 가진 이 여성은 2년 전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가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를 보다 못한 주변의 권유에 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작은 일자리라도 찾아 보고자 올 4월경 이곳 여성복지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여성종합취업지원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사실은 처음 방문할 당시만 해도 본인이 과연 다시 사회로 나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두려움에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에 걸친 방문상담과 5일간의 ‘집단상담프로그램’(동기부여 등 직장적응교육)에 참여하면서 본인보다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주변 여성들을 보게 됐고, 그동안 헛되이 보낸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이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찾은 것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큰 수확이 됐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하루하루가 새로이 태어나는 것 같아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모른다며 마치 10대 여고생으로 돌아간 듯 떨리는 목소리로 수줍게 이야기를 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나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난초를 보았다. 현재 전국에 70여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세계적인 경제난속에서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출산, 보육시설 확충이 해법

저출산 국가하면 어느덧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됐다. 이는 통계수치로도 확인되는 사항이다. 지난 1983년 합계 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 2.1명) 이하로 내려간 이후, 20여년 이상 회복되지 못한 채 최근 4년 들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특히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단기적 처방에 그칠 뿐이고 우리나라 안에서도 출산 장려금을 더 많이 주는 지방으로 원정 출산이 이뤄지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돈도 문제지만 낳은 이후에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은 임신을 하게 되면 너무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직장은 계속 다닐 수 있게 될지, 혹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은 얼마나 될지, 아이를 낳고 나서 직장을 다니려면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등등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더구나 출산 후 아이를 맡겨야 할 보육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시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라 생각한다. 아파트에는 물론 동네 보육시설도 마음대로 맡길 형편이 못되는 상황을 개선해 위생적이고 친 환경적이며,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보육시설이 많이 필요하다. 사교육의 출발이 보육단계부터 이뤄지니 저렴한 보육시설은 모든 엄마들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위생적이지 못한 보육 환경과 높은 보육료 등은 엄마들의 마음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 뿐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낮은 편이다. OECD국가 평균이 60.8%인데, 이보다 낮은 54.8%를 보이고 있다. 낮은 출산율도 문제지만 출산 이후에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우선순위에 둬야 할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녹색성장 시대 농업의 역할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그런지 장맛비가 지나간 산과 들은 푸르름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볼수록 가슴이 시원해지고 즐거워지는 녹색은 본시 생명, 젊음, 희망, 환희, 자연, 건강, 즐거움, 환경, 초목, 성장 등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러한 녹색이 지구촌의 화두로 등장했다. ‘저탄소’, ‘친환경’으로 대변되는 녹색성장은 국가적으로 새로운 성장의 전략과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 산업, 생활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포하고 OECD 각료이사회에서 ‘녹색성장 선언서’ 채택을 견인하는 등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녹색성장의 추진 동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농업이야말로 우리 땅에서 조상들의 삶과 함께 생활 속에 깊이 내재된 자연친화적인 삶이 바탕에 있었고, 고랑 한 줄을 만들고, 작물 한 포기를 심을 때에도 자연과 생명을 배려했었다. 또한,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고향의 풍경을 그리워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 하는 민족이기에 녹색기술 개발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저력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농촌진흥청에서는 생활속에 내재되어 있는 지혜를 되살리고 활용하기 위해 생활공감 녹색기술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전통과 문화 속의 지혜와 더불어 이를 현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가고 있지만 이를 지속가능한 녹색기술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생활공감 녹색기술에 IT, BT 등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창조적 녹색기술을 개발하기위해 산·학·관·연이 함께하는 ‘열린연구’를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기술 개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그 중심에서 농업의 가치와 역할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생명도시를 꿈꾸며

우리 사회가 위기라 한다. 시장 만능주의와 무한 경쟁을 기치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끝없는 파탄의 길로 치닫고 있는 요즘, 위기는 특히 소외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빈곤층의 식생활의 질은 심각하게 낮아지고, 여기저기서 최소한의 주거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서비스의 접근조차 어려워진 빈곤층들이 늘어나면서 생명의 위기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공황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붕괴 사태에서 살아남으려면 생태순환의 농업과 공동체경제가 주축이 된 생명도시로서의 발전이 필요하다. 녹색경제에 동참하여 도농복합도시로서 생명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업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인 식량생산이야말로 녹색경제의 핵심이며, 공동체의 재구성은 농업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농촌공동체, 도시의 다양한 공동체운동은 경제와 사회 안정망에 기초가 되어 도농복합도시의 자립화에 영향이 미칠 것이다. 지역의 먹을거리 체계와 도농 직거래 체계를 비롯해서 공산품생협, 의료생협, 공제조합, 다양한 협동조합 등은 지역 순환경제의 중심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민간단위에서는 이미 생명도시를 꿈꾸며 지역사회차원에서 작은 실험들을 해왔다.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일하는 자의 주체적 참여에 근거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등 호혜의 공동체 경제망을 만들어왔다.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지역순환경제의 관계망을 만들고 굳이 화폐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서로 도울 수 있는 지역품앗이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이러한 자립과 민주적 참여에 기초한 연대의 실험들은 경기도민의 대안 경제를 만들어 갈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제임스 앨런의 “참나무는 도토리 속에서 잠자고, 새는 알 속에서 잠자고, 영혼의 가장 원대한 꿈속에서 깨어있는 천사가 돌아다닌다. 꿈은 현실의 씨앗이다”라는 언명은 생명도시를 꿈꾸는 우리들에게 힘이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참나무도, 저 멀리 창공을 나는 새도 모두 조그마한 꿈에서부터 자라났다. 생명 도시의 꿈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귀한 씨앗으로 우리의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희망이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천사가 주는 자양분과 같은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클레이 세계총회에서

이클레이(ICLEI·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 세계총회가 57개국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6월14일부터 18일까지 캐나다 애드몬톤시에서 개최됐다. 이클레이는 1990년 UN본부에서 개최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방정부 세계총회’를 계기로 발족, 현재 한국 36개 지자체를 포함 67개국 1천77개 자치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환경관련 국제협력 활동을 수행해가고 있다. 이클레이의 주요 프로그램은 CCP(Cities for Climate Protection Campaign·도시기후보호 캠페인), 물 캠페인, 생태발자국, 친환경구매, 생태교통, 생태예산, 생물종다양성 보전을 위한 지방행동 등으로, 이번 총회는 이 활동들을 평가하고 향후 공동행동전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수원시에서 이클레이 빗물관리센터 유치 제안 및 생태발자국을 발표하고, 창원시의 자전거 교통,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의 지방의제 활동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2008년 수원의제21추진협의회가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측정지수로 사용하고 있는 생태발자국을 조사해보니 수원 시민의 생태발자국은 3.78Gha/인으로 1인당 생태수용력지수 0.41 Gha/인보다 8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인들이 수원 시민과 같이 소비하고 폐기물을 배출할 경우 지구가 1.8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음식 및 에너지 소비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환경보전은 물론 경제발전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면,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환경보전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가 확립되어 있고 또 지방정부의 정책수립 및 실행과정에서 생태적 지속가능성 지표를 설정하고 매년 체계적으로 관리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지방정부 정책이 국가정책의 변화에 종속변수처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내의 시민 및 의회 합의기구 등을 통해 토론되고 합의된 도시발전 비전을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집행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한 도시 시민들의 현명한 삶의 방식이 국가를 넘어 지구를 환경위기로부터 지키는 삶의 표준이 되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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