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얼마 전 첫눈이 제법 그럴싸하게 내렸다. 마침 개인적으로 교외에 나가있던 터라 설경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온통 흰 세상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문득, 참 푸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눈의 성질은 매우 차가운 것이다. 손으로 만져보면 차갑고 한참을 손에 가지고 있으면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도 우린 눈이 오면 왜 포근하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아마 눈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국어책에서는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하얀 밍크코드를 입은 것으로 표현했었던 기억이 난다.이렇듯 눈을 통해 비록 냉철함을 가졌지만 따뜻함으로 다가가는 눈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새로운 지혜를 배우게 된다.혹 가족이라는 관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찌 보면 혈연이라는 끈끈한 정으로 뭉쳐져 있지만 개개인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낼 수 있어야 하고 또 뭉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끌어 내는 것, 마치 눈이 뭉치면 뭉칠수록 더 큰 눈 덩어리로 하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또한 눈은 우리에게 가슴 설레던 첫사랑의 기억처럼 순수함을 일깨워 준다. 가족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세상에 나가서는 지위와 체면, 명예 때문에 저마다의 가면을 쓰게 되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얼굴로 살아가지만 가족에게로 돌아오면 어떤 고관대작도 그저 아버지요, 아들일 뿐이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그 부모에게는 아직도 어린 자식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팔순의 노모가 환갑이 넘은 아들에게 차 조심을 당부하고 환갑의 아들은 노모의 즐거움을 위해 색동저고리를 입었다고 한다.비록 하찮은 자연물의 하나이지만 내리는 눈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적 눈은 강아지 마냥 그저 즐거워라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놀이의 대상이였지만 훌쩍 커 버린 지금 내리는 눈은 교통체증과 불편함의 측면으로 다가오는 나를 보면서 잃어버린 동심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망연자실하게 된다.이제 2009년을 보내면서 다시 한 번 눈처럼 깨끗한 맘으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맞이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허물을 흰 눈으로 덮듯이 2009년의 어려움과 상처를 사랑과 감사로 덮어내고 새롭게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안양에 ‘올레’

산은 모든 자연 풍경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산일까? 산이 인간의 눈높이에 가장 편하게 들어오고 익숙해서 일까? 산과 맞닿은 하늘은 올려다 보아야 하고 들판은 내려다 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일까? 그렇다면 강과 바다는 또 어떤가.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이든 끝이든 언어의 유희(遊戱)쯤으로 넘기는 게 편하다. 산이든 물이든 자연은 모든 게 다 좋기 때문이다.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올레와 시원하게 생동하는 파랑의 올레가 연이어 발길을 맞는다. 제주의 농촌 풍경에 마음이 탁 풀어지는 밭길을 지나면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고 폭신한 숲길을 벗어나 물이 마른 하천을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걸음은 바다에 가 닿는다. 제주 올레 14코스의 홈페이지 첫 장의 소개 글이다. 산과 들, 하늘과 바다 할 것 없이 자연과 동화(同化)되는 풍경 그대로다. 최근 들어 제주 방언으로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트레킹 코스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지만, 자연이든 풍경이든 유산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고 또 그것과 하나 되는 체험은 똑같다. 빠르고 과(過)한 문명에 지친 우리 인간의 회귀욕구의 산물인 올레가 각광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올레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지자체가 한 둘이 아니다. 변산 마실길, 슬로우 시티 청산도, 대구의 도심문화탐방 골목길, 역사문화탐방로인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일대, 강화도 나들길, 지리산 둘레길, 광주 무등산 옛길, 군산 구불길 그리고 무의도 올레 등이 그것이다.우리 고장 안양도 진작에 나섰어야 했다. 안양이야말로 천혜의 환경을 타고 났다. 관악산과 삼성산, 안양예술공원을 잇는 코스 또는 안양천까지 연계되는 코스를 개발한다면 수도권 최고의 올레가 되리라 확신한다. 자연과 더불어 예술작품까지 벗삼는 자연예술길로 말이다. 이제라도 시든 시민이든 누구랄 것 없이 나서, 멋진 아이디어와 과감한 추진을 기대해 본다.

수출 세계 10강의 의미

1982년 KOTRA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했던 업무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대미 수출품목이 미국의 GSP 혜택을 받는지 확인해주는 일이었다. GSP는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특혜관세제도로 GSP 혜택을 받는 품목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었다. 개도국은 선진국과는 경쟁이 안되니 개도국산 제품에는 특혜를 주자는 대 개도국 지원프로그램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수출이 증가하면서 1989년 미국은 한국을 GSP 공여 대상국에서 제외했고, 18년 후인 2007년 한국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FTA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FTA는 서로간에 무역장벽을 허물자는 것이니 이는 곧 한국이 미국과 맞대결을 해도 될 만큼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우리의 주력 산업도 과거 섬유, 신발, 합판 등 경공업에서 지금은 자동차, 철강, 조선,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등 고부가 첨단산업, 중화학산업으로 변화됐다. 그리고 반도체, 선박, LCD 디스플레이 등 많은 품목들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이 세계 최고가 되는데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기업이 하나의 일류 상품을 만드는데는 수 많은 중소기업들의 부품이 필요하고, 부품의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일류 상품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올 9월 한국의 수출 순위가 세계 9위로 사상 처음으로 10강에 진입했다고 한다. 11위 까지 올라간 것이 1990년인데, 그후 11~13위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한번도 10위 안에 든 적이 없다가 드디어 20여년만에 10위권으로 진입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성적이 금년처럼 세계 경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거둔 것이어서 더욱 더 값어치가 있다고 하겠다. 1950년 이후 수출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국가는 일본, 중국, 우리나라 3개국에 불과하다고 하니, 수출 10강이 주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은 항상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뒤에는 불철주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기업인들이 있다. 바로 그들이 수출 10강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우리 모두 이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희망가

늦가을 산책로에 가을비가 지나간다. 촉촉한 봄비 따라 싹 튀우며 시새우던/ 꽃이며 선연한 잎들이 미련 없이 내려앉는// 이미 진 낙엽이야 쓸려가 태워지면/ 형체도 남지 않고 한 줌 재가 되겠지만/ 희망가, 그 기억은 남아 겨울 추워 어쩔꼬// 이 옷을 또 입을까 형형색색 벗어 던진/ 빈 가지 나무들이 하늘보고 땅을 보는/ 그 길을 밟고 밟으며 저물도록 오간다.가을비가 내리는 산책길을 오가며 쓴 시다.어머니는 늘 한복을 입으셨다. 특히 외출할 때 풀을 잘 먹인 모시 한복은 어린 내 눈에도 가히 일품이었다. 다섯 딸을 키우시는 어머니의 손재봉틀은 늘 분주했다. 덕분에 우리는 어지간한 틀 질은 등 너머로 배웠다. 간간히 바늘을 부러뜨려 놓고 서로 안했다고 발뺌하다 혼나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바늘에 실을 꿰라 하시고, 풀기 뺀 옷을 장롱에 차곡차곡 넣으시면서 나직하게 내가 이 옷을 내년에 또 입을지 모르겠다고 하셨다.선연한 잎들이 미련 없이 내려앉으며 봄비 따라 싹 튀울 수 있을까?하는 듯 했다. 형형색색 물들었던 꿈과 사랑, 어디다 코를 대고 숨을 쉬어야 할지 암담했던 시간들, 부정도 긍정도 아닌 갈등의 몸부림, 영웅과 황제처럼 화려함과 쓸쓸함이 가득 깔려있는, 하늘보고 땅을 보며 저물도록 걸었다.어제는 체험을 바탕으로 삶을 반추하는 출판기념회에 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반갑게 손잡는 모습들이 좋았다. 자서전은 다양한 상상으로 필자를 이해하게 하지만 또한 나를 돌아보게도 한다. 무엇하며 살았는가, 지금 잘 하고 있는가,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등을 점검하게 한다. 누군가 인생은 반반(半半)이라 했다. 돌아보면 쓰리고 아린 기억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남는다면, 이제는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잔잔하게 아낌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어머니는 이 옷을 또 입을 수 있을까 하시면서 팔십 넘도록 정정하셨으니, 해마다 하셨던 나직한 그 말씀은 희망가였음이 분명하다. 늦가을의 자서전이 왠지 어머니의 희망가처럼 읽힌다. /강무강 수원차인회 회장

꿈은 꿈꾸는 사람의 몫

요즘 신문이나 방송매체에 피겨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만큼 매일 오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치경제적으로 피폐해진 우리 사회에서 김연아라는 이름 자체가 꿈과 비전을 상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열린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서 다시 한 번 최상의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AP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김연아 선수를 주저하지 않고 손꼽고 있다. 자랑스러운 김연아 선수가 있기에 때로 밤잠을 설치며 응원하면서도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다. 제대로 연습할 변변한 피겨 스케이트장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처럼 보석같이 자랑스러운 김연아 선수가 나올 수 있었을까?김연아 선수가 세계적 기록보유자로 온 국민의 자랑거리가 된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우수한 지도자, 그리고 과학적 훈련 프로그램을 갖춘 합리적인 지원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선수 자신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 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좌우명은 No pain, No gain이라고 한다. 미셀 콴 같은 피겨 여왕이 돼야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엉덩방아를 3천번 넘게 찧으며 얼음 바닥에 뒹구는 투혼과 열정이 있기에 지금의 김연아 선수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현재와 같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낙담하고 있는 젊은층들을 꿈이 없는 세대 또는 꿈을 잃은 젊은이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서글프기 이를 데 없다. 꿈이 없는 국민이 발전할 수 없으며, 꿈이 없는 개인이 행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누구나 꿈을 꿀 자유가 있으며, 그 꿈을 이룰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꿈은 꿈꾸는 사람의 몫이며, 약속은 꿈을 이루기 위한 내 자신과의 다짐입니다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선사하는 김연아 선수처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세워 키워나가면 좋겠다. 김연아 선수처럼 각자 가슴속에 간직한 꿈을 버팀목 삼아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해낼 줄 아는 성숙한 동량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성준 수원교육청 교육장

한식 세계화, 새로운 한류의 핵

지금까지 한류를 형성한 콘텐츠가 TV드라마, 영화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분야에서 이를 주도할 수도 있다. 바로 우리 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한식이라면 김치를 떠올리고 일부가 불고기라 대답할 수도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낮을 뿐 아니라 그 대상 역시 다양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태국은 이미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전략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스시를 건강식품이며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마케팅하면서 해외 재외공관을 거점으로 현지 상류층을 공략했다. 농업국가인 태국의 경우,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인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를 추진하고 있는데 Tai select 제도를 통해 전 세계 태국 음식점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루어 내고 태국의 전통요리가 변질되고 현지화 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 돔양꿍은 프랑스의 브이야베스, 중국의 삭스핀과 함께 세계 3대 스프 중에 하나로 꼽히며 강렬하지만 깊고도 섬세한 맛이 중독성을 지녀 태국음식 세계화의 1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우리 음식 역시 일본의 스시와 태국의 돔양꿍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건강식품으로 이미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전문가들은 한식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전 세계에 알리려면 좀 더 과학적인 분석과 적극적인 홍보를 해낼 수 있는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농촌진흥청과 같은 국가기관에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식은 단순하게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고 문화를 판다는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전통지식과 철학을 가진 인적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길러낼 수 있느냐가 한식 세계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칠보산 안개바위

수원시와 안산시 그리고 화성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238.8m의 칠보산(七寶山)은 산삼, 맷돌, 잣나무 등 일곱가지 보물이 있다 해서 칠보산이라 불려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래 들어 등산객들로 붐비는 산이기도 하다.칠보산 정상에서 가파른 동쪽능선을 타고 10분 정도 내려오다 보면 초가집 서너채 정도를 합친 규모의 큰 바위를 만날 수 있는데, 바위에 올라서면 먼 광교산 줄기는 물론 수원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명당자리다. 바위 중간에는 어른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평편한 곳이 있는데 주변에는 촛농이 흩어져 있고 바위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속인들의 기도 장소이기도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칠보산 자락 원호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도 칠보산 아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가슴이 답답할 때면 안개바위를 찾곤 한다. 안개바위에 앉아 바위의 기를 받으며 심신을 가다듬을 때면 온갖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수원지명총람에 따르면 옛날 일기 예보가 없던 시절에 마을 사람들은 안개바위 부근의 안개와 구름모양에 따라 날씨를 알 수 있어서 농사를 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아침 노을은 비, 저녁 노을은 쾌청,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올 징조 등 옛부터 날씨에 관한 속담이 많으며 선조들은 하늘의 모양, 소리, 동물의 움직임을 보면서 날씨를 예견했다.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이상기온 등으로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기상청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기상기후산업 육성 정책이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지정되면서 이달부터는 민간사업자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기예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안개바위가 떠올랐다.칠보산을 찾는 분들께서는 약간의 발품을 팔아 안개바위를 찾아 잠시 나마 웅장한 바위의 기를 받으면서 바쁜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보길 권하고 싶다.

거짓말

모든 나라 정치인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짓말을 한다. 아니 보통사람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거짓말에는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개체발생의 의미로 본다면 생존에 대한 본능이 그 목적이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거짓말은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속에 이기적 유전자를 퍼뜨려 왔다. 드물지만 어떠한 행위의 진정성을 위해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필요한 것은 존재한다는 명제는 거짓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의 아름다움, 사랑하는 힘이 긍정적 필요성에 의해 보존되어 온 것이라면, 미움, 악, 거짓말 또한 다른 필요성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다. 카인이 태초에 하나님에게 아벨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인류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문제는 거짓말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과 부끄러움이 동반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보통사람들과 정치인들이 행하는 거짓말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거짓말에는 어떠한 진정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대의적 명분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에만 기댄 채 안하무인의 태도로 일관한다. 그들에게 민중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밀어붙이기, 세종시 논란의 중심에 거짓말이 있다. 이 거짓말들은 인지부조화 이론의 궤적을 따른다. 첫 거짓말에 이유를 대면, 다음 거짓말의 이유가 따라온다. 진실과 궤적을 달리하게 된 큰 거짓말을 하게 될 때, 이미 이성은 마비되고 스스로 거짓말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입바른 소리처럼 국민을 위한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다. 위정가들의 삶은 그렇게 완성된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짓말 덩어리들은 민중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민중들은 계속 유린당하고 불신과 의심에 익숙한 사람들이 된다. 삶이 거칠어지고 세상이 비틀리는 이유다. 참말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참말을 하라.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햄(HAM)

햄(HAM)은 아마추어무선 또는 아마추어무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애칭이다. 필자는 고등학교시절부터 햄 자격을 취득하여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다. 햄은 전쟁영화에서도 보았듯이 한쪽이 전신(모르스)을 타전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답신을 받던 일방적이고 아날로그 통신방식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인터넷과 무선전화기가 늘어나면서 햄의 숫자나 활동이 점차 감소되고 있어 안타깝다.그러나 5만여 국내 햄들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강한 프로정신을 갖고 기량향상과 영역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햄은 단순한 취미활동이라는 차원을 넘어 각종 재난으로 통신이 두절된 곳에 직접 장비를 갖고 찾아가 재난사업을 돕고 있다. 한 예로 2005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시 햄들의 재난 구호 활동이 인명구조에 큰 역할을 했으며, 필자도 1998년 경기북부에서 유례없는 큰 홍수가 발생해 통신이 두절됐을 때, 인명구조 활동에 참여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또한 햄들은 얼굴도 모르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심지어 남극과 북극에 이르기까지 다른 햄들과 서로의 우정을 나누면서 자신들의 문화나 정책들을 홍보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민간사절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교신당사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취약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정겨운 이야기를 교환하게 됨으로써 국가간, 민족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건전한 통신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최근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통신의 발달은 인간들에게 편리함을 주었으나, 보이스 피싱, 사이버 범죄, 컴퓨터 중독 등의 폐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전세계 300만 햄들은 항상 우호적이고, 전파의 공공성을 인정하며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근무 신조를 가슴속에 새기며, 오늘 이 순간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전파를 통해 우정과 평화의 탑을 쌓아가고 있다. 통신이 두절된 재난지역에 언제든지 뛰어가 헌신봉사할 마음의 준비를 늘 갖추고 있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천자춘추

가족의 탄생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거리 거리마다 캐롤송과 화려한 장식 사이로 불우이웃을 돕자는 메시지가 연례 행사처럼 등장한다. 우리의 불우이웃은 항상 존재해 왔었는데도 늘 연말에만 기억하는 듯 전시적인 효과에 급급한 행태를 자주 보게 된다.보육원에서 자라 성인이 된 어떤 분은 사진 찍는 것이 죽기 보다 싫다고 한다. 이유는 자다 말고도 어떤 후원자가 라면 박스나 연탄을 들고 고아원을 방문하면 불려 나가서 후원자와 함께 일렬로 세워져 사진을 찍어야 했던 기억이 매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우리들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들도 그들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쳐 해보지 못했음에 마음이 짠해 왔다.이렇듯 도움과 나눔은 상대적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선한 의도도 상대방에게 상처나 굴욕감을 준다면 그 의도는 반감 될 것이다. 따라서 선의는 도움을 받을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도와줄 때 더욱 나눔의 기쁨은 배가 되리라 생각한다.아이들에게 어릴 적에 들려 주던 성냥팔이 소녀라는 동화책이 있다. 추운 겨울날 결국은 계부의 학대로 거리로 내몰린 어린 소녀가 거리에서 얼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따뜻한 집에서 포근한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이 동화책을 읽어 주었을 때 아이가 반짝이는 눈망울로 물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이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할 말이 궁색했다. 지금 우리의 무관심이 또 다른 성냥팔이 소녀를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가족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가족은 같은 집에 살아도 오히려 더 무관심한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부부간에 대화가 줄어 들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리면서 부모와의 단절 속에서 방황하지는 않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이제는 좀더 우리의 생각을 바꿔 볼 때다. 내 지붕 아래의 가족들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의 이웃과 지역사회가 커다란 가족의 지붕으로 묶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더이상 무관심 속에 소외되는 슬픔이 없어야 한다. 이웃과의 나눔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며 이 겨울 외로움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사회 안에 하나로 뭉쳐진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길 바란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스타벅스 떡과 디자인

경기도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4월부터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떡을 팔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떡 판매는 성공적이어서 두 개로 시작한 떡 판매 매장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스타벅스의 애용자는 젊은이들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떡 보다는 빵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떻게 스타벅스에서의 떡 판매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우리 떡들이 참 예뻐졌다. 떡 전문점에 가면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쁜 떡들이 많다.보기 좋은 상품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값에, 같은 품질이면 당연히 모양이 좋은 상품을 선택하게 되고, 또 반대로 모양이 좋으면 가격이나 품질에서의 약한 경쟁력이 어느 정도 상쇄되기도 한다. 상품의 디자인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성 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젊은 세대에게는 특히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이만큼 성장한데는 디자이너들의 공도 매우 크다. 90년대 초반 우리가 대만과 수출 경쟁을 벌일 때 외국 바이어들에게 한국산과 대만산이 구별이 되는가를 물어본 일이 있다. 바이어들은 디자인을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고 했다. 한국상품이 대만상품과의 격차를 벌이는데 일등 공신은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디자인이었다. 주방용품은 휘슬러나 WMF같은 독일제를 가장 명품으로 친다. 독일 주방용품은 품질도 좋지만 디자인 역시 뛰어난데, 한국산 주방용품이 과거 해외시장을 확대시켜 나간데는 상품 포장의 Designed in Germany라는 문구도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제조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난데다, 디자인은 독일에서 명품 디자인을 따랐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기가 높았다. 지금도 상당 수의 회사들이 해외에서 디자인을 수입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얼마전 경기도와 경기중기센터 주관으로 G-Design Fair가 열려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실력을 뽐내면서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한층 더 밝게 해주었다. 이제 한국 상품은 중국산이나 대만산이 아닌, 일류 디자인을 앞세운 유럽과 일본제품들과 싸워나가야 하는 만큼 앞으로 디자인 개발에 대한 투자는 더욱 더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민경선 경기중기센터 통상지원본부장

마음까지 되돌리는 ‘리턴 프로젝트’

며칠간 을씨년스런 날씨를 보이더니 얼마전부턴 가을과 겨울이 교차한다. 그래서인지 겨울의 문턱이지만 짬짬이 내비치는 따스한 기운은 마지막 가을의 단상에 젖어들게 한다.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첫 자락이 서로를 잡아끌며 힘겨루기를 한다. 단풍이 옷 벗은 가지에 자리를 내어주고 낙엽은 이리저리 겨울 채비로 분주하다. 쪽빛 하늘이 잿빛 하늘로 너무 빨리 바뀌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운공원 벤치에 몸을 맡겼다.가을은 왜 이리 짧은 걸까? 가을을 탄다는 건 마음이 탄다는 게 아닐까. 그랬다. 불과 한 달 전 가을이 절정을 이뤄 차라리 눈물겨운 그때였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는 해보았는지. 오색으로 달려가는 기차, 먼 산 풍경의 차창을 만져는 보았는지. 하릴없이 산사 풍경소리 쪽마루에 앉아는 있어 보았는지. 가을햇살 사색(思索)벤치에 빠져는 보았는지. 낙엽지는 카페 찻잔을 벗삼아 보았는지. 낙엽 타는 냄새를 맡아는 보았는지. 공원 저 편 누군가가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는지. 그에게서 남모를 애인을 보게 되지는 않았는지. 가을을 탈 새도 없이 세월이 유수다. 가을은 너무 차분해서 슬프다. 봄이 속삭임이요 여름이 환호성이라면 가을은 무언(無言)에 가깝다. 무엇하나 조신한 모습과 차분한 태도 아닌 것이 없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허(虛)해지고 가슴이 메어온다. 그래서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는 게 나은 게 이 계절이다. 서서히 힘을 빼는 햇살이 절기(節期)만 바꾸는 게 아니고 마음까지 흔든다.우리 안양은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들이 지천이다. 언론에서도 크게 칭찬했다. 그간 다른 용도로 쓰였던 부지를 시가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리턴 프로젝트가 큰 몫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상의 휴식과 상념을 살려주는 녹색공간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다. 가는 계절 못내 아쉬워 가을타기 흉내를 한번 내봤다. 이런 호사도 공원이 있으니 가능하지 않겠는가. /김홍엽 시 인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의 미래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2008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인 고령화 사회에서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는 2018년으로 65세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는데 18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는 프랑스 115년(1865~1980), 미국 69년(1944~2013) 일본 26년(1970~2013)보다도 빠른 속도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생산인구 한 명이 노령인구 1.4명을 부양해야하고 이는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국가경쟁력을 넘어 국가생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는 세계최하위의 출산율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올해 유엔인구기금(UNFPA)서 발표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평균 2.54명의 절반을 기록하고 있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일이 국책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합계출산율 2.02명을 기록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다양한 양육보조금과 보육제도는 아이를 국가가 키우는 것을 넘어서 국가가 아이를 돈으로 산다고 표현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으면 출산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국가경쟁력 1위 핀란드를 비롯해서 국민 1인당 실질소득이 5만 불이 넘는 복지선진국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경제활동 참여가 70%가 넘는데 반해 출산율은 OECD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1.7~ 1.9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시민단체 캐털리스가 포춘지선정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군이 적은 기업군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 수익률(TRS)에서 각각 4.6%와 32% 높게 나타났다. 여성인력의 활용이 기업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영향력을 미치는 반증이다. 세계최고의 저출산 세계최고 속도의 고령화속에 여성의 경제참여율 50%로 OECD국가 평균 61.3%에도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이 지침서로 활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차(茶) 베개

베개는 누울 때에 머리를 괴는 물건이다. 베갯속은 왕겨, 좁쌀, 메밀나깨, 새털 등을 넣어 통통하게 만든다. 큰 언니는 내가 초등학교 때 시집갔는데, 희미한 초꽂이 불 아래서 한 땀 한 땀 수놓은 봉황문양 베갯모에 어머니는 왕겨와 잘게 썬 볏짚을 넣어 베개를 만드셨다. 그러나 내가 시집갈 때는 메밀가루를 체에 치고 난 뒤에 남은 메밀나깨를 넣어주셨다. 그리고 첫 아이를 낳자 좁쌀을 넣은 동글납작한 베개를 해주셨다. 이불은 목화솜으로 하시면서 베개는 왜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해도 지금은 물을 수가 없다.요즘은 폭신폭신한 구름솜 베개가 대부분이다. 하루 종일 시간에 쫓기고 일에 지치고 관계에 시달린 날은 머리가 욱신거린다. 옷을 벗지도 씻지도 않고 쓰러져 아침이 될 때도 있다. 불덩이 같은 머리를 더욱 뜨겁게 밤새 싸안아 준 베개에 대해 거부감 없이 잘 지낸다.차(茶)를 가루(粉)로 내어 차선으로 저어 거품으로 마시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향기롭다. 또한 차의 성분과 효능을 다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차 잎(葉)은 열 번을 우려도 그 성분이 남는다. 이러한 차 잎은 그늘에 말려 예쁜 한지봉투에 담아 승용차 뒷자리나 신발장 또는 냉장고, 화장실에 두면 탈취작용을 한다.차를 우려마시고 난 잎을 모아 베갯속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차 베개를 사용해 본 사람은 안다. 머리를 베개에 대면 녹차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으로 다가오고, 이저리 뒤척일 때는 차향이 솔솔 따라와 너무 편안하게 잠들게 한다. 아침에는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다. 어머니가 목화솜으로 베갯속을 넣지 않은 뜻을 차 베개를 베면서 알게 됐다. 왕겨와 볏짚과 메밀나깨로 머리를 서늘하게 자극하여 지압효과를 얻는 지혜로움이 아니었을까. 갓난 애기의 좁쌀베개는 또 어떠한가.차 베개를 만들어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 했다. 외국에 나갈 때 책을 한 권 빼더라도 베개는 꼭 가져간다고 하여 웃었다. 뭉개진 베갯속 차 잎은 나무나 화초에 주면 잘 자란다. 차는 끝까지 버릴 게 없는 모양이다. /강무강 수원차인회 회장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는 LCD모니터, 반도체, 휴대폰 생산과 같은 다양한 최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보급률 1위 등 당당히 세계에 내놓을 자랑거리가 많다. 그러나, 불명예스러운 면으로 1위를 하는 것들도 많다.최근 경기 침체와 더불어 가족이나 가장의 잇단 자살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으며, 유명인의 자살과 이를 모방한 자살 관련 소식이 빈번하게 들리는 등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달리는 나라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률 역시 OECD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혼율과 사교육비 부담비율 또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양상들의 공통적인 원인은 나 먼저, 내 맘에 안들어, 남들보다 내 자식이 잘 돼야 등 나만 알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들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왜 이렇게 됐을까? 그 동안 고도의 압축 성장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 구성원들의 엄청난 괴리감 등에 따라 나만 잘 되고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길러내야 할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교육의 본질적인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됨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청의 기본방향인 도덕성 함양, 창의력 신장, 세계시민 자질육성을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책으로 바른 품성을 기르는 인성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교육의 본질 추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버드대 총장으로 부임한 파우스트 박사는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도 역시 지적 능력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사람됨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임을 강조한 것이라 할 것이다.11월은 상달(음력 10월), 으뜸 달로 불리는 한 해의 최고의 달이자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의 교육도 더불어 살아가는 참된 사람을 양성함으로써 진정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아름다운 계절, 상달같은 나날이 됐으면 좋겠다. /조성준 수원교육청교육장

한 알의 씨앗, 세계를 움직인다

달러의 불안정에 연일 상종가를 갱신하고 있는 물건이 있으니 인류가 고대부터 보물로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금이다. 금이 한정적인 자원이라면 생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생명반도체라 일컬어지는 씨앗이다. 토마토 씨앗 1g(270개 정도)의 값이 13만원 정도이니 요즘 1g에 4만7천원인 금값보다 높지 않은가? 게다가 씨앗이 금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금은 사치품이지만 씨앗을 시작으로 하는 먹을거리는 사람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한 두 종류의 식물이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국제옥수수밀 연구소에서 육성된 밀 품종 소노라 64 (Sonora 64)는 세계 식량의 30%를 증가시켰다. 우리나라도 외국 품종들과 폭넓은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으로 통일벼를 만들기도 했다.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던 종자가 상업의 발달과 더불어 재산권으로의 움직임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신품종보호동맹을 통해 개발된 작물 품종에 대한 육종가 권리와 세계지적재산권 기구를 통한 권리가 강조되고 있다.국내 종자산업은 10년이 넘는 오랜 연구기간과 다양한 유전자원의 보유 그리고 많은 비용소요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진 않지만 새로운 품종을 제대로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산업임에는 틀림없다. 농업이 생명공학과 IT, NT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IMF의 시련에도 살아남은 한 종자기업은 무와 배추, 고추와 같은 경쟁력 있는 국산 원종으로 중국시장에서 현재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종자산업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유국이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세계작물다양성재단으로부터 국제종자보존소로 지정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종자전쟁에서 우리 종자산업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대만과 우리의 동병상련

지난 일주일 동안 대만에 다녀왔다. 정신건강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임이었다. 각 나라의 특성이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이제는 아시아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무엇을 근거로 그들은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참가국의 역사를 잠시 생각해봤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이 힘에 의한 피정복을 한 차례 이상 겪은 점이 공통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에 의한 지배가 모두 역사 속에 존재했다. 몽골을 빼고 모두 남의 나라를 침범조차 못한 국가들이었다.그리고 주최국인 대만은 우리보다 더 긴 50년이라는 시간을 일본인에 의한 식민지 경험을 했다. 연이어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1947년 2월28일을 시작으로 대만 전역을 장악했다. 어찌 보면, 백색테러라 불리는 그들의 만행은 레드테러라고 불리는 공산혁명보다 더 잔인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테러는 이념이 불러온 것이 아니라, 권력에 눈 먼 자들이 야비한 명분으로 내건 거짓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혈서를 쓰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일본육사를 졸업한 이후, 공산당에 가입하고, 다시 반공투사로 변신한 박정희 개인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이념이 아닌 권력쟁취를 염두에 둔 행동임이 드러난다.우리나라가 아시아 중심으로 대두된 이면에는 이런 가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한국은 우리를 집어 삼키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이페이의 228공원에서 인간의 본능이 파괴만이 아닌 평화와 공존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대만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졌고, 동병상련의 깊은 공감이 가슴에 닿았다. 세계 각국이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다는 명분만으로 우리들의 울타리를 넘보고 있다. 우리 민중들에게도 평화를 향한 연대와 공존의 명분이 있을 수 있고, 최소한의 권력욕구가 있을 것이다. 작게는 수원시의 지역운동포럼이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들의 공존을 기원한다./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농산어촌에도 명문초등학교 만들자

최근 한 TV에서 학교가 숲으로 들어왔다라는 특집방송을 본 적이 있다. 유럽에서 숲과 논밭 등 자연환경을 교육테마로 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성공리에 운영되고 있는 내용이었다. 이런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은 자연과 교감하면서 신체의 면역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도시의 학생들에 비해 창의성, 모험심, 감수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더욱 흥미로웠다.또 이 방송은 지리산 자락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아토피 보건학교를 소개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권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이 학교로 유학을 와서 자연과 더불어 공부를 하면서 심성을 도야하고 아토피도 치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생수는 지난해 개교 당시 18명에서 올해 33명으로 늘었다. 다른 곳에서도 이 학교를 벤치마킹해 같은 유형의 학교 건립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산촌마을에 명문학교가 만들어져 그 마을의 대표브랜드가 되었고 도시로 떠난 마을 주민들이 유턴(U-turn)하고 있음은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어 고심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촌학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전국의 110개 초등학교를 선정하여 실시하는 농산어촌 전원학교 육성사업은 의미가 사뭇 크고 그 효과가 기대된다. 용인시 백암면의 장평초등학교도 그 중 하나다. 필자도 이 학교의 전원학교 추진협의회 위원의 한사람으로 참여하여 주민들의 뜻을 모아 전원학교 지정을 신청했고 올해 7월 승인을 받았다. 아토피 예방을 핵심 테마사업으로 삼고 생태 교육, 농촌체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병행해 학생들의 학업의욕을 높이면서 심성과 애향심도 고취시켜 나가고 있다.사람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도시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닫힌 공간에서 자유와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농산어촌 전원학교는 도시학교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육당국, 지방자치단체, 학부모들이 이러한 학교들에 지원과 애정을 쏟는다면 시골에도 명문학교가 많이 들어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베를린 장벽이 실수로 무너졌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됐다. 올해 통일 20돌을 맞은 독일에서는 20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때의 감격을 되살리는 자유의 축제가 열렸다.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샤봅스키 동독 정치국 대변인의 말실수가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샤봅스키는 11월10일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고 외국으로 갈 수 있다는 해외여행 법안을 마치 장벽 통행을 허가한 것으로 잘못 소개했다고 러시아 방송에서 공개했다. 여행허가가 언제부터 효력을 발생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법안의 제한규정을 무시한 채 당장 지금부터라고 말한 샤봅스키의 발언을 듣고 저녁 무렵까지 3만여 명의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광장에 모여 방벽 통과를 시도했고 베를린 장벽을 지키던 군인들은 상부의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지만 주민들의 기세에 눌려 28년 만에 베를린 장벽을 개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 말실수 하나로 장벽이 무너졌을까? 89년부터 시작한 동유럽 공산국가의 몰락에는 88년 서울 올림픽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시각도 있다. 냉전체제로 연속 2회나 반쪽 올림픽이 열리다 12년 만에 동서가 함께한 올림픽에서 공산국가들이 서울과 평양의 비교를 통해 자유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확인한 것이 동구권 자유화의 큰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일 20년 전부터 서독은 동독에서 인적 교류에 동참할 경우 경제적인 보상을 하는 형식으로 조금씩 동독의 빗장을 열어왔고 이를 통해 서독은 동서독간 인적 왕래와 편지, 전화, 방송시청 자유화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동독인 500만 명이 서독으로 이주하는 등 동서독간 사회통합을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통일 후의 독일은 동서독간의 경제격차 극복 등의 많은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내전을 겪지 않았고 주변 국가들과의 역학관계도 다르지만 독일 통일 20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오현숙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다름과 같음

한 나무에 열린 열매도 어느것 하나 온전히 같은 모양인 것은 없다. 같아 보이는 자연의 어떤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하물며 인간은 비록 쌍둥이로 태어났어도 서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혈연을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들 각자의 삶은 또 개별적일 수밖에 없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대신할 수 없다.그동안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밥상 공동체, 한 울타리 등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서 운명을 같이 해 왔다. 확대가족이 가능했던 농경사회에는 혹여 가족 성원 중에 문제가 생겨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가 쉬웠고 정서적인 배경도 당연히 서로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그러나 현대의 핵가족은 그 가족 자체도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울 만큼 개별화 됐고 따라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책임과 부담을 지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이런 가족 구조의 변화로 사회복지의 필요성이 더욱더 강조되는 시대가 됐다. 경제적 발전과 문명의 발달로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그만큼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며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서로가 알지 못하는 익명의 시대가 됐다. 때문에 우리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는 많은 선의와 자원들을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복지의 기능은 더욱더 중요하게 됐다. 패륜이 판을 치고 효의 사상이 공허한 외침이 되어버린 지금, 반사회적인 여러 사건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도 이런 지지체계가 결핍된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지금의 시대에 혈연의 한계를 벗어난 더 넓은 의미의 새로운 가족 형태인 지역사회 공동체 개념이 필요한 때이다.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따로일 수 있지만 같이 함으로써 더욱더 즐겁고 힘이 될 수 있는, 이웃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족이 탄생해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해 복지가 나서야 하며 그렇게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며 공동체 안에서 조금씩 서로가 양보할 때 이 사회는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오늘 나라는 사회의 한 조각이 잘 끼워 맞춰질 때 지역사회는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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