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 보기를 지혜롭게…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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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오 강건하면 팔십이라….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였던 모세가 한 말이다. 요새 연로해가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노인의 삶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점차 고령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78.5세(남성 75.1세 여성 85.5세)이다. 그런데 남성보다 오래 사는 여성의 현실이 복이 되기보다 열악한 삶에 더 노출되는 게 슬픈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들은 풍요로운 노년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여성 노인은 남성에 비해 자아존중감이 낮은데다 세대간 고립감과 소외감 등에 더해 가정에서도 불평등해 결혼만족도에 있어 만족스럽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여성 노인은 배우자보다 더 오래 살면서 재정적 궁핍과 여성 특유의 건강문제, 사회적 소외로 인한 노후 적응문제 등에서 남성 노인과 다르게, 그리고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거의 모든 여성정책에선 여성 노인이 배제됐고 노인 정책에선 여성이 고려되지 않아온 게 현실이다. 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여성들이 경제·신체·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어 여성노인 문제에 관심이 필요한데도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여성 노인의 문제는 전체 노인문제에 묻혀, 혹은 남성노인의 문제에 가려 그 중요성과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노인연구에선 물론, 여성 관련 연구에서도 여성 노인문제에 접근해 보려는 노력은 물론, 성별 자료조차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노인연구가 특정 이론들과 통계적 자료처리에 의해 일반적인 노인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노인정책도 중립적이라는 표명 아래 실제로는 주로 남성노인의 여건에 초점을 두어왔고 여성노인의 문제와 욕구에 대해서는 미약하게 다뤄져 왔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사회복지정책 및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를 마련함에 있어 정책에서의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현재의 여성노인들이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들, 또는 앞으로 예측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대비해야 한다. 이제 개인, 사회, 국가 등이 함께 여성의 미래,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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