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법률 질적개선 위한 입법평가 시급

조령모개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의 전한시대, 흉노가 자주 변방을 침략해 약탈을 자행하던 시절이었다. 백성들은 춘하추동 쉴 틈 없이 농사일에 매진하다가, 갑작스럽게 흉노를 막기 위해 불려가거나 혹은 세금을 부과 당했다. 백성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졌다. 그 당시 어사대부였던 조착이 그들의 고통을 덜어달라는 상소를 올리면서,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바꿔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데서 유래한다. 법령에 일관성이 없이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입법절차는 법률안 제출주체에 따라 크게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 급증하고 있는 의원입법의 경우, 정부입법에 비해 부실 또는 졸속으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거나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확인해 발의를 하기 보다는 당시 상황별 여론입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론을 의식해서 혹은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입법을 하는 경우 아무래도 조금 무리하게 되고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입법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제18대 국회(2008~2012)에서 의원 발의된 법률안은 1만2천220건, 그 중 1천663건(14%)이 가결됐으나, 같은 기간 동안 정부제출 법률안은 1천693건, 그 중 690건(41%)이 가결됐다. 부실법안, 졸속법안 내지 중복법안이라는 비판이 무게감을 얻는 이유다. 또한, 의안 발의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거나 다른 법률과의 부조화나 불합치로 인해 수시로 개정되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해지기도 한다. 의원입법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입법으로 대변한다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정부입법에 비해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중요한 입법과제를 주도하는 등 장점도 뚜렷하다. 과거 민주화 시대를 거쳐 입법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법안의 질(quality)을 관리할 시점이다. 미국과 유럽 등 법률 선진국에서는 법령의 질적 개선을 위해 여러 제도적인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는 법안 통과 전 예방적 규범통제에 치중한다고 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제22회 변호사대회를 통해 국민과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입법 바로 세우기를 실현해야 한다고 선언했고, 여러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의원들이 발의한 입법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그들의 입법 활동 평가를 담은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조령모개식 입법의 질적 개선을 기대해본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천자춘추] 유니버설 디자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 교수에 의해 주창되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직역해 보편적 설계라고 부르기도 하고, 용어의 의미를 살려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또는 무장애설계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살리기 위해 보통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통칭해 사용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1960~70년대 전쟁이후 장애인이 된 군인들을 배려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고, 이후 1990년대 고령인구의 급증으로 이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남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됐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것으로 특별히 고안된 주택이나 환경구축 등을 의미한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누구라도 차별감이나 불안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 왼손이나 오른손잡이 등 누구라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 최소한의 신체적 힘을 가지고도 사용할 수 있을 것 등의 7대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사회구성원 모두를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모두를 위한 설계를 추구한다. 엘리베이터나 자동문(회전문), 밑으로 내려서 여는 현관문, 욕실 미끄럼 방지 신발이나 매트 등은 모두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탄생된 것들이다. 양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자동문(회전문), 손힘이 부족해 현관문을 돌리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밑으로 누르는 현관문 등은 장애인과 노인만이 아닌 전 국민이 이용하는 디자인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공공건축물, 도로 편의환경 등을 시작으로 민간건축물, 이동과 편의환경,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은 공공의 영역뿐만 아니라 점차 민간의 영역에서도 강제성을 나타내고 있다. 즉,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으면 건축물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사회적 배려는 단기간의 경제적 이익만을 따져서는 효용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2014 복지폭탄

2014년 복지폭탄을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며칠전 저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무슨 폭탄을 대비해야 한다는 거지?내년 지방선거 끝나고, 주민센터 복지허브화(사례관리, 노동부업무,모든 부처 복지업무)맞춤형 급여체계, 주택바우처(국토부),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복지폭탄으로 표현한 것이다. 계속해서 살펴보니다른 것도 문제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동주민센터의 복지 허브화라는 것이다. 즉 모든 부처의 복지업무가 단계적으로 동주민센터에서 하게 되면 저소득가구 방문을 사정하고, 쏟아지는 신청서류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례관리를 동주민센터에 일임하면서, 모든 부처 복지업무를 주면어떻게 처리하라는 것인지, 노동부 실업급여업무 등 사회보험업무관련 지침을 숙지하고 민원인에게 안내해야 하는... 이것이 바로 맞춤형 서비스 3.0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 발표된 보도내용을 보면 국민행복기금,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 제도에 더해 개인파산 제도 등이 있지만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복지공무원들이 금융상담 업무까지 이른바 금융주치의로 나선다는 내용이다. 문득 2005년 사회복지공무원 임용 20주년을 맞아 사회복지공무원은 ( )이다라는 공모부분에서 1등을 수상한 사회복지공무원은 (팔방미인)이다라는 의미를 곱씹어본다. 접근성과 행복e음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많은 업무가 슬그머니 동 주민센터로, 사회복지공무원에게로 넘어온다. 얼마나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는 걸까? 너무나 과대평가(?)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처럼 단비같은 사회복지공무원 처우개선 대책이 내려왔지만, 문제는 지자체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자치단체장의 복지마인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내년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복지공약보다는 실제 전달체계를 점검하고 비 예산사업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인사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2014년 복지폭탄의 위력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의 현명한 용단을 기대해 본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천자춘추] 고향의 추억과 애환

며칠 있으면 추석을 맞는다. 설과 추석에는 고향을 찾게 된다.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필자의 고향은 화성시 우정읍 원안리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어린 시절 여름이면 마을 앞바다에 나가 수영도 하고 개펄에서 미끄럼 타며 놀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누구나 고향은 있게 마련이다. 남북분단으로 갈 수 없는 고향, 갈 수는 있되 수몰되거나 택지개발로 원형을 상실한 고향, 도시화로 변화된 고향, 잘 남아 있는 고향이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마을의 아픈 역사는 한국전쟁으로부터 시작된다. 1951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매향리 농섬을 사격장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기억은 주로 저녁에 사격훈련을 했다. 전투기가 농섬에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서는 45도로 내려가다가 폭탄을 투하하고는 다시 45도로 상승할 때의 뿌~우~응하는 소음과 꽝하고 폭탄 터지는 굉음은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를 내곤 했다. 사격장과 4km도 안 떨어진 우리 마을도 소음에 시달리곤 했다. 야간사격을 할 때는 조명탄을 대낮 같이 밝히며 쏘아 올려 밤을 잃어버릴 것 같은 시절도 있었다. 매향리 사격장은 54년 만인 2005년에 사용금지 되었는데 약속사항인 평화공원은 아직도 조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한 번의 아픈 역사는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사건이다. 김신조 일당 31명의 청와대 습격사건은 국방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해에 예비군이 창설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 해안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어민들은 출입증을 발급받고 출입 허가를 받아야 바다로 갈 수 있었다. 아이들도 지척에 바다를 두고 들어갈 수 없어 새장에 갇힌 생활을 해야 했다. 2005년 사격장이 문을 닫아 폭탄 터지는 소리와 비행기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속담에 여우를 피하자 호랑이를 만난다고 했던가? 폭격소리가 멈추고 철조망이 걷히자 이번에는 바다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버렸다. 90년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에도 농림당국과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공사를 강행했다. 이곳 바다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맛살, 바지락, 굴, 꽃게 등 각종 생선이 전국 제일가는 어장이어서 어린 시절을 이 일대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고향의 맛과 추억을 안겨준 곳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미군사격장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철조망이 쳐져 눈요기만 하는 바다로 변했고, 이윽고 방조제 사업으로 바다를 통째로 잃고야 말았으니 이런 아픔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화옹방조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꿈의 낙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2013 에딘버러 축제

작년엔 아비뇽 페스티발을, 금년 8월에는 에딘버러 축제를 2주간 다녀왔다. 예술 축제로서 가장 성공한 축제인 에딘버러 축제와 아비뇽 축제는 그야말로 축제 중의 축제이다. 온도시가 축제로 들썩거리고 활력이 넘쳐난다. 특히 이번 에딘버러 축제를 참관하면서 몇 년간 축제을 운영해온 필자로서 많은 것을 뒤 돌아 보고 생각을 가다듬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에딘버러 축제는 1947년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고 도시 활성화를 위해 시작 이래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해왔다. 에딘버러 거리를 걷다보면 초중고학교에서 배운 많은 이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역사가 데이비드 흄,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 증기 기관차를 발명한 제임스 와트, 올드랭사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 로버트 번트 등의 동상을 도시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8월 9일에 시작하여 9월 1일 까지 계속되었는데 300여 곳이 넘은 공연장과 거리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장은 물론 도서관, 공공시설과 교회, 레스토랑과 스튜디오, 술집, 광장, 거리까지 공연이 펼쳐지고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시 당국에 의하면 인구 45만 명이 에딘버러의 축제를 보기위해 찾은 관광객이 15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천, 울산 등 200~300만 명의 광역시에도 제대로 된 미술관, 박물관이 하나도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부럽고 우리문화 현실이 안쓰러울 뿐이다. 과연 이러한 세계적인 축제를 이끌어가는 시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잘 갖추어진 문화 인프라의 힘이며 시민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애정과 아이덴티티의 힘이며 자부심의 소산이다. 특히 이번 에딘버러 축제는 우리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등으로 한국의 공연과 전시가 많은 주목을 끌었다. 에딘버러 대학 미술관인 라이스 탈보트 미술관의 백남준 특별전, 에딘버러 축제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군악대연주(타투)의 우리육군군악대 대취타 팀과 무용단의 공연, 거대한 에딘버러성의 한글영상, 미디어 아티스트 김형수의 미디어 쇼인 미디어 스킨 등이 에딘버러의 밤과 낮을 빛나게 했다. 그 이외에 고래야, 극단을 모시는 사람들, PMC 프로덕션 등이 참가하였지만 성과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진용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품격(品格)있는 사람

1999년에 데뷔한 몽골 출신의 일본 스모계 최고 인기스타 요코즈나(橫網 천하장사) 아사쇼류(朝靑龍). 그는 스모계 입문 당시 체중 106㎏으로 스모 선수치고는 비교적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움직임과 거친 공격을 선보임으로써 침체되어 있던 일본 스모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03년 연속 6회 우승컵을 거머쥐며 스모계의 꽃인 요코즈나에 올랐다. 2005년에는 체중을 늘려 전승 우승 2차례를 포함해 1년간 84승6패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국기(國技) 스모계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품격에도 불구하고 아사쇼류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스모 선수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단정한 머리와 전통복장을 해야 하는데 그는 규율을 어기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외출을 하는가 하면, 경기에서 자신을 이긴 선수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급기야는 술에 취해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림으로써 2010년 2월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당시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요코즈나가 품격을 잃은 불미스런 일로 은퇴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흔히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성공이라는 야망을 가진 사람은 비정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해 마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그들 나름대로 지닌 독특한 품격(品格)이다. 국가 경영을 하는 정치가나 기업을 이끄는 CEO 그들만의 향기와 채취가 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한 예술가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한두 번만 만나도 대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품격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처음에는 경계하다가도 일단 품격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진정으로 그 사람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주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적극 나서서 축하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 각계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이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품격인 것이다. 오늘 당신이 만날 사람이 일단 품격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기분 좋은 만남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김영석 경기도 수원월드컵관리 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와 한국 현대사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이끄는 그룹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봄 북한이 한창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던 때, 이석기 그룹은 전쟁 발발 시에 비정규전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토의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이 모임이 실제 있었고 통진당은 그것이 경기도당의 모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반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녹취록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직 국회의원이 이끄는 혁명조직(RO)이 내란음모를 한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분반토의 내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정신병자의 망상이거나 병정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석기 그룹의 회합 내용이 망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본인이 부정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강연 취지는 전쟁을 60년간의 정전체제를 끝내고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석기 의원이 주장하는 항구적 평화가 북한의 승리에 의한 대한민국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박헌영의 남로당원의 봉기라는 꿈을 이번에는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내란음모 혐의의 핵심이다. 물론 이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재판정에서 공정하게 가려져야 한다.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석기 그룹은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NL그룹(주사파)은 대한민국의 건국은 미제국주의자와 친일파에 의한 것이고, 6ㆍ25 동란은 미제국주의자가 일으킨 것이며,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미제국주의자의 전쟁위협에 자주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부정은 김일성의 주체사상만이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반(半)의 건국으로 보고, 한국의 정체가 자유민주주의임을 부정하는 역사학자들은 흔하다. 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란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중)민주주의 등 수많은 민주주의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석기 그룹이 전쟁 발발 시에 한반도의 반을 무너뜨리는 비정규전을 항구적 평화실현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토대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한국 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성에 대한 몰이해라고 할 수 있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전력대란이 문제가 아니다

새벽녘 어디서 불어오는 서늘한 기운에 밤새 밀어놓았던 이부자락을 끌어당기게 한다. 계절이 가을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막 지나고 있는 올 여름 혹서의 위력은 유래 없이 강했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예비전력 탓으로 그 더위는 우리 모두를 여느 여름보다 더욱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무더위가 심한 시간에 공공기관에 들어가 한순간 무더위를 피해 가기도 했으나, 올 여름은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대민 봉사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공무원들의 충실한 근무 자세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 여름 국민 모두가 겪었던 이 엄청난 고통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전력수요 예측 실패와 발전소 건설지연도 원인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불량부품 사용에 따른 원전의 잦은 고장과 그로 인한 가동중단 때문이다. 원전과 관련한 비리와 불량 관리의 결과물이 국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전력대란이 문제가 아니다. 그 피해는 국민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며 다음 세대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 수도 없지만 몇 년째, 한 달이 멀다하고 보도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현의 원전 사고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를 기억한다. 사고가 발생된 체르노빌 지역엔 아직도 기형의 동물과 사람이 태어나고 있다하니 그 재앙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이들 두 원전사고를 비롯해 후쿠시마현 원전사고가 인재 및 천재로 발생했지만 그 어느 것도 불량부품을 사용하는 원전의 부실관리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의 한수원 원전비리 사건으로 나타난 원전의 가동중단은 의도적인 불량 부품의 사용으로 발생된 것이 명백하다. 금전 로비가 게재돼 의도적으로 불량부품을 사용하는 우리의 원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스리마일 원전사고 보다 도덕적 측면에서는 사고의 발생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원전은 우리에게 외면할 수 없는 에너지이지만 양날의 칼과 같다. 한번쯤이라는 생각으로 불량부품을 사용하는 시행착오 방식의 원전 관리는 결코 아니 된다. 한 번의 시행착오는 곧바로 국민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그 고통에 자신의 혈육도 예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철태 (사)한국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 단국대 교수

[천자춘추] 급식논쟁의 한가운데서

최근 김문수 도지사가 내년도 예산에 학교급식 관련 예산 약 870억원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입(특히, 도세의 56%를 차지하는 취득세)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인천, 경남 등 타 지자체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경제상황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결함이 직격탄으로 보여진다. 일부 여론은 이참에 무상시리즈로 이어지는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해 재론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 복지정책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는 최근에 과감한 정책을 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예정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대립적 이념과 가치의 문제는 이젠 진부한 옛날 얘기로 들린다. 그런데 이번 경기도 무상급식 논쟁에서 시사하는 바는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필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의심된다. 무상급식만을 놓고 본다면 바로 2009년 교육감 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최대 쟁점이었고 국민들은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즉 무상급식관련 예산 870억원을 편성하지 않겠다 원래 무상급식 예산은 0원이었다라는 주장은 다시 말해 빚을 내서 무상급식에 쓸 수 없다거나, 그건 우리 몫인데 왜 떠드느냐는 결국, 정치적 이슈를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무상급식 예산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경기도의회에서 조정역할을 통해 편성되고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 교육청과 시군청에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무상급식 예산에 의무는 없다지만 경기도청도 일부 부담하도록 의회가 역할을 한 것이다. 여ㆍ야 의원들의 타협을 통해 조정했건만 집행부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진지한 논의없이 시행된 무상급식예산에 대한 문제는 양 기관이 힘을 모아 중앙정부와 당당히 싸울 일이다. 무상급식이란 화두가 또 한 번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과연 그럴까? 이번 논쟁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냉정하리라 본다. 재정이 빡빡하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관련 예산은 더 확대되길 원하며 결국 국민 세금으로 쓰여지는 것인데 어디서 집행을 하던지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쓰여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의용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복지재원 조달과 사회적 금융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이 부족하다.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하니, 거래세에 의존하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세수가 부족해 감액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복지관련 예산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채권발행도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늘어만 가는 복지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767조 8천억원 규모의 단기 부동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을 흡수해 복지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이란 6개월 미만의 유동성 순환주기가 비교적 짧은 자금이다.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자산관리계좌(CMA),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9개 상품의 잔액이며, 경기상황이 불확실하여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둘째,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을 통한 복지재원의 조달이다. 사회적 금융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금융자본을 조성하고, 가용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을 들 수 있다. 정부가 복지서비스를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고, 정부예산, 기부금, 일반 투자자에 대한 SIB 채권 판매대금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특징적인 것은 해당서비스가 성공했을 경우에만 투자원금과 약정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사업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투자금은 단순기부비용으로 처리돼 투자자에게 투자원금과 약정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른바 성공담보부 채권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증세 없는 복지확대의 수단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등 사회적금융을 도입하였다. 영국 정부는 2010년 3월 세계 최초로 피터버러 교도소 사회성과연계채권 계약을 사회적 자본단체와 체결했고, 미국의 사회적 금융시장은 연간 $2천2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셋째, 사회성과연계채권 외에 투자위험을 줄인 가칭 사회성과연계옵션(SIO: Social Impact Option)을 도입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은 사업 실패시 투자원금과 약정이자 모두 받지 못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따라서, 사업성공시 투자금과 약정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불하되, 사업 실패시 투자원금은 보장하고 약정이자는 지급을 하지 않는 사회성과 연계옵션(SIO)상품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예산과 각종 기부금 외에 일반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옵션형태의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시키고 관련 상품의 판매 운영을 담당할 투자사의 설립운영 등 사회적 금융을 위한 제도가 구비돼야 한다. 일반투자자가 없는 사회적 금융은 단순한 정부 위탁사업에 불과하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법률서비스 국제경쟁력 강화해야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하는,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황허 강의 신 하백이 처음으로 바다에 나와 그 끝없음에 놀라 탄식하자 북해의 신 약이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좁은 장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좁은 개울에서 나와 큰 바다를 바라보고 자기에 대해 알았기 때문에, 이제 더불어 큰 진리에 대하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며 작년에는 최초로 6억 달러를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부터는 법률시장 전면 개방이 예고되어 있다. 외국로펌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렇게 시장은 좁아지고 너도 나도 파이를 차지하겠다고 손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천명씩 배출되던 법조인의 수는 크게 증가하여 작년 한해에만 약 2천500여 명이 쏟아져 나와 법조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탄만 해서도, 그렇다고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귀를 막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 국사를 배우면서 흥선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행하지 않고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류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제 달라진 세상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안팎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담장에 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밤을 샌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화의 시기에 적극 대처하고자 수년 째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로 뛰고 있다. 세계변호사협회(IBA),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아시아변호사협회(POLA), 환태평양법률가대회(LAWASIA) 등 대표적인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한국의 법제도와 법문화, 법률서비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북한 인권문제, 일제피해자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세계 법률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한 해외 변호사단체와 교류해서 청년변호사 연수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세계 변호사단체의 호응은 매우 뜨겁다. 앞으로는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영국처럼 대사관, 행정부, 로펌, 변호사 모두가 나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대외경쟁력을 높여가는 모습이 부럽다. 작년에 대한변협은 상하이, 홍콩에서 법무부, 코트라와 공동으로 두 차례 해외설명회를 개최하였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보증이 더해져 한국 로펌과 법률서비스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함께 나서준다면, 무역수지 흑자 전환도 멀지 않다. 해외교류 확대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천자춘추] 월평빌라 이야기

찜통더위에 매사가 지치고 짜증나는 요즘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적인 월평빌라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합니다. 월평빌라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냥 단순한 빌라가 아닙니다. 경남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에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입니다. 2층짜리 한 동의 건물이지만, 엄연히 서른두 분의 중증장애인이 모여 살고 스물세 분의 직원이 일하는 복지시설입니다. 장애인이 모여살고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설명칭에 장애인복지시설 혹은 사회복지법인이라는 문구를 없애고 월평빌라라고 칭한 이유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보통 주택이 되고자 하는 의도와 중증의 장애인들도 사람들과 이웃해 살며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삶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월평빌라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입주민이라고 호칭합니다. 즉, 복지시설은 입주 장애인들이 저마다 자기네 삶을 살아가는 공동주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월평빌라에 입주한 장애인은 자신의 가족과 입주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또한, 월평빌라는 후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있는 만큼 자족하며 사는 방법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입주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 또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동정적이고 시혜적인 후원은 경계하고 꺼립니다. 또한, 자원봉사도 빌라 내에서는 되도록 정중히 거절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 빌라가 알려지면서 쉬는 날 이미용 봉사를 하러 오시겠다는 요청을 받으면 고맙습니다만 월평빌라에서는 미용실을 이용합니다. 돕고 싶다면 빌라에서 말고 미용실에서 하시면 어떨까요? 쉬는 날은 쉬시고 영업하는 날 방문할 테니 그때 잘 다듬어 주십시오. 그리고 요금도 다 받으십시오. 부탁할 것이 있다면 출입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단을 없애고 턱을 낮추고, 조금 시끄럽더라도 이해하시고 사장님께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주십시오.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월평빌라 이야기를 일부분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진정한 우리의 이웃으로 대하고 있는 진정성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장애인 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이제는 우리 경기도에서도 저런 시설 하나쯤은 나타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서 또 다른 월평빌라들이 생겨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情을 공감하는 복지전달체계

공적부조는 국민의 최저생계를 국가가 보장하는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이며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행복권의 기초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중심이 돼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사회 양극화에 따른 분배적 갈등해소를 위해 국가위임 사무를 관장하는 공공 전달체계상의 모든 행정조직과 인력의 전문성 등이 중요시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보도자료에서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부실 구축 및 운영에 따른 복지예산의 누수가 심각하고, 사회복지인력에 대한 체계적 관리 미흡 등으로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저하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감사 배경이 복지예산은 급증하고 있으나 복지사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고착화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우려다. 하지만 복지예산의 급증. 혹시 복지예산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혹시 공공복지전달체계의 문제? 그래! 情을 느끼지 못하는 복지시스템의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회복지 업무는 정책적 결정과 재원 그리고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통한 전문 인력이 체계화 되었을 때 국민들의 느끼는 복지 체감도는 향상하게 된다. 수급비의 향상보다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情을 그리워 사람들에 대한 접근방식의 문제가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본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동주민센터의 기능의 전환을 위해 몇 가지 모형을 제시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맞는 모형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유일 것이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함께 끄덕여주고, 웃고 울어줄 수 있는 공감하고 체감하는 복지를 원할 것이다. 최근 수혜자 중심의 복지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서울 강서구의 복지동장 제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사회복지가 휴먼서비스라 불리는 이유도 이에 기인하며, 또 머리보다는 손과 발로 움직이는 실천적 학문임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복지 전달체계의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자체에 맞는 전달체계의 모형개발에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이에 맞는 운용과 적재적소에 맞는 전문인력의 배치로 서비스대상자가 더 이상 사회적 소외로부터 고립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 연구회장

[천자춘추] 화성행궁 복원의 의미

화성행궁은 화성의 핵이며 수원의 중심이다. 정조대왕은 1801년에 간행된 화성성역의궤의의 화성기적비문을 통해서 화성은 원침(융능)과 화성행궁을 보호하기 위해서 축조했다고 밝힌다. 정조는 세자가 15세가 되고 혜경궁 홍씨가 칠순이 되는 1804년 왕위를 물려주고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행궁에 와서 살고자 하는 공간이었다. 즉, 화성행궁은 정조 자신의 공간임을 표현한 대목이다. 화성행궁은 국력의 쇠락으로 이어진 일제강점기를 맞으면서 봉수당은 자혜의원이 들어서고, 북군영은 경찰서, 남군영은 토목 관구로 쓰였고, 우화관인 객사는 수원공립 소학교로 쓰였다. 낙남헌은 수원군청으로 쓰이다가 신풍 학교 교무실로 사용돼 남게 되었다. 이처럼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머무를 중요한 공간으로 건설됐는데 나라의 쇠락으로 지키지 못하고 헐리고 말았다. 1989년 행궁자리에 있던 경기도립병원이 시설 노후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대식 건물로 신축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지역의 문화를 주도하던 김동휘 박사(등잔박물관장)와 이종학 서지학자(독도박물관장), 안익승 유네스코회장, 이승언 향토사학자와 심재덕 문화원장 등은 도립병원을 신축하면 화성행궁 복원은 영원히 불가능하므로 도립병원 신축 반대 운동을 벌인 끝에 당시 임사빈 도지사로부터 철회 약속을 받고 이어 행궁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민운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당시 도립병원 신축반대운동을 추진했던 심재덕 문화원장이 1994년 수원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화성행궁 복원은 급진전됐다. 이를 계기로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했다. 화성행궁 자리에 도립병원이 현대식으로 지어졌다면 하는 가정을 해본다.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수원과 화성은 참으로 암담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6천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화성을 복원정비할 명분도 동력도 없었을 것이다. 수원시가 9월에 진행하는 생태교통 수원 2013 사업도 화석연료 고갈 시대를 대비하는 사업이라지만 결론은 화성을 빛내기 위한 사업이라 할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행궁복원으로 인한 결과의 소산이라고 생각된다. 화성행궁 복원사업은 2002년 7월 576칸 중 482칸을 복원해 1단계 복원 행사를 했다. 아직 복원되지 못한 94칸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잘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다. 화성의 활성화에 대해서도 생태교통 수원 2013 사업이 기폭제가 될 것이다. 행궁동 주민과 수원시민이 단합해 화성을 가꾸고 알리는 일에 온 힘을 다한다면 세계적인 역사문화 관광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겸손으로 빚은 스포츠 미학

역사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 받는 리더들이 대부분 겸손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겸손(humility)과 굴욕(humiliation)은 둘 다 같은 라틴어 어근(humilitas)에서 나온 말이지만, 겸손은 굴욕이 아니다. 또한 겸손은 낮은 자존감을 갖거나, 힘으로 억누르고 성취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학대를 받아도 아무 소리 못하는 발판 같은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겸손이란, 오직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자신의 자원을 사용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귀한 선택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겸손한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이다. 1930년대에 세 명의 청년이 디트로이트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들은 버스 뒷좌석에 홀로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남자를 모욕했지만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낯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명함을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고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갈 길을 갔다. 버스가 출발하자 청년들은 명함 주위로 모여 거기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권투 선수 조 루이스. 그들은 1937년부터 1949년까지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사람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국제권투연구협회에 따르면, 그는 역대 최고의 권투 선수였다고 한다(2위를 차지한 사람이 무하마드 알리다). 그는 헤비급 세계 챔피언으로서 주먹 한 방으로 그들을 날려버리고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자기 힘을 내려놓는 길을 택한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되고 난 후에도 루이스는 과거의 노예였던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자신의 미천한 시작을 결코 잊지 않았고, 챔피언으로서의 지위와 명예를 통해 자신이 얻은 것들을 되돌려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PBS(미국공영방송)의 권투 선수 특집에 따르면, 루이스는 잘못에 관대했고, 가족들에게 돈과 집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으며, 어린 시절 가족이 받았던 복지 기금을 디트로이트 시에 되돌려주기까지 했다. 물론 그도 역시 인생 후반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전무후무한 권투 성적만이 아니라, 겸손으로, 즉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으려 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을 지나며 수고한 우리 주변에서도 루이스 선수가 전 생애를 통해 겸손으로 빚은 스포츠 미학의 진리를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박근혜 정부의 통일의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 광복절 축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 통일임을 말하면서 통일이 국정의제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21세기에 한국이 생존번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통일정책은 대통령의 역사관, 국가관에 따라 같지 않아 매번 5년짜리에 불과하다. 나름대로 임기 중에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 과잉과 과속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연합-연방-통일이라는 이른바 로드맵 통일론을 추구하면서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했다. 결과는 북한의 경제적 자립의지를 떨어뜨리고, 한미군사동맹을 깨뜨리기 위한 핵개발로 돌아왔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체제의 유지와 안정을 당면과제로 삼아 NLL 포기 및 막대한 대북원조를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포기라는 정당한 요구, 그러나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통일정책을 추구하지는 못하였고, 전 정권이 약속한 NLL 포기와 104선언 불이행 대가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폭거를 당했다. 그러나 앞의 두 정권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재천명하였고,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 경제를 뿌리내리는 데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이루는 수단으로 내세운 것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이다. 지난 14일에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 합의를 본 것도 남과 북의 정치적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올해 초부터 미사일 발사, 핵실험 및 전쟁위협으로 야기한 난장을 수습정리하면서 외화와 일자리를 다시 확보해야 했고, 한국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일단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며, 대북인도지원이 시작되면, 칼자루를 잡고 있는 쪽은 북한이다. 어떤 정치적 상황 하에서도 개성공단을 중단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북한이 필요한 외화와 원조 유입 장치는 신뢰의 정신에 따라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핵이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넘어서도록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실패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북핵이라는 위기 상황을 역전시켜 북한체제의 자발적 변화와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합의를 창출하기 위한 큰 전략, 큰 지혜가 필요하며, 국민 모두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밀양 연극촌

밀양 연극촌을 다녀왔다. 제13회째를 맞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밀양 연극촌은 1999년 9월1일 연극 공동체를 지향하는 연출가 이윤택과 연희단 거리패의 단원들이 밀양시 무북면 가산리 소재 폐교된 월산 초등학교에 둥지를 틀면서 연극촌으로 자리 잡게 됐다. 2000년 숲의 극장 개관부터 2010년 7월 연극촌의 핵심 공연 공간인 성벽극장 개관까지 꾸준히 기반을 다지고 공연 공간, 교육공간, 전시공간 등을 확충해 왔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에 이러한 연극 촌이 있다는 것은 밀양 시민으로서는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밀양 연극촌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뿐만 아니라 문화체험, 예술교육, 찾아가는 연극공연, 연극캠프, 교육연수, 어린이 및 초중고생의 연극수업, 지역문화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밀양 연극촌 자체도 가산 저수지의 넓은 연꽃 밭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힐링의 공간이다. 밀양 여름 축제는 많은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비한 것 또한 많다. 축제의 신명이 약하고 주민 참여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고 의전 매뉴얼이나 홍보전략,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눈에 띠는 체험 프로그램 등이 미약하다. 또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약하다. 또한 편의 시설의 미비와 아름다운 가산 저수지를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좋은 공연과 뛰어난 힐링 공간을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축제의 판이 벌어지면 도시 전체가 들썩여야 하는데 그 힘이 약하다. 축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15년은 짧은 기간이지만 축제가 축제답기 위해서는 보다 지역과 호흡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이 일회성, 전시성, 과시성 축제나 이벤트에 비해 밀양은 훨씬 문화적으로 세련됐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축제가 너무 많은 각 시군의 현실을 감안 할 때 밀양 여름 공연 축제는 칭찬을 받을만하고 본받을 만하다. 최진용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세종대왕님의 용안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은 공표권과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이 있다. 이러한 저작권과 관련해 년초에 본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공업화학회에도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10년 전쯤 한국공업화학회에서 각 분야별로 전문 교수님들이 모여 화학공학 관련 교재를 발간한 바 있다. 발간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난 터 인지라 수정보완판을 발간키로 했는데, 작년에 학회의 이사로 있던 K모 교수가 10년 전에 해당 교재를 출간할 당시에 본인도 참여 했으니, 이번엔 발간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자청하기에 이를 허락했다. 그리고는 올초 2월에 이 수정보완판이 발간되었지만 저작권법상 심각한 침해행위가 이루어졌다. 10년전 교재로 발간된 이 책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 작업을 하였지만 각 내용별로 별도의 저자명이 표시된 소위 결합 저작물이었다. 그러나 금번 수정보완판에서 각장에 표시된 저자명이 저자들의 허락 없이 삭제된 것이다. 또 머리말 부분에 10년 전 발간당시의 전임 회장님 이름도 삭제되었고 개정판을 발간하며라는 제하의 머리말에 본인의 이름을 학회에서 부여한 바도 없는 편집위원장 직함까지 붙여 발간했다. 이는 결합저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과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민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화폐도안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1만원권 세종대왕님의 용안위에 광고 문구를 쓴 아파트 분양 전단지 등 홍보물의 제작이 그러하다. 화폐 도안 위에 광고 문구를 표기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과 함께 화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학교 주변의 문구점에서 판매되는 은행놀이용 화폐 지폐도 있고 동전도 있다. 화폐 도안을 이용한 속옷이나 메모지, 지갑, 저금통, 1만원권이 가득 그려진 방석 등 다양한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도안의 일부만을 사용해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즉, 세종대왕, 신사임당의 얼굴을 함부로 쓰는 이들 모든 행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선 전혀 범죄의식이 없다. 저작권법상 화폐도안을 이용해 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저작권법 위반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위반할 경우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 함부로 세종대왕님의 용안을 이용하지 말라. 이철태 (사)한국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 단국대 교수

[천자춘추] 아토피 학부모의 절규와 희망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여름~ 아토피 아이들에겐 더 할 나위 없는 아픔의 시간들~ 그러나 아토피의 원인을 알게 됐고, 치료가 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해요 얼마 전 아토피 환아 엄마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지난 과정을 얘기할 때면 눈물을 글썽이지 않는 엄마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아토피는 사회 경제적 성장에 따른 생활환경 및 면역체계 변화 등에 따라 발생하며, 오염이 덜된 시골의 황토방과 숲이 우거진 곳에서 생활해야 낫는 질환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토피 질환의 원인은 크게 환경원인(흡입항원)과 식품원인이 있는데 천식, 비염, 피부염 등으로 나뉘고 어릴 때는 피부염을 앓다가 성장하면서 비염, 천식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환경원인은 요인을 제거해 주면 되지만, 아토피 피부염의 식품원인은 현재 시행하는 어떠한 검사로도 진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도에서는 아토피 없는 경기도 만들기 정책의 일환으로 어린이 아토피 질환의 유병율을 감소시키고 원인진단과 근본적인 치료 및 아토피 질환의 예방관리를 위한 사업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년차 어린이가 행복한 아토피 예방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선진 정책으로, 시범학교를 선정해 식품원인까지 진단하고 치료까지 해주는 것이다. 10여회 이상의 포럼을 통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이 사업에 참여한 아토피 환아 부모들은 희망의 절규를 하고 있다. 몇 가지로 요약하면, 지금까지 숱하게 병원을 전전했지만 이러한 진단과 치료법이 있는 줄 몰랐는데 알게 된 것이 행운이다. 행정기관에서 이런 사업까지 하니 진짜 믿음이 간다. 식품첨가물이 주요원인 중 하나이니 덜 쓰도록 해 달라. 아이들이 입학 전 유치원 때부터 아토피 예방, 진단, 치료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거점병원을 가까운 곳에 지정해 달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쇼크성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대책 등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많은 포럼 등에서 여러 의료인들을 만나봤지만 한결같이 아토피의 근본적 치료는 불가능하고 유병율을 낮추는 방법도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과감한 정책은 성공을 거두며, 20%에 육박하는 아토피 환아들에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부모들과 소통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행정의 지향점이 무상급식 등 형식과 성과위주에 치우치지 않았나 되새겨보며 이제부터는 질과 내용 위주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의용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무더위, 선물시장에 팔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상기후니 지구온난화니 우려의 목소리만 높을 뿐 대책은 없어 보인다. 반면, 선물시장에서는 발 빠르게 반응해 기후변화 현상을 반영한 상품이 이미 거래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는 대표적인 난방지수(HDD) 및 냉방지수(CDD) 외에, 강수량 지수 선물 및 옵션, 허리케인, 적설량 등의 선물 및 옵션상품이 거래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난방지수와 냉방지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난방지수(HDD: Heating-Degree-Days)는 화씨 65℉(섭씨 18.33 ℃)에서 그날의 평균기온을 뺀 숫자로서, 화씨 65℉ 밑으로는 난방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화씨 65℉ 까지 높여야 할 온도를 의미한다. 평균기온이 화씨 65℉(18.3℃)를 초과하면 난방을 할 필요가 없고 이 때에 난방지수(HDD)는 0이 된다. 냉방지수(CDD: Cooling-Degree-Days)는 일일 평균기온에서 화씨 65℉를 뺀 숫자이다. 냉방이 필요한 온도를 화씨 65℉ 이상으로 설정해 화씨 65℉ 밑은 CDD 지수가 0이 된다. 예를 들어 2013년 11월5일의 온도가 화씨 50℉로 예상 된다면, 이 때 HDD 지수는 65℉에서 50℉을 제외한 15가 된다. 반대로, 8월5일의 온도가 화씨 90℉로 예상 된다면, 냉방지수(CDD)는 90℉에서 65℉를 제외한 25가 된다. 둘째,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기후상품으로 거래가 되며, 거래단위는 그날의 HDD 또는 CDD 지수에 20달러를 곱한 수치다. 2013년 11월5일의 온도가 화씨 50도라면, 이 경우 선물가격은 1거래당 (65℉ 50℉)20달러 = 300달러가 된다. 난방지수(HDD)의 선물거래월은 11월, 12월, 1월, 2월, 3월물에 추가적으로 10월물, 12월물이 거래되고 있다. 또한 냉방지수(CDD)의 선물거래월은 5월, 6월, 7월, 8월, 9월물에 추가적으로 4월물과 10월물이 거래되고 있다. 셋째, 대책은? 이제 날씨의 변화는 일상생활과 연관성이 높다. 날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기후변동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레저 및 음식업계의 수요로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물시장에 날씨관련 상품을 상장해 거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대보름날에만 더위를 팔 것이 아니라, 선물시장에 더위를 판매하자!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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