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夜間飛行)

오세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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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시간표 위를 걸어 마침내 종착역에 가까이 왔다. 자연에는 종착역이 없다. 자연 위에 그려 놓은 항로표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표지조차 변경되기 일쑤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니면 새로운 발견을 통해 변경·확장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능성이라고 부르며 도전한다.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소설에 ‘야간비행’이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우편배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다. “해결책을 건의하는 부하에게 감독관은 이렇게 말한다. ‘로비노. 인생에는 해결책은 없는 것이요. 움직이는 힘이 있을뿐이지. 그 힘은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요, 그러면 해결책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소.’” 1920년대 비행기의 성능, 항속거리, 그리고 기후 등을 관찰·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 그리고 조종사 개인역량의 총합이 비행이란 감독관 다운 대답이다.

“‘응답이 없소?’ ‘없습니다.’ 시간이 정말 피처럼 흘러간다. 그들은 아직 하늘에 있을까, 아니면 비행이 끝난 것일까? 1분 1초가 무엇인가를 앗아가고 있다. 바다처럼 무거운 침묵이 승무원들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실종된 비행기와 연락을 취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무실의 풍경이다. “‘1시간 40분.’ 누군가가 주지시킨다. ‘연료의 최종 한계시간이야. 더 이상 비행은 불가능해.’”

우리는 너무 오래 전에 만들어져 낡아버린 ‘미래’란 항로 위를 비행하고 있다. 항로 이탈과 추락의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지만, 시계(視界)제로인 야간을 비행하는 건 아니다. 인생에 부여된 시간이란 연료에는 움직일 수 없는 한계시간이란 없다. 시간이 흘러가면,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다. 옛날처럼 화려한 청사진으로 채울 수도 있다.

연말이다. 횃불을 들어 야간도 주간처럼 밝은 연말로 만들자. 어차피 시간표 위로 비행은 계속될 것이며 해결책도 만들어질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오세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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