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決心)

인생항로에서 혼자 가는 길은 없다. 나침반(羅針盤)만 있으면 또 다른 길이 개척되기도 한다. 큰 길, 작은 길뿐만 아니라 교차로, 종착점과 더불어 복선(複線)으로 달리는 길도 있다. 사회적으로 적용하면 노선(路線)이나 이념이라 칭할 수 있다. 실천은 또 다른 문제다. 실천을 위해서는 선택이란 과정이 등장한다. 즉 선택을 위해서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10년 한국사회를 담당하는 주된 교육기관은 서당이었다. 전국적으로 1만6천540곳, 교원 1만6천773명, 아동은 14만1천604명 등이었다. 보통학교는 173곳, 교사 749명, 학생 2만194명 등이었다. 그밖에 종교학교, 외국어학교, 실업학교, 중고교 등이 있었다. 당시 한반도 인구는 1천300만여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교육기관과 학생이 많았으나 신문물 시대에 맞는 경쟁력이 없었다. 그 결과 조선이 일본에게 병합당하는 국가적 수모를 당했다. 이에 따라 선각자들은 신식학교 신설을 통한 교육입국을 통해 조선의 독립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렇게 연마한 역량이 그 이후 한민족 성장사에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3·1운동 등 이후 한민족운동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수학을 위해 필요한 수학능력과 인적자원에 대한 기초기준은 국가가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대학에 맞는 인력선발의 기준은 국가가 정할 수는 없다. 기업, 대학, 지방자치단체가 자율과 창의를 추구하는 분권국가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홉스는 “추론은 계산을 뜻한다”고 설파했다. 기계론적 사고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일과 우선순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동기의 순수성에만 매달려, 문제제기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미신(迷信)이다. 21세기는 유능한 인적자원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지식기반사회이다. 인재 1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다. 대학진학률 83%인 한국과 대학진학률 27%인 싱가포르와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싱가포르가 앞서가는 교육시스템인 것이다. 이제 결심할 때가 됐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교육과 인적자원에 대해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무한정 평준화 교육만 추구하는 것도 문제이다. 앞으로는 평준화 교육과 영재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안과 한계를 인정하는 결심이 필요하다. 오세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논술과 바칼로레아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또다시 논술 준비로 바쁘다. 돌이켜 보면 학생들은 지금까지 논술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논술 깨나 가르친다는 학원들을 쫓아 다니기도 했고 학교가 제공하는 방과후학교 논술강좌도 여러차례 수강했다. 교과시간에는 여러 선생님께 특별지도도 받았다.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고 하여 부지런히 학교 도서관도 드나들었다. 그래서 인지 학생들의 논술문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창의성도 엿보이고 논리 전개도 제법이다. 게다가 문장력도 좋다. 그래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다. 좀 더 나은 논술문을 쓰기 위해 수능이 끝난 지금도 다시 논술에 매달린다. 지나친 정력 낭비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 문제는 대학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논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난해한 문제들을 내놓는다. 여기에 맞추려니 학생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대학들마다 출제 경향이 달라 학생들은 대학들의 입맛에 맞는 답안을 쓰기 위해 맞춤식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가등제공하는 특별프로그램을 수강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학원 등에서 고액 과외를 받아야 한다. 논술이 지금보다 멋있고 품위 있게 출제됐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세계를 보는 아름다운 눈,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묻는 문항, 그리고 별도의 비용부담이나 노력 없이도 어렸을 때부터의 꾸준한 독서, 매일 매일 일기 쓰는 버릇에서 생긴 탄탄한 문장력, 학교에서 배운 인문, 자연과학, 예술 등에 관한 폭넓은 안목 등을 바탕으로 누구나 쓸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됐으면 좋겠다.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도 논술고사를 치른다. 이 시험이 있는 날,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들뜬다고 한다. 무슨 문제가 출제됐는지, 그리고 모범 답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온 국민들이 이야기 꽃을 피운다. 최근 치러진 바칼로레아 시험에선 ‘예술작품에 대한 감수성은 훈련을 필요로 하는가?’, ‘인간은 기술(技術)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철학적 향기가 풍기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우리나라 논술시험에도 보편성이 있으면서도 품격이 있는 문항이 출제되길 기대한다. 대학에 좀 더 많은 자율권을 준다면 유연하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고, 논술문제도 좀 더 멋있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검찰이 1년여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의 쟁점이 돼왔던 BBK사건 실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게 현실이고 보면 검찰의 발표에 대해 불신한다는 응답이 40%에 이르는 여론의 흐름도 이해된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후보들의 언행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발표에 대해 촛불시위까지 벌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지나치다. 최근 삼성특검법 사례에서 보듯, 검찰도 떳떳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정국의 한복판이고 BBK사건 수사는 국민들의 후보 선택에 있어 중요한 재료임은 분명하다. 검찰이 누구를 편들기 한다는 식의 인식은 과거 독재정권의 시녀로 여겨진 공권력에 대한 환상과 착각의 잔영일뿐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의 독립이 이뤄져 있다고 강조해온 측은 현재의 집권세력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정치 검찰 운운하며 공권력 권위를 여권후보들이 앞장서 무너뜨리는 처사는 지난 5년 동안 현 정부와 권력실세들의 철없는(?) 행동때문에 신물나게 만든 이유이기도하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보여 세간의 빈축을 사는 일이 아직도 빈발하고 있다. 최근 현 정권 권력실세의 기내난동사건이 단적인 예다. 경찰은 권력실세에 알아서 기는데, 검찰은 알아서 기지 않으니(?) 범여권이 검찰을 미워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지 뒷맛이 개운찮다. 필자가 사석에서 최근에 만난 현직 판사는 “BBK사건은 법률적으로 이미 수차례 조사된 사건으로 기존의 결론과 수사 결과에서 달라질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단지 BBK사건 쟁점화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세력의 시도는 법조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무모한, 부질 없는 일이었다는 말이다. 김경준이 투자자들의 투자금 312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한 지난 2001년, 국회의원도 아니고 그야말로 순수 민간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후보에 대해 이미 수차례 조사가 이뤄졌고 조사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할만한 귀책사실이 없었다는 점만 감안해도 지금의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외에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없음을 이해한다. 새 대통령을 뽑는데 정책 검증이나 미래비전에 대한 검증은 없고 네거티브와 상호 비방전 속에서 민생은 실종되는 우리네 삼류정치 수준이 재현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판사와 괘씸죄

우리사회에서 심심찮게 쓰이는 말인 괘씸죄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사적인 감정이 개입돼 객관적이지 않은 잣대로 어떠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을 괘씸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직 판사가 최근 아버지의 법정구속이 소위 괘씸죄의 결과로 의심된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사법부 전산망에 게재한 모양이다. 대한민국 판사는 법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기관이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판사의 한자표기를 ‘判事’가 아닌 ‘判士’로 오해할 수 있다. 판사하면 고위 공무원으로 재판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판사는 사람이기에 앞서 국가기관이다. 그래서 判士가 아니라 判事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개인이기에 앞서 국가기관으로서 법과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판사는 소위 괘씸죄와 완전하게 거리를 둬야 함은 자명하다. 한편 판사도 인간이기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법정태도가 좋지 않다거나 자신의 재판 진행에 대해 감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어느 정도 흥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判士가 아닌 判事 본분을 유지하면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판사라고 할 수 있다. 현직 판사의 괘씸죄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하물며 현직 판사 아버지가 괘씸죄의 대상이니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법원에서 7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 필자는 이같은 대중적인 견해에 대해선 찬동하기 어렵다. 필자는 적어도 법원은 대한민국의 그 어떠한 조직보다 괘씸죄와는 거리가 먼 조직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고 경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판사 99명이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해도 판사 1명이 사적인 감정에 따라, 소위 괘씸죄에 따라 심판한다면 사법부 전체가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개의 사건에서 신을 대신한 심판관인 판사의 판단은 한 개인의 인생에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 1명이라도 사적인 감정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가 있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는 하나 그 일이 판사 일이라면 그 실수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소위 괘씸죄에 따라 재판하는 판사가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무한한 책임만을 부여받은 채 과도한 업무 속에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고 있는 판사들이 국민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존경을 받는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민기영 변호사

아버지와 외로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곱게 물들던 가로수도 앙상한 가지 위에 마른 잎들만 썰렁하게 매달고 있고 풍성했던 가을 들녘은 추수가 끝나 고즈녁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마치 외로움에 자식 그리워하시는 친정 아버지의 야윈 모습과 많이도 닮았다. 10월과 11월은 행사들도 많았고 마음도 괜시리 바빠 친정발길이 다소 뜸했었다. 한주일만 못 보면 궁금해 먼저 전화를 거시는 친정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미리미리 챙겨야 했었는데, 역시 친정 아버지께서 먼저 “따르르릉 따르르릉…” 애타게 찾으신다. 어쩌다 직접 받으면 “오늘은 집에 있는 거니? 시간 있으면 엄마 병원에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가까이 사는 너만 귀찮게 하는구나”라고 말씀하시며 미안해 하신다. 젊어서는 고생 하나 모르시고 지역사회에서 봉사하시며 왕성한 활동을 하셨기에 친정 어머니께서 힘든 일들은 도맡아 하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평소 지병으로 몸을 혼자 쓰실 수가 없어 병원에 모셔야만 했다. 평소 친정 어머니를 많이 의지하셨던 터라 함께 생활해 오며 몰랐던 빈 자리가 많이도 외로우신 것이다. 젊었던 시절에는 워낙 약해 “내가 환갑이나 살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시던 분이 팔순이 넘어 아내 생각, 자식 생각에 그리움과 외로움만큼 바짝 여위신 게 못내 서럽다. 자식이 바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유와 핑계이다. 치 사랑보다 내리 사랑이라고 내 자식이 우선이고 나를 우선시하는 이기심이 옛 어른들의 효 정신을 뒤로 한 발짝 물려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내 자식이 감기에 기침 한번 하면 바로 병원으로 약국으로 달려가는 부모 마음. 그러나 내 부모는 자식에게 누가 될까 참고 참으시다 당신 몸을 혹사시키기 일쑤였다. 당연히 해야 할 도리지만 “아버지, 어머니께 다녀오셨나요? 안 가셨으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라고 여쭈면 “그럴 수 있는 거니? 그러면 나는 좋지.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서.”라고 말씀하신다. 마치 큰 인심이나 쓴 게 되어 버렸다. 필자도 나이를 먹고 늙어 간다. 사시는 동안 한번이라도 더 찾아 뵈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오늘도 또 하루를 보냈다. 가로수는 잎들을 모두 떨궈 버려도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을 틔우고 꽃도 피우지만 친정 아버지와 친정 어머니는 이제 외롭게 시들어 가시고 힘든 여정 끝내면 남는 건 후회와 그리움뿐이리라. 올해 달력이 다 떨어지기 전 손자들 데리고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겠다. 아버지 닮은 딸이라며 “이 딸에게는 더 잘 해 주게나”라고 말씀하시던 이웃 어른들의 말씀이 다시금 생각나는 오늘이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문애숙 고향을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경기도지회장

인간답게 사는 세상

어느 도서관이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곳에는 공부에 관한 글들이 낙서로, 또는 액자에 담겨져 행여 마음이 느슨해졌을 때 읽고 다시 공부에 열중할 수 있게 해준다. 하버드대 도서관엔 이런 글이 써있다고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요즘 학벌로 흥하고 학벌로 망하는 이가 한두명이 아닌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어느 학교는 시험문제까지 유출돼 난리법석이 났다. 대선 후보 중엔 교육예산을 2배로 늘리겠다고도 한다. 요즘 초등학생을 키우는 집에선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방과 후 학원을 돌다 저녁 늦게나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숙제는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교과서는 우리가 살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고 우리 주변의 아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허브로 만들어 보는 과정도 있는가 하면 아빠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보는 숙제도 있다. 이처럼 근래 학교는 변하고 있고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크게 체벌하는 선생님도 안계시고 선생님께 대드는 아이도 별로 없다. 하지만 학교 문 밖에만 나오면 아이들은 전쟁을 치르고 귀가한다. 특수 목적고는 우후죽순 생기고 그곳에 보내기 위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학원이라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버드대 도서관에 쓰인 글이 잘못된 글이 절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각박해지고 물질 만능주의에 소외된 이와 풍족한 이의 관계는 종속관계처럼 돼가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을 외치면서도 성공은 성적순이니 결국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라는 역설적인 논리에 마음 한 구석은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한다. 자연을 늘 접하고 땅을 접하고 친구를 사귀던 추억을 떠올리면 밤새 주절주절 이야기해도 동이 트도록 끝을 맺지 못하던 그때 그 시절엔 우리는 어떻게 공부했었던가 싶다. 복습하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끝내고는 나가서 뛰놀 수 있는 그런 교육시스템은 이제 볼 수 없는 것인가. 세상이 변했으니 교육의 방식도 바뀌게 마련이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진정 인간답게 사는 길에 대한 정의인 것 같다. 이제 대통령 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유세에 진입한 후보들에게 부탁한다. 신문에서 훈훈하고 따스한 좋은 일을 한 분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고 그저 흔한 이야기감도 안되는 세상이 되게 해달라고….

의존적인 자녀들

캥거루 족이나 헬리콥터 키즈, 헬리콥터 맘, 캡슐 모자(母子)…. 병리적 의존과 과잉 보호에 의한 부모와 자녀간 관계를 비화한 용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30대 젊은이들이 경제·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채 M&F(Mother & Father) 펀드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는 과거에는 자녀가 여러명이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부모가 자녀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고 자녀들 또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자연히 습득한 것에 비해 요즘에는 예전보다 나아진 경제력과 부모의 고학력, 한두명의 자녀들에게 에너지를 쏟다보니 나온 현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 등이 단순히 ‘건강한 지지’의 정도가 아니라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부모의 병리적 태도가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들도 야기하고 있다. 이같은 자녀들은 성인이 돼 스스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부모의 말과 자신의 내적 갈등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많은 경우 차마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아예 문제를 회피해버리려는 태도를 취하는 청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젊은 대학생들이 인터넷 게임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가족치료학자 머레이 보웬은 “부모와 자녀간 정서적 과잉 밀착이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든다”며 “자녀를 의존적으로 만드는 부모 또한 심리적으로 미성숙해 의존적인 자녀를 통해 심리적인 욕구를 채운다”고 지적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헬기부모나 헬기 자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나와 내 자녀의 관계에 대해 자문해봐야 한다. 관계에 뭔가 문제가 느껴진다면 각 지역 사회복지기관이나 심리상담센터, 신경정신과 전문병원 등에 개설된 부모교육 프로그램 및 청소년 정서자립 프로그램 등에 등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빠름의 미학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삶과 문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들의 발전은 지역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생활권이 확대되고 생산물 및 정보의 교류를 통해 문화적 동질성이 확대되는 등 인간의 문화 양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보행으로는 1시간에 4㎞ 밖에 이동할 수 없었으나 교통수단 발달로 점차 이동거리 확대와 문화적 지평을 넓혀 가더니, 바야흐로 시속 300㎞로 달리는 첨단 기술 집적체인 고속철도가 등장해 새로운 초스피드 시대를 열었다. 1950년대 초반까지는 최고 속도 100㎞ 이상이면 고속이라고 했다. 당시는 철도의 최고 속도 160㎞를 기술적 한계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교통수단 속도가 급격히 향상되면서 바퀴식이 350㎞까지 가능해졌다. 이제 철도차량 고속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다른 수송수단들보다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아주 빠른 속도로 선로 위를 주행하는 고속철도이기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축발열감지나 장애물검지, 폭염 및 지진감시, 화재감시, 탈선방지 등 여러 첨단 설비들과 제어장치들이 완벽하게 자동으로 작동돼 운행하는 첨단기술로 구성됐다. 빠른 속도의 핵심은 전차선을 통해 받은 전기를 전동기에 보내 얼마나 빠르게 바퀴를 회전시키는가에 있다. 이에 튼튼하고 정밀한 궤도와 공기저항이 적고 1만8천200마력의 힘센 차량과 각종 열차제어설비와 안전장치 등이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어시스템이 작동돼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고속 주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느림과 여유와 낭만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반면 빠름의 미학과 효율성 등도 추구해 왔다. 현대문명의 급속한 기술발전과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도약으로 우리나라 입지가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특히 IT분야는 당당하게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도입된 고속철도는 이러한 최첨단 기술과 안전성 등을 토대로 지상에선 가장 빠른 300㎞ 속도로 서울에서 어느 곳이나 2시간대가 가능하게 해줘 전국이 실질적으로 반나절 생활권이 됐고 서울과 지방간 공간 일체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고속철도는 국가산업과 기술발전 등을 촉진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이며 나아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도 여성들은 일하고 싶다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내 주변의 일부 여성들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거나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일부 여성들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거나 학교일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여성들은 무슨 일이든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다. 결혼해서 아이들 출산하고, 양육하고 이제 사회에서 뭔가 경제적 활동을 통해 가사에 보탬도 되고, 보람도 느끼며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주문한다. “의원님! 일하고 싶어요. 일자리 좀 소개해 주세요. 월 100만원 정도만 받으면 아무 일이라도 좋아요.” 그러나 그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부족하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저출산·고령화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출산 장려정책과 더불어 보육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만5세이상 무상보육료 지원외에도 둘째아(0~1세)이상 보육료 지원, 두자녀 이상 보육료, 입양아 무상보육료, 저소득층 차등보육료 지원, 시간연장 보육지원 등등 많은 보육예산을 투입하고 보육료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는 개별가정의 보육료 절감뿐만 아니라 보육을 맡낀 여성들이 사회로 재환원되어 경제활동을 통해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경제활동 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체 여성경제활동인구가 51.3%이며, 경기도 여성경제활동인구는 49.2% 밖에 되지 않는 가운데 전국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취업연계와 재취업을 도우려고 노력해 왔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1개소),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7개소), 여성근로자 복지센터(4개소), 그리고 10개 시·군 여성회관에서 취업상담사를 배치해 취업을 돕고 있고, 지난해부터 여성뉴딜사업을 통해 전업주부 재취업 지원 및 맞춤식 취업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관을 통해 1년에 취업 또는 재취업의 기회를 갖게 되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양성평등의식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부공동으로 보육의 문제를 해결했거나 또는 보육정책의 지원에 아이를 맡낀 여성들과 보육을 마친 여성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취업의 문은 좁고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화 여성들이 양산되는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경제분야는 거시 노동시장과 밀접한 연계가 있어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 할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제 활동참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은 물론 양성평등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는 여성부서만이 아닌 고용관련부서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높은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황선희 경기도의회 의원

여성·노인 보기를 지혜롭게…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오 강건하면 팔십이라….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였던 모세가 한 말이다. 요새 연로해가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노인의 삶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점차 고령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78.5세(남성 75.1세 여성 85.5세)이다. 그런데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의 현실이 복이 되기보다 열악한 삶에 더 노출되는 게 슬픈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들은 풍요로운 노년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여성 노인은 남성에 비해 자아존중감이 낮은데다 세대간 고립감과 소외감 등에 더해 가정에서도 불평등해 결혼만족도에 있어 만족스럽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여성 노인은 배우자보다 더 오래 살면서 재정적 궁핍과 여성 특유의 건강문제, 사회적 소외로 인한 노후 적응문제 등에서 남성 노인과 다르게, 그리고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거의 모든 여성정책에선 여성 노인이 배제됐고 노인 정책에선 여성이 고려되지 않아온 게 현실이다. 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들이 경제·신체·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어 여성노인 문제에 관심이 필요한데도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여성 노인의 문제는 전체 노인문제에 묻혀, 혹은 남성노인의 문제에 가려 그 중요성과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노인연구에선 물론, 여성 관련 연구에서도 여성 노인문제에 접근해 보려는 노력은 물론, 성별 자료조차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노인연구가 특정 이론들과 통계적 자료처리에 의해 일반적인 노인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노인정책도 중립적이라는 표명 아래 실제로는 주로 남성노인의 여건에 초점을 두어왔고 여성노인의 문제와 욕구에 대해서는 미약하게 다뤄져 왔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사회복지정책 및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를 마련함에 있어 정책에서의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현재의 여성노인들이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들, 또는 앞으로 예측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대비해야 한다. 이제 개인, 사회, 국가 등이 함께 여성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로스쿨 정원 200명 경기도에 할당

미국에선 판·검사나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과정은 없으며 이같은 역할을 법률대학원인 로스쿨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법조인이 되려면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 학위를 취득한 후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면서 각 대학들이 이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의 명예를 걸고 많은 예산을 투입, 건물과 교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김정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는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로스쿨과 인력양성 정책’ 주제의 조찬간담회를 통해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들을 배출하는데 급급하면 로스쿨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총정원은 200명 정도가 적합하고 전국적으로 로스쿨은 25곳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총정원을 3천여명으로 늘려 전국에 35~40곳의 로스쿨을 인가해준다면 부실한 대학까지 인가해주는 것”이라며 “대학이 로스쿨 신청에만 급급하면 안되고 훌륭한 법조인들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을 준비중인 경기대와 단국대, 아주대 등 경기도내 3개 대학이 정부의 로스쿨 배정권역을 고등법원 소재지를 기준으로 정하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내 변호사 1명 당 주민수는 서울의 10배 정도인 반면 지방법원 소송건수는 1만1천652건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실정이다. 경기도와 이들 대학은 로스쿨 배정 권역설정이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 정신에 위배되며 로스쿨 총정원의 10% 200명 이상을 경기도내 대학들에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배정과 관련, 경기도를 서울권역에 포함시킨 건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며 수도권정비 계획법과 군사시설보호구역법 등 각종 특별법들에 의해 규제가 심한 경기도는 로스쿨 유치에도 역차별을 받으면 경기 도민들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인만큼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라도 전체 정원의 10%는 반드시 경기도에 배정돼야 한다.

야간비행(夜間飛行)

연말이다. 시간표 위를 걸어 마침내 종착역에 가까이 왔다. 자연에는 종착역이 없다. 자연 위에 그려 놓은 항로표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표지조차 변경되기 일쑤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니면 새로운 발견을 통해 변경·확장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능성이라고 부르며 도전한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소설에 ‘야간비행’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우편배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다. “해결책을 건의하는 부하에게 감독관은 이렇게 말한다. ‘로비노. 인생에는 해결책은 없는 것이요. 움직이는 힘이 있을뿐이지. 그 힘은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요, 그러면 해결책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소.’” 1920년대 비행기의 성능, 항속거리, 그리고 기후 등을 관찰·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 그리고 조종사 개인역량의 총합이 비행이란 감독관 다운 대답이다. “‘응답이 없소?’ ‘없습니다.’ 시간이 정말 피처럼 흘러간다. 그들은 아직 하늘에 있을까, 아니면 비행이 끝난 것일까? 1분 1초가 무엇인가를 앗아가고 있다. 바다처럼 무거운 침묵이 승무원들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실종된 비행기와 연락을 취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무실의 풍경이다. “‘1시간 40분.’ 누군가가 주지시킨다. ‘연료의 최종 한계시간이야. 더 이상 비행은 불가능해.’” 우리는 너무 오래 전에 만들어져 낡아버린 ‘미래’란 항로 위를 비행하고 있다. 항로 이탈과 추락의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지만, 시계(視界)제로인 야간을 비행하는 건 아니다. 인생에 부여된 시간이란 연료에는 움직일 수 없는 한계시간이란 없다. 시간이 흘러가면,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다. 옛날처럼 화려한 청사진으로 채울 수도 있다. 연말이다. 횃불을 들어 야간도 주간처럼 밝은 연말로 만들자. 어차피 시간표 위로 비행은 계속될 것이며 해결책도 만들어질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오세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따뜻한 커뮤니케이션

필자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지 않은 게 없다”라고 말이다. 물론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그 중요성을 말하는 경우다. 무슨 말씀인가 하다가도 금방 알아차린다. 가령, 밥 짓는 방법에도 “쌀의 양에 따라 물은 어느 정도 부어야 하고, 불은 무엇으로 어떻게 지피고…”하는 식의 의사소통과정이 있다. 그렇다. 어떤 일이든 발신자의 메시지가 적절한 매체나 채널 등을 통해 수신자에게 전해지고 수신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독함으로써 서로 교감하는 것이다. 발신자와 수신자 공유가치의 영역이 넓거나 장애요인이 적을 경우 더 원활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작은 일도 그러할진대, 온 국민들이 고객이자 주인인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일이야 더할 나위 없다. 정보화사회 진전과 IT기술 발달 등은 고속도로를 오가는 모든 이해 당사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도 하고 그것을 강제하기도 한다. 출근하자마자 챙기는 게 밤사이에 있었던 고객들과의 일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도 이미 오랜 습관이다. 휴대전화로 접하는 경우를 합치면 잠들지 못하는 고속도로와 함께 24시간 고객들과 의사를 소통하는 셈이다. 칭찬도 있고 불만도 토해진다. 질책과 오해가 없을 수 없다. 실로 다양한 고객들의 욕구가 갈수록 고급화로 치닫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가 하면 그만큼 우리의 열정도 춤을 춘다. 좁은 길을 넓히고 안전하게 다듬는 일도 그렇고, 강 건너 산 넘고 새 길을 놓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앞선 안목으로 하이패스를 설치한 것도 고객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인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속도로 건설의 첫 발파음으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경객애로(敬客愛路)의 정신을 키워준 젖줄 또한 커뮤니케이션이랄 수가 있다. 고객들을 공경하는 자세야 우리 관리자만의 일이라 치자. 길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야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차량의 소통이든 의사의 전달이든 쌍방향으로 원활히 흐를 때가 제격이다. 고속도로에도 이용자들의 권리는 물론 의무까지 균형 있게 소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로 서로 배려하고 공유가치의 영역을 넓히는 노력과 함께 세련되게 커뮤니케이션할 때만 가능하다. 막무가내식 고성만 일방으로 토해낸다면 우리 모두가 슬퍼지고 만다. 장동화 도공 군포지사장 남서울대 겸임교수

사랑방 문화클럽의 도시

지난 14일 오후 5시 성남시 금곡동에 있는 보바스병원에선 환자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와 함께 ‘사랑방 조인식’이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사랑방 조인식? 조인식이라 함은 협약서를 교환하는 의식을 말하는데, 난데없는 ‘사랑방’을 협약한다니…. 그날 보바스병원과 풀시티 커피전문카페, 서현청소년수련관 등은 사랑방 2~4호로 각각 탄생했다. 성남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예술동호회들이 모이고 연습해 발표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문화클럽의 사랑방’이 되어주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자는 협약을 성남문화재단과 약속하는 축하자리인 것이다. 지난해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지역에 시민들의 아마추어 예술동호회가 몇개나 있을까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무려 1천103개! 조사를 기획하고 참여했던 필자조차 깜짝 놀랄 수치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활동내용이었다. 친목클럽(23% 252개), 배움클럽(24% 269개), 숙련클럽(19% 211개), 공헌클럽(34% 371개). 이미 34%에 이르는 클럽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자신이 배우고 익힌 예술을 동네 곳곳에서 발표하며 시민들과 나누고 공감하며 생활 속의 예술을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 클럽 리더들을 한사람 한사람 만나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으뜸이 단연 ‘공간’이었다. 모일 수 있는 공간,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우리 선조들의 ‘사랑방’은 바로 그런 ‘공간’이지 않았던가? 소통하며 나누고 즐기며 공명하는 사랑방을 현대의 도시공간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인가? 공간들은 무수히 많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예술동호회가 맘껏 그 공간을 활용하도록 약속하고 배려하면 되는 일이다. 클럽 실태 및 욕구조사에 이어 성남시 문화공간 실태조사가 이어졌다. 성남 지역에 있는 860개의 공간 리스트를 확보하고 일일이 전화설문과 답사를 거쳐 151개 공간에서 ‘사랑방’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 성남지역에선 ‘사랑방 ○호 탄생!’이라는 작은 축제가 이어질 것이다. 사랑방 2호 탄생 음악회를 연 이정미 로망스기타합주단 회장의 감회는 주목할만 하다. “저 같은 주부들이 5년 동안 함께 연습해 며칠 전 클럽창단 발표회를 열었어요. 저희들에겐 꿈만 같아요. 성남이라는 도시가 우리 클럽에게는 감췄던 예술적 끼와 열정을 펼치는 큰 사랑방입니다.” 박승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

나폴레옹 힐의 성공학

나폴레옹 힐 박사의 ‘Think and Grow Rich’란 서적이 세계적으로 2천만부 이상 팔리고 그가 완성한 PMA 프로그램은 많은 성공자들을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성공학의 원리를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 또한 대 성공자의 한 사람이 됨으로써 증명해 보였다. 그는 어떻게 그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변호사를 꿈꾸던 그는 조지타운 법대에 입학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비마련을 위해 ‘봅 테일러스 매거진’이란 잡지사에서 이미 고교 때부터 기자생활을 하면서 성공인들에 대한 기사를 써 학비를 충당했다.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그 일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첫 인터뷰에서 그의 운명은 거대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그에게 뜻밖에도 첫 인터뷰를 수락해준 이는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인 강철왕 카네기였다. 25세의 나폴레옹 힐이 운 좋게도 73세 거인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이다. 카네기는 친절하게도 집에서 인터뷰하길 제안했고 그 인터뷰는 사흘이나 계속됐다. 드디어 사흘째가 되는 저녁, 카네기가 나폴레옹 힐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자신의 지인 500명 정도의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소개장을 써주고 20여년이 걸릴 이 조사에 한푼도 주지 않을 것이며 자력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힐은 카네기의 제안에 큰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대답했고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카네기가 주머니에서 스톱워치를 꺼내며 말했다. “29초네. 자네가 대답을 하는데는 29초가 걸렸네. 만일 1분이 지났다면 자네를 그저 앞길이 별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제안을 철회했을 걸세. 사실 카네기는 나폴레옹 힐 이전에 260명에게 제안했었으며 아무도 1분 안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20년 동안 조사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연구하며 자기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닮아간 것이다. 성공자를 본뜨고 성공에 이르는 이러한 일들을 오늘날 NLP라는 원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근간 대통령 선거에 많은 후보들이 나오고 서로 자신을 뽑아달라 한다. 우리도 나폴레옹 힐 박사처럼 대통령선거 후보가 지도자가 될 자질이 충분한 후보인지 관찰하고 면밀하게 검토해보자. 그리고 후보진영의 인재들 또한 어떠한 이들이 어떠한 정책을 내세웠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보자. 이제 우리도 대한민국 성공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성공 국민이 되어보자. 전동욱 조리사협회 경기도지회장

학교도서관과 정보문해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생산·유통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가히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정보’하면 흔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만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정보 매체는 책으로 대변되는 인쇄매체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일컬어 ‘정보문해’라 한다. 우리는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책은 도외시한 채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능력만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서도 워드프로세서나 데이터베이스 등의 프로그램들로 자료 및 정보 등을 조직하고 처리하는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급급했을 뿐이다. 선진국에선 ‘정보문해’를 컴퓨터 이외에도 도서관 활용능력과 연구능력 등을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컴퓨터의 기능·형식적 활용만을 강조하고 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에 인문적 소양이 있는, 그리고 논리적 사고력·비판적 사고력·창의적 사고력·문제 해결력 같은 고등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왔다. 책은 인류가 지금껏 쌓아올린 인류 문화유산의 총체로서 가장 정선된 고품질의 정보가 담겨 있는 고급 정보매체이다. 사람들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더 이상 책의 출간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으나, 종이 매체를 통한 출판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학교에서 책, 인터넷, 전자 자료 등 모든 정보원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곳은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이 교육과정과 연계된 충분한 장서들을 갖추고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문제 해결 중심의 수업을 받고, 무게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거듭한다면 우리 학생들은 지금보다 한결 수준 높은 지력과 덕성, 게다가 ‘정보문해’까지 갖춘 전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학교도서관은 담당인력이나 장서량 크기에 있어 우리나라를 압도한다. 우리나라의 초·중·고교 도서관들도 풍부한 장서들을 자랑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 학생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참된 의미의 ‘정보문해’는 도서관과 책을 통해 완성된다. 정보통신 기술은 그 보조수단일 뿐이다. 변우복 김포고 교감

대한민국의 대통령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인사를 꼽으라면 대다수 사람들이 아마 미국 대통령을 언급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이다. 동북아 변방에 위치한 대한민국마저 미국 대통령의 작은 행동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 미국 대통령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제를 조금 바꿔 세상에서 가장 할만한 직업(직위)을 꼽으라면 결과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아마 미국 대통령은 상위권에 위치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 대통령보다 더 할만한 직업으로 미국 사람들이 꼽는 것 중에 프로야구 감독이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감독이 왜 가장 할만한 직업으로 꼽힐까. 미국에서 프로야구 인기는 최고이다. 스포츠 천국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꼽으라면 야구와 미식축구일 것이다. 하지만 미식축구는 그 팬들이 미국에 한정돼 세계적인 관심을 야구만큼 끌지 못한다. 이같은 까닭에 야구는 미국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가 된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에서 항상 멀어지지 않는 직업이라야 우선 할만한 직업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 감독은 대중적 관심은 물론 경기를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점에서 그 어떠한 직업도 따라 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미국 대통령도 의회와 사법부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은 적어도 경기 운영에 관한한 전권을 행사한다. 이 점이 바로 프로야구 감독을 가장 할만한 직업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대중적인 관심과 독자적인 운영권을 확보한 직업을 한번 찾아보자.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은 뉴스의 톱(Top)을 장식한다. 사법부와 입법부 견제도 미국 등의 경우에 비해 현저히 미약하다. 사실상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입법부 그리고 간혹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미국의 프로야구 감독은 기껏해야 1개 구단 감독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5천만 인구를 지휘하는 감독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지위임이 틀림없다. 최근 한 노년 정객의 정계 복귀와 관련해 말들이 많다. 소위 대통령병의 발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그의 전 행적과 최근 행보 등에 비춰 그가 할만한 직업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택한 게 아니라 진정으로 법치주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진심어린 고뇌의 결단 끝에 어렵게 결정했다고 믿어주고 싶다.

제주도에 핀 가을단풍

지난 6일 도내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회장들이 이른 시간 김포공항에서 뭉쳤다. 한·미FTA 타결로 인해 감귤농사를 짓는 제주도가 어렵게 됐다는 보도에 두팔을 걷어 붙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김포공항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니 상큼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안내 직원이 제주도 사투리로 “폭삭 솎았수다”라며 우리를 반긴다. 일정에 의해 간단한 코스로 문화관광을 마치고 남원 농협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와우! 탄성이 나올만큼 제주에 대표단 감귤부대가 마치 황매화가 피어있다고 느껴질만큼 눈부시게 지나친다. 얼마를 달리니 ‘고향주부모임경기도지회 감귤수확 체험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미 극 조생 감귤은 출하가 시작됐고 조생 감귤이 뒤를 이어 맛이 들고 있었다. 조합장의 인사말씀을 간단히 경청한 뒤 행여 나뭇가지 하나라도 상할까 담당직원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한손엔 소쿠리, 한손엔 가위를 집어 들고 발 빠르게 태양을 많이 받아 잘 익은 감귤을 하나라도 더 따 담으려는듯 손놀림이 바빴다. 봉사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분들이어서 저마다 손놀림들이 분주했다. 과연 어느 것이 더 달까 궁금해 막 따 껍질 벗겨 한조각 입에 물면 상큼한 귤 향기가 온 몸에 흘렀다. 순식간에 한 바구니 가득 담아 각자 10㎏들이 종이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테이프로 마무리하고 각자의 이름표를 적었다. 본인이 딴 건 각자가 책임을 지고 팔아주기로 하고 말이다. 체험의 시간은 짧았지만 감격은 길었다. 어려운 사연들을 극복하고 달콤하게 익어온 하나하나가 소중해 “상품가치가 없는 건 버리라”는 권유에도 “우리가 가져가는 것이어서 괜찮다”며 함박웃음으로 대답했다. 물론 시중에 유통될 물건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되겠지만…. 며칠 전 일부 농가가 덜 성숙된 귤을 출하해 무리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하며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귤은 과감히 적과해 던져진 들판은 또 다른 노란 단풍의 물결이었다. 올 가을여행은 울긋불긋 가을정취 흠뻑 빠지게 하는 단풍놀이도 좋았지만 잘 익은 과일들을 따며 바쁜 일손을 덜어주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테마여행으로 매력적이었다. 수입 과일도 좋지만 방부제 대신 좋은 공기 마시며 맛있게 익은 우리의 감귤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평소 고마우신 분들께도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생활협동클럽을 통해 판매해줄 것을 약속하며 가을의 끝자락에 제주에서 경기도로 향했다.

이회창씨 출마에 부쳐

한나라당 후보로 두번이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회창씨가 대선을 한달 남짓 앞두고 느닷없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회창씨의 급작스런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여야 각 정당들과 청와대, 도하 모든 언론 등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고 퇴행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한때는 ‘법과 원칙의 상징’과 ‘대쪽 정치인’으로 여겨졌던 이회창 후보의 정계복귀선언은 원칙의 파기를 넘어 한국정치사에 있어 정당 정치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비판들이 들끓고 있다. 이회창씨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前 대표와의 균열의 틈새를 노리고 경선때 박근혜 前 대표를 지지한 그룹들의 지원을 내심 크게 기대했던 듯하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는 “이회창씨의 대선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회창씨는 정계 은퇴선언을 했다 다시 정계로 복귀한 김대중 대통령의 전철, 경선패배를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강행한 이인제 후보의 전철을 똑같이 밝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막지 못한 것을 보면 선거법에는 참 허점들이 많다. 법은 정당의 당내 후보선출과정에 정당성을 보장해주고 정당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존중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은 무려 1년 2개월을 끌었다.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시·도의원, 일반 당원 등이 이명박 후보 지지자와 박근혜 후보 지지자 등으로 나눠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경선 처음부터 끝까지 이회창씨는 한나라당원이었다. 당내경선에선 패배했지만 대의원 직접투표에서는 승리한 박근혜 前 대표도 현행 법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는데 당내경선에 출마조차 하지 않은 당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현행 법정신을 심히 훼손한 것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별개 문제이다. 그러나 모든 당내경선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당원이 단지 본인이 후보로 나서지는 않았으니까 탈당해 출마해도 된다는 생각을 이회창씨가 가졌다면, 과연 대법관 출신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느낌도 든다. 정치권은 당내경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인제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회창 방지법(?)까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한국정치의 선진화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이회창씨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현행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중앙선관위나 헌법재판소 등의 유권해석을 받아볼 가치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남성 경기도의회 의원

시흥 시민들의 염원

요즘 시흥에는 곳곳에 1천개 이상의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신안산선 전철은 시흥시를 꼭 거쳐 가라” 40만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내용들의 현수막들이다. 그런가 하면 안산에도 얼마전부터 안산의 전철노선을 염원하는 현수막들이 하나둘 거리에 붙기 시작했다. 서로 우리 지역으로 노선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신안산선은 건설교통부가 지난 1998년 수도권교통5개년 계획을 구상하고 KTX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광명역을 중심으로 한 서남부지역의 원활한 연계교통망 구축과 서울에 집중된 도시기능을 수도권 전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교통망 확충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3년 기획예산처가 수립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신안산선은 광명에서 소사~원시선 선부역에 직결하는 안으로 결정됐고 이후 안산시가 시흥시를 완전히 배제하고 광명역에서 안산 성포지역을 곧바로 연결하는 새로운 노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는 광명역에서 시흥 목감과 시흥시청 등을 거쳐 안산을 연결하는 노선을 제안했다. 시흥시의 이러한 노선 제안은 ‘되면 좋고 안되면 아쉬운’ 요구가 아니라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절실한 요구이다. 그동안 시흥이 경기도 서남부지역 종가임에도 폐염전이 한복판에 있다 보니 중심지역 없이 신천·연성·정왕 등 3곳이 인천과 부천, 안산 등으로 생활권이 나뉘어져 교통·경제·교육에 많은 서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친환경적 자연의 보고(寶庫)를 자산으로 새롭게 발돋움하면서 오는 2011년이면 시흥시청 주변 목감·장현·능곡지구에 10만명이 새로 입주한다. 드디어 시흥의 중심이 건설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흥의 동서남북을 이어줄 대중교통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신안산선의 시흥시청 경유에 대한 노선의 타당성 주장은 시흥 시민들 모두의 염원이다. 생각해보라. 안산·부천·광명·안양·시흥을 둘러싼 모든 도시들은 이미 전철대중교통의 편리함으로 발전하지 않았는가. 단지 시흥만 빼놓고 말이다. 시흥시 제안대로 가칭 신안산선이 건설되면 시흥시청을 중심으로 시흥의 경제권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더불어 신천·정왕권 등 기존 경제권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강력히 요구한다. 건설교통부는 노선결정에 정치적 압력보다는 노선의 경제·효율·균형적 지역발전을 고려해 합리적인 노선을 결정하라. 황선희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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