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문화클럽의 도시

박승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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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5시 성남시 금곡동에 있는 보바스병원에선 환자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와 함께 ‘사랑방 조인식’이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사랑방 조인식? 조인식이라 함은 협약서를 교환하는 의식을 말하는데, 난데없는 ‘사랑방’을 협약한다니…. 그날 보바스병원과 풀시티 커피전문카페, 서현청소년수련관 등은 사랑방 2~4호로 각각 탄생했다. 성남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예술동호회들이 모이고 연습해 발표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문화클럽의 사랑방’이 되어주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자는 협약을 성남문화재단과 약속하는 축하자리인 것이다.

지난해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지역에 시민들의 아마추어 예술동호회가 몇개나 있을까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무려 1천103개! 조사를 기획하고 참여했던 필자조차 깜짝 놀랄 수치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활동내용이었다. 친목클럽(23% 252개), 배움클럽(24% 269개), 숙련클럽(19% 211개), 공헌클럽(34% 371개). 이미 34%에 이르는 클럽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자신이 배우고 익힌 예술을 동네 곳곳에서 발표하며 시민들과 나누고 공감하며 생활 속의 예술을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 클럽 리더들을 한사람 한사람 만나가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으뜸이 단연 ‘공간’이었다. 모일 수 있는 공간, 연습할 수 있는 공간,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우리 선조들의 ‘사랑방’은 바로 그런 ‘공간’이지 않았던가? 소통하며 나누고 즐기며 공명하는 사랑방을 현대의 도시공간에선 찾을 수 없는 것인가? 공간들은 무수히 많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예술동호회가 맘껏 그 공간을 활용하도록 약속하고 배려하면 되는 일이다.

클럽 실태 및 욕구조사에 이어 성남시 문화공간 실태조사가 이어졌다. 성남 지역에 있는 860개의 공간 리스트를 확보하고 일일이 전화설문과 답사를 거쳐 151개 공간에서 ‘사랑방’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 성남지역에선 ‘사랑방 ○호 탄생!’이라는 작은 축제가 이어질 것이다. 사랑방 2호 탄생 음악회를 연 이정미 로망스기타합주단 회장의 감회는 주목할만 하다. “저 같은 주부들이 5년 동안 함께 연습해 며칠 전 클럽창단 발표회를 열었어요. 저희들에겐 꿈만 같아요. 성남이라는 도시가 우리 클럽에게는 감췄던 예술적 끼와 열정을 펼치는 큰 사랑방입니다.”

박승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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