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서민의 법조계 진출 위한 사다리 있어야

여기 한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중학교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14세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비명문대출신 사법시험 합격자가 되었다. 그는 지금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역시 가난했던 그 청년은 상고를 졸업한 후 잠시 회사에 취직했지만 한 달 반 만에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판사,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되었고,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박영립 변호사, 故노무현 대통령이 그 주인공들이다.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법조인이 되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본인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하는 인물이 되고 싶을 때 제도나 돈이 없어서 애초에 꿈을 접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에 대해서는 고시 낭인으로 인한 인력손실, 법학교육의 황폐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로스쿨이 도입된 취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로스쿨 체제로 단일화하면 반드시 대학교와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사법시험 체제와 비교해보면 대학졸업자, 대학원졸업자라는 두 개의 진입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과도한 학비나 기회비용 상실도 우려의 대상이다. 로스쿨 역사 100여 년의 미국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거대한 기득권 장벽이 된다는 비판이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베이비 바(baby bar)라는 제도가, 가까운 일본에서는 예비시험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법시험을 존치하거나 별도의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여 로스쿨을 가지 못해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개룡남이라는 말은 유명 로펌 변호사, 판사, 대통령과 같은 지위로 단순히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시대 영웅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다. 성공의 기준은 앞으로 보다 다원화되어야 한다. 그럴진대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꿈, 그 싹을 잘라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있어야 한다.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다. 끈기와 노력, 성실함으로 인정받으려는 건강한 시민이 다수를 차지하는 활력 넘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의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천자춘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김형식, 나이는 올해 28살이고, 지난달 결혼을 하였습니다. 형식이와 친구가 된 것은 약 3~4년 정도 됩니다. 필자는 장애인시설의 자문위원을 하고 있는데 자문회의 때 형식이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수학교(고등학교 과정)를 다니면서 그 시설의 생활인 대표로 자문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일반적인 학제에서는 매우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이지만, 이 친구는 어릴 때 시설에 들어와서 뒤늦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장애상태(1급)도 심한데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이 커서 그런지 학교생활도 모범적으로 해가고 있으며, 생활인 대표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거주(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거주시설로 돌아가는데 이 친구는 그것을 마다하고, 지역사회 내에 위치한 체험홈에서 1년을 훈련하고, 다시 다른 단체에서 운영하던 체험홈에서 1년을 더 살았습니다. 원래 체험홈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지를 단기간(1년 내외)동안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체험홈 생활을 하면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시간제로 차차 정규직원이 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던 것이지요. 이 친구가 지난달 결혼을 하였습니다. 시설에서부터 사귀었던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이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벌어놓은 돈이 없기에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는데, 시설에서 독립하여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자립생활 가정 대상자에 선정되었습니다. 자립생활 가정은 최장 5년 동안 거주지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결국, 형식이는 최대 5년 동안 거처할 집이 생긴 것입니다. 어쩌면 거주시설에서 평생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형식이가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자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체험홈과 자립생활 가정이라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자립생활 가정이라는 사업은 아직 경기도에서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체험홈은 이미 제공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체험홈의 효율적인 운영과 가능하다면 자립생활 가정까지도 제공되어 진다면 내 친구 형식이와 같은 장애인들을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겠지요.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백색소음과 알파파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 지루한 장마의 시기를 건너야 한다. 문학작품이나 가요에 나오는 봄비나 단비, 가을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노래는 미사여구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는 데 비해 장마라는 이른바 여름 비라는 말은 그리 많이 쓰이질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에 흠뻑 맞았던 기분 좋은 추억, 또는 가슴 아린 기억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장마철 시원한 빗줄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대표적인 백색소음 중의 하나이다. 백색소음이란 넓은 음폭을 가진 소음으로 주변소음을 흡수해 안정감을 주고, 더 나아가 집중력을 높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음으로 주로 파도소리, 바람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등 각종 주파수 음을 합쳐놓은 소음이다. 이에 비해 컬러소음은 특정 음의 높이를 유지하는 소음이다. 흔히 말해 듣고 싶지 않은 소음 그 자체인 것이다. 뇌파도 알파파와 베타파로 크게 나뉘는데 안정적인 상황일 때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는 백색소음을 들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비해 베타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경우 발생하는 뇌파이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근무환경적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초 대검찰청 형사부 대변인실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사회복지전달체계 교란사범에 대한 엄단한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폭언이나 욕설 등 언어적 폭력의 경우 조사대상자의 92%가 경험을 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CCTV 설치나 녹음기능의 전화기 보급, 상담실 내의 응급 벨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복지 행정의 최일선에서 감정노동으로 전락한 창구에 앉아 도와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사회복지 업무. 컬러소음에 베타파로 인한 스트레스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행될 맞춤형 복지급여 체계를 앞두고 불가역성의 명제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상대적 빈곤의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또 얼마나 많은 컬러소음과 베타파가 우리의 마음을, 몸을 아프게 할까. 칭찬과 격려를 통한 백색소음을 최일선 사회복지 현장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것은 나만의 사치스러운 생각일까?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 연구회장

[천자춘추] 스마트폰의 과몰입

스마트폰 3천500만명 시대를 맞으면서 이제는 컴퓨터에 의한 인터넷 중독보다 스마트폰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얼마 전 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게 되었다. 버스는 서울에서 통학하는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들 손에는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게임에 열중이고, 또 어떤 학생은 SNS나 인터넷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버스 안의 풍경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일을 마치고 수원으로 돌아오기 위해 도착한 사당 버스정류장의 모습도 참으로 진풍경이었다. 어르신들 말고는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나란히 서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인지 한 명씩 옆을 보고 엇갈려 서 있다. 그리고는 앞으로 조금씩 가면서도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이제는 모든 이가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할 수 있어서 스마트폰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요즈음 만남의 현장을 보면 가족 자리이든, 친구와 만나든, 연인과 만나든 말은 별로 없고 온통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연인이 만나도 대화는 없고 스마트폰을 통한 대화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이바지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잘 사용할 때 문명의 이기이지 과하게 사용하면 독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수원시 청소년상담센터에서는 지난달 스마트폰 과몰입 예방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한 바 있다. 스마트폰 이용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접근이 쉽다가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재미있다 3위는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건전한 스마트폰 이용방안으로는 첫째, 계획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의견이다. 둘째로는 적절한 통제를 통해서 스마트폰에 빠져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의견이다, 세 번째로는 일상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네 번째로는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균형 있게 자라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 학교가 관심을 두고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가정에서는 자녀와 더 많은 대화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는 청소년관련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스마트폰으로부터 관심을 멀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 또한 즐거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연구하여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하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김 충 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국가대표’ 선수의 의미

최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최강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조롱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이 뜨겁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자리해 온 국가대표 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인성교육과 마음가짐이 부족한 한 젊은 선수의 표현에 의해 무너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는가 하면, 이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팀 중심 철학의 홍명보 감독 체제하에서 국가대표 선수의 의미를 다시금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번 무너진 국가대표 라는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숙제임을 감안한다면, 이를 해결하고자 대표팀 내 SNS 금지, 엄중경고 등과 같은 선언적 방법으로 섣부른 자구책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국가대표 팀 내 기성용과 같은 젊은 세대의 선수들이 지닌 가치와 사고관 등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가대표는 그것과는 다른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지닌 본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것은, 한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한 국가 전체를 대표한 다는 사명감과 무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특별한 의미를 담은 국가대표 라는 것이, 최근 기성용 선수의 SNS 파문으로 인해 축구 대표팀의 파벌 형성과 일부 젊은 해외파들의 이기적인 마음자세가 드러나면서 금이 가고 있었다는데 국민적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a member of the national team) -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각종 국제 대회에 나가서 당당히 경쟁하는 그들을 우리는 태극 전사 로 부르며, 그들이 세계 무대에서 승전보를 들려주기를 전국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밤낮으로 응원해 왔다. 이렇게 우리는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전 국민적 지지와 열망을 보내주었고, 국가대표 축구팀은 강한 투혼와 정신력, 팀워크, 승부에 임하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순수한 태도로 우리 축구의 위상과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보여 주었다. 이번 사건을 놓고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선수에 대해 신중함을 보인 것도, 최강희 전감독을 만나기 위해 직접 전주로 향한 것도, 어쩌면 월드컵 4강 신화의 대한민국 축구 미래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모쪼록 기성용 선수의 징계 여부를 앞두고 오직 국가대표 팀을 위해 홍명보 감독과 축구 관계자,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하나된 지혜를 모아나가길 기대한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 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의 그늘

약 한 달 전 무산된 남북회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회담이 멀지 않은 장래에 실무자급에서 재개될 것이라고 이 칼럼에서 주장한 바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북한은 7월3일 개성공단기업인 방북허용과 판문점 통신선 정상화로 사실상 남북회담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남북의 실무자들은 지난 6일 마라톤회담을 시작하여 7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정상 사회라면 거의 7천억원 가까운 손해를 야기한 사건을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바꿔 말해 남북은 개성공단의 재개에 모두 목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의 가해자는 명백하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고, 피해자는 한국의 기업인들이다. 한국정부가 기업인을 대신하여 회담에 참가하였다면 당연히 북측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아무도 북한 정권에게 피해보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 차라리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닫은 역사의 악명으로 남을 수 있다며 한국정부의 책임을 물어왔다. 이번에 실무자급 남북회담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순식간에 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압력이 작용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단 완제품이라도 가져와야 피해액을 줄일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다른 중소기업가가 정부에게 역사의 악명이라는 북한의 대남선전용어를 상기시키는 비판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는가? 남북화해와 통일이라는 정치담론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포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북한 정권은 개성공단으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과 제3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북한 내부의 사정만으로도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역시 입주기업인의 정치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상화에 빠르게 합의를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정부를 압박한 것이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다. 만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시작된 사업중단 문제의 책임을 한국정부에게 돌린다면, 북한은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다시 중단시킬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경분리를 언급하면서도 사실상 북한에 우호적인 정치적 입장에서 남북협력의 절대적 가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기업인으로서 순전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개성보다는 다른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문화가 있는 삶(1)

2011년 유럽음악여행에 이어 작년에도 2주간에 걸쳐 유럽 6개 도시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를 살펴보고 돌아왔다. 엑상프로방스의 현대음악축제, 베르겐즈 오페라축제, 바그너 음악축제 등 음악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가슴 설레는 감동의 순간이요. 삶의 기쁨과 에너지가 충만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여행 중에 짬짬이 틈을 내어 욕심껏 가져간 10여 권의 문고본을 다 읽을 수 있었던 소중한 독서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악 여행 자체가 일상에 지친 나에게는 커다란 치유(힐링)의 시간이었다. 바그너축제가 열리고 있는 독일의 소도시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축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도시다. 공연 3시간 전에 도착해 공원 산책을 마친 후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오니 공연 2시간 전인데도 이미 관객들은 대부분 도착해 있었다. 극장과 사람(관객)이 자연 속에 아름답게 담겨 있는 풍경 그 자체였다.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만남과 교환(交歡)의 장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엑상프로방스의 태피스트리 박물관 안에 있는 엑상프로방스 현대음악축제 메인 공연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20여 분 이상의 중간 휴식시간(인터미션 시간)에 로비는 흥겨운 와인 파티장, 그 자체였다. 공연보다는 우아한 파티 분위기를 더 즐기는 것 같았다. 독일의 최대 여름 휴양지 린다우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의 베르겐즈는 거대한 콘스탄즈호반에 있는 여름휴양지로 휴양객을 위한 아름다운 수변 무대와 축제극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Mas Laura Beman 여사는 그 바쁜 와중에도 축제극장에서 수변 무대 구석까지 3시간 이상을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베르겐주의 수변 무대 꼭대기 층에는 서울 상암 경기장의 박스좌석(기업의 주요고객을 위한 룸을 갖춘 단체 관람석ㆍVIP 초대용 룸)이 10여 개 이상 준비되어 있어 공연 중이거나 중간 휴식 시간에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공연시간에 임박하여 공연장에 들어서고 끝나면 쫓기듯 극장을 빠져나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유럽 음악여행을 통해 나는 그들의 여유 있는 문화적 삶이 부러웠다. 가끔은 문화의 멋과 사치를 맛보고 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여행이었다. 이제 문화는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가 아니며 권력 있는 사람의 전유물도 아니다. 문화는 우리 모든 사람들의 것이며 함께 누리고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짚신의 노-하우

세계적인 신발산업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신발산업이 저가의 중국 때문에 붕괴되었다가 최근 신발산업 세계적 명품화로 신발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는 신발에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 등 새로운 지식재산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신발은 아프리카의 최초 인류가 각 대륙으로 이동할 때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명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엔 조상이 신었던 짚신이 있다. 볏짚으로 만든 신발이다. 요즈음 짚신을 신어본 사람이 있을까? 이 짚신을 만드는 데에도 노-하우(know-how)가 존재한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옛날에, 한 부자가 짚신을 엮어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장터에 가서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짚신을 파는데 아버지가 만든 짚신만 손님이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사가기도 하는데, 아들이 만든 것은 팔리기는커녕 거들 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아들이 만든 짚신은 아버지가 만든 짚신이 모두 팔린 후, 더 이상 아버지의 짚신이 없을 때 겨우 팔리는 수준이었다. 아들은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왜 그러냐고 아버지에게 아무리 물어보아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실 상황에 이르게 되자,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아들은 운명할 아버지 손을 잡고 짚신 제조의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아버지도 그제서야 짚신 제조의 노-하우를 아들에게 전수하였다. 아버지의 짚신 제조 노-하우는 짚신을 엮은 후 짚신의 바닥부분에 있는 짚 보푸라기를 모두 뜯어내어 짚신을 신을 때 발바닥에 주는 까칠한 불편을 주지 않도록 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코카콜라가 판매되기 시작한 1886년 이래 코카콜라의 맛을 알려고 수많은 사람이 엄청 애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998년 코카콜라 회사에서 원액을 가져다 병에 채워 공급하기만 하는 소위, 보틀링(Bottling)회사가 코카콜라본사에서 이 사업권을 철수해 가자 콜라 독립815를 내세워 코카콜라의 맛을 흉내 내보려 시도한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성공을 하지 못하였다. 코카콜라 맛의 처방은 현존하는 세계적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영업비밀은 지켜낼 자신이 있을 때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 것이다. 비밀이란 언젠가 알려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도 신발제조의 노-하우를 코카콜라라처럼 잘 지켜나가 이제는 또다시 신발산업 선진국의 자리를 내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철태 ㈔한국지식재산교육 연구학회장ㆍ단국대 교수

[천자춘추] 팔당호를 바라보며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솟아오른 물이 유유히 흘러 만들어진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시작된 북한강이 만나 비로소 하나의 강이 되는 곳, 바로 양평군 서쪽 끝에 위치한 마을 이름이 양수리(兩水里)인 두물머리다. 여기에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등 아름다운 산으로 에워 쌓여 호수를 만들었는데 바로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다. 일견 당연한 대자연의 이치로 보이는 이 팔당호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지역 주민들한테는 골칫덩어리였다. 1973년 팔당댐이 조성되면서부터 75년 상수원보호구역, 84년 자연보전권역, 99년 수변구역지정 등 상수원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 것이다. 주민들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썩은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결국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역주민의 분노와 정부와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 끝에 한강수계법이 제정(99.2)되었다. 이 법을 통해 하류지역 주민이 부담하는 물이용부담금을 재원으로 수질개선사업과 주민지원을 함으로써 팔당호는 나름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었다. 1998년 팔당호의 수질이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1.5㎎/L였으나 2012년 1.1㎎/L로 좋아졌다. 특히 오염하천의 대명사였던 경안천의 수질은 2006년 5.2㎎/L에서 2.3㎎/L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현재 팔당호의 관리 주체는 애매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력을 생산(120천kW)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도권 일대 24개 지자체에 360만t의 용수(1천만명 혜택)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팔당호의 수질은 경기도가 전적으로 책임관리하고 있다. 이익을 보는 주체와 관리주체가 다르다. 최근 수자원공사와 경기도 간의 물값 분쟁도 이런 배경이다. 규제를 받는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하천에서 먹는 물값을 수자원공사에 지급 해야 하는 모순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행히 해결 가닥이 잡혔지만 마치 선심 쓰듯 하는 이런 행위에 규제로 고통 받는 팔당 주변지역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하류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이 안전한 물을 먹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원 안 받아도 되니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 팔당호는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 경기도만 책임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부와 상ㆍ하류지역이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지켜야 한다. 상류지역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였으면 하는 심정 또한 간절하다. 오늘도 잔잔한 팔당호를 바라보노라면 든든함과 동시에 애절함이 간절히 묻어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의용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그물망으로 씌워진 과수원

그물망으로 씌워진 과수원이나 밭이 흔해졌다. 농작물을 어떻게 그물로 둘러쌀 생각을 했을까 하면서도 이제는 먹을거리를 놓고 야생동물과 인간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야생동물에 의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단위로 야생동물피해전문구제단이 편성되어 농작물 수확기 이전에 활동하고 있지만, 피해 발생 건이 접수되면 출동해 야생동물을 총기로 포획하는 봉사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이나 농작물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측 모두 전체 개체 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유지돼야 할 야생동물의 적정 수에 대한 정보도 없다. 적정 수보다 적으면 보호돼야 하고, 많으면 포획돼야 하지만, 적정 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유해동물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많으면 적은 것보다도 못한 것이 야생동물 숫자이다. 여기에 몇 가지 관리대책을 생각해본다. 첫째, 개체 수에 대한 파악부터 하자! 해당 동물을 생포해 텍(tag)을 붙여서 방사하고, 다시 표본으로 포획해 텍이 붙은 포본 수를 활용해 전체 개체 수를 파악할 수 있다. 전체 개체 수가 파악이 되면 연간 적정 개체 수를 정하며, 매년 이들 목표 개체 수 유지를 위해 사냥 면허관리를 하고 적정한 포획 수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 등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과학적인 개체 수 관리방법이다. 주 정부 등에서 연초에 전체 사냥 면허 수와 면허소지자 1인당 사냥할 수 있는 마릿수를 발표한다. 둘째, 야생동물보호법이 현실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하면 포획기간이 아니면 농장에 출현한 야생동물을 농장주가 포획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적으로 밀렵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돼야 할 동물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그렇지만 개체수가 넘치는 동물이나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이나 보호법이 적용되는 일선 현장에서는 같이 취급될 수밖에 없다. 셋째, 식물도 보호 또는 퇴치해야 한다.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등에 대해서도 보호법이 적용대상이지만, 야생식물 채취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약초라는 이유로 야생에서 채취가 간단하다. 부족한 종에 대해서는 보호해야 하며, 유해식물에 대해서는 퇴치대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필요한 것만 채취하지 말고 해로운 것도 제거해야 한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천자춘추] 없는 서민도 민사사건 변호사 선임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국가가 나서서 변호인을 선임하여 주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엄숙한 법정 분위기와 고압적인 판ㆍ검사에 짓눌려 있는 피고인들은 심리적 열등감에 빠지기 쉽다. 변호인은 검사의 기소가 잘못되었다고 법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피고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자라면 국가가 나서서 변호인을 선임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형사재판제도가 갖추어진 문명국이라면 어디나 국선변호인제도를 두고 있다. 민사사건에서도 구조상 변호사의 조력은 꼭 필요하다. 민사 소송은 변론주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변호사로부터 올바른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면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억울하게 패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그에 부합되는 증거를 제출해야 판사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변호사가 없는 경우 당사자들은 법률 시스템과 변론주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해 필요한 주장과 증거를 현출시키지 못하거나 오히려 상호 모순되거나 관련없는 주장과 자료를 제시하는 바람에 패소하기도 한다. 분쟁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내어 국민이 납득하는 판결을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확산, 사법신뢰 확립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적으로 약 2천500여 명의 법관들이 1년 동안 평균 약 1천 건의 본안사건을 처리하고, 대법관은 주말 포함해서 하루 평균 6건 이상 처리해야 하는 등 법관의 업무강도가 높다. 현 상황에서 법관에게 모든 사건을 다 일일이 정리하고 당사자들을 납득시켜 가면서 판결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론주의 시스템과 맞지도 않을뿐더러 사법절차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공익적 측면, 사법처리의 신속성 확보에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사사건에서도 형사사건 국선변호인처럼 변호사가 일정 사건에 대하여는 반드시 변론에 참여하도록 하면 어떨까.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당사자와 함께 사건을 정리하고, 적절한 법적 조치를 적시에 취하도록 조력하도록 하자. 그렇다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일정부분 고통을 분담해주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변호사 변론주의 확대와 더불어 법률구조재원을 확충함으로써 서민들의 사법 접근권(access to justice)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사법신뢰 확립, 사법복지 실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천자춘추] 장애인 2명 중 1명은 노인

세계적인 추세와 동일하게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문제는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문제는 현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가장 큰 사회적 과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의 문제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져 미래세대에서는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체 국민의 고령화와 더불어 장애인 고령화 문제도 우리 사회가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고령화 비율이 9%를 넘어가고 있지만, 장애인의 고령화 비율은 거의 40%(65세 이상이 약 38.8%)에 육박하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장애인이 48.4%이며, 경기도의 경우 약 43%가 61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어 장애인 2명 중 1명은 노인이라는 것이다. 장애인의 고령화 비율이 매우 높은 이유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화로 인해 장애인이 되는 경우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의료기술의 발전, 공공보건의 개선, 질 높은 장애인 보조공학기기의 발명 등으로 인하여 생존율이 증가하였고,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애노인은 장애와 노화라는 어려움이 중복(이중위험)되기에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을 부양하던 주 부양자(대부분 부모)의 노화가 이미 진행되어 있다는 점이며, 그러기에 고령화된 장애인과 고령화된 주 부양자 2세대 모두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 깊어질 것이다. 장애인이니까 장애인 분야에서 해결하겠지. 아니 노인이니까 노인 쪽에서 해결할 거야. 이러한 생각으로 서로 책임을 미루고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으지 못한다면 장애노인에 대한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더 큰 어려움이 되어 우리 사회를 괴롭게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90년대부터 장애노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 지역사회 내 의료, 사회복지, 공무원, 교육, 체육, 여가 분야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장애노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장애와 노화의 2가지 문제의 중복으로 인해 사회구성원 중 가장 약한 자인 장애노인을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야만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인간은 모름지기 자기가 속해 있는 국가나 조직에 대한 애착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통해 작게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에서 우리 회사 우리나라 등 유별나게 공동체의 유대성을 강조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6월19일부터 2박3일간 제주에서 있었던 사회복지공무원 힐링교육을 다녀온 후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무른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기에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만의 교육과정 속의 공동체성을 통해 정체성을 찾았다는 글의 내용이다. 사회복지계 키워드의 시대적 변화를 보면 80, 90년대 대상자 중심의 심성 계발에서 사회복지사 중심의 임파워먼트, 2000년을 들어서면서 민, 관의 협력을 중시하는 거버넌스, 최근엔 사례관리가 공공복지의 대표적인 키워드가 아닌가 싶더니 요즘은 전 국민 힐링시대이다. 올해 초 3명의 일선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사건으로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가 했는데 또다시 업무의 연장 선상에서 복지수당 인상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위탁교육을 통해 힐링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에 참여한 직원이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글을 보면서 비록 전국에서 500여 명이 참여한 교육이었지만 나비효과로 전국의 1만3천여 명의 동료에게로의 파급 효과를 기대해 본다. 최근 대구 수성대 사회복지과 백창환 교수가 대구사회복지행정연구회와 공동으로 최근 사회복지직 공무원 4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19.4%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우울 장애 평생유병률(심각한 우울)이 일반인의 6.7%보다 3배 가량 높은 결과이다.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유병률인 8.7%와 비교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는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보다 훨씬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PTSD증상 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의 51.9%가 완전 외상후스트레스군으로 분류돼 소방공무원 30.6%, 경찰공무원 33.3%보다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행정의 불특정 다수의 민원인이 아닌 사회복지 행정의 특정다수인인 수급자,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업무특성상 감정노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행복한 사회복지사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말처럼 행복한 대한민국의 시작을 우리라는 주제의 힐링을 통해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 회장

[천자춘추] 초등학교 시절 행사

초등학교 시절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행사가 몇 개 있다. 그중에서 재미있는 행사가 쥐잡기 행사와 기생충 박멸 행사다. 1960년대는 그야말로 오염되지 않은 환경 탓으로 모기며, 쥐, 벼룩, 빈대, 기생충 등의 천국이었다. 연중행사로 치러지는 행사는 쥐잡기인데 쥐꼬리 잘라오기를 숙제로 주었다. 집집이 학생이 있으니 쥐잡기는 마을 행사였다. 어떤 집은 오징어 다리를 물에 불려서 볏짚 태운 재를 발라 가짜 쥐꼬리를 학생에게 들려 보내는 얌체족도 있었다. 그 시절은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서생원이 훔쳐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궁여지책이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는 회충박멸 행사다. 당시는 오염된 음식이 없고 열악한 환경 탓이었는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을 모든 학생이 몸속에서 키우고 살던 시대였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빈혈을 달고 살던 시대에 학생들의 건강은 열악한 상태였다. 정부에서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기생충 박멸 작전을 한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 기생충 검사를 시행했다. 변을 채변 통에 담아 제출하면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이 있음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알렸다. 회충약은 한 끼를 거르고 먹였는데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회충약을 나누어주면 안 먹을까 염려되어 담임선생님은 한 명씩 앞에 나오게 해서 회충약 다섯 알과 물 한 컵을 그 자리에서 먹게 했다. 대부분 학생은 회충약 다섯 알을 물 한 컵으로 가볍게 해치웠다. 어떤 학생은 번번이 회충약 먹기에 실패하자 꾀를 낸 것이 한 번에 한 알씩 먹기이었다. 알약 하나를 먹기 위해서 물을 2컵을 먹었다. 다섯 알을 먹는데 한 주전자의 물을 비우고는 장원급제라도 한 냥, 야! 다 먹었다고 하며 손뼉을 치면서 기뻐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진풍경은 약을 먹은 다음 날이다. 뱃속에 있던 회충이 고통스러워 요동을 치다가 항문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항문이 간지러운 현상도 발생했다. 다음날에는 영락없이 변에 흰 지렁이 같은 회충이 섞여 나와 징그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어떤 이는 수업시간에 회충이 입으로 나오는 끔찍한 경우도 발생하였다. 요즘은 위생관리가 잘되어서인지, 방부제 남용인지, 환경오염의 탓인지 우리 곁에 있던 동식물, 곤충, 기생충까지 이미 많은 종의 생물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들이 더 편하고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이 지구의 자원을 과소비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생태적 생활로 지구의 환경도, 건강도 지키고 돈도 절약하는 일석삼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지난주 월드컵 예선 이란전을 치른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는 박수소리보다 한숨소리가 더 가득했다. 그리고 사흘 뒤, K리그 30주년 기념 올스타전 행사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지만 군데군데 빈 좌석으로 가득했다. 썰렁한 분위기를 만회하고자 장내 아나운서가 끊임없이 관중 환호를 유도하는가 하면, 요즘 열애설로 주목받는 박지성 선수와 인터뷰도 하고, 초반부터 벤치에 앉아있는 구자철, 기성용, 윤석영, 이청용 등 해외파 선수들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축구 팬들로부터 외면받은 올스타전이 되버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올스타 선수들조차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미국 메이저 리그 전통 명문팀 뉴욕 양키스는 선수 유니폼 등에 이름이 없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미키맨틀, 얼 캄스, 토니 라제리 등 명예의 전당 헌액 타자와 허브 페낙과 같은 엄청난 투수도 있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를 지탱하는 진정한 힘은 스타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경기에서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불문율이다. 핀스트라이프(Pin-stripe,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일컫는 말)를 입으면 개인이란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뉴욕 양키스를 이끄는 힘인 것이다. 한때 미국 한 인터넷 사이트 설문에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누구를 CEO로 앉히면 되겠느냐는 답변으로 닛산 카를로스 곤 회장, GE의 잭 웰치 전 회장, 빌 게이츠 MS 회장,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쟁쟁한 사람들이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으로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뽑혔다. 맨유를 21년 동안 맡아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을 프리미어리그의 영원한 챔피언 후보로 끌어올린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변함없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당시 최고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던 데이비드 베컴과 5년 동안 150골을 뽑아냈던 루드 반 니스텔루이 등과 같은 스타들도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안 보이자 결국 다른 팀으로 이적되었다. 2002년 월드컵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던 한국 대표팀 히딩크 감독과 올림픽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역시 팀워크(teamwork)를 우승의 최우선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제 이쯤 되면 우리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진리를 스포츠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으로 단정 짓지 말고, 새삼 대~한민국! 팀코리아(Team-Korea)를 외치며 오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음모설에 멍드는 사회

정치적 음모설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이유가 좌파 및 유태인의 사보타지 때문이라는 등 뒤의 비수론을 퍼뜨려 정권을 잡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에이즈가 CIA에 의해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부터 9ㆍ11테러 미국정부 자작설까지 다양하게 있다. 음모설은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 원인을 음모에서 찾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음모설의 일란성 쌍둥이로서 현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조작설이다. 일본에는 조선의 종군위안부에게 조직적으로 자행된 인권유린을 부정하거나, 중국 난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을 뿐 난징대학살이란 국민당의 조작이라고 보는 세력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6ㆍ25전쟁이 북한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허락을 받아 시작한 남침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에 의한 남침유도설이라는 것이 미국의 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에 의해 유행하였다. 이것은 음모설과 조작설이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음모설이나 조작설이 횡횡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있다. 자신들이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은 조작이거나 상대방의 음모에 의한 것으로 봄으로써 도덕적 추락을 막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 특정한 정파를 지지하는 다수 대중의 사고를 크게 호도하게 된다. 음모설이나 조작설에 의해 사회는 황폐해지고 그 구성원들 사이에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극단적인 증오가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각종 조작설과 음모설이 횡횡하고 있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가 아니라 자작극 혹은 다른 원인에 의해 침몰되었다는 주장이나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직접 개입하였다는 주장은 일종의 음모설로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또 남북회담 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 여부와 내용을 두고 또 조작설이 등장하고 있다. 음모설이나 조작설을 막기 힘든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상의 자유에 의해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커밍스의 6ㆍ25전쟁의 기원에 대한 잘못된 견해도 이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시켰다는 이유로 업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법에 의한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향이 적다면 놔둘 수도 있지만 크다면 방치할 수도 없다. 결국 정치집단, 언론, 학자의 도덕적 양심, 그리고 사실과 원인을 판단하는 권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기관 없이는 음모설이나 조작설의 영향을 차단하기 어렵다. 양심이나 권위란 쉽게 얻을 수 없는 전통의 영역에 속하지만 더 미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의정부시립합창단

의정부시립합창단은 2004년 전문합창단으로 재창단한 후 그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11일에는 15회 정기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합창단은 그간 국립오페라단, KBS교향악단,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NHK 오케스트라 등과 꾸준한 협연을 통해 음악적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으며 매년 국가의 중요한 행사인 3ㆍ1절, 제헌절 등 국경일 행사와 대통령 취임식,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 등에 출연하여 의정부의 문화대사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의정부하면 아직도 부대찌개를 연상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겠지만 의정부는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우리나라의 예술축제의 대표적인 축제인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비롯하여 천상병음악제, 전국대학생 뮤지컬페스티벌 등 만만치 않은 음악적 자산을 갖고 있는 예술도시다. 또한 음악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음악공원조성, 대합창제 등 장기적 구상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합창단은 작년 말 새로운 지휘자(염진섭 전 국립합창단장)를 영입한 이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량도 크게 성장하였고 의욕이 넘쳐나고 있다. 합창은 나홀로 하는 음악이 아니다. 다 함께 마음을 합치고 우리 모두의 다른 소리가 하나가 되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합창이다. 그러한 화음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특히 지난달에 있었던 2013년 상반기 정기공연 까르미나 부라나는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한 뛰어난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어! 우리 합창단이 이렇게 잘했었나 하는 의아심이 들 만큼 놀라움이 컸던 공연이었다. 감동의 박수요, 아름다움에 대한 갈채와 더 잘하라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칼 오르프를 일약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든 무대형식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Song of Bearen, 보이렌 수도원의 노래)는 한독수교 130주년과 의정부시 30주년을 기념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곡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합창단이 충분히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합창단을 더 업그레이드 시켰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작품을 훌륭히 해냈다는 자부심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준 무대였다.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고 합창단의 공연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시민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끊임없는 정진과 열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의정부시립합창단에 큰 박수로 성원을 보낸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짝퉁 왕국의 변신

며칠 전 중국 북경에서 지식재산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중국관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자금성을 가진 못해도 유명한 짝퉁시장-슈슈시장(秀水街, Silk Market)을 놓치지 마라고 했다. 짝퉁 시장이니 짝퉁 왕국이라는 말이 중국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 지는 오래됐다. 중국의 짝퉁 행위, 소위 해적판 문화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시계, 혁대 등 명품 장신구로부터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의약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저작물의 불법 복제,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및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심지어 건축물에까지 짝퉁이 나와 파리 에펠탑, 런던 타워 브리지가 중국에도 있다. 드라마 대장금은 이미 중국에서 모두 다양한 상호로 등록됐다. 한마디로 지식재산 도둑질이다.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세계 명품업체들과 기업에 돌아간다. 중국 소재의 우리나라 기업이 특허침해를 당하고 이를 신고하면 들으려조차 하지 않고 묵살해버렸다는 보도를 접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하던 그 중국이 몇 해 전부터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짝퉁과 불법 복제가 외국산 제품을 넘어 자국 기업 간으로 확대되자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한참 미흡하지만 점차 그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신고를 하면 경청을 하였고, 침해 기업을 방문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더니 2년 전엔 중국의 한 전자업체가 휴렛패커드, 도시바 등 이른바 글로벌 첨단기술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특허가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중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소송을 당하던 짝퉁 왕국이 역으로 소송을 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특허출원 건수에 있어 미국을 추월한 세계 1위 국가이다. 그 뒤를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잇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외면하던 중국이 이제는 미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특허를 침해하면 손해배상액 3배 증액제도와 유사한 징벌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중국이 거대한 짝퉁 시장을 완벽히 없애기엔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하겠지만, 짝퉁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지식 재산권 강화를 위한 빠른 움직임과 변화는 분명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 일본보다 더 중요한 수출시장이 돼 버린 우리나라로서는 짝퉁왕국의 변신을 어느 여가수가 부른 노랫가락처럼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저 바라만보고 있네. 이철태 (사)한국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ㆍ단국대 교수

[천자춘추] 공직사회의 갑과 을

근래에 갑, 을 논쟁이 뜨겁다. 사회 곳곳에 갑과 을이 존재하고 약자에 대한 횡포로 숨죽이며 사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나 자신도 되돌아보게 된다. 공직사회에도 갑과 을이 존재할까? 행정을 집행하는 공직자와 수혜를 받는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 과연 누가 갑일까? 행정을 집행하고 이를 감시하는 공직자와 의원들과의 관계에서는 과연 누가 갑이고 을일까? 약 한 달여 전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접했다.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수리를 연결하는 양수대교 재가설 공사 구간에 주민들이 두 가지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주민과 남양주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현장을 방문했다. 며칠 뒤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현장에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현장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주무관의 입장은 달랐다. 첫째, 장마철에 배수가 안 되어 동네에 물난리가 나는 민원이었다. 여러 각도로 설명했지만 결론은 남양주에서 먼저 해결해야 될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 주민들의 요구에 통수로를 찾아봤지만 못 찾았고, 약 1년여 수질 검사를 해 봤으나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질문제니까 팔당수질개선본부와 협의해야겠다는 것이다. 나는 누가 어느 부서에서 해결하든 민원인들은 잘 모른다. 다만, 경기도 건설본부 사업구간이니 건설본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고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해결해달라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며칠 후 관계자들과 다시 자리를 같이했다. 본부장의 첫 마디가 가슴을 정곡으로 찔렀다. 배수로는 왜 우리가 해. 남양주에서 해야지. 통수로는 수질문제니까 팔당본부에서 해야 되고 내가 팔당본부장을 만나고 왔어. 난 순간 머리가 쭈뼛 섰으나 열심히 설명했다. 다시 돌아오는 말 남양주 왜 이래, 예산을 잡아놓고 한다고 해야지. 남양주 참 문제야, 담당자 들어오라고 해 수차례 남양주에 대한 막말에 국장님 나도 도의원이지만 남양주시민의 한 사람입니다. 남양주 욕 그만하시죠. 이번에는 참 업자같이 말을 하네라고 했다. 천장을 쳐다봤다. 주민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참자. 혹 의원이 잘못해서 민원 해결도 못하고 손해라도 가면 어떡하나, 나는 지금 을이다. 뾰족한 대책 없이 대화가 끝났다. 융ㆍ복합행정? 원스톱 민원처리? 최우선 민원 해결? 공허한 많은 용어가 떠올랐다. 지방의원 11년 만에 느끼는 비애는 이루 설명할 길이 없다. 냉정하자. 내가 바보가 되면 어떤가, 어떻게든 민원 해결이 우선이고 민원 앞에 나는 늘 을이니까 마음을 달래고 달랬다. 지금껏 갑으로 착각하고 살아왔던 건 아닌지. 이의용 경기도의원

지역 레저산업, 스터지스 랠리 배워라

올해로 6회째인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및 경기화성해양페스티벌이 성공리에 종료되었다. 금년의 경우 보트쇼는 장소를 옮겨 킨텍스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 305개사의 1천232개 부스, 29개국 141개 바이어가 참여하여 성황을 이뤘다.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3만3천 여명의 관람객 수치는 해양레저스포츠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증명해 보였다. 레저산업의 신성장동력화 가능성을 논하면서도 방향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시설 구축 외에 시원한 답이 없다. 모터사이클 랠리행사로 레저스포츠의 세계적 명소가 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스터지스 랠리를 소개하면서 국내 레저산업의 발전과제를 보고자 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스터지스(Sturgis)시에서는 매년 8월 첫째 주 1주일 동안 모터사이클 랠리 행사가 개최되며 올해로 73회를 맞는다. 스터지스 인구는 2010년 기준 6천600명의 작은 도시로서, 인구규모가 81만4천명인 사우스다코타주 내에서도 작은 도시이다. 2012년 랠리가 열리는 기간 동안 45만명 이상이 방문하였고, 1천1백만 달러의 매출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었다. 큰 바위 얼굴로 알려진 사우스다코타의 블랙힐 지역을 포함한 모터사이클 랠리의 세계적 개최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구 1만명 이내의 작은 도시가 세계적 빅이벤트의 명소로서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모터사이클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큰 바위 얼굴로 유명한 블랙힐의 관광자원 외에도 도로 및 호수 등의 경관을 부각시킨다. 일주일 행사를 위해 1년을 준비한 것처럼 프로그램이 체계적이다. 지역주민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외지인에게는 특별한 볼거리다. 둘째,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스터지스의 경우 랠리 대회 참가자 및 방문객에게 모터사이클과 관련된 것이면 신규구입은 물론 튜닝까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또한 랠리 기간에는 자신의 커스텀 바이크를 전시할 수 있고, 콘서트, 레이스, 모터사이클 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랠리행사를 이용해 해마다 신규모델을 발표한다. 셋째,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평상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모터사이클 면허, 보트와 트레일러 면허, 요트면허 등은 어디서 어떻게 취득하고 훈련을 받을 수 있는가? 레저활동의 시작은 단순관람 및 체험 이후 장비구입과 면허 취득에서 시작된다. 관련 면허가 필요하다면 널리 보급되도록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면허부터 갖추자!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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