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법률서비스 국제경쟁력 강화해야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하는,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황허 강의 신 ‘하백’이 처음으로 바다에 나와 그 끝없음에 놀라 탄식하자 북해의 신 ‘약’이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좁은 장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좁은 개울에서 나와 큰 바다를 바라보고 자기에 대해 알았기 때문에, 이제 더불어 큰 진리에 대하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며 작년에는 최초로 6억 달러를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부터는 법률시장 전면 개방이 예고되어 있다. 외국로펌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렇게 시장은 좁아지고 너도 나도 파이를 차지하겠다고 손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천명씩 배출되던 법조인의 수는 크게 증가하여 작년 한해에만 약 2천500여 명이 쏟아져 나와 법조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탄만 해서도, 그렇다고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귀를 막고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 국사를 배우면서 ‘흥선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행하지 않고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류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제 달라진 세상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안팎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담장에 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밤을 샌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화의 시기에 적극 대처하고자 수년 째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로 뛰고 있다. 세계변호사협회(IBA),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아시아변호사협회(POLA), 환태평양법률가대회(LAWASIA) 등 대표적인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한국의 법제도와 법문화, 법률서비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북한 인권문제, 일제피해자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세계 법률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한 해외 변호사단체와 교류해서 청년변호사 연수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세계 변호사단체의 호응은 매우 뜨겁다.

앞으로는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영국처럼 대사관, 행정부, 로펌, 변호사 모두가 나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대외경쟁력을 높여가는 모습이 부럽다. 작년에 대한변협은 상하이, 홍콩에서 법무부, 코트라와 공동으로 두 차례 해외설명회를 개최하였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보증이 더해져 한국 로펌과 법률서비스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함께 나서준다면, 무역수지 흑자 전환도 멀지 않다. 해외교류 확대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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