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월평빌라 이야기

찜통더위에 매사가 지치고 짜증나는 요즘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적인 월평빌라에 대한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합니다.

월평빌라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냥 단순한 빌라가 아닙니다. 경남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에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입니다. 2층짜리 한 동의 건물이지만, 엄연히 서른두 분의 중증장애인이 모여 살고 스물세 분의 직원이 일하는 복지시설입니다.

장애인이 모여살고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설명칭에 장애인복지시설 혹은 사회복지법인이라는 문구를 없애고 월평빌라라고 칭한 이유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보통 주택이 되고자 하는 의도와 중증의 장애인들도 사람들과 이웃해 살며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삶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월평빌라는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입주민이라고 호칭합니다. 즉, 복지시설은 입주 장애인들이 저마다 자기네 삶을 살아가는 공동주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월평빌라에 입주한 장애인은 자신의 가족과 입주이후에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또한, 월평빌라는 후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있는 만큼 자족하며 사는 방법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입주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 또는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동정적이고 시혜적인 후원은 경계하고 꺼립니다. 또한, 자원봉사도 빌라 내에서는 되도록 정중히 거절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 빌라가 알려지면서 쉬는 날 이미용 봉사를 하러 오시겠다는 요청을 받으면 “고맙습니다만 월평빌라에서는 미용실을 이용합니다. 돕고 싶다면 빌라에서 말고 미용실에서 하시면 어떨까요? 쉬는 날은 쉬시고 영업하는 날 방문할 테니 그때 잘 다듬어 주십시오. 그리고 요금도 다 받으십시오. 부탁할 것이 있다면 출입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단을 없애고 턱을 낮추고, 조금 시끄럽더라도 이해하시고 사장님께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주십시오.”라고 양해를 구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월평빌라 이야기를 일부분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진정한 우리의 이웃으로 대하고 있는 진정성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장애인 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이제는 우리 경기도에서도 저런 시설 하나쯤은 나타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경기도에서 또 다른 월평빌라들이 생겨나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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