障碍人과 ‘長愛人’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혹은 장애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새 장애인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장애문제는 당사자와 가족의 몫이어서,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과 잘못된 편견, 미흡한 복지제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어려움들 중 장애인과 장애 가족들이 특히 견디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장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으로 차별과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도내 한 특수학교가 현재의 시설이 너무 낡고 비좁아 새로운 터를 마련, 이전하려고 하는데 동네에서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며 현수막까지 내걸고 결사 반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애시설이 들어설 때 마다 혐오시설이라고 동네에서 반대하는 일은 흔한 뉴스지만 학교까지도 혐오시설 취급을 받아야 하다니 장애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마음 아프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장애학생이 짝이 되면 아이는 괜찮다는데 굳이 짝을 바꿔달라는 부모님의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노골적인 호기심이나 혐오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끈질긴 시선과 마주하게 됐을 때, 억울하고 속상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마다, 나는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늘 그저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순간마다, 관심과 배려가 어렵다면 그저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주거나 그도 어렵다면 차라리 무심하고 덤덤한 편이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지체장애를 가진 교수님을 부모교육의 강사로 모셨던 적이 있다. 단지 몸이 좀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현재의 한자로는 거리낄 ‘장障’과 막을 ‘애碍’, 사람 ‘인(人)‘ 등으로 구성돼 거리껴서 거치적거리는 사람이란 뜻이므로 남보다 더 길게 오래 사랑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인 ‘長愛人’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불이익과 상처를 받았으면 그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십분 이해되는 마음은 어쩜 장애 가족들만이 느낄 수 있는 동병상련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교수님의 말씀이 속깊게 다가왔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障碍人이 아닌 ‘長愛人’으로 생각, 정말 오래도록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라 여기고 그렇게 사랑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10년 뒤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으세요?

4월로 접어들자마자 황사소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봄은 황사가 잦을 것이라는 예보다. 언제부턴가 봄철 불청객 황사가 꽃들을 제치고 봄의 대표적 전령사가 된듯하다. 이제 희뿌연 황사와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의 모습은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이 무렵 마을 동산에 오르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예쁜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과 파릇파릇 싱그러운 새순이 돋은 나무들, 또 밤이면 모래알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경기지역은 최근 10여년 동안 급격한 도시·산업화로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마을 동산들이 사라졌으며 산허리가 잘려나가는 등 엄청난 산림이 훼손됐다. 그 면적이 남양주 크기와 비슷한 454㎢에 이른다. 그 결과 생활환경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경기도는 아직 5.8㎡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에 크게 부족하고, 도시공원법이 정한 6.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파리 13㎡, 뉴욕 23㎡, 런던 27㎡ 등 주요 선진 도시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우리가 흔히 살기 좋은 도시, 세계 선진 도시라고 부르는 곳들을 보면 모두 생명력 넘치는 ‘녹색환경’이 조성돼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도쿄의 소화기념공원….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 사이로 사람의 허파처럼 살아 쉼 쉬는 푸른 공원들이 이들 도시를 세계 선진도시로 군림하게 하고 있다. 이제 경제적 성장만으로는 세계 정상 도시에 오르기 어렵다. 21세기에는 숲이 많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고, 경제도시보다 환경도시·자연도시가 진정한 선진도시로 자리가 매김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불과 6년 전만 해도 서울과 비슷한 공원녹지를 갖고 있던 중국 상하이가 지금 세계적인 생태·환경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폭 1㎞의 녹지대를 길이 200㎞로 조성해 도시권을 거대한 녹색벨트로 둘러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금 경기지역에는 ‘그린(Green)’이 너무 필요하다. 전국 최대 광역도시에서 세계 일류 도시로 거듭 나기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부지런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꿔야 한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희뿌연 스모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회색도시에 사느냐, 나무와 숲이 울창한 쾌적한 녹색도시에 사느냐,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경기북부의 ‘안보 희생’이젠 발전으로 보답할 때

연천의 국도 전방에 신탄리 표지판이 보인다. 심호흡을 하며 좌우를 살폈다. 포성(砲聲)도 없이 조용하다. 이때다 싶어 가속기를 힘껏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차 뒤로 포성이 들린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전쟁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다. 지금 연천 국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연천 국도를 달리다 보면 다락대 사격장이 나온다.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사격장으로 동양 최대 규모의 포 사격장이다. 국도를 사이에 두고 동쪽이 포 사격장이고 국도를 가로 질러 서쪽이 포탄이 떨어지는 탄착지다. 한마디로 내가 달리고 있는 자동차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거의 매일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왠만한 강심장 아니고선 이 길을 지나기가 쉽지 않다. 경기도 북부, 이 중 연천군의 단면이다. 경기북부는 44%가 군사보호구역이며 연천은 98%에 이른다. 군사보호구역이란 이유로 하다못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고친다. 경기북부는 50여년을 국가 안보를 위해 양보와 희생을 강요(?) 당해온 애국의 땅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일률적 규제를 하고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탄원도 해보고 시위도 했다. 다행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시적 변화가 보이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와 국방부는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 규제를 종전 ‘벨트’방식 제한에서 ‘박스’개념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관련 시행령을 상반기 중 개정키로 했다. 늦었지만 제한구역을 개별 군사시설에서 500m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과 건축신고시 군부대협의 의무화를 없앤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이제 안보의 희생지, 그리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경기북부에 더 큰 관심과 지원을 해줄 때다. 최근 경기북부는 규제 해제와 미군공여지 반환 등으로 개발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대학을 유치하려고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레저타운을 만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발을 막고 있는 수도권규제법과 국가균형발전법 등 규제도 풀어야 한다. 차별 없는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는 정부가 국가예산으로 공원을 만들어주면서, 경기북부의 미군공여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용도로 개발하려고 해도 정부가 돈을 내고 사라고 하니, 이런 차별이 또 어디 있나? 이젠 정부가 규제해제와 지원 등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희생과 애국의 땅 경기북부에 보답할 차례다.

화사한 봄꽃과 함께 새 희망이 찾아오길

희망으로 시작한 2008년 한해도 어느덧 4분의 1이 지나갔다. 세월이 총알처럼 빠르다는 말도 있듯이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아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아침시간을 활용, 한정된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이른 아침에 뉴스를 보고 신문기사를 읽는 시간은 수많은 하루 일과 중에서도 필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살피며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하루계획을 점검하기도 하면서 혼자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30년이 지나도록 계속 즐겁게 이 습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아침에 뉴스를 보는 게 점점 싫어지게 됐다. 무역수지가 내리 4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소비자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고 있어 서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보니 소비시장 역시 위축되기 마련이고, 이는 계속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 및 환율의 급변동과 더불어 국가경제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에 또다시 큰 어려움이 닥친 것만 같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안양에서 발생했던 사건의 경우처럼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끔찍한 범죄들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들은 가뜩이나 높아진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악화시킨다. 아침부터 이같은 비관적인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데다 의욕적으로 시작해야 할 하루를 침체한 기분으로 바꿔버리니 아침에 뉴스를 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무실에 나와 문득 창 밖의 화단에 진달래꽃이 핀 것을 보게 됐다. 어느새 꽃이 필 때가 됐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나무에도 여기저기 새순이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문득 ‘겨우내 죽은듯 가만히 있는 것만 같았던 꽃과 나무들도 봄에 꽃과 새순을 돋우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경제·사회적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것처럼 어렵고 힘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봄이라는 좋은 시기가 다가왔을 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꽃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우리 마음 속에 가득 넘쳐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천인기 부천상의 사무국장

뚱보학생 지도대책 2

필자는 지난달 19일 경기일보에 ‘뚱보학생 지도대책’ 제하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보이는듯한 대책을 또다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리 학생들 가운데 뚱보학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움직이는 시간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 등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우리 학생들이 많이 움직이고 운동하는 시간을 갖도록 지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는 대학입시와 고교입시 등에서 체력장 시험을 부활해야 한다. 지난 1973년 시작된 체력장 시험으로 체육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체력은 국력이다”를 외치며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지난 1994년부터 체력장 시험이 폐지되면서 뚱보학생들이 많이 늘어나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둘째, 체육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교육과학부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 학생들 식생활 향상으로 체중이 늘고 외형은 커졌지만 운동부족으로 기초체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식생활 습관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운동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줘야 한다. 지난 7차 교육과정에서 중3과 고1 학생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고, 고2~3 학생은 아예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8차 교육과정에서는 6차교육과정 수준으로 하든가, 더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가족 걷기대회, 가족 달리기대회 등을 수시로 개최해 모든 사람들이 많이 걷고 달려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증진에도 보탬이 돼 국민 모두 ‘9988234’의 소망대로 살다 가는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셋째, 셔틀런(Endurunce Shuttle Run) 훈련을 국민체조처럼 보급시켜야 한다. 이 훈련 방법은 지난 1982년 캐나다의 스포츠과학자인 레거 박사가 최대산소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외국에선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선 체력장시험을 실시할 때부터 실시했던 왕복달리기와 같은 것이다. 20m구간을 일정한 심호흡에 맞춰 왕복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시속 9㎞ 속도로 달리다 1분 간격으로 단계가 넘어가며 속도가 빨라지는데 각 단계마다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이 운동을 학생들 체육시간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체력 향상책으로 자주 실시했으면 좋겠다. 우리학교는 체육부장이 중심이 돼 체육시간에 수시로 실시하고 수행평가과목으로도 채택,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운동들은 학생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의 체력을 향상시켜 줄 것이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실시해 뚱보학생을 예방하고 모든 국민들이 ‘건강백세’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상상돼 지금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달려나가고 싶어질 것이다.

형사재판과 양형(量刑)

형사재판의 특징 중 하나는 유무죄 판단 후 유죄로 인정되면 형을 정하는 단계, 즉 양형(量刑)이 모든 사건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형의 단계에서 법관은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사안별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형의 종류(주로 징역형과 벌금형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해 선고하게 된다. 법관에게 상당히 폭넓은 양형 재량이 주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중에서 최적의 형을 선택해야 하는 법관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형사재판의 주된 임무가 유·무죄를 잘 가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재판에서 보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은 얼마 없고, 대부분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형을 선고받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형편이므로, 양형판단이 형사재판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갖는 양형편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판사들의 양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학공식같이 정해진 양형기준법을 만드려는 시도도 있다. 실제로 외국에선 양형을 하는데 참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둔 경우가 있고,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양형인자를 모두 포섭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따르게 할 경우 시민들의 인권보장에 장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더라도 이를 따를지, 또는 얼마나 따를지를 결정할 권한과 책임은 최종적으로 판사 개개인의 결단에 맡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판사 개인적으로는 중형을 선고하는 경우 부담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저지른 죄가 무거워 중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인은 물론 딸린 식솔들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뜨릴 것이 뻔하므로 마음이 편치 않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에선 오판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만큼 판사들이 종종 밤잠을 못 이루고 고민하기도 한다. 흔히 피고인들이 구속되면 장문의 반성문을 여러 장 제출하면서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못이 없다고 버티는 피고인들보다는 확실히 나아보이지만, 말로 하는 반성으로 피해자를 달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래서 형사 판사들이 가장 반기는 서류는 합의서일 것이다. 수십장, 수백장의 반성문이 한장의 합의서의 효력에 비길바 못된다. 법원에 제출하는 반성문이나 의견서에선 단순히 반성하는 마음을 표시한다는 것 보다는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는 정보를 법관에게 제공해 준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성보기 수원지법 판사

中企 사장과 장관은 동급(?)

4월1일부터 기업인 400명이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게 됐다. 오는 6월부터는 600명이 추가된다고 하니 모두 1천명에 이르는 기업인들이 공항 귀빈실을 사용하게 된다. 이 가운데 70%는 중소기업인들의 몫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3일 중소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항 귀빈실은)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인들이 써야 한다”고 천명한지 3개월만이다. 그동안 공항 귀빈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급에 해당되는 공직자 및 전임 고위직들이 사용해 왔다. 따라서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인들이 장관급 대우를 받는 게 아니냐는 기대 속에 시행여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인들은 주로 최고경영자들로 공항 내 귀빈실과 귀빈 전용주차장 이용, 보안검색 및 출입국 수속시 외교관 전용통로 이용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투자유치 목적으로 초청한 외국 바이어들도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귀빈실 이용자들은 귀빈실은 무료로 사용하지만 국제전화나 팩스 등은 실비를 부담해야 하며 탑승구까지 안내되는 기존의 의전절차는 생략된다. 자신이 이용 대상자도 아니고 직접 관련도 없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 반응은 “Very Good”이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잖이 발표했을 때도 시큰둥하던 중소기업인들이 불과 1천명도 안되는 중소기업인들이 공항 귀빈실을 사용하게 됐다는데 왜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 이는 그동안 발표된 정부의 정책이 장밋빛이지만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거나 시행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을 많이 보아온 중소기업인들의 눈에 대통령의 의지가 속도감 있게 현장에 반영되는 장면이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제 걱정은 두가지다. 속좁은 중소기업인들이 마치 장관이 된 듯 유세를 떨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이번 조치가 없었던 일이 되버리는 경우다. 정부는 이러한 폐단과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공항 귀빈실 이용자를 2년마다 재선정하겠다고 하지만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라고 우려되는 바가 없지않다. 또 하나는 정부의 오해다. 마치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 지원의 본론(本論)인양 오해하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정책을 등한시하는 경우다. 과거 홍보성 정책에 나섰던 정부들의 정책이 유야무야되는 과정이 걱정을 덜지 못하게 한다. 권재형 한국협업기업협회 회장

자연 조형물과 인공 조형물의 멋

요즘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적인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비즈니스와 각종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기술집약형 산업과 유·무형 문화관광산업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폭넓은 식견과 체험으로 정치·경제·사회·국제 감각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으며 계획에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른다고 하는 베트남 하롱베이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문화체험이었다. 하롱베이는 조물주의 작품을 선물받은 건 아닐런지…. 수천여 보물섬들이 천태만상으로 떠 있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뿌연 물안개 너머로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보여주는 형태와 바라다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앵글은 모두가 사진 작품이 되기에 충분했다. 앙코르와트는 인공 조형물이다. 인공 조형물도 따지고 보면 자연의 일부이고 천연 조형물의 닮은 꼴이라고 생각된다. 인류의 역사와 삶의 흔적은 유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최초 인류는 천연동굴이나 천연소재의 풀과 나무 등을 이용해 거주문화를 형성했을 것이다. 앙코르와트의 미소는 캄보디아인의 가장 아름답고 인자한 웃음이라고 한다. 궁전의 주인인 왕이 두루두루 살핀다는 의미에서 사방으로 미소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자상하고 위민정치를 하는 영주였겠는가. 봉우리가 완벽한 숫자 3에 맞춰 자태를 뽐내고 있는 조형미는 넓게 펼쳐진 옛 도시의 권위의 상징이었으리라. 아름다운 야경은 물론 이지만 전성기의 옛 기운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밤공기와 조명빛 그림자를 밟으며 거닐던, 길게 쭉 뻗은 중앙로드에서 내일의 희망을 그려보았다. 관람시간이 끝나가며 마지막 손님으로 주인공이 무대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듯 점멸되는 검은 그림자속에 앙코르와트는 고요히 잠들어 가고 있었다. 앙코르와트의 영원한 미소를 생각하면서…. 이윤필 수원시의회 의원

동 동 동대문은 안녕하신가

“동대문의 본 건물은 집채만한 크기의 돌로 된 축대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인데 축대의 높이는 6m 남짓 돼 보이고 그 축대에서 시작돼 역시 커다란 돌이 쌓여 이뤄진 성벽이 건물을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 성벽을 서씨는 마치 곡예단의 원숭이가 장대를 타고 올라가듯 익숙하고 민첩한 솜씨로 올라갔다. (중략)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더욱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서씨가 성벽 위에 몸을 나타내고 그리고 성벽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금고만한 돌덩이를 그의 한손에 하나씩 집어 번쩍 자기의 머리 위로 치켜올린 것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사람의 힘으로 그 돌덩이를 들어올린다고 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라, 그 보물 1호의 일부가 한밤중에 조용히 움직여지고 있었다니! 물론 이것은 허구이다. 1960년대 한국문학을 아름답게 서술했던 김승옥의 소설 ‘역사’의 한장면일 뿐이다. 남대문의 끔찍한 일이 있고 필자는 얼마 후 이 소설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혹시 동대문은 안녕하신가? 남대문 참화가 벌어진 지도 벌써 석달이 돼간다. 비록 상상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상기한 60년대 동대문의 일과 엊그제 남대문의 참사를 견준다면,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 모습도 단지 소설 속 상상이 아니다. 소설 속에선 위의 돌을 한두개 빼 바꿔 놓은 일이었지만, 그 누가 알랴,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이 이뤄지고 있었는지. 문학은 그 시대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60년대의 이 일은 차라리 순진했다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난생 처음 서울에 올라가 (우리는 서울에 가는 것을 단지 ‘간다’ 하지 않고 ‘올라간다’ 라고 표현한다.) 남대문 옆을 지나며 선친이 “저게 남대문이다”라고 알려줬을 때, 그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모습. 서울 거리의 번화함의 한 끄트머리를 쥐고, 조용히 서울을, 아니 준엄하게 조선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는듯 했던 숭례문. 남대문은 한국 백성에게 일종의 ‘판도라 상자’였다. 그 상징들이 죄다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 밑받침 축대가 남아있듯, 우리에게 희망은 살아 있다. 자유와 방임은 보다 강력한 책임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어떤 역사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한다”라고 한다. 이제 새로운 남대문이 지어지게 되면, 그 옆에 불탄 남대문의 모습을 커다랗고 선명한 사진으로 전시해야 한다.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그 동요를 다시 나지막이 불러본다. 박 훈 시인·수필가

수원화성과 천주교 박해2

전국의 천주교박해 중에서도 수원화성의 박해는 모든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장 혹독한 박해로 알려진다. 정조대왕이 남인파를 대거 등용하여 자신의 개혁정신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켜 나가려 한 곳이 바로 수원화성이었다. 따라서 정조대왕 사후 정권을 휘두른 노론 벽파는 한양 이남과 경기도 일대 그리고 충청도지방으로부터 수원화성으로 연행되어 온 천주교신자들에게 정치적 보복성의 혹독한 박해를 가하게 된다. 수원화성에는 천주교인들이 연행, 구금되고 백지사형(창호지를 얼굴에 붙임)과 교수형(미루나무에 매담)이 집행된 토포청(북수동성당 옆), 양반 천주교인들이 심문받은 화성행궁, 서민이하 천주교인들이 심문받은 이아(화청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여 자주 공개처형이 이루어진 종로 네거리, 아사형(굶김)이 이루어진 총 6칸으로 된 형옥, 공개적으로 장살형(몽둥이)이 이루어진 팔달문밖 장터와 장안문 밖 장터, 참수형(칼)이 이루어진 동남각루를 비롯한 여러 각루, 천주교인의 목을 매달아 놓은 암문 등 현재까지 10군데가 넘는 순교현장들이 확인되고 있다. 그 중 수원화성의 동남쪽에 위치한 동남각루는 가혹한 순교현장의 한 예이다. 천주교도들을 차례로 각루 위에 올려놓고 둥둥둥둥 북을 치는 가운데 휘광이가 휘두르는 시퍼런 칼날에 참수당한 천주교도의 시신이 성밖으로 내던져져 성 밑으로 떼굴떼굴 굴러 내려갔다. 성밖 아래서 지켜보던 동네사람들이 머리없이 굴러 내려와 누구의 시신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을 거적에 대충 덮어 수레에 싣고 성 밖의 가까운 야산에다 묻었던 것이다. 그리고 칼에 잘린 천주교도들의 목은 가까운 남암문(남쪽 암문)에 걸어 놓았다. 암문(暗門)은 어두운 곳에 숨겨진 문이란 뜻으로 다산 정약용이 군사, 정치, 경제, 과학, 실용적인 다각적 측면을 고려하여 수원화성 전체에 모두 5군데에 설계한 자그마한 비상문인데 양반들은 체통이 떨어진다 하여 드나들지 않은 문이었다. 그래서 암문은 주로 평민이나 상인, 노비, 포졸 등 하류민들이 드나들던 문이었다. 남암문, 북암문 등 암문을 지나다니던 이들이 천주교도들의 목이 걸린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소위 ‘상 것’ 들이나 배우는 기술과학문명의 서학을 신봉하게 되면 모두 그 꼴이 되어 처참하게 죽는다는 위협용으로 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걸어놓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수원화성에는 옛부터 “무당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천주학쟁이만은 되지 말아라”는 말이 전해져 올 정도다.

고유가 극복, 가정에서부터

3월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계속되는 고유가는 구조적인 가격상승 현상인 만큼 과거의 일시적인 고유가 때처럼 잠시 ‘참고 넘어가는’ 식의 대처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통해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 요즈음 들어 더욱 소비자들이 편리함과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크기도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냉장고나 TV 등 여러대 가전제품들을 한꺼번에 사용함에 따라 전기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전력량을 공급하기 위해선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부안사태에서 보듯, 발전소 건설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대규모 투자비도 투자비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절차문제가 있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은데다 환경규제도 갈수록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비용도 급증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유가는 오르는데 전력소비는 계속 늘고 절약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최종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 속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에너지절약이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고효율기기 사용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 에너지절약마크제도,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 등 효율적인 관리제도들이 시행돼 고효율기기 생산과 보급 등이 유도되고 있다. 따라서 가전제품이나 승용차 등 에너지사용기기를 구입할 때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나 에너지절약마크 등을 반드시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절약마크 부착제품을 사용할 경우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동안 낭비되는 전력을 최소화해 가정 전력사용량의 11%나 차지하는 대기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활 속의 에너지절약 실천도 에너지절약에 크게 도움이 된다. 3월말인데도 쌀쌀한 날씨탓에 난방장치를 가동하는 가정들이 많은데 난방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겉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편이 에너지절약은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난방온도 1℃를 낮추면 7%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데, 적정한 난방과 내복입기를 병행한다면 난방비 절감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이제 오르내리는 유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시기는 지났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거세지는 고유가 파도를 극복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희망사항

어느 자리에서 한 어머니가 곧 조카의 결혼식인데 올케의 태도가 은근히 안 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아 참석여부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분들도 결혼식은 물론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장애 자녀가 사람 대접을 못 받을 때가 제일 마음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명절이나 결혼식 등 집안의 대소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정을 나누는 자리다. 이처럼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장애 부모들, 특히 주양육자인 어머니의 경우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음식장만 등 여러가지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어른들이나 동서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대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실례가 되거나 폐가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예쁜 짓이나 칭찬받을 일들을 하는 사촌이나 조카들의 얘기가 반갑고 기쁘면서도 내 아이와 비교돼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면서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 늘 죄스럽고, 장애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가족들에게 넉넉하게 베풀지 못하는 마음 또한 늘 편치 않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장애자녀를 인정해주고 반겨주는 경우도 늘 이렇게 무거운 마음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오죽할까.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성공사례와 비교해 부모의 무능력함이나 태만으로 아이가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아이의 능력, 부모의 경제력,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등 많은 조건들이 운 좋게 들어맞아야만 가능한 예를 들어 비교하니 그러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또 한번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장애 부모는 가족들조차 은근히 무시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드러내놓고 차별하는 경우도 있어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타인의 차별을 받는데는 익숙해졌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 차별은 여전히 아프기만 하고 그 상처는 더 큰 법이다. 장애자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이해해줬으면 하는 게 장애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늘 마음이 힘든 장애 부모들에겐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이 돼줄 것이다.

온실가스 먹는 하마, 나무를 심자

생명이 움트는 봄의 길목이다. 어릴 적 이맘 때면 식목행사에 동원돼 산과 들로 어린 나무를 심던 기억과 남녀 학생 가릴 것 없이 송충이 잡으러 간다고 통조림 캔과 나무젓가락 들고 돌아다니던 추억 등이 생생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시절 집 주변에 심었던 미루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는 것을 보면 더없이 행복할 수가 없다. 최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식목일 행사가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 갈수록 나무의 발아·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3월 중순 나무심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온실효과 등 인간의 개발 욕심으로 빚어진 급격한 환경변화가 식목일까지 바꾸게 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74℃ 상승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세한 온도 변화에 지금 전 세계는 엄청난 변화와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3차 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는데 주어진 시간은 8년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온실가스가 대기층에서 온실의 유리처럼 지구를 에워싸 지구를 뜨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 먹는 하마’인 나무를 심는 일이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을 지칭하는데 이 중 이산화탄소가 절반이 넘는 55%를 차지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나무가 생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 중에 있던 온실가스가 나무로 옮겨져 저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가구당 0.56탄소톤, 자동차 1대당 2.15탄소톤 등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숲 1㏊는 연간 1.98탄소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지난 2005년 기준 국내 전체 산림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 순 흡수량은 3천700만탄소톤인데, 이는 국내 가정에서 배출한 총 온실가스의 75%에 해당되는 막대한 양이다. 나무는 이밖에도 대기온도조절, 산소공급, 수질개선, 먼지흡착, 소음감소 등 우리 삶에 무수히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66조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숲으로부터 연간 136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선 “사람이 한평생 반드시 해야 할 세가지 일로 한그루의 나무심기, 한권의 책 쓰기, 자식 갖기”라는 격언이 있다. 바야흐로 나무 심는 계절이다. 국민 한사람이 각자가 생활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선 평생 978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 올 봄 인생의 첫번째 목표도 이루고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를 잡기 위해 내집과 내직장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어보는 건 어떨까?

기분 좋은 만남

필자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과의 만남은 그 사람과의 생각을 공유하도록 도와주고,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무척이나 기대하고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만남이 기분 좋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만남을 갖는 것은 무척이나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6년 제8대 UN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사무총장이 학창시절 가졌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충주고 2학년 재학당시 반 사무총장은 영어대회에서 선발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그 만남에서 큰 감명을 받은 반 사무총장은 외교관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결국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쳐 세계 최고의 기구인 UN의 사무총장이 됐다. 케네디 대통령과의 만남이 그의 일생에 큰 힘이 된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얼마 전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하는 만남을 가졌다. 평소에 필자가 아끼던 동향 후배가 최근에 새로 시작한, 그리 크지 않은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필자를 맞기 위해 입구에 서 있는 후배의 모습을 바라보니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특히 오십줄이라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조금 늦은 듯한 감이 있는 나이에도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 정도로 쉼 없이 도전하는 정신과 젊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은 덜 성숙한 것처럼 보였던 그 후배의 듬직한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느껴져 새삼 대견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에 있어 꿈을 갖고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그 만남이 매우 소중한 기억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도 성공하는 사람은 항상 성공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고 실패하는 사람은 항상 실패하는 사람만 만나게 된다고 한다. 아마 주위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계속 닮아가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리라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성공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실 모든 독자 여러분들의 삶에도 필자가 경험한 것과 같은 기분 좋은 만남이 많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천인기 부천상의 사무국장

욕심이 부르는 우리 몸의 병

욕심이 없는 사람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심이 조금이나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내 자신이 욕심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과거를 돌아보자. 수없이 많은 욕심은 그로 인해 좌절, 기쁨, 노여움, 공포, 우울, 고민 등을 느끼게 해주고 정신적 자극은 물론 경제·육체적 자극을 받게 된다. 많은 것을 얻어 마냥 기뻐한다고 건강에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갑자기 많은 재물을 얻은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지거나 마음이 변해 주위와 거리를 두고 외톨이가 된다거나, 그래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성인들이나 종교에서도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권유하고 있다. 감정의 변화로 인한 인체의 자극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함으로서 우리 몸에 이상을 초래하고 결국 질병을 일으키게 한다. 요즘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감정의 변화를 유발하는 외부적 자극을 받고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 개인적 스트레스 등이 가장 크게 문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개인적 손실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이런 스트레스를 풀고 없앨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참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스트레스의 한복판에 스스로의 욕심이 자리 잡고 있어 스트레스가 발생되고, 감정의 자극이 우리 몸에 작용해 장부의 기능을 교란시키고 결국 병들게 한다. 욕심을 조금만 뒤로 물리고 적게 부린다면 그런 감정의 자극이나 스트레스가 적게 발생될 것이다. 아울러 마음에 평화를 이루게 되며 이로 인해 오장육부의 기능이 원활해져 병의 발생이 적어지고 결국 돈보다, 권력보다, 더 소중한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행복한 개인,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 국가를 이루게 될 것이다. 욕심을 줄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 인정도 청록한방병원장

시험대 오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 여파가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급기야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시가의 1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주당 2달러에 JP모건체이스로 넘어갔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은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그리고 금융회사 파산으로 이어지는 금융공황 등으로 10여년 전 외환위기에 빠졌던 한국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인도 타지마할에서는 달러도 사절이라고 하니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의 자존심도 크게 깨졌다. 우리나라 외환과 주식시장도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지난 17일 주식시장은 베어스턴스의 헐값 매각 충격에 코스피지수는 1,574.44로 마감했다. 10개월만에 최저치다. 또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지난 2005년 12월13일 이후 2년3개월만에 1천20원대로 상승(1천29.2원으로 마감)했다. 자원도 없고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받는 타격은 실로 심각하다. 얼마 전까지 달러화에 대한 낮은 원화 환율로 수출 경쟁력 저하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무서운(?) 환율 상승이 오히려 두렵다. 최근 원화환율 상승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 경기의 급격한 둔화와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 원인이기 때문에 일부 수출이 늘어도 전체 무역수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물가상승과 내수위축이 걱정이다.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큰 것 같다. 일부 수출 기업은 도움이 되겠지만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석유 등 원자재 수입 부담과 빚 부담이 늘어 많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3~4월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기로 계절적으로 달러 수요도 많다. 거기에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환율은 쉽게 내려가지도 못할 것 같아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시장에선 환율상승이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 상승을 방치한다는 소문도 흉흉하게 돈다. 정부가 빨리 나서야 한다. “국내 기관 및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이 내놓겠다”나 “해외여행 억제 등 과소비를 지양하겠다”는 식의 탁상대책이 아닌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대변하는 정책수립을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논의가 나오고 있고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실물경제에 밝은 이명박 대통령의 능력을 기대해보겠다. 전문순 경기신용보증재단 감사

뚱보학생 지도 대책

뚱보학생에 대한 지도 대책이 중요한 교육 현안이자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도 뚱보학생이 15%를 넘어가고 있다는 게 보건교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뚱보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키도 점점 커가고 체격도 좋아지고 있는데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예로부터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란 말이 있듯 뚱보학생을 예방, 건강한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도 중요한 일이 됐다. 지금처럼 뚱보학생들을 방치하고 있다간 학생들이 건강을 잃을까 걱정된다. 이에 대한 대책을 몇가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음식 먹는 습관을 올바로 지도해줘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것도 한곳도 아니고 몇군데를 다닌다니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여유를 갖고 대화하고 음식을 꼭꼭 씹으며 맛을 음미하며 먹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이젠 학생들에게 학원수강을 줄이거나 중단하게 하고 여유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둘째, 음식을 잘 선택해 먹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햄버거, 튀긴 음식, 콜라…. 비만의 원인이 되는 음식들은 먹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런 음식들을 판매하지 않도록 한 조치는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어 다양한 영양섭취의 중요성을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도 지도해야 한다. 필요한 영양분의 고른 섭취야 말로 우리 학생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때마침 보도에 따르면 김장환 전남도교육감은 학생들에게 하루 10분 이상 걷기지도를 선포하셨다. 학생들 체력증진은 물론 뚱보학생 예방대책으로 적절한 교육방침으로 생각한다. 이와 때를 맞춰 모든 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운동장 돌기나 산언덕 오르기 등 좀 힘든 운동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그래야 체격조건도 성장하고 체력도 좋아질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운동을 통해 아침 식사를 맛있게 하게 해야 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학생들 대부분이 아침을 못 먹고 등교, 살찌는 간식을 즐겨 먹고 있을 것이다. 학교 걸어다니기 운동도 뚱보학생 예방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같은 지도를 소홀히 할 경우 뚱보학생들이 계속 늘어 국가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겠다. 더구나 뚱보학생 대부분이 심각한 소외감, 열등의식, 패배감 등에 젖어 살면서 괴로워하고 있다니 모두 같이 괴로워해야 할 것이다. 뚱보학생에 대한 대책이 교육과학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마련돼 실천에 옮겨졌으면 한다.

고부(姑婦) 갈등에 대하여

필자는 몇년 전 가사재판을 담당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가정에서 부부관계가 고부갈등으로 파탄나는 것을 보았다. 좀 더 살펴보니 장남과 결혼한 주부라면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고부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이 특이한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고부갈등으로 부부관계까지 갈라지는 아픔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고부갈등을 겪는 가정이라도 시어머니나 처(며느리), 그리고 남편에게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남편은 꽤 잘 키운 아들이고 효자 소리를 듣는 편에 속한다. 아내도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잘 모셔보려고 노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혼법정에선 부부 본인들은 물론 양가 사이가 이미 원수같이 돼 있어 안타까운 경우들이 많다. 역설적으로 시부모 잘 모셔보겠다고 시집살이까지 한 경우 고부갈등이 더 심한 것 같다. 필자로선 고부갈등을 일으키는데 책임이 있는 쪽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 원칙적으로 남편에게 책임을 물었다. 우리나라는 혼인과 동시에 아내가 홀홀단신으로 남편 집안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고부관계를 원만히 이끌어 갈 1차적인 책임도 남편이 대표하는 시가쪽에 있다고 보았다. 어떤 점에서 보면 우리의 가족구조는 고부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첫째로, 며느리들은 시부모로부터 어떠한 은혜도 입어본 바가 없기 때문에 크게 감사해하는 마음이 없는데도 시부모 모시는 일은 남편보다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 남편은 우리 어머니가 나를 위해 한평생을 희생하셨으니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자신이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특히 명절과 같이 시댁식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음식마련, 설거지 등으로 심신이 피곤한 며느리는 친정이라고 놀러온 시누이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둘째로, 고부사이는 철저한 지배복종이 요구되는 권력관계로 자리 잡혀 있다. 며느리로선 받은 것 없이 어렵기만 한 시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남편들은 아내들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야 한다. 효도를 하고 싶으면 솔선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수익자부담의 원칙에도 맞는 것이다. 그나마 자신과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시댁 조상들을 위해 제사상이라도 차려주고 자신과 성도 다른 아이를 낳아 잘 길러주게 하려면 아내를 극진히 사랑할 것이며 시부모에게 제공한 이상의 용돈을 장인·장모에게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시어머니들로서도 고부사이는 원래 그런 것이란 것을 인정하고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아들이 며느리와 알콩달콩 잘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으시다면 과거 자신이 며느리로서 치러야 했던 일방적인 희생을 며느리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 이 글을 보면 집사람이 물을 것 같다. “필자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광교신도시, 명품도시 되려면

수원에는 광교산과 화성이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으며 이 고장의 자랑이기도 하다. 수원의 도시경관과 도시관리계획은 이 두곳을 비롯해 원천리·수원·서호·황구지천 등 4대 하천과 벌판 6곳이 연결되고 합쳐지면서 유구한 역사의 변천사가 근대 문명의 이기주의에 묻혀 성장 발전해왔다. 그동안 관계 공무원들의 많은 노고와 관심에도 즉흥적인 도시개발 민간업자의 사업성 위주의 난개발에 의한 아파트단지 개발 등 무분별한 도시개발들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광교신도시계획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그와 동시에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경기도청사가 신도시 사업부지의 가장 비싼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권위주의적 발상이 아닌지 묻고 싶고 과연 토지이용효율은 합리적이었는지, 도민들의 접근성이 편리한 것인지 등도 의문이다. 법원·검찰청사 예정부지가 신대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가장 쾌적한 주거단지가 위치해야할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영동고속도로 안쪽(광교산 방향)으로 아파트단지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빌딩숲이 광교산을 가리고 방호벽처럼 흉물스럽지는 않을지 즉시 시정돼야 마땅하다. 구 도심권이 시대적 낙후성과 기존의 교통체계보다 불편이 따른다면 백년지대계를 생각해 사업의 이익금을 적극 투입, 좀 더 체계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편리한 도시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해야겠다. 녹지축을 연결해 생태통로와 등산로를 연결한다고 하면서 연결통로의 폭은 충분히 확보했는지 궁금하고 구 도심권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광로의 오버 브릿지계획을 추진하고 있는지, 사업이익은 어느 곳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인지 등도 묻고 싶다. 광교산 바로 밑 주거전용지역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서라도 등산객들의 진입이 별도로 분리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전철기지창 부지를 복층화해 대형 주차장을 확보, 녹도를 따라 등산로에 진입을 유도시켜 주는 계획도 필요하다. 광교신도시의 명품도시화는 호수 2곳과 녹지축 3곳으로 감싸고 광교산이 받쳐주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효율적인 토지이용 계획 등으로 쾌적하고 기능적인 미래형 신도시로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관계 공무원들과 유관 전문가, 엔지니어, 참여 기술자 등은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아름다운 명품 신도시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도시는 우리들의 삶의 역사가 담길 커다란 그릇이다. 편리하고 기능적이며 아름답게 빚어야 한다. 이윤필 수원시의회 의원

수원화성과 천주교 박해

올해는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지 11년째 되는 해이며, 천주교 성지로 선포된지 8년째를 맞는다. 수원화성의 천주교 역사는 박해로 인한 순교의 역사이며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천주교인들의 피가 곳곳에 물든 순교성지이다. 정조대왕은 화성을 축성하면서 채제공 재상을 총감독으로 임명하고 다산 정약용(세례명 요한)에게 화성을 설계토록 하명한다. 정조대왕의 명을 받들어 다산 정약용은 1792년부터 2년 가까이 천지인(天地人:하늘과 대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상생(相生)이라는 자신의 종교철학을 바탕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구현하며 수원화성을 구상하고 연구, 설계를 완성한다. 마침내 역사적인 화성공사가 1794년부터 시작됐는데 착공한지 2년 9개월만인 1796년 총둘레 5천743m의 화성이 완공됐다. 그런데 화성이 완공된지 4년만인 1800년 정조대왕이 49세의 젊은 나이에 의문사했다. 어린 순조가 등극하자 섭정을 맡게 된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정조대왕의 재위시절 왕의 신임을 받아 온 남인파 학자들에게 반감을 갖고 그들을 숙청하기 위한 구실로 천주학을 사학(邪學)으로 몰아갔다. 정조대왕의 후광 속에 서양문물에 대한 개방과 수용 등을 주도해 왔던 남인파 학자 대부분이 천주교신자들로 구성돼 있었다. 정순왕후와 벽파는 정조대왕 시절 임금의 총애를 받던 다산과 남인파들의 세력이 커가는 것을 경계하고 정조대왕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다산과 남인파에게서 약점을 찾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다산과 남인파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올가미가 바로 西學(天主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정조대왕이 승하하자 마자 남인파 학자들이 포함된 천주교인들이 당쟁의 회오리 속에 사학죄인(邪學罪人)으로 몰려 처형되기 시작했다. 1801년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 전국적 규모의 천주교 대박해만 4번이 일어났고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으로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는 동안 수색, 체포, 투옥, 고문, 처형 등 피비린내나는 크고 작은 천주교 박해가 곳곳에서 수없이 이어져 전국적으로 천주교인 수만명이 순교했다. 나경환 북수동성당 주임신부 뽈리화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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