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품격(品格)있는 사람

1999년에 데뷔한 몽골 출신의 일본 스모계 최고 인기스타 요코즈나(橫網 천하장사) 아사쇼류(朝靑龍). 그는 스모계 입문 당시 체중 106㎏으로 스모 선수치고는 비교적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움직임과 거친 공격을 선보임으로써 침체되어 있던 일본 스모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03년 연속 6회 우승컵을 거머쥐며 스모계의 꽃인 요코즈나에 올랐다. 2005년에는 체중을 늘려 전승 우승 2차례를 포함해 1년간 84승6패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국기(國技) 스모계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품격에도 불구하고 아사쇼류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스모 선수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단정한 머리와 전통복장을 해야 하는데 그는 규율을 어기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외출을 하는가 하면, 경기에서 자신을 이긴 선수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급기야는 술에 취해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림으로써 2010년 2월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당시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요코즈나가 품격을 잃은 불미스런 일로 은퇴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흔히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성공이라는 야망을 가진 사람은 비정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해 마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그들 나름대로 지닌 독특한 ‘품격(品格)’이다. 국가 경영을 하는 정치가나 기업을 이끄는 CEO 그들만의 향기와 채취가 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한 예술가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한두 번만 만나도 대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품격 있는 사람’이라면 호감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처음에는 경계하다가도 일단 ‘품격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면 진정으로 그 사람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주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적극 나서서 축하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 각계에서 성공하고 인정받는 이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품격’인 것이다.

오늘 당신이 만날 사람이 일단 ‘품격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기분 좋은 만남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김영석 경기도 수원월드컵관리 재단 사무총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