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돈이다

국가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몬 안홀트가 개발한 2008년 국가브랜드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폴란드, 이집트에도 뒤진 33위로 나타났다. 2008년 우리나라 GDP 순위가 세계 15위인 점을 감안할 때 국가 이미지는 실제 경제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국가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산과 중국산 중 하나를 택하라면 백이면 백 모두 일본산을 택할 것이다. 중국산은 조악한 싸구려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KOTRA가 얼마 전 해외조직망을 통해서 실시한 국가이미지가 제품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서 한국산 제품이 미화 100달러이면 동일한 품질의 미국산이나 일본산은 14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제품이라도 한국산은 100달러밖에 못 받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산은 14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로 볼 때 40달러는 국가 이미지 즉, 국가 신뢰도에 대한 지불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 위원회도 선진국산과 한국산의 국가 이미지에 의한 가격 차가 30%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만일 우리 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선진국 수준이었다면, 지난해 우리의 수출 실적이 4천224억 달러서 6천34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는 추가 수출 없이 이미지만 올려도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80년대까지는 가격 경쟁력이, 90년대 후반부터는 품질 경쟁력이 수출 증대의 바탕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며, 그 바탕은 바로 이미지 경쟁력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는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또 어느 한 분야만 잘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밖에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하고, 또 우리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도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여러분이 해외에 나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면 여러분은 곧 우리나라의 수출 증대에 이바지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이미지는 돈이다./민경선 경기중기센터 통상지원본부장

산에 오르니 모두가 하나인 것을

지난주 한가한 틈을 타 수리산에 올랐다. 안양 제7경이자 수리산의 명물인 병목안 산림욕장 석탑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주변의 돌무더기를 병 모양으로 쌓아 만든 자연미과 인공미의 조화가 절묘하다. 누가 쌓았을까? 우리네 키 세네곱 높이의 돌탑 사이를 지나며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길 빌어본다.가을은 역시 푸르고 맑음 그 자체다. 이 숲속의 공기는 청명함의 몇 배나 될까? 코끝을 스치며 밀려오는 공기가 투명하다. 한걸음 한걸음 여유롭게 오르는 가을산은 그 맛이 다르다. 키다리 나무 사이를 뚫고 따라오는 햇살이 따사롭고 이파리들은 초록의 생기 대신 단풍의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물감을 뿌린 듯 주황과 자주빛으로 물든 단풍 무리를 감상하고 약수로 목도 축이며 한 시간 남짓 관모봉에 올랐다. 온몸 가득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수차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늘 그랬듯이 안양시내 뿐만 아니라 건너편으로 의왕이, 오른편으론 군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관악산과 삼성산 그리고 수리산이 울타리가 되어 이 곳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안쪽의 모락산은 아담한 동산쯤 되어 보인다.요즈음 3개 시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여론에 생각이 미치니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같은 지역, 같은 생활권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게 이상하다. 오래전부터 같은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같은 동네를 오가는 우리가 아닌가. 학교도 학원도 병원도 백화점도 같은 데를 다니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더더욱 우리가 수리산을 오르며 이런 질문이나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지 않은가. 어디서 오셨어요?, 안양이요., 아, 군포요? 의왕에서 오셨군요.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하나였다. 등산객들 모두가 이웃사촌이다. 과거 어떤 연유로 인해 나누어졌는지는 몰라도 이 기회에 하나 되어 앞선 미래를 준비해야지 싶다. 수리산도 행정구역상 몇 개 시가 아닌, 하나 된 명품도시의 명산으로 우뚝 서길 원하지 않겠는가./김홍엽 시인

도심속 가을걷이를 꿈꾸며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더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 농가에서는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한 해 동안 정성으로 가꾼 콩, 깨, 고구마 등 농작물을 거두느라 일손이 바쁘다. 특히 올 해는 21년만에 태풍이 없는 해가 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말해주듯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바라보자면 마음마저 풍성해진다.농경문화를 일찍 꽃 피웠던 우리는 옛부터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 즉 농사짓는 일을 하는 것이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을 가장 중시하며 살아왔다.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린 요즘, 농촌에서는 젊은 사람 찾기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가을걷이는 고향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의 몫이 됐다.필자는 서수원 칠보산 자락에 있는 원호매실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을 지키며 살아오다 호매실지구택지개발사업으로 마을 전체가 없어지면서 인근 아파트로 이주한 뉴타운 이주민이다.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흙을 터전삼아 살아온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마음 때문인지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수원시의회 수원 도시농업 활성화 포럼을 구성해 애착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농촌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고 있는 중노년층, 자연을 관찰하고 배우면서 품성도 순화할 수 있는 자녀들을 위해 도시농업의 새로운 컨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 및 일반 주택가에 방치되어 있는 짜투리 땅, 하천이나 호수 주변의 유휴지 등을 조성해 계절별로 각종 작물을 심고 가꾸면 고향에 대한 향수와 수확의 기쁨, 농업체험교육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도시근교 교외로 눈을 돌리면 경작하지 않고 있는 휴경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치단체에서 이를 농업체험농원으로 조성해 아파트단지 주민끼리 또는 몇몇 가족단위로 공동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게 제공한다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이는 곧 정부의 저탄소 녹색환경 정책에 부합되는 등 여러 면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다. 특히 농촌의 가을걷이를 떠올리는 고향을 떠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면서 말이다./홍기동 수원시의회 의원

정조임금 탄신일

일반적으로 해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태어난 날을 가리켜 생일(生日)이라 하고, 이를 높여 생신(生辰)이라고 하며 죽은 사람의 생신에 지내는 차례를 생신차례(生辰茶禮)라고 한다. 그러나 임금이나 성인이 난 날은 탄신(誕辰), 귀인(貴人)이 태어남을 높이어 일컫는 말은 탄생(誕生), 탄생한 날을 탄생일, 탄생일을 줄여서 탄일(誕日)이라고 한다. 또한 임금이나 성인(聖人)이 탄생하는 것을 탄강(誕降)이라고도 한다.조선시대에는 27대의 왕이 있었으나 국조(國祖)로서의 태조에게만 탄강이라고 하였고 그 외의 임금에게는 대체로 탄신이라고 실록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한 나라를 세운 왕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뜻으로 탄강이라 하였던 것 같다.흔히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축하파티를 갖지만, 죽은 후에는 기일(忌日)을 중심으로 가족 친척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의 추모제를 지내게 되는데,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탄신일정월 초하루(正朝)동지를 삼명일(三名日) 또는 삼명절(三名節)이라 하여 승하하신 임금의 탄신일을 명절로 간주하고 다례 또는 작헌례를 올렸다.현재 우리나라에는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전주의 경기전이 있고 수원에는 정조의 어진이 봉안된 화령전이 있다. 이 화령전은 1800년 6월28일 정조 서거 이후, 순조 원년 4월29일 완성하여 정조 어진을 받들게 되었는데 순조는 화성에 묻힌 선왕 정조를 찾아갈 때마다 이 전각에 예(禮)를 올렸으며 재위 34년 기간에 10회의 친제(親祭)와 마지막 두 차례는 왕세자가 따라 나와 아헌례를 올리기도 한 곳이다.정조임금 탄신일은 1752년 9월22일이고(음력) 그로부터 257년이 흘렀다. 수원은 화령전이 자리한 지역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설이나 추석은 물론 정조임금 탄신일에 살아생전의 잔치를 여는 것처럼 제참례자 및 참가자의 배례와 음복례로 효와 경(敬)을 실천한다면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축제문화로 정착될 것으로 믿는다./강무강 수원차(茶)인회장

눈을 감아도 가고 싶은 우리 학교

사람들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세계의 여러 나라를 갈 때마다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미 다녀온 적이 있는 곳도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대할까하는 가슴 설렘을 갖고 다시 찾곤 한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어떤 곳은 정말 별 볼 것도 없는데 왜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까?하는 의문점을 갖게 하는 곳도 있지만, 이것은 곧 문화의 힘에 이끌려 다시 찾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문화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 활동의 과정 또는 성과라 했다.백범 김구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라고 했다. 백범선생의 이 글을 읽을 때마다 흥분을 금치 못한다.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 사선을 몇 번이나 넘었던 백범 선생은 문화 입국을 통한 상생으로 아름다운 나라가 되자고 외치고 있어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그렇다. 문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정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화의 힘이 있을 때 행복해 질 수 있으며,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학교 문화가 이루어진다면 나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학교 문화가 이뤄진다면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며 누구나 찾아가 머무르고 싶은 학교가 될 것이다.눈을 감아도 보고 싶은 친구들과 선생님이 계셔 가고 싶은 행복한 우리 학교는 우리 모두가 늘 꿈꾸며 소망해 오는 학교이다./조성준 수원교육청 교육장

농촌에는 ‘희망’이 살고있다

얼마 전 민족의 명절 추석이 있었다. 어느 해보다 연휴 기간이 짧고, 장기간 침체되어 있는 경기상황과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예년만큼 활기를 찾아보기 힘든 명절이었다.경제 사정을 반영하듯 고향을 방문하는 이들도 적었다고 하는데 TV를 보며 연휴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방영된 영화 가운데 단연 눈에 띈 것은 워낭소리였다. TV를 통해 다시 보면서는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 농촌에 어떤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농촌진흥청은 최근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농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깨끗한 농촌 만들기, 안전 농축산물 만들기, 농업인 의식 선진화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농촌에 대한 기대감은 우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방치된 폐농기계, 폐농자재들로 맘 속에 품고 있던 기대감은 이내 안타까움으로 변한다. 깨끗한 농촌 만들기 사업은 환경을 해치는 폐농자재들의 처리하고, 길가에 꽃을 심어 가꾸는 일 등을 도와 농촌을 휴양녹색 공간인 찾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 것이다.다음은 멜라민파동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안전 농축산물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농약 적정량 사용하기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친환경농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건강한 농촌 생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표준기술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으며, 여기에 안전 농축산물 생산 시범단지를 조성해 소비자들이 농사체험을 할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농촌을 지키는 농업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예로부터 우리 농촌은 향약, 두레와 같은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었다. 이에 자립심, 리더십을 심어줘 농업인들이 진정한 우리 농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민간 농업인학습단체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지금까지 농촌에 대한 지원은 밖으로 드러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인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은 농촌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사업이다./정광용 한국환경농학회 부회장

가족의 의미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귀도는 독일의 유태인 말살정책으로 아들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간다. 아내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지만 사랑하는 남편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유태인을 싣고 가는 죽음의 수용소행 기차에 올라탄다. 수용소 생활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귀도는 어린 아들에게 이건 현실이 아니라 신나는 놀이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아내를 찾기 위해 헤매다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처형당하면서도 숨어있는 아들을 향해 윙크를 하고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익살스런 모습으로 총살당한다. 귀도와 아내 도라에게 가족은 자신의 죽음보다 더 귀하게 지켜내야 할 그 무엇이었다.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대가 변해도 가족의 아름다운 의미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변하지 않지만 이즈음 가족의 형태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다양해졌다. 9명 중 1명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1천100만 명이 넘어선 다문화 가정. 부모의 이혼별거사별 등으로 인한 한 부모가정,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과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낳아 기르겠다는 싱글맘 가정 ,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함께 노동과 생산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 가족 등 변화하는 다양한 가족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우려를 넘어서 그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사회적 통합과 조화를 이루어내려는 노력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경기도 여성비전센터는 2010년부터 가족의 소중한 가치와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가족사업과 함께 28개 시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허브 역할을 할 광역건강가정지원센터를 지정 운영한다. 글로벌 여성리더 육성을 비롯한 여성역량개발기능과 함께 가족사업으로의 기능 확장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역할 매김이기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소장

광장과 밀실의 공존을 위하여

10월10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제정한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과 문화의 연대라는 틀에서 감히 사진전을 열었다. 제목 또한 마음을 담다라는 화두로 시작했다. 이러한 무모와 대담은 이제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보편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의 손을 떠난 문화의 평등이 사진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시대정신을 느꼈기 때문이다.카메라가 만들어 진 것은 지금부터 약 150년 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그리스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두운 방에 조그만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밖의 사물이 거꾸로 방의 벽에 비치는 현상을 발견하였고, 1500년이 지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같은 현상에 주목하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카메라 옵스큐라로 명명하였다. 이것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이 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카메라는 방을 의미한다. 밀실 한 켠에 희미한 빛만이 존재하는 작고 어두운 방. 그 속에서 우리는 광장을 본다. 그리고 광장의 사람을 담아 본다. 밀실이 없다면 광장을 볼 수가 없고, 광장이 없다면 구태여 밀실을 만들 이유도 없다.이렇듯 밀실과 광장의 대립구조는 정신건강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들, 삶을 등진 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아가는 공간은 밀실이다. 어두운 방 혹은 폐쇄된 공간에서 사회로부터 고립된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탈시설화, 탈병원화를 주창한 지역사회 운동은 바로 이들을 밀실로부터 민중들의 광장으로 이끈다는 사회정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광장은 모든 민주주의의 시작점이자 종결점이 되었다.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울광장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정신건강의 측면에서도 광장은 다시 열려야 한다. 끊임없이 밀실의 사람들을 불러오고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밀실정치라는 말은 태생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말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밀실과 광장의 공존이 어우러진 곳에서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 그대는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하신가? /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새해 세입목표, 민간 회복세 고려를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예년보다 짧은 연휴 때문에 그런지 주변에서 과로나 무리를 한 흔적들을 찾아보기 힘들다.이제 몇 개월 남은 올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2010년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오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내일에 대한 탄탄한 준비와 계획이 존재할 때만이 가능하다. 경기도의회의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새해 경기도의 살림살이의 밑그림에 어떠한 색을 입혀 도민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 중앙정부의 감세정책 등으로 세입액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2010년 지방세입 예산을 5조 9천12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3.3% 증가한 수치다. 경기도는 IMF와 OECD, 그리고 국내의 경제연구소들이 우리나라의 2010년도 경제성장률 2~4%를 예산 수립의 토대로 사용한 것 같다. 물론, 도내 일부 지역에서 공동주택 분양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취등록세의 증가분이 반영된 수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G-20회의에서도 출구 전략을 서둘러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미래의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계획은 자칫 도의 재정적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다시 도래할 경우, 세수가 저하되면 계획된 사업의 진행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도민의 부채 부담률을 증가시켜 미래 도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2004년 3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던 도의 지방채 발행액이 2008년에는 2500억원대까지 증가한 것이 그 방증이라 하겠다.중앙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 속도는 선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민간 부분이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주체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도의 세입 목표의 재설정이 필요하리라 본다./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명절의 그늘

어느덧 높아만 가는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에게 풍성한 열매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들녘은 어김없이 황금물결로 우리에게 겸손의 지혜를 알게 하고 저마다 고운 빛깔의 열매들은 한가위 명절을 더욱 더 실감나게 합니다. 고향집 지붕에는 우리네 어머님들의 얼굴 같은 둥글둥글한 호박이 늙어가고 멍석 위에는 붉은 고추가 가을 햇살에 여위어 갑니다. 이렇게 어김없이 계절은 지나가고 우리의 삶도 추억으로 쌓여 가고 있습니다.늘 쳇바퀴 돌듯 바쁘고 분주함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하도 버거워 다들 지쳐갈 즈음 그래도 우리에게 명절을 통해 한걸음 쉬어가고 감사를 알게 했던 조상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라운 것 같습니다.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가정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한부모 가정들의 경우는 조금 다른 명절을 맞게 됩니다. 오히려 명절일수록 허전함은 더하게 되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서글픔으로 우울한 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우리는 단지 조금 분주하고 번거롭지만 그래도 가족들과의 즐거운 한때 일 수 있는 명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그늘이 되는 시간일 수 있음을 우리는 모르고 지나게 됩니다. 이번 명절을 보내면서 우리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면 어떨까 합니다. 혹여 우리의 이웃에 그런 가정이 있다면 음식이라도 같이 나누며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도록 살펴 볼 수 있는 이번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특히 이런 가정을 지켜내는 힘은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가정을 지켜내는 일은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내는 일이고 또 그렇듯 가정의 따뜻함 속에서 성장하게 될 때 반사회적 행동의 사회적 범죄가 예방될 수 있습니다.또한 이제 가족과 가정의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혈연 중심의 가정에서 벗어나 비록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는 우리 모두가 가족일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어울려 함께하는 이 지역사회 자체가 커다란 가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어린 시절 두레상에 숟가락 부딪히며 함께 저녁을 나누던 가족들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G-FAIR를 세계 일류 전시회로

얼마 전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가 주관한 G-FAIR 2009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G-FAIR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중소기업 소비재 전문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전시회다. G-FAIR 2009에는 600여 사가 참가했다. 특히 올해에는 전국중소기업지원센터협의회가 따로 개최하던 지방중소기업전시회(GP Show)를 G-FAIR로 통합시켜 규모를 키웠다. 전시회를 찾는 바이어나 관람객은 보다 많은 참가업체와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해외 바이어들은 규모가 작다고 불평을 했다. 하긴 3천~4천개의 업체가 참여하는 독일이나 이태리, 라스베가스 쇼를 다녀 본 바이어들에게는 G-FAIR가 작은 전시회였을 것이다.정보 통신의 발달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전시회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가 큰 마케팅 수단이다. 제품을 화면상으로 보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아날로그 방식이 더 정확하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상담하기보다는 대면 상담이 더 신뢰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세계 최대의 소비재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메세의 암비엔테(Ambiente)나 텐덴스(Tendence)를 가 보면 세계 일류업체들의 전시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다니는 바이어들에 놀라게 된다.전시회가 발전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우선 전시할 수 있는 많은 상품, 주변의 큰 소비시장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G-FAIR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 주변에는 한중일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신상품의 견본시 역할을 할 수가 있으며, G-FAIR가 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계속해서 경기도, 전국중기지원센터의 지원과 노력,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G-FAIR는 세계적인 일류 소비재 전문 전시회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녹색성장이 뭐 별건가

얼마 전 전국 자전거도시 협의회 창립총회가 안양시에서 있었다. 서울 강남구 등 25개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동참 대열에 합류했는데, 초대 회장에 선정된 안양시의 시책 가운데 가장 친근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것이 자전거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개념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우리 모두에게는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세발 자전거로부터 시작해 넘어지고 깨지면서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그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동안 우리는 자전거와 함께 해왔다. 학교 갈 때, 일 나갈 때, 마실 갈 때 그리고 장 보러 갈 때 자전거는 우리와 한몸이었다. 그야말로 온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최고의 교통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유난히 공기도 맑았고 가족간에 오가는 얘기와 웃음소리도 컸었던 것 같다.그런데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자전거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너무나 빨리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을 위해 아귀로 달려오지는 않았던가. 이제 조금 천천히 달려보자. 잠시 길을 멈춰 뒤도 돌아보자. 좌우도 둘러보고 미소를 건네는 여유를 가져보자. 느림의 미학을 온 몸으로 만끽해보자. 자전거는 세상에서 좋은 걸 참 많이 갖고 구른다. 저기 저 시골길을 지나는 자전거는 한 폭의 그림이고 도심을 누비는 자전거는 삶의 에너지다. 혼자 타면 호젓해서 좋고 젊은 남녀가 함께 하면 러브 스토리가 된다. 힘차게 발을 구르는 아이는 밝은 미래를 노래하고 날렵한 헬맷과 스카프로 멋을 낸 노부부의 자전거에서는 연륜과 넉넉함이 배어난다.최근 내가 살고 있는 안양시의 자전거 타기 활성화 노력에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자전거 시민들 또한 여간 사랑스러운 게 아니다.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자전거와 친해지자. 우리 모두 자전거 천국도시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보자. 그것이 녹색교통이고 녹색생활이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른의 에어백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름달, 가족, 선물, 고향 등일 것이다. 그러나 매년 추석을 비롯한 명절 때마다 TV뉴스나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하는 것은 귀성 또는 귀경 행렬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 광경이다. 이번 추석에도 국토해양부는 총 2천566만명이 전국 지역간에 이동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 속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시내나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운전자 옆 좌석에 성인이 어린이를 안고 타고 있다거나 뒷좌석에 방치된 어린이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너무나 쉽게 눈에 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마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많은 실험에서 성인이 어린이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 어린이는 99%가 사망하는 반면, 어린이를 안고 있는 성인은 어린이가 또 하나의 ‘에어백’이 되어주기에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앞좌석에 탑승한 10세 이하 어린이들은 에어백으로 생명을 건지기보다 생명을 잃기 쉽다고 보고됐다. 교통사고 시 작동하는 에어백은 고온고압의 질소가스가 순식간에 시속 300~320㎞ 속도로 팽창하는데 어른이 안고 있는 아이의 경우 에어백과 더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미국 정부는 탑승자의 무게·크기·자세 등을 감지하는 센서나 카메라가 내장되어 충돌 사고 시 탑승자 보호능력이 뛰어난 어드밴스드(Advanced)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조항이 없다. 국내 완성차 회사들은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에는 최신형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내수용 차량에는 이러한 기능이 전혀 없는 구형 디파워드(Depowered) 에어백이나 스마트(Smart) 에어백을 차별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아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구시대적인 방법이라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앞차나 옆차의 조수석에서 성인이 어린이를 안고 있거나, 어린이가 앉아 있으면 경적을 울려주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선진국 보육환경이 부러운 이유

십 수년간 보육시설을 운영하며 보육시설연합회 일을 하다보니 자연히 선진국가의 보육정책이나 보육현장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 간혹 선진국의 보육시설들을 둘러볼 기회라도 생기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보육현장과 비교해 보게 된다. 선진 보육시설들을 둘러보며 항상 느끼는 것은 우리 보육시설들의 내적 환경이 그곳의 보육시설보다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경우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교육중심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실내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된 반면, 선진 보육시설의 경우 영유아의 물리적 환경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야외 놀이 위주의 보육프로그램과 생활학습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선진 보육시설들의 외적 환경에 대하여는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선진 시설을 탐방했을 때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방문한 보육시설의 현원수가 정원수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보조금 환수조치에 시설정지 처분 등 담당 행정기관이 맘먹기에 따라선 보육시설 운영이 힘든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는 처분 사유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원장은 태연히 지역 직장여성들의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이며, 당장 보육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반영한 탄력적 정원규정을 적용한 것이라니, 어떤 예외사항 없이 정원규정에 가로막혀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학부모를 애써 외면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보육서비스가 아동복지, 가족복지를 실현하는 공적영역에 걸쳐있어 법적 규제나 기관의 간섭이 불가피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규제의 탄력성이 확보되고, 시설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보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반면에, 우리는 시설운영의 제반 환경들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 간혹 규칙이나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듯한 목적 전치현상을 경험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농촌사랑 봉사단의 활약

어느덧 농촌의 가을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농촌 집앞 감나무에도 감이 노랗게 익어가고 과수원의 배도 노랗게 익은 것이 먹음직스럽다. 뒷동산의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는 풍요가 가득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겨운 풍경 뒤에 우리 농촌의 모습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농촌에는 하나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일거리들이 참으로 많다. 씨를 뿌릴 때도 그렇고 가꿀 때도, 그리고 수확을 할 때도 정성스런 사람의 손이 가야만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아무리 기계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더라도 사람이 할 일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고령화, 부녀화가 심각한 우리 농촌은 이래저래 일손이 부족하기만하다. 어렵고 힘든 일은 누군가가 조금이나마 거들어준다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농협에는 직원들로 구성된 농촌사랑봉사단이 있다. 경기도 내에서만 매년 700여회에 연인원 2만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농촌사랑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맡은 업무를 하면서 주말이나 주중을 이용해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돕는다. 또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형편이 어려운 농가에도 사랑의 손길을 뻗친다. 농가에서도 농협직원들이 일손돕기를 나오면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물론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것이 반갑기도 하겠지만 일도 잘하고 주어진 일의 분량을 하다가 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배 농가에 일손돕기를 한 일이 생각난다. 농가끼리 서로 인력쟁탈전이 벌어져 싸움 일보직전까지 간 일이 있다. 다행히 한농가의 양보로 일손돕기를 잘 마칠 수가 있었지만 이렇듯 요맘때 농가에서 꼭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손길이다. 그 날은 흐뭇한 마음에 신바람나게 일했던 것 같다. 추석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추석이 지나면 농촌일손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올 가을에도 농촌사랑봉사단의 맹활약을 기대해 본다.

기적의 프로젝트를 위하여

요즘 TV 시청률 40%를 웃돈다는, 소위 대박드라마 한 편이 연일 화제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그것으로, 극 중 주인공인 덕만공주가 라이벌인 미실세주와 설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덕만공주의 말 중 한 구절이 인상에 깊게 남는다. “저는 바로 불가능한 것에 대한 ‘환상’을 아니 ‘희망’을 백성들의 가슴에 심어줄 겁니다. 우리 신라의 부흥은 바로 그런 희망을 백성들이 가슴에 품고 신명나게 일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 질 겁니다.” 이 대목은 현재 인천의 발전을 위해 딱 들어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인천은 지금 세계속의 초일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인천세계도시축전’은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미래도시 인천 만들기’라는 환상을 시민 모두가 가슴속에 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다. 우리 인천시민은 ‘희망’이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면역체계로 무장해 ‘신종플루’라는 바이러스도 물리쳤다. 이제는 세계 속에 초일류 경제·문화도시 인천을 구현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문화·환경·교육·시민봉사 등 각 분야별 시민·문화단체, 각종 유관기관뿐 아니라 소소한 동네 친목모임까지도 ‘인천세계도시축전’ 홍보사절단이 되어, 각종 온라인 동호회·기관 및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두가 진정으로 인천 발전을 위한 ‘자원봉사문화’를 활성화함으로서 21세기 새로운 시민사회문화를 일궈내는 것이다. 기부나 봉사라 하면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경제적 부의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봉사문화를 고착시킴으로써, 모든 시민이 봉사하고 봉사받는 윈-윈 문화를 창출하고, 봉사를 통한 개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시민사회문화가 형성된다면, 우리는 ‘시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미래도시 인천 만들기’라는 희망을 ‘현실’로 일구어 낸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룬 도시민으로 후세에 기억될 것이다.

공교육 활성화는 교육재원 확보에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 26.7명, 중 20.8명, 고 15.9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초 16.2명, 중 13.3명, 고 12.6명에 비해 높은 실정이며, 교원 확보율은 법정정원의 89.1%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교육 경쟁력은 57개 국 중 36위였다. 이러한 교육경쟁력 약화는 빈약한 교육 재정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부담 교육비 부담은 4.3%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는 6%에 턱 없이 부족하고, OECD 평균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교원들의 전문성과 열정으로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6)에서 우리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중 1위, 수학은 1~2위, 과학은 5~9위로서 최상위를 보이고 있다. 교원들의 열정만으로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학생들의 개성에 따른 개별 지도, 맞춤형 지도 등을 통한 공교육 활성화는 충분한 교육재원의 확보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2009년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은 본예산 기준 총 8만969억원이며, 이중 국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한 교부금이 5만7천164억원(70.6%)이고 경기도에서의 전입금이 1만7천880억원(22.1%)이었다. 경기도의 전입금은 교육세 전액과 도세의 5%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 예산 중 인건비, 학교운영비, 교육행정비 등 경상적 경비가 77.4%이며, 사학지원비, 시설비 등을 제외하면 불과 7천206억원이 시책이나 현안 사업 등에 투입할 재원이다. 2010년도 예산은 금년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교육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경기도의 학교용지부담금 1만2천여억원의 상환은 긴급하고도 절실하다. 재원 부족으로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조속히 학교용지부담금을 상환해 공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정구역 통합 가능할까?

최근 행정구역 통합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거센 폭풍처럼 다가서고 있다. 그만큼 주민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하남시와 성남시가 물꼬를 트더니 광주시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고 수원시를 중심으로 한 인근 기초지방정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남양주시는 구리시와의 통합 건의서를 이미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유행처럼 번지는 시, 군간 통합 움직임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 광역정부, 기초정부, 그리고 읍·면·동 등 행정의 단계를 줄여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 문제를 시대의 흐름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는 한 초청특강 자리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움직임은 도를 없애고 현 정부가 중앙집권을 노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 효율성이 우선이 아니라 현 정부가 통치효율성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황식 하남시장도 통합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도 폐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기우 교수의 기조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입장이 곤란해진 것은 경기도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도는 말을 아끼고 있는데, 주민 자율적인 통합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도의 기능과 역할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요즘 행정구역 통합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결국 자신들의 입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인데, 김황식 시장의 도 폐지론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즉각 성명을 낸 것도 현재 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다. 결국 행정구역 통합 문제는 시, 군에서 주민 자율적인 통합이 진행될 수 있느냐는 것과 도의 역할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현재로선 아무도 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행정구역 통합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고 그 종류도 많아 이것이 조정되고 정리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의 역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에 대한 문제인식이 확산되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줄이기에 대한 기술개발 및 정책을 통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녹색생활을 실천하려는 국민들의 의지다. 최근 비산업부문 즉, 가정, 상업, 교통 등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범국민 녹색생활 실천운동인 ‘그린스타트’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비산업분야가 산업분야보다 감축비용이 낮고 감축효과가 커서 생활속 녹색실천이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그린스타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면, 농촌에서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인식하고,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서 복지농촌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크게 세 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도시 소비자가 신뢰하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식품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깨끗한 농촌 만들기이다. 이는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 터전이 되는 토양과 물은 물론 폐비닐 등과 같은 농자재와 축산 분뇨도 깨끗이 처리하여 쾌적한 농촌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마지막은 농업인의 의식선진화 운동이다. 이제 농업인도 지역 농업과 농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의지, 주인정신과 역량을 키워나가자는 것이다. 미래 녹색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농촌의 생명, 환경, 문화가 조화된 자립형 복지농촌 실현을 위한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은 새로운 농촌건설을 위한 촉매제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은 단순히 농촌마을 주민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전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그린 스타트 운동’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농촌의 전통적 지혜가 숨어 있는 생활공감 녹색기술을 발굴하고 탄소저감형 녹색생활화로 연계하면 국가적 녹색성장을 이루는 굳건한 기초가 되리라 확신한다.

대학 졸업과 빈곤 탈출

우리나라에는 교육을 계층 상승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가난한 집의 자식도 교육을 충분히 받는다면 부유한 집의 자식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어른 세대부터 널리 퍼져 자기 자식의 손에는 흙을 묻히지 않게 하려고 소를 팔고 밭을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로 마련한 학자금 대출 제도인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도(ICL)는 앞서 말한 교육에 관한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ICL이 시행되면 기존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되던 교육비가 줄거나 없어진다고 한다. 대신 학자금을 대출해줄테니 취업을 하게 되면 갚으라는 것이다. 빈곤층도 대학만 졸업하면 학자금을 갚으면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생활이 보장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결정자들의 시각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많은 연구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교육과 계층 상승, 교육과 빈곤 탈출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즉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빈곤층의 자녀가 부자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사 ICL이 빈곤층에게 지원되던 교육예산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빈곤층 자녀들의 교육수준을 끌어 올리고 취업동기를 촉발시키는 효과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빈곤층 자녀들의 계층상승과 빈곤탈출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남아있다. ICL이 시행된 후 대출금으로 대학을 졸업한 빈곤층 자녀들은 이자 지원이 중단돼 4년간 수천만원의 대출금 상환 부담을 져야하고, 또한 모자가정의 경우 자녀가 대학 졸업 후 128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으면 기초생활급여가 중단돼 어머니의 부양비를 책임져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대학졸업이 곧 빈곤 탈출의 실마리를 마련해주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CL은 계층 상승과 빈곤 탈출의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썩은 동아줄과 같다. 섣불리 이 동아줄에 자신의 미래를 매다는 사람들은 언제고 더욱 깊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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