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보로 두번이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회창씨가 대선을 한달 남짓 앞두고 느닷없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회창씨의 급작스런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여야 각 정당들과 청와대, 도하 모든 언론 등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고 퇴행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한때는 ‘법과 원칙의 상징’과 ‘대쪽 정치인’으로 여겨졌던 이회창 후보의 정계복귀선언은 원칙의 파기를 넘어 한국정치사에 있어 정당 정치의 퇴보를 가져왔다는 비판들이 들끓고 있다.
이회창씨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前 대표와의 균열의 틈새를 노리고 경선때 박근혜 前 대표를 지지한 그룹들의 지원을 내심 크게 기대했던 듯하다.
그러나 정작 박 대표는 “이회창씨의 대선출마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회창씨는 정계 은퇴선언을 했다 다시 정계로 복귀한 김대중 대통령의 전철, 경선패배를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강행한 이인제 후보의 전철을 똑같이 밝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막지 못한 것을 보면 선거법에는 참 허점들이 많다. 법은 정당의 당내 후보선출과정에 정당성을 보장해주고 정당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존중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은 무려 1년 2개월을 끌었다.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시·도의원, 일반 당원 등이 이명박 후보 지지자와 박근혜 후보 지지자 등으로 나눠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경선 처음부터 끝까지 이회창씨는 한나라당원이었다.
당내경선에선 패배했지만 대의원 직접투표에서는 승리한 박근혜 前 대표도 현행 법때문에 출마하지 못하는데 당내경선에 출마조차 하지 않은 당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현행 법정신을 심히 훼손한 것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건 별개 문제이다. 그러나 모든 당내경선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당원이 단지 본인이 후보로 나서지는 않았으니까 탈당해 출마해도 된다는 생각을 이회창씨가 가졌다면, 과연 대법관 출신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느낌도 든다.
정치권은 당내경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인제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회창 방지법(?)까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한국정치의 선진화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이회창씨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현행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중앙선관위나 헌법재판소 등의 유권해석을 받아볼 가치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남성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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