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박덕순 인천여성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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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챙겨 어디라도 떠나야 할 것만 같은 화창한 지난 6월의 주말, 각기 다른 사연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지내지 못하고 아이는 보육원에, 부모는 생활전선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15가족의 아름다운 관계증진을 위한 여행인 시설아동 ‘한마음 가족캠프’에 동행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여덟살배기의 한 아이는 얼굴 가득 장난기를 담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캠프가 진행되는 내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아이는 자신이 분 풍선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한 가지를 적어보라는 말에 “나의 소원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적어나갔다. 이를 보는 내 눈시울은 붉어지고, 가슴 한 켠이 저며 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평범한 아이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것이 왜 이 아이에겐 누군가에게 절실히 소원을 빌어야만 하는 일일까.

아이의 아빠로 캠프에 참여한 남성은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었다. 엄마가 이혼하게 되면서 경제활동을 위해 아이를 시설에 맡긴 후 만나 현재 재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 아이와 좀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보고자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캠프를 통해서 새로운 아빠를 가족으로써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캠프에 참여한 부모, 자녀간의 관계증진과 재통합을 위해 준비한 심리극, 캠프파이어, 도미노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15가족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나아가 가정을 빨리 되찾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전과 달리 최근 시설에 맡겨지는 아동들은 부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어려움, 이혼, 방임, 사고 등 다양한 연유로 아동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 시설에서 생활하며 가족의 품을 꿈꾸며 그리워한다.

작년 이맘때 캠프에 참여한 후 간절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올해 초 보육원을 퇴소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두명의 아이처럼 올해 캠프에 참여한 15가족 모두가 한 지붕아래 모여서 살아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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