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제 전범기업 배상판결, 정부가 나서야

지난달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에게 신일본제철주식회사가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그 이후 부산고등법원에서도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에게 각 8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일제 침략전쟁의 피해국에서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중 최초로 그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그 역사적 중대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 한국인들을 징용해 갔다. 당시 강제 징용된 노동자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최소 70만 명으로 적어도 여섯 집에 한 집 꼴로 끌려간 셈이라고 한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부실한 식사와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을 강요당했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금되기도 했으며, 도망치다 잡히면 심한 구타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명백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과거청산을 회피하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결국, 2005년 한국의 변호사들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으로 피해자들은 우리나라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대한변호사협회는 일본변호사 연합과 공동으로 선언문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규탄하는 등 힘겨운 투쟁 끝에 이번 두 개의 고등법원 판결이 있게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이은 두 차례의 승소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실제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원고들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고 그나마 생존한 원고들도 90세를 넘어선 고령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실질적인 해결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비인도적 만행을 되풀이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한일 양국의 역사적인 화해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국가차원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적극적인 피해구제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양국 정부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천자춘추] 미담을 넘어선 제도 확충을

최근 필자를 생각에 잠기게 한 기사 2개를 접했다. 장애학생을 업고 계단을 오르는 경찰관이 찍혀있는 사진과 같이 전해진 국내의 미담사례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일어난 장애인의 법정소송을 다룬 기사였다. 장애학생의 등ㆍ하교를 책임졌던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와 오빠 등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도움을 줄 수 없기에 등ㆍ하교가 불가능했던 학생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들이 순번을 정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훈훈한 기사 내용이었다. 이 기사의 미담주인공인 경찰관은 이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법정소송을 다룬 미국의 기사 내용인즉,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가 20대 후반까지 같이 살던 발달장애 자녀를 자신들이 나이 들어 보호할 수 없게 되자, 시설로 입소시키려 했고, 장애 자녀가 반발해 본인의 후견인을 부모에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동네 아저씨로 변경하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2개를 비슷한 시기에 접한 필자는 미담사례인 국내 기사에서는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려왔고, 장애인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부모님께 소송을 건 미국 기사에서는 약간은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한 생각이 교차했다. 장애학생의 등ㆍ하교를 돕는 경찰관의 행동은 마음을 충분히 훈훈하게 했지만, 그 장애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기사로 인해 본의아니게 자신의 가족사와 개인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이후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태도로 그 학생을 대할까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미국 기사의 내용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이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련제도를 만들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미담사례는 줄어들게 되겠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참으로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장애학생의 등하교와 일상생활을 돕는 제도와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제반 조건들이 매우 까다롭게 되어 있어서 이용이 쉽지 않다. 장애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장애상태에 따른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장애인으로서 미담 대상자의 생활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가 확대되어 구축되기를 바래본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천자춘추] 한 여름 산타클로스의 선물

입추가 지났음에도 연일 계속되는 더위가 이제는 그 도를 넘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와 경보, 특보를 번갈아 발표하며, 1932년 온도를 관측한 이래로 최고의 무더위를 경신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행복하다는 독거 노인들이 이제는 삼복 무더위에 바람한 점 없는 비좁은 쪽방에서, 단칸방에서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내고 있다. 차라리 비가 내리면 시원하다지만 요즘엔 사나운 폭우로 변한 장마로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를 기대하는 저소득 대상자들에겐 그도 만만치 않은 기대일지도 모른다. 저소득층에게 그 나마 여름은 겨울나기보다는 수월한 계절이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따뜻한 분들의 나눔의 온정을 나눌 수 있고,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의 방문이나 관심도 높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요즘 동 주민센터에서는 폭염대비 독거노인 보호대책 제출, 무더위 행동요령 포스터부착 점검결과 제출등의 공문이 소나기처럼 내리고 있다.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역시도 수급자 노인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장소이다. 나름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자존심으로 경로당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웃돕기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설날이나 추석을 전후로 이뤄지고 성품도 언제부터인가 양곡이 이웃돕기 물품의 대명사가 됐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여름철 산타(?)들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물론 몇몇 기업에서 저소득 노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에 선풍기를 전달하는 행사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몇 해 전 지역 내 독지가의 성의로 독거노인에게 전달한 전기스토브는 전기료 걱정에 다음해에도 포장 그대로 한쪽에 미뤄 놓은 것에 비하면 선풍기는 올여름 숨 막힐 듯 한 무더위를 날리는 한 여름 산타클로스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업들의 지원행사가 그저 보여주기 위한 단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작은 골방에서 비록 시원한 바람은 아닐지라도 독거노인들의 무더위는 물론 소외된 마음을 날리는 선풍기가 여름철 나눔 사업으로 지속됐으면 한다. 또 이러한 운동이 이제는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이고 인도적인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으로 확대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천자춘추] 학습효과를 겸한 봉사

방학기간은 청소년들에게는 봉사활동의 계절이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청소년 봉사 활동은 1995년 5ㆍ31 교육개혁에서 실천위주의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제도로 시작됐다.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도달하고 있지만, 활동공간이나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문화센터에서도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족 봉사 동아리가 진행되고 있다. 가족봉사단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7가족 28명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봉사내용은 각 가정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대상을 찾아 무엇을 봉사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내용을 준비해 봉사하고 있다. 고등학생은 1년에 20시간, 3년 동안 60시간의 봉사 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거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봉사활동기관들도 봉사거리를 만들어 주느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7월20일 청소년문화센터 가족봉사단이 보훈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에 보훈요양원을 찾았다. 봉사활동은 모두 5가족 17명이 참여했는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였다. 가족봉사단의 부모들은 어르신 발마사지를 해 드리고, 청소년들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활동이었다. 참여한 가족봉사단 단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부모와 청소년 모두가 뜻있는 봉사였다고 했으나 봉사활동에 대한 개선점에 대한 의견에서는 어르신들이 발을 내미는데 별로 고마워하지 않은 표정이란다. 어떻게 보면 어르신들이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봉사 거리를 제공하는 봉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못해 발을 내어주는 표정은 아니었는지? 가족 동아리 봉사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은 일반 성인들의 봉사활동과는 다르게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을 제안했다. 학교나 청소년시설에서 배운 지식을 봉사활동 현장에 적용하는 기회를 갖는 실천과정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단순 봉사활동이 아닌 학습과 봉사를 겸하는 방법으로 사물놀이나 합창, 통기타, 댄스 등 가족중심의 동아리활동을 1주에 한 번씩 모여서 교육을 받고 월말에는 그동안 연마한 재능을 공연봉사를 하는 것은 어떤지, 학습도 하고 가족친목도 다지고 봉사도 하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는 봉사를 제안했다. 올가을에는 학습과 봉사, 가족의 화합을 함께 잡는 가족봉사 동아리를 결성해 볼 작정이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축구메카 빅버드 A매치

오는 14일(수) 오후 8시, 축구메카 빅버드 -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년여 만에 남미 강호 페루팀과 A매치 경기가 열린다. 페루팀은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9위의 강팀이다. 지난 2011년 열린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팀과는 1971년 원정 경기에서 우리 팀이 당한 0-4 패배가 유일하다. 페루팀은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을 위해 해외파 14명, 국내파 6명으로 최강 전력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클라우디오 피사로와 과거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뛰었던 제퍼슨 파르판(샬케04), A매치 통산 19골을 기록 중인 파올로 게레로(코린티아스), 카를로스 잠브라노(프랑크푸르트) 등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럽파 선수들이 포함됐다. 최근 한국 대표팀의 이기는 축구에 목말라 있는 팬들이 유럽파 선수 참가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이번에도 홍명보 감독은 유럽 시즌 개막 일정을 고려해 동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국내파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점검하며 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팬들은 이기는 경기에 열광한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만을 목표로 하는 것을 롬바르디즘(Lombardism)이라 하는데, 이는 미국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슈퍼볼 최고 명장인 빈스 롬바르디 감독의 스포츠 리더십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편, 유네스코는 1964년 페어플레이 트로피 제정을 통해 스포츠 경기에서 진정한 가치 실현을 위한 페어플레이 정신만이 올바른 스포츠 정신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첫 트로피는 도쿄 올림픽의 스웨덴 요트팀에 주어졌다. 우승을 겨루는 호주팀의 두 선수 가운데 한 선수가 파도에 쓸려 보이지 않자, 이를 목격한 스웨덴팀의 키엘 형제는 배를 후진해 추락 선수를 구한 후 요트에 다시 오르게 하고 동시에 출발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키엘 형제는 그로 인해 12위에 그쳤지만 그들이 보여준 진정한 배려의 스포츠 정신은 온 세상으로부터 우승보다 값진 관심과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번 페루전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FIFA가 인정하는 첫 A매치 경기로써 42년 만에 페루와의 리턴매치로 그 의미가 깊다. 오랜만에 축구메카 빅버드를 찾은 반가운 손님과도 같은 A매치 경기인 만큼, 도내 축구팬들과 수원시민들이 함께 경기장을 가득 메워 우승보다 값진 수준 높은 경기력과 응원 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아소의 착각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나치로부터 배우자는 발언은 일본 정치계에 대해 세 가지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첫째, 아베 내각의 역사의식과 지식이 말할 수 없이 낮다. 둘째, 전후 70년 동안 일본이 배운 자유민주주의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에 의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셋째, 일본 우파의 평화헌법 개정 의지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아소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치의 수권법은 아무도 모르게 통과된 것이 아니다. 히틀러는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의 의사진행규칙을 바꿨다. 수권법이 통과하려면 의원의 2/3가 참석하고 재석의원의 2/3가 찬성해야 하지만, 수권법을 반대하던 당시 사회민주당과 공산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통과가 불가능했다. 나치는 이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양해를 구하지 않고 참석하지 않은 의원은 참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또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돌격대(SA)들로 하여금 의사당을 포위하게 만들었다. 결국 게슈타포가 구금하고 있던 좌파의원들을 모두 재석의원으로 간주하는 사기를 통해 수권법은 통과됐다. 히틀러의 수권법은 국가기관간의 권한의 이동을 금지하는 3권 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써 바이마르 헌법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그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일본이 나치의 수권법을 벤치마킹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일본이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절대다수로도 변경ㆍ훼손할 수 없는 가치를 헌법에 도입했다.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서 한국의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수권법은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그 제정과정과 내용에서 모두 훼손했다. 자신의 발언이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아소는 발언의 진의가 곡해됐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아소는 평화헌법 9조를 우회하는 법령을 통해 일본이 사실상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헌법을 우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독재로의 문을 여는 것이다. 일본 우파가 과거 군국주의의 만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배경에는 패망 이전의 군국주의 일본 지배층과 이후의 지배층이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외투를 입었지만 일본의 혼네(본심)에는 전범 쇼군들을 섬기는 군국주의 정신이 온전히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정치에 직접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중요한 점은 가능한 빨리 한반도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공개하고 공유하라

최근 뉴욕대 저널리즘과 뉴미디어 교수인 제프 자비스(Jeff Javis) 교수의 디지털 시대의 생존전략을 다룬 공개하고 공유하라(원제 Public Posts)를 읽고 있다. 세계적인 IT블로거로도 유명한 제프 자비스 교수의 이 책은 원래는 블로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공개하고 공유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힘이 무엇인가를 다룬 책이다. 40여 년간 공조직에서 일했던 필자로서는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작은 조직이지만 경영 책임을 맡은 CEO로서 어떤 부분은 보안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경영 정보의 공개가 불편하고 밝히기 꺼려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신조를 조직경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경영의 정의는 경영학자의 수만큼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신제품개발전략이든, 마케팅전략이든, 홍보 전략이든 조직역영에서 만만한 부분이 없지만 조직 운영 경험을 통해 볼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경영이 아닌가 한다. 사람 경영의 목표는 모든 조직구성원을 조직이 목표하는 대로 이끌고 조직구성원의 에너지를 모으고 열정을 불어 넣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공조직이든 기업이든 지금은 윤리경영, 착한경영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하이에크(F. Hayek), 프리드만(M. Friedman)등 당시의 경제학자들은 윤리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기업경영이 기업의 이윤추구 못지않게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중요시 되고 있고 이를 외면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CJ, SK, 한화그룹 대표의 구속 사태나 남양유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윤리경영이 이 시대의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윤리경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공개하고 공유할수록 조직이나 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공개함으로써 경영자는 더 건강할 수 있고 조직구성원간의 소통도 원활할 수 있으며 고객과의 신뢰도 더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장처럼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단 몇 줄의 글이 세상을 뒤흔들고 세상을 바꿔놓는 시대다. 잘못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과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기업은 오히려 고객의 박수를 받는다. 숨기고 감추려다간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확대된다. 공개하고 공유할수록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고, 조직원간의 신뢰와 고객을 비롯한 대외적인 소통을 더 튼튼히 할 수 있다. 최진용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뽀피의 법칙

뽀피? 휴지선전에 나오던 강아지 이름 뽀삐와 비슷한데 뽀피의 법칙이란 게 있겠는가? 이는 네 개의 P의 법칙 즉 Four P의 법칙이란 의미인데 필자가 억지로 된소리를 내어 본 것이다. 네 개의 P의 법칙이 무엇인가? 이는 16년 전 겨울 쯤 되는 시기에 모 정당의 대권주자였던 사람의 지지 조찬모임에서 A 인사가 강연했던 그 내용의 일부분을 저자가 기억을 더듬어 각색해 부쳐본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3가지 욕망이 있으니 권력(Power), 명예(Pride), 재산(Property)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P중에 인간은 2가지의 P만을 가질 수 있으나 굳이 3가지 P를 모두 가지려면 한 가지 P를 더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는 감옥(Prison)이다. 즉, 감옥살이를 해야 하거나 그에 준하는 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주영씨도 그러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그 뽀피의 법칙에 벗어나지 못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임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권력과 명예를 가졌지만, 엄청난 부정축재로 결국은 감옥살이를 했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당사자가 관여치는 않았지만 결국은 자식들이 아버지 대신 재물에 욕심을 내 한 가지의 P를 추가로 가지려 했고, 아들들이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 유감스럽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사건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고, 앞선 대통령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고 하겠지만 지린 똥도 냄새가 나는 법이다. 그도 역시 이 뽀피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주영씨도 우리나라 경제개발에 크게 기여한 성공적인 사업가로서 재산과 명예의 두 가지 P를 가졌다. 그런데 그도 권력이라는 또 하나의 P를 가지고자 대통령에 출마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그 후유증으로 건강을 잃었고 그의 기업도 큰 시련을 겪었다. 그런데 이 뽀피의 법칙이 꼭 큰 거물급 인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다. 그 P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16년전 이 뽀피의 법칙을 이야기 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분의 지지를 호소하던 그 A씨도 지난 MB정부에서 명예와 권력을 갖는 자리에 잘 있더니 정권 말기에 재산이라는 P를 더 가진 것이 들통이 나서 결국은 감옥이라는 P를 또 하나 더 가져야만 했다. 이철태 지식재산교육연구학회장 단국대학교 교수

[천자춘추] 하수도가 미래다

지난 6월 남양주시에서 아주 특별한 포럼이 열렸다. 일반주민, 관계전문가, 공무원 등 약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선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유일하게 2회 연속해서 하수도가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하수도 포럼이 개최된 것이다. 하수도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과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된 의미있는 행사였다. 하수도 업무는 자자체 고유사무로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한 부분이지만 지자체 행정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지자체가 시행되면서 개발을 통한 도시 확산 위주의 정책에 따라 소홀히 취급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기후변화(기온상승, 해수면상승, 집중호우, 물부족)가 심해지고, 전국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물 순환관리 역량강화의 필요성이 더해지고, 물 재이용법, 하수도 법 등 물순환 관리 관련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관련 정책이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첫 단추를 남양주시에서 끼우게 된 것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경 여건 변화에 따른 하수도의 새로운 사명과 역할을 강조했으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물관리를 비교적 잘하여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수량은 부족하지 않으나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물 환경을 가진 국가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하수도는 노다지(특히 인회수)임을 환기시면서 자원순환을 통한 에너지 자립으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에 국가는 하수도 설치 및 운영에 국비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으며, 특히 관거사업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불명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관거의 근원적 재정비가 최대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분류식하수관거 정비사업은 수 조원을 투입하며 현재 3단계가 진행되고 있으나 주로 지선관거사업에 치중하여 기존의 차집 관거나 잘못 시공된 간선관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나 실태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하수도 정책을 얘기하면서 관거에 대한 문제점은 단골 메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양주에서 작년 이맘때 팔당호 무단방류 사건으로 곤혹을 치룬 것도 바로 관거부실이 사건의 핵심이다. 남양주시는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는 등 아픔을 딛고 이런 포럼을 통해 하수도 모델도시로 우뚝서고 있다. 소외되었던 행정영역에서 관계 공무원의 철저한 책임의식이 시의 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모쪼록 하수도가 노다지로서 미래산업으로까지 발전되길 기대해본다. 이의용 경기도 의원

[천자춘추] 모터스포츠 없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자동차 경주대회인 유러피언 F3 포뮬러 쓰리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임채원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F1 개최국이면서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데, 한국인 우승이 처음이라니, 모터스포츠의 부재를 실감한다. 야간 생산라인까지 가동해 가면서 자동차만 열심히 만들어서 수출을 했지만, 정작 자동차와 연관된 문화 활동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F1 입문과정인 F3를 처음으로 스폰서 없는 한국선수가 입문 3개월 만에 우승했고, F1 선수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박물관, 모터쇼와 더불어 3대 자동차문화의 척도로 여겨지는 서킷이 발달하지 못하고 모터스포츠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째, 자동차관련 검증이 기술 중심의 주행시험 정도에 그쳤다. 보다 대중 앞에 다가서는 과감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주행시험장 내에서 기술진의 검증보다는 대중의 눈높이로 자동차의 주행성능을 확인토록 해야 한다. 모터스포츠 대회는 첨단과학기술의 전시장이다. 그중에서도, F1대회는 최첨단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개발된 첨단기술을 F1 레이스를 통해 검증하고 이를 일반차량에 적용함으로써, 신기술을 선보이고 과시(?)하는 격전장이다.전세계 300여개 유수기업과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의 35%가 F1 대회 스폰서로서 참여하고 있다. 둘째, 모터스포츠 레이싱 드라이버가 성장할 수 있으려면 기업의 후원이 절실하다. F1의 입문과정인 F3 선수가 되기까지 최소 10년의 경험과 성적을 내기까지 2년에서 3년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닳을까봐 마음껏 달릴수도 없었고, 연습을 마음껏 할수도 없었다는 F3우승자 임채원 선수의 말에, F1 드라이버를 위한 스폰서의 필요성을 느낀다. 셋째,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빨리 달리면 폭주족인가? 스포츠로서 모터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철없는 청소년이나 스턴트맨의 전유물처럼 모터스포츠를 보는 시각이 아직도 팽배하다. 용인, 태백 등 서킷이 일부 지역에 있지만, 정작 모터스포츠를 꿈꾸고 준비할 라이더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연습장이 없다. 일반 자동차가 달려야할 공로를 경기장의 레이스처럼 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더 이상 자동차만 만들지 말고, 그 차를 광고할 드라이버도 양산하자!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

[천자춘추] 대법관 수 증원하고 심리불속행 폐지해야

지난 3월 대법원은 최초로 상고심 재판과정을 인터넷 생중계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고, 언론의 호평도 많았다. 이에 힘입어 대법원은 두 번째 생중계를 실시하였고, KTV와 업무협약도 체결해 지속적인 중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며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시도 중이다. 첫 생중계 사건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출국한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여부였다. 하급심 법원은 자녀를 데리고 간 것은 사실이나 폭행, 협박은 없었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그 사실판단을 전제로 폭행, 협박이 없으면 약취가 아니라는 법리를 적용하여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처럼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사ㆍ가사ㆍ행정사건은 그렇지 않다. 당사자가 상고를 해도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를 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끝내 버릴 수 있는 심리불속행제도 때문이다. 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상고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갑자기 아무런 이유나 설명이 없이 더 이상 판단하지 않겠다는 판결문을 받을 때 당사자와 변호사는 허탈하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심리불속행 처리 비율은 2010년 68.7%, 2011년 69%로 해마다 증가했다. 10명 중 7명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법원이 판단도 안하면서 거액의 인지대는 고스란히 삼켜버린다는 강한 비난도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비판 속에서 대법원이 2011년 말경 개선방안을 만들어 시행하였으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판단을 바라는 모든 사건을 다시 한 번 판단해주지 않는 것인가. 대법관 수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13명의 대법관만 가지고는 살인적인 수준의 업무 부담을 해결할 수 없고, 전국의 모든 상고사건을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관 수를 대폭 늘려 국민이 납득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대법관을 13인으로 못 박고 20여 년 전에 폐지된 상고허가제를 부활하는 방안으로는 국민의 불만만 쌓이게 할 뿐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불합리한 심리불속행제도를 개선하고, 대법관 수의 증가라는 상고심의 실질적인 개혁을 지속적으로 촉구해나갈 것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천자춘추] 휴가와 피서

지난 7월 19일부터 5일 동안 휴가를 내서 피서를 다녀왔다. 필자는 장애인이지만, 보행과 이동의 어려움이 없기에 피서를 가는데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지체장애 중 하지장애와 뇌병변장애, 척수장애 등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피서지를 선택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것을 그림의 떡처럼 생각한다. 해변에 가고 싶고, 해수욕을 하고 싶지만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80년대 중반 장애인들과 해변에서 캠핑을 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장애인을 우선 해변에 내려놓고, 휠체어를 들어서 해변으로 옮기고, 다시 장애인을 업거나 않아서 휠체어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난 무게의 전동휠체어가 보급되었고, 전동휠체어는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장애인이 가고자 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로 인해 이를 들거나 휠체어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매우 힘든 단점이 있다. 특히,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에서는 전동휠체어의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1994년 망상해수욕장을 시작점으로, 낙산, 설악, 보수대, 명파리, 그리고 최근 기사문 해수욕장이 전동휠체어 간이 이동로 설치, 평상과 막사를 이용한 휠체어 이동높이와 동선을 고려하는 등 전동휠체어를 이용 하는 장애인들을 포함하여 전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개장하고 있다. 그러기에 장애인들의 해수욕이 그림의 떡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다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해수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과 편견이 우리 생각을 지배해 아예 시도조차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분명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즐기고 있다.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에 대한 홍보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즐기고 있는 해수욕장들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 간이 이동통로와 휠체어의 높이와 동선을 고려한 막사와 평상의 설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수상휠체어 구비 등 편의시설과 환경을 구축하는데 그만큼의 신경을 쓰기에 이에 대한 홍보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휴가를 낼 수 있는 장애인이든, 직장이 없어서 휴가를 낼 필요가 없는 장애인이든, 피서지로 해수욕장을 선정하고 이를 즐길 수 있다. 뜨거운 태양, 반짝이는 모래, 출렁이는 파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피서를 해변으로 가도 좋겠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위원

[천자춘추] 맞춤형 급여체계의 과제

안성맞춤의 사전적 의미는 조건이나 상황이 어떤 경우나 게재에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꼭 맞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80년대 초중반 군에서 근무할 당시를 돌이켜보면 옷에 사람을 맞추고 군화에 발을 맞추는 요즘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오랜 기억이 있다. 최근 모 카드사의 CF광고를 보면 맞춤에 대해 쉽게 표현하고 있다. 매일 출근할 때 버스를 이용하는데 항공할인의 혜택을 받게 되고, 취미생활로 골프를 즐기는데 놀이동산 혜택을 받게 되고, 주로 장을 볼 때 카드를 사용하는데 호텔할인 혜택을 받는다는...본인에게 적합한 용도에 맞는 카드를 선택하라는 내용이다. 이제 공공 복지제도에도 맞춤형 급여체계가 도입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과 재산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이 충족시 기초수급자에게 생계ㆍ주거ㆍ교육 등 7개 급여를 일괄 지원했으나 2000년 제도도입 후 10여년이 경과하면서 수급자가 제도에 안주하는 이른바 빈곤의 덫 내지는 빈곤함정의 문제가 발생하고 사각지대 해소에도 미흡했다. 맞춤형 급여체계는 탈빈곤에 대한 유인을 강화하고 사각지대의 탄력적인 해소를 위해 현행 통합급여 체계를 개별 급여화해 최저보장 수준을 별도로 설정하고 선정기준은 상대적 빈곤관점을 반영해 결정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에 대한 보호가 확대가 주요 골자이다. 이로서 고질적인 문제인 도아니면 모식의 All or Nothing의 모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빈곤층에 대한 최저생활 보장에 집중과 아울러 개별 욕구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으로 사각지대의 상당부분을 해소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내년 동 주민센터의 기능 강화를 전제로 한 전달체계 개편과 아울러 제도 개편 후 대상자의 급증에 따른 전문인력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춤형 급여체계가 시행된다면 업무의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며칠 전 인천시장과의 간담회 건의사항에서도 전문인력 확보와 교육 후 배치 요구가 그 이유이다. 서비스 대상자들이 체감하게 될 불가역성의 표출을 현장의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온전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비스대상자의 맞춤형 복지와 아울러 전문인력의 맞춤형 복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어쩌면 필연적 선행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ㆍ사회복지학 박사

[천자춘추] 십 남매의 추억

얼마 전 TV에서 10남매 가족을 소개한 일이 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사는 모습을 보니 넉넉지 않은 모습인데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남 일 같지 않다. 이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10남매가 시골에서 살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8~9남매를 낳은 것은 보통이었기에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형제가 많다고 해도 결혼을 해서 떠난 사람, 서울로 유학 간 형님, 직장 생활을 하려고 타지로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 6~7명이 함께 살았다. 시골 생활이 다 그러하듯이 손 하나라도 있으면 일이 수월하기에 어머니는 일터로 나가시고 집에 있는 누나들이 동생들을 돌보다가 시집을 가곤 했다. 첫째 누님이 19살에 시집을 갔다. 그리고 어머니는 다음 해인 1955년에 필자를 낳으셨다. 이듬해 사위가 왔을 때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으셨다고 한다. 큰 누님은 그 다음 해 큰아들을 낳고 연달아 둘째 아들을 낳았다. 큰 누님이 시집간 후 집안 살림은 둘째 누님의 몫이 되었다. 늦게 낳은 막냇동생도 돌봐야 했다. 둘째 누님은 1957년에 시집을 가서 이듬해 봄에 큰딸을 낳았다. 어머니는 그해 12월에 열 번째 막내딸을 낳았다. 둘째 누님이 시집을 간 후에는 셋째 누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렇게 하여 나는 둘째 누님부터 셋째, 넷째, 다섯째 누님 순으로 바통이 넘겨지면서 누님들의 손에 자랐다. 그중에서 다섯째 누님과의 생활이 가장 길었다. 누님은 솜씨가 좋아서 무슨 일이든지 척척 잘했다. 농사일이며, 음식솜씨 또한 수준급이었다. 특히 누나는 찐빵을 잘 빚었다. 여름이면 팥소를 넣어 만든 찐빵을 뚝딱 한 가마솥 쪄서는 한판 파티를 벌이곤 했다. 이 시절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누나의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가곡을 부르곤 했다. 전기도 안 들어오던 시절 우리 가족들은 쏟아지는 별을 보며 추억을 만들곤 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자 이번에는 큰딸에게 맡기셨다. 큰 누님에게는 고등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결혼할 때까지 신세를 지게 되었다. 큰 누님은 아들 다섯을 낳아서 막냇동생까지 아들 여섯을 길러야 했다. 몇 년 전 2.1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분이 계셨다. 어떤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부가 2.1명을 낳아야 적정한 인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2.1명을 낳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세 자녀는 낳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충영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감독(리더)의 자질

NBA 영웅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신입생 시절 편도선염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수차례나 그를 방문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던 거스릿지 감독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10회 우승의 불멸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룡 감독은 본인은 지장(智將)도, 용장(勇將)도, 덕장(德將)도 아닌 복장(福將)이며, 이종범, 선동렬과 같은 선수들을 만나 좋은 감독 시절을 보낸 것에 감사한다고 선수들을 추켜세우며 겸손해 한다. 뉴욕 양키스가 5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도록 한 조 토레 감독 역시, 팀원들을 제대로 파악할 것, 선수들로 하여금 항상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갖게 할 것, 실수에 관대할 것 등을 감독으로서의 필수 자질로 꼽는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포브스지의 좋은 CEO가 되기 위한 자질 설문조사를 보면 인간관계 능력을 1위로 정하고 있다. 또한 감성지능을 강조한 대니얼 골만은 21세기 성공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인간관계 패러다임을 사회지능인 SQ(Social Quotient)로 명명하고 있다. 사회지능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타인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뜻한다. 스포츠 감독의 최우선 자질을 두고, 선수 개개인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 내면성을 움직여 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인간관계 능력이 스포츠 영역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컨페드컵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0대5로 완패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좋은 경험이었다. 선수들의 경쟁력을 더 길러내야겠다고 했다. 이듬해 다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2대3으로 졌을 때는 그 동안 선수들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감독으로서 행복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는 이렇게 선수 개개인을 파악하고, 위로하고, 스스로 깨닫게 만들고, 그런 변화가 가져온 결과를 선수들 모두가 한 몸으로 느끼게 해 다시 분발하도록 했던 히딩크의 감독-선수관계 능력 리더십 덕분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이후 선임된 본프레레 감독은 경기에서 질 때마다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 때문에 졌다. 전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았고, 결국 국민적 비난과 함께 경질되었다. 무엇보다 감독(리더)은,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 간 인간관계 능력의 자질을 극대화함으로써 팀(조직)을 하나되게 해야 한다. 구성원간 관계성을 회복해 나감으로써 우승이라는 운명이 찾아 오게끔 해야 한다. 감독이 팀(조직)의 실패 책임을 아래로 돌리는 순간, 그 팀(조직)은 모래알이 된다. 김영석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사무총장

[천자춘추] 두 개의 빅게임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회담 대화록을 누가 폐기했는지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 장맛비처럼 계속되고 있다. 차후 대처방안을 보면 새누리당은 검찰수사를 통해 사초(史草)의 삭제 책임을 민주당에 물으려하고 있고, 민주당은 회담 전후의 회의록을 열람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다. 여야의 대화록 공방을 승패가 있는 게임으로 본다면,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국정원에서 공개한 회의록 전체를 읽어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의 NLL 포기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는 것이 유일한 독해(讀解)이고, 회담 전후의 발언이 회담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NLL 논쟁에서 근본적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큰 결단을 출구전략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노무현-김정일 회담 대화록 논쟁에 밀렸지만, 훨씬 중요한 빅게임이 목하(目下)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남북회담이 그것이다. 7월 22일 개성에서 열린 5차 실무회담에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 방안을 놓고 남북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25일에 다시 6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열의와 김정은 정권의 국제적 고립 및 경제난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는 데에는 남북 간에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합의를 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북한전문가들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라는 실무직에 불과한 북한의 박철수 수석대표가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실무자 회담에서는 공단재개에 관련된 사항에 합의하고, 재발방지 논의는 최소한 차관급 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오산이다. 왜냐하면 수령주의 북한에서 개성공단의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최고존엄 수령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실무회담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적으로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사실상 남북 최고위 당국자 회담이나 다름없게 됐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누가 이길까? 북한의 최고존엄이 빨리 출구전략을 짜는 것이 그나마 이 게임을 외견상 윈-윈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천자춘추] 문화가 있는 삶 (2)

나의 주변 친구들은 일찍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결과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의 후반부에 경제적 안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면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주변 친구들을 볼 때 그들은 그들의 삶에 만족하고 있지만 뭔가 아쉽고 조금쯤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50대 후반 퇴직하여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등산, 골프, 낚시만으로는 인생이 삭막하지 않은가. 아름다워야, 풍부해야 할 우리의 삶이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TV연속극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친구들과 술자리와 잡담으로 보내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 값지고 소중하지 않은가. 그간 오직 성공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것도 억울한데 인생의 후반부마저 삭막하고 쓸쓸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은퇴 후의 삶이 무기력하고 수동적이고 단순한 삶이 아니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바그너축제 극장에서 만난 유럽의 노신사처럼 문화를 즐기는 삶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불고기집이나 삼겹살집에 자주 가기 보다는 매월 1~2번쯤으로 줄이고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공연도 보고, 전시도 함께 즐기고 여행도 떠나보자. 여행은 몸으로 읽는 세계사다. 여행을 통해 낯선 세계인도 만나고 책을 통해 인생의 지평을 넓혀보자. 지금 우리는 결핍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먹는 것을 조금 줄이고 문화 활동에 참여해보자. 마시는 것을 조금 줄이고 매월 1권 정도는 책을 사서 읽자. 우리의 삶은 보다 풍부해지고 보다 아름다워지고 보다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몇년 전에 아직 현직에 있는 후배가 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내용이지만 재미있어 보낸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생의 후반부가 즐거우려면 첫째 쩐(돈)이 있어야한다. 둘째는 건(건강)이요. 셋째는 사(일거리)요. 넷째는 우(친구, 언제나 불러내도 나올 수 있는 그런 친구)다 열째는 여(여자친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젊은 여성)가 있으면 더욱 좋다는 내용이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정말 의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문화라는 친구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문화와 함께 하는 삶, 문화로 소통하는 삶은 이 시대 무엇보다도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잘 노는 것은 잘 사는 것이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삶에 열정, 삶의 에너지, 꿈을 주는 문화의 친구가 되어보자.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천자춘추] 개구리에게 감사하라

창조경제와 직결되는 핵심 단어의 하나는 지식재산이다. 아마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겐 지적재산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된 후 혼용되던 표현이 지식재산으로 표준화되었다. 지식재산 창출의 중요한 근원의 하나는 발명이다. 여섯 해 전에 영국 일간지인 인디펜던트가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을 주판(abacus)에서 지퍼(zip)까지 알파벳 순서로 선정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인류가 59만년 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로부터, 인터넷(1969년), 전자시계(1972년), 종이(105년) 등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발명품 외에 콘돔 (1640년), 브래지어(1913년), 단추(1235년), 진통제인 아스피린(1899년), 마우스(1964년), 여성용 피임약(1951년), 자전거(1861년) 등을 101가지 발명품에 포함시켰다. 최신 발명품의 영예는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이 선정됐다. 2001년 출시된 이후 시간당 2천여개가 팔려나가 음악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게 선정 이유다. 아마도 요즈음 이 101가지 발명품이 소개되었다면 당연히 스마트폰에게 그 자리를 내 주었을 것이다. 기사의 내용 중 재미있는 내용은 101가지 발명품이 아니라 건전지를 목록에 포함시키고, 101가지 발명품의 3분의 1 이상이 이 건전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류는 건전지 탄생에 기여한 개구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소개한 것이다. 이 세상 최초의 전지는 1800년 알렉산드라 볼타(Alessandro Volta)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 발명을 할 수 있게 만든 소위 원천적 기여는 1791년 루이기 갈바니(Luigi Galvani)의 개구리의 근육실험이었다. 전지는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산업재산권의 국제적 보호를 위한 파리조약이 1883년에 채택되었으니 오늘날의 지식재산권처럼 특허화 되진 못했다. 하지만 이를 발명한 알렉산드라 볼타는 나폴레옹으로부터 백작의 칭호를 받았고 이렇게 만든 전지로부터 커다란 부를 누리게 되었다. 부와 명예를 함께 누리게 되었으니 오늘날 성공적인 지식재산권을 가진 것 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은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을 발견한 루이기 갈바니는 전기화학의 시초라는 큰 명예를 얻었으나 재산은 얻지를 못했다. 아무튼 정말, 우리는 개구리에게 감사해야하고, 더 이상 개구리로 몸보신하려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이철태 ㈔한국지식재산교육 연구학회장ㆍ단국대 교수

[천자춘추] 외로운 경춘선

요즈음 경춘선 복선전철에 대한 시,종착역을 청량리 또는 용산으로 연장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또한 남양주시를 비롯한 가평군, 춘천시에서는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춘선은 1939년 일제 강점기 시절에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개통되어 전철로 재개통되기까지 강원도와 수도권 동북부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중요한 기간망이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경춘선하면 떠오르는 것은 낭만과 추억이 아닐까. 아마 30~40대 이상이라면 한번쯤 경춘선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차창밖에 스치는 산과 강, 특히 기적소리 흩날리며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기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철커덩철커덩 기차바퀴소리, 통로까지 꽉 찬 대학생, 과자와 군것질거리 수레를 밀고 다니는 홍익회 아저씨, 시원한 바람, 쾌쾌한 좌석 냄새, 기타소리, 노랫소리, 웃음 소리. 또한 청량리 시계탑 앞, 대성리, 청평, 강촌, 춘천 등은 경춘선하면 떠올리는 대표적 명소이다. 그러나 경춘선은 그간의 추억을 뒤로 한채 현대화로 변신을 했으니 바로 전철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로 탈바꿈하면서 승객들에게 묵묵히 추억을 선사했지만 별내신도시, 택지개발 등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10년 12월 시대흐름에 맞춰 복선전철로 재개통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전철로 바뀌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수도권 전철의 특성상 서울 도심 접근이 용이해야 하나 오히려 단절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바로 시종착역을 상봉역으로 했기 때문이다. 수 십 년 동안 청량리역에 길들여져 있던 주민들은 오히려 불편해졌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노약자들은 환승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세번 환승을 해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망우역과 청량리역까지 약 4.6km 구간을 복복선화해서 연장해달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각 자치단체를 비롯한 경기도에서도 적극 나서자 국토부에서도 연장에 대한 용역을 입찰에 부쳤다고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의선, 경원선, 중앙선 등 서울 외곽철도가 모두 전철로 탈바꿈하여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유독 경춘선만이 당초보다 짧게 건설됨으로써 주민들의 민원대상이 된 것이다. 추억과 낭만의 경춘선이 다시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옛 기억속의 북한강변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의용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욕쟁이 맛집 할머니의 경영철학

음식점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50대 이상의 베이비부머의 자영업자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음식점과 소매업 중심으로 과당경쟁 상태에 있다. 우리나라 음식점의 자영업 비중은 32.0%로 OECD에 비해 15.6% 높고, 자영업자의 3년 이내 폐업률도 60%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곳곳의 유서 깊은 허름한 욕쟁이 할머니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욕쟁이 할머니집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화려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는 욕쟁이 버전 음식점의 경영방식을 생각해 본다. 첫째, 음식에 대한 남다른 고집이 있다. 값싸고 편리한 조미료와 감미료가 널린 상황에서도 과거로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고집하고 조리를 하며,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려는 아집과 철학이 있다. 틀에 박힌 레시피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식재료와 음식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 규모를 초과하여 운영할 여력이 없다. 선도유지도 해야 하고, 제조 및 조리과정 등에서 자신의 가시거리를 벗어날 정도로 함부로 테이블 수를 늘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아주는 단골손님을 위한 메뉴와 맛 유지에 힘쓴다. 둘째, 욕은 손님을 대하는 격의 없는 유머일 뿐이다. 고객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지만 고객에 대해 공평하고도 차별 없이 대하는 여유로움이 있다. 욕쟁이 할머니가 욕을 하고 있지만 특정 고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대하는 방식이 똑같아서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욕쟁이 할머니 앞의 모든 고객은 동일하게 취급되고 귀중한 손님이다. 거칠게 다루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이른바 마음의 평온을 찾고 욕쟁이 할머니의 멘트가 오히려 유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인색할 것 같지만, 정작 형편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자신의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셋째, 특정 음식에 전문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24시간 끓이고 식혀가며 상하지 않게 노력을 하곤 했다. 겨울철을 위한 식재료의 저장보관 과정도 예사롭지 않다. 여름철 덥다는 이유로 냉면 개시 등과 같은 추가메뉴를 함부로 시작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의 입맛을 위해 손익과 관계없이 일정 메뉴를 유지한다. 재료가 동나면 억지로 만들어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빠른 조리과정과 다양한 메뉴를 무기로 운영해야 하는 역 앞 음식점과는 다르다. 대를 이어 유지되는 맛집 뉴스를 보면서 국밥 한술에 삶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을 느껴본다. 이상훈 경기개발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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