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도내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회장들이 이른 시간 김포공항에서 뭉쳤다. 한·미FTA 타결로 인해 감귤농사를 짓는 제주도가 어렵게 됐다는 보도에 두팔을 걷어 붙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김포공항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니 상큼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안내 직원이 제주도 사투리로 “폭삭 솎았수다”라며 우리를 반긴다. 일정에 의해 간단한 코스로 문화관광을 마치고 남원 농협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와우! 탄성이 나올만큼 제주에 대표단 감귤부대가 마치 황매화가 피어있다고 느껴질만큼 눈부시게 지나친다. 얼마를 달리니 ‘고향주부모임경기도지회 감귤수확 체험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미 극 조생 감귤은 출하가 시작됐고 조생 감귤이 뒤를 이어 맛이 들고 있었다. 조합장의 인사말씀을 간단히 경청한 뒤 행여 나뭇가지 하나라도 상할까 담당직원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한손엔 소쿠리, 한손엔 가위를 집어 들고 발 빠르게 태양을 많이 받아 잘 익은 감귤을 하나라도 더 따 담으려는듯 손놀림이 바빴다.
봉사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분들이어서 저마다 손놀림들이 분주했다. 과연 어느 것이 더 달까 궁금해 막 따 껍질 벗겨 한조각 입에 물면 상큼한 귤 향기가 온 몸에 흘렀다. 순식간에 한 바구니 가득 담아 각자 10㎏들이 종이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테이프로 마무리하고 각자의 이름표를 적었다. 본인이 딴 건 각자가 책임을 지고 팔아주기로 하고 말이다. 체험의 시간은 짧았지만 감격은 길었다. 어려운 사연들을 극복하고 달콤하게 익어온 하나하나가 소중해 “상품가치가 없는 건 버리라”는 권유에도 “우리가 가져가는 것이어서 괜찮다”며 함박웃음으로 대답했다. 물론 시중에 유통될 물건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되겠지만….
며칠 전 일부 농가가 덜 성숙된 귤을 출하해 무리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하며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귤은 과감히 적과해 던져진 들판은 또 다른 노란 단풍의 물결이었다. 올 가을여행은 울긋불긋 가을정취 흠뻑 빠지게 하는 단풍놀이도 좋았지만 잘 익은 과일들을 따며 바쁜 일손을 덜어주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테마여행으로 매력적이었다. 수입 과일도 좋지만 방부제 대신 좋은 공기 마시며 맛있게 익은 우리의 감귤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평소 고마우신 분들께도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생활협동클럽을 통해 판매해줄 것을 약속하며 가을의 끝자락에 제주에서 경기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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