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을 걷는다. 별다른 도구는 필요 없다. 몇 시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운동화, 이따금 메마른 목을 적셔주는 물 한 병이면 족하다. 혼자보기 아까운 이 자연의 명장면을 담을 카메라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더불어 오늘의 추억을 함께 기억할 친구가 옆에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 사람들은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그냥 걷는다.
요즘 제주도에서 열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슬로우투어 ‘올레’길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올레는 제주도 방언으로 큰 길과 집의 입구를 이어주는 골목길을 말하며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제주도의 걷기여행코스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 여류 언론인이 시작한 작은 운동이 지금까지 13개 코스로까지 확대되어, 지금은 제주도 절반을 휘감을 정도의 길이로 연장되었다. 올해 올레길을 찾은 올레꾼은 5개월간 7만2천명으로 여행레저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런 걷기여행의 인기는 어느덧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리산의 ‘둘레길’, ‘걸어서 거제한바퀴’ 등이 만들어져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왜 걷기여행에 열광하는 것일까?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인공적인 것에 대한 싫증, 조금은 느리지만 참살이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절반의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권에 사람들의 지친 삶에 풍요를 안겨줄 수 있는 걷기여행코스 개발을 제안해 본다. 경기도의 수 백리 해안선은 빠른 도시화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기도 했지만, 갯벌과 작은 포구가 어우러져 걷기여행코스로는 손색이 없다. 경기도 남부의 관문 평택호에서 시작한 이 길은 세계 5대 갯벌에 손꼽히는 화성의 갯벌을 따라,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제부도 바닷길을 통해 김포를 거쳐 격동의 역사 현장인 임진강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도시화로 길이 끊긴 곳은 조금은 돌아가면 되고, 구지 자연의 길이 아닌 도심의 멋과 맛이 배어있는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길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연과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독특한 관광상품으로 수도권 시민의 참살이 여가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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