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

김영준 道실버인력뱅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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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한 TV프로그램에서는 8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해의 고도 울릉도 바다를 배경으로 해녀생활을 하고 있는 노해녀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두 아들을 바다에 묻고 난 후 남편마저 사별하고 혼자가 된 그 노해녀는 깊은 슬픔을 뒤로하고 다시 바다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통곡의 바다이지만, 자신의 힘이 닿는 그날까지 담방구질을 하려는 노해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늙어가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

우리는 흔히 젊었을 때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을 본받으려 한다. 근사한 전원주택을 짓고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호텔 레스토랑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노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전세 아파트 하나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다. 더군다나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직장삼아 구부러진 허리에 포대자루를 둘러매고 폐지를 주워 담고 있는 노인들이라도 만날 때면 자신만은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속세의 물에 더욱 깊이 빠지곤 한다.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마치 부자에게만 허락된 듯이 말이다.

저명한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 Maslow)에 따르면 인간은 ‘자아실현’이라는 욕구를 충족시킴으로 행복의 정점에 올라서게 된다고 한다. 자아실현(自我實現)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자신의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결국 인간은 오로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아의 본질을 찾아 그것을 완성할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최고봉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이다. 자신보다 돈 많은 사람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때 우리는 행복에서 한걸음 멀어진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에 자신을 묶어놓고 남들과 똑같이 나이를 먹어 갈 때 우리는 행복에서 한걸음 멀어진다. 남과 다른 오로지 자신만의 열매를 맺으며 나이가 들 때 우리는 행복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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