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전자파에 대한 기초 건강상식

지난달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과한 법률안, 이른바 송주법(안)이 통과됐다. 경기도는 위 법률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국 송전탑 건설 및 보상 관련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송전탑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지역이자 설치 관련 보상이 미완료된 건수가 제일 많은 지역이다. 내 땅 위에 초고압송전선이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다. 송전탑을 둘러싼 여러 쟁점과 갈등의 출발점이다. 특히 보상기준과 범위 산정의 조리개이다. UN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1999년에 전자파를 발암인자 2등급으로 분류해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고, WHO에서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전자파 노출에 대하여 건강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연구를 수행했다. TV 퀴즈프로그램에 참석해 전자파가 인체에 대해 유해한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니다라는 표를 자신 있게 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건 기초 건강상식이기 때문이다. 송전탑 등과 관련한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97년에 선고된 경기도와 관련된 소송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전력공사가 용인시에 325㎸의 송전선과 송전탑을 건설하려고 하자 그 일대 토지소유자가 그 시설로 인한 환경피해를 주장하며 송전선로건설사업승인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은 토지소유자들의 패소로 끝났다. 법원은 전자파의 영향으로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배척했다.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초고압송전선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아니고, 관련 논문의 제출만으로 입증이 어렵다면 정부와 국회가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 충분한 역학조사에 기초하여 법률이 만들어지고 보상이 집행되어야 국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이 보장된다. 이른바 송주법(안)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자의적인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재원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인에 대한 직접 보상 수준 현실화와 잔여지 보상에 관한 개정작업을 외면하면서도 뜬금없이 주변지역에 대한 간접보상을 홍보하고 있다. 객관적 조사 없이 공사강행을 위해 만들어진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먼저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선행하고, 국민의 상식과 재원조달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오도환 변호사

[천자춘추] 일상적 관행에 대한 단상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 뿐 아니라 여러 기업체 및 관공서를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거나 행정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상대방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있다. 통상 그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이러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통상적 관행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한 두번 들 때가 아니다. 특히 고정된 인원이, 고정된 업무를 하며, 고정된 기간 (정년) 동안 외부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 대학 및 기타 교육기관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오히려 파격적인 제안과 새로운 시도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 받은 채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상적 관행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정 러시아 시대 한 지방의 궁전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그 한 가운데 항상 경비병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경비병은 주기적으로 교대됐는데 무엇 때문에 정문 앞도 아닌 담장 옆도 아닌 그 곳에서 보초를 서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한 장교가 그 이유가 궁금해 수소문해보니 그 이유는 이러했다. 200년 쯤 그 잔디밭 한가운데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궁전의 책임자는 그 꽃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될까봐 주위에 경비를 서도록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 후 꽃은 시들어 죽고 없어졌지만 보초 중지 명령이 없었기에 그 관행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백지상태에서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심사숙고 하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의미한 일상적 관행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사회 각계에서 밤낮 없이 앞만 향해 달려가는 조직구성원들은 내일 또한 무수히 많은 일상적 관행들을 맞이할 것이다. 의미 없는 일상적 관행에 대해서 단 한번만 고민해 보자. 이유 없이 형성된 일상적 관행은 없지만, 그것들 중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세계와는 맞지 않는 것들이다. 그 옛적 러시아의 젊은 장교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이다. 김용규 경희대 체육대학장

[천자춘추] 고인돌과의 대화는 어떠신가요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은 고인돌을 만날 때이다. 그곳에 머물 때면 주변 환경이 주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화 부근리고인돌, 경남 창녕 유리고인돌, 중국 해성 석목성고인돌 등은 기회가 된다면 몇 번이라도 다시 찾고픈 곳이다. 고인돌 주변이 멋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덤, 제단, 기념물 등의 용도로 만들어져 위치 선정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인돌을 답사할 때 주변 환경에 감탄을 연발할 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의 모든 고인돌 중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것이 유일하다. 한반도에는 4만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하는데, 이는 전 세계의 모든 고인돌을 합친 숫자보다도 훨씬 많다. 고인돌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했으며, 민족과 문화는 어떤 경로로 이동해 가는가를 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고인돌을 만났을 때 흔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은 도대체 거대한 고인돌을 왜 만들었고 하필 돌로 만들었으며, 수 십 톤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돌을 어떻게 옮겼느냐하는 점이다. 고인돌을 크게 만든 이유는 청동기시대의 지배자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 있고, 돌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고인돌을 만들기에 적합한 질 좋은 돌감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고인돌을 축조하는 방법은 굄돌을 두 개 세운 다음 그 굄돌만큼의 높이로 흙 언덕을 쌓은 후 덮개돌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덮개돌의 무게가 200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인돌도 있다. 화순 핑매바위고인돌과 고창 운곡리고인돌이 대표적인데, 이 두 고인돌은 덮개돌의 길이와 두께가 5m에 이른다. 이 고인돌을 어떻게 이동시켰느냐에 대해서는 고고학자들조차 그 방법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이다. 경인지역에도 청동기 시대의 신비를 담은 600기 이상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가볼만한 고인돌은 연천 통현리, 포천 금현리와 수입리, 이천 수하리, 용인 왕산리, 오산 외삼미동, 수원 팔달산, 광명 철산동 등에 있다. 이들 하나하나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그 어떤 고인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과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집 주변에 위치한 수 천 년 전의 고인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유산인 고인돌을 찾아 선사시대 사람들과 대화하는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우장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박사

[천자춘추] 꿈

우리는 크건 작건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것은 이뤄지기도 하고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꿈을 꾸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답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꿈들을 모아 고민만 하는 이들에게 빛을 비춰주고 싶다 김수영씨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에서 한 말이다. 문제아였던 김수영은 검정고시를 통해 여수정보과학고에 입학해 기자의 꿈을 안고 대학을 준비하자 주위에서 네 분수를 알아라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1999년 골든벨(KBS 도전! 골든벨)을 울리고 연세대에 당당하게 합격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연세대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두 영역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지만 그녀의 몸에서 암 세포가 발견됐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즉 자신의 꿈 73가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런던으로 건너가 런던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2008년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매출 1위 기업인 로열더치쉘 영국 본사에 입사했다.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등 7년간 70여 개국에서 46가지의 꿈을 이뤘고, 2011년 6월부터 1년 동안,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25개국을 다니며 365명의 삶과 꿈을 담은 꿈의 파노라마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현재 그녀의 꿈은 83가지로 늘어났다. 취업관련 전문가인 리처드 불스의 파라슈트를 보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꿈은 꾸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교육기조도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교육이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매우 다양하고 살아가는 방식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심어주고 발굴하여 미래사회를 살아가야 할 창의적인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일은 우리 교육자들의 꿈이자 몫이다. 진정으로 꿈을 꾸게 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또한 꿈을 꿀 수 있는 보금자리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보금자리가 바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꿈도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교육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부단히 노력하여 학생들이 꿈을 꿀 학교를 행복하고 진리가 넘치는 새로운 교육의 전당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김영일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공경하는 삶이 아름답다

며칠 전부터 눈이 피곤하고 무엇이 낀 듯해서 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았다. 이렇게 저렇게 진찰하고 사진 찍고 검사한 결과 의사 선생님은 안압이 올라 시 신경이 많이 피곤해 있다며 신경이 상할 수 있으니 눈을 덜 피곤하게 하란다. 그리고 사물을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진찰 후에는 동공을 키우는 약을 넣어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급적 멀리 보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종합병원이라 안과에도 환자가 얼마나 많던지. 오신 분들 보면 이만 저만한 사연과 아픔을 지닌 분들 같았다. 그 많은 분들 중 특별히 두 분의 환자를 보면서 느낀바가 있었다. 한 분은 호칭하는 모습에서 며느리가 모시고 온 시어머니였다. 그냥 아주 수수한 옷차림의 며느리, 칭얼대는 아기를 가슴에 띠를 띠어 안아 달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연세가 들지 않으신듯한데 몸은 많이 쇠약해 보이셨다. 그런데 아기를 안고 시어머니를 여기저기 진료실로 모시고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워 보이던지. 아주 조심조심 아기를 다루듯 시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또 한분의 환자를 보았다. 아마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딸과 친정어머니 사이였다. 두 분 다 차림새도 있어 보이고 여유로워 보였다. 다만 어머니가 연세가 좀 들어 보였다. 그런데 어머니를 향한 딸의 언행은 영 아니었다. 가령 올케는 뭐한대? 오빠는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그러면서 이 진료실 저 진료실 끌려 다니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멀리 바라보다던 의사 선생님 말씀도 잊은 채 안압이 올라가 피곤이 더해 졌다. 멀리 바라보고 눈의 피곤을 풀고 싶은데 가까이에 이런 저런 모습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럴 땐 그냥 눈을 감지요의 시구가 생각나서 눈을 감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공경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나님의 계명에 순복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경하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죄 성을 이기는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죄요 죄는 불순종의 영아래 있지만, 순종하고 공경하는 삶은 죄를 이긴 자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경하는 삶-이것은 사람을 가장 아름답고 능력 있게 만드는 방편이다. 이관호 목사ㆍ수원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천자춘추] 정조대왕의 진정한 나눔

얼마 전 TV에서 정조대왕의 수원화성 행차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방송을 통해 비운에 죽어간 아버지 사도세자(장헌세자)와 홀로 남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던 정조의 화성행차에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조의 수원 행차는 8권에 달하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8일간의 행사 수행원이 6천여명, 말이 1천400필로 행차의 총 길이가 2㎞가 넘었을 뿐 아니라 예산도 10만냥으로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7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조의 수원행차는 단지 화려하기만 한 행사가 아니었다. 당시 왕실의 모든 행사는 일반 백성들이 전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별천지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잔치였다면 수원행차는 전 국민이 보고 참여할 수 있는 국민적 축제의 장이었다. 또한, 정조는 수원 행차를 전국에 소문을 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왕의 행차 길목에서 기다리다 직접 억울한 일을 하소연했으며 그 자리에서 문제와 관련된 관리들을 불러서 그 일을 해결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조의 수원 행차는 구중궁궐에 갇혀 일부 신하들이 전하는 왜곡된 정보만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왕이 백성들의 억울함을 직접 듣고 이를 해결하면서 국정과 민심을 직접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원에 도착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아버지 사도제자의 생일에 맞춰 연 것을 비롯해 행차 기간 중 불랑기포, 쇠뇌, 신기전 등 신무기의 화력을 시험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반대파 신하들의 위협에 시달리던 정조가 무력시위로 이들에게 경고를 해 당시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변화시켜 보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다. 특히, 정조는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백성으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걷지 말라고 명하고 왕실의 비용으로 이를 진행했으며, 각종 비용을 절감해 10만냥의 예산 중 6만냥으로 행차를 치를 수 있었으며, 남은 4만냥은 어려운 백성들을 위한 구제비용으로 대부분을 사용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전국각지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크고 작은 수많은 전시성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겉치레와 화려함에 취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200년 전 정조대왕의 수원 행차에 담겨있는 백성 사랑의 그 따뜻한 마음, 진정한 나눔이 새삼 그리워진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지친 수험생 ‘인삼’이 굿 닥터

얼마 전 굿 닥터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어릴 적 서번트 증후군을 앓아 사회성이 떨어짐에도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과 그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훈훈하게 담아낸 착한 힐링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며칠 후면 그동안 힘들게 공부해온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첫 번째 관문인 수능시험이 치러진다. 지금쯤이면 오랜 기간 시험 준비에 전념해온 수험생들은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는 높아져 컨디션 조절이 힘들 때다. 이러한 수험생들을 위한 굿 닥터로는 무엇이 좋을까. 대표적인 약리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을 비롯해 우리 몸에 좋은 다양한 유용물질들이 다량 함유돼 있는 인삼이 제격이다. 인삼은 몸속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피로와 스트레스는 낮춰주며 뇌기능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의 작용을 촉진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수험생들의 체력 보충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학습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삼은 고기류, 한약재, 우유 등의 다양한 식재료들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건강에 좋은 인삼요리, 차, 음료 등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이면 좋다. 대표적으로 인삼은 인체에 유용하지만 열량은 낮아 어패류, 고기류 등과 함께 음식을 조리하면 인삼에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기에 인삼 흰살생선죽, 인삼 전복죽, 인삼 닭죽 등 죽으로 만들어 먹이면 소화와 흡수가 잘돼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그리고 바쁜 아침시간에는 우유, 과일 등을 혼합해 인삼셰이크를 만들어 먹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오미자, 대추 등의 한약재에 인삼을 넣어 차를 만들어 음료로 대체하면 대추와 오미자가 가지고 있는 신경 안정 작용과 대뇌피질 흥분과 억제작용 조절에 의한 집중력 향상 등의 효능을 더할 수 있다. 이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다양한 효능을 인정받아온 고려인삼은 동서고급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비의 명약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굿 닥터가 될 수 있는 인삼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시험, 긴장되고 떨리겠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다해 시험에 임한다면 수험생들은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천자춘추] 성년후견제도를 아십니까?

성년후견제도 아직은 국민에게 익숙하지 않은 용어다. 올해 7월1일부터 새로 시행된 이 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성인의 재산 관련 분야 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분야에도 폭넓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정신적 제약이 없는 사람이라도 미래를 대비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는 자식과 성년의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노모 이야기가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기 좋은 예다. 혼자 둘 수 없어 하루 종일 누군가 옆을 지켜야 하고, 병원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랑과 정성에는 시간과 돈 그리고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내심은 시간과 돈에 취약하고, 시간은 인내심과 돈이 적어질수록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지나가고, 돈은 시간과 인내심 보다 빨리 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경우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선정한 전문가가 보살핌을 분담해주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가정이나 개인에게 보살핌을 분담해주는 사람의 보수까지 지원해준다면 이야말로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아닐까. 성년후견제도가 실시된 지 넉 달이 지났다. 보건복지부가 제도 시행일에 맞춰 발달장애인 공공후견제를 실시했고, 성견후견심판결정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마흔을 넘긴 딸과 함께 단둘이 살고 있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지적장애인인 딸을 혼자 둘 수 없어 집에 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은행도 병원에도 함께 다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힘들고, 자신이 죽을 경우 딸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하였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심판청구를 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족이 아닌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복지정책적 관점에서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해결해야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제도로 뿌리내릴 수 있다. 이 점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후견사무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에 대한 입법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발달장애인 성년후견제도 예산으로 12억원을 편성한 것은 환영할 만하나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예산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성년후견제도가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제도의 운영과 정비에 있어서 사법과 복지정책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오도환 변호사

[천자춘추] 10ㆍ30 보궐선거에 대한 단상들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을 나와 있다. 발안에 정당 사무실이 있어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진다. 발안이라는 동네는 친숙한 동네다. 학창시절 수원으로 유학 나 온 친구들이 있어 방학 때나 주말이면 일손도 돕고 개울에서 천렵도 한 기억이 난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먼 길을 떠난 친구 고향도 발안이다. 급격한 도시개발로 인구는 증가했지만 사회기반시설은 턱없이 모자라는 안타까운 도시개발의 기현상을 여기서도 접하니 기분이 개운치만은 않다. 주제로 돌아와 현대 사회의 선거란 축제다 정말 이런 초미니 보궐 선거는 모든 인력과 정당의 명운을 걸다보니 축제의 연속이다. 현장을 찾는 방문자들의 일갈도 같이 놀아 보려고 왔다라며 연고자를 찾아 아니 표를 찾아 전 지역을 종횡무진 한다. 참으로 선거 사무실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내가 힘 좀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후보와 실무자를 가장 힘들게 하면서도 선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는 무조건 후보나 당이 좋아서 돕겠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가장 많은 힘을 준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들과의 인연으로 방문하는 분들이 있다. 일명 얼굴 도장만 찍으면 방문목적이 달성되는 특성 때문에 과제수행이나 진정성은 그리 높지가 않다. 그러나 실무자로서는 이 모든 사람들이 필요하기에 최선을 다하고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선거는 선출이라는 행위 속에 수많은 기능이 포함 되어 있다. 국민의 의사를 결정하는 기능과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선택기능,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적 참여기능, 선출된 의원의 활동을 통해 구현되는 체제유지 기능 등이다. 또한 그 동안 실시된 선거를 통해 분석된 행태는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투표율이 정치참여의 수준을 나타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투표율은 외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면서도 정치참여는 매우 낮다. 둘째로 아직 지역의 경우엔 준봉(遵奉:관례나 명령을 좇아서 받듦)투표경향이 잔존한다. 소속기관장가장 및 문중 등의 장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도 매우 크다. 셋째, 지역주의적 투표경향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이런 행태가 극복되는 유권자의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원한다. 또한 지역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 속에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부디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는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여 대한민국을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기 바란다. 이는 국민의 명령이다. 김상회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경기도와 국제도시

오늘날 세계적으로 국제화된 도시는 많은 사람들의 업무 및 여행의 대상이 된다. 유럽이 산업혁명을 거친 뒤 여러 항구도시들이 근현대 국제도시로 발전한 과정을 보면 크게 공장 가동 후 자원과 인구의 집중, 그리고 인프라 개선과 주거환경 개선 등 환경적 변화가 수반됐다. 즉, 인구와 도시가 산업화와 상업화 그리고 물류, 교통, 서비스 및 금융이 사람들의 상업 행위와 생활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인간 위주의 도시로 만들어 진 것이 국제도시인 셈이다. 영국의 런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미국의 뉴욕, 호주의 시드니, 일본의 동경, 중국의 상해, 홍콩, 싱가포르 등이 이런 이유로 형성된 국제도시이다. 근대 해운이 발전된 시기에서 항공을 통한 물류와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도시는 공항과 물류, 부두와 철도 그리고 금융과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는 이 국제 상업 도시를 지원해 주는 산업 및 물류 기반 외에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휴식 등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시설들이 인접해서 개발되고, 교육환경과 의료 환경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관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예를 들면 국제수준의 학교시설, MGM, 디즈니랜드와 같은 도박과 여유시설 그리고 고급식당가 및 명품상점 등이 들어서게 된다. 심지어 이곳의 좋은 회사에 취직해 그곳에서 직장생활을 영유하길 바라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는 국제도시는 고도의 상업기회가 주어짐과 동시에 여기서 좋은 생활과 자녀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30년간의 경제발전으로 여러 지역에 국제도시를 재건축하는 중국의 예를 보아도, 상해와 광주, 심천 등은 이미 국제도시로써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형성해 가고 있다. 반면에 학교, 산업 및 상업 환경 그리고 교육과 사회복지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집중화되지 못하는 경기도는 아직도 국제도시를 향한 발전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국제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서울과 인천, 평택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은 자연의 기초에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유지하고 사람이 발전시키는 것이다. 경기도가 정말로 국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국제도시를 만들 수 없으면 국제도시로 발전한 서울이나 발전하려고 하는 인천, 평택 등과 유기적 발전을 할 수 있는 청사진과 개발이 필요하고, 국제화에 필요한 인재를 더욱 많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향토문화가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

지방문화원은 그 지역의 정신 전통 민속 등을 연구 보존 계승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문화원장직이란 소임을 맡은지 2년이 돼 간다. 지역의 정신문화를 관장하는 문화원장으로서의 역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지역의 정서로 만들어지는 향토문화의 순수한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주민이 느끼지 못하는 향토문화의 원형을 자연스레 일깨워 주어 마음속에서 향토문화의 가치가 태동되길 바라고 있다. 왜 가풍인가. 왜 명품인가. 나는 여기에 왜 화성인가를 말하고 싶다. 집안의 내력이 훌륭하면 가문이 있는 집안이 되어 몸가짐을 조심하였고 나름대로 가풍이 생겨나 그 가풍을 이어갔다. 가풍은 그 집안을 지탱하는 선비정신과 문화를 만들었다. 선비정신은 작게는 지역에 크게는 나라에 질서 있는 에너지로 자리 잡았다. 지역마다 존속되어 내려오는 향토문화는 가풍처럼 그 지역의 정신과 정서를 내포하여 지역의 정신이자 자랑거리로 발전되어 훌륭한 지역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성에는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되어 대한민국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충, 효, 예 정신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정신의 물줄기가 화성에 모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성의 정신문화 가치는 아주 중요하다. 문화융성시대는 국민소득 2만불을 기점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2만5천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시민의 욕구와 갈증을 해소하는 문화의 새로운 모델이 탄생돼야 한다. 우리민족의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고 전통도 살아 숨 쉬고 정신문화의 격이 높아지려면 우리의 내면에 살아 쉼 쉬고 있는 향토문화의 물줄기를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향토문화는 우리를 키워준 젖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우리 화성에서 찾아보고 싶다. 1억년 전 공룡이 살았던 시화호 대평원, 1천년 전 삼국시대 문화 교역지였던 서신의 당성, 500년 전 임진왜란 당시에 화성 매송에 살면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추의사 우성전, 200년 전 수 천년동안 내려온 인륜의 근본도리인 효의 실천과 부모은중경 판본을 통해 부모님의 은혜를 백성에게 일깨워준 정조대왕 일백주년을 맞이하는 화성지역의 3ㆍ1만세운동은 화성시민 모두가 참여했을 만큼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곳보다 뜨거웠다. 화성의 문화는 쉬지 않고 새로운 물줄기를 형성해왔고 그것이 지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승화됐다. 향토문화는 중앙에 종속되는 문화가 아니다. 화성 정신문화의 가치는 향토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우호철 화성문화원장

[천자춘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효심을 아시나요

지난 10월8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가면 제주도 여섯 배 크기의 숨바섬이 있다. 자연환경이 좋지 못한 이곳 원주민들의 생활은 몹시 어려워서 하루에 두 끼 정도밖에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섬을 소개하는 이유는 어려운 형편 속에도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지켜갔던 조선시대 3년 상을 떠오르게 하는 풍습을 이곳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로,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선사시대 무덤인 고인돌 유적을 꼽을 수 있다. 4만여 기의 고인돌은 세계에 분포하는 고인돌의 3/4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로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인돌 수 천 기가 숨바섬에도 있다. 숨바섬 장례 풍습의 특이한 점은 죽은 지 3~5년 정도가 지나서야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몇 년이 흐른 뒤에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극진한 효심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 자손들은 그때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 그것은 주로 장례 의식에 필요한 물소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고인돌을 만들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소의 목을 쳐서 희생시키는 의식이 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망자가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에 연유한 것이다. 들소 한 마리 값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장례 의식에서 희생시킬 들소를 마련하는 데는 보통 3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그런 다음에야 고인돌을 만들게 된다. 결국 죽은 후 집안에 안치하거나 관에 넣어서 나무 밑 등지에 모시던 시신을 안치할 고인돌을 만드는 데 몇 년 동안 모은 재산을 쏟아 붓는 것이다. 이러한 장례 풍습을 보면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 묘를 지키며 지극 정성으로 제사지냈던 조선시대의 장례 풍습이 떠올랐다.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이곳 숨바인들의 부모에 대한 정성 또한 유교사상으로 무장했던 조선시대의 효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거에 비할 바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는 우리 주변에서는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는 어른을 폭행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명절 연휴 공항에 북적이는 해외여행 인파가 이제는 당연지사이니,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 비용을 마련하려는 숨바섬 사람들의 극진한 효심을 보며 과연 나는 숨바섬의 사람들 보다 인간다운 행동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우장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박사

[천자춘추] 행복여행

우리나라의 IMF시대와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금융위기, 그리고 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어느 TV에서 세계에서 비교적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바누아투 사람들이 매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용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비록 많은 부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얼굴에 나타난 끊임없는 웃음에서 진정 행복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바누아투보다 훨씬 잘 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불행하게도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가? 여기에 답이라도 하듯 행복에 대한 지수를 측정하는가 하면 행복에 관련된 책들도 많이 발간되고 있고, 부와 행복과의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생들과 자수성가한 사람들, 그리고 터먼연구에 참여한 일부 여자들을 대상으로 인간 대상으로 한 연구 중 최장 기간인 72년간의 관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쓰여진 행복의 조건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 결과를 알 수 있다. 연구의 목적은 과연 행복의 조건은 있는 것인지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였는데 행복의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 행복의 조건을 보면, 첫번째가 고난에 대처하는 능력, 두번째는 평생에 걸친 교육, 세번째는 원만한 결혼 생활, 네번째는 45세 이전에 금연하는 것, 다섯 번째는 중독되지 않는 적당한 음주, 여섯 번째는 적당한 운동과 일곱 번째는 적당한 체중관리이다. 어디에도 돈이나 명예에 관련된 항목은 없다. 실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쓴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꾸뻬씨는 정신과 의사로 자신이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행복여행을 떠난다. 여러 나라들을 여행을 하면서 행복에 대해 배운 항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다른 배움의 항목을 보면 대부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요즘 행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키워드도 국민행복이다. 특히, 경기교육에서는 2009년도부터 시작된 혁신교육에서 학생학부모가 행복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하는 교육을 추구하는 경기교육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여행의 시작이 아닌가 한다. 김영일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천자춘추]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최근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와 죽을 때 후회하지 않고 사는 법 35가지라는 책을 읽었다. 두 책은 공통적으로 죽음 앞에서 남는 것은 후회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위한 처방으로 25가지, 혹은 35가지를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책에서 영성의 사람 헨리 나웬은 죽음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앞에서 말한 두 권의 책에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인간이 노력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는 데 반해 나웬은 죽음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결론 부문에서 한 곡예사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나는 공중 날기를 할 때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 합니다. 대중들은 나를 위대한 스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짜 스타는 나를 붙잡아 주는 조우입니다. 그는 1초의 몇 분의 몇 까지 맞출 만큼 정확하게 내가 갈 자리에 와 있어야 하고, 내가 그네에서 길게 점프할 때 공중에서 나를 잡아채야만 하니까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요? 공중을 나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붙잡아 주는 사람이 모든 것을 하지요. 이것이 공중 날기의 비밀입니다. 조우에게 날아갈 때 나는 그저 팔하고 손만 뻗으면 돼요. 그 다음엔 그가 나를 잡아 앞 무대로 안전하게 끌어가 주기를 가다리면 되지요.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구요? 그래요. 최악의 실수는 공중 나는 사람이 붙잡아주는 사람을 잡으려 드는 거지요. 나는 절대 조우를 잡으려 들면 안 됩니다. 나를 붙잡는 것은 조우의 임무예요. 만약 내가 조우의 손목을 잡는다면 그의 손목이 부러지거나 내 손목이 부러지고 말겁니다. 그렇게 되면 둘 다 끝장이지요. 공중 날기를 하는 사람은 날기만 하고, 붙잡아주는 사람은 붙잡기만 해야 합니다. 공중 날기를 하는 사람은 붙잡아줄 사람이 자기를 위해 제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믿고 팔을 뻗어야 합니다.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상에서 마지막 남긴 말이다. 한없이 무능한 인간,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 어느 누구도 피해 갈수 없는 창조주요 재판장이신 주권자의 의로우심 앞에서 누가 인간의 노력만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생의 마지막에서 두 팔을 길게 펼 때 그의 손을 잡아주실 큰 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이 후회가 없다. 이관호 목사ㆍ수원시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천자춘추] ‘전국나눔체육대회’를 기대하며

전 국민이 보고 즐기는 스포츠 대축제 제93회 인천전국체육대회가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3만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44개의 정규종목과 2개의 시범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는 올해 전국체육대회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대회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기대가 높다. 시내 곳곳에 걸려있는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을 보면서 문득 십여 년 전 영국대사관 나눔 세미나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새삼 떠오른다. 흔히 기부나 나눔하면 떠오르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국이지만 그들의 나눔 방법과 시민 참여는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훌륭한 반면 교사였다. 당시 우리에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기부나 나눔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태도, 그리고 참여 방안이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코믹릴리프(Comic Relief)는 한마디로 좀 우스꽝스럽다. 참여자들이 광대처럼 빨간 코를 달고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당시 사랑의 리퀘스트로 대변되던 슬프고 비장한 우리의 나눔문화 정서와는 너무도 달랐다. 어떻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우스꽝스런 모습과 복장을 할 수 있느냐는 우리의 분노에 찬 질문에 영국 관계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면서 만약 당신이 기부자라면 밝고 즐거운 나눔과 무겁고 어두운 나눔 중 어떤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 후, 십여 년이 지나 이제 우리의 나눔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비장하고 심각한 분위기에서 공익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좀 더 밝고,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서 나눔을 바라보고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제 코믹을 넘어 스포츠로 새로운 나눔문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2001년부터 스포츠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스포츠 릴리프(Sport Relief)는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의 생활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 완주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주위 사람들이 함께 기부와 나눔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스로 정한 작지만 의미 있는 목표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가족, 친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눔을 생각하고 실천 방법을 배워나가는 영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도 건강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전국나눔체육대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천자춘추] 기역자 놓고 ‘낫’도 모른다?

지난 10월9일은 한글날로 잘 모르는 사람은 하루 쉬는 공휴일 정도로 여기기도 하지만 세계가 우수성을 인정하는 우리의 글,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우수성과 공로를 기리는 국경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모두 떼지만 옛날에는 문맹이 참 많았다. 그래서 옛 속담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주 무식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옛날 농경사회에서 낫은 필수 농기구로 모르는 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은 점점 잊혀져가고 기역자 놓고 낫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추석 때 벌초를 하러 아들 녀석과 함께 고향에 내려갔다. 고향집 헛간에서 낫 한 자루를 챙겨 차 트렁크에 넣으면서 문득 궁금해져 아들에게 너 낫질 좀 하냐?라고 물었다. 아들 녀석은 저 한 번도 안 해봤는데요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녀석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벌초행사에 잘 참석도 하지 않았으니 낫질을 안 해봤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낫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는 하니?라고 다시 물으니, 아들은 에이 아버지 제가 낫질은 못해도 낫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요라며 큰 소리를 친다. 농촌이 고향인 우리 집 애들은 그래도 낫을 보기라도 해서 알겠지만 도시가 고향인 젊은이들은 낫질은커녕 낫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지식을 학교수업을 통해 얻는다. 벼와 토마토를 그림으로 배우고 또 하루 세끼 쌀밥을 먹으면서도 정작 벼가 어떻게 자라 쌀로 바뀌는지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 중심의 우리나라가 최근 30~40년 급속도로 도시화가 되면서 농업농촌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에는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의 속담에 담긴 낫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이번 주말에는 자녀들 손을 잡고 단풍구경도 할 겸 잘 익은 벼들이 넘실대는 들판을 한번 구경해보자. 메뚜기도 잡고 벼 베기와 떡뫼치기 체험행사에도 참여해 보자. 요즘 여행 트렌드인 걷기와 체험을 직접 해본다면 아이들은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실제로 보고 느끼는 산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천자춘추] 배려의 문화를 만들자

함께 하면 할 수록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장애가 심했던 후배가 장애우들이 사회에서 차별 받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자 동분서주하며 재활센터 겸 야간학교를 만들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선뜻 그 뜻을 받아주는 분이 없어 나에게 도움을 청했던 적이 있다. 그들이 건강하게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관단체지인 등과 함께 노력하며 2년 동안 후원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동고동락을 했다. 지금은 야학 컴퓨터교실 극단운영 등 눈부신 발전을 가져와 건강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듯 세상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회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욕구의 불충분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 모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화는 보이지 않는 먼 미래에 대해 몸부림치며 변화를 갈망한다. 그래서 문화는 쉬지 않고 변화를 거듭한다. 변화의 주된 목표는 사람의 행복일 것이다. 이 행복이 세상과 사회와 개인에게 괴리가 생길 때 사회적 문제가 싹틀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정신문화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올바른 심성을 되찾기 위해 유교의 인의정신, 불교의 자비정신, 기독교의 박애정신을 통해 자기성찰을 이뤄 인간본연의 평상심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팽창주의가 불러온 산업사회는 인간의 심성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겨 놓았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도덕의 끈으로 연결돼 있던 우리라는 공동체를 붕괴시키면서 자신만을 위한 가치 추구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왔고 이로 인해 공동체가 아니라 내편 만들기에 아우성이 됐다. 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배려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나눔의 문화는 배려의 문화로 성숙돼야 한다. 배려의 문화를 일궈 냈던 경주 최 부자는 다시 볼 수 없는 것인가. 자기를 극복해 예로 돌아가자고 공자님은 극기복례(克己復禮)를 수천년 전에 주장하셨다. 나의 건강한 정신이 사회의 건강이고 나라의 건강임을 설명해주신 글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사회는 시대의 환경만 바뀌었지 같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에 대해 감사하는 배려가 가끔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수호천사들의 덕행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배려의 문화는 감성을 자극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감동하는 것이 아닐까. 우호철 화성문화원장

[천자춘추] 고령화 사회에 관한 단상

유병장수시대. 한 생명보험 회사의 TV광고 문구다. 노년의 걱정 중 하나인 건강을 강조한 광고이다. 휠체어에 탄 노년의 여배우가 주인공인데, 휠체어를 미는 젊은 아들에게 손자가 결혼하는 모습까지 살아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장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다. 동양에서 인생의 바람직한 조건으로 들고 있는 오복(五福) 중 으뜸 또한 장수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장수가 행복의 조건이기만 할까? 경제성장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한국 남자의 기대수명이 1970년에 58.67세이던 것이 2020년에는 79.31세로 연장된다고 한다. 50년 사이에 21세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셈이다. 장수하는 인구가 늘어났으니 개인의 행복이 증가하고, 따라서 사회구성원의 행복의 총합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진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OECD의 2013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노인의 상대빈곤률은 45.6%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OECD 내 다른 국가들과 달리 유독 한국만이 노인세대로 갈수록 소득수준이 급격히 악화된다고 한다.왜 그럴까?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청년실업의 급증과 50세 전후로 한 조기퇴직으로 한국인의 평균적인 생애과정이 바뀌었다. 2009년 한국의 평균 정년 53세임을 고려할 때 2020년 한국 남자는 은퇴 후 31년 정도를 소득이 없이 보내게 된다. 장수가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는 불행을 부르는 사회구조적 위험요소가 된 것이다. 이른바 장수시대의 딜레마이다. 올해 10월에도 어김없이 노인에 관한 기사가 신문지면을 채운다. 10월이 경로의 달이고, 10월2일이 노인의 날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불행하게도 고령화 사회의 열병을 앓고 있는 한국의 현 주소를 전하는 기사와 뉴스가 쏟아진다. OECD 중 노인의 상대빈곤률 1위, 노인성 치매 환자의 급증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가중 등의 소식이 노인문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 및 사회공동체의 해체에 관한 경고를 알린다. 지금은 기본권보장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단단히 새기고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구축함으로써 고령화 사회라는 법치주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오도환 변호사

[천자춘추]행감을 기다리는 이유

작년 경기도 행정감사에서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답은 간단했다. 경기도 문화정책은 없다였다. 경기도는 문화예술진흥조례에 따른 중단기 종합계획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이었다. 경기도는 2008년 도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경기문화재단에 위탁하면서 문화정책도 넘겼다. 도지사는 문화정책부서를 재단에 두는 이유로 공무원 T/O 문제와 전문성 이유를 들었다. 나름의 고민 속에 지시됐음을 알 수 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이런 지시로 경기도의 문화정책 기능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문화정책이란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문화부분에 개입하는 작용과 그 결과를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이와 같은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문화정책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를 문화정책의 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문화정책의 부재 또한 문화정책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학계의 의견을 근거해 본다면 경기도의 문화부재는 2008년부터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도지사의 문화정책 결과를 평가하면 임창열 지사가 경기도 문화정책의 그림을 그렸고, 손학규 지사는 그림을 구현했다. 완성지점에 등장한 김문수 지사는 꽃 피워야 할 과제를 잊고 봉황의 과즙에만 매달렸다. 가장 조건이 좋은 상황에서 출발해 가장 안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경기도의 문화정책 실종사건은 지사의 문화이해도와 결합해 수많은 분야에 악영향을 미쳤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오늘날 문화가 산업과 연계돼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문화를 단순히 경제적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지양해야 한다. 오늘날 유일한 보편적 가치가 돈이라지만 인간 자존감을 되찾게 하고 삶의 질 향상의 출발이 문화이며 문화적 가치는 인간적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해짐을 역사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주제로 돌아가 내가 행감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 같은 난제를 도가 어떻게 풀고 있는지를 듣고 싶어서다. 방임의 문화정책에서 역할은 무엇이고 도민의 위치는 어딘지 말이다. 그리고 예산투입으로 확인된 과거의 지혜가 무엇이고 국가도 문화예산 2%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내년 문화예산은 재정위기의 희생양인지 아님 경기도 자기미션의 실천인지 듣고 싶어서다. /김상회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대학 일류화와 도 교육환경의 특성화

경기도는 전국 대학 수와 정원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은 지역이다. 경기도 소재 대학 학생들이 비록 서울에 소재하는 일류 대학이 주도하는 대학의 입시경쟁률과 졸업 후 취업률에는 다소 미치지는 못하지만, 경기도는 대학 총수와 대학 입시생 정원에서 전국 교육 중심지역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1980년대부터의 수도권 인구확산에 따라 경기도에 많은 인구가 분포하면서,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국가 수도의 아류도시로 수도권이라는 적자(嫡子)의 길을 걷고 있는데, 교육환경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여러 기간의 대학 평가를 보면 전국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 평균보다 훌륭한 대학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경기도에는 이러한 대학이 적다. 또한 사회 생활환경이나 취업환경 및 교통도 경기도는 아직 불편함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은 환경이 좋은 경기도에 살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서울에 대한 내적 소유욕을 버리기 어려워 서울과 경기도를 하루에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된다. 현재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도 전국의 많은 사람들처럼 자식은 서울로 보내고 자신들은 그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미래를 위한 교육은 서울에서 받아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며 차후 자신들의 생활환경은 경제적 이유나 생활적 측면에서 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자식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식들은 일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속박에 자신과 가족을 가두고, 자신과 가족들이 매일 힘든 생활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면에서 경기도에는 더더욱 특성화된 대학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경기도가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 직장생활을 하기 좋은 환경 그리고 경기도가 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수적인 대학의 유치도 중요하지만, 대학 특성화와 대학의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인재가 나오는 경기도로 한 세대 이상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도내 친자연적 환경 도시가 더욱 많은 인재를 양성할 수 도시로 탈바꿈 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 특성화는 국내의 평균적 평가가 아닌 세계를 향한 도전이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에는 좋은 숲과 나무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경기도의 인재는 유출되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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