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 여성의 아름다운 도전

박덕순 인천여성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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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바람 한 점 없는 가운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자 이글거리는 태양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후 4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수수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로 조심스레 사무실로 들어왔다.

“저, 관장님, 저는 얼마 전에 여성복지관 새로일하기센터 소개로 취업을 한 정○○라고 합니다. 취업되고 너무나 기뻐 제일 먼저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동안 일 땜에 도저히 짬이 안 나다가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라 이렇게 찾아뵈었어요.”

얘기인 즉 이랬다. 정씨 성을 가진 이 여성은 2년 전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가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를 보다 못한 주변의 권유에 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작은 일자리라도 찾아 보고자 올 4월경 이곳 여성복지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여성종합취업지원센터)를 방문하게 됐다. 사실은 처음 방문할 당시만 해도 본인이 과연 다시 사회로 나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두려움에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수차례에 걸친 방문상담과 5일간의 ‘집단상담프로그램’(동기부여 등 직장적응교육)에 참여하면서 본인보다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주변 여성들을 보게 됐고, 그동안 헛되이 보낸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이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찾은 것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큰 수확이 됐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하루하루가 새로이 태어나는 것 같아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모른다며 마치 10대 여고생으로 돌아간 듯 떨리는 목소리로 수줍게 이야기를 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나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난초를 보았다.

현재 전국에 70여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세계적인 경제난속에서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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