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귤화위지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薺)나라의 명재상(名宰相) 안자(晏子)에게서 유래된 이 고사는 귤(橘)이 변해서 탱자(枳)가 된다는 뜻으로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동일한 것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초(楚)나라의 영왕(靈王)이 안자에게 초나라에 제나라 출신의 도둑이 많다고 하자 안자는 귤화위지를 언급하면서 제나라에는 도둑이 없는데, 도둑질을 모르는 제나라 사람들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배우는 것은 초나라의 풍토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하여 초나라 영왕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한다.지금은 글로벌시대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물리적인 국경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고 있다. 해외 곳곳에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생활 환경과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살아가려면 현지에 잘 적응해야 한다. 필자가 전에 근무했던 KOTRA는 세계 70여개국에 해외조직망을 운영하면서 지역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지역 근무를 10여년 한 중국, 유럽, 중남미 등의 지역전문가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그 지역 사람들을 닮아가고 있는지 놀랄 때가 많다. 만만디인 국가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만만디가 되어가고,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에서 오래 산 직원들은 편법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반면에 유럽처럼 법이 엄격한 사회에 근무한 직원들은 융통성이 부족할 정도로 엄격하게 변해있다.그렇다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한국에서 적응하고 살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혹시 귤이 한국에 와서 탱자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기업 환경이 다른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토양이 안맞아 실패하는 기업들도 있다. 경기도에도 많은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있으며 도(道)에서도 이들 기업이 한국의 토양에 잘 뿌리내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외국기업이 우리 토양에서 잘 뿌리내리게 하는데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속의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귤화위지가 아니고 지화위귤(枳化爲橘)이 되는 토양을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민경선 경기중기센터 통상지원본부장

정이 담긴 김장김치

요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듯, 찬 기운을 실어 내리는 가랑비가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촉촉이 적시고, 외투의 옷깃을 한층 더 여미게 한다. 그럼에도 수원 종합운동장 앞 광장에는 커다란 배추더미가 장관을 이루고, 초록색 앞치마와 빨간 장갑의 바쁜 손놀림은 역동적으로 물결치는 모습을 연출했다.수원시 새마을 부녀회원 900여명이 소년소녀가장과 무의탁노인분 및 어려운 이웃과 새터민들에게 전달 할 1천70세대 분량의 김장 김치를 담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우리의 김치 담그기 문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김치에 관한 구체적인 문헌으로는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청염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김치의 역사는 고려시대 이전부터라고 추정되는 게 정설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가정에 김치냉장고가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많지만, 십여 년 전만해도 김장김치를 겨울의 반 양식이라 하여 입동(入冬)을 전후하여 어느 가정에서나 김치 담그는 일은 필수적인 연례행사였다. 또한 품앗이 형태로 동네 부녀자들이 모두 모여 김장김치 담그는 날의 풋풋한 정이 넘치는 모습은 필자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그러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김치포기마다 사랑과 정성을 담고 있는 새마을 부녀회원들의 김치 담그기 행사를 보면서, 예전 모습과 또다른 의미의 따뜻한 사랑에 행복한 감동을 받았다.해가 거듭될수록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피부로 절감하는 서민물가가 날로 치솟고 있고, 한줄기 온기를 전해 줄 연탄값 마저 크게 올라 민생고의 겨울 문턱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위해 한시라도 서둘러 물가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이 정착되어 서민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가안정의 실현 등 갖가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두고 살아가는 동안,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시시때때 봉사정신을 발휘하여 정이 담긴 김장김치는 물론,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나금숙 회장님을 비롯한 새마을 부녀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응원의 갈채를 보내고 싶다. /홍기동 수원시의회 의원

안양천이여, 영원하라!

저 깊은 산골짝 샘으로부터 생명은 탄생한다. 물이다. 그 어떤 내(川)든 강(江)이든 시작은 맑고 깨끗하다. 그 물이 세상을 거치며 온갖 세파에 부대끼며 바뀐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맑은 물과도 만나고 더러워진 물과도 만나고 또 썩은 물과도 만나기도 한다.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제 길을 꿋꿋이 가는 물이 있는가 하면, 가던 길을 포기하고 멈춰서는 물도 있다. 어떤 물은 때 묻고 더럽혀진 물을 끌어안고 가다가 그러다가 같이 깨끗해져 먼 길을 함께 가기도 한다.우리 인생도 물과 같다.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세상을 살아가지만, 자기 본연의 얼굴과 심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릇된 생각이나 실수로 자기를 잃거나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기를 지켜내기도 한다. 자신이 주(主)가 되기도 하고 객(客)이 되기도 한다. 태어나고 살고 죽고 또 태어나고. 그렇게 순환하는게 우리이고 물이다. 다만 물은 인간과 달리 남을 간섭하거나 무엇을 바라는 법이 없다. 그저 묵묵히 세상을 품고 자기의 길을 갈 뿐이다. 그 길을 해(害)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생명의 뿌리인 물을 문명의 손으로 더럽히고 썩히고 주검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에 자중자애해야 할 대상은 바로 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하천으로 부활한 안양천은 박수받아 마땅하다.지난주 한 방송사가 주관한 물환경대상에서 안양시가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0년간 무던히 힘써온 결과다. 전국 최악의 하천에서 최고의 하천으로 변모하여 각종 동식물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생태하천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죽음까지 갔다 정화되고 새 생명을 얻은 안양천도 감사하고 기뻐할 것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안양천에 은어가 돌아오고 전국의 모든 하천이 제2, 제3의 안양천으로 거듭나길 빌어본다. /김홍엽 시인

다인론(茶人論)

우리차(綠茶)를 사랑하는 모임이 있었다. 1989년에 결성됐으니 정확히 20년 전 일이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그 당시 아주대 국문과 천병식 교수님이 회장이었다. 회원은 여덟 명으로 구성됐고 직업이 다양했다. 찻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차 밭과 차 도구점(茶道具店)을 운영하는 사람, 차 떡과 차 음식 연구가, 차와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 차에 관한 시(茶詩)를 쓰는 시인, 찻상과 차실(茶室)을 꾸미는 공방 주인, 차 성분과 효능을 연구하는 교수 등으로 매월 정기적인 찻자리를 가졌다.한번은 한국의 다인론(茶人論)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는 나름대로 차를 지극히 사랑하고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작 어떤 사람이 다인(茶人)인가?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한마디로 답을 내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스스로 차를 우려 마시고 둘째, 이를 즐기며 셋째, 자의적인(스스로) 차 생활을 통해서 넷째, 차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다섯째,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진정한 다인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지난 시월에는 정조임금의 어진이 모셔진 수원화성행궁 화령전에서 정조대왕 탄신다례가 올려졌고, 행궁 유여택에서는 차문화 대축제가 열렸다. 차를 이용해 이 같은 큰 행사를 할 수 있었음은, 이십 년 전의 다인론 운운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차를 즐기며 또한 차 생활을 통해 차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여러 다인들의 힘이 아닌가 싶다.맑은 생각을 하는 데에는 차가 약이다. 고운 습관을 익히는 것 또한 차가 묘약이다. 좋은 습관은 인격과 운명을 만든다고 하여, 우리차회 차실(茶室)에는 연습만이 살길이다. 백 번과 천 번은 다르다고 써놓고 매번 반복하도록 한다. 종교에 구애됨이 없이, 규격과 형식에 너무 끌려다니지 않고, 편리한 시간에 깨끗하게 마시는 차. 이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면 고단한 삶에 최고의 부가가치가 아니겠는가. /강무강 수원차(茶)인회장

저마다의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문득 우리 수원교육청 주변을 둘러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찬서리를 맞고도 제각각 개성있는 색깔로 자태를 뽐내는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름다워 아마도 전국 제일의 교육청 숲일 것이리라.수원시에서는 교육청 옆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가을철 낙엽거리로 정해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예전보다 몇 배나 바쁘게 살다보니 정작 매일 근무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는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겨를이 없었다.수원교육청 주변의 숲은 1979년 신풍동 청사에서 현재의 자리로 옮겨 올 때 그 자리에 있던 나무들을 필자가 학생들과 옮긴 데서부터 시작됐다. 중국굴피나무, 계수나무, 나라회나무, 일본목련, 복자기나무, 주엽나무, 싸리나무 등 어림잡아 50여종의 다양한 수종으로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30년이 흐르는 사이 대부분의 나무는 눈에 띄게 아름드리로 성장해 새삼 감동스럽기도 하지만, 커다란 나무의 그늘에 묻혀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나무를 보면 애잔한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다.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에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고 말한 법정스님의 이야기처럼 요즈음 우리 교육을 보면, 정작 교육이라는 숲속의 나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고, 그윽하게 바라보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우리 학교의 숲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소나무, 오동나무, 참나무 등 우리나라 전통 자생 수종들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아니면 리기다소나무, 가이쯔가향나무, 메타세콰이어 등 외래 수종도 함께 자라고 있을까. 자생수종과 외래수종, 큰 나무와 작은 나무 등 서로 다른 모든 나무들이 제 각각의 특성과 모양을 내면서 잘 어우러진 멋진 숲이 그려진다.그동안 허겁지겁 사느라 숲을 보지 못하였던 분주함을 뒤로 하고, 그윽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우리 교육의 숲으로 들어가 보자. 나무 하나하나를 살펴보아 가지치기를 하고, 흙을 북돋워주자. 서로 어울려 잘 자랄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자. 이 가을 저마다의 색깔로 자태를 뽐낼 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자./조성준 수원교육청 교육장

탄소 거래제와 지구 살리기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인류가 멸망하게 될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자연재앙으로 인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핵전쟁 등 인류 스스로 자폭하는 경우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자연재해도 사실은 인간이 사용하는 화석연료와 산림파괴 등에서 비롯된 인류의 재앙이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지구의 온도상승이 현 속도로 계속 진행되면 20년 이내에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산을 덮고 있는 면적이 2007년에 1912년보다 85% 감소했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20%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만1000년이래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지구온도가 1도 상승하면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하고 생태계의 10%가 멸종한다. 지구온도가 2도 상승 시 그린란드 빙하가 다 녹고 유럽에서 폭염 때문에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 지구온도가 6도 상승 시 생물종 95% 이상이 멸망하고 2억5천만년전의 빙하시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금세기말까지 지구평균온도가 6도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사실상 지구 종말의 경고장에 다름없다. 교토 의정서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탄소소비를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에는 새로운 청정 대체에너지가 실용화될 때까지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춰보자는 한 가닥 인류의 희망이 실려 있다. 월드뱅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규모는 2010년에 1천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으로 2010년 반도체시장규모(2천90억 달러)의 70%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탄소배출 줄이기는 지구의 생존뿐 아니라 당장에 기업의 생존 나아가 국가 성장 동력의 생존까지 좌지우지하게 됐다. 2013년 이후 포스트교토체제에서는 그동안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면제 대상이었던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감축 의무국으로 될 전망이다 세계 9위의 탄소배출국의 의무가 무겁다. /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것

재계의 유력인사가 최근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자살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사회학의 창시자인 에밀 뒤르케임이 자살론에서 개인의 자살에 사회적 원인을 부여하기 시작한 이후, 자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전개됐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하는 국제 기준에 따라 2년째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왜 죽을까? 동물에게는 없으나 인간에게만 있는 것. 자살도 그중 하나이다. 위험한 행동은 있으나 동물들에게 자살은 없다. 심리사회적인 고통이 개인의 취약성에 더해질 때 자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왜 높은 것일까? 거대한 아노미(anomie)현상이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그것을 가치관이 붕괴되고 목적의식이나 이상이 상실됨에 따라 사회나 개인에게 나타나는 불안정 상태로 정의한다. 에밀 뒤르케임에 의해 제기된 이 용어의 근원을 로버트 머튼은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방법이 갖춰지지 않은 때문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88만원 세대, 중년 실직을 경험하는 사오정 세대, 불평등 조건의 고용 상태의 노동자와 여성, 경제적 자립의 여지가 없는 노인 세대 등에 자살이라는 사회 조정 능력 상실의 결과가 밀어닥치는 것이다. 생애 주기별로 광범위하게 자살 위험군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40명이라고 할 때, 이미 자살자 수는 1만명을 넘고 있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높아만 가는 우리 사회의 자살 현상이다. 사회적 현상을 사물로 대하라. 뒤르케임의 유명한 경구다. 교통사고보다 많은 자살 문제에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농식품 소비자를 위한 녹색기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먹는 행위(食)는 사람의 생명과 가장 밀접한 것이기에 이와 관련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국가간 경쟁이 심해서 그런지 멜라민 파동과 같은 먹는 것에 대한 무례한 안전사고 사건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농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떨까. 불행하게도 농식품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우세적이다.사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내생산 및 수입 농식품의 위해요소에 대한 안전검사와 안전성 향상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 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안전관리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학교, 병원 등 집단급식 시 문제되는 식중독 유발사고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농식품 안전관리 기술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부터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유해물질 뿐만 아니라 곰팡이독소, 식중독균 등 생물적 위해요소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와 이력추적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GAP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증 농산물의 생산 및 소비는 전체농산물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다행히 지난해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조 하에 농산물 안전관련 연구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따라서 우수농산물관리기준의 선진화, 농식품 위해요소의 모니터링과 위해성 노출평가, 위해요소 신속진단 및 저감화 기술개발, GAP 현장적용 실용화 연구 등 체계적인 안전성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농식품 안전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농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 국산 농식품의 소비 촉진은 물론 해외수출도 증가시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도 높여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경안천 사람들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 살아 갈 수 없다. 이처럼 중요한 물을 포함한 환경을 잘 지켜나가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자연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그 자연은 큰 재앙으로 응답한다. 대표적인 재앙의 하나가 지구촌 전체의 절대적인 물자원 부족현상이다. 올 초 우리나라도 남부와 강원도 지방의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과 상수원이 고갈돼 이 지역 주민들이 심한 식수부족 현상을 겪었다.필자가 사는 고장에는 경안천이 흐르고 있고 이 경안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해 3월 포곡읍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경안천 사랑모임이라는 민간단체를 구성해 매월 한 번씩 모여 경안천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자도 이 모임의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우리들은 서로를 경안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경안천은 팔당호로 이어지고 그 유입량은 팔당호 유량의 1.6%에 불과하지만 오염도는 16%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방하천이다. 경안천 사람들은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보람을 갖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수질관리 관계자에 의하면 경안천이 점차 맑아져 가고 있다고 한다. 3년전 만 해도 이곳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5.2이었는데 최근에는 3.4까지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경안천 사람들처럼 환경을 사랑하는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경안천 사람들은 오랜 활동을 통해 팔당호의 정화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로 가꾼 맑은 하천을 보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깊어 가고 이 사랑만큼 주민 상호 간의 신뢰와 화합도 깊어져 간다는 것이다. 금년에도 경안천 사람들은 정화활동뿐 아니라 경안천변 자전거 타기, 창포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제 경안천은 학생과 주민들에게는 살아있는 휴식공간이자 환경교육장이 되고 있다.필자는 지난 5월28일 경안천 지류에서 개최된 창포축제에 참여하여 주민대표들과 함께 이곳 하천에서 퍼올린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도 이 창포축제가 계속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성인아이’의 상처, 우리가 도와야

복지관에 훤칠하고 앳돼 보이는 한 소년이 방문했다. 첫눈에도 그늘이 있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서 난 잠시 마음에서 저려 나오는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했다.소년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릴 적 부모가 했던 그 어떤 것들이 모두 머릿속에서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년의 인중이 조금 이상했다. 코 밑에 봉합된 흔적이 있었다. 소년의 중학교까지의 삶 속에 부모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여유로웠으나 부모와 함께 나들이를 나가 본적도 없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도 부모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던 것이다. 또 학교가 가기 싫을 때 부모는 매를 들어 학교에 보냈고, 외로워 부모를 찾을 때는 바쁘다고 소년을 내몰았다고 한다. 그런 유아기를 지낸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왜 부모만 보면 화가 나는지 죽고 싶다고 했다.자살 상담을 할 때면 마음이 아파온다. 소년의 무의식 속에 부모의 모습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그리 쉬울 것 같지가 않았다. 이미 자살 시도를 했었고 이 문을 나서면 자신은 어디론가 가겠다고 한다. 왜 청소년들이 극한 상황을 쉽게 결정하고 시도하게 됐을까.이제부터 난 소년의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 무의식 속의 부모의 모습과 소년이 화해하도록 해야 한다.요즘 이런 성인아이의 모습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어린시절의 문제를 아직까지도 처리하고 있는 성인이다. 즉 어린시절이 지났는데도 어린시절 겪었던 그 감정에 의해 계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말한다. 부모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애정표현을 적절하게 받지 못한 자녀들은 자존감의 상실과 건강하지 못한 수치심을 갖게 된다.아울러 성인아이는 이 수치심을 기반으로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성인아이는 수치심을 부정하고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알코올, 마약, 도박, 성 같은 것을 통해 자기 속에 갇혀 버리게 돼 사회의 질서를 파괴 하게 된다.이제 그들이 상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공감하며, 공동체 속에서 대상모델이 되어 역할자로서의 가정을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FTA의 위력

얼마 전 칠레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산티아고에서 한-칠레 FTA 체결 5주년 기념 경기상품전(G-FAIR Santiago)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에는 IT, 소비재, 기계류, 건축자재 분야의 경기도 우수 중소기업 38개 사가 참가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 2천900만불이라는 수치상의 계약 추진실적 외에도 칠레에서 한국상품의 성가와 진출확대 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산티아고 거리를 다녀보면 온통 한국차 일색이다. 마치 서울 거리를 걷는 것 같다. 우리 차의 현지시장 점유율이 현대, 기아, 삼성 차를 합쳐서 무려 35%에 달하고 있으니 거리의 차 3대 중 1대는 한국차인 셈이다. 우리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이만큼 높은 나라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 원인은 FTA에 있다. 한-칠레 FTA 발효 전인 2003년 대칠레 자동차 수출은 1억6천만불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6억5천만불로 5년간 300%나 증가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대 칠레 총수출이 같은 기간에 5억1천만불에서 30억3천만불로 무려 490%가 늘어났으니 다른 품목들도 수출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전체수출 증가율이 110%인 점을 감안하면 한-칠레 FTA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칠레로부터의 수입도 이 기간 동안 10억불에서 41억 불로 약 300%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의 원인이 대칠레 전체수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구리(銅)의 국제가격 인상 때문인 점을 감안할 때 FTA를 활용한 우리의 수출 증대 효과가 훨씬 높았음을 잘 알 수 있다.FTA가 우리에게 무조건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FTA는 문자 그대로 Free Trade 즉, 상호 간에 보호막을 제거하고 자유무역을 하자는 것이니 경쟁력 있는 측이 이기게 된다. 설혹 우리에게 유리한 분야라도 방심하면 시장을 잃게 되고, 불리한 분야도 노력하면 상대방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지난 수십년간의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쌓아온 저력이 있으니 계속되는 FTA의 파고 속에서 한-칠레 FTA와 같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경선 경기중기센터 통상지원본부장

도덕불감증, 어떻게 치유하나?

요즘 나는 시내거리나 횡단보도, 지하철역의 계단 등을 다니며 우리가 지켜야 할 기초질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최근 보행자통행이 우측통행으로 바뀌어 역이나 터미널 등의 계단이나 바닥에는 우측통행이란 문구를 곧잘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좌측통행에 익숙해서인지 이를 무시하고 발걸음만 재촉하는 모습이다.나는 우측통행의 원칙을 지키며 걷던 중 반대편의 좌측통행자와 가까이 마주칠 경우 한 시민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에 우측통행입니다라고 말해본다.기초질서문제에 대해 우측통행의 쉬운 예를 들어 말하고 있지만 그 밖에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우리 시민들의 무의식 속에서 나오는 행동들에 나의 목적지는 멀게만 느껴진다.담배꽁초를 보도바닥에 버리거나 운전 중 창밖에 던지는 행위, 보행 중 침을 뱉는 행위, 운전 중 신호위반행위.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도 길을 가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봉지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는 아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양심은 이기심과 편리함 속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가중되고만 있는 현실을 보며, 우리 사회의 기초질서와 도덕성이 선진국 수준이 아닌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게 한다.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대안으로 녹색성장운동을 거듭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듯이, 만연해있는 기초질서 불감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우리 모두 고민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기초질서 확립과 도덕성 회복운동은 정부와 국민운동단체 그리고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성공할 수 있으며, 선진국민이 되는 가장 기본 바탕은 우리의 올바른 의식과 작은 것부터 규칙이 있음을 항상 인식하며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법규의 실천과 함께 깨끗한 거리, 질서 있는 통행으로, 보행하는 시민의 발걸음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를 바란다./홍기동 수원시의회 의원

안양예술공원은 단풍도 예술

작심하고 안양예술공원을 찾았다. 예술작품과 단풍을 동시에 맛보기 위해서였다. 방문객을 환영하듯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가로수가 이리도 멋졌었던가. 공원 입구에서부터 가을 내음이 물씬 풍겼다. 사람들의 환한 웃음과 울긋불긋 차려입은 등산복들도 영락없는 단풍이다. 이름부터 재미있는 오징어 정거장에 올라 좌우를 둘러보니 이미 산은 붉은 노을이다.계곡 한가운데 물고기의 눈물 분수가 주변 단풍과 어우러져 무지개빛 물보라를 선사한다. 단풍은 계속해서 따라오고 수면위에 미끄러지고 바람이 돌아 멈추는 귀퉁이마다 낙엽이 쌓여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새하얀 아치교를 건너 안양 전망대로 향한다. 달팽이 모양의 나선형 통로를 오르니 저 멀리 시내가 보이고 오른편 안양사 부처님도 미소를 건넨다. 예술공원 전체가 한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온통 단풍으로 물든 산과 계곡과 작품들과 가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전시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기도 한 알바로시자홀이 단풍 사이로 보이고 그 옆 인공폭포도 연신 물줄기를 쏟아낸다. 선선한 바람이 실어온 가을 내음을 맛보며 삼성산을 올려다 본다. 단풍의 바다인가 산인가. 온통 붉게 물든 세상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리볼버, 거울미로, 노래하는 벤치같은 작품을 만져보고 앉아보고 누워보고 하면서, 마음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관악수목원 입구까지 간다. 주차장 겸 공연장인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이란 조형물에 감탄하며 허기를 달래려 음식점으로 향한다. 먹을거리까지 일품인 예술공원의 파전에 동동주로 목을 축이니 세상이 다 내 것이다.안양시민은 안양예술공원이 있어 참 행복하다. 54점의 예술작품이 공원 곳곳에 자리잡고 자연과 예술의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도심 지척에 이렇게 멋진 자연속 미술관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실로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안양을 만끽한 하루, 다음번에는 또 다른 정취를 안겨주는 등산 코스를 택해야겠다. /김홍엽 시인

국화 한 송이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물론 죽은 이의 영좌 앞에도 꽃이 놓인다. 사랑을 고백할 때, 생일을 축하할 때, 입학졸업 또는 개업이나 승진을 축하할 때, 서먹서먹한 관계에 들고 가는 꽃은 그 의미도 다양하지만 종류에 따라 송이로, 다발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꽃마다 상징이 달라 상황에 따라 꽃을 선택하지만 어쨌든 꽃이 전해질 때는 마음이 함께 담겨 간다.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꽃, 마음을 전하는 꽃, 이러한 마음을 전할 때 꽃송이는 어디를 향해야 될까?올해는 역대 대통령이 두 분이나 서거했고 인기 높은 탤런트가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빈소에는 생전 모습 그대로의 영정이 있고 그 앞으로 하얀 국화 송이가 차곡차곡 쌓인다. 앞서 예를 올린 분이 올려놓은 꽃 위로 새로이 꽃이 얹어지고 영정 앞은 하얀 국화로 장식된다. 어느 빈소에는 꽃송이가 일제히 영정을 향하여 올려지지만 또 어느 빈소에는 조문객을 향하여 환하게 장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카메라는 조문행렬에만 렌즈를 들이댄다. 물론 꽃 중의 꽃이 인꽃(人花)이니만큼 사람보다 더한 꽃이 어디 있겠는가.손님을 초대해 떡 벌어지게 음식을 차려놓고 별로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십시오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다. 이왕 마음먹고 찾아간 조문이라면 다만 국화 꽃 한 송이지만 부디 편히 영면하십시오하는 마음으로 단 일초라도 영정을 향해 한 번 높이 들어 올린 후, 꽃송이가 영정을 향하도록 제단에 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아쉽다.언젠가 나는 꽃을 무더기로 받은 적이 있다. 입술 꼬리에서 행복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꽃을 사러갈 때의 발걸음은 더욱 행복했다. 행복한 마음을 전할 때 기꺼이 상대방을 향해 꽃이 보이도록 하자. 그것이 비록 국화 한 송이일지라도 마음과 마음이 교류하는, 아주 쉽고 간단하게 갖출 수 있는 예(禮)이기 때문이다. /강무강 수원차(茶)인회장

행복한 학교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심지어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기를 원한다. 행복이란 우리 삶의 목적이자 으뜸가는 가치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네 삶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라는 구성원들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교육의 본질적 의미에까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아무리 지적으로 뛰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학교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행복한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학생이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교사가 가르침에 보람을 느끼고, 이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감동을 받는 학교가 행복한 학교일 것이다.가정생활 강의로 유명한 제임스 해치 교수는 행복한 가정은 open mouth, open ear, make schedule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가정이라고 정의했다. 행복한 학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학교는 열린 대화(open mouth)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없으면 마음이 닫히듯이 교장, 교감,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학교 구성원 간에 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학교가 행복한 학교다. 행복한 학교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open ear) 곳이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행복하며,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행복한 학교는 함께 계획을 세워 추진(make schedule)하는 곳이어야 한다. 아침 이슬 같은 우리 아이들의 영롱한 꿈이 이루어지도록 구성원 모두가 학교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를 위해 함께 계획하고 참여하는 학교가 행복한 학교다.어릴 적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학교 풍경과 선생님을 생각하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참으로 행복감에 젖게 하는 소중한 기억이다. 즐거움과 기쁨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학교이다. /조성준 수원교육청 교육장

꿀벌 수비대의 녹색기술

최근 꿀벌이 사라져 버리는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꿀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서부터 새로운 병원체 특히 바이러스의 출현, 무분별하게 사용된 농약에 의한 중독, 꿀벌에 기생하는 꿀벌 응애(Varroa mite) 및 꿀벌의 전자파 기피 현상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꿀벌의 실종은 당장 벌꿀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양봉농가나 꿀 가공관련 식품 산업에 크게 타격을 입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1차적인 이유 이외에도 꿀벌의 수분활동 감소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구 전체 작물의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는데 그 중 80%가 꿀벌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농업 국가들은 일찍부터 이러한 꿀벌의 공익적 기능에 주목해 꿀벌을 농업생태계보존과 식량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기간 농업으로 중요시했다.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양봉업이 소규모 투자로도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노동 및 자본 대비 수익률이 높아 농업생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양봉농가 수는 3만6천 가구 이상이며, 사육 봉군 수도 현재 190만 통 정도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농작물의 꽃가루 수분에 활용되는 봉군 수만도 매년 30만 통에 이른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양봉산업이 새로운 푸른 농촌 녹색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다행히 국내에서는 군집붕괴현상(CCD)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꿀벌 전문가 들은 기후변화의 영향, 바이러스 등 병해, 기생충, 전자파, 유해 화학물질 등 꿀벌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농업현장뿐 아니라 야생에서도 꿀벌의 안위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농촌진흥청 꿀벌 수비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각자가 아까시 나무 같은 밀원식물(honey plant) 한 그루의 주인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그 어느 때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그림 속의 아버지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라는 주제로 올해 삼성생명에서 주최한 청소년 미술작품공모전에 출품된 초등학생그림의 주인공은 대부분 어머니였다. 반면에 아버지의 모습은 그림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림에 간혹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해도 담배를 피우거나 TV를 시청하는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바쁜 직장 업무에 아버지가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역할이 커지는 사회적 현상이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심사위원의 설명이었다. OECD 27개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제일 많은 나라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 직장과 일 중심의 조직문화와 함께 아버지들이 가족과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 서로 간의 소통의 부재도 이러한 결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미국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찰스 애덤스는 영국 주재 대사였던 어느 날 아내에게 등을 떠밀려 8살 어린 아들과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중요한 일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 찰스는 일기장에 아들과 함께 낚시를 갔다 하루를 낭비했다고 썼다. 후에 유명한 역사학자가 된 아들 브룩스 애덤스는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낚시 간 날의 일기를 읽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늘 바쁘고 저와 함께 할 시간이 없으셨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낚시의 추억은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8살 어린 소년이었던 그가 쓴 일기장을 보내드렸다. 그날 아들의 일기에는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갔다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이었다라고 쓰여 있었다.아이들 그림 속에서 사라진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아이들의 추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어린 아이들의 기억 속에 아버지의 부재라는 사회적 우려의 큰 울림이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듯하다./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무엇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

이달 28일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실시하는 재보선이 있는 날이다. 노무현과 김대중,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벌어지는 첫 선거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용산 참사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도 없고, 4대강 사업에 예산을 퍼내느라 국가의 모든 재정이 축소되고 있으며, 공조직이 온통 예산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단 이 사람들만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무엇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로 정치판은 요동치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등은 일년 내내 사람들 앞에 서야 하고 윤리적 잣대와 도덕적 검증을 늘 견뎌야 하는 매우 피곤한 직업이다. 한 마디로 말해 고되고 자학적인 직업이다.(인간의 본능이 편안함과 안락감을 추구하는 경제적 동물임을 전제로 한 것 임) 그래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 것은 가끔 성공의 동기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알맹이 하나 없이 전락하는 실패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299명이나 되는 현재의 국회의원들과 400곳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하는 일들이란 무엇인가. 일단 되고 보자는 심리에서 출발한 사람들에게 애초부터 무엇을 하고자 하는 알맹이는 없다. 내용을 채워나가는 일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가 가지는 해악은 중독성에 있다. 정신병리로 치면, 클레람볼 증후군에 해당된다. 누군가 자신을 열렬히 사랑해주고 있다는 망상의 하나이다. 부디 이번 재보선에 나온 후보들이 고액의 연봉과 4년의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보다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원한다. 망상은 정신과 환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극히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사회 현상임을 우리는 요즘 보고 있다. 오늘도 묵묵히 작은 일에 매달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마음의 쉼터’ 가족

현대의 가족을 정의하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단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 졌다. 예전의 확대가족과 핵가족으로만 구별되던 것이 한부모 가족이나 싱글맘, 싱글대디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되고, 동성애 가족 등 그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깨져가고 있다. 또 형태상이나 법률적으로는 가족으로 존재하나 사실상으로는 경제적, 학업적 이유로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많다. 따라서 더 이상 가족을 부부와 그 자녀의 결합체나 공동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또한 더 이상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을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비록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실질적으로 복지관의 대상자들 중에는 서로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들끼리 함께 도움을 주며 동거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서로 정서적으로 친밀감과 양질의 교류가 가능한 가족의 질적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요즘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가정을 둘러싼 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씻어 나오는 쌀, 심지어 밥이 되어서 바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즉석 상품들이 식탁에 오르기도 하고 세탁기가 빨래를, 식기세척기가 설거지를 하며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한다. 매일 다른 국이 배달되고 심지어 제사상도 맞춤형으로 서비스되는 시대인데 우리는 얼마나 여유로워 졌을까. 분명 시간이 남아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바쁘고 여유 없어 각박해져만 간다. 아마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쉼을 얻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가정의 역할이라 함은 역기능적인 가정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순기능적인 가정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순기능적인 가정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은혜를 입고 자라며, 역기능적인 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비은혜(非恩惠)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자란다. 부모의 비은혜(非恩惠)란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받는 자아의 상처를 말한다. 이를 고착(固着fixation)이라고 하며, 이는 이상행동(異常行動abnomal behavior)으로 퇴행(退行regression)하는 씨앗이 된다./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리더십과 소통능력의 공통분모 ‘경청’

서울대 리더십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대학교수와 언론인 등 지식인은 리더십 지수가 낮아 공직(公職)을 맡기에 가장 부적합한 집단이다. 분석은 특정 인물의 공직 적합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공공 리더십 지수(Public Leadership IndexㆍPLI)에 기반을 두었다. 이번에 연구 대상으로 선택된 지식인 집단의 리더십 지수는 1천200점 만점에 310.70점에 그쳤다.지식인 집단은 인내심과 표현력, 공공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특히 조직 운영에 필수적인 타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활동의 기회를 주는 위임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반면 지식인 집단은 상황과 전후 사정에 맞춰 판단하는 능력인 상황맥락 지능과 창조혁신 역량 등은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리더는 구성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조직의 리더가 모든 업무를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 담당자들의 설명과 보고를 들으며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 능력이다. 조직의 최고 지도자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자들은 소통 전문가가 돼야 한다. 소통 능력이 뛰어난 리더나 관리자는 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뿐만 아니라 조직에 위기가 닥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소통은 경험의 공유에 따라 좌우된다. 구성원과의 경험의 공유는 한계가 있고, 유사경험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 유사경험은 소통 기술인 듣기에서 획득될 수 있다. 들어주기(경청)는 소통 능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잘 들어야 이해를 할 수 있고, 구성원을 격려하고 주요한 의사결정도 올바르게 할 수 있다.조직 또는 공직의 리더는 누구보다도 리더십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듣기와 들어주기를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먼저 들어주기, 그리고 희망주기, 나아가 작은 성공에도 진정으로 축하해주기를 하고 그 성과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멋진 웅변가 보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역사적 비전을 공유하는, 소통 능력을 듣기를 통해 발휘할 리더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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