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잘못 만나면…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영토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북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헌법상 북쪽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남쪽에서 NLL이 희석될까 겁을 내는데 NLL 때문에 남북경제협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해결은 뒤로 미루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얘기로 옮겨 갔다”고 회담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처럼 NLL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데는 진짜 헷갈린다. 이 나라를 수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국군 통수권자와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을 편 가르기 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가진 자와 못 가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으로 양분시켜 남남갈등을 조장한 참여정부가 아닌가. 통일부의 사고 역시 믿을 수가 없다. 통일과정에서 외세 개입을 배제하고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치밀한 협상과 전략 수립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통일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 강국을 외면하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소신을 밝히는 각료가 있어 안심이 된다. 김장수 국방장관이 다음달 평양 2차 국방장관 회담과 관련, “서해북방한계선을 사수한다는 군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장관이 된 뒤에도 늘 사표문제를 고민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북한과 협상할 것”이란 각오도 밝혔다. 송민순 외교부장관도 이와 비슷한 소신 발언을 했다. 이러한 두 장관의 소신 발언은 국민들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노 대통령만큼 주무 부처 판단을 이처럼 무시하고 훼손하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NLL에 대해 오죽하면 두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그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큰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 흔 구 의정부YMCA 이사장

여성능력개발 10년

어제는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문을 연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니 여러 감회를 느낀다. ‘여성 인적자원 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처음에는 도마뱀이 기어다니는 잡초가 무성한 낡은 시설에서 직원들이 아파트단지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부들에게 알리고 IT교육을 받아볼 것을 ‘애걸’해야 했었다. “나이 든 아줌마들이 직장을 잡을 수나 있을까? 더군다나 그 어렵다는 IT로?”라는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직원들을 정말로 힘들게 했다. 행운인 지 불행인 지 개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IMF사태가 발생했다. IMF 때문에 남편들은 대량 실직하게 됐고 안정된 ‘중산층’의 삶을 살던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만 됐다. IMF사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남편이나 시어머니, 아이, 그리고 정책입안자 등도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IT 여성전문교육, 여성창업지원실, 그리고 최근의 경기여성이러닝센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인적자원개발정책들을 국내 최초로 시행해 왔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여성들은 주부에서 IT전문가, 여성CEO, 프리랜서 등으로 탈바꿈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지역사회에도 신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여성정책 사업모델은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아 국내 각 지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유엔이나 OECD 등에서 최우수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어떻게 이 높은 사회적 취업 장벽 속에서 여성들, 그것도 중년 여성들이 전문 훈련을 받고 취업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성공비결을 궁금해 한다. 대개 시스템이나 지리적 여건, 인력 등에 관심을 갖는다. 모두 중요한 것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게 있다. 모험적인 새로운 정책이 성과를 거두는데는 일정한 정도의 시간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 만약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의 여성정책 목표를 인정해 주고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히 지원해준 경기도의 정책적 안목과 배려 등이 없었다면, 또 자신들에게 쏟아졌던 의심의 눈초리에 실력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멋지게 증명해보인 여성들의 열정과 땀 등이 없었다면 지금의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오래 참아주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아낌없이 인생을 걸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지난 1990년 보이저 2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지구 사진을 찍어 보냈다. 지구가 광활한 우주 공간에 마치 먼지 한점처럼 떠서 태양빛을 받고 있는 사진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행성 연구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은 바로 이 사진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창백한 푸른 점’이란 책을 썼는데, 창백한 푸른 점이란 바로 보이저 2호에 비친 작고 초라한 지구의 모습을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와 인간 종족의 아주 작지만 정확한 위치를 통렬히 지적한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간 종족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주는 ‘창백한 푸른 점’, 그러니까 작고 볼품없는 하나의 행성에 불과한 지구를 위해, 그리고 그 지구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인간 종족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중세 암흑기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이 널리 퍼지면서, 우주는 지구상의 수백만종의 생물 중 유독 인간 종족만을 위해 창조돼 존재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지구 중심적이고 인간 종족 중심적인 패러다임이 학문과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영역들을 지배했었다. 그리고 이런 패러다임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자기중심주의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이 지구 상 어디선가는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중세 암흑기의 자기중심적 패러다임이 21세기인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니 어찌 하면 좋은가? 지상의 모든 갈등과 분쟁의 씨앗은 바로 자기가 세계의 중심이고 자신만이 옳다는 편견이라고 본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 이 지구상의 어느 개인, 나라, 민족, 종교, 문화 등도 이 땅의 주인이나 중심이 될 수 없는데…. 우린 모두 ‘창백한 푸른 점’ 위에 함께 태어나, 너나 할 것 없이 주인 아닌 손님으로 잠깐 머물다 갈 나그네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함께 어울려 공존과 동행의 길을 나아갈 방도가 그리도 없다는 말인가? 아름다운 달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모두들 명절 잘 지내셨는지요? 홍성훈 여주대학 보육학과 교수

스키너의 비둘기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비둘기를 방에 가두고 막대기를 부리로 쪼아대면 먹이가 흘러나오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비둘기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비둘기는 이리저리 돌다 방을 한바퀴 돌고 막대를 쪼았더니 먹이가 흘러 나오자 먹이가 생각날 때마다 방안을 한바퀴 돌고 막대를 쪼았다. 막대기를 그냥 부리로 쪼아도 먹이가 나오지만 비둘기는 자신이 방을 한바퀴 돌고 부리로 쪼아야 먹이가 나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 인간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숫자에 대해 미학적 느낌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아침에 장의차나 돼지 등을 보면 재수가 좋다거나 건물의 4층이 재수 없어 다른 표기를 하거나 아예 5층으로 표기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의지가 그날의 일과 부합됐다기 보다는 재수가 좋거나 나쁘다고 느꼈던 일련의 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믿는 게 비둘기의 행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 내가 가족과 사회에 융화되고 주어진 모든 것들을 잘 끌어 나가고 지켜나가려는 자세 없이 그저 좋은 길일에 결혼하고 손이 없는 날 이사를 가고 운세를 돌리기 위해 도장에 획수를 맞추는 점을 찍어대는 것으로 나의 삶이 행복하고 화목한 삶이 될 것이란 이치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밝은 생각으로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시작점이고 길일이며 재수 좋은 돼지를 본 것과 다름 없다. 요즘 세태를 가만히 짚어 보면 모두 비둘기 같은 인간들뿐인듯 하다. 능력이 우선되고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이 좁아 그 마당에 들어 서기 위해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당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등 보다는 학력이나 연줄 등이 아니면 한발자국도 들여놓기 힘들다는 생각을 뿌리 깊이 인식하고 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바로 비둘기를 가둬 놓은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도 마당에 울타리를 치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벽을 허물고 바람결에 날아와 자리를 잡고 알아서 예쁘게 자라는 꽃이 활짝 핀 들판을 만들어 보자. 전동욱 한국조리사회중앙회 경기도지회장

곗돈, 그리고 통행료

필자에게 “연세가 몇이냐”고 묻는 이가 더러 있다. 연세라? 하기야 지천명을 넘긴 나이다. 얼굴 여기저기 책임질 것만 있지 부(富)티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럭저럭 먹고 산다. 부모님의 희생 덕분이다. 따지고 보면 부모님 세대만큼 가난을 벗처럼 끼고 산 분들도 드물 것이다. 꽁보리밥이면 어떻고 강냉이죽이면 어떠랴. 자주 접할 수만 있었어도 행복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네 일상이 그러할진대 목돈 만져보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아니었을까? 목돈 마련할 양으로 했던 게 바로 곗돈이다. 자라면서 어렴풋이 아는 바로는 계주가 있고 곗돈 타는 순서도 미리 정한다. 가장 먼저 타는 사람이 다달이 내야하는 곗돈이 제일 많고 나중에 타는 사람일수록 내는 돈이 적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지막 순번이 탈 때까지 계원 모두 정한 금액을 제대로 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되는 날이면 산통이 깨진다. 요사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문제로 더러 시끄러운 모양이다. 그동안 받을만큼 받았으니 이제 무료화하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 것 같고 공짜로 다니자는데 쉽게 동조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 간단찮은 게 현실이다. 모든 노선 통합채산제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부르는 이름이야 제각각이지만 전국의 고속도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주체도 동일하다. 민자를 제외한 모든 고속도로를 하나로 보고 수지타산을 따지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문제라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할 일이다.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곗돈으로 치면 경인고속도로는 첫번째 탄 셈이다. 제주도민들을 비롯한 온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우리 지역에 가장 먼저 고속도로를 놓았다. 다른 지역에 우선해 그만큼 혜택을 입었다. 아직도 고속도로가 건설되기만 기다리는 지역이 한둘이 아니다. 마지막 순번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곗돈 내듯 통행료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 목돈 투자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푼돈을 모은다. 그것으로 다른 지역에 고속도로를 놓는데 보태는 것이다. 제2경인·외곽순환·서해안고속도로 등 이 지역 주민들이 늘 이용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쓰였다고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경인고속도로를 무료화하면 통행료 수입이 가장 많은 경부고속도로를 무료화해야 한다. 우리 봉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지 않는 한 다른 지역 통행료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급기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제 발등에 오줌싸는 격이 되고 만다. 장동화 도공군포지사장 남서울대겸임교수

중국굴기(中國屈起)

지난해말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9개국의 흥망사를 그린 ‘대국굴기(大國屈起)’를 방영한 적이 있다. 중국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자극(刺戟)할 우려 때문에 이 프로의 재방을 자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지도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이 돼 가는 가슴 떨리는 순간에 살고 있음을 절감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자부한다. 굳이 사서삼경을 들지 않더라도 ‘삼국지연의’를 통해 유비, 관우, 장비 등은 물론 제갈공명 등에 대해서도 숙달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현대사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잘 안다고 자부한다. 30년 전 중국공산당이 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의 현대화란 4대 현대화 노선을 제기한 이후 일어난 발전상에 대해서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이해했다. 80년대 말부터 중국에 진출하는 명분은 블루오션이며 중국은 언제나 제조업,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한수 아래라고 믿고 싶어했다. 그래서 가르쳐 주고 기술을 전수한다는 생각, 임금·공장부지·시장 등을 고려해 중국으로 물밀듯이 몰려 가거나 몰려 가는 것을 장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늘 중국에서 펼쳐지는 양상들을 보면 중국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인지 고개를 젓게 만든다. 연간 무역흑자액이 한국 외환보유액에 육박하고 매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연간수입이 최소 5만달러인 중국 부유계층이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수상한 경제성장률 통계 오류’란 기사를 접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나라의 발전동력인 기업들이 고군분투할 때, 우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개인이든 집단이든 예외일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당사자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해주·남포 개발에 그렇게 열띤 의욕을 보이는 사람들이 면적이 서울 보다 더 크고 인구 4만7천명에 지나지 않는 연천군을 대구나 부산 등과 함께 성장지역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안타까운 순간이다. 국가 역량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지도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관점을 바꿀 때가 됐다. 중국이 우뚝 일어서고 있다. 오 세 구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행복

요즘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무척 힘들어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등교해 수업을 받아야 하고, 일과 후에는 늦은 밤까지 자기 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 자기 주도 학습이 끝난 이후에도 자습실에 남아 자정이 지나도록 책을 보는 학생도 있고 부족한 공부를 메우려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도 있다. 곧장 귀가한 학생들도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경우는 드물다. 겉으로 볼 때 학생들은 불행한 것처럼 보인다. 어깨가 축 늘어져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 언제나 밝고 환하다. 순수하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힘찬 발걸음에는 간밤의 피곤은 묻어 있지 않다. 하루 공부를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들이 왁자지껄한 소리에는 활력이 넘친다. 아마도 학생들은 어디선가 무한한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어딜까? 그것은 아무래도 ‘새로운 것을 깨닫고 알게 되는데서 오는 기쁨’에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인류가 역사 이래 쌓아올린 지적 창고를 뒤적거리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그 설레임과 기쁨이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 “아, 이런 것도 있었네.” 또는 “음, 그래서 그랬었군”하며 기쁨을 느낀다.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넘어 더 높은 산, 더 깊숙한 오지까지 탐사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벽에 부딪쳐 사투를 벌이는 날도 있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과 인간이 엮어낸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현상, 예술 등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들은 인류문화유산을 정치하게 편제한 것의 다름이 아니다. 공부의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성취가 주는 행복감은 커진다. 성취에 대한 포만감은 자신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앞날에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학창시절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가 싫은 학생들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학생들 역시 깨닫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무엇인가를 하루도 놓치지 않고 알게 되는데서 오는 지적 희열, 그것이 바로 학창시절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불행할 것 같아도 그들의 눈은 행복으로 반짝거리는 것이다. 학생들은 진리를 찾기 위해 고행을 자처하는 수도승처럼 진지하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얼마 전 초등학교 친구와 만나 생맥주를 마시는 기회가 있었다. 한 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무렵 친구가 한마디 던져준다. “너랑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참으로 편해진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많이 하지?” “너 역시도 편하게 느껴지는걸….”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 했거늘,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서는 뜻 모를 기쁨이 나를 즐겁게 했다. 그런 이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이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십 수년 단체생활과 봉사를 하면서 힘들고 고단해도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며 생활해 온 것이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닌지. 물론 신혼시절은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밑에서 (층층 시하의) 종가집 맏며느리로 눈 코 뜰 새 없이 고달픈 날들을 보냈었다. 직장생활만 해 오던 철부지 색시가 안쓰럽고 미안했던지 남편은 농협이 실시하는 주부대학에 나갈 것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래, 집안 일 잘 하는 착한 며느리도 좋지만 현명한 며느리, 아내가 되자!” 하고는, 1991년 농협 주부대학을 수료하고 소비자단체인 사단법인 고향을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에서 활동하며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야말로 순수한 주부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로서 일손이 부족한 농사철엔 내 일인양 팔 걷어 올리고 농사일도 도와줌은 물론, 매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기금을 마련하여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겐 김장김치와 쌀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농산물을 타 시·도와 연결해 경기도내 시·군 회원들에게 직거래 형식인 생활협동클럽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상생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똑똑한 사람도 필요하고 따뜻한 사람도 필요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봉사를 할 때 진정 어려운 이웃의 시린 자리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우리의 대통령은 똑똑한 대통령도 좋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따뜻한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 애 숙 고향을 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 경기도지회장

고령화 사회, 노인, 그리고 우리의 미래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즉 우리네 삶은 대부분 먹는데서 비롯된다는 의미를 유머스럽게 표현한 건 아닐까. 음식을 먹는 재미나 씹는 재미 등은 치아가 건강한데서 비롯된다. 이번 추석에서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치아 때문에 먹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원인을 깊이 새겨 둬야 하지 않을까. 노인들은 치아가 아파도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살지”나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생각과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방치하곤 한다. 칠순·팔순이 돼 도저히 견디기 힘든 단계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잇몸뼈가 너무나 녹아내린 상태이고 연로해 심한 치과치료를 견디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꽤 많다. 이왕에 치료를 받으려면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하물며 치아뿐이랴! 다른 신체조직들은 물론 정신적인 문제까지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한다. 지난 1999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들어간데 이어 오는 2022년에는 14%를 웃돌아 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오랜 삶의 여정을 거치면서 노화로 인한 신체적 상실은 물론 가족, 친구, 가치관의 상실 등으로 인해 아파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노인인 부모들을 통해 보게된다. 요즈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전화기 이외에 문자나 e-메일 등 많은 수단들이 존재한다. 우리네 인간은 쉼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한다. 관계를 갖고자 한다.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바로 거기에서 자기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정체감이 형성되고 삶이 유지된다. 이처럼 우리가 관계의 소통에 목말라 있듯 부모들은 무엇보다 자식들과의 소통에 목말라 하신다. 나이가 드실수록 더욱 그러하신다. 심리학에선 중년기를 심리적 재탄생의 시기, 제2의 사춘기라고 한다. 중년의 위기라는 부정적 인습적 패러다임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이어지는 이 귀한 시간을 통해 삶에 대한 흥미와 열정, 생산적인 삶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 등에 눈을 떠야한다. 중년기를 통해 정체성 확립,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와의 조화 등 창조적 균형을 통해 보너스 인생의 새로운 성장이 이뤄진다. 이러한 중년기 삶을 통해 맞는 노년기 삶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조명, 살아온 삶과 이상적 삶과의 통합 등을 통해 죽음과 절망 등을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절차 준수와 결과 승복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절차 내지,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어도 결과만 좋으면 상관이 없다는 뜻인데, 일상 생활에서 심심찮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결과가 좋으니 그동안에 있었던 실수나 잘못쯤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넓고 관대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베풀 수 있는 아량으로 생각될 여지가 있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절차 위반을 문제 삼고 들추는 인사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한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이같은 정서를 확인한다면 그들은 한국 사람들을 상당히 관대한 민족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미국 사람들은 어떠한 일의 절차나 과정 등을 매우 중시한다. 어떻게 보면 극히 비합리적이거나 비경제적인 절차로 여겨지는 것들도 이에 대한 규정이 있으면 엄격히 준수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절차를 제대로 준수한다면 만족할만한 결론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단지 가장 훌륭한 결과의 도출만을 위해 미국 사람들이 절차 준수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만일 절차가 제대로 준수됐다면 이후 발생한 결과에 대해 따질 게 없게 된다. 결과에 대한 무조건적인 승복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지혜의 산물이 바로 엄격한 절차 준수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특한 관대함의 이면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뻔뻔함도 함께 갖고 있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뻔뻔함의 핑계거리들을 대부분 결과에 이른 과정에서 찾곤 한다. 절차 준수와 결과 승복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문제와는 달리 답이 정해져 있다. 절차가 제대로 준수돼야 결과에 승복한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을 뻔뻔한 사람으로 매도하기 위해선 절차가 먼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결과가 잘못된 것이란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보는 입장에 따라 모든 결과들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될 여지가 있고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따르면 모든 결과들은 입장에 따라 불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결과지상주의의 함정이 있다. 하지만 절차의 준수 여부는 객관적인 것이어서 누구나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엄격한 절차 준수를 통한 무조건적인 결과 승복은 아름다운 미덕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는 그 미덕을 가져야 한다. 민 기 영 변호사

구도심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미다스’(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의 왕)의손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오는 2050년까지 세계 주요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1월이었다. 당시 발표 자료를 보면 오는 2025년 미국 1위, 일본 2위, 그리고 한국이 3위를 할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한국이 오는 2050년엔 1인당 GDP가 8만1천 달러로 미국에 이어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만 잘되는 나라가 아닌 소득도 늘면서 생활수준은 G7 국가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때쯤이면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천은 송도와 영종, 청라지구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이 완료돼 외국인들이 살기 편하고 더욱 비즈니스하기 쉬운 도시로 발전하고 국제학교를 비롯, 세계 명문 대학들의 분교로 교육은 물론, 다양한 테마파크레저시설, 복합문화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확충되고 도시재생사업인 가정오거리, 제물포역세권, 숭의운동장, 동인천권 등의 개발 등으로 도시 전체가 새롭게 탈바꿈된 세계 10대 중 명문도시로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린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다. 경제는 걷다가 쉬었다가 하는 산보가 아니다. 마치 100m를 출발한 선수처럼 옆선수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뛰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은 제도적 측면 등 일부 미흡한 것 이외에도 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재생사업은 보상, 추진방식, 추진주체 등 합의수준이 미흡해 추진이 순탄치 않은 것 같다. 도심이 형성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생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지난 2002년 일본도 도시재생특별법까지 제정해 가장 낙후된 구도심을 재생사업으로 추진했는데 도시 속의 도시라는 롯본기, 디자인과 예술의 도시 미드타운 등을 금융, 문화, 쇼핑, 병원, 호텔, 복지 등 복합적으로 개발한 결과 주민들의 고용 유발과 폭발적인 방문객 증가 등으로 간접적인 경제활성화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신도시보다 더 효율적이고 복합기능을 갖춘 도심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일본 사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추진주체는 기획과 정책과정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당사자들도 합리적인 요구를 통해 하루 빨리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구든 선택이 가능하다고 둘 다 가지려는 건 과도한 욕심이다. 김 동 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

진정한 국토균형발전

추석 직전에 터져 나온 현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대책 후속조치에 대해 경기도의 대응이 자못 결연하다. 김문수 도지사는 도의회 의장단과 도내 시장·군수, 시·군의원, 경제인,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청에서 열린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 후속조치 관련 비상대책회의에서 “헌법상 보장된 저항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내비치며 정부의 2단계 균형발전방(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이어 개최된 도내 국회의원들과 정책협의회에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법개정(안)의 부당성에 대해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슈화, 입법을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전략의 골간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편 가르기, 더 나아가 수도권이 가진 것을 빼앗아 비수도권에 가져다 주면 비수도권이 저절로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단세포적 시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각종 통계자료들은 이러한 인위적 편가르기전략이 실효성이 없고 부질없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일례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도 최근 5년 동안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한 숫자는 250곳에 불과했지만 자그마치 2만8천곳에 이르는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들어왔다고 제시돼 있다. 이는 아무리 세제혜택을 줘 수도권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도 성과가 없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기업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매출 신장과 비용 최소화 등을 통해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아무리 세제 혜택을 많이 줘도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비용 최소화조건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다. 이는 세제 혜택을 통한 당근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략의 수정, 정책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 지난 6월 국내 석학들이 모여 차기 정부의 10대 과제를 선정한 일이 있었다. 10대 과제 중 수도권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핵심 주요과제로 선정됐었다. 수도권만 억누르면 전국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다는 근시안적 생각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자연스레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열렸던 도의회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주 출신 어느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경기도 여주군은 도무지 중첩된 규제로 인해 살 수 없으니 강원도 여주군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해 달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러한 여주가 서울과 똑같은 수준으로 발전된 지역이니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서울만큼 발전된 지역도 있지만 경기동북부 접경지역과 팔당수계 시·군들은 비수도권 어느 지역 못지않게 낙후됐다. 드넓은 경기도를 하나의 잣대로 바라보지 말고 경기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광대한 눈을 중앙정부가 갖게 되길 소망한다. 김 남 성 경기도의회 의원

기적소리를 들으며

우리나라에 철도 기적소리가 울린 지 어느덧 108년의 세월이 흘렀다. 1899년 노량진에서 제물포까지 시속 20~30㎞로 달리던 경인선 철도가 칙칙폭폭 기적소리를 내며 시속 100~120㎞까지 속도를 향상시키고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국토를 철도 네트워크로 연결, 대량 교통수송과 국가 대동맥 역할을 다하며 근대화에 이바지했다. 급기야 2004년 4월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도입·운영함으로써 속도혁명을 달성했으며 철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쾌거를 당당히 이룩했다. 경제대국으로 첨단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나라들조차 아직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한반도의 조그만 나라에서 고속철도를 건설, 완벽히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철도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명돼 산업화를 가속화시켜 산업 대동맥 역할을 했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60~80년대는 건설분야 및 산업 발달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철도노선이 깔리고 기적소리가 울리는 지역은 갈수록 발전하고 인적·물적 교류가 왕성하게 돼 산업발달과 정보·물자 교류를 촉진시켜 지역 중심지를 형성, 핵심적 위치로 발전하게 됐다. 지금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를 여행하다 보면 교통수단과 산업경제가 미흡하던 옛 시절이 떠오른다. 기적소리를 들으며 흥분되고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 홍익회 아저씨에게 달걀 한꾸러미와 바나나 우유를 사 엄마와 함께 맛있게 먹었고 차창 너머로는 시골 정경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운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기차는 서울역에 도착했다. 빼곡한 건물과 수많은 자동차에 넋을 놓으며 시내구경을 한 추억이 바로 어제 같다. 이제 우리 고향길은 KTX 고속열차 개통으로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됐고 명절의 교통혼잡도 대폭 줄었다. 점차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확·신속·신뢰성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 속에 때로는 한적하고 여유롭고 낭만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모두 넉넉함과 여유로움 등을 함께 나누고 이웃을 서로 배려하며 생활이 더욱 윤택해지기를 바란다. 곽 노 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함께할 때 소중한 가족

며칠 전 어떤 분이 추석 때만 되면 고향에 내려가는 게 고생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친구에게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은 친구로부터 “너는 고향도 있고 부모와 형제가 있어 좋겠다. 나는 고향도 없고 부모와 형제도 없으니 추석에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나”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친구는 고아로 자라 고향이 없고 부모도 누구인지 모른다. 형제도 없다. 이번 추석명절에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갔다. 고향에 가면 무엇보다 가족을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가족이 하나가 되고 행복한 가족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추석명절에 가족공동체를 파괴하는 몇가지 중 첫째는 하루 종일 TV를 시청하는 것. 둘째는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 셋째는 편애하는 것 등이다.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족들은 서로 서로 닮은 데가 많다. 그러나 모든 불행한 가족은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불행하다”라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가 세대 차이와 삶의 방식 등이 다르다고 부모가 자녀를 무시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싫어하면 가족은 파괴돼 간다. 이혼율 세계 제2위라는 불명예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내버리는 세상이다.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이 파괴돼가고 있다. 가족 보다 돈이 우선이고 명예가 우선이고 이기주의가 우선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퀴리부인은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돼 있다는 게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있을 때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빈자리가 생기면 그리워진다. 그리움과 외로움 등은 돈이나 명예 등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하지 못한다. 함께 할 수 있는 가족만이 가장 유일한 방법이요, 해결책이다. 가족이란 영어단어는 Family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각 단어 첫 글자를 합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사랑하고 이해하며 공동체의 삶을 살아갈 때 가족은 희망이요, 행복이 된다. 강 용 수원생명의전화 원장

100년전 역사 되풀이말자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와 휴식을 동시에 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유익하다. 미국은 계속 다녀 보아도 장점이 많은 나라이고 금방 망할 것 같지도 않은 나라이다. 아직도 국가 전체가 뿜어나는 막강함과 풍부함은 가끔 필자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부럽게 하기도 한다. 하기야 어느 나라이건 문제없는 구석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특별히 9·11 이후 미국의 공항 주변에서부터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 이 나라를 우방으로 믿고 살아야하나 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할 때가 많이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역시 우리의 과거를 연상케 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고 특별히 후발주자들이 겪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에게 큰 교훈과 함께 새로운 반전 모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 필자는 한가하게 세계여행담을 늘어놓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을 부르짖고 21세기 통일과 국운상승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모든 국력을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 모습은 어떤가. 미국은 중국이 20~30년 이내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어서 어림도 없다”며 세계최강국으로서 자리 굳히기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중국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여러차례 내 비친 적이 있고 러시아도 경제 군사대국으로서의 발돋움을 푸틴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간파되고 있다. 일본의 조직적이고 치밀함이야 의심의 여지없이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언론과 정치권이 서로서로 무리를 지어 자기세상을 만들기에 정신을 빼앗긴 채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연애사건, 위조사건, 독직사건 등 이미 우리가 아는 바를 온통 떠들고 있다는 사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몰랐던 것처럼 열을 올리는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 안될까. 국민들을 더 이상 바보 취급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번 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인행세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허송세월 보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새롭고 희망찬 비전을 놓고 국민과 지지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19세기 말 주변의 움직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 닫아 걸고 다투기만 했던 대한제국 100년의 역사는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홍 문 종 경민대학장·교육학박사

천자춘추-의료전문가의 의견 존중하는 의료행정

며칠전 백혈병과 싸우며 컴퓨터 관련 자격증 5건을 따낸 이준석군(16·수원정보산업고 2년)의 기사를 읽고 소년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고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세살때 백혈병에 걸려 14년째 투병중인 이군이 워드 2급자격증,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정보검색 기능사, 정보기기 기능사 자격증 등을 연달아 취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백혈병치료를 담당했던 병원과 의사들은 불법으로 진료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 예고를 받은 이후 약물처방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급여기준이나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 등을 초과한 약제를 임의 비급여로 사용한 점을 불법 진료라고 규정, 28억원 환수 및 과징금 141억원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담당 치료의에 따르면 골수이식 후 재발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암제인 ‘마일로타그주’가 어린이에게 사용하기에는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할 근거가 부족해 국내에선 보험으로 인정받지 않는만큼 환자와 상의해 임의 비급여로 사용했다. 현재 ‘마일로타그주’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소아암 그룹이 소아백혈병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담당 치료의는 고심 끝에 이 약제를 소아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했고, 담당 치료의가 약제 투여를 중단하자 환자의 보호자는 소아도 비급여로 약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임상논문 등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60세 미만에 대해선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담당 치료의는 “위급한 환자를 앞에 두고 건강보험법에 위배되느냐를 따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2년 전 산부인과에서 무통 분만비 환불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생각났다. 무통분만을 원했던 산모가 분만 후 무통 분만비의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됐을 때 보건복지부는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고, 분만하기 전 의사와 상의해 임의 비급여로 지불했던 비용을 분만 후 2~3년이 지난 뒤 환불해줘야 하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는 무슨 약이든지 비용을 대겠다고 애원해놓고, 뒤돌아 민원을 넣는 게 현실이며, 그때마다 의사는 전과자로 낙인을 찍히게 되는 행정구조를 갖고 있다.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행정을 시행할 때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쌓여지고 의료가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리라고 생각한다. /최 원 주 최원주산부인과 원장 경기도의사회 섭외이사

간통죄 존치여부

최근 간통죄의 위헌여부가 판사들의 위헌제청 신청으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되면서 사회적으로도 다시 한번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3차례에 걸쳐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과연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다수의 선진국들은 간통죄 자체를 인정하진 않고 있다. 간통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간통의 문제를 성도덕의 문제, 또는 부부 사이의 혼인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성실의무나 정조의무 위반의 문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관점에서이다. 우리나라 형법상 인정되는 성범죄 중 간통죄는 특색이 있다. 다른 성범죄 중 강간죄 등을 처벌하는 이유는 상대방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고 폭행이나 협박 등의 강제력을 동원, 간음했기 때문이다. 성행위의 대가로 돈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건 여성 보호를 위해 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임에 반해, 간통죄에 대해선 두 남녀가 완전한 의사의 일치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향유하고 금전적 대가가 오고 가는 거래가 아닌 순수한 사랑의 행위까지도 부부간의 성윤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다. 부부간의 순결의무, 또는 정조의무 등은 혼인계약에 의해 발생되고 도덕·윤리적 규범 영역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는 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선 개인의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에 까지 국가의 형벌권이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간통죄가 헌법상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약간의 비약이 있어 보인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유권적 기본권에 속하며 그러한 기본권을 공공복리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제한할 경우에도 제한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게 헌법의 대원칙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정책적으로 사회질서 유지 등을 위해 간통을 처벌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지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간통을 처벌하는 게 비합리적으로 성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간통죄의 법정형이 징역형만으로 규정돼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헌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사회의 부정적 현상과 관련, 국가가 형벌로 통제하는 방식은 가능한 최소화하는 게 선진적이고, 발전된 법체계인만큼 간통문제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만약 국민들 다수가 이러한 부부간의 성 윤리적 문제에 있어 불가벌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부분은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정 재 훈 소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알레르기

현대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질병을 꼽으라면 아마도 알레르기성 질환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산업화되고 서구·문명화되면서 갑자기 대두된 의학계의 화두와 같은 질환이다. 알레르기는 면역학적으로 이상하면서 과민한 반응이며 이 질환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거의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살다 근세기 약 100년 동안 수천년에 버금가는 환경변화를 한몫에 겪고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급작스런 도시화로 인해 심한 환경변화가 생겨나는 시기에 상당히 일반화됐고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쉽게 발생된다. 우리 몸은 생활환경은 물론 잘 인식하지도 못하는 작은 세균들과도 익숙한 관계가 아닐 때 큰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몸이 처음 만나는 세균들에 대해 얼마나 무력한지는 역사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륙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양으로 단절된 지역에서 살던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 예에 속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한 유럽인들은 전쟁을 통해 신대륙을 빼앗기 보다는 자신들의 몸에 익숙하게 묻어있던 병균들에 의해 신대륙 정복이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유럽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병균들이 신대륙의 일부 원주민들에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 거의 멸종에 가까울 정도로 인구 감소를 일으켰고 결국 유럽인들은 신대륙을 손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면역계는 낯선 환경과 세균 등에 대해 상당히 힘들게 적응하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반응은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회의 변환기마다 상당히 다양한 소요사태를 맞이했다.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고 불안한 질서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런 소요를 잠재우기 위해 강제 진압이나 회유와 같은 부적절한 방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부당하고 답답하다고 화만 낼 게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사회의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기다릴 때 소요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사회현상은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면역계의 알레르기 양상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방에서 알레르기성 질환을 치료할 때는 기의 순환과 소통, 몸의 균형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흔히 구사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서로 간의 소통과 이해 등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정부는 국민들의 말에 귀를 막고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기만 한다. 언론은 사회의 언로(言路)인데 이를 막으려고 한다면 온 나라가 알레르기에 시달릴 것이다. 조 용 주 두리한의원 원장

수학여행 성매매사건 정확한 진상조사해야

지난 11일 MBC ‘PD수첩’이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일부 고교생들이 현지에서 성매매를 했다고 보도한 뒤 사회가 연일 떠들썩하다. 학교 정기수업의 연장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넓혀주는 기회라는 수학여행에서 퇴폐를 배운다는 보도를 접하고 의원이기 이전,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분노와 허탈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미 신체적으로 성숙해지고 호기심과 모험정신에 불타는 고교생들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어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아이들에게 누출돼 이런 폐해를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해외 수학여행은 대세가 됐다. 그간 가장 각광받은 수학여행지였던 제주도가 여행 인프라 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는 반면 중국의 베이징(北京)이나 산둥성(山東省), 상하이(上海) 등은 항공편도 넉넉하고 교육적인 자원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얻는 것도 많은 만큼 관리하고 감독할 것도 많은 게 해외 수학여행이다. 관리·감독 최일선에 있으며 가장 먼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경기도교육청도 책임전가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3일 ‘교육적인 수학여행, 실질적 봉사활동을 위한 노력’이란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선 학교 교감들을 대상으로 교육적인 수학여행을 실시하도록 연수를 실시한다”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니 수학여행에 대한 적정한 관리나 감독보다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형식적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책임 회피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중·고교생 수학여행에 대한 지도·감독 등의 대책은 계획에 없는 상황인데다 최근 중국 수학여행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수학여행 지도·감독사항을 급조해 교육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를 책임지는 교육청이 매뉴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해외 수학여행의 준비, 중간 진행과정, 재점검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논의하고 아울러 수학여행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교육적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수학여행 기간 중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철저하게 하고 안전사고 예방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정확한 진상조사 등을 통해 부적절한 수학여행에 대한 재발방지장치를 마련, 두번 다시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아마추어리즘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 정 은 경기도의회 의원

역사로부터 배우자

가히 역사물 열풍이라고 할만 하다. 굳건하게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유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 등 역사소설 행렬이 대형 서점 진열대를 점령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기생과 궁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주제와 소재 등도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TV도 마찬가지다. ‘주몽’으로 정점을 이뤘던 대하사극 열풍은 ‘대조영’, ‘왕과 나’ 등으로 이어지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사람들이 역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 비슷할 것이다. 여러가지 해석들이 가능하겠지만,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현재를 새롭게 조명하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는 게 일반인들이 역사물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된다. 필자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자세로 소설과 드라마를 즐기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역사물 열풍과는 관계가 없지만, 인천항도 최근 역사를 되돌아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학연구원과 공동으로 내년 7월 발간을 목표로 ‘인천항만사’ 편찬작업을 시작했다. 인천항에 화물을 들여 오거나, 부두를 새로 짓는 것처럼 경제적인 면과는 관련이 없지만 ‘인천항만사’ 발간은 어쩌면 금전으로 따질 수 없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개항 이후 124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항에서 제대로 된 항만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동안 인천항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지역사회에서 인천항은 어떤 의미이고 존재인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많은 인천 시민들은 인천항을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인천항만사’는 인천 지역사회와 인천항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이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전쟁과 산업부흥기 등을 거쳐 온 역사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해 도대체 인천항이 지역경제와 시민사회에 대해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기여했는지, 왜 인천항이 소중한지 등을 바르게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인천항과 인천문화’를 별도로 만들어 문화의 장으로서 인천항이 갖는 의미도 색다르게 조명해 볼 예정이다. 내년 7월 세상에 태어날 ‘인천항만사’가 인천항과 인천 지역사회가 동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비춰줄 귀중한 등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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