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100대 아시아 대학중 한국 대학의 위상

한국에 봄꽃이 만개하는 즈음 미국에서는 대학 입시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다. 대개 여러 곳에 원서를 내서 복수로 합격하기에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미국의 유수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 잡지(US News & World Report)의 랭킹을 무시하기도 그렇고 또 따르자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순위를 거스르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동시에 실리적으로 집 가까운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순위를 언론에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매년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결과를 놓고 의견도 분분하고 분석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수험생 부모들이 그 랭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각 대학은 동문을 비롯한 대학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순위 높은 대학이 되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는 일에 열심이다. 미국 대학의 랭킹은 너무 먼 이야기 같고, 한국 대학의 랭킹은 너무 그들만의 잔치 같은 생각이 든다면 최근에 영국의 권위 있는 고등교육전문평가기관(THE, Times Higher Education)에서 2013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아시아 100대 대학의 순위는 생각해 볼만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시아에 수많은 나라 중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을 하나라고 갖고 있는 나라는 불과 15개국뿐이다. 10개 이상의 대학을 가진 나라는 일본(22개), 대만(17개), 중국(15개) 그리고 한국(14개)뿐이다. 이들 4개국에 68개의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 평가는 교육여건, 국제화, 연구력 등 5개 부문의 13개 세부지표를 활용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대학의 기본 기능인 연구와 교육 그리고 산학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어 발표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주요 4개국의 대학 평균 점수 분포이다. 일본은 37.5점, 대만 30.6점, 중국 37.9점인데 비해 한국은 38점을 기록하여 4개국 평균으로는 1등이다. 물론 6개 대학이 포함된 홍콩(52.9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전반적인 수준이 아시아에서 이제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예견되는 재정 악화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자리 잡아 갈 수 있도록 정부는 실속 있는 정책을 알차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인하대학교는 이번 조사에서 아시아 91위로 국내 12위를 기록하였다. 김연성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경영학박사

[천자춘추] 단일민족 그 결과

2012년 6월23일 오후 6시36분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명을 넘어섰다. 어려워 보이기만 했던 5천만명 돌파는 출산율의 소폭 반등과 외국인의 유입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 분석이 나왔다. SBS스페셜의 조사 자료를 의하면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단일민족에 대한 의식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2%가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년 넘게 한국인의 기원을 연구해온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가 한국인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는 60%의 북방계와 40%의 남방계 여러 민족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복합민족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에도 결혼 이민자들이 있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중국과 일본인뿐만 아니라 만주 지역의 여진족과 동남아시아인 심지어 이슬람교도까지도 조선에 귀화해 생활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조선의 여인들과 결혼해 정착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 때에는 이들이 과거(科擧)에도 응시할 수 있었으며 시험을 통해 벼슬을 받기도 했다. 그중에는 고위관직에 오른 귀화인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10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순수혈통과 혼혈 같은 용어에 담겨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중고 교과서에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내용을 늘리고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민자의 법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 자녀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아이들은 13.8%로 파악됐다. 이들의 학교 폭력 문제도 심각했다. 구한말에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신문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남긴 기록에는 조선인은 원래 매우 선량(善良)하고 관대(寬大)하며 손님을 후대(厚待)하는 민족이라고 쓰여 있다. 올해로 한국 생활 18년인 오스트리아 출신 파란 눈의 한의사 라이문트 로이어씨는 침에 매료돼 한의학을 공부했고 자신의 70%는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꿈은 한국의 한의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한국은 그를 잠재적 한국인으로 활용하고 크게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외국인으로부터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듣는 이상은 그 대한민국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다. 최근 출간된 유엔 미래사회보고서를 보면 지금처럼 1.08이라는 최저출산율이 계속된다면 2800년에는 마지막 한국인이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 외국 인력을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원으로써 활용해야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후 홍 염 경기도 다문화가족과

[천자춘추] 사라지는 고향, 고덕국제도시

채플린이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 말은 늘 농촌인 내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한적한 전원생활로 보이는 농촌의 순수함 속으로 한 발만 들여놓으면 곧바로 저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농군이 부지런하다는 말은 오해다. 그들이 씨를 뿌리고 나면 씨앗들은 어김없이 싹을 틔우게 되는데, 농군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씨앗들의 시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비료를 줄 시기가 오고, 필요에 따라 농약을 뿌리고, 잡초가 올라오면 제거해야 한다. 그들의 하루는 자발적이라기보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농촌인 내 고향이 싫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강제성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 오는 건 왜일까. 내 고향마을에는 이제 고덕국제도시가 들어서게 되었고, 원주민인 우리는 떠나야 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 담장에 낙서하면서 한글을 배우던 곳, 학교를 다니며 도회지를 떠돌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돌아와 정착했던 내 정서적 자궁인 이곳, 칠십 평생 해온 농사일 때문에 주민등록증 갱신할 때 지문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던 아버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기 싫어 한숨 쉬며 지내는 곳, 지도위에서 곧 사라질 내 고향. 일주일 전, 나는 고향의 봄을 사진에 담았다. 바라보기 사진가모임에서 사라지는 고덕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계신 덕에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원인 이은숙씨는 손수 만든 수많은 보따리를 가져와서 고향을 떠나는 주민들이 보따리를 싸는 심정을 정성껏 표현했다. 셔터를 누르며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움마저도 꼭꼭 눌러야 했다. 빈집의 서까래는 이미 내려앉았고, 백 년은 족히 반질거리게 닦았을 마루 위에는 뽀얀 먼지가 켜켜이 앉아 있었다. 마을을 지키던 사당과 오래된 저 고목도 이제 국제도시의 건설 아래 스러질 것이다.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 저항하지 않는 게 국민의 도리다. 그러나 이런 신도시의 건설이 어떤 기관의 배를 불리는 영리 목적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따라서 이곳의 원주민들이 대책 없이 이삿짐을 싸지 않기를, 혹여 거리로 내몰려서 국가를 원망하며 기로에 서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 그래서 새로이 태어날 고덕국제도시가 세계평화에 기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고향을 등지는 원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한 지 수 소설가

[천자춘추] 아래로부터 의견 수렴하기

최근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모든 정책이나 사업결정에 주민참여는 기본적인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의 도시계획 시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필수사항이 됐다. 도시기본계획, 여성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 조성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도시계획 마련에 있어 관 주도의 위에서 아래로(top-down) 추진방식보다는 시민들의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방식(bottom-up)이 활용된다. 이는 도시계획정책이나 사업의 질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민원도 감소하며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에서는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를 열고, 모니터링단이나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경기도의 A시를 대상으로 고령친화도시 관련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회원 중 고령자인 30명을 현장조사 요원으로 선발하여 관련교육을 실시하고 약 2주간 도시 곳곳을 직접 걸어다니면서 점검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점검표에는 양적인 점수도 매길 수 있고 직접 기술도 할 수 있게 했다. 현장조사 요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현장점검을 직접 나서고, 오후 2~5시 조별로 모여 오전에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조사지를 작성하고 사진자료를 첨부하는 등 문서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루 일정을 짰다. 2주가 지나서 회수한 점검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문가의 현황분석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지역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지역의 안전성과 편리성에 대한 실태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필자는 결과를 토대로 보다 실효성 있는 고령친화도시 수립 관련 정책제언을 할 수 있었다. 현장조사가 끝난 후 요원 몇몇 분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처음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이 아르바이트거리 정도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무심코 지나치던 우리 동네의 거리와 차도를 이제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아울러 내가 사는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고도 하였다. 관이 주도하여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정책 및 사업운영 방식에 비해 주민들의 의견을 아래로부터 수렴하여 진행하는 정책수립 방식은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궁극에는 민관이 모두 만족할 수 있고 따라서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한류식(韓流式) 비빔밥 예찬

일 년에 한두 번 업무관계로 해외를 나갈 때 국제선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때마다 필자는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선택하는데 기내에서 나오는 비빔밥은 대체로 소고기비빔밥인 경우가 많다. 비빔밥은 한국의 전통음식이지만 기내식 메뉴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대한항공 기내식 비빔밥은 1998년도 국제기내식협회(IFCA)에서 머큐어리상(mercury 賞)을 받았고, 2012년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ITB, Internationale Tourismus Boerse)에서 참가하여 600인분의 비빔밥이 30분 만에 동이 났다고 한다. 국내항공 이외에도 외국항공사에도 기내식으로 비빔밥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빔밥은 세계인의 음식이 되어 갔고, 일본인에게는 비빈바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더 이상 비빔밥은 한국인만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국제적인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에 비빔밥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비빔밥의 유래도 잘 모르고, 비빔밥을 사랑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비빔밥 전문점이 생기고 있기는 하지만, 피자전문점, 돈가스전문점들처럼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우수한 음식이며 과학적인 한국의 비빔밥이 종주국 위상에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 미국 외식업체 대표 체인업체는 물론이고 유명셰프까지 비빔밥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비빔밥의 세계화 초기단계에서 주도권을 외국업체에 빼앗기면 종주국 위상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식 세계화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한식보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식 세계화의 선두에 있는 비빔밥을 세계인보다 앞서 우리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식 중에 비빔밥의 레시피를 연구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비빔밥 맛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국경 없는 햄버거처럼!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비빔밥과 인도인들이 좋아하는 비빔밥, 그리고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비빔밥 음식재료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특징을 가진 비빔밥 개발을 해야 한다. 세계는 음식산업을 다른 산업에 비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성장성이 더욱 두드러져 세계시장을 식품시장이 선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 한국도 세계음식시장의 흐름으로 예견하고 있는 만큼 세계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를 집중하여 세계 식품시장을 확대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임재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광화문은 거기 있었다

목덜미를 파고들며 얄궂게 굴던 꽃샘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새벽에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풀내음에선 봄 향이 짙다. 하루가 다르게 툭툭 터뜨리는 꽃 행렬은 일터로 나가는 발길을 흔들고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으로 축복받은 계절이건만 한국의 4월은 장엄하다. 계엄령, 유혈, 부패를 떠올리는 419혁명이 올해로 53주년이다. 그해 4월도 이처럼 아름다웠으련만. 돌멩이 하나에서 풀잎에 이르기까지 봄볕은 지금처럼 충만했을 텐데 4월의 광장은 젊음 불태운 피비린내의 우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2년 전 이맘때쯤으로 기억된다. 故 이영훈 작곡가를 추모하기 위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보았다. 공연을 보러 가는 내내 덕수궁 돌담길과 광화문 광장의 달콤한 아이스크림빛깔 연가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국가의 부패에 맞선 젊은이들의 죽음과 고문을 소름끼치는 전율로 풀어냈다. 극은 민주화라는 큰 틀 안에서 민족의 수난사를 노래에 담고 시대의 아픔과 사랑을 버무려 하나의 긴 이야기로 녹여냈다. 극 중 현우와 상훈이(故이영훈의 캐릭터, 윤도현분)는 의리로 다진 선후배 사이로 여주라는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놓인다. 후배 현우는 친형 같은 상훈이가 여주를 맘에 두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여주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상훈이는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현우는 여주에게 끌리는 사랑의 감정 이외의 모든 면에서 상훈이에겐 충성을 다하는 후배이다. 옥중에서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민중가요 작곡가인 상훈이를 보호하기 위해 죽을 만큼 매를 맞으면서도 상훈을 숨겨준다. 광화문은 민주화를 위한 두 청년의 우정을 죽을 각오로 몰매를 맞거나 평생 가슴앓이의 사랑을 포기하는 의리로 거듭나게 했다. 여고 때 떡볶이집을 찾아 철없이 누비고 다닐 땐 광화문의 아픔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날 공연을 본 후 다시 보니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속으로 삭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숙연해졌다. 엊그제 세미나가 있어 시청역에 갔다가 사랑스럽게 떨어지는 벚꽃에 밀려 광화문까지 걷게 됐다. 민주화 운동의 광장으로, 연인들의 거리로, 국가 대소사의 중심지로.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광화문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이 미 숙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천자춘추] 함께 즐기는 체육을 위하여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등록 수(2011년 기준)는 지체, 지적 장애 등 15개 유형에 251만9천241명으로서 전체인구의 약 5%에 해당하며, 추정장애인 수 대비 약 93.8%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장애인의 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장애인은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밖의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체육 활동의 차별금지 조항(25조)이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2013년 현재 장애인체육조직을 보면 법정법인인 대한장애인체육회와 그 산하 전국 16개 시도 장애인체육회 그리고 27개의 가맹단체 및 8개의 인정단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311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 장애인체육 활동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에 출전하여 종합순위 12위(메달 27개)를 기록했다. 올 초에는 111개국에서 약 1만1천여명 선수들이 참여한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으며,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책적으로 장애인 생활체육교실 및 동호인클럽,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각종 장애인생활체육대회 지원 등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장애인체육의 활성화를 이루기에는 미흡한 상태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10년부터 국가 및 인구 50만명 이상, 2012년부터 인구 30만 명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체육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2011년 기준 50만명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체육시설의 편의시설은 54.6% 정도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2012년 비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51%였으나 장애인생활체육 참여율은 14%에 불과하였고, 비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지원은 2천212명인 반면에 장애인체육지도자는 190명으로서 비장애인 대비 약 8.6%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3년 장애인체육 육성 기금 및 예산이 지난해 대비 19.8% 증액하였으나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 함께 더불어 즐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의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손석정 남서울대학교 스포츠 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근로자 퇴직금 중간정산이 특정사유를 제외하고 금지되면서 사업주의 부담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하지 못하고 쌓여만 간다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일부 금액을 충당금 형식으로 별도 보관한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바로 경비처리가 안 되므로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자 퇴사사유 발생 시에 지급하는 방법이겠지만 위와 같은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라면 법령에 따라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부담금 납입액 전액이 손비로 인정되어 세금 절감 효과가 있고, 목돈이 필요한 퇴직일시금 지급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달 적은 금액을 적립할 수 있다는 점이 사업주에게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는 사업장의 도산, 파산 시에도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안정적 수익을 통해 퇴직소득이 극대화되며, 근로자가 임의로 추가 납입이 가능하여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입 및 운용방법이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들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고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에 한하여 퇴직연금 가입과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퇴직연금 컨설팅 요청 시 담당자를 파견하여 사업장에 맞는 퇴직연금제에 대해 안내하고 있으며, 일반 금융권의 퇴직연금상품보다 운용관리 수수료가 저렴하다. 다른 방법으로는 공인노무사에게 상담을 받아 현재 사업장에 알맞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것을 권한다. 사업주의 자금운용상의 문제로 당장 퇴직연금가입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근로자들과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많은 이유로 사업주는 사업장에 적당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간단한 상담이나 컨설팅 의뢰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근로자 퇴직급여는 2012년 12월1일부터 모든 근로자가 1년 이상 계속근로를 한다면 받을 수 있는 급여이기 때문에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반드시 줘야 한다. 그에 따라 발생한 부담감을 최소화하면서 근로자에게는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전문가와 함께 모색하는 것을 권장한다. 서진배 공인노무사 손해사정사

[천자춘추] 의료비 걱정없는 ‘국민 행복시대’를 소망한다

누구나 한두 번의 좌절은 맛보기 마련이지만 인생은 그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은 좌절을 맛보면 앞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다. 도중에 잘못되어도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면 되지 않는가. 중년수업이라는 책에 쓰인 말이다. 새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맞춤형 고용ㆍ복지 등 5대 국정목표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 실직자 보험료 부담 완화,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이 골자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건강보험 전반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주 공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지역의료보험 전환 시 요금폭탄이 두려운 명퇴예정자라고 본인을 밝힌 한모씨는 20여년 근무한 직장에서 4월에 명퇴할 예정이다. 퇴직 후 본인 보험료를 따져봤더니 35만원이었다고 했다. 연봉 1억을 받고 있습니다. 매달 25만원을 공제하던데 다음 달 실업자가 되면 35만원을 내야 하더군요. 이런 보험료체계를 누가 만들었는지 한심합니다. 1년 동안 직장 수준으로 보험료를 낼 수 있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퇴직 후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25만원도 부담됩니다. 건강보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새 정부는 공약 중 하나인 실직자보험료완화를 위해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실직은퇴자의 건강보험 특례적용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 5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실직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하여 임의계속가입제도(한시적 직장가입자격을 유지)를 운영 중이나 그 간 1년의 짧은 적용기간에 대해 많은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임의계속가입 적용기간이 2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실직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 우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천자춘추] 특별한 자랑특허성적 1위

작년 이맘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의 초청을 받아 특별강연을 하였다. 강연에 앞서 ETRI에서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된 사례를 중심으로 외부인을 위해 꾸며 놓은 전시장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의 모멘텀 일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떠나려는데 조금 특별한 사진을 한 장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는데 금방 컬러로 프린트해서 종이 액자에 넣어 주는데, 가까이 보면 얼굴의 형상만 보이고 좀 떨어져 보면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이는 그런 사진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제주도 어떤 전시장을 가보니 그와 같은 사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돈을 주고 촬영을 하는 것을 보면서 기술의 상업화 성공 사례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성적표가 있다. 기술 분야 특히 특허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성적표도 있는데, ETRI의 2012년 실적을 평가해 보니 당당히 1등이었다. ipIQ라는 미국의 특허정보컨설팅 업체가 발표한 2012년 미국특허 종합평가 중 혁신성과(Innovation Anchor Scorecard) 부문에서 세계 1위는 ETRI라고 되어 있었다. 전 세계의 연구소대학정부기관 등 237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에서 대만의 ITRI(Industr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6위),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9위), 미국의 NASA(30위) 등 연구소는 물론 미국의 MIT(2위)나 스탠포드대(4위), 중국의 칭화대(5위) 등을 모두 제치고 ETRI가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저 특허가 몇 건이라는 양적인 지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의 성과인 특허의 질적 지표도 함께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주로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등록건수(Patent Granted)와 특허의 산업 영향력(Industry Impact), 해당 기관의 기술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혁신주기(Innovation Cycle Time) 등을 점수화해서 순위를 낸 것이라고 한다. 특허를 만들어내고 그 특허를 상품화하여 지역의 경제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사례에서 잘 알고 있다. ETRI는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기관이라고 하면, 각 지역의 대학은 그 지역 혁신의 원천을 제공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대학은 보다 현장에 더 다가갈 수 있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박사

[천자춘추] ‘수요감응형’ 101번 버스의 행복

사무실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한두 분이려니 짐작했는데 20명이나 기다리고 계셨다. 전날 약속한 주민들과의 상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매일같이 지역구인 와동을 거쳐 반월공단까지 오고 가는 101번 시내버스. 첫 버스의 출발시각은 첫 정류장에서 새벽 6시15분. 사무실을 찾은 분들은 첫차로 매일 공단에 나가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월 80만원을 버는 3교대 계약직 근로자들이었다. 문제는 첫차를 타도 출근시각에 제때 도착 못해 매번 지각을 하게 되고, 5분만 늦어도 30분 품삯을 월급에서 떼이는 게 서럽고 억울하니 해결책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새벽이니까 신호등을 좀 무시하고 달리면 안되냐, 예전엔 지각하는 일이 없었는데 첫차가 늑장 부리는 것 아니냐 등등. 금세 사무실은 시끌벅적 각종 해법이 난무하는 토론장이 돼버렸다. 듣고 있자니 아무리 새벽이라고 준법운전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첫차를 10분 당기자니 하루 전체 운행시간을 줄줄이 당겨야 해서 다른 승객들에게는 혼선이 올 테고 딱한 일이었다. 고심 끝에 안산시로 하여금 버스회사가 이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주문했더니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4월부터 버스 1대를 추가로 투입해 정류장도 앞당겨서 첫차보다 10분 빨리 일종의 번외 버스(?)를 운행하겠다는 해법이었다. 며칠 후 간간이 문자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101번 첫차 손님들께서 하~하! 호~호! 하십니다. 101번 첫 버스의 행복은 이처럼 승객들의 수요에 감응하는 것에서 찾아왔다. 안산시와 경원여객이 셔틀버스도 없는 영세업체에 출근하는 가난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마음을 써준 결과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도심 시내버스가 고정노선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은 다양한 방식의 수요대응형 버스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다수 승객의 요구에 따라 노선이나 시간을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물론 지정된 정류장을 반경으로 일정한 거리까지 노선을 변경해 문전수송(door-to-door)까지도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교통복지를 적극 도입해야 할 때가 됐다. 시내버스 실수요를 조사해 탄력노선제를 운영하는 등 노약자, 장애인, 저소득층 직장인 등 교통 약자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수요감응형 버스를 많이 도입하는 것이다. 101번 번외 버스가 수요대응형 버스서비스를 촉발시키는 첫차가 되길 기대한다. 양근서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황사, 과연 중국만의 책임일까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벚꽃놀이도 가고 예쁜 봄옷도 입고 정말 즐거운 계절인데 흠이라고 하면 점차 심각해지는 중국발 황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한번쯤 중국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라고 비난하곤 한다. 과연 황사바람의 발원지인 중국은 어떤 입장과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일본은 피해자이고 중국은 가해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 자전거나 이륜차를 교통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중국인에게 황사는 상당히 불편하다. 중국의 관리 소홀 책임도 분명히 있다. 특히 산업화가 활발했던 90년대 후반까지 중국 정부는 위법한 방목, 벌채, 농경을 방치하고 국영ㆍ민간기업의 무분별한 환경훼손을 모른 척 하는 등 황사의 발생 및 피해 확대를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8년부터 중국은 생태환경이 점차 악화되어 가는 추세를 완화시키고, 자연환경의 이전 모습으로의 회복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태환경 건설 50년 계획(2000~2050년)을 수립하면서 2003년에 통과된 정책안으로 앞으로 10년간 125억 달러가 투입되어 시행될 계획이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추진되었던 서부지역 대개발 사업분야에서는 생태환경 복원을 인프라 확충과 동시에 최대한 친환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웃국가인 한국, 일본은 두 나라와 손을 맞잡고 황사문제 해결하기 나서고 있다. 우선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국은 중국과 협의하여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하여 황사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보능력을 높이고 있으며, 황사 발원지의 중심이 내몽고 쪽의 조림사업에 중점들 두고 있다. 일본 역시 지구환경기금, ODA자금을 활용하여 토양유실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을 실사하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NGO의 녹화사업을 지원하며, 신강위구르자치구의 사막녹화사업, 내몽고 자치구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방풍림 조성활동 등도 지원하고 있다. 사막화의 요인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매우 크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수만 가지 이유는 한 국가 때문인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사용하는 석유와 숲이 사라져 가면서 온실가스의 전체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황사는 꼭 그 발원지가 있는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다. 황사는 전 세계의 문제이 인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지역적 요인의 영향도 크고 개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시 된다.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깨끗한 지구를 우리의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 후 홍 염 경기도 다문화가족과

[천자춘추] 운전할 때 모습이 삶의 자세 닮았다면

운전을 할 때는 여섯 대의 차량을 동시에 운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운전하는 차량과 앞차 두 대, 그리고 양쪽 옆의 차량 두 대와 내 뒤를 따라오는 차까지 여섯 대를 말한다. 내 앞의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앞차의 유리창을 통해 붉은 브레이크 등이 보인다. 그 순간 내 발도 브레이크 페달 위로 올라가야만, 나를 따라오는 뒤차로부터의 방어운전이 가능해진다. 앞의 앞차까지 봐야 하는 이유다. 이 세상이라는 도로를 달리면서 오로지 내 차 한 대만 운전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가진 적은 없는지 문득 나를 돌아본다. 바로 옆을 달리는 차량 두 대를 의식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내 앞뒤의 차량 또한 너무나 중요한 길 위의 동료로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다. 오래전부터 나는 그 각각의 차량이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차들이 내게는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는 것이다. 어떤 차(사람)는 덩치만 크고 융통성 없어 보인다. 앞으로 조금만 움직여주면 뒤에 선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막은 채 비켜주질 않는다. 어떤 차(사람)는 아예 도로법규를 위반하면서 내달리다가 사고를 일으키고는 교묘히 법망 안으로 숨어든다. 또 예고도 없이(방향등도 켜지 않고) 끼어들어 사람을 놀래키는 얄미운 차(사람)가 있는가 하면,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앞차의 꽁무니에 바싹 붙어서 으르렁대는 차(사람)도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좋은 관계를 신선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조바심에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것은 열정도 아닌, 한낱 욕심일 뿐이다. 어느 겨울 늦은 밤, 지방에서 올라오던 길이었다. 고속도로가 군데군데 빙판이었다. 그리고 터널을 통과하기 1㎞ 전부터 완전한 빙판길이 시작되었다. 내 앞뒤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에서 한 대라도 지금의 속도를 벗어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나는 앞뒤 차들을 흘깃거리며 가던 속력에서 변화를 주지 않고 계속 같은 속도를 유지하느라 기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터널로 들어선 순간, 진한 감동으로 코끝이 매워 오는 것을 느꼈다. 일렬로 늘어선 그 수많은 차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은 속도와 똑같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빙판인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로 장엄한 순간이었다. 한 지 수 소설가

[천자춘추] 여성친화도시에 거는 기대

최근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문제가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다. 새 정부도 성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추진 본부와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발족시켜서 민생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일찍이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캐나다의 경우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는 일몰 후에는 버스정류장 사이라 해도 여성승객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가까운 곳에 정차 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어찌 보면 작은 배려이겠으나 이러한 사소함이 모이면 사회적 약자들의 안전은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란 과연 무엇일까. 근대 이후 우리나라의 도시정책은 성장과 효율성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도시의 외형은 크게 성장하였으나 범죄나 환경과 같은 각종 도시문제 또한 심각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도시정책은 사람 중심적이고 인간친화적인 도시, 즉 주민의 삶의 질을 함께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의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란 이러한 사람중심, 인간친화적 도시와 일맥상통 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평등이 없는 도시구조인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친화도시를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와 혜택의 분배를 보장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성별차이가 없도록 하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여성을 배려한 무장애공간이라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인종이나 성별 연령에 대한 차별 없이 교육받고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시민권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역 정책을 수립하고 전개하는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그 혜택이 남녀 모든 주민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한다면 궁극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여성친화도시의 전략이다. 김포신도시가 개발될 때 이미 2006년 도시개발계획에 대한성별영향평가가 실시되었고, 그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하여 대구, 수원 광교 등 신도시 개발시 여성친화가 큰 이슈가 되었다. 앞으로 각 지자체가 도시정책을 수립할 때 지속 가능한 여성친화적 도시발전전략을 기반으로 한다면 압축적 도시화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면서도 도시화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여성친화도시가 도시 하드웨어의 개선이라는 외형적 성과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그날을 기대한다. 김 영 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서해안 궁평리의 화려한 변신

서해안 궁평리는 직장 초임시절 직장 야유회나 가족들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높아서 자주 가본 적이 있다. 궁평리 해변가는 시원하기도 하고 서해의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지인들과 솔밭에서 자리 펴고 치던 고스톱이 그리워지고, 육각형 정자휴게소의 노래방에서 박수치며 부르던 잡초, 해변의 여인도 구수하고 정겹던 곳이 궁평리 서해안이었다. 해가 산마루에 걸치고 석양에 물든 구름은 용상을 하며 하늘로 솟는 사자 모습을 한 모양이 정말 멋있었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억이 지금도 잔상으로 남아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어 가고픈 곳이 서해안 바닷가이다. 그때만 하여도 전형적인 시골지역이라 모래사장과 해변가의 해송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져 햇볕을 가려주고 도회지 사람들에게 여름철 휴식처로 안성맞춤인 곳으로 인식되었다. 서해안 궁평리 일대가 90년부터 화옹지구 간척지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현재는 우리 농업을 규모화시키는 등 안전 먹을거리 제공은 물론 신성장동력 산업화 장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미래의 농업인 블루오션 산업단지(말), 첨단유리온실단지(화훼), 레저단지, 관광산업단지, 연구단지 등 약 1천㏊의 규모로 신복합농업단지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 서해안의 발전전략은 경기도를 서해안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지식기반 서비스, 관광, 해양레저산업 등을 발전시키고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출진흥지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한 10~20년 후 경기도 10대 유망미래산업으로 생명산업, IT융ㆍ복합산업, 녹색산업, 디스플레이산업,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산업, 지능형로봇산업, 소프트웨어산업, 차세대반도체산업, 고령친화산업, 해양레저산업이 꼽혔다. 각 유망미래산업의 경기도내 적합지를 찾아본 결과 해양레저산업 및 녹색산업은 서해안권역으로 나타나 앞으로 서해안 지역을 새로운 융복합 농산업단지를 주축으로 하여 지역경제를 보다 활성화시킨다면 앞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창조적 먹을거리는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해안 궁평리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서쪽으로는 중국과 동아시아라는 커다란 무대를 향해 시동을 걸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희망의 현장이자,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임재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고쳐줄게요”

여섯 살 난 어린이는 하루에 300번, 정상적인 성인은 17번. 웃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다. 백만 불짜리 미소, 살인미소, 젊은미소 웃음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싱그럽다. 정작 매일 17번조차 웃었던가? 마지막으로 미소 지었던 때를 더듬어 보니 3일 전쯤인가 보다. 꽃이 이토록 관능적이어도 되는가하는 생각에 바쁜 걸음 잡아놓고 바라보는 동백꽃. 아직도 더러 남아있는 꽃샘추위 심술에 고뿔 날려버릴 날 없이 달고 살지만 봄의 정령 앞에서 붉은 입술 추워서 내어 준다는 김동인의 시 한 구절 떠올린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느 봄비 촉촉하던 날 처음 내어주고 설레던 입술 생각에 마음속 부끄러운 미소가 새어나온다. 역시 행복한 미소다. 점점 웃을 일 없어지는 요즘 두고두고 꺼내보는 감칠맛 나는 추억 다 모아도 입가를 생글거리게 만드는 일 어디 이만한 게 있으랴. 웃음에 인색해지는 어른 되고 보니 선조 때부터 인정했던 웃음 관련된 속담이 맘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一笑一少一怒一老 웃는 문에 만복 든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얼굴 침 뱉으랴 웃음만큼 소통이 잘되는 비언어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도 드물다. 얼굴표정, 눈빛, 제스처 등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삼는 신체 언어(body language)도 중요한 비언어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이다. 무성영화 찰리 채플린을 보면서 누구나 웃을 수 있는 것도 비언어 덕분이다. 이도 저도 다 차치하고 시인 정지용은 이렇게 읊었다 웃지요 이왕 웃을 거 확실하게 그냥 웃자는 말로 들린다. 웃음이 만병통치의 명약이라는 의미를 그날 동백꽃 아래서 배웠다. 동백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고운 햇살을 받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다가가 물었다. 너희는 이담에 뭐가 되고 싶어?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듯. 한 아이가 답을 준다. 뭔가 어떤 거를 사람들 웃기고 신나게 하는 거 같은 거요. 이 아이 눈에 어른들이 얼마나 웃지 않았으면 이런 꿈을 가졌을까 싶어 한 마디 더 물었다. 너무 너무 힘들어서 웃음을 아예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 4살 난 여자 아이가 활짝 웃어 보이며 속삭인다. 다 이렇게 웃으라고 가르쳐서 고쳐줄게요 이 미 숙 ㈔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천자춘추] 체육은 복지다

근래 우리사회의 화두는 단연 복지이다. 사회복지, 노인복지, 체육복지 등 다양한 복지용어가 쏟아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서 복지(welfare)란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건강은 복지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노인인구 구성비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이다. 사회고령화의 원인으로는 평균수명 증가와 출산율 저하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의료비 지출과 만성질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국가에서는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을 제정함으로써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통계연보(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상 65세 이상의 노인의료비는 15조3천768억원으로 전체 의료비 46조2천379억원의 33.3%를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의료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료비 증가는 점차 사회문제화되면서 국민건강과 의료보험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질병치료 중심에서 예방을 위한 건강증진 중심으로 정책방향이 바뀌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2008년)에 따르면 스포츠 참여율 50%시 연간 의료비 절감효과는 1조4천억 원에 달하며 개인이 스포츠 활동으로 월 4만원 지출 시 건강증진 효과는 월 32만9천 원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의료비를 절감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복지수단은 스포츠임을 알 수 있다. 작년 서울시에서는 스포츠는 시민 건강과 행복을 지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복지수단 중 하나임을 선언하고 서울시 2020 체육정책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였다. 또한 국가에서도 국민체력100 사업을 올해부터 전국 14개소에서 시행키로 했다. 국민체력100 사업은 자신의 체력수준을 알고 체력증진을 희망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체력상태를 과학적 시스템에 의해 측정평가 후 맞춤형 운동처방 및 상시체력관리를 지원하는 대국민 체육복지 서비스사업이다. 참가하는 모든 국민에게는 무료로 체력수준 측정 및 개인별 맞춤형 운동처방, 온라인 기반의 운동동영상 서비스가 제공된다. 측정항목은 신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 그리고 6가지 체력측정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8주 과정의 체력증진교실도 운영되고 있다. 이제라도 체육 복지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건강한 100세 시대를 대비하면 어떨까요? 손 석 정 남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천자춘추] 오해하기 쉬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조건

일반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직접 접할 경우가 드물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제도를 이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으로 정하여 기준을 잘못 알고 오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기준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주40시간제는 주5일제이다? 물론 대부분 사업장이 1일 8시간 근무를 하므로 5일간 근무를 하면 주40시간제를 충족하게 돼 흔히들 그렇게 표현을 하나, 사업장의 업종에 따라 부득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근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근로기준법에서도 주40시간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5일 근무를 모든 사업장이 실시한다고 하면, 주말에 아픈 사람은 병원을 이용할 수도 없을 것이고, 주말에 쇼핑도 갈 수 없으며 심지어 가족들과 놀이동산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인 요청에 따라 근로시간은 줄였지만, 실생활의 여건을 고려해야하므로 법과 제도의 절충점으로 주40시간제를 택하고 주5일제를 버린 것이다. 또한 반드시 1주에 40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장근로에 대하여 서면합의를 하여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근로를 실시하거나, 주 20~30시간 등으로 단시간 근로를 실시할 수도 있다. 근로기준법은 각각의 사업의 특성까지 고려해 정하기 때문에 한 가지 조항만 가지고 생각해서는 아니한다는 뜻이다. 둘째 빨간 날(법정 공휴일)은 유급휴일이다? 아쉽게도 이 부분도 잘못 아는 상식 중의 하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일 만근 시(소정근로일 만근)에 1일의 주휴일을 주고 있으며,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매년 5월1일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보고 있다. 즉, 법정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들이 적용대상이지 일반 사기업 근로자는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유급휴일은 매주 일요일(달리 정할 수도 있지만)과 1년에 하루 즉, 근로자의 날만이 유급휴일이 된다. 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한 시원한 바캉스도 연차유급휴가를 이용해서 가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법정 공휴일을 유급으로 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는 사측과 근로자 측이 협의해 약정유급휴일을 지정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의 기준을 따르고자 한다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 연차유급휴가를 법정 공휴일로 대체할 수 있다. 서 진 배 공인노무사 손해사정사

[천자춘추] 고객의 품격

흔히 고객만족을 말할 때 고객은 왕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고객이라고 다 같은 고객이 아니며, 고객에도 격이 있다. 고객이 정말 왕이라고 믿고 폭군처럼 군림하려고 하는 잘못된 태도는 사실 범죄에 가깝다. 최근 고객만족의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하여, 고객이 중요한 만큼 직원도 중요하며,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서비스의 황금표준을 제시한 리츠칼튼호텔의 모토는 우리는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이다. 고객을 존중하는 동시에 직원도 존중받아야 하며, 아무리 부유한 고객일지라도 직원들에게 무례하게 대한다면 회사 리더가 다른 호텔로 옮기도록 권한다고 한다. 이 모토에는 무례한 고객으로부터 경영진이 직원을 보호할 것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최근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악성 민원인에 대해 4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또한 경기도 콜센터에서도 10명에 대해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한다. 그간 공공기관에서는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이 욕설, 폭언, 과도한 요구를 하더라도 소극적 대응을 보이던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점차적으로 악성민원 근절 및 직원 인권보호 차원에서 블랙컨슈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고객센터 상담사 1천276명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최근 1년 내 언어폭력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상담사는 96.6%이며, 43.3%가 월 1~2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의 주요 유형은 욕설, 인격 모욕, 협박, 성희롱 순이며, 인격적 모욕을 받았을 경우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응답했다. 언어폭력 피해 시 퇴사 결심(35.6%)이 가장 많았고, 식욕저하 및 소화기능 저하(22.1%),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20.1%) 등 신체적 질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익명의 상담사는 언어폭력시 고객이 그전에 화가 난 일을 저에게 이유없이 화풀이하는 듯했고, 인격적 모욕, 부모와 관련된 욕설까지 하며 한 시간 가량 괴롭히는데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상담사 인권보호를 위해 공단은 언어폭력 등 불량고객 전담상담팀을 신설하여 특별관리할 예정이며, 언어폭력 고객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구체화한 고객센터 운영지침을 마련 중이다. 요즘은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넘어서 우스갯소리로 고객졸도, 고객사망까지 외치고 있는 시대이다. 우리는 서로 누군가의 고객이며 고객만족을 요구하는 만큼 고객 스스로 왕으로서의 품격도 높여야 할 때이다. 조 우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얼굴에 금칠하기

1994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한중일미 4개국 친선 고교 야구대회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게임에 시구를 당시 LA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 선수가 한다고 해 그 지역 인근에 사는 많은 교포와 유학생들이 야구장을 찾아 모였다. 게임은 흥미진진했고 8대 7로 한국이 이겼다. 기뻐 눈물을 훔쳤다. 만세 소리와 환호를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에 필자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교포들의 일제차를 보면서. 그 후 몇 달 후 품질경영 수업 시간에 J.D.Power사에서 조사한 자동차 초기 품질지수 점수에 대한 분석과제를 하면서,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국의 자동차 품질은 거의 최하위 수준인 데 비해 일본의 자동차들은 거의 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채 20년도 지나기 전에 한국의 자동차는 지난날의 형편없는 품질 수준을 벗어나 일본차에 버금가는 또는 더 앞서는 품질수준을 달성했다.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값싸고 품질 나쁜 자동차가 아니라 제값 받는 품질 좋은 자동차가 된 것이다. 최근 미국 유수의 경영컨설팅 회사가 발간한 자료에서, 현대차그룹은 역량을 잘 발휘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극찬을 하였다. 보다 나은 품질(better quality), 스타일 좋은 디자인(stylish design), 그리고 명석한 마케팅(clever marketing)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 첫 번째 요인이 품질이며, 경영자가 품질을 강조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하여 이러한 좋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그 달성 정도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활동을 여러 기업에서 하고 있고 또 그 결과 좋은 성과를 달성한 경우가 우리 주위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기업을 발굴하여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J.D.Power사는 오래전부터 자동차의 품질을 측정하고 평가하여 발표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해마다 분야별로 어떤 자동차의 품질이 가장 좋은지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자동차를 평가할 때 주로 참조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중에서도 1위를 달성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얼굴에 금칠하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경쟁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계속 금칠하는 기업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김 연 성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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