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세종대왕님의 용안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은 ‘공표권’과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이 있다. 이러한 ‘저작권’과 관련해 년초에 본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공업화학회’에도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10년 전쯤 ‘한국공업화학회’에서 각 분야별로 전문 교수님들이 모여 화학공학 관련 교재를 발간한 바 있다. 발간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난 터 인지라 수정·보완판을 발간키로 했는데, 작년에 학회의 이사로 있던 K모 교수가 10년 전에 해당 교재를 출간할 당시에 본인도 참여 했으니, 이번엔 발간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자청하기에 이를 허락했다. 그리고는 올초 2월에 이 수정·보완판이 발간되었지만 ‘저작권법’상 심각한 침해행위가 이루어졌다.

10년전 교재로 발간된 이 책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 작업을 하였지만 각 내용별로 별도의 저자명이 표시된 소위 ‘결합 저작물’이었다. 그러나 금번 수정·보완판에서 각장에 표시된 저자명이 저자들의 허락 없이 삭제된 것이다.

또 머리말 부분에 10년 전 발간당시의 전임 회장님 이름도 삭제되었고 “개정판을 발간하며“라는 제하의 머리말에 본인의 이름을 학회에서 부여한 바도 없는 편집위원장 직함까지 붙여 발간했다. 이는 ‘결합저작물’에 대한 ‘성명표시권’과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민·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화폐도안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1만원권 세종대왕님의 용안위에 광고 문구를 쓴 아파트 분양 전단지 등 홍보물의 제작이 그러하다. 화폐 도안 위에 광고 문구를 표기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과 함께 화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학교 주변의 문구점에서 판매되는 ‘은행놀이용 화폐’ 지폐도 있고 동전도 있다. 화폐 도안을 이용한 속옷이나 메모지, 지갑, 저금통, 1만원권이 가득 그려진 방석 등 다양한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도안의 일부만을 사용해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즉, 세종대왕, 신사임당의 얼굴을 함부로 쓰는 이들 모든 행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선 전혀 범죄의식이 없다. ‘저작권법상’ 화폐도안을 이용해 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저작권법’ 위반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위반할 경우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다. 함부로 세종대왕님의 용안을 이용하지 말라.

이철태 (사)한국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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