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humility)과 굴욕(humiliation)은 둘 다 같은 라틴어 어근(humilitas)에서 나온 말이지만, 겸손은 굴욕이 아니다. 또한 겸손은 낮은 자존감을 갖거나, 힘으로 억누르고 성취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학대를 받아도 아무 소리 못하는 발판 같은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겸손이란, 오직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자신의 자원을 사용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귀한 선택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겸손한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이다.
1930년대에 세 명의 청년이 디트로이트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들은 버스 뒷좌석에 홀로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남자를 모욕했지만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낯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명함을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고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갈 길을 갔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되고 난 후에도 루이스는 과거의 노예였던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자신의 미천한 시작을 결코 잊지 않았고, 챔피언으로서의 지위와 명예를 통해 자신이 얻은 것들을 되돌려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PBS(미국공영방송)의 권투 선수 특집에 따르면, 루이스는 잘못에 관대했고, 가족들에게 돈과 집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으며, 어린 시절 가족이 받았던 복지 기금을 디트로이트 시에 되돌려주기까지 했다. 물론 그도 역시 인생 후반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전무후무한 권투 성적만이 아니라, 겸손으로, 즉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으려 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을 지나며 수고한 우리 주변에서도 루이스 선수가 전 생애를 통해 ‘겸손으로 빚은 스포츠 미학’의 진리를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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